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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1 934회 0건
순간 "내가 잘못 짚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수의 "앉아요" 라는 말이.. 형수가 앉았던 의자가 아닌, 내가 앉았던 의자를 지칭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내가 앉았을 시, 형수의 다리 위에 엉덩이가 걸터지는 게 맞을 터인데 그런 느낌은 없었다. 내 엉덩이가 형수의 의자로 향하는 걸 보고 형수가 다리를 벌린 것일 수도 있다. 아니 그렇다면 그냥 자리를 비켜주면 될 터인데.. 형수는 그러지 않았다.. 즉, 내가 실수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

"설마 형수가 이 모든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렇게.. 황당하게 밀착된, 스킨쉽이 허용될만큼 천진난만하고 애교가 많았던 성격이었나?"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작금의 상황은 당췌 통용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형수가 선배의 판타지에 동의를 했다면 모를까? 완연한 거절 의사를 표현했는데, 그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놈의 등에 붙어 자신의 가슴을 밀착시키는 행위... 는 쉽사리 이해되기 힘든 행동이었다.

형수의 원피스 치마는 한껏 올라가 있었을 테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벌떡 일어나서 뒤돌아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짐작으로 추정될 뿐, 얼마만큼 드러내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허나 남편의 후배와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아주 밀착된 상태로, 보지를 드러내고 있음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추후에 난, 다른 여자로 비슷한 실험을 해보았는데;; 정면에서 보면 보지가 확연히 드러난 상태였고 옆 혹은 위에서 보면 각도에 따라 얼핏 보지가 보이는 정도였다. 형수의 자세는 그렇듯, 남편의 후배 앞에서 적나라한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다만, 내 자세의 방향 탓에 볼 수 없었던 것이고..

물컹한 느낌, 형수의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 정도로 밀착된 얼굴. 나름 여자 경험이 많아 고수(?)로 평가 받고 살았다지만 당시의 상황에선 쑥맥과 다를 바 없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게임은 천천히 마무리했다. 그 상황을 조금 더 즐기고 싶었고, 게임이 끝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시간을 끌었던 건데.. 난 게임이 끝남과 동시에 일어나기로 작정했다. 돌발 상황에 돌발적인 행동으로 대처하는 것. 무턱대고 덮칠 생각은 결코 없었으니 적당한 선에서, 그 상황에 장단을 맞추기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돌아서서 정면으로 형수를 볼 생각이었다.

게임은 끝났고... 난, 일어섰다.. 그리고 돌아섰다..

난 내 시선을, 형수가 인지할 것을 알았음에도, 일부러 아래로 향했다. 형수는, 아마 내가 일어남과 동시에 다리를 모았을 터인데.. 완벽히 모으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아마 그럴 여유가 부족했으리라...

곧추 세워진 두 다리의 살짝 벌어진 틈. 그리고... 원피스 끝자락의 뒷부분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접혀져 있었기에, 세워진 허벅지의 뒷부분 역시 틈이 있었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만나는, 그 사이의 옷이 다소 구겨져 있었고..

보였다. 형수의 보지..

얼핏 드러난 그 틈 사이로, 내내 갈망했던 형수의 보지가 살풋 그 모양을 드러내고 있었다. 예의 그 가슴을 봤을 때 처럼, 얼핏 스치듯 보았기에.. 확연한 보지의 생김새는 인지하기 힘들었지만, 터럭이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정도의 느낌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선을 이동했다거나 자세를 바꾸지도 않았다. 일련의 행위들. 그 연결점들이 자연스러웠는지는 모르겠다. 나름 자세가 불편한 듯 살짝 몸을 비틀어 일어나는 모양새를 취했고.. 돌아선 후, 곧바로 시선이 향했다기 보다는, 살짝 사선으로 내려 깔았던 것 같기도 하고...

