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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0 1,194회 0건
선배는 집으로 오자마자 좋은 소식있냐며 물어왔는데.. 난, 둘이 있을 때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말하지는 않았다.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엔 다 토로했지만, 단추의 변화, 집에 와서 외투를 벗었다는 얘기는 생략을 했고 어깨를 마사지 해줬다는 것만 얘기했다. 선배는 마사지 얘기에 반색을 했으나 딱히 성적인 교감이나 대화가 오고가지 않았다는 사실엔 실망을 하는 눈치였다. 얘기를 마친 후, 집을 나서면서 선배에게 물었다.

"혹시 쓰리섬 얘기하면서 내 얘기한 적 있어?"
"..아직 없는데?"
"오늘 형수랑 섹스할거야?"
"..해야지"
"그럼 오늘 내 얘기 꺼내봐.."
"..오늘? 상황봐서"

짐작으로만 추인되는 형수의 심리에 반응치 못했던 까닭은 "형수" 라는 관계에서 기인이 된 것이다. 사회가 정한 윤리적, 유교적 가치관 탓에 "씹이나 작업을 해서는 안될 관계" 뭐 그런 것.. 보통 그런 관계에서 이성적인 교감은, 간접적으로 행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을 캐치 못하여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 터이고, 캐치하더라도 확신이 서지 않아.. 혹은 사회적인 통념 탓에 망설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난, 사회적 통념따위를 고려할 입장은 아니었고 일단, 캐치는 되었지만 100% 확신이 되지 않은 상태에 가까웠다. 완연한 확신이라 할 순 없다지만, 적어도 형수의 행동은 분명 나를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 그것만큼은 분명했다.

어떤 상황에 대해 대화를 주고 받을 시엔,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마련이다. 선배가 판타지를 얘기했을 때, 싫든 좋든 형수의 머릿속엔, 한번쯤.. 그 성적 판타지의 상황이 그려졌을 터이고, 형수의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나라는 존재를 대입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그것은 결코 확인할 수 없는, 막연한 기대치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 몫, 혹은 선배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기대치로 놓아둘 것이 아니라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면 되는 것이다.

형수가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판단은 있었지만.. 단순한 호기심인지, 장난끼인지, 성적 충동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 알 수 없는 범주를 좁혀가는 것. 막연한 밑그림에 설정된 대상 하나를 각인 시키는 것. 다시 말해, 나라는 존재를 형수의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대입해주는 것은 형수의 물음표를 나와 같은 농도로 치환시키는 것과 같았다.

"혹시 XX씨를 쓰리섬의 대상으로...?"

섹스 도중, 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미 선배와 논의가 된 사항이었다. 쓰리섬 허락을 받더라도, 급작스레 내가 튀어나온다면 심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으니 천천히 가까워지고, 성적인 친밀도를 높여가면서, 섹스시에 내 얘기를 꺼내면서 접근하자는 것.. 막연한 밑그림의 스케치를 조금씩 구체화하면 거부감도 덜할 것이고, 형수역시 짐작으로 상황을 그리면서 흥분할 수도 있을거라는.. 뭐 그런 기대치가 반영된 행위였다. 기대치를 조금 더 확장한다면, 선배의 소소한 변태적인 요구들에 후배인 내가 섞였다는 것. 그것이 곧 게임의 첫번째 출발 지점이었음을 형수가 인지하는 것 정도가 될 터이고...

선배는 내가 집(우리집)에 도착한 지 얼마안되어 전화를 했다. 아마 내가 간 후 곧바로 박았던 것 같았다.

