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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26 433회 0건
P.S.: 7년전 절필과 함께 완성하지 못했던 중편소설을 먼저 각색해서 올려드립니다. 카페에서 보신분들도 있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메일을 통해 받으신분도 계시겠으나 원래 포함되어있던 여왕벌 부분은 그룹섹스의 조장측면이 부각되어 삭제하고 그전에 멜로로 마무리된 중편으로 올려드립니다. 세월이 지났으나 미완의 발자취부터 바로잡는 의미에서 구작을 먼저 공개하여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이해하시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블루스맨 배상-


-춤- 제 1 회 : 되돌려 줄 수 있을까?



차는 가다 서고를 반복하면서, 나 스스로도 지금 차를 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작은 상자 안에 그냥 갇혀 있는 것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규칙적인 움직임의 시계초침처럼 눈 앞에서 와이퍼는 쏟아져 내리는 비를 차창 밖으로 밀어내기에 여념이 없었고, 차 안은 평소보다 에어컨의 냉기가 조금 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눅눅함과 아울러…..그렇게 질질 끌려 가는 와중에 목적지를 향한 나름대로의 방향 전환 이었음에도, 그렇게 딸려 가던 차량간 줄 나래비의 행렬이 길었으므로 인해서 이게 제대로 가는 길인가 하는 의심마저 들기도 했다. 저 멀리 언제나 차를 주차시키던 주차 빌딩이 눈에 들어오고, 입구를 향해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도 나는 이 쏟아지는 빗속에 우산도 없이, 어떻게 밖으로 나설까 하는 걱정만 하고 있었다.

‘?煉──

비가 퍼붓는 밖을 내다 보면서 난 전화를 걸었다. 메시지와 함께, 통화는 끊기고, 나는 음성이나 문자라도 남기려다가 그만 두었다. 언제나 그녀를 만나기 전에 하던 버릇. 난 아내에게 지금의 위치를 알리고 핸폰을 꺼 놓는 것이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그 사이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질 않았던 지난 기억들….그래, 습관이란 참 무섭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비를 맞을 결심으로 양복의 깃을 세우며, 길가로 나갔다. 우선 안경을 벗어서 주머니에 넣고, 냅다 길을 건너기 위해 뛰었다. 날이 좋을 때야 모르지만, 우산도 없이 이렇게 횡단보도에 서서 줄창 비를 맞고 있는 그 기다림의 시간은 평소보다 길게 느껴지고 있었다.

‘어?’

길을 다 건넜다고 생각한 그때, 건너편에서 보이질 않던 그녀의 구두와 눈에 익은 원피스가 내 시야로 들어왔다. 아마도 길 건너편에서 비를 맞으면서 안경도 없이 처량맞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산은 어디다 두고?’

‘응, 차 트렁크에….손에 뭘 들고 다니면 맨날 어디다 놓고 다녀서리….’

‘자긴 참 용해. 그 정신으로 어떻게 이제까지 티도 안내고 돌아다니는지 원…..’

‘그건 우산이랑 다르지…..괜찮아…니 쪽으로 기울여 쓰라니깐? 나야 이미 다 젖었는데…..’

난 어깨가 다 드러나게, 우산도 쓰는 둥, 마는 둥 젖어 들어갈 그녀의 모습이 연상되어, 됐다고 하면서 우산을 잡은 그녀의 팔꿈치를 그녀 쪽으로 밀어댔다. 나와 그녀는 그 곳의 1층 카페로 들어가면서도 계속 투덜대고 있었다.

‘왠 비가 이렇게나? 아예 하늘이 빵꾸가 났어요….. 글쎄…..’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주문 대신에 물기를 닦을 만한 것이 없느냐고 물었고, 종업원은 어디서 가져 왔는지, 손수건 반만한 타올을 내밀었다.

‘쫌 닦지?’

‘닦기는! 아예 짜야 할 판인데, 핸폰이나 지갑은 괜찮을랑가 몰라?’

‘그러다 감기 들겠네, 이 사람아! 얼릉?’

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아도 난 얼굴위로 흐르는 물기라도 없애야 되겠다는 심정으로 흐르는 빗물을 그 조그만 타올로 닦기 시작했다.

‘이 빗속에 왠 약속?’

그녀가 느즈막 하게 시킨 뜨거운 커피를 맛나다는 표정으로 들이키면서 물었다.

‘너나 나나 물난리랑은 땡 친 인종인데, 멍하니, 비 내리는 거나 볼라구? 그렇게나 시간이 핑핑 남아도나? 한시락두 젊을 때….’

‘그 놈의 시간 타령……아예 초단 위로 끊어 대면서 살지, 왜?’

‘뭐 말하자면 그렇다 이기지 뭐. 밥은 먹었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 안 먹었니, 자기는?’

‘생각 없네, 이 사람아! 음식 앞에다 놓고는…….’

나의 느글댐에 그녀가 눈을 흘긴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그녀의 그런 표정은 묘한 여운으로 남곤 했었다.

‘수진아…..넌 휴가 때, 뭐 특별한 새끼줄 있어?’

‘글쎄, 방콕에다……한동안 못 읽었던 책이나 읽으까? 자기는?’

‘책? 집안에 노력 봉사는 안 하고? 남편도 요즘 정신 없다며?’

‘그 사람이야 내 놓은 사람인데 뭐….’

세상 일은 죄다 도맡아 하고 다니는 것 같은 그녀의 남편은 항상 바쁘다는 냄새가 살갗에 배어 있다고 언젠가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요즘도 뚱해?’

‘그렇지 뭐. 가끔 힘들게 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심하네.’

그녀의 얼굴에 넌지시 스치는 그림자. 아마 남편이 바쁘다는 와중에도 그녀의 일 거수, 일 투족에 대한 지지래를 떨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와 섹파로서 지낸 것도 1년이 다 되어 가는 것을 본다면, 그 사이에 낌새를 눈치 챘어도 벌써였을 것을, 이번에는 꽤 오래 가고 있다는 두 사람의 일치된 의견을 나눈 것이 얼마 전 이었다.

‘밤에는?’

‘뭐 똑같지……물어보긴 뭘 물어 보시남? 그런 자긴 집에서 어때? 라고 내가 물으면 어쩔 건데?’

그녀가 싱겁게 웃으며, 대꾸했다. 나나 너나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뭘 더 알려고 하느냐는 그런 의미…..이제는 서로의 대꾸에 많이 둔감해 진 것 같으면서도, 내버려 둬야 할 구석을 귀찮게 들고 흔드는, 때 아닌 부산함이 없진 않았다.

‘뭐 꼭 그렇게 까지 까칠하게 나올 껀 또 뭐래?......대충 올라가자!’

‘…….’

그녀는 방으로 올라가자는 나의 청에 언제나 대답하는 법이 없었다. 몸을 일으켜 카페를 빠져 나가는 도중에 당연히 침대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올라 가면서도, 끝내 대답이 없는 그녀의 침묵…..가자는 얘기인지, 아님,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의미인지…..그래도 나와 그녀는 대답에 대한 여부가 별로 중요하질 않은 듯, 이제까지 줄창 달려 오기는 했다. 승강기 안에서 그녀가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중얼댔다.

‘……..카페를 통해 방으로 올라가는 손님들을…….. 어떻게 생각하까?’

‘누구?’

‘종업원이나, 아님, 카페에 있던 다른 사람들….’

‘니나 내나 횡하긴 피차마찬데, 느그들이 쫌 낫네 하겠지, 뭐.’

‘왜?’

‘우린 잡다구리 하게 농담 쌈치기 허는 게 아니고설랑, 기냥 지대루 일보러 가니까……안 그래요, 섹친님아?’

‘아니, 섹파면 섹파지, 섹친은 또 뭐래?’

