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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2 1,102회 0건
선배가 소개를 해주겠다고 했을 때엔 그저 막 출발점을 끊은 상태이거나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라고만 생각했었다. 주변에 소개를 함으로써, 관계에 대한 명확성을 가지려는 행위로 생각했는데 선배와 그녀는 어느정도 진행이 되었던 상태였다. 만난지는 석달이 넘어간 듯 싶었고 결혼에 대한 밑그림도 어느정도 그려져있었다. 자신이 만나던 이성에 대해, 언제나 상담을 해오던 선배였는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살풋 서운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선배가 뱉었던 "와이프 먹을래?" 라는 말과 현정이 친구와의 3S탓에.. 부러 거리를 두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예전과 달라진 선배의 행동이 그 "일탈"들에서 비롯되었다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들에 휘둘린 선배의 모습이 살풋 서운하게 느껴졌다. 조금 찌질하게 표현을 해보자면.. "내가 달라고 할까봐 꼭꼭 숨긴 건가?" 라는 생각정도가 맞을 게다.

그 날의 술자리는 유쾌했고 립서비스가 아닌, 진심이 담긴 부러움들이 넘쳐났으며 선배의 얼굴엔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녀는 나보다 2살 어렸는데, 처음 대면하는 자리였던 터라 조신한 모습으로 얌전히 앉아있었고.. 물어보는 말외에는 딱히 먼저 말을 꺼내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와 몇번 눈이 마주치곤 했는데 그건 그저 내가 쳐다봐서 그랬던 것 같고..

생각들은 쉽게 널부러지고 쉽게 정리되는 경우가 있다. 선배와의 "일탈공유"는, 선배의 거리두기(?) 행위에 의해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나는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난, 어떤 부담감을 떨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홀가분해졌다. 여튼 유쾌한 기분으로 그 날, 술자리를 마치었고 선배와 그녀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듭의 얽힘, 그 첫 꼬임을 확인시켜준 이는 현정이의 친구, 영은이였다... 현정이와 종종 메신저로 얘기를 하곤 했는데, 가끔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고민상담등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갓 스물을 넘긴, 시린 나이의 계집들의 성고민이나 남자친구 문제등이 주로 고민의 주제였는데... 영은이 역시 그렇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선배가 예비신부를 소개했던 날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었을 게다. 현정이는 "친구 고민 좀 들어주세요." 라며 말을 걸어왔고 영은이를 초대했다.. 현정이는 호기심이 많은 아해였던 지라 초대를 한 후 대화창에서 나가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어떤 친구는 따로 대화창을 만들어 몇가지 얘기를 추가하기도 했었고...

영은이는 초대된 후 곧바로 나를 친구로 추가했다. 그리고 초대된 대화창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고민(뭐였는지는 딱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을 얘기하고 있었고.. 따로 말을 걸었던 대화창에서,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얘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선배와 영은이는 생각보다 짙은 사이였다. 단순히 스폰(?)개념으로 만나기 시작했는데 정이 들었고.. 일탈을 즐기면서 더한 사랑을 느꼈다했으며, 돈도 많고, 자상하고, 속궁합도 잘맞고, 이해심도 많고등등 선배의 장점을 한껏 나열한 후, 그렇기에 사랑을 하게 되었다라며 자신의 불순했던 의도를 지우려는양, 꽤나 상세하게 얘기를 덧붙였다. 단점이라면 나이와 외모가 걸린다. 라는 말도 덧붙였고... 고민의 지점은 간단했다. 선배의 사랑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영은이는 그 이유도 잘 알고 있었다.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며 어떻게 만나왔는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결혼할 나이가 아니며 결혼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지만.. 이렇게 보내기에는 미련이 많이 남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마음을 지배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법이다. 더구나 그 모든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더 그럴 터인데.. 영은이의 상황이 딱 그랬다. 한계가 있는 만남.. 앞에서 몸부림치는 어린 계집의 생채기.. 선배는 영은이의 그런 투정, 상처를 돌봐줄 여력이 없었을 것이고.. 영은이는 조바심이 더해가는 상태랄까..? 여튼 영은이는 내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라며 하소연을 해왔다.