"야 씨발 니 얘기 꺼냈다가 존나 욕먹었어"
"..좆됐네. 직설적으로 꺼낸 거 아냐?"
"아냐, 나름 제대로 접근했어.."
"..화 많이 냈어? 싸웠어?"
"아니, 지랄지랄했는데 금방 풀리긴 했어"
"..다행이네"
"근데 내 착각일지 모르는데 평소보다 더 흥분하더라"
"..착각이겠지"
"아니 그래서 씹물까지 확인했는데 확실히 많더라"

선배가 들려준 바로는 접근함에 있어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내가 간 후 곧바로 옷을 벗기고 거실에서부터 박아댔던 것도, "야한 옷차림으로 후배와 단둘이 있던 아내" 를 보고 흥분했다(사실이 그렇긴 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이 되었으니, 형수의 입장에서도 선배의 심리를 어느정도는 짐작했을 것이고... 그 상황에서 선배가 뱉었다는 말들은, 형수가 짐작했던 것들을 확인사살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 오늘 속옷 안입고 돌아다니니까 어땠어? 흥분했어?
- XX이 앞에서 그러고 있으니까 기분 어땠어?
- XX이랑 둘이 있을 때 기분 어땠어?
- XX이 어때? 걔 괜찮지? 걔 잘할 것 같아?

형수와 섹스시에 했다는 선배의 말은 대략 위와 같았고.. 형수가 화를 낸 지점은 마지막 질문이었다고 했다. 즉, 직접적으로 나에 대한 얘기를 물었을 때라는 것.. 형수가 화를 낸 것은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좋다며 콜을 외칠 거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거부감의 정도가 어느정도일 것이냐가 중요했는데 형수의 반응은 확실히 긍정적이었다. 적어도 "혹시 XX씨랑 판타지를?" 라는 생각정도는 확실히 각인이 되었던 것이다.

아마 형수의 성격에, 정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면, 애초에 저런 말들을 잘라냈거나 자신의 생각을 토로하고 선배와 대판 싸웠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왜 XX씨랑 엮을려고 하느냐?" 라는 식으로 화를 냈을 터인데.. 형수는 그러지 않았다. 물론, 너무 황당한 설정인지라.. "설마.. 아니겠지" 라는 생각으로 흘려 넘겼을 수도 있지만;;

결국.. 정작 중요한 판단 기준은 추후 형수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였다. 충분한 물음표가 던져진 상태, 선배가 자신의 성적 판타지에 나와 형수를 이용한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형수가 과연 어떻게 행동을 하느냐가.. 두번째 게임의 출발 지점이 되는 것이다.

그 지점, 두번째 게임은 선배의 조급함 덕에 비교적 빨리 찾아왔다..


그날의 일이 있은 후로, 딱히 계기가 될만한 사안도 없었고 다소 바빴던 지라 왕래가 살짝 뜸했는데.. 참다못한 선배는 집에 있던 컴퓨터를 일부러 고장내버렸다. 주로 형수가 쓰던 컴퓨터였는데 윈도우 실행 파일을 몇개 지운듯 싶었고 내게 고쳐달라며 부탁을 해왔던 것. 윈도우를 새로 까는 것이 그나마 가장 오랜 시간이 투자되는 것이라 그렇게 해버렸다는 선배의 말을 들었을 땐, 그 열정이 새삼 놀랍게 다가오기도 했다.

당시의 난, 반백수 시절이었던 지라 낮시간이 자유로웠는데.. 선배는 그런 나를 낮시간에 끌어들여, 또다시 "둘만이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나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고장을 내버리긴 했지만.. 기실 이 상황도 선배와 논의(?)했던 상황이기는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활용해서 친밀도를 높인다는 차원. 뭐 그런 것...

선배에게 확인했던 바, 다행스럽게도.. "왜 XX씨를 부르느냐, 그냥 A/S 부르면 되지" 라는 말은 없었다고 했다. 선배에게 섹스 도중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나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는 것이고 둘만이 있는 상황역시 싫어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어떤 상황을 만들어서 접근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나름 했더랬는데, 딱히 떠오르는 것은 흔히들 컴퓨터에 저장하는 "야동"을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밖에 없었다. 하여 선배에게 물었는데.. 선배의 컴퓨터에 몇개가 있고, 대부분은 외장하드에 있었으며.. 형수의 컴퓨터에는 "야동"이 없을 거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나마 떠올렸던 매개체는 희박해졌으니 상황봐서 "마사지나 다시한번" 이라는 생각으로 선배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형수의 옷차림이 그날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속옷없이 입었던 PK티 형식의 원피스..

