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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그리고 나와 그들 - 9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06 1,190회 0건
9.복수를 시작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와 아버지가 거실 쇼파에 앉아 계셨다. 처제는 어머니가 싸온 몇 가지의 음식을 정리한 후 저녁 식사를 준비 중에 있었다.

“이제 좀 괜찮은거니? 사돈처녀 얘기로는 많이 아팠다던데....?”
“네, 괜찮아요.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아내가 능욕당하는 동영상을 모두 보고 올라온 상태라 기분이 몹시 다운되어 있었다. 식욕이 전혀 없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마쳤다. 내내 말씀이 없던 아버지가 조용히 방안으로 부르더니 작은 쇼핑백을 내놓으셨다.

“부조금 남은거다. 장례비 지출하고 나니 700정도 남더구나. 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사돈댁 형편이 어려우니
갖다드리는 게 도리다 싶다만....”
“당연히 그래야죠”

아버지는 그날, 귀한 딸 그렇게 보내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안사돈께 전해달라며 1,000만원 짜리 수표 한 장을 더 내놓으셨다. 그리고는 어머니를 재촉하여 집으로 돌아가셨다. 처제와 함께 두 분의 배웅을 할 때,
불현듯 돌아서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중3때 목격한 작은 이모와의 일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처제의 관계가 20년 쯤 뒤에 아들인 내게도 그대로 답습되어버린 현실이 조금은 씁쓸해졌다.

다시 처제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아침과 똑같은 자세였으나 장소는 쇼파가 아닌 침대 위였다.

“내일은 장모님 좀 뵈러가자. 처제!.... 어머님이 우리보다 더 힘드실거야....”

처제는 대답 대신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그윽한 눈빛을 보내왔다. 엄마를 생각해줘서 고맙다는 눈빛이었으며,
그런 마음을 가진 당신을 사랑한다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처제와 나는 말이 없었다.

두 번째 동영상의 장소는 역시 오피스텔의 그 방이었으나, 남사장은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중년의 일본인 커플이 등장했고, 아내는 그 둘의 섹스를 침대와 쇼파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붉은색 기모노를 입고 노란색 일본 국화를 가슴 언저리에 받쳐든 채, 마치 어떤 종교 의식을 치루는 듯한
두 남녀의 섹스가 다 끝날 때까지, 아내는 무릎 꿇은 그 자세 그대로였다.

섹스의 막바지에 일본인 중년 남성이 아내의 얼굴에서 불과 사오십 센티미터 앞에서 침대 가장자리로 끌어내린
여성의 보지 속을 박아댈 때에도 아내의 자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내의 모습은 마법에 걸려 석상으로 변한
어느 동화 속의 인물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일본인 중년 남자가 여자의 보지 속에 사정 한 후,
아내에게 수신호를 보낸 뒤에야 아내는 비로소 마법에서 풀린 듯 무릎을 대고 기어가서는 여자의 보지를 핥아대고 있었다.

도무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동영상은 일본인 중년 남자가 남사장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하면서 풀리게 되었는데, 아마도 남사장은 자신의 중요한 클라이언트나 투자 관계자들에게도 아내를 이용해온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몇 장의 JPG 파일을 열어 아내의 섹스장면이 담긴 사진을 확인한 뒤 내린 결론은 보다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확실히 [내게 남긴 정을 가져가려는 의도!] 였다.

처제가 내 머리를 들어 자신의 허벅지를 빼내고서는 옆에 누워왔다. 처제는 내가 집을 나섰던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노트북을 들고 나갈 때도 그랬거니와, 깊이 상심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설 때도,
또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USB와 관련된 어느 것 하나 물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USB의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옆에 누운 처제의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처제의 눈이 묻고 내 눈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USB를 열어 봤냐고....물어왔다.
보지 말았어야 했다고....대답했다.

화가 나느냐고.... 물어왔다.
용서하지 않겠다고....대답했다.

슬프냐고.... 물어왔다.
은희, 너와 키스를 하고 싶다고....대답했다.

가볍게 입맞춤으로 시작된 처제와의 키스가 이내 곧 혀와 혀가 밀고 당기며 뒤엉켜 구르는 진흙탕 속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키스만으로도 흥건히 젖은 그녀의 보지 속으로, 마치 길고 긴 밤을 운행하는
야간 완행열차처럼 내 몸을 움직여나갔다.
그날 밤 은희의 보지 속에서 상심한 내 자지와 영혼이 동시에 위로를 받고 있었다.