난 선배와 얘기를 한 후 다시 얘길하자 했고..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선배는 다음날 집앞으로 왔다. 선배의 생각은 예상했던 바와 다를 게 없었다. 잘 벌려주는 어린 계집의 보지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터이니 영은이와의 관계를 완연히 끊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지금은 결혼이라는 거사를 앞에 둔 시점이라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 때문에 영은이가 많이 괴롭힌다.. 라며 도리어 내게 하소연을 해왔다. 영은이는 내게.. "그저 선배의 마음만 알아봐달라" 라고 요구했지만, 난 그냥 다 터놓고 얘기를 했다. 영은이와 어떤 얘기를 나누었고 어떤 상태였는지등등... 단순히 "결혼준비때문에 바쁜 것" 이라면 영은이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의 이동이 있었고 그게 느끼어졌으니 그랬던 거라며, 살짝 선배를 타박하기도 했는데.. 선배는 묵묵히 인정을 하는 모양새였다. 선배의 결론은 "모르겠다" 였다. 그래도 둘중에 선택을 하라면 당연히 결혼할 사람이 아니겠냐? 라며 최종적인 답은 설정이 되었던 상태였다...

영은이와 선배의 씨름은.. 두어달여 지속되었고, 나는 종종 그들의 씨름에 조언, 훈수를 두며 어떻게든 좋은(?)쪽으로 해결해보려 했지만.. 결국 영은이가 지쳐 떨어져버렸다. 마지막엔 살풋 목소리까지 높여가며 다투기도 했었고.. 선배는 꽤나 괴로워했지만, 어여쁜 예비 신부가 옆에 있던 터라.. 그 괴로움을 쉽게 떨쳐내는 듯 했다.

두어달여의 씨름 도중, 영은이가 내게 섹스를 요구했던 적이 있었다. 질투심 유발, 복수개념의 자폭, 성욕구등.. 다양한 감정들이 그 이유였는데.. 난 거절을 했다. 오빠(선배)와 헤어진 후라면 괜찮느냐 묻는 영은이에게 난 아무말 하지 않았고, 영은인.. 언제라도 한번은 줄 터이니 연락하라는 말을 내게 남기긴 했었다. 이미 했던 사이가 나누는 대화치고는 좀 우습단 얘기를 곁들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안좋다보니 굳이 진흙탕 속으로 뛰어들고 싶진 않았다.

선배가 영은이와 헤어진 후, 시간이 조금 지났을 즈음.. 그 얘기를 해주었다. 선배의 표정이 살짜기 굳어졌고 선배는 내게 "먹고싶음 먹어, 난 괜찮아" 라고 답을 했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괜찮다" 라는 표현을 했다는 것은 반어법에 가까웠을 터이니... 난.. "그냥 그랬다고.. 먹을 생각없어" 라는 말로 답할 수밖에 없었고...


선배의 결혼식장엔, 모여있던 선배들, 후배들 모두.. 한결같이 신부의 미모를 찬양하는 분위기로 넘쳐났다. 한편으로는 신부의 스펙이나 집안이 조금 부족하다라는 식의 얘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예쁘면 다 극복된다. 라는 분위기가 더 짙었다. 기대했던.. 결혼식 뒤풀이는 없었고.. 신부에 대한 얘기가 조금 오고갔지만, 대략적인 느낌으로도 신부와 친하다 싶을 정도의 관계인 선배, 후배는 없어보였다.. 선배의 친구들은 차치하더라도, 후배들 중에선 내가 가장 친한놈으로 꼽혔는데 나조차... 딱 한번 보고 말았으니.. 간단한 스펙외에는 알수 있는 게 없었다.

떨쳐버렸다 생각했던 선배의 말(와이프 주면 먹을래?)은 신부가 하객을 향해 돌아섰을 때 다시금 살아났다.. 내 머리에선 신부의 웨딩드레스가 벗겨지고 있었고.. "저 보지는 어떤 맛일까. 저 여자는 어떤 신음소리를 낼까... 선배는 정말 추호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까...." 라는 생각들로 가득차 버렸다. 상상에는 죄가 없다. 더구나 그 상상의 동인은 선배에게 있으니.. 굳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영은이에게 들었던 바로는 선배와 형수(이하 형수로 칭하겠음)는 영은이와 헤어질 즈음에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했었다. 영은이는 그걸 철썩같이 믿고 있는 눈치였는데.. 난 아마도 관계를 맺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선배에게 먼저 물어보지는 않았다. 형수와의 잠자리 얘기를 꺼낼만한 입장도 아니었고, 물어볼만한 상황도 없었다. 형수를 감춘(?) 선배의 행동탓에 어떤 거리감이 생겼다랄까..? 그 덕에 예전엔 쉽게 물어봤던 것들이 쉬 나오지 않았다..