형수는 분명 내 시선을 인지하고 있었을 게다. 그러라고 일부러 향했던 시선이었고, 자세를 돌림과 동시에 스타에 관련된 말을 몇마디 꺼내다 우물쭈물하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모를 리는 없었다. 자신의 보지를 남편의 후배에게 드러냈다는 것. 그것을 자신도 알고 후배도 아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 그 과정이 어떻든간에, 참으로 놀라운 발전이었다.

짧은 텀이었다. 5초? 아니 3초...? 아니 모르겠다. 그보다 더 짧았을 수도 있다. 머물렀던 시야에 잠깐 보지가 비추었고 형수의 움직임과 함께 곧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형수는 옷을 추스림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풋 바알갛게 상기된 볼이라는 내 생각이, 착각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형수는 분명 어설프게나마 웃고 있었다. "게임 진짜 잘하네" 라는 말과 함께...

어쩌면 그 때에 내가 했어야 할 말은.. "왜 팬티 안입고 있어요?" 였을지도 모르겠다. 보였다는 사실을 뻔히, 서로 알고 있는 마당에.. 모르는 척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대로 질러버렸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 본래의 나였다면, 형수라는 특수한 관계 설정이 아니었다면.. 난 분명 그렇게 말을 뱉었을 것이다. 허나 난, 더 이상의 무엇을 진척시키기엔 자신이 없었고;;; 무엇보다 당시의 난, 형수가 선배에게 OK를 한 후, 일이 일어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일단은 수동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낫단 판단이 들었다.

형수는 잠시 잠깐 책상 위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아마 뻘쭘한 탓에 나온 행동이었으리라.. 잠깐의 의미없는 행동을 보인 후 형수는 방에서 나갔다. 그리곤 잠시 후,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 텀은 꽤나 길게 느껴졌고.. 선배의 컴을 만지작거리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형수는, 밝은 웃음으로 방으로 들어왔다.

난, (형수가 앉았던) 선배의 자리에 앉아서 인터넷을 보고 있었고... 형수는 옆자리에 앉았다. 부러 의식을 안한다는 듯, 내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던 터라 잠시 침묵이 흘렀는데.. 그 침묵을 깬 건 형수였다.

"진호씨, 왜 여자친구 안만들어요..?"

화제가 돌려진 상황이었다.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형수를 바라보니, 의자를 돌려 나를 향하고 있었다. 형수의 자세는 내가 보지를 보았던, 그 자세와 같았는데.. 다른 점이라면, 완벽한 방어가 되어있었다는 것.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었던 건지, 어느새 무릎담요로 자신의 다리를 덮어두고 있었다. 아까보다 감흥은 떨어졌다지만, 저 담요만 걷으면 또다시 보지가 보일 텐데.. 라는 생각에 이르자 가슴은 또다시 두근거리고 있었다.

"아니 뭐 그냥.. 때되면 생기겠죠"
"..여자 많이 만났죠? 오빠가 그러던데.. 바람둥이라고"
"내가 누차 얘기를 했는데.. 여친 있으면 바람 안펴요. 없을때 여럿 만나는 건 바람이 아니지"
"..그럼 지금은 여럿 만나는 거예요?"
"아뇨 없어요.."
"..있다는 것 같은데?"
"음.. 좀 애매한 애들은 있긴 한데 연락 안한지 꽤 됐어요"
"......."
"......."
"..진호씨, 오빠랑 나. 잘 어울려요..?"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뜬금없는 이야기의 전환.. 아마 그 지점이었을 게다. 형수의 속내가 단편적으로나마 내게 오픈되었던 첫 지점.. 난, 왜 그런걸 묻느냐고 반문을 했고, 형수는 묘한 웃음을 보였다.. 형수가 내비친 첫 속내는 비교적 간단했으나 꽤나 깊었다. 주변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나 결코 꺼내지 못하는 얘기.

"진호씨가 보기에, 내가 돈보고 결혼한 것 같아요?"

