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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2 782회 0건
꽃잎



1장 백의의 천사





어느날 뜬금없이 같이 일하던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건냈다.

" 형~! 저번에 말하던거 약속 잡았는데 낼모레 시간 내요~! "

무슨 소리야 이게

여기서 일한지 이제 5개월정도 되는데 나 들어오고 얼마 안되서 들어온 녀석이었다.
나이는 나하고 세살정도밖에 차이가 안나는 녀석인데 나름 딱부러지게 행동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동생처럼 생각하고 대해줬다.
녀석도 금새 형이라고 부르면서 정겹게 나를 대하는 것이 귀여워서 나름 잘 어울리고 있었다.

물론 착하고 바르기만 한 녀석은 아니었다.
이녀석은 마초남에 대한 묘한 동경이 있었는데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허풍스런 녀석의 말에 웃음을 참느라 힘들기도 했다.

남자는 머 이래야 된다 의리에 살고 죽어야죠 형님 머 이런 식으로 얘기하며 불뚝불뚝한 근육을 자랑하며 말끝마나 남자 남자 이러는 녀석이었다.

군대도 시시한데는 가기 싫었다고 얘기하길래 넌 어디 나왔냐 물었던 것이 화근이 되서 한참 녀석의 말을 듣게 되었다.

자기가 원래 HID라는 북파공작원을 지원하려고 했었다고 하면서 처음에는 해병대나 공수부대 지원을 했었는데 훈련이 너무 시시했었다고 거기서 알게 된 곳이 HID라고 했다.
드디어 꿈꾸던 HID 테스트가 있어서 유여곡절 끝에 가게 되었고 목숨을 잃어도 절대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하는 각서 쓰고 테스트받았다고 하는데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알수도 없는 말이라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라고 건성으로 물어보며 듣고 있었다.

지금이야 실미도라는 영화가 나오면서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때는 HID라는 북파공작원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들어본 적도 없었고 다만 남한에서도 북쪽에 간첩처럼 보내더라 라는 카더라 통신정도 소문만 들어봤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마음으로 들었는데 녀석은 신나서 얘기하고 있었다.

" 아... 형 갔더니 진짜 훈련 받는거 같더라고. 칼도 실제 던지고 생존 훈련도 해병대 공수부대하곤 차원이 달라. 진짜 상황에서 훈련했고 실제 총 맞을 수 있는 곳에서 해야 되었기 때문에 실제 훈련받으면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했었지. "

녀석의 눈동자는 반짝거리며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 하지만 선발되서 기간 다채워서 복무하면 재대할때 신분보장해주고 직장도 퇴직금도 단단히 챙겨주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했지. 근데....... "

녀석의 표정이 묘하게 흐려지고 있었다.
난 녀석의 반응이 이상해져서 슬쩍 다시 물었다.

" 대웅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

녀석은 고개를 탁탁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 형, 내가 좀 운이 안좋았어. 마지막 최종 훈련이었는데 실제 북한지역 가까이 가서 하는 것이었거든. 잠복해서 정해진 시간까지 생존해있다가 귀환하는 훈련이었어. 근데 훈련당일 진짜 비가 많이 온거야. 해안으로 침투해서 들어갔는데 비때문에 지형이 무너져서 완전 진창이 되었더라고. "

입 안이 마르는지 꿀꺽 침을 한모금 삼키고 녀석이 말을 이었다.

" 태우고 왔던 잠복선은 이미 돌아갔지, 마땅히 몸을 은신할때는 없지. 좀 있으면 해뜰 시간은 다가오는데 걔네들 순찰하는 시간도 되어가고 완전 똥꼬가 바짝 탈 거 같더라고요.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두엄구덩이에 들어갔어. "

" 두엄구덩이? "

녀석이 나이답지 않게 쭈글거리는 주름이 지는 얼굴에 썩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 히히.... 말이 두엄구덩이지, 완전 똥물이었다구. 그곳에서 24시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가 돌아왔는데 완전 몸이 장난아니었지. 군병원도 아니고 HID 사설 병원에서 거의 두달간 입원해서 죽다가 살았어. 형, 나 원래 머리가 진짜 많았는데 그때 그 일때문에 이렇게 머리숱이 다빠져버린거야. 웃기지? 크크크 "

웃는 녀석의 모습이 약간 미친 사람의 광기같은 것이 느껴졌지만 나름 어느정도 동정심도 생겼다. 나이 답지 않게 노안으로 보이는 얼굴도 어쩜 녀석말대로 그때 사고(?) 때문이었는지 모르는 일이었다.