선배의 여자 경험은 확실히..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영은이를 만나면서 일탈을 경험했고.. 그 범주 내에서는 나보다 더 많을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측면에선 평균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게다. 난, 영은이에게 선배와의 일탈에 대해서도 꽤나 물어보곤 했는데.. 영은이는... 자신과는 속궁합도 잘맞고, 잘하는데.. 스왑 상대와는 잘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했었다. 난 그저 "미추를 가리는 미식가" 라고만 생각했었고..

영은이와의 관계, 대화들이 매듭을 확인해준 셈임을 알게 된 건 몇개월이 지난 후였다. 선배는 영은이와 속궁합이 참으로 잘 맞았고... 형수와는 결혼 전까지 관계를 맺지 못했으며, 영은이의 몸, 사운드, 반응등에 완연히 길들여진 상태였다.. 처음으로 선배에게 "제대로" 섹스를 깨닫게 해준 여자였으며.. 선배가 오르가즘을 준, 유일한 여자였고, 선배의 성적 취향까지 만들어버린 여자였던 것이다... 선배도, 나도, 영은이도... 어렴풋 짐작은 했던 것들이라지만.. 그것이 그렇게 깊게, 아련하게 선배를 지배할 줄은 몰랐던 것.

대략 한 계절이 끝나고, 다른 계절의 끝자락 즈음이었을 게다.. 얼핏 술에 취한 상태로 선배가 찾아왔었다. 신혼여행을 갔다온 후 선배를 만난 적은 없었다. 집들이는 바빠서 못갔고, 선배가 밥먹자던 약속 역시.. 서로 시간이 안맞았던 터라 차일피일 미뤄지던 상태였다. 그러던 선배가 예고도 없이 집앞으로 불쑥 찾아왔다..

"재미가 없다"
"무슨 재미?"
"그냥... 다..."
"배가 불렀구만.."

끊었다는 담배를 내게 요구했지만, 당시엔 나 역시 금연이었기에... 선배는 내게 담배를 사오라 했고.. 서너개비를 짧은 텀으로 피워댔다. 아무래도 장단을 맞춰줘야 할 것 같아.. 나 역시 담배 하나를 물었고. 그 날, 선배는 특별한 말이 없었다. 형수가 재미없다. 짜증난다. 까다롭다등의 말을 했으나.. 난 부부싸움하고 나한테 와서 하소연하는 정도로만 치부했었다.

영은이가 무너졌던 것처럼, 선배역시 꽤나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선배는 그 다음날, 또 나를 찾아왔고.. "어떻게 하면 영은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겠냐" 라는 조언을 해왔다. 물론 난, 역시나 부부싸움의 후유증정도로만 생각했기에 선배를 다독였지만 그 날 선배는 술을 한잔도 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였다.

영은이와 난 여전히 메신저 친구로 등록되어있었는데.. 대화는 아주 가끔.. 가볍게 안부만 묻는 정도였다. 선배에 대해선 일절 묻지 않았고, 나 역시 선배 얘기를 꺼내진 않았다. 다음날.. 영은이가 그 암묵적인 불문율을 깨뜨리고 내게 말을 꺼냈다.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고... 핸드폰 번호를 바꿨는데 혹시 쌤이 가르쳐줬느냐고.." 나도 모르는 번호를 어찌 가르쳐주느냐라고 답을 하였고 난, "선배가 너를 만나고 싶어하는데 이게 일시적인 것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다." 라는 말을 덧붙였다.

판단의 몫은 영은이에게 있었고 상처를 받은 사람도 영은이였다. 선택의 몫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영은이에게 쥐어진 상황이라지만.. 그 부메랑이 또다시 생채기만 남긴 채 떠날 것인지, 손에 쥐어질 것인지는 모르는 법. 난 그 판단을 함에 있어, 솔직한 조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급적이면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는데, 이는 정말 순수하게 선배의 결혼생활이 순탄해짐을 바랐기 때문이었다.