처제와 함께 서울 인근의 A시에 있는 장모님 집을 방문해서, 부조금과 함께 아버지가 건넨 돈을 드린 후 이틀
뒤에 자대 복귀하는 은철과 은희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학교 다녔던 시절의 지하 단칸방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반지하의 방 2칸짜리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처갓집을 나오며 마음이 울컥해졌다.

돌이켜보면 아내 불행의 시작은 가난이지 아니었던가!

처갓집에서 돌아온 집은 장례를 마치고 들어왔던 그 집과 많이 달랐다. 은희의 체취가 어느새 아내 죽음의 흔적을 거의 지워 놓은듯했다. 간단하게 세안을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부동산 까페란 까페는 다 뒤져 급 구함 광고글을 게시했다.
내용은 [녹음실 단기 임대 요청]이란 글귀였다. 그리고 학교 동기며 후배들에게 전화해서 주위에 사용하지 않는
녹음실이 있는지를 수소문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와중에도 세영에게는 계속 전화 달라는 문자를 넣었으며,
꺼져있다는 멘트가 나오는 세영이의 전화기로 수시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는데도 세영이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점차 알 수 없는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혹시 무슨 사고가 난 것일까?’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지하2층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세영이의 차와 남사장의 차가 있는지를 살폈다.
지하2층에서 올라가는 코너에 세영이의 차가 눈에 띄었다. 이상한 생각이 더 강해졌다. 세영이는 어지간히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항사 차를 몰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그새 집에 들어왔나 싶어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지하1층으로 올라가서 남사장의 차를 찾아보았으나 남사장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남사장 차로 둘이 어디 여행이라도 간 건가?”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집으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세영이의 전화가 꺼져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영이를
만나보겠다는 내 마음은 남사장이 개좆같은 짓을 저질러서 내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 관계 정도는 말해 줘야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야 남사장에 대한 응징을 하더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세영이가 한 번만 봐달라고 용서해달라고 애원해도 나는 남사장을 응징할 것이라고, 내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할 참이었다. 물론 세영이의 성격상 자기가 먼저 남사장을 죽여버리겠다고 하겠지만....

밤 10시가 넘어 아파트를 나와 세영이가 사는 902호를 보았다. 불이 꺼져있었다. 불안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영이의 차가 주차장에 있다는 것이 찝찝했다. 혹시 아내의 죽음 때문에 둘이 싸우다 세영이가 변을 당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동영상 속의 남사장의 가학적 성향을 보았을 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층으로 올라갔다. 처음 세영이와 함께 902호를 들어갔을 때, 뜬금없이 자기네 집 비밀번호가 뭔지 아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 어의없는 질문에 그걸 어떻게 아냐고 되물었더니 나와 자기가 만났던 첫날이라고 말하면서 키번호를 눌러대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6개월 전의 재회일은 아닐 것이고, 9년 전 학교에서 5월의 봄 축제 때 만난 기억을 더듬어서 눌러대기 시작했다.

“0515....띠긱”
“0516....띠긱”
“..................”
“0520....띠리릭~~띠익”

생각보다 빨리 현관문이 열렸다. 집에 들어서자 현관 조명이 켜졌다. 남자 운동화 하나와 여자 샌들 하나가 구석에 나란히 놓여있었다. 잠시 신발을 벗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지만 벗고 들어갔다.
내가 주인 없는 빈 집에 들어와 있는 것이 세영이와 남사장에게 보여진다고 해도 찔릴게 하나도 없었다.
그 새끼는 지난 주 일요일 내 집에 들어와 내 아내를 겁탈하기까지 했으니....

세영이의 집은 1101호인 우리집보다 두배 쯤 넓은 평형이었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특성상 각층마다 평형이
다 달랐는데 로열층에 해당하는 9층은 평형이 넓게 뽑아져 나왔었다. 4개의 방을 하나씩 하나씩 열어보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냥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냉기까지 흐르고 있었다. 주방의 싱크대는 바짝 마른 상태로 최소 며칠 동안은 물 한 번 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실 쇼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기다려야할지 아니면 11층으로 올라가야 할지, 계속 같은 생각이 맴도는 사이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쇼파에서 일어나지 않고 아침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

“형부 일어나세요. 오후 1신데....네”

잠결에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밤 세영이 집에서 꼬박 밤을 새우고 아침 8시 전후로 잠이 들었었다.
처제의 팔목을 잡아 침대로 끌어당겼다. 처제가 화들짝 놀라며 귓속말을 낮고 빠르게 뱉었다.

