남편과 아이들을 직장과 학교로 보내고 나서 수희는 왠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침실 옆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승훈을 만나러 가기 전에 샤워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왜 들었을까....
욕실의 전신 거울에 물기에 젖은 자신의 나신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풍만하고 모양 좋은 유방은 적당한 탄력으로 인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보기좋게 출렁거렸고 조금 볼록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팽팽한 아랫배와
잘록한 허리, 급격하게 확산되는 둥그런 둔부의 곡선이 매혹적으로 비친다.
다리가 긴 체형 탓에 훨씬 미끈해 보이는 다리의 선도 남부럽지 않은 모양이다.
두 다리가 모아진 사타구니에 역삼각형으로 잘 다듬어진 검은 보지털의 수풀은 물기를 머금은 채 아래쪽으로 빗질한듯 곱게 모여 있었다.
그 아래 두툼한 대음순이 조개처럼 입을 다문채 계곡을 형성하고 있다.

"이 정도면 나도 아직 쓸만한건가..."

나직이 새어 나온 자신의 목소리가 어딘지 묘하게 들떠 있고 젖어 있음을 미쳐 간파하지 못하는 수희였다.
수건으로 물기를 걷어내고 옷장 설합을 열고서 수희는 가지고 있는 속옷 중에서 최대한 야하고 섹시한 것을 뒤지고 있었다.
사 놓기만 하고 아직 한번도 입어 본 적이 없는 섹시한 속옷을 찾아내고 세트로 된 팬티와 브라를 입었다.
화장대의 전신거울에 평소에 보지 못했던 요염한 수희가 서 있다.
스튜디오 촬영이라고 거창한 거 아니니 그냥 평소에 입던 걸로 몇벌 가져오면 된다고 했지만 왠지 그럴수가 없었다.
몇벌 가져오라고 한걸로 봐서 갈아 입기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의 앞에서 갈아입을 리도 없건만 그냥 입던 속옷은 왠지 싫었던 것이다.

"겉은 몰라도 속옷만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히는 수희...

"내가 이 나이에 왠 주책을...그 사람 앞에서 갈아 입을 것도 아니면서...."

하지만 그저 단순한 일상의 모습에서도 자신의 섹시함을 찍어내는 눈을 가진 승훈에게 간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쿵쿵 뛰는걸 막을수가 없었다.
거울에 자신을 비추며 마치 모델인 양 이리 저리 포즈를 취해 보지만 안하던 짓이 갑자기 잘 될리가 없는듯 하나같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휴우...포기할까...?"

스스로 보기에도 너무 뻣뻣하고 어색한 포즈들에 한숨을 쉬고 만다.
오늘 찾아보겠다고는 했지만 딱히 몇시라고 정확히 약속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인지 자꾸만 망설여지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옷장에서 몇벌의 치마와 티를 꺼내서 이것도 입어 보고 저것도 입어 보지만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살 때는 맘에 든다고 산 옷들이 왜 다 이모양인지...
옷장안에 있는 여름 옷이란 옷은 다 꺼내 입어 보았지만 결국 성에 안차자 수희는 다시 나직하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문득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에 다 되어 있다.
옷들을 입어 보느라 오전이 다 지나간 것이다.
대충 아무거나 주워 입고 방을 나가 습관적으로 식사를 차린다.
한 입 떠 먹으려다가 수저를 놓고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배가 나와 보일텐데..."

잠시의 망설임 끝에 결국은 차려놓은 식사를 다시 치워버리고 방으로 들어선다.
속옷마저 다 벗어 버리고 다시 거울 앞에 섰다.
무표정하게 비치는 거울속의 나신의 여인이 자신이 맞는 지 왠지 낯설어 보인다.
문득 어젯밤 남편과의 섹스가 떠올랐다.
위에서 헐덕이는 남편의 기름진 얼굴 위에 승훈의 얼굴을 겹쳐 그리며 흥분하던 자신...
남편의 자지가 삽입되는 순간 승훈의 자지에 범해지는 듯한 상상을 하면서 흥분하던 자신...
남편이 불만 질러놓고 내려가는 바람에 혼자 욕실에서 승훈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와의 섹스를 상상하며 스스로 보지를 문지르고 쑤시던 자신...
결국 참으로 오랜만에 오르가즘을 맛볼 수 있게 해준 남자는 남편이 아닌 상상속의 승훈이었음을 상기하자 수희의 심장이 다시 뛴다.
얼굴이 상기되고 몸이 더워지는 느낌에 문득 거울을 다시 보자 그 속에 또 다른 수희가 보인다.
거울속 수희의 유방이 부풀어 보이고 놀랍게도 유두가 곤두 서 있다.