영은이는 "오빠보다는 쌤을 더 만나고 싶은데?" 라는 말로 자신에게 쥐어진 부메랑을 선배의 가슴에 꽂아버렸다. (영은이는 나를 "쌤"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곤 했다) 선배에게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선배의 기분은 아랑곳 없이 도대체 왜 나를 끌어들였는지.. 이년이 정말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추후 영은이에게 물었는데, 영은이의 대답엔, 선배가 왜.. "한번밖에 영은이를 주지 않았는지" 에 대한 답이 들어있었다. 더불어 영은이가 나를 먹으려고 했던 이유도 들어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질투였다. 나와의 3S를 한 후, 놀랍도록 적극적인 영은이의 모습과 추후 스와핑에선 그리 적극적이지 않던 모습을 보고.. 툭하면 내 얘기를 꺼내어 흥분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곤 했다는 것이다. 내 얘기가 꺼내어졌을 때 가장 심하게 욕을 했고, 가장 흥분했었다고...

영은이의 거절은 곧 선배의 고민이 토로되기 시작한 지점이었다. 영은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나 애틋함은 얕았고 육체적인 욕구만이 강했더랬는데 그것은 곧, 형수와의 불만족스러운 섹스때문이었다.

사람은 변해도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주변의 친구중에 여자에게 폭력을 쓰는 놈이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어떤 여자에게는 꼼짝도 못하고 죽어지내지만, 어떤 여자에게는 심하다싶을 정도로 마초적인 성향을 보이는 놈이었다. 묘한 놈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좀 더 나이를 먹으니, "애초에 설정이 되어버린 관계" 가 원인이었던 듯 싶다. 마찬가지로 선배와 형수의 관계역시 다소 건조한, 사랑보다는 조건이 우선된, 결혼이었기에 보통의 연인들과는 조금 다른 관계가 설정이 된 듯 싶었다. 영은이와는 한껏 오픈된 사이였기에 모자람없는 섹스와 솔직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던 것처럼. 처음에 설정된 어떤 관계의 구도가.. 과정을 지배했던 것일 게다. 이건 내가 선배에게 몇차례 강조했던 것들이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그 처음이 중요한 법이라고... 특히 연인은 더더욱 그렇다라고.

어여쁜 형수를 앞에 두고, 선배는 조심스러워 했으며, 조금이라도 기분을 상하지 않게 자신을 낮추었다고 했다. 어떻게든 잡아야 할 여자였으니.. 모든 것을 형수에 맞춰두는 모양새로 시작을 했던 것이다. 결혼 전, 잠자리 요구를 했지만 거절을 당했고... 선배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신혼여행에서 첫 섹스를 했다지만.. 너무나도 건조하고 수동적인 상태에서 마치, 업소녀를 상대하는 기분까지 느꼈다고 했다. 물론 형수는 처녀는 아니었다.

너무나도 어여쁘고 몸매도 좋은, 자신만의 여자를 전혀 자신의 뜻대로 요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결국 영은이를 찾게 되었고.. 영은이에게 거절을 당하니 내게 SOS를 치게 되었던 것이다. 선배가 원하는 바는 지극히 단순했으나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형수가 영은이처럼 오픈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렇다고 정말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차츰 나아지고 있다했으며, 형수의 성적인 반응도 그럭저럭 괜찮다라고 했으니까.. 정작 문제는 선배가 원하는 바가 형수의 그것보다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영은이와의 일탈에 푹 빠져버린 선배는, 형수와의 평범한(?) 섹스가 지루했고.. 형수를 변화시켜보려고 노력했으나 택도 없다고 했다.

관계에 대한 조언을 할 적엔, 상대의 성격이나 행동등을 알아야, 제대로 나오기 마련이다. 허나 난, 형수의 성격을 몰랐다. 주고받은 대화도 거의 없었으며 형수의 과거가 어떠했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럼에도 내 답은 비교적 간단했다. 스와핑이나 3S, SM등의 일탈을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그렇게 몇개월만에 성공한 사람이 어디있겠느냐.. 설정이 된 관계가 쉬 변하지 않는다해도, 결혼은.. 길고 긴 여로이니, 반전의 포인트가 분명히 형성될 것이다. 몇년간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도 많은데 뭐가 그리 조급하느냐.. 천천히 가라고....

선배는 웃었다. 당장 스와핑이나 3S를 원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영은이처럼 적극적이고 내 말 잘 들어주는, 자극적인 섹스.. 이 정도만 바랄 뿐이라고. 선배의 웃음에 난, 당황했다. 별 생각없이 나열한 것들인데.. 마치 내가 형수와의 3S를 바라는 모양새로 비춰졌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선배의 웃음은, 그런 지레 짐작에 대한 반응으로 느껴졌다. 여튼 난, 순진했던 여친들을 음탕하게 만들었던 나름의 노하우(?)에 대해 썰을 풀었고.. 선배는 묵묵히 듣고만 있다 헛웃음이 섞인, 말 한마디를 뱉었다.