혼란스러웠다. 속옷을 입었느냐의 여부는 차후 문제였다. 심하게 야한 옷차림은 아니라지만 소소한 일탈의 행위가 각인된 옷을 둘만이 있는 공간에서 또다시 입었다는 것은 결국, 둘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의도적이거나 아무 생각이 없거나" 후자라면 이전의 일들도 다 헛된 망상일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일 가능성은 낮았다.

머리는 필름을 돌리는 영사기처럼 재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형수는 저 옷을 바깥에서 입은 적이 없었고 그 날 이외에 내 앞에서 입은 적도 없었다. 바깥에서 돌아다니기 곤란할만큼 야한 옷은 결코 아니었지만, 형수의 옷차림은 보통 단정한 스타일이 많았다. 즉, 내가 봤던 형수의 옷차림중에(속옷을 입었더라도) 가장 노출이 심한 옷이었다는 것이다. 형수의 성격역시 결코 둔한 "곰"과는 아니었으니 주관적인 기대치를 배제한다해도.. "의도적" 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었다.

속옷. 그래 속옷.. 마실 것을 내어오는 형수의 뒷모습을 얼추 훑어보건데 쉬 판단이 들지 않아.. 같이 부엌으로 따라 들어갔다. 살짝이라도 허리를 숙이면 옷감이 수축될 터이고 형수의 등자락에 걸린 브래지어의 끈, 그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터이니 그걸 확인하잔 심산으로 따라 들어갔던 것. 그냥 물이나 달라는 말과 함께...

"....잠시 잠깐 떠올렸던 생각 하나가 쉽게 사그라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억이 맞다면, 그 때의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을 게다.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의 형수"를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예상이 아닌, 기대치로 그려진 망상과 같은 것이었고 선배에게 요구를 해보라고 말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성적인 망상이 현실화되는 순간은 오히려 당황을 초래하기도 하는 법.. 어쩌면, 형수는.. 내가 생각했던, 판단했던,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보다 빨리, 어쩌면 오늘... 저 보지를 벌릴 수도 있을까? 라는 망상에까지 이르렀다. 심장이 두근두근. 한꺼풀만 벗기면 새하얀 나신이 펼쳐질 터인데... 환한 대낮에 어여쁜 형수의 육신을 실컷 유린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이르자 입이 마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찰나,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야?"
"..방금 도착했어"
"야 집에 도착했으면 전화를 해야지"
"..하려고 했지"
"형수 옷 뭐 입었냐?"
"..그냥... 츄리닝"
"아 씨바 그때랑 똑같이 입으라고 시켰는데..."
"......!!!"

현실에 접근했던 망상이 깨지는 순간은 허탈했지만 차라리 홀가분했다. 바라는 것이 너무 쉽사리 이루어져도 실망스러운 법이고 더구나 여자의 성적인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기 마련이다. 스와핑을 제의했는데 흔쾌히 수락했던 뇬 앞에서 느꼈던 배신감, 허탈함. 뭐 그런 기분과도 비슷할 터이고, 선배에 대한 걱정(완전 내숭인 뇬한테 낚인거네?)따위도 조금은 존재했던 듯 싶다. 선배도 그랬겠지만, 나 역시.. 조금은 어려웠기를 바랐던 마음이 있었는데 그건 그저, 선배가 느낄 배신감이 최소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튼 형수는 속옷을 입지 않았다... 이미 겪은 일이라지만 상황 자체가 이전과는 달랐다. 이미 비슷한 일이 한차례 있었던 날, 섹스 도중 내 얘기를 하며 흥분하던 남편을, 형수가 모를 리는 없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느 정도는 짐작을 할 터인데... 지랄지랄하면서 화를 냈다지만, 그럼에도 형수는 선배의 요구에 응해주었다. "내숭인가? 아니면 남편에 대한 순응인가? 혹은 이미 즐기는 차원으로 발전한 것인가...?"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흥분되었던 심정이 진정될 즈음, 상황이 묘하게 꼬여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름 형수를 위한답시고 선배에게 구라(츄리닝 입었다고)를 친 건데.. 이게 뽀록나면 내 입장이 곤란해지는 것이다. 형수가 솔직히 말해버리면, 선배는 나를 다그칠 터이고..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면, 내 입장에선 고맙지만, 물음표의 궤적은 커질 터이고.