‘요즘 트랜드 모르시남? 섹파는 섹스 파트너란 말 아니우? 그 파트너란 어감이 너무 들러 붙는 느낌을 준다나 뭐라나? 그래서 섹스로 우정을 다지는 거이지, 들러 붙덜 말라는 의미루 다가니 섹친, 즉 섹스친구다 라고 헌다네. 기왕지사 이 바닥에 나온 인물들끼리 서로 번거롭게 허덜 말고, 쿨하게 걸치다, 우정이나 다짐시롱 낼름 빠이 하자는 의미 아니겄서요?’

‘그럼 우리가 섹친?’

‘왜, 너무 평가절하 되서리, 등골이 선득 하시남?’

‘아니……뭐 그런 건 아니지만…..’

‘수진이 너두 맹꽁이 가튼 애가 아니라서 하는 말인데, 우리 관계, 쫌 드라이 해질 필요도 있어. 누가 그러더라구, 섹파랑 몸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까지 나눴다가는 절딴 나는 거라고 말이야. 쉬운 말로 정주지 마셈, 뭐 그런 거지…….’

‘그게 그렇게….. 쉽게 되나?’

‘되지!…..’

‘어떻게?’

‘자….알….!’

승강기의 문이 열리면서 그녀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언제나 방의 문을 자신이 열고 싶어했다. 난 한동안 그 이유를 몰랐지만, 그 작은 행위로 인해 그녀의 무거운 가슴 한 켠이 조금 가벼워 진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내가 문을 연다는 건, 내 스스로 기꺼워 질러댄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라는 거지, 내 말의 의미는……’

스스로의 다짐…..나라고 뭐 꼭 속이 편하게 돌려대기만 하는 인물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서로가 가정을 지닌 상황에서 그것도 훤한 대낮에 만나, 기름 한 방울 나질 않는 나라에서, 커튼은 오만시리 닫아 쳐놓고, 불도 환하게 켜 놓은 채, 세상 모르고, 섹파의 바디에 뻑이 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그건 작은 등짐 정도라고 하기에는 그 중량감이 대대하긴 했다.

‘샤워 않해?’

난 평소와 다르게 옷도 벗질 않고, 침대 옆의 가구에 올려져 있던 컴터 앞에 앉아 버리는 그녀의 태도가 의아스러웠다.

‘먼저 씻어. 비도 홈빡 맞았으니…..’

‘넌?’

‘쫌 이따가…..’

‘껨 끝나고 나서?’

‘아니, 우리가 한 두 번 만나 뚜껑 열리게 정신 놓는 사이니? 그래도 그렇지, 씻지두 않고 상에다 올릴까, 아무렴……’

‘거럼…..매너가 있쥐…..빨리 따라 들어오셈……’

그러나, 그녀는 내가 몸을 다 씻고, 욕실을 나오기 까지 컴터 앞에 앉아 있었다.

‘너 지금 일하니? 왠 집중 모드?’

‘아니, 음악 쫌 들으려구……다 됐네…..나두 쫌 씻고…..’

난 나체로 침대 옆의 탁자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녀는 섹스 전에 피우는 담배를 질색하곤 했다. 그러나, 나의 버릇은 어쩌질 못했었고, 그녀는 그런 나에게 익숙해져 가는 걸로 트집을 접었기에….

‘아! 시원타……’

그녀가 몸에 타올을 두르고, 머리는 다른 수건으로 터번처럼 감은 채로 내 앞에 앉았다.

‘나도 좀 줘…..’

‘아니, 자긴 요 타이밍에 담배 안 태우 자너?’

‘그래두, 오늘은 쫌 땡기네……’

그녀가 깊이 빨아 들이는 연기가 좀처럼 나올 줄도 모르고, 들이마신 숨과 함께 그녀의 가슴 속에서 자맥질을 하는 동안, 난, 이미 태운 담배를 끄고, 하나 더 붙여 물고 있었다.

‘첨 피우는 날 같다. 머릿속이 핑 하니 도는 걸 보니……’

‘…..오늘…… 너 쫌 그렇다….뭔 일 있대?’

나와 그녀의 사이에서 꼭 묻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전혀 엉뚱한 제 3 자의 소문을 들춰 내는 듯이 인칭의 혼란이 적지 않은 형태로 질문을 하는 것이 습관중의 하나였다.

‘아니, 그냥 속이 그래…..자기 첨 본 날 생각난다. 호호호….’

‘그건 또 왜? 지나간 얘기 들출 때 종말 불안한 거 아니?’

‘좋잖아? 자긴 안 그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구….’

내가 그녀를 첨 보고 작업에 들어가던 그 날, 우리 둘 사이에는 개그도 그런 개그가 없었다.

‘……근데, 이름은 뭐래여?’

‘어립니다.’

‘아니, 누가 호구조사 하자구 그랬지, 나이 타령은…….어린 송아지들이 이 바닥에서 인기 쫌 있다구, 그렇게나 나이 값을 급하게시리 상장도 하기 전에 선물환으로 튀겨 내나?’

‘이름이 그렇다니깐….내 참…..정어리라구요. 제 이름이….아니, 내가 무신 남자 김삼순이도 아니고 설랑, 개명을 해야 돼, 말아야 돼? 작업 멘트가 이렇게 구려져서야 어디 진도 나가겠나?’

‘참 어렵게 사시네. 아니 민증 까듯이 까발리기 싫으면 싫다 허시지, 왠 닉 타령?’

‘정어리가 아니구, 정…얼……이게 내 이름 이라 이 말이쥐. 정!…..얼!….유노?’

‘아니, 쌩얼두 아니고설랑, 정얼? 바를 정짜에, 세숫대야 얼짜? 지대루 얼짱?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니에여? 호호호……’

‘거럼 그 쪽 이름은 뭐래?’

‘한 수진…..’

‘오, 그래? 물 수짜에, 참 진짜? 한 가락구 허시는 명품 아랫도리 물? 나야 고맙지 뭐유!’

‘참. 진상두 따로 없다니깐……어디 본 껨 전에 이렇게나 버벅 대시나? 다른 치들처럼 뻐꾸기에, 설레발 같은 거 뭐 없수? 메뉴가 이렇게 빡빡해서야, 메인 코스 기대감 완죤 낙상이네 그랴.’

‘누가 할 소릴…..그러니 맞짱 한번 심하게 떠 보자니깐?........’

그녀와 나는 상대방에 대한 격렬한 호기심과 음란하게 넘쳐나는 서로의 매력에 대한 흡입력마저도 마다한 채, 첫 만남의 기대감도 접고서 진짜 동네 골목 축구 하는 심정으로 선선히 질러댄 일탈이었던 것이다.

‘자긴……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뚜 없는 거 가터…..’

‘사람이 평소랑 다르게 변했다간 죽을 징조라는 말 아남? 그 날이 그 날 이라두, 평생을 살아댈 것처럼 살아 주는 게, 하늘에 대한 나의 기본기라는 거, 내 신조 라니깐?’

‘그러니, 살지…..’

그녀가 담배를 피우다 말고 눈을 비볐다. 아마도 연기가 눈 안으로 들어간 모양 이었다.

‘그러게, 평소에 안 하던 짓 하면, 벌 받는 다니깐?..... 꺼! 얼릉!’

그녀는 순순히 담배를 끄고, 머리와 몸에 두른 타올을 풀고, 침대 위로 올라가려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오호라! 이거 봐라! 너 언제 밀었니?’

눈 앞에 나타난 그녀의 체모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모습 때문 이었다.

‘그냥……’

‘그냥, 뭐? 니가 니 손으로 보지 까면서 거울 보며, 밀었다는 얘기는 아닐 테고…..’

난 그녀가 유녀라는 사실보다, 나 말고 다른 놈쉐이가 그녀의 가랭이를 벌리며, 음흉한 미소를 질질 흘리는 상태로 그녀의 보지 털을 지지리 시간을 있는 대로 끌며, 장난처럼 밀어대는 장면이 순간적으로 연상되었다.

‘그이가…..’

‘앵?..... 그래서…… 정리가 아니라, 초토화를 시켰구만……무셔라!….그럼 경고성 함포 사격?’

‘그런 셈인가?’

