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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0 1,203회 0건
확신의 어조가 섞인 물음이라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을 테지만, 난 대답을 하는 것도 마는 것도 아닌 상태로 우물쭈물한 답변을 하고 말았다. "아.." 라는 감탄사. 아니 추임새? 뜸들임? 어떤 답변도 떠오르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저 내가 뱉을 수 있는 언어라고는 그것밖에 없었다. 시선을 피했음에도 형수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어있다는 것이 느껴질만큼 팽팽한 분위기.. 형수는 또 한번, 확신에 찬 질문을 던졌다.

"전에도 나 속옷 안입은 것 알고 있었죠..?"

입안의 침이 마르기 시작했다. 대답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두번째 질문엔 그리 망설이지 않은채.. "네" 라는 짧은 답변을 던졌고 형수의 질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침묵..

"어떤 의도로 뱉는 말인 걸까?"

모 아니면 도...? 문득, 형수가 어떤 작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워진 저 다리가 벌려지거나 혹은 영영 닫혀져 버리거나.. 어쩌면 이 둘중 하나가 선택되어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혹여 오늘 성공하면 선배에게 어떻게 말해야하나? 라는 어처구니 없는 망상도.. 떠올랐다.

담요가 걷혔다지만 방어는 충분히 되어있는 상태였다. 보통 여자들이 쪼그려 앉을 때, 치마의 뒷부분을 다리가 접히는 부분에 정렬하며 앉곤 하는데, 형수의 모양새도 딱 그와 같았다. 팽팽히 밀착된 원피스의 끝자락이 허벅지의 뒷부분을 얼추 가린 상태였다. 두 다리는 바짝 붙인 채 세워져 있었고.. 두 팔은 다시 다리를 안은 모양새로 놓여져 있었다. 형수의 얼굴은 무릎즈음에 걸터져 있었고.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저 바보 아니에요..."
"........"
"오빠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 알아요"
"........"
"제가 궁금했던 건 진호씨도 알고있나? 였구요"
"........"
"쓰리섬인가? 그거 해봤다면서요"
"......!!"

선배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나를 팔아먹었던 게다. 언젠간 형수도 알게 될거라 예상했던 바이긴 했으나 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오면, 그 때에 상황봐서 내 경험치를 곁들이자고 서로 언질을 했던 것이었다. 헌데 선배는 상의 한마디없이 먼저 질러버렸던 것이다. "언제 얘기했던 걸까..? 지가 나랑 같이 쓰리섬 한 건 얘기 안한 걸까? 사실 난 쓰리섬 경험은 별로 없는데.. 아 대책없는 인간.."

왠지 형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반격을 해야 할 터인데.. 도무지 어떻게 반격을 해야 할 것인지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다. 코너에 몰린 느낌. 내가 쥔 패를 뻔히 알고 있는 마당에 더 숨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슨 얘기가 나오든, 가급적 다 까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래, 까자"

"저도 형수가 알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뭐가요?"
"형수가 속옷 안입은 걸 내가 알았다는 거... 그걸 형수가 아는지.."
"..훔쳐봤잖아요. 그렇게 훔쳐보는데 당연히 안입은 걸 알았겠죠.."

훔쳐봤다는 표현. 역시나 형수는 그간의 내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면 형수의 행동들 역시 의도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얘기인데.. "왜?" 그러했느냐에 대한 답은 얼추 나와있던 상태였다. 아마도 선배의 요구가 나와 관련이 있었느냐.. 를 체크하기 위함이었을 터, 둘이서 작당했느냐를 알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했던 행동이라 생각되었다. 허면.. 어느정도 확신에 찬 상태에서 했던 행동이었으리라. 침묵이 길어질수록 압박감의 무게가 짙어졌다. 취조를 받는 기분. 혼란과 당황에 빠져있던 나는 또 한번, 섣불리 히든을 오픈해버렸다.

"음... 선배 성향이 좀 그렇긴한데.. 그 성향이 정말 나쁜건 아니..."
"..알고 있었네요?"

