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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즌 오브 마르툴 v2 - 1부15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0:30 415회 0건


Chosen of Mar-tul V2



1장 임프로브드 게이트 Improved Gate



story 015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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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끝난 전장의 한가운데.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여기저기 끔찍하게 살해된 시체들이 즐비하다.
격렬한 전투의 결과, 희생된 몸뚱이들은 대부분이 으깨지고 베어져 원형을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의 상태인 시체가 대부분이고 특히나 ‘갑옷을 걸친 인간’들의 몸뚱아리는 처참한 상태였다.

“으...”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 시체밭의 한가운데를 돌아다니는 마이어.

스스로도 어째서 바로 떠나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단순한 호기심이라기엔 너무나도 큰 댓가가 아닌가...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와 여저기기 흩어진 끔찍한 주검을 난생 처음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된 마이어는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내뱉는다. 그리고 입을 벌리는 순간 순식간에 코와 입 안으로 스며드는 역한 피비린내에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며 진저리를 친다.

“스너프 필름같은것도 역겨워서 안보는데 이건...”

‘현대인’이었던 마이어는 눈살을 찌푸리며 일부러 명확한 발음으로 중얼거린다. 군대의 경험이라고는 해도 그저 훈련, 전쟁이라는 것은 그저 옛날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던 그에게는 너무나 견디기 힘든 광경이다. 무언가 말이라도 내뱉지 않으면 순식간에 패닉이라도 일으켜 미쳐버릴 것 같았던 그는 의미없이 중얼거린다.

전쟁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꽤나 끔찍한 장면은 자주 봐왔지만 확실히 실제 눈앞에서 피비린내를 풍기는 그것과는 엄청난 갭이 존재했다. 방금전까지 처절한 비명을 질러대며 사투를 벌여대던 수많은 존재들은 이젠 차디찬 주검이 되어 바닥을 뒹굴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장(腸), 뇌수, 손이나 얼굴등 신체의 일부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마이어의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듯 했다.

그는 혼란한 머릿속에 억지로라도 딴 생각을 하려 노력하며 조심스레 시체들을 비켜서 발을 디디며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 실제론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 걸음마다 며칠밤을 지샌 듯 정신적 피로감이 몰려드는 듯 하다.

발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금방이라도 뒤로 돌아 달아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느라, 그리고 근처의 주검들을 건드리지 않으려 필요 이상으로 주의하느라 그의 피투성이 몸뚱아리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시..발.. 끄윽... 으웩.... 끔찍해...”
지독한 피비린내에 위장으로부터 거부반응이 일어나고, 역류한 위액을 억지로 삼키며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내 몸도 피투성인데... 으웨에... 새삼스레 왜 또 역겨워지는거야..”

억지로라도 마음을 다잡으려, 계속해서 의미없는 대사를 지껄이며 발 역시도 쉬지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입을 뗄 때마다 올라오는 신체적 거부반응과 강한 정신적 압박.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조금전까지 벌어졌던 ‘살육전’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것에 왠지모를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이윽고, 저만치 멀리 떨어져 보이던 화려한 갑옷 차림의 몸뚱이가 어느덧 그의 발 앞에 놓이게 되고, 그제서야 마이어는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내려다본다.

“...역시 죽었잖아. 난 대체 뭐하는거지..”

입안가득 핏물을 물고 허옇게 뜬 한쪽눈에는 흰자위가 보이는 중년남성.
튼튼해 보이는 그의 갑옷 한가운데에는 무시무시한 형상의 이름모를 날붙이가 깊숙이 박혀있다. 아직까도 간헐적으로 핏물을 꾸역꾸역 토해내는 몸뚱아리.

“으...”

전장의 한가운데인지라 마이어는 눈앞의 시체를 응시하며 앞으로 나아가서 이 끔찍한 장소를 빠져나갈것인지, 다시 뒤로 돌아서 갈 것인지를 고민한다.

‘잠깐... 죽으면 출혈이 멈추지 않나..?’

고개를 갸웃하며 상처부위의 혈액들을 바라보는 마이어. 그리고 그런 의문에 대답하듯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들린다.

“크윽..”

“?”
“쿠..워억..”

“!!!”