보통의 체모 정리가 아니라 모근조차 보이질 않도록 보지 주변의 털을 완죤히, 깡그리 밀어 버린 모습은 발가벗겨진 채로 추위에 떨고 있는, 털 뽑힌 쌩닭 같다는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남편이….눈치 깠어?...그런 거야?’

‘…….’

‘근데 왜 지금 얘기 하니? 이거 어디서 우리 두 사람, 눈까리 벌겋게 뜨고서 감시 하는 거 아냐?’

치졸한 피해 의식과 책임 회피의 온상……

‘그건 아니구…….더 이상…..벌리고 다니면……’

‘벌리고 다니면…….?’

‘아주 가랭이를 찢어 놓는다구….’

‘태어날 때부터 가랭이 째지지 않은 여자들도 있나? 뭔 수로 너를 가랭이 부텀 두 동강 낸다디?’

‘글쎄……’

‘어쩌다 알았는데?….첨부터 알고 있었다니? 아님…니가 븅신같이 흘리고 다녔니?’

‘자기야, 그걸 꼭 뒤져야만 알아지나? 아무리 정이 없는 삭막한 부부 사이라도, 한 집에서 살 맞대고 살다 보면, 말 안 해도 알아지는 거 아냐?’

‘그건….’

나도 그 부분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섹스가 좋아서 이 바닥에 튀어 나온 나의 이중적인 삶의 존재와 그 풍겨나는 음란한 색흥의 냄새를 아무리 집 안에서 감춘다손 치더라도 아내가 모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은 것은 온전히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거, 나 자신도 공감하기는 했었다.

‘수진아, 그럼…..넌 어떡 할 껀데? 그냥 여기서 쫑 내? 그런 거니? 나 이런……’

난 순간, 그녀와의 관계가 끝난다는 사실에 대한 서운함 이라든가 애틋함 등은, 벌써 엿장수에게 팔아 먹은 지 오래였고, 다만, 앞으로 또 어떤 걸을 잡아 잡수러 사냥에 나가야 하냐는 막막함만이 화를 돋우는 지경이었다. 비겁하게시리….

‘나도 잘 모르겠어…….그 이랑은 그냥 살아지는 거구, 자기랑은 마냥 살고 싶은 게 틀린건데….’

난 그녀의 중얼거림에 가슴이 뜨끔하고 있었다. ‘마냥….. 싶다’라는 표현 속에 담긴 그 무거운 의미…..그건 섹파들의 사이에서 맹독으로 분류되는 집착, 혹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의미했기에, 게다가 촌시런 사랑타령의 꼬리표까지 포함해서……

‘여기서 우리 둘 다 찌질 댔다가는 완죤 좇되는 수 있다는 거, 너두 인정하지?’

난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경각심과 함께, 이름 하야, 양놈들이 외치는 cover my ass, 쉬운 말로 얘기 해서 지 똥꾸녕 가리기, 혹은 급한 김에 나부텀 살고 보자의 알량한 얌체 모드 속으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자긴…무우 자르듯이, 그냥 여기서 끝내는 거……, 아무런 느낌두 없니?’

그녀는 이른바, 정이라는 좇거튼 미련 따우를 주절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쩔껀대? 서로 좋자고 나온 이 바닥에서….. 저기 보이는 끝이 절벽인데여, 우리 같이 뛰어 내리면 증말 클한건데 라면서, 주구장창 안면 까고 들이대? 예끼 여보슈…..니나 내나 정 쌓자고 여기까지 달려온 빙충이들 아니거덩여?’

‘허긴….’

나 또한 침대 위에 올라가긴 했어도, 그녀나 나나 조금 흥이 가시긴 했다. 결국 끝을 보자는 의미의 요식행위 같은 섹스를 앞에 두고 있다는 감은 두 사람의 눈빛에 흐르고 있었고…..

‘지금까지라두…… 잘 지내온 거 아니냐 하면서……. 접어야 하는 거 아냐?’

난 옆으로 누워 천장으로 올려다 보며, 아무런 말이 없는 그녀의 도톰한 젖무덤을 감아 쥐면서 중얼거렸다.

‘그냥 이렇게 미련 없이…..잘못 탄 버스에서 내려 돌아 서듯이?……’

‘거럼…..쭉쭉…..쪽쪽..우리가 뭐 완투 데이 이런 장사 하는 사람인가?’

난 그녀의 앙증맞은 젖꼭지를 빨아 대면서, 앞으로도 누군가가 이걸 대하면서, 뻑이 가겠구나 하는 괘씸한 생각과 아울러, 막판 싹쓸이 라는 심정으로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꼭지를 물고 늘어졌다.

‘쭙쭙..할할…??…..저 뚱마즌 노랜 또 뭐래? 니 취향두 아닌데…..걸걸한 목소리 하고는.…..헐…….’

난 그녀의 젖꼭지를 빨면서도, 아까부터 귀를 거스르는 그 컴터로부터의 노래에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꼭 내 맘 같아서리…..나도 빨아주께….얼릉 이리 와.’

그녀의 주특기 69…….그녀는 69을 할 때면 목이 아프다며 언제나 나를 보고 먼저 누우라고 재촉 하곤 했다. 사실 남자가 위에서 빨아도 걸들의 씹구녕과 똥꾸녕을 같이 살펴 보기에는 나조차 고개에 힘을 줘야 하니, 불편하기는 남자 쪽도 만만찮기에…..난 그녀의 보지를 밑에서 올려다 보며, 나의 혀놀림에 따라 똥꼬가 움찔거리고, 씹살이 너울너울 울렁대는 그 동시 상영을 감상하는 편이 더 좋기도 했다. 게다가 오늘처럼 보지털이 완전히 밀려 버린 쌩살의 씹떡질이야 말로 내가 항상 바라던 바가 아니었을까?

‘씹털이 없으니 더 예술이네……근데, 수진이 넌 안 빨고 뭐한데?’

그녀가 숨 넘어 갈듯이 목구녕에 치받치도록 쑤셔 넣던 내 좇을 부여잡지도 않고서 평소와 다르게 불알만 슬슬 건들거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노니? 자니? 아님, 감상 중이니…..? 응?’

‘쪼금만 이렇게 이쓰께……’

그녀가 나의 좇을 우러르며, 슬슬 손으로 쓰다듬는 그 야리야리한 느낌이 시작되면서 나도 그녀의 바디에 대한 무차별 공격도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울럭…울럭…..’

그녀의 오랄이 준비되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내 좇의 뻐등거림으로 요동치고, 그에 따라 그 파동은 아랫배를 타고, 기어이 씹구녕의 벌렁거림으로 이어지는 그 통쾌함…..

‘암!........쪽쪽….쭈욱…..쭈욱….내가 한 좇 하기는 하지……지대루 목이 멕힐 거이야….할할….쭈웁…죽쭉…..’

그녀가 내 좇을 집어 삼킬 듯이 빨아대면서, 구역질까지 일삼는다. 그럼 그래야지, 예전과 같이 돌아온 그녀의 헤드 뱅잉…..난 그녀를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고 믿었다. 공알을 쪽쪽 빨아주면서 손가락으로 쉼없이 구녕들을 쑤셔주면 의례 그녀의 흥분은 그렇게 그녀의 머리를 상모처럼 휘돌리게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아흑…아흑……윽윽……’

그녀의 상체가 번쩍 번쩍 들리면서도 내 좇을 움켜 잡은 손끝은 흐트러짐이 없다. 내 혀 안에서 그녀의 씹공알과 구녕들이 벌벌 땀을 흘려대며, 살려 달라고 외치면서 농락당하는 와중이라도…..난 그녀의 그런 모든 과정들을 이제는 더 이상 대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 보다는,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과 징한 추억으로 보지 속에 각인 시키려는 듯이 입 주위가 물벼락을 맞은 것처럼 질퍽거리면서, 그녀의 보지 전체에 입을 화들짝 벌리고 죽죽 빨아댔다.

