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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붉은 구멍 - 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04 1,035회 0건



**** 허접한 글 읽어주시고, 거기다 댓글까지 달아 주시고, 아울러 추천 눌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 일어났던 사건들을 기억을 더듬어 사실 위주로 쓰려 합니다..----


알몸노출 사건이 있은 뒤 나는 한동안 집에서 목욕을 하지 않았다. 목욕은커녕 간단히 세면을 하거나 화장실에 갈 때도 마당에 수영이나 수영의 새어머니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방문을 나섰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알몸으로 수영을 껴안았을 때의 그 뭉클했던 감촉이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선입관일 수도 있었지만 수영의 몸은 분명 남자의 몸과는 달랐다. 나의 알다리가 반바지를 입은 수영의 허벅지에 밀착되었을 때 그 촉감은 너무나 매끄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기죽은 나와는 달리, 우리 집에 사는 세 여자들은 여전했다. 저녁만 되면 수돗가에 나와 시끄럽게 떠들며 목욕을 했다.

“가슴이 그 사이 더 커진 것 같다. 한번 만져봐도 돼?”

물소리 사이로 새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왜 이러세요, 아줌마!”

수경의 목소리였다.

“우리 집에 사는 사람들은 왜 모두 수줍음이 많은지 몰라. 성균이도 그렇고.”

수경의 새엄마였다.

“사춘기라 그렇지 뭐.”

“사춘기라도 다른 애들은 안 그런 것 같던데?”

“더러 유별난 애들이 있기 마련이야.”

“그나저나 성균은 교육상 좋지 않겠다.”

“뭐가?”

“남자가 여자들하고만 살면 성격이 여성적으로 변한다잖아. 어쩌면 성균이 암사내가 된 것도 여자들하고만 생활해서 그런 거 아냐? 성균이 여자들에게 관심을 보이긴 해? 지금 한창 관심을 보일 나이인데…”

“글쎄?”

“걔 여자친구도 없지?”

“없는 것 같은데.”

우리 새엄마와 수경의 새엄마의 말은 맞기도 했지만 틀리기도 했다. 내가 여자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틀린 말이었고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맞는 말이었다.

나는 사실 또래들보다 담임인 최영숙 선생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최영숙 선생은 고향이 마산이었다. 대학은 부산에서 다녔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발령을 받아 최초로 부임한 학교가 우리 중학교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담당과목이 기술이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최영숙 선생을 제외하고 기술선생이나 공업선생을 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최영숙 선생은 학력도 이상해, 상고나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 다닐 때 최영숙 선생은 그 학과의 유일한 여학생이었다고 한다. 졸업을 할 때 남학생들이 돈을 모아 금반지를 해줬다니 얼마나 대우를 받으며 학교를 다녔을지 알 수 있다.

최영숙 선생은 형제도 모두 남자들뿐이었고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들 사이에서 생활에서 그런지 청순한 외모 -특히 웃을 때면 눈이 반달처럼 감기면서 양 볼에 귀엽게 보조개가 패이는 것이 최영숙 선생의 매력이어서 우리 학교 남선생들뿐만 아니라 이웃 학교 남선생들까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성격도 활달해서 갈래머리를 한 채, 깡충깡충 뛰어다닐 때면 숲에 처음 나온 한마리의 사슴 같았다.- 와는 다르게 성격까지 남자다운 곳이 있었다. 성격이 남자처럼 대범했고 옷을 입는 것도 남자 같았다. 아이들을 때릴 때도 남자선생들처럼 몽둥이를 쓰거나 뺨을 때렸다.

내가 담임인 최영숙 선생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 왔다.


“채 성균! 채 성균!”

일요일 오후, 낮잠을 자고 있는데 집밖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입고 있던 메리야스차림 그대로 방문을 열고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방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담임선생이었다.

“안, 안녕하세요!”

나는 옷을 입을 생각도 못하고 급히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까지 그만큼 나는 선생이라는 존재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내가 잠을 깨웠나보네. 나 좀 도와주지 않을래?”

“예.”

나는 무슨 일인지도 묻지 못하고 담임선생을 따라나섰다.

담임인 최영숙 선생은 우리 집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앞집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말이 앞집이지 아랫집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했다. 앞집은 도로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 도로에 서서 내려다보면 앞집 마당이 그대로 훤히 보였다.

최영숙 선생이 따로 나있는 쪽문을 통해 나를 데려간 곳은 앞집 구석에 위치해 있는 자신의 방 앞이었다.

“너 자전거 잘 타지? 나 자전거 좀 가르쳐 줄래…”

최영숙 선생의 방 앞에 새 자전거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나는 최영숙 선생을 뒤에 태우고 1km쯤 떨어져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에 도착하자 나는 최영숙 선생에게 자전거 타는 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고 나서 실습에 들어갔다. 실습이란 게 다른 것이 없었다. 최영숙 선생이 자전거에 올라타고 나는 뒤에서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도록 잡고 달리는 일이었다.

두 시간쯤 자전거에 매달려 운동장을 달리고 나자 나는 거의 녹초가 되었다. 그때서야 최영숙 선생이 그만 집에 가자고 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나는 최영숙 선생이 탄 자전거를 잡고 달렸다.

방문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난 최영숙 선생이 앞서 방으로 들어가며 방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아마도 내 기억에 그것이 맨 처음 여자 방에 들어가 본 것이었다.