“은철이도 같이 왔어요”

다음날 강원도 인제에 있는 자대복귀를 앞두고 하루 일찍 출발하기 위해 인사차 들른 모양이었다. 막내 처남에게 큰누나 일은 잊고 군생활 잘하라며 떠나보낸 뒤, 컴퓨터 앞에 앉아 부동산 카페를 드나들고 있는데 대학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석이 형! 형이 부탁한 비어있는 스튜디오 하나 찾았습니다”

밴드 동호회 회장인 친구 동생이 계약 기간보다 두 달 정도 먼저 나가게 돼서 현재는 비어있는 성수동 소재의
녹음실 겸 연주실이라고 했다. 며칠을 쓸지 몇 달을 쓸지 모르니 1개월치 임대료만 즉시 송금한 후,
후배가 문자로 찍어 준 주소와 자동키 번호를 받아들고 다짜고짜 성수동으로 향했다.
아파트형 공장 지하 1층에 있는 스튜디오는 현관을 열면 작은 응접실이 나오고 건너편 쪽의 문을 열면
모니터링실이 나오고 맨 마지막 공간에 녹음실 겸 연주실이 방음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진 채 꾸며져 있었다.
남사장을 데려오기엔 딱 알맞은 곳이었다.

분노에 찬 주인공이 그 분노의 원인 제공자를 찾아낸 후, 무슨 핑계나 변명을 듣기도 전에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휘둘렀던 영화가 있었다. 그때 그는 그런 말을 던졌었다.

“일단 맞고 시작하자!”

어제 오후 아내의 동영상을 본 후 내린 결론이었다. 남사장에 대한 응징을 어떻게 해야할 지 솔직히 정하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방식을 선택하게 되든 남사장에게 육체적인 고통을 주지 않고서는 아내의 원한 이전에
내 분이 안 풀릴 것 같았다.
비록 남사장에게 린치를 가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과도한 폭력이 행사되고, 그 결과 그 어떤 법적인 책임을
감수하게 되더라도 그런 이유 때문에 갈등하기에는 내 울분이 너무 크게 쌓여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남사장을 데려올 적절한 공간을 찾고 있었고, 마침내 방음이 잘되는 비어있는 스튜디오를 사전 답사 차
방문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남사장을 린치할 장소를 답사하고 나자,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았던 불안과 초조와 흥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전쟁터에 나가기 직전 전투병의 마음이 이와 같을까?

집에 돌아와서도 불안과 초조가 계속 지속되고 있었다. 상태가 많이 좋아진 발에 감겨있는 붕대를 푼 다음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줄기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얼마나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있었을까?
제법 추위와 냉기가 느껴지고 있을 무렵 등 뒤에서 따뜻하고 뭉클거리는 그 무엇이 안겨왔다. 처제였다.
고속버스 터미널로 막내 처남의 배웅을 마치고 돌아온 처제가 자신도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채로 나를 안아왔다.

물줄기 아래서 키스를 했다. 지금껏 처제와 해온 키스와는 달리 턱뼈가 으스러질 만큼 강하고 격하게 그녀의
입속을 유린하며, 그대로 욕실 바닥에 눕혔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바닥에 부딪히며 나와 처제의 몸뚱이를 차갑게 때려왔지만, 이미 뜨겁게 달궈진 몸속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처제의 보지 속으로 내 몸을 강하게 들이밀었다. 처제의 신음소리가 욕실 벽에 끊임없이 튕겨지는 동안, 처제의 보지를 박아대는 소리도 철퍽거리며 리듬을 맞춰주고 있었다. 무?팍이 아려오기 시작했으나 처제의 몸 속을
파고드는 힘과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욕실 한가운데서 시작된 삽입이 어느새 처제의 몸을 욕조까지 밀어붙여 더는 밀고나갈 수 없게 되자, 처제의 몸을 일으켜 욕조와 세면대 사이의 벽에 세워두고는 처제의 한쪽 다리를 들어올려 그대로 보지 속을 뚫어버렸다. 몸의 무게를 지탱하던 처제의 다른 쪽 다리가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지만, 처제의 신음소리는 바닥에서보다 훨씬
강하고 날카롭게 벽면을 부딪히고 있었다.