낚였다.. 아니 낚였다고 보기에도 좀 우습다. 이미 확신에 찬 생각이었을 테니 확인사살 정도가 맞을 게다. "쓰리섬 얘기도 낚기 위한 지레 짐작이었나? 어디에서 캐치를 한 걸까? 선배가 흘린 건가? 난 나름 조심했고 완벽했던 것 같은데.." 확신을 팩트로 치환시킨 대답인지라 더 이상 보여줄 패는 없었다.

느낌상.. 모가 아닌, 도.. 형수의 다리가 굳건히 닫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형수의 표정은 그 어떤 작위적인 웃음도 없었으며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고 목소리의 톤은 지나치리만치 침착했고 건조했다.

또 한번의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난 어떻게든 반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를 기대하진 않더라도 이대로 진행되기엔 너무 찝찝했으며 억울한 느낌마저 들었다. 타이밍상 나쁘진 않았다. 이미 다 까발려진 상황에서 이런 질문쯤이야 문제 안됐을 테니.

"근데 일부러 그런 거예요?"
"..뭐가요?"
"단추랑 외투 벗은 거.. 선배 오니까 옷 갈아입은 거요"
"..아......."

조금 전의 나와.. 같은 반응. 분명 당황을 하고 있었다. 그 때의 난, 질문을 던지면서도 "떠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 이라는 대답이 나올거라 예상했었는데 그런 대답은 없었다. 먹구름 끝에 볕이 보이던 기분.. 난, 그 한줄기 희망치에 모험을 걸자고 작정했다. 예상 답안을 내 쪽에서 제시하는 것은 형수의 마음을 공감한다는 표현과 같은 것이다. 공감의 질문을 던지고, 그 틈에서 한줄기 볕을 찾아내자는 심산.

"떠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거예요?"
"..네."
"정말로 그것뿐이었어요?"
"..몰라요"

예상치와는 다른,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몰라요. 라는 대답은 다른 무엇도 존재한다는 말과 다름 없었다. 다른 무엇이라면, 형수도 그 상황을 조금은 즐겼다는 것밖에 없을 터이고... 적어도 완연히 싫지는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형수가 물었다.

"그 쓰리섬이라는 거... 그거 이해되세요?"

일말의 고려 가치도 없었다면 내게 의견을 묻지도 않았을 게다. 완연히 미친 짓,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그간의 일들도 애초에 차단했을 터이고 선배에게 못을 박았을 게다. 이미 던져진 윷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형수는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그 일탈들에 대해 어떤 합리화의 근거나 설득을 찾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짧은 숨을 고른 후, 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선배의 마초적인 성향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도 설명을 덧붙였으며, 내 경험 이야기도 살짝 꺼냈고, 영은이 얘기도 살짝 꺼냈지만 조금은 걸러서 얘기를 했다. 내가 소개를 했다는 얘기는 생략했고;; 셋이서 했다는 얘기도 생략을 했다. 다만, 영은이라는 아해가 선배의 마초적인 성향, 즉 SM을 어느정도 충족시켜주었다는 얘기를 했으며 형수에 대한 성향도 그 최종 목적은 SM쪽에 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기실 선배는 첫번째 방향 제시를 잘못 선택했었다. 마초적인 성향을 받아줄 수 있는 음탕한 년으로 만드는 것이 선배의 가장 큰 목적인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 일단은 Open 부터 시키자는 마인드로, 쓰리섬과 스와핑을 꺼냈던 것이다. 그것들이 익숙해지면 SM도 자연스레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던 것.