방안에는 달랑 책상 하나와 몇 권의 책, 라디오 밖에 없었다. 내 방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은은하게 풍기는 화장품 냄새와 방 한쪽을 가로지르고 있는 빨랫줄에 여자 팬티와 브래지어 같은 것들이 걸려 있다는 것뿐이었다. 빨래를 하면 겉옷은 밖에 널고 속옷은 방안에서 말리는 모양이었다.

“커피 밖에 없네. 커피 타줄게 잠깐 기다려.”

최영숙 선생이 밖으로 나가고 나서 나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방안을 둘러봤다. 내 관심을 끄는 것은 여선생의 속옷과 책꽂이에 꽂혀 있는 기술교과서였다. 그러나 둘 다 내가 범접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속옷을 살피거나 2학기 시험문제가 적혀 있을지도 모르는 교과서를 살피다 최영숙 선생에게 걸리면 망신을 당할 것만 같았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미술시간에 쓰는 그런 화첩이 벽과 책상 사이에 꽂혀 있었다.

나는 화첩을 꺼내 떠들어봤다. 첫 장은 중학교의 전경을 연필로 그린 풍경화였다. 두 번째 장에도 풍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지는 태양이 동네의 뒷산에 걸려 있었다.

세 번째 장을 떠들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어떤 여자의 누드화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었다. 옆으로 누운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있어 사타구니의 털까지 섬세하게 그려져 있는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은 분명 최영숙 선생이었다.

내가 급히 화첩을 덮어 제 자리에 꽂으려고 할 때 최영숙 선생이 쟁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내 그림 봤니? 내 취미가 그림 그리기거든.”

혼날까봐 긴장하고 있는 나에게 최영숙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이 커피를 먹으면 좋지 않지만, 너도 이제 커피 먹을 나이는 됐지.”

어디로 커피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급히 뜨거운 커피를 모두 마셔버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영숙 선생의 자취방을 빠져나왔다.

그 뒤로도 최영숙 선생은 방과후에 나를 몇 번 더 불러 자전거를 배웠다.

내가 최영숙 선생의 자전거를 미는 것을 본 태권(내 친구들 중 한명)은 “여자들이 자전거를 타면 어디가 발달하는지 알아?” 하고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허벅지?” 하고 말했더니, “아니, 괄약근이 발달해 조이는 힘이 쥑인다.” 라는 아리송한 말을 내게 했다.

방학이 시작되던 날 학교에서 최영숙 선생이 따로 나를 불렀다. 책을 버리려고 방문 앞에 내놨는데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져가고 나머지는 가져다 버려달라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며 나는 최정숙 선생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방문 앞에 꽤 많은 책들이 쌓여 있었다. 여성잡지에서부터 소설책까지 다양했다.

방문 앞에 앉아 책들을 살피던 나는 책들 속에서 영어가 쓰여 있는 이상한 외국잡지를 하나 발견했다.

“팬, 팬티, 팬트하우스…”

나는 제목을 소리내어 겨우 읽고 나서 잡지를 떠들었다. 곧바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잡지 속에는 서양여자들이 알몸으로 갖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다른 책들은 나중에 치워도 되었음으로 나는 그 미국잡지만을 가방에 찔러 넣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이 집에 새어머니는 없었다.

나는 문을 걸어 잠그고 조심스럽게 잡지를 펼쳤다.

“허억!”

나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처음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팔뚝만한 성양 남자들의 성기였다. 그리고 풍만한 서양 여자들의 가슴과 노란 털에 이상하게 생긴 성기들이었다. 나는 한참동안 여자들의 성기를 들여다봤다. 그것이 내가 처음 본 성인 여자의 성기였다. 여자들이 남자들의 성기를 가지처럼 밋밋할 것이라고 상상하듯 나도 그 사진들을 보기 전까지는 여자들의 성기가 쭉 째진 틈에 붉은 구멍이 하나 달랑 뚫려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서양 남자들의 엄청난 물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굵은 물건이 여자들의 구멍에 들어가 있는 사진이었고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긴 물건이 여자들의 입에 뿌리까지 들어가 있는 사진이었다. 그런 사진들을 보며 나는 흥분을 하기에 앞서 신기하기만 했다. 마치 ‘묘기대행진’에 나오는 곡예사들의 묘기라도 보는 것만 같았다.

잡지를 보고 있는데 밖에서 새어머니의 인기척이 들려왔음으로 나는 급히 잡지를 숨길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잡지를 숨길만한 곳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옷장 위와 옷장 밑뿐이었다. 나는 잡지를 옷장 위에 숨기고 그 위에 잡다한 것들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며칠 뒤 나는 누군가가 내 방을 뒤진 사실을 알아챘다. 내가 옷장 위에 숨겨놓았던 잡지를 누군가가 손댄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도둑이 들었을 리는 없고, 나는 곧바로 범인을 새어머니로 지목했다.

우리 집에서 그런 짓을 할만한 사람은 새어머니 밖에 없었다. 만약 우리 집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예를 들어, 수경이나 수경이 새어머니- 내 잡지를 훔쳐보려 했다면 잡지를 가져가거나 보고 그대로 버리면 그만이었다. 남들은 잡지를 아무도 보지 않은 것처럼 위장해 다시 옷장 위에 가져다 놓을 이유가 없었다.

새어머니가 그런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다.

내가 새어머니를 범인으로 지목한 뒤 새어머니와 나 사이에 의식적인 서먹함이 생겼다. 나는 새어머니가 내 잡지를 훔쳐본 것에 화가 났다기 보다 내가 포르노 잡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새어머니가 알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치 도둑질이라도 하다 들킨 기분이었고 죄라도 지은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더 복잡한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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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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