내 종아리의 근육에서 경련이 일어날 때까지 벽치기를 한 후, 세면대에 처제의 손을 짚게 만들어 또 다시 보지
속을 쳐올려대기 시작했다. 세면대의 거울에 고개를 숙인 처제의 모습과 두 눈을 부릅뜬 채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박아대는 내 얼굴이 비춰졌다.

나는 그렇게 거울 속의 내 눈동자를 바라보며 남사장에 대한 복수와 응징의 불안을 털어내고 있었으며,
나는 그렇게 처제의 뜨거운 보지 속에서 두려움을 녹여내고 있었으며,
나는 그렇게 처제의 몸속에 숨어 아내의 동영상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아내가 뛰어내린, 그리고 남사장이 출근해 있을 바로 그 건물 지하 2층 주차장에 도착했다. 지난 이틀 동안 수십 번을 아니 수백 번을 머리 속에 그려온 남사장과의 첫 만남에 대한 시나리오는 어느새
새하얗게 지워져 있었다.

무작정 남사장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남사장의 방으로 곧장 걸어갔다. 사무실 여기저기서 수십개의
눈빛들이 내 몸에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김은정의 남편이므로.... 남사장의 방에 들어섰다. 아내가 처음 당했던
그 능욕의 장소에는 도살되어야할 짐승 하나가 엉거주춤 일어나 불안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김은정이 남편 정지석입니다. 남경식 사장님!”

남 사장의 불안에 떠는 눈동자가 내 눈 속에서 흔드렸다. 나는 그를 첫 만남의 순간에 완벽히 제압해 버렸다.
왜냐하면 나는 도살자고 그는 도살당할 짐승이므로....

“지금 저와 긴히 가실 곳이 있습니다. 나오십시오!”

남사장이 뭐라 뭐라 말을 했지만 나는 방문을 열고 그가 나서도록 눈과 턱으로 방향을 지시했다. 남사장이
주춤거리며 방문을 나섰다. 나는 발걸음을 성큼성큼 내딛어 남사장의 앞에 서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도살자이므로.... 도살당할 짐승의 뒤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 다시 사무실의 수십개의 눈빛이
내 얼굴에 꽂히고 있었지만 남사장을 엘리베이터에 태우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차의 뒷문을 열어 올라타라고 손짓을 했다. 남사장이 잠시 망설이더니 얼굴을 조금 씰룩거린 후 뒷좌석에 앉았다. 차문을 닫고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주차장을 빠져 나오자 남사장이 정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부인되시는 김은정씨 일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답을 안했다. 남사장은 도대체 내가 자신과 아내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는지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상중엔 찾아뵙질 못했습니다. 워낙 회사에 중요한 문제가 생겨서....직원을 통해 마음을 담아 부조밖에
할 수 없었던 점 용서하십시오.”

[그래? 아내의 몸값이 니가 부조한 50만원이었다 이거지? 그렇게 말한 거 맞지?]

“이해합니다. 회사 경영한다는 게 어디 공무원 생활처럼 규칙적인 것도 아니고...”

숨을 누르고, 울화를 삼키며 남사장의 말에 대답을 해주자, 남사장의 말투에서 안도의 한숨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많이 괴로웠습니다. 여러모로 사죄드립니다.”
“저 역시 같은 처지 아니겠습니까?”

남사장의 사과에 세영이와의 관계를 믹스시켜버리자 남사장은 완전히 긴장을 풀어버린 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건지요?”
“성수동 갑니다. 왜 가는지는 묻지 말아주십시오. 도착하면 금방 아실테고 설명하기 ”좀 그렇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 ~ 예에~ 그럼 하나만 더.... 혹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까?”
“아닙니다. 금방 끝날 겁니다.”

성수동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까지 남사장의 경계심을 고조시킬 필요는 전혀 없었으므로 묵묵히 침착하게 최대한
정중하게 그를 모셨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남사장과 함께 들어섰다. 썰렁한 응접실 분위기에 남사장이 흠짓했다.