그리고 그 순간, 미동도 않던 시체의 입안에서 다시금 핏물이 쏟아져나오며 몸뚱아리가 경련한다.

“사...살아있어요??”

“커헉..!”

숨 쉬기가 힘든지 중년남성은 허옇게 눈을 까뒤집고는 재차 핏물을 토해낸다.

“이..이봐요!!”

재빨리 얼굴을 옆으로 돌려 피를 게워내는 그를 도와주자, 그는 초점없는 눈으로 마이어를 응시한다.

“퉷!”

“...하..하아....이제야 살것같군...”

쓴웃음을 지으며 가능성없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는 입안의 핏물을 뱉어낸다.

“아.. 미안하지만..그건..”

“하..하핫, 알아. 가망없다는거.”

이런상황에도 태평스런 어조로 말을 이어가는 남자. 아마, 평상시에는 꽤나 유머러스한 성격의 소유자이리라.

마이어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억지로 웃어보이려 노력하며 그를 바라본다.

“저..정의의 왕자께서 자비를 ..베..베푸시는군...”

“....?”

“케..케이페그넥께 감사를... 임종을 지켜주는 인간이 있다니.. 하..하핫...”

고개를 돌릴 힘 조차 없는 그는 억지로 쥐어짜내듯 말을 이어간다.

“저..그... 마지막으로 할 말이라도..?”

표정관리가 여전히 되지않는 마이어는 울상을 지으며 그의 앞에 무릎꿇고 앉아 어찌할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한다.
그러나 그런 그를 바라보는 중년남성은 그 와중에도 피투성이의 치아로 푸근한 웃음을 보여준다.

“동방..인..인가?”

“예? 동방인... 예.. , 뭐... 일단은.”

“공.. 작의... 공주님이 위허..험 하네.. 내 그리..브-Greave-에...”

남자는 힘겹게 말을 이어가며 눈짓으로 자신의 다리쪽을 가리킨다.

“예..예??”

“비밀..문 탐지 스크..롤이 두 장 있을거야.”

“스크롤-Scroll-? 그.. 마법 두루마리인가요?”

온라인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그리고 달라티룬의 탑에서 수많은 스크롤더미들을 봤던 마이어는 바로 알아듣고는 그의 다리쪽으로 눈을 돌리며 되묻는다.

“그..래. 전투를 피해.. 숨어계실.. 하난 탐지-Detect-.. 하난 도어락... 풀면.. 자네가.. 도와주..게..”

“어떻게요? 그걸 읽으면 되는건가요? 어디있는데요? 이런거 써본적이...”

당황해하는 마이어는 횡설수설하며 그의 다리쪽을 살펴보다 다시 그를 올려다보며 재차 다그치려 한다.

“.....”

그러나 고개를 다시 올려 그를 바라보자, 그 상태로 눈이 마주친 상대는 마이어를 바라본 채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다.

“이..이봐요, 아저씨!”

황망히 그를 불러보지만 대답대신 그의 벌어진 입으로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리며 그가 숨이 끊어졌음을 알린다.

“...젠장!”

몸을 벌떡 일으키며 낭패한듯 낮은 신음성으로 외치는 마이어.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다시금 나타날지도 모르는 오크들을 경계한다.

“뭐.. 어쩌라는거야...”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이자 다시 몸을 낯추는 마이어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투덜거린다.

"에.. 가만있자.. 그리브..그리브... 디아블로II에서 들어본거 같은데.. 다리갑옷인가..?“

자신을 다리쪽을 눈짓으로 가리키던것을 상기한 그는 이미 차가워진 시신의 다리를 조심스레 만져보며 이젠 아무도 대답할 리 없는 물음에 동의를 구한다.

‘뒤쪽인가..?’

그의 종아리를 감싼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그리브에 마이어의 손길이 닿고, 그는 남자의 자리를 잡고는 여기저기 살펴본다.

“아...”

왼쪽 종아리의 뒤쪽으로 갑옷 사이를 비집고 삐죽이 튀어나와 더러워진 양피지의 끄트머리가 보인다.

‘어떻게 여는거야 이거..’

다리갑옷 접합부분의 작은 이음쇠를 잡고 낑낑거리던 마이어는 가까스로 그것을 풀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두장의 스크롤을 손에 넣는다.