불편한 진실. 뭐 그쯤이면 적당한 표현이랄까? 여튼.. 형수의 입에서건, 아니 주변 누구의 입에서건 나오기 힘든 말이 형수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 난감했으나.. 그런 질문까지 던져진 마당에, 겉치레로 포장해서 위로하긴 싫었다. 본래 성격이 그렇기도 했고.

난, "아무래도 그렇게 보일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 라는 말로 서두를 열었고.. 나름의 위로를 한답시고, 그 여지가 될만한 몇가지 이유들을 나열했다. "형수는 엄청 예쁘다. 선배는 못생겼다. 연애 기간이 짧다. 형수의 스펙은 괜찮은 편이지만 선배에 비하면 부족하다" 라는 말과 함께.. "요즘 다들 능력보고 결혼하는데 그게 뭔 대수예요?" 라는 말도 덧붙였고, "선배가 눈이 높아서 탈이지, 외모도 나쁜 편은 아니고 성격도 좋은 사람이라 사실 결혼하기에는 참 좋은 남자예요" 라는 말과 함께, 나도 첨엔 그렇게 본 측면이 있지만 형수를 겪어본 후에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사실 틀린 말들은 아니었다. 형수는.. 턱을 무릎 위에 올린 채 시선은 아래로 향해 있었다.

"진짜 중요한 건 타이밍인데..."
"..네?"
"뭐..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에요"
"......."

알 수 없는 말을 뱉어내는 형수의 심리가 사뭇 궁금해지긴 했지만, 자연스레 토로될 분위기라 여겼던 탓일까? 난 묵묵히, 그리고 수동적으로 듣는 입장을 취했다. 아마도 선배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동인을 꺼낼 것이라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불현듯, 조금 전 설피 꺼내어졌던, 예전 남친 얘기와도 관련이 있는 건가? 라는 생각.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곧바로 알게 되었다.

"오래 만난 남친이 있었어요..."

과거형의 마음이 범람하여 요동을 칠 때에는, 오히려 잔잔한 톤으로 꺼내어지기도 한다. 심한 폭풍우를 치뤘던 마음 한자락이 꿈틀거리는 것. 형수의 심리는 아마도.. 묵혀두었던 마음이 "어떤 계기"(당시엔 그저 스타라는 게임때문이라고만 어설피 짐작했었다)로 인해 들끓었을 터이고, 추후에 알게 된 바로는 자신과 같은 경험치가 내게도 있음을 알았기에.. 내게 토로했던 것이다.

......이십대의 절반이 넘는, 6년을 만난 남친... 헤어진 후에도 여러번 엮이었다니 1년여를 더 추가해도 될 법한, 그런 오랜 연애를 했다며 덤덤하게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옛남친 얘기는 거의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 선배를 만났고.. 어떤 마음으로 선배와 시작을 했는지가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었다.

헤어진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 선배를 만났다고 했다. 자포자기의 심정이었고 많이 힘들었으며 그저 착하고 배신할 것 같지 않은, 부모님이 좋아할만한 남자라는 기준에 선배가 적합했다고 했다. 여러번 선을 본 것도 아니었고 선배가 두번째 선이었는데.. 첫번째 남자는 잘난척도 심하고 너무 징그럽게 생겨서 거절을 했으며 선배는 그나마 온화한 인상인지라 거부감은 딱히 없었지만 그렇다고 큰 호감도 느끼지는 못했다고 했다. 잘해주고 매너있고 많이 좋아해주기에 조금씩 흔들렸고 "배신을 하지 않을 것" 이란 확신이.. 결혼이라는 결심에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형수의 선택은.. 일종의 "도피처" 라는 심리가 크게 작용을 했던 듯 싶었다. 그렇기에 타이밍이라는 얘기를 꺼냈던 것 같았고..

"도피처. 그래 도피처.. 간혹 그런 여자들을 봤지. 오랜 연인과 헤어지고 도망치듯 시집가는 뇬들"

형수의 과거는 그렇게 드러났다. 심하게 놀았던 날라리였다거나 많은 남자를 만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다행" 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선배에 대한 순수한 배려심때문이었을 게다. 허나 과거의 남자에게 얽매이는 것 또한 좋은 것은 아니었기에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안쓰러움 마음도 함께..

