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나는 오래전부터 이상의 소설 날개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었다.
볕이 들지 않는 구석방에 쳐박혀 아무일도 하지 않고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하며
그저 까닭없이 게으르게만 시간을 보내다 하루 하루 죽어가는...

하지만 나는 불행하게도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가 아니었다.


Ⅱ.

그녀를 처음 만난 건 5월의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비치는 어느 오후였다.
잇몸을 드러내며 밝게 웃음 짓던 그녀는
내게 화려한 꽃다발처럼 화사한 이미지로 각인 되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 환한 웃음이 내 삶에 얼마만큼의 공간을 차지하게 될지...

그 무렵의 나는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알아가던...
조금은 우울하고 쓸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햇볕을 쪼이며 나른하게 누워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고양이 같은 삶을 살고 싶었던 나는 달빛이 비추는 밤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골목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또 다른 고양이의 양면성을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추악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존재한다.
나는 외로움에 지쳐가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나를 위로하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추악함도 함께...

처음엔 여느 연인들과 다름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부드러운 입맞춤과 애무, 어느 바닷가로 여행을 가 첫 섹스를 하는...
하지만 나는 좀더 자극적인 관계를 원했다.
아마 그녀도 그랬을는지 모른다.

이성에게 오래 기억되는 방법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건 변태를 가르치는 거라고 한다.
지독한 변태가 되고 싶었다.

그녀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영원히 잊혀지지 않기를...


Ⅲ.

그날이 언제쯤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창밖으로 빗방울이 세차게 떨어지고, 달짝지근한 살내음이 묻어나는 방 안...

난 그녀의 몸 속 깊숙이 내 몸의 일부를 박아 넣고 있었고,
그녀는 달뜬 신음소리를 나지막이 뱉어 냈다.
탐스러운 젓가슴에 돋아난 잔뜩 발기한 젖꼭지를 입안에 넣어
혀끝으로 살살 굴리다 이빨로 지긋이 씹어 주었다.

"더 세게" 그녀의 목소리가 어떤 계시처럼 귓전에 맴돌았다.
그날 이후 난 상상 속에서 가꾸어 왔던 일탈을 하나 하나 이루어 나갔다.

그렇게 서로에게 길들여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