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유혹 그리고 바로서기. 또…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공부뿐이었다.

진짜 공부만 했다.

도서관에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면 자리에 캔커피가 있었다. 왜 내 자리에 캔커피가 있는지는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남겨두고 집에 와버렸다. 다른 곳에 한눈을 팔 수 없는 노릇이다.
일 년을 그렇게 같이 살았는데도 은수의 씀씀이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생활비를 보태는 것도 아니고 방세를 같이 내주는 것도 아니다. 간헐적으로 나도 모르는 명품이 늘어날 뿐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지만 은수는 당당했다. 잊을 만하면 다투게 된다. 은수는 공부도 안한다.
하루는…
“취업했어. 월급 받으면 월세든 생활비든 다 낼께.”
“어딘데?”
“조그만 중소기업인데 내 실력에 어디 좋은 데는 들어가지도 못 할거고 기회가 됐을 때 들어가고 보는거지뭐.”
“이제 정신 차렸니?”
“후후… 돈 없어. 일단 벌고 볼꺼야.”
이 때까지도 은수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도 몰랐다. 새벽같이 도서관에 갔다 수업 마치고 도서관에 들렀다 집으로 오면 은수는 없다. 새벽 4시쯤 되면 술냄새를 풍기며 옆에 눕는다. ‘요즘 술을 많이 마시나 보다’라고만 생각했지 빠듯한 스케줄 때문에 관심을 가져줄 여유도 없었다.
(급한 일이 있어 짐 챙겨가. 걱정하지 말고 당분간 연락이 안되더라도 조급해하지마. 너무 고맙고 사랑해 친구야)
이 생활이 얼마쯤 흘렀을까 짧은 글만 남기고 은수는 떠났다.
아주 가끔 전해오는 소식은 엄청난 카드빗 때문에 부산 어디쯤 있는 주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가정형편이 나빠진 나에게도 같이 일 할 것을 권유했다. 명품에 미쳐 긁어댄 카드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히고 성적 취향까지도 바꿔가며 돈 밑에 깔려 다리를 벌리게 되었다.

남자들이여, 업소에 있는 여자들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사랑한다. 몇 번쯤 가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분수에 넘치는 씀씀이는 가정의 행복을 瞞튼“?당신의 인생도 신용파산의 상황까지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