‘일단 벗어나자.. 명복을.. 아저씨.’

시체를 그대로 두기엔 좀 미안한 감이 있지만, 현 상황에 그가 어찌 할 방도는 없었다. 다만 피에 젖어 몸에 끈적이며 달라붙는 셔츠를 벗어 그의 얼굴을 덮어주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리고는 그는 불안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려, 재차 오크들이 없나 확인하고는 다시금 벌떡 일어선다.

‘한손엔 칼, 한손엔 마법 스크롤...주위는 시체가 즐비한 전장...’

온라인 게임의 한가운데에라도 들어온 듯한 착각에 마이어는 현실감각이 사라지는 듯 느껴졌다. 눈앞에 자신에게 ‘퀘스트’를 준 시신과 자신이 들고있는 아이템들. 게임 내였다면 별 감흥없이 이대로 진행을 했겠지만...

“뭔가 끔찍한 세계에 내던져진 느낌이네..‘

‘현실’에서 칼부림을 목격하고 그 결과 학살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자신은 피투성이의 옷차림에, 주위에서도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으으으....”

눈살을 찌푸리며 새삼스레 자신의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마이어.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에 오크들이라도 재차 출몰하지 않을지 걱정하며 돌아보고는 재빨리 전장으로부터 멀어진다.




...


..............





.....................................................




피비린내 나는 공터를 빠져나와 다시금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 속으로 들어온 마이어.

눈앞의 끔찍한 참상이 거짓말같이 느껴지며 다소 안도감이 들지만 그럼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 그는 여전히 전장을 등지고 부지런히 발을 놀리며 손에 든 두 장의 스크롤을 펼쳐 읽어본다.

"달라티룬의 은거지에서도 느꼈지만.. 나 이동네 글을 읽을수가 있었던가...?‘

눈앞의 스크롤을 마주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그는 난해한 문장과 이상스런 설명이 곁들여진, 똑같이 적힌 스크롤 두 장을 바라보며 다소 의뭉스런 표정을 짓는다.

“에.. 그러니까.. 한손에 잡고.. 이렇게...”

읽으려고 시도 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이해한다. 라는 이상한 느낌. 마치 매뉴얼과 같은 스크롤의 설명. 손짓과 간단한 캐스팅.

그것은 난해한 술식과 복잡한 도형이 그려진, 메이지나 바드 등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스크롤로, 스펠유저-spelluser-가 아니면 사용이 불가능했지만 어쩐일인지 마이어는 그것을 마치 새로산 전자제품 매뉴얼이라도 읽듯, 어설프지만 설명된대로 ‘구현’을 하기 시작한다.

“I... Inceptus.. bulkenne inquerius.."

"....."

"오오오.....“

어색한 손짓과 캐스팅-Casting-, 그와 함께 그의 손에서는 희미한 빛이 어리더니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에 따라 스크롤 한 장에 적힌 기괴한 문양들이 마치 ‘소모되듯’ 그대로 희미해져 사라진다.

“우와....”

어안이 벙벙한 마이어는 왼쪽으로 돌아서서는 그대로 걷기 시작한다.

‘방향을 알려주고 있어!’

감탄스레 한 손에 든, 이제는 하얀 여백만이 보이는 스크롤을 바라보던 마이어는 그것을 버리고, 아직 사용치 않은 나머지 한 장을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느껴지는’ 방향을 향한다.

‘좀 멀지만...’

마치 네비게이션이라도 참조한 듯,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이 똑똑히 느껴지는데에 찬탄을 금치 못하는 마이어. 주머니에 넣은 나머지 한 장도 아마 같은 효능이리라 짐작이 간다.

“뭐, 종이가 아닌 양피지.. 같은데 찢어지진 않겠지.”

다소 불안한 듯 불룩해진 주머니를 걱정하는 마이어지만 걸음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걷기 시작한다. 주위 풍경은 계속해서 끝없는 나무들만이 보이는, 길을 잃기 딱 좋은 숲속이지만 그는 그에대해선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채 진행을 했고, 다시금 자신에게 부탁을 했던 그 중년남성을 생각한다.

“공주...라... 흐음...”

생각이 복잡해진다.

정말 위기에 빠진 ‘공주’라 불리우는 여성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까.

이대로 쭈욱 간다면 그녀가 숨어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을까.