"니가 그렇게 만들어줄래?"
"뭔 소리야? 미쳤어...?"
"아이고.. 내가 미쳤나보다."
"집에나 가"

그 날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선배의 어투는 그닥 진지하진 않았다. 그냥 던져보는 말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가볍게 들려왔고.. 난, 화들짝 놀라며 정색을 해버렸다. 어쩌면, 속내가 들킬까 정색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때의 난, 언젠간 형수를 먹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과 어쩌면 그 시기가 꽤나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으니까....

선배의 요구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고 진지했다. 선배도 나도 꽤나 솔직한 성격이다. 선배는 내게, 영은이와 3S를 했을 때 느꼈던 질투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부탁을 하는 이유등을 덤덤하게 서술해 나갔다. 결혼 전부터 형수와의 일탈을 완연히 배제한 것은 아니었고 애들도 낳고 권태기가 올 즈음에, 고려해보는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랄까..? 여튼 선배는, 일단은 형수와 단 둘이, 자극적이고 음탕한 섹스를 꿈꾸었는데 몇달이 지나도록, 티끌만큼의 허점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적잖은 실망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선배는 나름의 응어리를 적잖게 쌓아두고 있던 상태였다. 형수는, 처음 몇번은 지극히 수동적이다가.. 술에 취했던 어느날은 허리도 돌리고 적극적이더니, 다음 섹스에선 여전히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선배의 표현을 빌리자면 허리를 돌리던 그 순간의 충격과 흥분이 상당했다고 했다. 여튼 선배는 그 때부터 의심과 불만이 공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술을 먹여서 적당히 취한 날은 돌변한 모습, 멀쩡한 날엔 여전한 내숭과 수동적인 모습.. 터놓고 얘기를 할라치면 형수는 정색을 했고.. 이미 형수에게 꼼짝 못하고 살던 선배였기에, 끽소리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던 것이다. 선배의 의심, 아니 확신에 가까웠던 추정으로는.. 형수는 섹스를 즐기는 여자였고 적잖은 경험이 있는 여자였다. 내숭으로 덮은 채 선배를 만났던 것이고....

그저 전해 들었던 바이기에 확신은 할 수 없으나, 선배와의 결혼 정황상, 나름 가능할 법도 한 얘기였다. 선배는, 형수의 과거나 내숭을 문제 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다만, 솔직해지길 바랄 뿐. 그럼으로써 자신과의 섹스를 음탕하고 자극적인 모양새로 바꾸고 싶었던 것 뿐이다. 물론 선배는 그런 식으로 접근해보려 나름의 노력을 했다했지만, 형수가 정색을 해버렸고 한번은 대판 싸움까지 났다고 했다..

술에 취했던 날, 섹스를 하면서 "다른 남자랑 하는 건 어떻느니" 등의 음탕한 말을 지껄였는데 형수가 화들짝 놀라면서 자신을 밀쳤던 것.. 이런 행동을 보면, 술김에 했던 섹스도 나름 정신을 챙기고 한다는 거니.. 선배는 황당하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개씨발 좆같은 년" 이라는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수십번 참았다니.. 선배의 불만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애정이 식었다거나 문제삼겠다는 생각은 없었으니.. 결국, 아주 간단하고도 졸라게 어려운 문제였던 것이다. "쿨하게 오픈하면 되는 것" 혹은 "음탕해지는 것"

"영은이랑 만날 땐 하루하루가 즐거웠는데 요샌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 좀 참아. 몇달이나 됐다고.. 길게 보고 생각해라"
"영은이라도 있었으면 나았을 텐데, 걔까지 씹으니 돌아버리겠다"
"다른 애라도 찾아봐, 내가 알아봐줄까?"
"귀찮아, 니네 형수 감시도 심해"
"어쩔 수 없네.. 속궁합 맞춰가면서 천천히 물들여가야지"

결국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선배가 조금만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대한다면 수월해질 터인데, 이미 형수의 이중적인 섹스 태도를 알아버린 이상, 섹스를 할 때마다.. 짜증이 났던 것이다. 선배의 입에서, "하루라도 빨리 그년의 가면을 벗겨야 돼." 라는 말까지 나와버렸으니, 그저 "릴랙스" 만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해답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라" 였고, 선배는 길고 긴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갔다. 형수의 비밀스러운 것들을 알았다는 만족감도 있었지만, 난 선배가 다시금 터놓고 얘기를 한다는 것이 꽤나 반갑게 느껴졌다. 언젠가 선배가 성공한다면, 내게도 말할 것이고..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치도 함께.