나름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SM이 되면 보통 스왑과 쓰리섬도 수월해지기 마련이나 스왑과 쓰리섬을 해도 SM은 안되는 여자들도 흔하다. 선배에게도 그런 얘기를 꺼냈었지만 자신이 해내기엔 도저히 자신이 없으니 일단은 내게 맡겨서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실상 선배가 원했던 SM의 정도는 그리 심한 수준도 아니었다. 그저 맘껏 욕을 할 수 있고 원하는대로 섹스를 하는 것. 수치심도 흔쾌히 받아들이는, 음탕한 년. 이것이 선배가 원한 진짜 형수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난 위와 관련된 얘기들을 주로 뱉어냈다. 남자의 마초적인 심리에 대한 썰도 풀어냈으며, 성적인 일탈. 그 판타지에 대한 얘기들도 섞었고.. 특히 선배가 원하는 바가 마냥, 쓰리섬에 방점이 찍혀있진 않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아마 형수가 "음탕하고 밝히는 여자(년이라는 표현은 차마 하지 못했다)"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란 얘기를 했다. 설령 쓰리섬등을 원하더라도 그것은 시간이 많이 지난 후가 될 것이란 얘기도 덧붙였다. 기실 이런 얘기들은.. 내가 섞여있던 문제에서 둘만의 범주로 좁혀버렸던 것이기에, 내 입장에서 보자면 비관적인 측면이 강했다. 선배가 잘못 제시했던 방향이 바로 잡힌다는 것은, 쓰리섬은 일단 차후 문제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니까.

형수가 내 장황한 이야기에 동의치 않았다면 황당하다는 표정등의 반응이 나왔을 터인데 그런 것은 없었다. "남자들은 참..." 이라는 추임새도 있었고 "진호씨 말 잘하네" 라는 추임새도 있었다. 말을 잘한다는 반응은 적어도 설득력은 존재한다는 얘기였다.

형수는 또 "왜 더 쉬운 길을 놔두고.." 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마도 선배와 둘이서 할 수 있는 그 "음탕한 년 모드" 는 어렵지 않음을 일컫는 것이었을 게다. 조금은 놀라운 반응이었다. 형수의 반응에선 어떤 안도감이 비추어졌다. 아마 아내를 남에게 주는 것이 일순위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었으리라.. 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한편으론 "이렇게 나는 떨어져 나가는 것인가?" 라는 우려도 들기 시작했다. 길고 긴 이야기는 끝이 났더랬는데 정작 놀라웠던 형수의 추임새는 내 이야기가 다 끝난 후 뱉어진 말이었다.

"비슷한 일을 겪어보긴 했는데.."
"..네? 뭐가요?"
"아니에요. 진짜 고마워요. 무슨 말인지 다 알겠어요"
"..뭔데요?"
"아니에요.. 나중에 말해줄게요. 정말 고마워요"
"......."

두번의 거절, 채근하긴 힘들었다지만 비슷한 일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쉬 파악은 되지 않았다. SM쪽의 음탕함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쓰리섬을 말하는 건가? 혹은 둘 다인건가...? 오랜 연애를 했다니 별의 별 짓 다 해봤을 터인데, 여하튼 적어도 둘 중 하나임은 분명해보였고 전자에 무게를 두었던 걸로 기억한다. 더 이상 감출 것은 없었다. 남편인 선배보다 더 깊은 속내가 오고 갔고, 난 털리다 못해 아예 다 까발려버렸다. 내게 남은 히든은 없는 셈인 것.

"근데 오늘 복장도 선배가 시킨 거 맞죠?"
"..네. 아침에 나가면서 신신당부를...."
"뭐라고 했어요?"
"..그냥 화냈죠 뭐"
"근데요. 아까 선배한테 전화왔는데 그냥 츄리닝 입었다고 말했는데.."
"..왜요? 전에도 말 안한 것 같던데.."
"그냥 뭐.. 전에도 선배 모르게 행동하길래.. "
"..배려한 거예요?"
"뭐 그렇죠.."

곤란했던 상황마저도 처리했다. 형수는 확실히, 한결 밝아진 모습이었다. 다시금 얼굴에 웃음이 서리기 시작했고 목소리의 톤도 조금은 올라간 상태였다. 일단락된 해프닝. 형수의 반응과는 다르게 내 기분은 급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눈요기만으로 끝난 희생.. 뭐 그런 느낌이었다고 보면 맞을 게다. "언젠가 기회는 오겠지. 그래 너무 일렀어" 난, 정말 사심없이 이만 가야겠다는 얘기를 꺼냈고 혹시라도 도움될 일 있으면 언제라도 물어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형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를 잡았다.