‘윽윽…흑흑…아흑…..윽윽……’

그녀가 내 다리 옆으로 스러져 고개를 쳐 박고 있으면서도 내 좇을 붙들어 딸을 쳐주는 배려는 역시나 고마웠다. 마치 속이 울렁거려 버스 창틀에 기댄 딩걸들 마냥, 그녀는 내 좇을 쳐다 보지도 않고서 신음과 비명을 흘리며, 내 좇을 주무르기만 했다. 덜덜덜 떨려가는 그녀의 엉덩이…….이미 허리를 꼬아간 지는 오래 전이고, 골반이 들썩이지도 못하도록 내 두팔로 빡씨게 껴 안고 죽죽 빨아 댄 그녀의 보지는 이미 땅이 뒤집어 지는 것 같은 쾌감으로 오만상 보지 속이 근질 거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 후미를 폼 나게시리 장식해 주마……

‘자, 우리 애기, 이제 근질거리는 보지 속, 오빠가 마지막으루 열나 시원하게 긁어 줘야징?’

‘흑흑..윽윽…제발…..제발…….오늘은 콘돔 하지마…..안 해도 돼…..흑윽으극….’

‘역쉬…….’

난 날렵하게 그녀의 밑에서 몸을 빼고는 자랑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향해 뒤로 쩍 벌어져 건들거리는 그녀의 엉덩이를 양 손으로 부여 잡으면서 좌우로 좌악 벌려댔다.

‘캬!....언제 봐도 지대루 명품이지만 오늘은 더 하네…..털까정 없으니, 아주 까져서 벌어지는 씹구녕이 석류야, 석류…..왔따다 왔따…..으흠……어극…..’

난 무자비 하게 그녀의 보지 속으로 좇을 들이댔다. 내가 흘려 놓은 침과 그녀의 씹물, 게다가 내 좇에 발라져 끈적대는 그녀의 타액까지 어우러져, 마치 살갗끼리의 마찰력은 제로가 된듯한 그 미끄러짐……옆으로 보이는 그녀의 가녀린 흰 손이 내 좇의 들이댐이 뿌리까지 도달하면서 침대 시트를 억 시게 붙드는 모습이 눈 안에 들어왔다.

‘윽윽…억억…후후후후…….어디 가서 ….윽윽….어떻게…..살더라도……잘 살아야 해……윽윽윽윽……아효……요런 보지……또 어드메서 찾을꼬?.......나중에라도…….윽윽윽……생각나면….연락 때려…….혹시 아니? 양로원에서 또 만나게 될는지? 윽윽윽윽……욱욱…..캬아…..똥꾸녕두 꽃이 피네, 꽃이 펴…..요런…..요런……’

그녀는 내가 해대는 좇질에 뻑이 갈 때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똥 싸는 것처럼 똥꼬의 주름이 꽃이 피듯이 좌악 벌어지는 때가 있었다. 아마도 오늘이 또다시 그 날 인 듯싶었다.

‘오늘은….흑흑..윽윽….윽윽…바로 싸 줘….바로……..’

그녀는 개치기를 무척이나 밝히는 타입이었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뒤로 쑤시게 하다 말고, 정상위로 자신의 배를 타 달라고 몸을 뒤집어 가랭이를 좌악 갈랐다.

‘푸욱……’

그녀의 보지 속으로 침몰하는 내 좇은 비명도 없다. 난 이런 정상위 에서 그냥 엎어져서 쑤시거나, 엎드려 뻗쳐로 일관하는 걸 무척 싫어한다. 두 무릎을 꿇어 양쪽으로 벌리고, 그녀의 발목을 붙들어 승리의 V처럼 벌리고, 그녀의 양쪽 발끝이 하늘을 향하게 하고서, 허리의 스냅으로 그녀의 보지를 유린하는 맛이 일품 이기에….그녀는 그 사이 내가 고개를 돌려 빨아주는 그녀의 발목으로부터의 간지럼에 좋아 어쩔 줄 모르기도 했는데…..오늘은 그냥 신음만이 허공을 때리고 있다.

‘어흥…..’

난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그녀의 상체 위로 체중을 실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가장 흥에 겨워 하는 자세로 접어들고….그녀는 자신의 귓가에 내 머리를 묻고, 두 팔을 아래로 내려 뜨려 그녀의 엉덩이를 터질 듯이 쥐어 짜면서 양쪽으로 벌려 움켜 잡는 것을 좋아했다.

‘윽윽윽…흑큭큭큭…후후…윽윽…..누가 쑤셔도….누가 쑤셔도 나만….하겠니?.....’

‘윽윽…..흑흑…윽윽윽윽…그럼…….자긴 최고였어…..나에게…..더 이상은 없을 거야……윽윽…더..더..쑤셔 줘…아! 보지 속에 벌레가 기어가는 거 가터….시원하게 팍팍 쑤셔 줘…..그리구 내 보지에……내 보지 속에…..좇물이나 펑펑….싸 줘……아! 나 미쳐……그렇게 쥐어 짜면 엉덩이에다…..보지까지 찢어지면 어쩌라구….윽윽…더…더…..더 쑤셔….더 쑤셔…..윽윽윽……’

그녀의 허옇게 뒤집어진 눈동자는 지금 과연 어느 곳을 보고 있을까?

‘헉헉….흑흑…..와후……정말 끝내주네,,,,넌 정말 지대루 명품이야…..’

‘…….’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냥 쌕쌕 거리는 호흡을 가라 앉히면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을 뿐…..난 뚝뚝 떨어지는 좇물 방울도 아랑곳 하질 않고, 탁자 위에 있던 담배와 재털이를 집어 들고 침대로 다시 돌아 왔다.

‘퓨휴……..’

허공으로 퍼런 연기가 퍼지면서,

‘저 노래 쫌 끄면 안될까? 저 돼지 멱따는 소리 계속 듣고 있자니, 정말 짱나네…..’

그러나, 그제서야 난 소음처럼 들리던 그 노래가 처음부터 차근차근 이해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그것을 택한 이유까지도……

‘……이젠 꺼내보려 해
하나 둘 모아둔 네 기억까지 다
모두 보내 주려 해. 너무나 멀지만 너 가는 곳으로.
네가 살고 있던 내 맘에 남아있는
너를 닮은 버릇까지 너의 곁에 돌려 놓으려 해.
네가 내게 남겨둘, 너 없는 사랑은 다 여기까지만,
이제 돌려 보내줄, 모자란 네 사랑 꼭 지금까지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로 담배를 피워 물고 나에게 불을 붙여 달라고 입을 내밀었다. 언젠가 그렇게 누워서 라이터를 켜다가 손 끝을 댄 적이 있었기에….

‘…..다시 처음처럼 내 맘에
단 하나도 네 향기까지 남지 않게,
마지막 날 위해 가져가 줘.
떠나가도 돼. 그런 말 하지 말고 보내 줘.
행복해도 돼. 이젠 너완 상관없다 말해 줘.
나를 두고 눈을 감는 아픈 네 맘 모르고,
언제까지 미워할 수 있도록….

그저 떠나 보려 해. 아무도 모르고 먼 곳이라고 해도,
내가 찾을 수 없게 너는 더 모른 척 꼭 숨는다 해도,
너를 닮아 있는 내 맘은 널 잃은 채 살 수 없나 봐.
하루 하루 너를 더 닮아져 가려나 봐.’

두 사람의 담배 연기가 퍼지면서 그 노래는 마치 두 사람을 위한 이별주처럼 땀에 절은 가슴을 천천히 적시어 가고…..

‘……떠나 가도 돼. 그런 말도 하지 말고 보내 줘.
행복해도 돼. 이젠 너완 상관없다 말해줘.
나를 두고 눈을 감는 아픈 네 맘 모르고,
언제까지 미워할 수 있도록…..

너를 참기조차 힘이 들어.
너만 편하게,
그런 마음에,
날 떠나 보내려 했다면…..
떠나가도 돼. 내가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면,
행복해도 돼. 그런 말은 하지 말고 떠나 줘.
네가 없는 이 세상이 난 자신이 없으니,
내 맘대로 행복할 수 있도록…..
너를 닮아 행복할 수 있도록…..’