무턱대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은 컴퓨터부터 고치고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서재로 들어가 형수의 컴퓨터가 놓인 자리에 앉았고, 잠시 후 형수는 내 옆인, 선배의 책상에 앉았다. 한번 떠 볼 심산으로 던져본 물음.

"하실 일 있으면 다른 거 하셔두 되요"
"..말동무라도 해주려고 했는데, 싫어요?"
"저야 좋죠~ 뭐 재밌는 얘기 있어요?"
"..글쎄요.. 어떤 얘기 해줄까요?"
"그냥 아무 얘기나.."
"..음~ 뭐가 재미있을까.."

"야한 얘기" 라는 말을 뱉기 위해 "뭐 재밌는 얘기 있어요?" 로 유도를 한 것인데 결국 뱉어내지는 못했다. 형수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선배의 컴을 켰다. OS 설치는 처음만 조금 깨작거리면 지가 알아서 설치를 하는 터라, 세팅을 해놓고 옆을 보니 형수의 라인이 그대로 드러난 채 내게로 향해 있었다. 형수는 내 우측에 앉아있었는데.. 책상 밑으로 의자를 넣지 않고, 내쪽으로 의자를 틀어놓은 상태. 그 상태에서 상체만 살짝 돌려 마우스 클릭질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런 자세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좀 전엔 분명 의자의 위치가 달랐던 것 같다는 생각만 얼핏 들었고, 내 눈은 빠르게 형수의 몸을 스캔하고 있었다. 단추는 두개 풀렸던 걸로 기억하고. 다리는 꼬아져있고.. 허벅지는 거의 드러난 채, 내 앞에서 그 라인을 뽐내고 있었고...

"이 노래 좋아해요?"

말과 함께 고개가 돌려진, 형수의 얼굴을 한발 늦은 타이밍으로 봤었을 게다. 여자는 직감으로 남자의 시선을 인지한다며.. "가슴 훔쳐보는 거 다 안다" 말하던 언뇬의 말이 그 순간 생각이 났던 건, 아마 내가 형수의 몸매를 훑어보고 있었음을 들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을 터. 살풋 당황한 채 "무슨 노래요?" 라는 답을 했는데 형수는 (내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묘한 웃음과 함께 볼륨을 높였다.

아는 노래였다. 브릿팝. 다소 매니아틱한 성향의 노래였는데 브릿팝을 꽤나 좋아했던 터라 쉽게 대답을 하고 부연설명까지 덧붙여주니 형수는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자는, 자신과 같은 공감대에 놓여있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법이다. 더불어 상식이나 잡지식등을 물었을 때에 "제대로 된 답변" 이 나왔을 때에도 호감을 느낀다. 노래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 좋은 징조였다.

"제 주변에서 이 노래 아는 남자, XX씨가 처음이에요"
"..브릿팝 좋아해요?"
"아뇨 잘 몰라요. 그냥 이 노래랑 다른 노래 몇갠데 장르는 몰라요"
"..무슨 노랜데요?"

대략 5-6개의 곡을 얘기했었는데 아마 1곡만 모르고 다 알았던 걸로 기억한다. 난, 몇개의 곡을 메모지에 적어주며 들어보라고 했다. 이 곡들이 마음에 든다면 그 쪽 취향일 테니 추후 더 가르쳐주겠다는 말과 함께.

형수는 잊었던 것이 생각났던 양, "아~" 라는 감탄사와 함께 내게 스타크래프트를 잘하느냐고 물어왔다. 스타 방송을 보던 도중 선배가 말을 해줬다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을 걸어오는데, 뭔가 자꾸 건전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 같아서 난감했지만.. 잘한다고 답변을 했다. 지금이야 안한지 오래됐다지만, 사실 정말로 스타를 잘하긴 했었다. 형수는 여지없이 선배의 바탕화면에 있던 브루드워 아이콘을 눌러버렸다..

"씨바.. 작업은 커녕, 게임하게 생겼네..."