"벌써 가려구요? 다른 약속 있어요?"
"..아뇨 없어요"
"그럼 더 놀다 가세요. 나 마사지도 해주고.."

새삼 다른 의미를 부여하겠단 생각은 없었다. 어떤 고마움 덕에, 혹은 속내를 털어놓은 후 가까워진 친밀감 탓에 그랬을 가능성이 높을 터인데.. 허탈했던 기분의 난, 형수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형수는 거실로 나간 후 쇼파에 엎드린 채로 누우면서 뒷부분을 무릎담요로 덮었다. 형수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덮은 무릎담요. 그 제기랄 놈의 무릎담요는 "이젠 더 이상 쓰리섬 따위는 생각지 말아요" 라는 것을 말하는 듯, 높다란 벽처럼 느껴졌고...

이러든 저러든 난, 형수의 어깨를 주물렀고 머리, 이마, 등을 천천히 순회하면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오일을 발라야 제맛인데.." 라는 말을 꺼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더랬는데 차마 입밖으로는 뱉지 못했다. 마사지를 하는 동안 형수는 그간 자신의 고민을 살풋 내비치기 시작했다. 첨엔 정말 미쳤다는 생각만 했었고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는지 의심스러웠다며, 권태기라면 모를까.. 결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이러나.. 이 사람을 믿어도 되나등등.. 뭐 이런저런, 그런 제안을 받게 되면 흔히들 할만한 고민들이었다. 형수는 내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며 자신의 책임도 조금은 있는 것 같다. 라는 말을 덧붙였다. 자신이 소극적이었던 건 인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고도 했었고..

"쓰리섬이 그렇게 싫었다면.. 음탕한 년은 자신있다는 말인가...?"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내 머릿속을 지배하던 생각이었다. 오래 만났다는 남친.. 나쁜놈이라는 표현. 그놈과 어떤 섹스를 했으며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쁜놈이라고 했던 걸까? 바람을 피운 걸까...? 간간히 형수의 이야기에 동조를 해주면서도 내 머릿속은 다른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다. 어느 정도 자신의 심정이 해소되었는지 형수의 이야기는 조금씩 말의 간격이 늘어났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형수는 내게 왜 말이 없느냐며 채근을 해왔다. 그냥 뭐 딱히 할말이 없다는 대답을 하자, 형수가 다시 대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전에 둘이 영화 본 날, 나 이상하게 봤죠?"
"..네?"
"아니 둘이 있을 땐 외투 벗었다가 오빠 오니까 옷 갈아입고.."
"..아.. 이상하게 생각 안했어요"
"근데 단추는 어떻게 알았어요? 예리하다 진짜"
"..뭐 관심을 집중했으니까"
"근데 진짜 이상하게 생각 안했어요? 왜요? 완전 미친년이지..."
"..떠보는 거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둘 다 눈치채고 있었던 거네"
"......"
"근데 안불편해요? 올라와서 해도 괜찮은데..."

그 어떤 한계선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용기가 없었던 걸까? 올라앉은 자세로 해야 마땅했음에도 난, 바닥에 서서 허리를 굽힌 채 마사지를 하고 있었던 것.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고 있던 형수는 내 자세가 신경이 쓰였던 겐지, 나름의 배려(?)를 해주었던 것이다. 올라간 후, 자세에 따라 몇번 형수의 엉덩이 혹은 허리에 내 엉덩이가 닿긴 했지만 별 다른 느낌은 없었다. 마사지가 마무리 될 즈음, 일렬로 널부러진 팔을 잡아 주무르다가 예전엔 하지 않았던 손바닥과 손가락까지 마사지를 해주었다. 형수는, 다 끝났다는 신호를 보였음에도 널부러진 상태로 누워있었고.

마사지를 마친 후 난 형수의 발 끝, 그 바로 옆에 앉았다. 형수는 좀만 누워있다가 자신도 나를 마사지 해주겠다는 말을 했지만 난 괜찮다는 말로 사양을 했다. 딱히 발 페티쉬나 뭐 그런 성향은 전혀 없었다. 그저 손도 해주었으니 발도 해줄까? 라는 생각이 들어 형수에게 물었고.. 형수는 "그러면 고맙죠" 라며 대답을 했다.