오래 만난 연인이 헤어질수록, 그 연유가 중요한 법. 넘칠만큼 알고.. 모든걸 보인, 오랜 연인들이 헤어진다는 것은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코드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더 흔한 법이다. 선배에게 있어 가장 안좋은 상황(?)이라면 옛남친에 대한 의리(?)를 배신한 것. 더 큰 능력을 가진 남자에 대한 욕구때문에 헤어졌다는 것일 게다.

뭐.. 그런 경우 흔하잖은가.. 사회에서 빌빌대는 남친을 버리고 근사한 남친을 택하는 경우. 과장해서 예를 들자면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정도가 되겠고.. 그런 경우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물질적인 욕구. 뭐 그런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완연히 떠나지 않은 상태" 즉 이성과 감성이 분리된 상태의 선택인지라.. 감성의 불씨가 활화산처럼 남아있다는 것일게다.... 하여 물었다.

"왜 헤어졌어요...?"
"..그냥 뭐.. 나쁜놈이었어요. 내가 너무 바보같았고"

자세한 연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우려했던 부분은 아니란 판단이 들었다. (결혼 후 형수는 낭비벽이나 사치도 전혀 없었고 상당히 검소했었다. 덕택에 선배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형수의 검소함등을 자랑스레 칭찬하곤 했었다)

아마도.. 옛남친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거나 오랜 인연에 대해 지나치게 불성실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그날 형수의 옛이야기도 그 즈음에서 일단락 되어버렸고.. 난, 말없이 침묵을 하고 있다 내 이야기를 가볍게 꺼냈다.

나 역시 같은 공감대의 선상에 있다는 것. 솔직히 말하자면, 오랜 연인의 헤어짐이라는 것이, 내게 있어서도 아문 상처 헤짚는 행위와 같았으니.. 안타까움과 공감을 표했던 것이고.. 자신의 치부를 드러냄에 있어, 비슷한 경험치를 가진 사람일수록 드러내는 정도가 깊어지는 법이라 형수의 이야기가 더 깊이 드러나길 바랐던 마음도 있었다. 단순한 궁금증도 있었고, 작업을 함에 있어 참고가 될 것이란 생각도... 있었고.

"오빠가 얘기해줬어요.. 참 착했다던데.. "
"..아.. 참 별 얘기를 다 했네"
"착한건지 나처럼 바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

모든 관계는 단계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단계에 따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종류, 혹은 깊이가 달라진다. 처음 형수를 만났을 땐, 하지 못했던 얘기들이 다양해지고 깊어졌으니.. 어쩌면 신체를 맞닿았던 것보다 더 발전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인 교감이랄까? 아직 해가 밝은 오후에 맨정신으로 나누는 얘기치고는 적잖게 무거웠다지만 형수에 대해 꽤나 밀착되었다는 느낌. 속내를 털어놓는다는 것..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

윈도우 설치가 완료되고 자리를 바꾸었다. 의자를 바꿔 앉은 것은 아니고 의자 바퀴를 굴려 서로의 자리만 바꾸었던 것.. 몇개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동안 형수는 선배의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형수는 정면을 응시한 채 내게 말을 걸어왔다. 조금은 건조한 톤이었으나 단호한 느낌의 어조.

"오해하진 마세요. 나 오빠(선배) 정말 많이 좋아해요..."
"..알아요 ㅎㅎㅎ"

잠시 내가 혼란에 빠졌던 이유는.. 방어선, 어떤 확인을 받는 듯한 뉘앙스의 말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게다. "자신의 옛얘기를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와 일어난 소소한 일들때문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중의적인 의미..? 형수는 더이상 자세한 설명을 붙이지 않았기에 그 해석의 몫은 내게 있었지만 당시엔 전자에 더 무게를 두었던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지만.