노래가 끝이 나고, 다시 처음으로 이어졌어도 나나 그녀나 간에 그걸 끄려고 하지는 않았다.

‘자기야…. 오늘은 내가 먼저 간다….나 누구 뒤에서 배웅하는 거…… 질색이거든…..’

그녀가 천천히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먼저 방을 나가겠다는 그녀의 말이 족쇄마냥 나의 온 몸을 묶어 버리고, 난 침대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결박 당한 것처럼 흉하게 축 늘어져, 침을 흘리는 것처럼 마지막 좇물 방울을 지리리 떨구고 있는 맨 좇을 가릴 생각도 못하고,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욕실에서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기의 소음을 들으면서도….

‘자기두…곧장 갈 꺼지?’

‘……..’

이젠 내가 대답이 없다. 이제사 가슴 한 켠이 파도로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였을까?

‘자기야…….연락은….. 할꺼지?’

‘왜 그러구 싶어?’

난 그래도 연락 어쩌구 하는 여운을 남기며, 거울을 보며, 옷을 매만지는 그녀의 뒤통수를 갈겨 주고 싶었다. 그 좇거튼 노래 까지도 싸잡아서리…..그래, 이게 정상인지도 몰라. 다 지 갈길 가는 거이지 뭐……

‘잘가…아니, 잘 가지 마…..가다가 못된 놈쉐이 한테 걸려서 아예 아작이나 나렴……그럼 이 오빠가 가서 구해주께. 이 좇대가리루 다가니……찢어지고 헤벌레 해진 구녕들, 소금에다 고춧가루까정 뿌리고 더 째져 버리라고 흠씬 박아 주께…..씨불….왜 이렇게 기분이 좇거튼 거야?’

난 아까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세상 끝날 것처럼 좇대를 후둘르던 위인이 어찌 이렇게 초라하게 자빠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못내 성이 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기야……그러지마…..우리 그 동안 즐거웠잖수? 더 이상 끌다가는 내가 더 못 견딜 것 같아서….내가 끝내 자기랑 기어이 살고 싶어질까 봐서…..’

말 끝을 흐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뒤도 돌아다 보질 않은 채, 방 문 앞으로 다가선다. 정말 이게 끝인가? 다신 그녀와의 인연이 의미 없는 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아 버리는 건가?

‘딸깍……’

그녀가 뒤도 보질 않고서 팔을 들어 흔드는 손이 보이고, 이어지는 문고리의 그 짧은 금속음이 전부였다. 밖에는 아직도 지겹게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 노래는 끝내 끄지도 못한 채, 내 가슴을 파내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그 빗속에서 마지막을 보냈다.





-춤- 제 2 회 : 초딩의 심정

그녀는 정말 소리 없이 방을 빠져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난 그녀가 우산을 받쳐 들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길목을 알고 있었다. 언제나 같은 방을 잡았기에, 창문으로 내다 보면, 그녀의 뒷모습이 내려다 보이는 그 곳……얼마 있질 않아, 그녀의 우산이 보이고, 느린 걸음으로 시야에서 멀어지는 그녀의 잔영이, 내리치는 빗줄기에 가려 창문에서조차 흩어지고 있었다.

‘한번쯤은 돌아 볼 텐데……’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바램이었을 뿐, 그녀는 예전처럼, 돌아서서 모텔의 위를 올려다 보거나 하질 않았다. 그냥 그렇게 돌아서서 가는 것이 오히려 홀 가분 하다는 듯…..

‘이런 우라질……그래도 그 간의 정이 있ㅈ……’

난 괘씸한 마음에 울컥하면서도, 나의 못된 이중성으로 인해 깨갱하고야 만다. 나 스스로 정 쌓자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변할 때는 언제고, 남자 보다 더 칼같이, 깨끗하게 관계를 끝내고 사라지는 걸의 뒤통수에다 대고 왠 지지래냐 는 반문에는 더 이상 대꾸할 건덕지가 없었다.

‘저….손님……’

‘네? 왜여?’

‘어허, 참……지불 하셔야죠? 아까 그 여자 손님 그냥 가셨는뎅…..’

이런 뉘기미……막판에 방값 마저 덤태기? 그래서 씨불,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난 그녀의 그런 태도가 밉기도 했지만, 서로의 가슴 속에 남은 감정의 찌끄래기를 털어내는 데에는 아주 적절한 코 비틀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쏴…..아……’

아까 보다 더욱 퍼붓는 빗줄기를 바라보자니, 도저히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적어도 주차장까지 갈 동안, 한번은 횡단보도의 신호에 걸릴 꺼고, 이제는 빤쭈 속까정 디리 젖어댈 그 기세……정말 세상이 노랗게 보이고 있었다.

‘쩔꺽!’

그 때, 옆에서 누군가 우산을 펴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까지 가세여?’

‘네?’

‘저는 저 길 건너 주차 빌딩까지 갈 껀데, 그 쪽을 바라보시고 계셔서…..’

‘아, 그래요? 저도 그리로 가려고 하는데, 좀 같이 쓰고 가면….’

이렇게 모텔의 앞에서 같이 우산을 쓰자고 하는 걸이야 보나마나, 나처럼 한 따까리 징하게 걸치고 나왔다는 야그고……나야 손해날 것은 없어 보였다.

‘우산을 평소에 안 들고 다니세여?’

‘아뇨. 차 뒤에 있는데, 그게 골프용이라 크기가 졸나리…아니 존나, 아니 그냥 커서리….’

‘호호….편하게 말씀 하세여….요즘 졸나게가 욕 축에도 못 끼는 세상인데….저도 자주 쓰긴 해요. 우산이 되도 않게 크면 좀 뻘쭘하긴 하죠.’

난 일부이긴 해도 비를 피하며 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경을 꺼내서 쓰려고 했다.

‘안경 쓰지 마세요. 쓰지 않으시는 게 더 낫지 않나? 글구 이렇게나 비가 오는데, 와이퍼 달린 안경도 아니겠다. 차 안에서 천천히 쓰시면 될걸……’

나의 주섬거림에 동조하는 의미로 우산이 좌우로 비틀하면서 비가 들이치기 때문 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차 빌딩의 입구에 도착해서 나와 그녀는 우산을 접고, 주차 증을 기계에 차례로 들이 밀었다.

‘덕분에 잘 왔네요.’

‘뭘요….그런 장소에서 웬만하면 저 같이 쓰고 가자는 말 안 하는데…..’

난 그 말에 감동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예전 같으면야, 이거이 왠 떡이야 하면서 대번에 수작에다, 작업성 멘트로 길길이 날 뛰었겠으나, 그 당시로서는 그럴 기분도 아니었고, 순순한 맘으로 고마운 심정을 드러내느라, 그 이상의 멘트는 불필요 하다고 여기고 있던 참이었다.

‘어, 제 차가 먼저 나왔네? 그럼….’

그녀의 흰색 B뭐시기 자동차가 먼저 문이 열리며, 뒤꽁무니를 드러냈다. 이윽고 그녀가 차를 후진 시켜, 원형 회전 판으로 차를 뺀 그 사이, 나는 무의식 적으로 지갑을 꺼내, 명함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저…다음에….’

말을 꺼내기도 무섭게 돌아가는 차에서 차창만이 삐꼼히 열린 찰나, 그녀의 손이 쏙 밖으로 뻗어져 내 명함을 낼름 집어 들고는 부웅 하며, 빗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저..저…..저….’

난 소매치기 라도 당한 심정으로 사라져 가는 그 차의 뒤에다 대고 손을 내 저었지만, 멀리서 그녀가 차 안에서 뒤도 돌아다 보질 않고 명함을 쥔 손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바라다 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장면은 방금 전 나의 가슴을 갈갈이 흩트려 놓고 사라진 수진이의 작별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괜시리 부아가 치미는 것이었다.

‘이런 씨부럴, 오늘은 하나 같이 빠이빠이 허면서 내 쌍통 외면하는 모드야, 뭐이야?’