이미 오크들에게 죽임을 당했거나..

“오크들도 공주를 찾는 것 같던데...”

불길한 상상에 몸을 맡기며 상념에 잠긴 표정으로 마이어는 새삼스레 손에 든 롱소드를 단단히 고쳐쥔다.

그가 느끼기에 적어도 2~3Kg는 됨직한 묵직한 검의 중량감은 불안감이 떠도는 그의 속내를 다소나마 안심시켜주는 듯 느껴진다. 검도는 커녕 어릴적 장난감 칼 따위나 가지고 놀았던게 전부인 ‘일반인’ 마이어로서는 손안의 쇠붙이를 못미더운 듯,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유일한 수단을 가볍게 휘둘러본다.

‘그 뱀 괴물-Marilith-을 찌른게 진짜였을까..’

다소 저항감이 느껴지며 피부와 근육을 찢고 깊숙이 마릴리쓰의 목줄기에 박히던 때의 손맛.
아직도 그것이 손 끝에 남아 그때의 불쾌하면서도 희열이 느껴졌던 그때의 느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한시간쯤 걸었을까, 그의 눈앞에 조그마한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마치 옆사람에게 묻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연못앞에 도착해 마이어는 걸음을 멈춘다.
말그대로 연못이라 따라서 걸어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만큼 작은 물웅덩이...

초목이 우거진 주위, 고여있음에도 바닥이 비쳐보일만큼 맑은 연못. 마치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이 데이트를 즐겨도 될 법한 분위기에 연못바닥을 응시하던 그는 피식 웃으며 피와 먼지로 얼룩진 자신의 차림새를 내려다본다.

‘모르겠다. 일단...’

스스로도 우습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는 상념을 떨쳐버리려 고개를 세차게 휘젓는다.

‘풍덩!’

“으으!! 시원하다!”

지체없이 연못으로 뛰어든 마이너는 차갑다기 보다는 상쾌한 느낌이 드는 물속의 느낌에 만족감을 느끼며 감탄스레 말한다.
그리고 달라붙은 핏자국을 대충 씻어내고는 입고있던 옷 역시도 훌렁 벗어서 대충 헹궈낸다.

그리고 다시 뭍으로 나오자, 물이 뚝뚝 떨어지며 옷이 몸에 달라붙어 여전히 또다른 불쾌감이 느껴지지만 노폐물이 씻겨나가자 그 이상의 편안함을 느낀다.

‘아차차!’

순간 퍼뜩 생각난 양피지를 꺼낸 마이어는 다급하게 그것을 펼친다.

‘음... 수성은 아닌가보네.’

물에 흠뻑 젖은 헝겊쪼가리같은 양피지가 별 이상이 없어 보이자 그는 안심하며 다시 접어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주위를 바라본다.

“......”

넓은 숲.

조금 전까지의 느껴지는 방향감각은 이미 사라져버렸고, 어디로 가야할 지 감이 잡히질 않는 마이어는 착잡한 표정을 짓는다.

‘..... 어쩌란거야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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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헬름 -Shining Helm-

입구 상단에 빛나는 투구의 형상을 한 문장을 바라보는 클라나와 프리드라는 문고리를 잡아당겨 여관 안으로 들어선다.

‘웅성웅성’

그러자 널따란 홀에 수십명의 인영이 제각기 테이블에 둘러앉아 떠들어대는 광경이 둘의 눈앞에 펼쳐진다.
입구쪽 가까이 앉은 여행자 차림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둘을 의미없는 눈으로 바라보다 이채로운 빛을 띄며 주시하는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휘유~”

“오오... 삼삼한데??”

감탄스런 어조로 둘을 향해 읊조리는 사람들 틈으로 휘파람을 불어대며 놀라는 이들도 보인다.

일시에 주윗사람들의 시선을 휘어잡은 클라나와 프리드라.

클라나는 다소 당황한듯 멈칫하다가 다급한 어조로 외치기 시작한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일행이 오크들의 습격을 받았어요!”

“어? 이쁜데?”

“이봐 아가씨들~ 이리와서 술한잔 하지?”

“와, 저 젖탱이 큰거봐!”

“하하하”

거칠어보이는 사내들은 그녀의 외침을 아랑곳않고 음탕한 말을 지껄이며 웃어댄다.

