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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부제 : 암캐 본능 깨우기) - 10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59 626회 0건
그렇게 분홍과의 하룻밤이 지나가고 며칠이 흘렀다.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이 흘러갔다.

그녀도 그 일 이후 MSN에서 잘 보이지 않았고, 그도 딱히 먼저 찾아서 연락 할 필요성은 못 느꼈던 터라 그 며칠간 그녀와의 연락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 말은 그렇게 했어도 충격이 컸나?

사실 그도 좀 바빴다. 아이들 중간 고사 기간이 다 되어 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는 일 하던 학원에서 정신 없이 부려먹히고 있었다.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10시 였다.

"마지막 시간이네."

오전 2시 부터 11시까지 9 시간 연속 강의를 달리는 살인적인 시간표였지만, 학원에서는 저녁 밥 사 주는 거 빼고는 그에게 추가금 따위 줄 생각은 없었다.

사실 9시간 동안 서서 떠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9시간을 각기 다른 주제로 각기 다른 아이들에 맞춰서 다르게 진행해야 된다는 것 자체는 엄청난 정신력을 요하는 일이다.

게다가 정신 없이 바쁘기 때문에 중간 쉬는 시간 5분에 김밥 하나 씹어 먹는 것 빼고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할 틈도 없다.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란 그런 것이다. 그러고 받는 돈이 7~80. 확실히 한국의 비정규직들은 착취 당하고 있다는 것을, 굳이 알기 싫은 방법으로 그는 체험하고 있었다.

돈이 없어서 그렇다던 원장은 얼마 전에 차를 소나타에서 SM5로 바꿨고......

"이래놓고 열심히 하래. 씨발."

속으로 거북이를 닮은 원장에게 오만 쌍욕을 퍼부으며, 그는 마지막 교시가 시작되는 강의실로 향했다. 안 그래도 거북이를 닮은 원장은 오늘 터틀넥을 입고 와서 완전 거북이 빙의를 한 차였다. 더러운 거북이...... 거북이 거북이......

"야~ 쌤 떴다!"

멀리 교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무슨 학교도 아니고 쌤 떴다가 뭐냐, 쌤 떴다가...... 에휴.

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문을 열어젖혔다.

아이들은 책상을 온통 어지럽힌 채로, 자세만 반듯하게 앉아있었다. 지난 시간 수학이었구나.

"수학 책 다 집어 넣고, 영어 책 꺼내라. 오늘은 너네 시험 범위 정리하는 날이니까 참고서 꺼내. 지학은 28 페이지, 천재는 30페이지 펴고, 여기 문학 꺼 쓰는 사람 있냐? 없지? 그럼 오늘 수업은 두 파트로 나눠서 진행한다. 준비 다 돼는 대로 반장은 인사."

아이들은 우당탕탕 책을 꺼낸다. 그나마 여기는 공부 좀 하는 반이라서 수업 진행이 쉽다. 공부 못 하는 반은 대체로 책을 들고 온다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선생이 다 복사해서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같이 보라고 하면 떠들고, 책 없으면 공부를 안 하므로.

"차렷!"

"선생님께 경례"

"반갑습니다!"

밤 10시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우렁차게 인사한다. 그렇겠지, 너네는 6시에 왔으니까. 밥도 먹었을 거고.

저녁을 못 먹었더니 상태가 영 좋지 않다.

"반갑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받고 수업을 시작한다.

"지학은 잘 알겠지만 이번 문법 포인트는 to 부정사와 동명사 파트다. 천재도 마찬가지. 그러므로 문법 부분은 같이 묶어서 설명하고, 지문과 Dialog는 다르므로 따로 따로 암기 및 중요 포인트 체크 시험 본다. 알겠지? 자, 시작하자. 갈 길이 멀다."

영세 학원들은 한 반에 다른 학교가 4~5개가 섞여있다. 교과서는 같은데 시험 범위가 다른 경우도 있으므로, 이럴 땐 한 반 안에서 5번의 수업을 해 내야 된다. 지금은 어찌 어찌 하고 있지만, 하고 있는 자신이 신기하다.

이런 수업을 준비하면 으레 자료 만드느라 밤을 샌다.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원장은 빨리 하고 집에 가라고 아우성이다. 프린터기 고장나도 제대로 바꿔주지도 않는 인간이...... 진짜 이 일은 애들 안 좋아 하면 못하는 그런 일이다.

문법 풀이를 하고, 교과서 중요 포인트 설명을 하고, 암기를 시켜놓고, 시험을 보고......

드디어 하루가 끝났다.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오냐 그래 고생했다 어여 들어가. 집에 가서 바로 자 피곤하니까."

"네!!!"

아이들은 해 맑게 강의실을 나선다.

교무실에 들어가니 남선생 둘이 축 처진 파래 상으로 의자에 앉아있다. 저 사람들이 보기엔 그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생했어요~"

"예 고생하셨어요~"

"오늘도 야근 해야겠죠?"

"그쵸 내일부터 애들 문제 풀릴려면 시험 문제 만들어야 되니까."

"후딱 하고 집에 갑시다."

그러고는 야식 내기. 다들 밥을 못 먹었기 때문에 야식은 필수다. 오늘 야식은 피자. 방법은 금에 동전 던지기. 다행히도 그가 던진 동전이 금에 딱 섰다. 오늘 야식은 얻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에이...... 오늘 영쌤 운빨 좀 받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오늘 야식 당첨은 실장이었다. 그는 피식 웃었다. 툴툴대며 피자집의 전화 번호를 누르는 실장을 보며, 그는 자료를 준비했다.

- 지잉

그 때 그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핸드폰이 울리는 모양이었다. 그는 꺼내던 자료를 대충 책상에 집어던지고는,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계속 울리는 전화기의 액정에는, "분홍구름" 이라는 이름이 깜박깜박 거리고 있었다. 그는 한 번 숨을 고르고는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응 나야. 오래간만이다."

- 뭐야, 한 번 연락도 없고. 너무한 거 아냐?

그녀의 목소리에는 잔뜩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미안, 좀 바빴어. 우리 학원 시험기간이라서, 지금 밤낮이 없거든. 지금도 일해. 어제 아침 6시에 들어갔다 오늘 오후 2시에 나왔어. 요새 좀 그런 삶이라서......"

- 히익. 뭐야. 오빠 몇 억 벌려고 그래?

"일 이렇게 해도 돈 나오는 건 똑같아. 애들 시험 못 치는 걸 못 보겠으니까 그런거지......"

- 뭐야, 완전 이 시대의 선생님 나셨네. 이번 주말에 바빠?

"주말? 아니 주말엔 괜찮아. 왜?"

- 저번에 얻어 먹었으니까 오빠한테 좀 보은 좀 할려구. 피곤하다며? 보양식 먹여 줄게.

"나 잡아 먹을려는 건 아니구?"

- 글쎄....... 그건 오빠 하는 거 봐서? 여튼 내가 또 연락할게~ 그 때 시간 비워 둬~

갑작스레 걸려 온 그녀의 전화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끊겼다.

"그 때 할 말 있다고 말 하려고 했는데......"

그는 짧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교무실로 들어갔다.



- 작가 한 마디 -

1. 바쁘니까 일단 당분간은 단타 연재로 좀 진행 해 보려고 합니다. 너무 짧다는 의견이 올라오면, 2~3일치를 모아서 한 번에 올리는걸로.......

2. SP 볼 시간이 없어서 슬픕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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