"하아..."

스스로 유방을 더듬어 보는데 곤두선 유두가 손가락에 집히며 짜릿함이 느껴진다.
무언가엔 홀린 듯 수희는 거울을 보면서 남은 손으로 보지를 더듬는다.

"흐윽.."

찌릿한 감각에 허리가 꺽인다.
평소에 자위할 때와는 다른 진한 감각이었다.
거울속 수희의 눈이 흐릿하게 풀려 보인다.

"찔걱"

손가락이 질안으로 들어가자 놀랍도록 젖어 있다.

"하악.."

익숙한 자신의 손가락이 오늘따라 너무나 낯설다.

"흐으윽..."

거울속 수희의 등뒤에 알몸의 승훈이 밀착되듯 서 있다.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리며 뒤를 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다시 거울을 보자 거기에는 엉거주춤 서 있는 나신의 수희 뿐이다.

"털썩"

주저앉은 채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다.
수희의 어깨가 흐느끼듯 떨린다.
잠시 후 떨림이 멈춘 수희가 고개를 들자 묘하게 단호한 표정이다.
벗었던 예의 속옷을 다시 입는다.
결국 남편에게도 안보여준 섹시한 속옷을 다시 입고 어제와 다른 짧은 스커트와 면티를 입고서 몇벌의 옷을 더 챙겨 가지고 가방에 넣고는 집을 나섰다.

"딸랑"

사진관의 문을 열자 경쾌한 방울소리가 들렸다.

"어서 와요... 안그래도 기다렸습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환대하는 승훈을 보며 수희는 소녀처럼 얼굴이 달아 올랐다.
승훈의 기다렸다는 말이 왠 이리 가슴을 뛰게 하는지...
사진관 안쪽의 문으로 들어가는 승훈을 따라 들어간 수희는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에 잠시 멈칫하다가 승훈을 따라 내려갔다.
승훈을 따라 문을 열고 들어선 수희는 동화속의 요정의 숲처럼 꾸며진 넓고 화려한 스튜디오의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한쪽 벽면이 온통 화려한 꽃으로 가득 장식되어 있고 카메라가 향한 무대의 왼편엔 천장부터 내려오는 꽃으로 장식된 나무줄기 같은 끈과 그 끈에 달린 그네.
말 그대로 꽃그네가 있었다.
그리고 그네의 옆에는 마찬가지로 역시 화려하게 장식된 르네상스풍의 긴의자가, 무대 오른편에는 커다란 크기의 역시 르네상스풍의 침대가 있고 바닥과 침대 위에 뿌려진
형형색색의 화사한 꽃들이며 침대를 장식하는 하늘하늘한 반투명한 천들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광경을 이루고 있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무미건조한 일상의 세계에서 다른 차원의 동화속 환타지 세계로 이동한 느낌이다.

"세상에... 여긴 완전 다른 세상 같아요..."
"좀 그렇죠? 어제 저녁에 패션잡지 촬영이 있어서 그 세트가 그냥 남아서 그래요. 먹고 살려면 상업적인 사진도 찍어야 하거든요. 하하..
스텝들이 치우려는 것을 이것도 나름 색다른 배경이 될 듯해서 그냥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배경이 저랑 안어울릴 것 같은데..."

수희는 자신의 평범한 옷차림을 내려다 보면서 왠지 화려의 극치를 달리는 배경에 비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고 그래서 더욱 기가 죽어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그렇지 않아요..."

승훈이 다가와 어깨를 잡자 수희의 몸이 흠칫 놀라며 가늘게 떨렸다.