“여긴~~?”

먼저 들어섰던 남사장이 뒤돌아보는 순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고압 전기 충격기를 꺼내 남사장의 목에 꾸욱하고 눌러댔다.

“찌지직!!!!”

남사장의 몸이 푸드덕 거리더니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쓰러진 남사장을 끌고 맨 끝 방인 녹음실로 옮긴 다음
두 손과 두발을 꽁꽁 묶고는 마지막으로 남사장의 입에 자갈을 채웠다.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마치 하루 종일 중노동을 한듯한 피로감이 한 순간에 몰려왔다.

스튜디오를 나와 성수동 공단길에 늘어선 철물점에서 매설용 케이블 고무 피복을 1미터씩 절단하여 3개를 샀다. 두꺼운 고무재질의 파이프야말로 가장 극심한 고통을 주며 오랫동안 때릴 수 있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30여분 만에 스튜디오에 돌아왔다. 남사장은 기절한 채 여전히 쓰러져 있었다. 남사장의 관자놀이와 광대뼈
부근을 구두 뒷축으로 힘껏 눌러댔다. 남사장이 발버둥치며 깨어났다.

“너를 죽일 생각은 없어. 하지만 정신없이 때리다보면 네가 죽어버릴 수는 있겠지!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어!
그러니까 넌 이제부터 죽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될거야! ”

남사장의 눈이 아직 전기충격기의 충격에서 못 벗어난 듯 반쯤 흰 자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고무 파이프를 들어 있는 힘껏 내리쳤다.

“피유~웅!”
그야말로 굉음을 내며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나에게 조차 소름끼치도록 괴기스럽게 들렸다.

“퍼억!!!”
“피유~웅!”
“퍼억!!!”

말 그대로 미친듯이 내리쳤다. 남사장의 머리며 어깨며 모가지며 허리며 꿈틀거리며 몸을 비틀어대는 남사장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내리쳤다. 남사장의 재갈 물린 입에서 처음에는 중저음의 비명소리가 새어나오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컥컥거리는 외마디만이 뱉어지고 있었다.

내 몸이 온통 땀으로 범벅되고 헐떡거리는 숨이 차오르고 나서야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남사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분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악이 바쳐 오르고 있었다.
모니터링 실에 있는 의자 하나를 가져와 뻣뻣하게 굳어 있는 남사장을 일으켜 그 위에 앉혔다.
몇 가지 물어본 다음 또 다시 고무파이프를 휘둘려고 했는데, 의자에 앉혀진 남사장의 모습을 보자마자 동영상에서 아내의 가슴을 발발 밀어버리던 영상이 떠올랐다. 의자에 앉혀진 남사장의 가슴을 앞발로 걷어찼다.
남사장이 뒤로 벌러덩 넘어가며 뒷 머리가. 바닥에 쿠웅 쿵하고 두 번을 연달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순간 남사장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시 고무 파이프를 들고 정신없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잠시 뒤, 다시 남사장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재갈을 끌렀다. 남사장의 입에서 피와 침이 범벅된 액체가
주루룩하고 흘러내렸다. 그의 옷은 발목부터 어깨까지 어디 한 곳 성한 곳 없이 찢겨져나가 피가 터진 채 살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묻는 것만 대답해! 넌 사람새끼가 아니니까 내가 말하라고 할 때만 말할 수 있어 알았어?.....대답해!”

남사장이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렸다.

“내 아내가 죽기 전 날 그러니까 일요일 오후에 우리집 안방에서 아내를 겁탈한 적 있지?”
“.................”
“빨리 대답 안하면 넌 죽을 때까지 맞을줄 알아 알았어?....그런 적 있어 없어?”
“이...쓰...음...니다.”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고 들어갔어?”
“세....세여..엉이...가아...”
“뭐라구? 똑바로 말 안 해?”
“세영...이가 알려,,줘..었어요.”
“....................”
“그날....세영..이가... 지석씨이한테 문자....보낼 때에....저도 집에....같이 있었어요.”

남사장의 말이 조금 더 이어지고 있었지만, 내 머리는 콘크리트처럼 굳어져갔다. 그리고 남사장의 눈빛은 거짓이 아님을 호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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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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