“누가.. 누가 좀 도와달라구요! 숲에서 습격을 받았어요!”

“어이, 빨간머리 아가씨~ 이리와서 한잔하면 도와주지!”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대머리의 키큰 남성이 술잔을 높이 들어올리며 걸걸한 목소리로 재차 그녀를 꼬드긴다.

“이봐, 일행을 잃었다잖아.”

“뭐, 한 잔 할 시간은 있잖아?”

“아씨, 누구 도와줄 사람 없어요? 헛소리좀 그만하고!”

짜증스러운 말투로 프리드라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짜증스럽게 말한다.

“헤헤헤~ 이봐, 근처가 오크들 천지라고!”

“내 생전 샤프티쓰 주변에서 오크들을 보게 될 줄은 몰랐지!”

“포기해, 돌아가면 아마 오크들한테 죽을때까지 따먹히고 들판에 버려질걸?”

태평스레 대꾸하는 사람들을 헤치고 지나가며 둘은 테이블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빠른걸음으로 홀을 가로지른다.

“사례는 하겠어요! 도와주실분 없나요?”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애처롭게 외치는 둘은 그저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았고, 샤이닝 헬름 안의 모험자들 상당수가 오크들을 피해서 온 자들도 많았기에 그녀들을 선뜻 돕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오크들 때문에 일행과 떨어진건가요?”

“?!”

그리고 그 때, 클라나의 뒤편 구석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도.. 도와줄 수 있나요?”

“...."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클라나의 앞에 흰색의 갑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백색의 기품있는 디자인의 갑옷, 그러나 화려하기만한 예식용이 아닌 여기저기 자잘하게 손상되어있는 표면의 상처들에 의해 실전용 갑옷임을 한 눈에 알수 있는 차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걸친이는 길게 늘어뜨린 금발의, 누가봐도 상당한 미남자로, 다소 곤란한 듯한 표정을 한 채 한 손으로는 허리춤에 찬 롱소드의 그립-Grip-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오우, 잘생겼는데?’

다급한 마음의 클라나를 의식해서 말은 하지 못했지만 프리드라는 저도 모르게 소리죽여 휘파람을 불며 감탄한다.

“저는 저지먼트 나이트-Judgement Knight-, 휴라스뮤Huewrasmeu라고 합니다. 레이디께선 무슨 일인거죠?”
“에? 저지먼트 나이트? 마-프룸의 그 기사단?”

놀란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는 되묻는 프리드라.

그리고 동시에 클라나가 입을 뗀다.

“일행을 숲에서 잃었어요! 도와주세요!”

여전히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바라보는 클라나는 준수한 그의 용모따위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보인다.

“휴.... 여기 있는 모두가 갑자기 출몰한 오크들에 당황하고 있어요.”

“별로 그래보이지 않는데...”

“흠, 흠, 일행을 숲에서 잃으셨다니 아시겠지만 주위는 온통 오크 천지입니다.”

“...그래서요?”

“보통일이 아닙니다. 오크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제레펠룸 이북쪽에서도 보기 힘든 오크들이 여기까지 내려왔다면 필시 큰일이죠.”

“....대체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죠? ”

답답하다는 듯 다소 짜증스럽다는 태도로 클라나는 되묻는다.

“지금 몇 안되는 수로 나가봐야 오히려 당신들만 더 위험해질거에요. 차라리 이제 곧 마-프룸에서 지원군이 도착하기로 되어있는데 그 때 저희랑 같이 나가시죠.”

“....”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클라나를 재차 설득하려는 듯, 휴라스뮤라는 남자는 말을 잇는다.

“여기 있는 모험자들 상당수가 기사단 본대가 도착하면 합류해서 오크들과 싸워 한 몫 잡아보려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같이 나가는 편이 일행분을 찾을 확률이 더 높을거에요.”

“....하지만..”

“그래, 클라나, 지금 나가봐야 오히려 우리만 위험해져..”

등 뒤에서 클라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안쓰러운 듯 프리드라 역시도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 준다.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일행분 혼자 오크무리들이 잔뜩 있는 샤프티쓰에 떨어졌다면 아마도...”

“그만!”