"어제 저는 수희씨을 제 집 거실에서, 또 쇼파에서 찍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수희씨의 내면에는 또 다른 수희씨가 있는 걸 어렴풋이 보았어요. 제가 본 그 숨겨진 수희씨에게 지금의 이
배경은 우연히도 아주 잘 맞아 떨어집니다. 모델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 배경에 수희씨가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텝들에게 치우지 말고 그냥 두라고 부탁했죠.
그 친구들도 귀찮은거 안하고 그냥 가라니 아주 좋아하던데요. 하하....
아무 염려 마세요. 수희씨는 그냥 제가 시키는대로 하시면 분명 멋진 사진이 나올겁니다."
"그래도..."
"아무 염려 마시래두요... 오늘 입고 오신 옷도 아주 예쁜대요 뭘...자, 일단 조명테스트 들어갑니다. 그네 앞에 한번 서 봐요..."

화려한 꽃그네까지 걸어간 수희가 돌아서자 여기 저기서 조명이 켜진다. 더욱 밝아진 조명 때문에 수희에게는 무대의 화려함만이 보일 뿐 일순간 승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다가 조금씩 눈이 익숙해지면서
정면의 어둠속에서 카메라옆에 서 있는 듬직한 승훈의 모습이 드러나 보이자 왼지 마음이 놓이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쉰다.
잠깐 그의 모습이 안보인 건데도 급격히 가슴이 불안해지다가 그의 모습이 보이니 마음이 놓이며 몸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승훈이 여기저기 다니며 뭔가를 들고 수희쪽을 비쳐보고 조명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을 보다가 문득 수희는 이 지하 스튜디오에 그와 자신 단 둘만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왠지 가슴이 뛰고 호흡이 가빠왔다.

"왜 이리 심장이 뛰고 흥분이 되는걸까...미치겠네...얼굴도 달아오르고..."

자신의 뛰는 심장 소리가 승훈에게 들릴까봐 조마조마해진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승훈은 계속 뭔가 작업을 하더니 이윽고 카메라 앞으로 왔다.

"자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이제 제가 지시하는 대로 가급적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시면 되요. 처음이시라 모델처럼 능숙하실 순 없으니 세밀한 부분까지 조절해 드릴게요...
우선 여기에 앉아 보시고, 얼굴은 이렇게 정면을 비스듬히 향해서...약간 아래를 응시하시고...그래요.. 그리고 팔은 이렇게... 네.. 아니 힘은 좀 빼시고요... 자연스럽게... 다리는 이렇게..."

승훈이 다가오더니 그녀를 그네에 앉히며 얼굴을 만지며 각도를 조절하고 어깨 팔을 잡고 자세를 잡아주며 다리도 잡아서 자세를 잡아준다.
자세 잡아준다는 핑계로 여기 저기 만져대는대도 수희는 지금 머리속이 텅 빈듯 아무 생각도 안난다. 승훈의 손이 닿는 곳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온다.
상상속이 아닌 현실의 승훈이 그녀의 몸을 만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런 터치지만 의식을 해버리니 손 닿는 곳마다 자극이 되어 버린다.
잠시후 승훈이 다시 카메라 뒤로 가더니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하나도 안들린다.
다시 승훈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다리를 가지런히 옆으로 모으고 그네에 엉덩이를 걸친 상태에서 몸을 약간 틀고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수희에게 다가오는 승훈.
왠지 소녀적에 자신은 공주이고 백마탄 왕자님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환상을 그렸던 그런 때의 기분이 들어 얼굴이 더욱 달아 올랐다.

"긴장을 너무 하시네요. 어제 거실이나 쇼파처럼 익숙한 환경이 아니라 긴장이 되시겠죠. 하하.. 하지만 이 배경이 수희씨에게 아주 잘 어울립니다. 정말이에요. 눈을 감아보세요"

수희는 자신도 모르게 그가 시키는대로 눈을 감았다.
승훈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귓가에 울려온다.