선배를 보내고 한시간여 지났을까? 선배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선배에게 가던 도중, 어쩌면 내게 어떤 부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 그것이 영은이 문제일 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선배의 입에서 나왔던 그 말은, 이미 들었던 말과 비슷했다지만.. 난 적잖게 놀랐었다. 언젠가는 나올 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그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었고, 상황상 맞지 않는 말이었으니까..

"내가 진짜 존나게 고민을 했는데 말야"
"뭐....?"
"니가 형수 꼬셔서 오픈시킬 수 있겠냐?
"헐... 미쳤어?"

선배의 진지함에 난 진지함으로 답했다. 형수가 형을 순진하게 보고, 내숭으로 꼬셨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허나 그러니까 더더욱 이런 식의 방법은 아니었다. 나름 작정하고 작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모습을 주변인에게 드러내지는 않을 터이고 나랑 친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정색인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간 생난리가 날 수도 있다. 라며 완곡히 거절의사를 표명했다. 선배는 역으로 생각하라며 나를 채근해 왔다. 모든 걸 나한테 맡기진 않을 것이고 자신도 최대한 노력할 터이니, 도와달라며, 빠뜨렸던 이야기 하나를 추가했다.

"3S 얘기는 맨정신에서 꺼냈었어"
"..어떻게...?
"대판 싸웠다고 했잖아. 딴 놈이랑 하는 모습 보고 싶다해서.."
"..응"
"그걸로 냉전 좀 치루다가, 화해하면서 진지하게 얘기 좀 했지..."
"..뭐라고..?"
"그냥 내 판타지라고,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지"
.."형수는 뭐래?"
"미쳤다고 하지 뭐라겠냐?"
"..그럼 얘기 끝났네.. 그게 뭐?"
"며칠 후에 맨정신에서 섹스하는데 이해는 한다고 하더라"
"..헐.. 뭐야?"
"이해는 하는데 자기는 싫대."
"..형수 참 알기 힘든 여자네. 이해할 수 있는 마인드 자체가 놀라운 건데"
"그렇지? 어쨌든 그 뒤로 몇번 얘기는 했어"
"..뭐라고?"
"나중에 나중에.. 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면, 한번 하자고"
"..형도 참.. 대단하네... 형수는 뭐래?"
"화도 냈다가 대꾸도 안하다가 한번은 웃더라"
"..신기하네"

어느 연인이건, 부부이건, 성적인 솔직함이나 근접성(?), 편함 측면에선 다소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석달을 만난 연인이, 한명은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고 한명은 양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십년이 된 부부의 경우에도 수줍음 탓에 밝은 대낮의 나체를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쉽게 말해, 만난 첫날부터 오입질했던 석달된 커플과 키스만 한, 1년된 커플과의.. 사랑의 깊이, 그 우위는 따지기 힘들지라도.. 대화의 솔직함과 편함 측면에선 전자가 우위에 있기 마련이다. 여튼,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적어도 내가 보기엔.. 선배부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이였다. 편함과 솔직함이 완연히 오픈된 사이는 아니라는 건데.. 형수가 이해해준다는 3S 이야기는, 그런 사이에서 쉬 통용될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완곡한 거절은 선배의 플랜(?)을 듣고 난 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선배의 갈등은 지속되었으나, 이미 준비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설과 야동을 나름 섭렵했던 터라 선배의 플랜은 꽤나 다양했다. 셋이서 펜션을 가고 한방에서 잔다거나, 마사지를 한다거나, 집에 자주 놀러와서 친밀도를 쌓는다거나등등... 대략적인 것들을 주르륵 나열을 해대는데 황당함보다는, 어떤 안쓰러움이랄까? 여튼 표현키 힘든 어떤 감정에 휩싸여 허탈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거절을 하긴 했더랬는데.. 며칠간 선배의 전화와 문자질에 결국 수락을 해버렸다.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구체적인 생각도 없었다.. 선배가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았고, 나 역시.. 형수의 몸이 탐이 났던 것은 분명했으니까. 선배는 나와의 관계가 틀어질 일은 없을 거라고 다짐을 해왔고.. 나 역시, 설령 성공한다 해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가능하면 성공한 후엔 더이상 관계를 않는 것이 서로에게 낫겠다고 말을 했으며, 선배는 고맙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그게 좋겠다고 대답을 했다..