“....”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는 휴라스뮤를 격한 어조로 가로막은 클라나는 홱하고 뒤돌아선다.

“거기까진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조언은 고마워요. 받아들이죠.”

“휴우..”

스스로도 내심 미안한 감을 느끼는지 휴라스뮤는 빈 테이블로 걸음을 옮기는 클라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그의 피붙이라서요, 이해하세요.”

쓴웃음을 지으며 프리드라 역시도 휴라스뮤의 곁을 떠나는 클라나의 뒤를 따른다. 그녀역시도 마이어가 걱정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어찌 클라나에 비할 수 있으랴... 그녀는 단지 어색해하는 백갑의 기사에게 양해의 말을 구하는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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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납작 엎드려 풀숲에 숨어있는 마이어.

이미 옷은 한참의 시간이 흘러 모두 말라있었지만 흙바닥에 엎드리는 것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크륵!!”

“저쪽이다!”

인간이 한참을 씻지 않으면 이런 냄새가 날까? 그가 숨은 풀숲을 지나쳐 수십은 되어보이는 오크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지만 지척을 바로 스쳐지나가듯 뛰어다니는 오크들의 역겨운 땀냄새가 바닥에 납작 업드려있는 마이어의 후각을 자극한다.

“젠장.. 피비린내 다음은 이런 역겨운 냄새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않은채로 마이어는 마지막 오크가 멀찍이 사라져가자 그제서야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휴우... ”

경황없어 보이는 오크들, 그리고 운 좋게 자신이 먼저 그들을 발견한 탓에 마이어는 가까스로 들키지않게 숨을 수 있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본다.

‘무언가 찾은 모양인데...’

갈등의 순간. 무장을 한 역겨운 괴물들을 따라가 자신의 ‘목표물’과 그들이 목표물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지만 선뜻 용기가 나질 않는다.

‘기껏 숨었는데 저것들을 따라가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아아악!”

그리고 그때였다.

찢어지는 듯한 여성의 비명소리.

갈등하며 오크들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던 마이어의 귓가에 똑똑히 그것이 들렸고 그는 반사적으로 지체없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뛰기시작했다.

“공주님 어서 피하!! 윽!”

마이어의 눈앞에 나타난 일단의 ‘인간들’. 그것은 메이드(Maid ;하녀복) 차림의 여성 수 명과 화려한 하늘빛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 하나였다.

‘공주?!’

누가 봐도 알만한 동화속 공주님의 차림.

여기저기 수놓아진 화려한 레이스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의 금발머리. 그리고 머리위의 보석이 박혀 그 빛을 반사하는 티아라까지.

그런 차림의 그녀는 어쩔 줄을 모르며 멀리서 바라보는 마이어에게도 확연히 보이는 호숫빛 푸른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는 애처롭게 외친다.

“그라디아!!”

그녀의 눈앞에서 오크가 휘두른 거대한 도끼에 허리의 절반이 끊겨나가며 피를 뿜어내는 메이드 차림의 여성이 힘없이 고꾸라진다.

“아악!”

‘공주’로 보이는 여성을 막아선 메이드 차림의 여성들이 물밀듯 덮쳐오는 오크들에 의해 하나하나 무참하게 도륙이 나고 드레스차림의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바들바들 떨고만 있다.

“케헤헤헤"

"크르륵!“

“우억!”

오크 하나가 그렇게 쓰러진 메이드의 치맛단을 붙잡고 부욱 찢어내자, 허리어림부터 흘러내린 핏물 범벅이 된 그녀의 하반신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허억.. 으억...”

입으로 핏물을 쏟으면서도 여자의 방어심리일까? 그녀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듯 찢겨나가는 옷자락을 잡고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가리려 한다. 거무튀튀한 오크들의 성기가 햇볕에 노출되며 그 위용을 과시하고, 그렇게 너댓마리가 하반신을 재빨리 벗어재끼고는 죽어가는 그녀에게로 달려든다.

“이 저주받을 몬스터들!”

“크아아아!”

메이드들은 저마다 짤막한 숏소드 하나로 애처롭게 저항하지만 수십마리나 되어보이는 강력한 오크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채 덮쳐드는 몬스터의 물결에 휩쓸려 하나둘 씩 쓰러진다.

“공주님! 어서 도망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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