발에 손을 갖다 대고 막 만지던 찰나, 형수는 "잠깐만" 이라는 말과 함께 자세를 바꾸었다. 형수는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킨 후 내 앞으로 앉았다. 그리고 두 손을 뒤로 놓아 몸을 지탱한 상태에서 두 발을 내밀었다. 난 한쪽 다리를 양반다리로 올려서 형수와 정면으로 보이는 자세를 취했고... 무릎담요는 살풋 흐트러진 상태로 형수의 옆에 살짝 걸쳐져있었다. 흐트러진 담요가 거추장스러웠던 걸까? 형수는 담요를 정렬하여 다리에 놓는 듯 하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울 지점은 지났다. 내 머릿속은 그렇게.. 반응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 형수의 두발은 쭉 펴진 채로, 내 접혀진 다리즈음에 걸터 있었는데, 형수는 곧 한쪽 다리를 세우기 시작했다. 치마의 앞부분이 올라갔고 틈새가 생겼다. 자세가 불편했던 걸까..? 이제와서 뭘 어쩌자고 저러는 거지? 날 놀리는 걸까? ...아니 일부러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 시선은 형수의 발에 머물러 있었기에 형수의 벌어진 그 틈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면 보였을 테지만 난, 묵묵히 시선을 고정시켰고 한쪽 발의 마사지를 끝낸 후에도, 시선은 아래로 유지한 채, 내 손으로 다른 쪽 발을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웃음소리. 뜬금없는 형수의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재밌다. 얼굴 빨개졌네.. 미안해요. 안그럴게"
"..........."
"고개 들면 바로 다리 내릴려구 했는데..."
"..장난치지 마요"

그닥 화가 났던 건 아니다. 빨개졌다는 말에 정색을 했을 뿐이었고 마땅한 반응이 생각나지 않아 툭 던졌던 말인데 형수는 내가 화났던 걸로 생각했던 듯 싶었다... 청개구리 심보였을 게다. 난, 미안하단 말이 반복되어 나오자 더 정색하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형수는 적잖게 미안한 듯 당황하다가 지레 찔렸던 듯 싶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떠볼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
"그냥 장난친 건데.. 화 풀어요. 미안해요"
"..화 안났어요. 보여줄 거면 제대로 보여주든가.."
"안보여줄 건데?"
"..이미 보여줘놓구선..."
"제대로 못봤으면서.."
"..그래도 볼 건 다 봤는데"

장난이라 하였으니, 나도 농담조로 받아쳤다. 기실 작업을 함에 있어 농담섞인 분위기가 가장 자연스러운 법이다. 거절하는 입장에서도 가볍게 흘릴 수 있을 터이고 재촉하는 입장도 농담이라는 핑계로 넘길 수 있을 테니까. 적어도 뻘쭘한 상황은 면할 수 있는 법이고, 농담의 수위가 올라가는 동안, 상대의 사심을 캐치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분위기는 좋아졌다. 난 그 타이밍에 살풋 진지함을 섞어 물었다.

"전에도 장난이 섞였던 거예요?"
"..뭐 그런 것도 있고"
"또 뭐?"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세요"
"........."

마사지가 진행되는 동안 형수는 다시 다리를 세우지는 않았다. 살짝 다리를 접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위로 세웠던 게 아니었던 터라 각도도 나오지 않았다. 마사지가 끝난 후 난 손을 씻으러 갔고 형수는 과일을 꺼내왔다. 잠시 과일을 먹으며 평범한 얘기들이 오고갔고 선배와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겠다는 얘기도 했었다. 난, 오늘의 일은 선배에게 보고 않을 테니 형수가 알아서, 잘 말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아마 그날 들었던 "고맙다"는 말이 10번은 족히 넘었던 듯 싶었다. 고마움에 대한 연장선상이었을까? 아니면 장난에 섞인, 뜻모를 그 속내가 섞였던 걸까? 이제 그만 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내게 형수가 말했다.