일단은 형수와 친해져야 했다. 선배의 요구에 동의를 한 후, 선배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썩 술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님에도, 잘 알지도 못하는 와인까지 사가며 핑계를 만들어댔고, 컴퓨터 수리, 야구 보기등등의 핑계들로 선배의 집에 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물론 같이 외식도 종종 했으며 가까운 교외로 바람을 쐬러 가기도 했다.

형수는 생각보다 소탈한 성격이었고 센스있는 여자였다. 눈치도 빠른 것 같고.. 얼핏 느껴지는 바로는, 연애 경험이 적잖게 있는 느낌이었다. 외모와 몸매는 정말이지, 볼 때마다 불끈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는데.. 옷차림은 그닥 야하진 않았었다. 집에서도 꽤나 단정한 차림이었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셋이서 어울리면서 종종 내 연애사를 얘기하곤 했었는데, 조금씩 가볍고 천천히, 야한 얘기들을 섞어가기 시작했다. 티비를 볼 때에 야한 차림이 나온다거나, 밖에서 스타일 좋은 여자를 본다거나 하면, 어김없이.. "남자들은 역시 시각적인 동물이야" 라는 말로 얘기를 꺼내곤 했는데 처음 썰을 푼 내용들은 소프트했다.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복장은 "와이셔츠 한장만 걸치고 있는 여자의 옷차림"이라든가, 하는 내용의, 다들 알법한 얘기들로 시작을 했던 것이다. 차츰 수위를 높여가면서 예전 여친들에게 그런 옷차림 요구를 했다는둥, 여친들이 알아서 그런 차림으로 이벤트를 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남자들은 그런 은밀함을 꽤나 즐긴다며 간접적으로 형수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형수는 딱히 놀랍다거나 정색하는 반응은 없었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로 적당한 선의 동의를 취하곤 했었다. 적당한 리액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보니, 속내를 알기가 힘든 여자였다. 혹시나 내 얘기들이 싫은지, 선배에게 물어보라 해도.. 그렇지는 않다고 했었고..

특별할 것 없는 상황이 지속되던 도중, 난 선배에게 한가지 체크를 했다. "보통의 여자들은 집에서 브래지어를 아니 하기 마련인데, 형수는 하고 있는 것 같다. 원래 그렇느냐.." 라고 물었다. 선배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둘이 있을 때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 선배에게 내가 갔을 때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상태를 만들도록 요구를 했다. 이미 밑밥은 깔아놓은 상태였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옷차림 얘기가 나온 후, 한두번 선배의 요구에 의해 와이셔츠 차림이나 편한 원피스 형태의 티만 입은 적도 몇번 있다고 했었으니까....

첫번째 시도는 간단했다. 선배의 요구에 의해 그런 차림을 하고 있던 도중,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내가 선배의 집으로 가는 것이다. 약속이 없는 상태에서 불쑥 찾아가는 건 개념없는 짓이니, 마침 선배의 집근처에서 볼일이 있고 그 일이 끝난 후 같이 밥을 먹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물론 그 볼일은 거짓말이었고. 밥을 먹기로 한 약속엔, 그 차림 그대로 바깥으로 나가는 계획까지 포함이 되어있었다.

"옷차림 성공" 이라는 선배의 문자를 받은 후, 난 선배의 집으로 향했다. 대략 30여분 거리... 살풋 떨리는 가슴으로 선배의 집에 들어섰을 때, 형수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선배가 만든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상황 자체가 제대로 들어맞는 형국이었다. 형수의 옷차림은, PK티 형식으로 된 원피스였는데 치마 길이가 꽤나 짧았던 터라, 살풋 허리를 숙인 형수의 하얀 허벅지가 드러나 있었다. 팬티도,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난, 형수에게 인사를 하면서.. 반응을 살폈는데.. 형수는 분명 의식을 하고 있었다. 살짜쿵 당황한 모습이 보여졌던 것. 난,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선배에게 재촉했다. 저 상태로 바로... 밥을 먹으러 가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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