틈틈이 형수를 훔쳐보다 눈이 마주쳤다. 형수는, 활짝 웃는 모양새이긴 한데, 얼핏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그런 웃음을 내게 보였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엿봤더랬는데, 형수는 내가 적어줬던 메모지를 보며 노래를 찾고 있었고.. 곧, 한곡을 골라 틀더니 볼륨을 올린 채 등을 기대어 감상을 했다. 다소 몽환적인 느낌의 노래..

"다 고쳤어요?"
"..네 거의 다 됐어요"
"노래 좋다.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
"..나중에 파일로 많이 보내줄게요"

컴퓨터 수리를 다 마치고 멍하니 앉아, 같이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형수의 손이 어깨쪽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는 양, 매만지고 있었던 것. 일종의 시그널일까? 분위기의 전환을 꾀하기엔 좋은 상황이었다. "마사지 해줄까요?"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뱉을 수 있었던 터라 난, 잠시 형수의 모습을 지켜보다 말을 꺼냈다.

"어깨 주물러줄까요?"

형수는 또 한번 그 묘한 웃음을 보이더니 괜찮다는 말과 함께 이내 거절을 해버렸다. 물음표...괜찮다는 말을 했다면 자신의 손을 내릴 것이지 계속해서 매만지는 것은 무어란 말인가.. 그럼에도 다시 한번 재촉하지 못했던 까닭은 형수의 그 웃음때문이었다. 지레 찔린 내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마치 뭔가를 알고 있는 듯 하면서 일부러 활짝 웃는, 그런 웃음..

"어렵다. 어려워. 씨발..."

난 살짝 의자를 틀어, 노래가 나오는 컴퓨터를 보는 모양새를 취했었지만 시선의 절반은 형수에 꽂혀있었다. 형수의 자세는 아까와 같았다. 무릎을 세워 앉아있는 상태. 물론 무릎담요로 철저히 가려져있긴 했지만.. 그 모습은.. 극단의 성향인, 보호본능과 마초적인 성향을 동시에 일으킬만큼 자극적이었고 아련한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오늘은 그냥 가야겠다" 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형수의 의자가 나를 향해 돌려졌다. 그리고 형수는 빤히 나를 쳐다보았고.. 저음의 톤, 잠겨있던 목이 소리를 냈을 때, 갈라지는.. 그런 목소리로 나지막히 나를 불렀다.

"진호씨....."
"..네?"

사람의 마음은, 스스로도 측정키 어려운 법이다. 그 때의 난, 형수의 마음이 어느 방향으로, 혹은 어떤 모양새로 범람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형수 본인조차도 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해보였다. 대화의 방향이, 너무도 다른 형태로 뜬금없이 왔다갔다 했다는 것. 어쩌면 형수는 자신의 속내를 바닥까지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에게 던져진 물음표, 감춰진 히든을 보이자는 것..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형수는 나와 시선을 맞춘 채, 무릎 위에 놓여있던 자신의 고개를 살짝 비틀었다. 관찰당하는 듯한 기분. 시선을 회피하겠다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멈춰있다는 느낌을 가지던 그 순간에 다리를 안고 있던 형수의 손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무릎담요를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봉긋 올라와있는 무릎 즈음에, 담요의 끝자락이 걸린다면 급히 떨어졌을 터... 내려지는 속도의 변화가 빨라졌음이 감지됐을 때.. 형수는, 양 손의 엄지와 검지로 담요의 끝자락을 붙들었다. 그리고 두팔을 벌려, 담요의 양 모서리즈음을 잡은 채...활짝 담요를 펼치고 있었다. 형수의 모습이 펼쳐진 담요에 가려진 상태..

"뭐하는 행동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머무를 즈음, 무릎 담요가 내려갔다. 아니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게다. 형수는 살풋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다시금 내 시선에 머물렀다. 그리고 형수의 입에선 예상 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아까... 다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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