"나 보고 싶어요?"
"..네? 지금 보고 있잖아요"
"아니.. 그거 말고.."
"..뭐요?"
"내 몸.."
"..아....."
"......."
"..당연하죠"

"당연하죠" 라는 내 대답은, 잠깐의 뜸을 들인 후 활짝 웃는, 다정한 느낌의 미소로 뱉어졌다. 나름의 연기;;; 그 잠깐의 텀 동안에 살풋 아쉬운듯 하면서 편한 느낌을 주는 것이 최적의 대답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형수가 옷을 벗겠다는 것. 그것은 아마 대화의 두번째 텀에서 짐작을 했던 것 같다. 더불어 그 어떤 성적인 욕구가 아닌, 해프닝으로 끝날 쓰리섬 게임(?)에 대한 아쉬움. 미안함. 고마움... 마지막 서비스 차원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섞인 상태에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그 때 형수의 입술은 살짝 오무려진 채 삐죽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결심 직전의 망설임.. 뭐 그런 것이었으리라. 그 모습은 형수를 알게 된 후, 가장 섹시하고 흥분되는 모습으로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있다. 다른 여자들조차도 그런 모양새를 취하면 흥분할 정도가 되었으니까..

형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거실 한쪽, 안방 문 앞에서 잠시 단추를 푸는 듯한 행동을 보이더니 "잠깐만요" 라는 말과 함께 이내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변덕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5분여 기다렸을까? 살짝 짜증도 났고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라는 생각, 부담을 주기 싫단 생각도 들었던 터라 난 닫혀진 방 앞에서 말을 걸었다.

"나 그냥 갈까요...?"

"그냥 갈게요" 라고 말하려 했는데 다른 말로 치환이 되어 나왔다. 뱉어진 말이 아마 진심이었을 게다. 형수는 곧바로 "잠깐만요" 라는 대답을 했다. 형수는 곧 문 열어도 된다는 말을 전했고.. 나는, 닫혀졌던 문을 열었다...

오후의 볕이 서녘 하늘, 끝자락에 걸릴 즈음이었다. 방안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형수는 하얗고 큰 타올로 몸을 감싼 채 침대 끝에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형수의 목소리는 분명 떨렸던 걸로 기억한다.

"10초만 보여줄 거예요"
"..좀 더 써요..."

자리에서 일어난 형수는 타올을 걷어 자신의 몸을 드러냈고, 떨쳐진 타올을 자신의 얼굴로 가져갔다. 하얀 피부. 봉긋하게 솟은 가슴.. 많지 않은 터럭의 보지..... 얼핏 스쳤던 편린들이 하나의 사진처럼 완성이 된 상태였다.

"됐죠?"
"..아직 10초 안됐어요"

감탄이 이뤄지기도 전에, 형수는 타올로 자신의 몸을 가렸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들어가던 도중 탱탱한 엉덩이도 보였고.. 잠깐동안 이불 속에서 뒤척거리던 형수는, 어느새 아까의 원피스 차림으로 갈아입은 후 침대에서 일어났다.

다가가서 어떤 액션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에야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훗날 형수는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로, "혹여 꼬시는 걸로 오해할까봐, 와서 덮치면 어떡하나.." 였다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나를 믿었고 좋게 봤기에 그 망설임을 떨칠 수 있었다고 했고.. 내가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기에 더 좋게 보게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관 문 앞에서 뽀뽀쯤은 기대했다는 말과 함께.

그 어떤 사안을 결정하는 사람의 마음은 확률의 그것과 같다. 감성과 이성, 상황과 기분등의 변수로 결정지어지는 터라 때때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변덕.. 형수의 마음은 그 어느 선상에서 헤맸던 것일까..? 단순한 서비스(?) 차원이었을까? 아니면 내게 성적인 욕망.. 혹은 호감을 느꼈던 걸까? 단언컨데, 어느 한쪽으로 완연히 치우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그 날의 일. 두번째 게임이 결코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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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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