그러나, 내심, 미끼는 가로챘으니, 언젠가는 연락 때리겠지, 그러기만 해 봐라. 넌 뒤진 목숨이야 하면서, 바로 이어서 열리며, 나온 내 차에 올라타며 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오산 이었던 모양이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일 주일이 이 주일이 되고….

‘명함만 한 장 날렸넹….’

그렇게 생각이 들 쯔음, 난 내가 수진이를 보내고 나서 심한 공허함과 성적인 갈증에 휩싸여 있음을 느끼고 있었으며, 그제서야, 그녀가 남기고 간 존재의 부피가 터무니 없이 내 속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멍 하니 창 밖을 응시하는 때가 많아졌고, 모니터를 바라다 보면서 쳐 대던 자판질을 멈추고, 의미도 없이, 마우스를 붙들고 끝없이 책상 바닥이 빵꾸가 날 정도로 맴돌이를 하는 그 부자연스러운 반복, 그리고, 반복……

‘아니, 어쩐 일로 칼퇴근의 대명사 이신 과장님께서 이렇게나 늦게까지 일을 하시남?’

팀장의 비아냥에도 븅신 같은 웃음으로 화답하면서, 할 일이 남았다는 말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면서도 책상 위에 널려진 일들은 진도가 졸나게 나갈 기미가 없었다. 수진과의 관계가 쫑 나면서 아내의 확인 사살 전화도, 핸폰이 아닌 회사로의 직통 전화를 몇번 거치더니만, 그것도 이제는 뜸해져 가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나마 평소에 깎였던 신상점수, 공짜로 벌어 들이는 거이지 뭐.’

난 나름 스스로 위로 하고, 쓰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전 날의 회식과 과음으로 가까스로 지각을 면하면서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어?’

사무실은 텅 비어 있고, 경리 담당, 미스 양만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과장님? 이제 오세여?’

‘응…어제 술이 쫌 과했드만…꺼윽….’

‘다들 B강당에 가셨는데, 빨리 가보세여. 부장님도 부랴부랴 달려 가셨는데…..’

‘B 강당?.......’

난 그제서야, 속으로 아차 싶었다. 오늘 아침, B강당에서 있을 상호 직무 평가제에 대한 외부 강사의 세미나가 있을 거라고 한 사내 이멜 공지가 기억 났기 때문 이었다. 으이그, 대가리 하고는…..헐떡이며 달려 가면서 속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술냄새의 찌꺼기와 식은 땀으로 인해 어제 먹었던 술이 다시 도는 듯한 기분은 정말 엿 같았다.

‘철컥…..철컥…..철컥….이런 씨불탱이들……’

강당의 뒤로 몰래 들어가려고 문들을 열어 보았으나, 문은 전부 잠겨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열려 있는 곳은 강단의 바로 옆으로 난 통로 겸 도어……난 들어갈까 말까 무척이나 망설이고 있었다. 지금 들어 갔다가는 망신에 개망신, 그런 쪽 팔림이 없을 거인데, 그렇다고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면 뒤탈도 만만찮을 것 같은 그런 세미나…..난 눈 꾹 감고, 손잡이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 갔다. 약간은 어두컴컴한 분우구가 뒤미쳐 늦게사 들어서는 나의 체면을 일부 살려 주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 웅성대거나, 사람들의 웃음소리 없이 앞 좌석에 무사히 앉는가 싶었지만,

‘….자, 지금 보고 계신 것처럼, 자신의 상사라 할지라도, 이미 계획된 이벤트, 세미나, 혹은 듀우 데이트 같은 스케줄에 입각한 업무과정을 망각하는 몰지각한 행위를 일삼았을 때는 감정적인 측면에서가 아닌 업무상의 효율성과 상호간의 발전적인 독려 차원에서 과감하게 점수를 깎아야 하는 것이죠. 아시겠습니까?"

‘푸 하하하하…..낄낄낄…..호호호호….’

그건 분명코 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어제 먹은 술이 똥꾸녕으로 왈칵 치받치는 그 울컥거림….이런 좇거튼 년이 다 있나? 아니, 쫌 늦을 수도 있지, 그걸 고렇게 얌통머리 없게시리 바로 씨부리는 주제로 끌어 올릴 건 또 뭐래? 하여간 배워 쳐먹은 씹탱구리 보지들은 저게 문제야! 난 강사의 얼굴도 올려다 볼 수 없을 만큼 얼굴이 달아 올라, 그냥 바닥만을 보고 있었다. 으이그 닝기리……

‘….그렇다고 상호간 직무 평가제가 다 좋은 것 만은 아니죠…..여기 보시는 도표에서와 같이…..’

그러나, 머리를 조아리고 듣고 있자니, 강사의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은 귀가 솔깃할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고, 좌중을 밑도 끝도 없이 졸음 속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이구동성으로 조잘대면서도 잘현다 하는 찬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는 있었다.

‘저 하얀색 수트 졸나 잘 어울리네.’
‘야, 저렇게 바지양장으로만 갖춰 입는 것들은 졸나게 콧대가 높다며?’
‘영어 발음 굴러가는 거 봐라 말이야…..저러니 다들 외국으로 튀어 나가려고 안달이지….’
‘가슴은 저게 뻥이야, 아님, 브라가 없는 거이야?’
‘가슴은 봐서 뭐허게? 저 팅팅한 응댕이 봐라 말이지, 아예 바지가 똥꼬따라 겨들어 갔네 그랴.’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깐? 조명빨 밑에서도 어째 빤쭈 주름이 없대? 하여간 잘 빠진 것들은 지들이 알아서 깔쌈한 빤쭈 갖춰 입는 다니깐….’
‘캬……. 콧대 높은 보지는 워쩐 맛이래?’
‘무슨 맛이긴 보지 맛이지, 뭐 별거 있간디?’

온갖 찬사 속에서도 남자들의 시선은 약간은 넙대대한 강사의 가슴과 그와 반비례하여 잘록한 S라인의 허리와 탱탱하다 못해 바늘로 푹 찔러도 그 탄력 땜시롱 바늘이 튀어나올 거라는 강사의 ?라인과 게다가 멀리서도 확연하게 보이는 빽바지 사이로 드러나는 도끼자국, 거기에 더하여, 바지가 작은 듯이 엉덩이 골 사이로 쫙 말려 올라가는 똥꼬의 골짜기 하며……난 이른바 내노라 하는 컨설턴트들의 기본 나가리 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그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를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엥?’

내가 올려다 보고 있는 강단에는 유창한 발음과 거침없는 어조로 강연을 해 나가고 있는 강사가 눈에 들어 왔는데, 그녀는 다름 아닌, 수진이와 헤어지던 날, 내 명함을 씹으면서, 도망가 버린 그 여자가 서 있는 것이었다. 난 그 기억을 더듬으면서, 어째서 연락을 하질 않았을까 곱씹게 되었고, 그녀의 강연 일정에 포함되어 있던 회사 목록 중에 혹여 내 양복의 깃에 달려 있던 회사 마크를 보고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고야 만다.

‘허긴 아무리 입맛이 당긴 다기로 서니, 지가 먼저 연락을 때릴 리야……’

‘짝짝짝……..’

어느새 강연이 끝나고 장내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울려 퍼졌고, 강단에서 내려와 본부장과 주요 임원들에게 악수와 함께 감사의 한마디를 전해 듣는 그녀였다.

‘저…..기분 나쁘셨다면 사과 드리죠.’

‘아뇨, 뭐 그럴 것 까지야….’

난 아직까지 목구녕에서 푹푹 올라오는 술 냄새가 전해 질 까봐 정면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녀에게 딴 청을 피우고 있었다.

‘화가 많이 나셨나 봐. 자 여기요. 나중에 술 한잔 사죠 머…..’

그녀가 나에게 내미는 명함을 받아 들자, 뒤에서 보고 있던 직원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쇄끼들아, 닥치이! 이거이 다 이유가 있는 명함인데 어디들 악다구니를 올려? 난 평소 같으면, 점잖은 미소와 정중한 태도로 깍듯이 인사 했겠지만, 어쩐 일인지, 멀뚱한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다 보면서 명함을 그냥 손에 들고 있었다.