"제가 찍을 수희씨는 평소의 수희씨가 아닙니다. 어제도 말했지만 수희씨 내면에 숨은 다른 수희씨를 꺼내는 겁니다. 제가 본 그 수희씨는...뭐랄까... 무척이나 도발적이고 섹시한 여인입니다.
38년이란 세월 동안 억누르고 숨겨져 왔던 수희씨의 진실된 모습이랄까.....수희씨 어제 제가 찍은 사진에서 누구를 보았죠? 그 안의 수희씨는 상당히 섹시하고 요염한 여인이었어요. 그렇죠?"
"네"
"그때 수희씨는 설겆이를 하면서 창밖을 보면서도 언듯 언듯 숨겨진 모습을 드러냈어요. 한 사람의 아내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집안일만 하고 살았던 무미건조하고 평범한 자신에 대한 반발이 무의식중에
사실은 수희씨가 되고 싶었던, 하고 싶었던, 보여주고 싶었던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겁니다."

승훈의 손이 살며시 눈을 감고 앉아 있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짧은 스커트 밖에 드러난 다리와 무릎을 쓰다듬었다.
면티 밖으로 드러난 팔을 간지럽히듯 쓰다듬고 가녀린 목덜미를 건드리며 얼굴을 부드럽게 터치했다.
그의 손이 스칠 때마다 수희의 몸이 움찔거렸다.

"자, 여기 스튜디오에는 수희씨와 저 단 둘입니다. 아니 이 무대에는 수희씨만 있는 겁니다. 다른 누구의 시선도 없어요. 저도 잊으세요. 혼자만의 장소입니다.
수희씨가 숨겨둔 것을 꺼내어도 아무도 몰라요. 비밀스런 표정, 비밀스런 몸짓도 모두 꺼내도 되요. 저를 의식하지 말아요.
여긴 이제 아무도 없어요."

나직 나직하게 들려오는 승훈의 목소리에 수희는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듯 했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웅웅거리는 듯하다.
스믈거리는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서서히 지배해가고 있었다.
눈을 감아 어두운 조용한 스튜디오의 공간이 그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제 천천히 눈을 떠 보세요."

살며시 눈을 뜨자 정면의 어둠속에 흐릿하게 승훈과 카메라가 보였다. 하지만 왠지 눈에 보이는 승훈과 카메라는 그저 어둠의 일부분인듯 그렇게 배경속에 녹아들어 보인다.

"상상해보세요. 자신의 섹시한 모습을... 수희씨는 지금 흥분하고 있습니다. 음...그래요...자위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누군가 당신이 원하는 남자를 그려보세요.
그 남자와 정말 황홀한 섹스를 하고 있다고 떠 올려 보는 겁니다. 그래요... 그런 표정입니다. 조금더..."

나직하고 굵은 중저음의 승훈의 목소리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들려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수희는 그의 요구대로 상상을 했다.
상상속에서 그녀는 승훈을 그렸다. 어제밤 남편과의 섹스속에서 승훈을 떠올린 것처럼...
오전에 거울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승훈이 그녀를 안고 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옷이 벗겨져 나갈 대마다 몸이 흥분으로 달아오른다. 기묘한 쾌감으로 인해 몸이 꼬이는 듯하다.

"좋아요...좋은 표정입니다...조금만 앞으로 숙이며 어깨를 살짝 끌어 내려봐요..."

찰칵거리는 셔터 소리가 들리지만 의식 저편에서 지나가는 듯 하다.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스친다.
입을 열고 혀를 내밀지만 도망치듯 사라진다.
귓가에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고 사라지던 그의 입술이 목덜미를 빨아온다.
어느새 브라가 떨어져 나가고 흥분으로 부푼 유방에 승훈의 뜨거운 입술이 닿아 쾌감이 치민다.
곤두선 유두가 승훈의 입안으로 빨려들어가 버리며 허리가 휠것 같은 날카로운 쾌감이 등줄기를 치달린다.
무릎을 만지며 치마를 걷어 올라가는 승훈의 손길...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두손을 더 모아요. 모은 손은 중심을 눌러줘요.......무릎을 모으고 발을 조금 벌려요... 그래요..상체를 조금 앞으로... 상상속의 그 누군가를 유혹하듯 좀더 요염한 표정으로..
이제 한손을 가슴으로....그래요...그렇게...."

귓가를 스치는 승훈의 목소리가 아득히 먼곳에서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