딱히 분위기를 전환할만한 거리도 없었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 형수는 신이 난 듯, 스타에 접속했고.. 의자는 책상 밑으로 들어가버려서 형수의 몸매마저 가려버렸다. 가끔 오빠(선배)랑 둘이 게임을 했는데 오빠가 너무 못해서 맨날 진다는 불평을 하는 얼굴엔 마치 구세주를 만난양 화색이 돌았다. 내 머릿속엔 어떻게 분위기를 전환해야 할 것이냐라는 생각만 가득찼고..

어떤 종류의 게임이든.. 여자 혼자서 독학하거나, 여자에게 배움을 받는 경우는 드물기 마련이다. 자신의 남친이나 선배, 이성친구등에게 배우는 게 흔한데 보통은 남자친구에게 배우는 경우가 가장 흔한 법이다. 분위기 전환겸, 과거 남친 얘기의 실낱이라도 끄집어 낼 심산으로 물었다.

"근데 누구한테 처음 배웠어요?"
"..옛날 남친"

너무도 쉽게 대답이 나왔다.

"옛날 남친은 잘했어요?"
"..네 좀 했었죠. 맨날 피씨방에 살고.."
"근데 언제적 남친?"
"..하하, 오빠(선배)한텐 말하지 마요. 그냥 학교 다닐 때 남친"

가벼운 농담 분위기에서 소소한 비밀 하나가 공유된 셈이다. 뭐 옛날 남친이 게임 가르쳐준 것이 비밀을 지킬만한 거리는 아니라지만, 그렇게 말을 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법.

"그 남친이 선배랑 결혼하기 전 마지막 남친?"
"..호호, 뭐가 그렇게 궁금해요?"
"아니 그냥..."
"..오빠가 물어보라고 시켰어요?"
"아뇨~"
"..음.. 일단 한겜하고 말해줄게요"

형수는 초보였다. 프로토스를 선택했었고. 무한맵 4:4였나? 여튼 팀플 공방에 들어가서 키보드 보고 단축키 누르며 열심히 게임을 하는데 보기에 답답할 정도였다. 옆에서 훈수를 두던 도중, 형수에게 공격이 들어왔고, 형수는 급히 마우스를 내게 내밀며 "막아달라" 고 요구를 했다. 자원이 많이 남았던 터라 건물을 마구 지어대며 컨트롤을 시작했고 게임에 정신을 쏟던 와중... 형수가 말했다.

"앉아요"

난, 엉거주춤 살짝 옆으로 서있던 상태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고 형수는 의자를 살짝 뺀 상태였던 걸로 기억한다. 정신이 없었다. 이미 게임에 정신을 쏟고 있는 상태였고 형수의 말에 반사적으로 다리를 옮겨 엉덩이를 빼어 의자에 걸터앉았던 것.. 형수가 그 의자에 앉아있었느냐 여부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로... 아니, 당연히 자리를 비켜줄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앉은 후에야 형수의 앞에 내가 포개어 앉아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게임하랴.. 돌발적인 상황에 당황까지 하니 정말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형수의 다리는 어떤 상태지? 아 씨발 공격 또 오네.." 게임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되니 일단은 게임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순간 형수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수의 다리가 벌려진 틈, 그 사이에 내가 앉아버렸던 건데.. 아마 내 상체에 가려 게임 화면이 보이지 않았던 듯.. 엉거주춤 자세를 잡더니 양발을 의자 위에 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한마디로 의자 위에서, 양껏 다리를 벌린 채(그 벌린 틈 안엔 내가 앉았고) 쪼그려 앉은 자세라고 보면 될 게다. 그리곤 엉덩이를 살짝 들어 손을 내 어깨 위에 걸친 채, 내 얼굴 바로 옆에서 화면을 응시하는 자세가 되었던 것이다.

게임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무한맵이야 뭐 누워서 떡먹기이니.. 아마 내가 휩쓸다시피 다 털어버렸던 걸로 기억한다. 형수의 입에선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고.. 난, 게임이 기운 후에야.. 내 등에 눌려진 형수의 가슴과 그 아찔한 상황을 곱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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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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