" 그때 일로 HID에서 나왔지. 다시 재검 받아서 군대 갔는데 현역으로도 받아줄 수 없다는 거야. 젠장. 그래서 공익으로 근무했다고. 푸하하. 아, 쪽 팔려. 형 아니면 얘기 안하는데 형이니까 말하는 거야. "

어쩌면 마초남을 꿈꾸는 녀석에게는 하나의 큰 컴플렉스가 되었을 일이였을텐데 순순히 나에게 털어주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 먼가 뭉클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그뒤 여전히 마초남으로써 남자타령하면서 지내던 녀석이 난데 없이 오늘 나에게 시간을 비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 대웅아, 시간을 비우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냐? "

녀석은 눈을 찡긋 하더니 신바람 나서 말했다.

" 저번에 얘기했잖아요. 내가 소개해주고 싶은 여자애 있다고. 걔하고 연락이 되었거든. 내일모레 서울에 올라올테니까 같이 만납시다. "

아차, 그랬지 참......
녀석이 난데 없이 한달전부터 여자 만나볼 생각 없냐고 하면서 말만 하면 자기가 소개해줄테니 만하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딱 형과 똑같은 스타일이라면서 둘이 정말 잘 어울릴거라는 등, 알고 있는 여자애들 중 가장 참한 스타일인데 자기가 소개해주는 거라는 등 시간 날때마다 갑자기 뚜쟁이가 된 것처럼 소개팅 해줄 테니 받아보라고 얘기하는 통에 그래 언제든 시간 만들어봐라 만나보자 라고 얘기해버렸었다.

어짜피 녀석이 마음 먹은 이상 내가 거부하면 의외로 소심한 마초남인 녀석은 마음에 상처를 입을테고 사실 여자를 소개해준다고 하는데 싫어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녀석이 제대로 된 여자를 소개해 줄 거라는 기대는 안들었지만 그래도 나름 챙겨주고 싶은 형이라고 계속 얘기하는 녀석의 정성이 고마워서라도 만날 생각이었다.

근데 이 행동력 있는 녀석이 바로 일을 추진했던 모양이었다.
대단한 녀석.


" 알았다, 알았어. 모레 저녁시간대 비워두마. "

녀석은 싱글싱글 거리며 말했다.

" 만나보면 알겠지만 형하고 정말 잘 어울릴거야. 딱 범생스타일이거든. 학교다닐때도 공부밖에 모르는 애였어. 내 선물이야. "

나는 순간 왠지 모를 장난기가 돌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 야. 그런 애를 나한테 소개해줘도 되냐? 그러다가 내가 모텔로 데리고 가면 어쩌려고. "

녀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그거야 둘이서 알아서 할 일이고. 히히. "

선물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어야 되는데 그땐 여자를 소개해준다는 말만 꽂혀서 그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지 못했었다.
나중에 그것도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지만 그건 훨씬 세월이 흐른뒤 일이었다.

녀석은 신바람이 나서 휘파람 불며 일감을 찾아 밖으로 나아가버렸다.


약속 당일.
대웅이 녀석이 준 정보에 의하면 현재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 집은 지방의 @@시인데 혼자 올라와서 병원 기숙사에서 머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범생 스타일의 간호사라......
어떤 그녀인지 궁금한 참이었는데 사진 같은 건 준비하지 않고 대략적인 정보만 주는 것도 녀석의 스타일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간단히 샤워하고 나오자 전화기가 요란스레 울고 있었다.
전화를 받자 녀석의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형~! 오늘 저녁 7시까지 **역으로 와~! 내가 먼저 가서 여자애랑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끔하게 입고 오는거 잊지 말구. "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녀석의 말이 웃으며 말했다.

" 알았다. 7시까지 늦지않게 가마. "

" 오케이~! 뚝!"

말이 끝나자마자 녀석의 전화는 바로 끊어졌다.

녀석 참.....

난 쓴웃음을 지으며 나름 깔금한 스타일의 옷을 찾아 거내고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군대갔다오는 동안 여자들과의 관계는 나름 정리되었고 그뒤 별로 여자들에 대해 관심이 가지지 않아 청빈한(?) 생활을 하던 참이었는데 또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니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벌거벗은 몸이 거울에 비춰지고 있었다.
검은 삼각주 아래 덜렁거리는 물건이 보였다.

" 녀석. 오랜만에 네가 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

대답할 리 없는 내분신에게 한마디 말을 건냈다.
얼핏 시계를 보니 늦지 않게 도착하려면 좀 서둘러야 할 시간이었다.
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꽃잎의 본편입니다.
여러 여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지만 사실 어떤 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오랜만에 글을 올리면서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중간에 사라진 글도 있고 같은 글을 다시 수정하면서 쓴 글도 있더군요.
많이 쓴거 같은데 별로 없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ㅎㅎ

읽다보니
예전엔 이런 식으로 글을 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름 재미있기도 하고 예전 같이 글을 쓸때 얘기 나누던 분들도 생각이 나더군요.
추억이라는 것이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는 것을 봐선 나이를 먹어가나 봅니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글쓰는데 힘이 되는 것은 리플과 추천이더군요.
모자란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은 추천 부탁드리고
말씀 하실 내용은 리플로 달아주시면 글을 쓸때 참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고 언제나 즐섹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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