‘아니, 과장님, 아까 늦게 들어 오신 거 설정 이셨죠? 참 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 깐.’

‘정과장, 다시 봐야겠어. 여기서 명함 받은 치는 자네뿐인데, 암튼 싸우나에 의기양양하게 드나드는 치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 깐……’

난 그러나, 어제 먹은 술이 다시 올라오는 듯한 느낌으로,

‘꺼윽……’

주변을 향해 스컹크 마냥 트림을 쏘았다. 그러자, 주변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건 또 뭬이야. 웬 썩은 내? 차암, 명함이 아깝당!…..’

‘매너 하고는…..과장님, 그래 가지고 누가 붙기야 하겠어여?’

‘와, 이건 부칭개도 아니고설랑, 냄새로 디리 내용물 검사를 해대남?’

사람들의 비아냥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다 보며, 웃는 그녀……보긴 뭘 봐? 쪽 팔려 뒤질 것 가트구만…사무실로 돌아 오면서 사람들은 그 명함 쫌 보자며, 치근덕거렸으나, 내가 누군가? 그새 그 좇거튼 대갈빡으로 전번이락두 외워서리, 중간에 인터럽트 걸지 말란 법도 없거니와, 시절이 어느 땐가 말이야, 먹고 죽을래야 깔쌈한 걸을 눈 씻고 찾아 봐도 없는 곤궁한 시절에, 이런 귀하디 귀한 술약속을 겸한 명함이야 말로 상종가 중의 상종가 인데, 그게 어디냔 말이쥐…..

‘???煉?.’

난 자리에 앉자 마자, 그 여자의 명함을 꺼내 들고 전번을 눌렀다. 왜냐구? 당연히 지금은 임원진과 점심 식사겸 치하의 자리를 겸하고 있을 테니, 내 전화를 받을 리 없고, 난 유유하게 문짜를 날리고 빠져 나오면 된다는 야그지……

“강연 잘 들었숨다.
우산 껀도 그렇고,
술은 제가 사야죠,
오늘 저녁 어떠셈?”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녀에게서는 바로 문짜가 날라왔다.

“자신 술이나 깨시죠!
저 전작이 어쩌구 하는 설레발,
별로 내키질 않거든요.ㅎㅎㅎ”

요런 싸가쥐를 봤나? 난 그 문짜를 받아 들고, 내심 섹파의 바닥으로 떨려 나온 초창기가 생각나고 있었다. 암껏뚜 모르고 작업 이랍시고 질러대던 멘트들….난 전의에 다시금 불타고 있었다.

“저 술에 이리저리 휘지는 작자 아니거덩요?
오늘 그 빽바지가 깜장바지가 되도록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뎅…안될까요?”

당연히 요런 발라당 멘트에 불끈 하며 나설 것이 분명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에게서는 다시금 문짜가 날라오질 않고 있었다. 캬, 요것 봐라? 요게 어드메 앞에서 잔뇌를 굴려? 그러나,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그녀에게서는 연락이 없었고, 난 지풀에 지쳐, 심난한 맘에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똑똑…..’

퇴근 하다 말고, 경리 담당의 미스 양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저 과장님, 휴게실에 손님께서 오셨다는데요?

‘이 시간에 왠 손님?’

난 양복 상의를 집어 들고, 휴게실로 나갔다. 퇴근 시간을 넘기고 있어서 휴게실은 텅 비어 있었지만, 저 구석에 창가를 바라다 보며, 누군가 앉아 있었다.

‘아니, 유실장님이 어떻게?’

그녀였다. 유민선 실장….이름을 바로 불러 줘야 친근감이 있는 거 아니겠어?

‘이 바지, 깜장 바지루 만들어 주신다기에 만사 제쳐 놓고 달려 왔죠, 머..호호호호……그렇게나 레파토리가 빵빵 하신가? 아님……, 주거?’

엥, 주먹질에다 갑작스리 왠 반말 지꺼리? 난 한 대 얻어 맞은 것처럼 너털 웃음이 나왔다.

‘허허……레파토리는 빵빵이 아니고, 줄줄이 인거 모르나? 이거 이거 교육이 필요해도 와장창 필요 하겠구만. 아니, 전문 컨설턴트가 구사하는 언어가 왜 이리 구려?’

‘암튼 나가지? 배도 졸나리 고픈데…..이렇게 입으로 먹고 사는 직업, 여전히 배 고픈 거 아시남?’

‘어느 입이냐에 따라서 다르긴 허쥐…..내 쏘께…근데 나 오늘 차 없당!’

‘알어 알어….. 아까 아침에 눈치 씨邂? 이 양반아!’

화끈하고 시원시원한 그녀의 대꾸에 난 의기양양하게 시리, 그녀를 대동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가자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대뜸 부대찌게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와, 그거 냄새가 장난이 아닐텐데?’

‘아니, 웬 냄새 걱정? 나 아랫도리에 촉각은 있어두, 후각 있단 소린 듣도 보도 첨이네.’

캬, 척 하믄 삼천리에다, 푹하면 좇 꼽는 소리란 걸, 대번에, 빡씨게, 조질나게 잘 알아듣는 저 쎈쑤……..난 이거이 대박이 아니고 뭐냔 심정이 대번에 좋지도 않은 내 대갈빡을 때리는 걸 알았다. 난 차에 올라타자 마자, 한 팔을 그 튼실한 유실장의 넓적다리에 척하니 얹었다.

‘고만 쫌 하지? 초장부텀……이거 빽바지거덩? 어디 집에 가기 전에 가랭이 사이루 물 찔긴 자죽이락두 내게만 해 봐. 담부텀 국물도 없쓰……’

난 감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역쉬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쥐…..저 전문성 어린 태도와 치밀한 사전 포석…….난 갑자기 주눅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에서 빛나는 결혼반지 틱한 것이 눈에 들어 오면서 그와 반대로 자신감이 팍팍 붙고 있었다.

‘역쉬나 유녀?’

‘거럼……고기맛을 알아야 고깃집을 찾쥐. 뻘쭘하게 야채 쪼가리나 씹으면서 44 싸이즈 찾는 딩년들이랑 같나?’

‘그렇다면, 그 날도 한 따까리 하러?’

‘아주 아작을 내 놓을 쉐이가 있어서 그 날 간건데, 하도 날치는 년이 있어서 바통 탓취 해주고 나오는 길이었지 뭐.’

‘아니, 웬 바통 탓취?’

‘어린 게 하도 같이 살자 어쩌자, 찌질대는 통에 혼자 사는 친구 년 있거덩, 아주 어린 송아지 라면 사족을 못쓰는 년이 있길래, 양도 쪼매하고 나온 거지, 뭐. 선수끼리 왜 이래? 버벅대기는…..그럼 그 날 통조림은 그렇구 그런 리즌 땜시 거기 있었던 게 아니구?’

‘아니, 통조림은 또 뭐래?’

‘정어리가 날 것으로 팔리는 거 봤수? 기냥 통조림 깜이지…..’

난 속으로 으이그 닝기리 했지만, 또다시 불거지는 내 이름 타령에 수진이 때와 비스무그리한 무언가 좋은 조짐이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 다분했다. 그 당시만 해도 1:1의 관계에 머물러 있던 나에게 어린 송아지네, 양도니, 분양이니, 바통 탓취니 하는 신조어는 새록새록 신기하기만 했었고, 그것도 날나리 씹보지를 첨 따 먹어 보는 듯한 초딩의 심정으로 말이다.

‘빨랑 먹자……어흐 배 고파.’

그녀는 무지막지한 식욕을 자랑했다.

‘와, 너 다이어트 같은 거 안 키우니?’

‘왜, 너 골반뼈 아갸각 튀어 나오는 년들만 골라 먹냐? 한번 볼륨 있는 애들 상대 해봐. 생각이 달라질 껄? 응댕이 빵빵한 년들이 아랫도리 살도 쩍쩍 붙어 대는 거 모르나 보네?’

