Ⅶ.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자신에겐 기적 따윈 없다고 믿으며 사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기적이라고 믿으며 사는 것이다.

당신은 이 두가지 중 어떤 삶의 방식이 더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가?
그즈음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기적이었다.


Ⅷ.

그녀와 그녀의 애인, 그리고 나 그렇게 세사람의 만남 이후
아내와 나의 일상 속엔 몇번의 부부만남과 초대남과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들은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심심하지만도 않았다.
하지만 그 날의 파티는 어딘지 모르게 특별했다.

갱뱅모임을 주선한다는 어느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에게 연락을 해 모임을 신청하고 일정을 잡았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남자들은 다섯명에서 여섯명 정도 모집 할 것이며,
자신은 갱뱅에는 참여하지 않고 모임의 전반적인 상황을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나의 요구사항은 피임을 철저하게 관리해 줄 것과
내가 그녀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다른 참가자들이 모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날의 파티에는 나를 포함한 일곱명의 남자들이 단 하나의 목적으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내 아내의 육체를 탐하기 위해서...

그렇지만 내가 그날의 모임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건 비용에 관한 문제 때문이였다.
비용에 대해서는 나를 제외한 남자 참가자들이 N/1로 부담한다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필요 이상의 비용을 걷어 운영자 자신의 주머니에 챙기는 듯 했다.
이를테면 내 아내가 창녀가 되고 운영자가 포주가 되는 상황이었다.

난 모임 전날 아내에게 그 상황을 설명했다.
"내일 넌 아마도 창녀가 되는 걸 거야!"
그녀는 그 상황에 대해 선뜻 이해를 못하는 듯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난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했다. 그 순간은 그 남자들을 만족 시켜 주는 것에만 신경을 쓰라고 말이다.

진짜 창녀가 된 것처럼...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우리들은 식당에서 만나 먼저 간단한 식사와 술자리를 가졌다.
운영자와 나를 포함한 남자 여덟명과 여자 한명의 모임은
남들이 보기에도 모임에 참가한 당사자들에게도 부자연스러웠다.

잠시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고 있을때 모임에 참여한 남자 중 한명이
자기는 이런 모임이 첨이라 좀 어색하다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도대체 어떤 여자가 이런 모임에 나오나 궁금해서 나오게 됐다고 말하며
나오기 전에 대단한 여자이거나 아니면 미친 여자일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와보니 정말 대단한 여자인것 같다며 들뜬 표정으로 주절대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으로 짜릿한 전율이 퍼져 나갔다.
나는 떨리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최대한 가라 앉히며
내가 보기엔 미친년인것 같다고 입가에 살짜기 미소를 지으며 대꾸해 줬다.

호텔로 이동한 다음 각자 샤워를 하고 그녀가 가운을 입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그녀가 가운을 벗는 것을 시작으로 하나 둘 벌거벗은 남자들이 그녀의 곁으로 모여 들었다.
한명은 그녀의 가슴으로, 또 한명은 그녀의 얼굴로, 또 다른 한명은 그녀의 보지로 향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그녀의 손 근처로, 혹은 다른 남자들의 뒤에 엉거주춤 서 있었다.

그녀는 한명 한명 그녀에게로 다가오는 남자들을 최선을 다해 만족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한명 한명이라는 표현보다는 한자지 한자지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
그녀는 자지 하나 하나를 그야말로 정성껏 보듬어 주고 있었다.
입으로 오는 자지는 빨아주고, 손 근처의 자지는 만져주고, 보지로 다가오는 자지에겐 다리를 벌려 주었다.

내게는 그 광경이 마치 고대의 어느 종교 의식 같아 보였다.
여신이 자신을 숭배하는 신도들에게 둘러싸여 자비를 베풀어 주는...

그날의 파티는 참여자 중 한명의 돌출 행동으로 끝이 났다.
순번이 한번 정도 돌아갈 무렵 한명이 콘돔을 하지 않은 채 삽입을 시도했고,
나는 조마조마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 그녀의 앙칼진 성격을 알고 있는지라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콘돔 하셔야 되는데..."라며 말끝을 흐릴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모임의 주선자가 그사람의 행동을 문제삼아 파티를 중단시켰고,
남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쉬운 표정으로 뒤돌아 섰다.

그날 새벽 아직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어땠어, 좋았니?"
"아니, 별 느낌 없었어! 콘돔을 해서 약간 아프기도 했고"
그녀의 대답은 시큰둥했지만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Ⅸ.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가 아름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