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전의 결말.


모든 종족 중 가장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종족은 바로 드워프이다. 그들의 투박해 보이는 손끝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예술품들로 불림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들은 자존심세고 괴팍하여 그들에게 어떤 물건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 할 때는, 부탁하는 사림이 아무리 부자이고 권력자라고 할지라도 상당한 고생을 하기 마련이다. 재물보다는 자신이 만드는 물건에 관심을 쏟는, 장인정신 드높은 드워프들은 무서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강력한 종족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천적관계가 있는 법, 두려울 것 없는 이들에게도 천적이 있었으니 바로 드래곤이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반짝이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이 무법자들은 산맥마다 거대한 몸에 걸 맞는 광대한 영역을 자신의 것으로 선포하고 독점해서, 드워프들이 광산을 만들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좁혀놓았다. 게다가 수시로 드워프마을에 방문하여 드워프들이 힘들게 만들어 놓은 고예품들과 가공된 보석들을 긁어가는 취미까지 있었다.

드워프들은 재능이 있다는 죄 하나만으로 드래곤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으며 그것은 벗어날 수 없는 일족의 숙명과도 같이 굳어져 있었다.

미스대륙 북쪽에 위치한 플롬산맥에는 드워프들의 위대한 건축물이 숨어있었다. 바로 화룡제 카르티엄의 레어였다. 산 속을 깎아내어 만들 거대한 광장처럼 만든 카르티엄의 레어는 난폭함의 상징 레드드래곤, 그 중에서도 제왕으로 불리우는 에이션트 드래곤 카르티엄이 드워프들을 구워가며 닦달해서 만든 만큼 거대하면서도 예술적이었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깊은 곳에 만들어졌음에도 어두운 곳을 맞을 수 없을 정도로 절묘한 각도마다 마법으로 빛이 밝혀져 있었고, 벽에는 화려한 문양들이 부조되어 있었다. 곳곳에 보석을 박아 모자이크기법으로 만들어진 벽화는 드워프 예술혼의 극치였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곳에서 느긋하게, 좋아하는 보석들을 감상하고 있어야 할 카르티엄은 그다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거대라는 단어, 그 자체라고 보아도 될 카르티엄은 그의 입장에서는 바퀴벌레만한 인간들에 의해 포위대어 있었다. 세상에는 천적관계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간들의 수는 2~300여명, 아무리 적지 않은 수라고는 하지만 꼬리 한번 휘두르면 전멸한 인간들에게 포위당한 채 꼼짝도 못하고 있는 카르티엄은 모습은 어딘지 우습기까지 했다. 스무명 남짓한 인간들이 남들보다 앞에서서 드래곤을 포위한 상태로 결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비범함이 느껴지는 고위마법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서 하얀 머리카락과 긴 수염에, 휜로브를 입어 마치 성직자와 같은 정결함과 위엄 있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한 노마법사가 서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