난 갑작스럽게 질러대는 그녀의 돌출 발언에 주변을 돌아다 보며, 얼굴이 벌개지기까지 했다.

‘와, 통조림, 너 졸나리 순진해 뵌다. 그 날 보니까 한 물건 하는 듯 싶었는데, 아닌가?’

‘한 물건 하쥐, 어디 통조림 따기 전에 맛 봤다는 년들 봤수? 강기리 없어서 찌질대는 것들이 뻥치고 구라 푸는 거, 알만한 사람은 다 알쥐…..쫌 천천히 먹지? 이거야 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베이컨을 육회 수준으로 먹는 걸은 니가 첨이다.’

‘섹스는 체력이야. 체력은 국력이고, 국력은 배때기 채우는 순서로 빛나는 거이고…..말이 많다. 얼릉 드시징? 곱창 채우고 설랑, 한 껨 뛰기에도 시간 텁텁한데, 너나 나나 시간 쫓기는 건 피차마차 쌍마차 아닌감?’

난 그녀의 담대한 들이댐에 식욕조차 잃고 있었다. 그녀는 초딩의 심정으로 오그라 들어 있는 내 앞에 나타난 막강 무적의 마징가 제트 였고, 뻘건 책 속의 음란요화였으며, 대박의 팡파레인 셈이였다. 아! 검버섯 같이 좇 거튼 내 인생, 이렇게 풀리기도 허는 모양이넹……그래서 인생은 가끔 재미있다고들 하는 가 보다.




-춤- 제 3 회 : 아! 이런 날이….

난 그녀 앞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왕성한 식욕, 거침없는 말투에서 비롯된 주눅도 그러 하거니와,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전문성과 이른바 콧대들이 어찌 그리 이리도 빠르게 그녀의 뒤 켠으로 자취를 감출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기에…..

‘그때 보니까 척 하니 알겠던데 뭘…..’

‘뭘?’

난 등짝이 뜨끔했다.

‘너두 나랑 비슷한 종자가 아닌가 싶어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대?’

‘글쎄. 뭐 동물적 본능은 아닐 꺼구. 그냥 선수 같다는 느낌 때문에……새록새록 싱싱한 것들 바셔놓는 재미두 쏠쏠하긴 한데, 이젠 나도 맘 놓고 편하게 지르고 싶어서…..그 날두 하도 찌질거리는 인간땜에 간 거거든…..’

‘찌질거리다니……?’

‘그거 있잖수? 넌 내가 이제껏 기둘리던 나의 이상형 이었네, 너 없이는 세상이 짱 나게시리 2프로 부족하네 어쩌구 하는 것들……아니, 여자만 그런 줄 아나 보지? 남자들도 다 똑 같드라구. 남성 우월주의? 남성 본위? 정말 웃겨……세상 밖은 놈쉐이들이 꾸려 갈지는 몰라도, 불 꺼지면, 엄마 밑으로 다 동갑내기인 세상인 거 몰라? 여성만 피해의식에다, 성의 상품화, 남성들의 노리개 어쩌구?…..누군 개그할 줄 몰라서 그러나? 아니 그런 년들이 주구장창 채널에, 쳇질에다, 낚시밥에는 지절루 걸려 들려고 발버둥이래? 난 그렇다. 내놓고 하질 못하게 하는 놈쉐이들의 못된 이기주의가 문제지, 걸들을 그런 시각으로 보는 거야 남성들의 버리덜 못하는 다마 본능인데 누굴 탓하겠느냐 이 말이야.’

그녀는 중심이 영 뒤틀린 부류는 아닌 것처럼 보였었다.

‘남편은 뭐 허시나?’

‘또 이 모양이네. 너 선수니, 아님, 설정이니? 내 참…..진상이 따로 없다. 삼킨 부대고기가 뒤집어 설 판이네. 그 구닥다리 호구 조사, 이제 질릴 때도 안 됐나? 아니, 맷돌 가는데, 왠 호구조사? 이 나이에 불심검문도 아니고설랑, 옷 벗기 전에 민증부텀 깔 일 있니?’

‘거럼…..옳커니…..’

‘어이, 거 형씨…..남 참견 마시고, 그 쪽이나 잘 살피셩…..내 참…..’

낭랑한 목소리로 탁 받아 재끼는 그녀의 열변에 옆에서 술을 들이키고 있던 커플 중에 남자가 추임새를 넣기에 내가 한마디로 받아 버렸다.

‘쫌 조용 조용 얘기 하지?……암만 들고 날쳐도 아직 대한민국, 여자 몸으로 살기에 빡씬 나라거든?’

‘너두 보아하니, 밑구녕에 바람 호호 불어 재끼면서 방방 띄울 줄만 알았지, 다른 허접한 바짓가랑이들이랑 다를 바 없는 거 가터…..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이 싸람이 정말! 아니 사람을 어디 엄한 곳에 파견을 보내나? 내가 보통 놈쉐이들 같았으면, 이 자리에 있겠나 말이야. 글구 니 손가락이나 내 손가락이나 간에 이 반지 보이쥐? 이거 떡 하니 차고 댕기며, 얼굴 빳빳이 들고 댕기는 치들, 이른바 내 놓은 선수들….. 많지 않거덩? 어때, 내 말이….’

‘허긴……’

난 어렵사리 그녀가 던지는 동질성 여부의 판단에 끼워 들어간 틈새가 지절로 아물어져 버리는 꼴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대박의 기쁨을 손아귀에 쥘 수 있을 거라는 알량한 전술로………

‘이제 그만 자셨으면 일어나자.’

‘아줌마, 국물에 밥 쫌 첸?줘잉……’

‘와, 해도 너무 헌다.’

그예 그녀는 남은 부대찌게 국물에 김 뿌시래기와 여남은 개의 양념들을 넣고, 날계란까지 풀어서 끝내 밥을 비벼 먹고 숟가락을 놓는 것이 아닌가?

‘이제 쫌 살 것 가터…….’

‘너 그러고 껨 뛰겠니? 내 참…. 위장 출렁거리는 통에 지대루 멀미 오겄다.’

‘아이구, 남 걱정 하다 지 빤쭈에 똥 찔기는 넘 많드만……’

그녀는 한마디도 지는 법이 없었다. 자기가 잘 아는 곳으로 가자는 말에 나도 멋 모르고 딸려 가면서도 내심 불안한 구석이 없진 않았지만, 운전하는 내내 꺽꺽 하는 트림이 내 시선을 붙들어 매기는 했다.

‘너 소화제 안 먹어도 되니? 나 무작시리 걱정 튄다.’

‘어이 통조림….그렇게 걱정 많아서 어떻게 선수질 하고 돌아 댕기니, 너?’

‘내가 봐도 너 2인분은 넘게시리 족히 드셨거덩? 그 바지 지퍼 온전히 올라가 있으려나?’

‘아직 뿔룩 뿔룩 튀어 나오려면 쫌 더 있시야 돼. 그전에 땀 쫌 빼면 대번에 푸욱 꺼지거덩. 내가 내 몸 잘 알지.’

나중에사 알게 된 거지만, 그녀의 그런 식사 후의 변이 현상은 정말 특이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먹은 대로 이리 저리 뿔룩대며 살이 도드라진다는 말에 기가 찼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자들에게는 그런 것이 있긴 한 모양 이었다.

‘샤워 하지? 너 뭐 가리는 거 있니?’

방에 들어서자 마자, 똥 마려운 참에 변기 뚜껑 열기도 전에 옷부터 까 내리는 것 마냥, 그녀는 다시 주워 입을 옷을 마구잡이로 훌훌 벗어대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난 슬며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샤워캡……., 내가 쓴다….’

‘참 너 어렵게 산다. 뭐 머리만 안 적시고 몸만 씻으면, 집에서 눈치 못 챈다디? 니가 무신 꿩이니?’

난 절대로 밖에서는 되도록 사우나도 삼가는 편이고, 반드시 집에는 아침에 하고 나간 머리 상태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 철칙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질 않았다. 첨부터 가리는 것이 없었을 뿐더러,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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