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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46 460회 0건
----------------------------------112부-------------------------------
내가 도착한 성은 과연 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성문은 모두 박살이 나 있었고 벽에는 오크의 똥으로 떡칠이 되어 있었다.
이 지저분한 놈들은 청소의 개념도 없었고 그저 먹고 싸는 일만 했다.
순간 오바이트가 쏠렸지만 억지로 참았다.
생각 같아서는 물의 정령을 불러 청소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 참았다.
성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아서 암컷들만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배가 부른 놈들만 있어서 그리 경계할 일은 아니었다.
어떤 생명이건 수태한 것을 죽이는 것은 죄악이라 할만하지만 지금은 종족간의 분쟁이라 그런 것에 동정을 느낄 필요는 없다.
좁은 성에서 그것도 전투력이 없은 것들을 한방에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 같아선 성 자체를 무너뜨리고 싶었지만 그리되면 버본의 얼굴이 찌그러질 것 같아 참기로 하고 방법을 생각했다.
아마 나와 본대의 거리는 하루정도 차이가 날 것이고 내가 행동을 개시할 시기는 그들이 거의 도착할 무렵이어야 했다.
‘도대체가 머리를 쓰질 않았더니 멈추었군. 혼자서 상대하기엔 시간의 문제가 걸리는데.’
그렇다.
시간이 문제다.
무작정 죽이고 본다면 까짓 혼자라도 못 잡을까?
지금부터 부지런히 죽인다고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난 진법을 떠올렸다.
성안에 몽환진을 펼치면 내가 약간의 소란을 부려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고 한쪽으로 몰아 넣는다면 깔끔하게 한방에 보낼 수도 있다.
우선 성의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 내부를 살폈다.
전형적인 형태의 성이라 가운데는 분지처럼 넓은 광장이 있었다.
그곳을 기점으로 삼고 곳곳에 진을 설치했다.
밤이라 그런지 내 행동은 어둠에 묻혔고 소리조차 나지 않으니 눈치챌 놈은 없었다.
그래도 경비라고 서는 놈이 있었지만 인형에 불과했다.
진의 설치를 마치면서 경비부터 하나씩 처리하기로 했다.
일일이 베어 넘긴다면 아무리 진이 완벽하다고 해도 눈치를 챌 것이므로 색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혹시 이것들도 혈이 있으려나?’
이쪽에선 그런 개념이 없지만 내가 있던 무림엔 아주 중요시 하는게 혈이다.
모든 기는 혈을 따라 움직이고 이 혈을 제압하면 사람의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
시험 삼아 한 놈을 제압했다.
생전 처음 맞아보는 강도에 맞는 순간 기절해 버렸다.
좀 잔인하지만 손가락에 기를 주입해서 혈관이 있는 곳을 찔렀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야 혈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흐르는 피와 맥박이 오크라는 생물의 혈을 알려주었다.
계속해서 인간의 몸과 비교해가며 이곳저곳을 찔렀다.
그럴 때 마다 피가 튀었지만 중요한 혈의 위치는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만약 사람을 상대로 했다면 희대의 살인마로 불릴테지만 이곳에선 유사인종이란 말 대신 몬스터라는 말을 쓰고 있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진 않았다.-원래 그런게 없다...ㅋㅋ
그때부터 나의 움직임을 바빠졌다.
사혈을 발견했으니 은잠의 능력을 최대로 펼쳐 경비병부터 하나씩 죽였다.
죽었지만 멀쩡히 서 있으니 해가 뜨기전까지는 서로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방안의 오크들도 하나둘 처리했다.
경비병이 모두 죽었을 때 성안에선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원래 그런 기분은 암컷이 더 빨리 느끼는 법.
자신들의 동료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지만 불안한 맘에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나오는 순간 내가 펼쳐진 몽환진에 걸렸지만.
성의 구석구석에 짱박혀 있던 암컷들은 부른 배를 감싸쥐고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내가 원하는 장소로 모여들었다.
광장에 이르러서야 자신들이 어디로 왔는지 알았고 불안하긴 했지만 뭉쳐있어서인지 약간 긴장을 푸는 것 같았다.
이제 해가 뜨려면 두시간 가량만 있으면 된다.
아직 바깥에 있는 오크들은 성안의 상황을 모르고 있을 테고 광장에 모여 떠드는 소리는 성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조금 지루했지만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미리 죽이는건 문제가 아니지만 시체의 처리도 맘에 걸려서 기다렸다.
죽이자마자 태워야 하는데 몽환진은 불에 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물론 피 냄새를 맡으면 밖의 오크들도 날뛸테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잠시 명상에 잠겼다.
뭐 기도라는 것을 해 본적이 없으니 나름대로 명복을 빌어주는 것이다.
잠시후면 해가 뜰 것이고 그것을 기점으로 광장에 있는 오크는 몰살을 당할 테니까.
역시 해가 뜨는 광경은 장관이다.
무한한 기운이 온 대지를 감싸듯이 뻗어오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군.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난 기를 모아 청공검에 실었다.
다시 대지가르기의 기술을 사용했다.
청공검에서 뻗은 검기는 수평으로 넓게 펴져 아무렇게나 쉬고 있던 오크들을 정확히 반으로 쪼개며 지나갔다.
자신의 몸이 잘린지도 모르고 옆에 있던 년이 갑자기 내장을 흘리며 쓰러지자 자신도 베인 것을 느꼈다.
일반인들이 봤다면 미치지 않았을까?
순식간에 온 성에 피내음이 진동했다.
오크똥 냄새도 미치겠는데 막힌 곳에서 진동하는 피냄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했다.
“파이어.”
내 손을 벗어난 불길은 오크들의 시체에 옮겨 붙었고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
성안에서 치솟는 불길에 성 밖에 있던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하긴 자신들의 마누라와 새끼들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겠지.
성안의 현장을 목격한 오크들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한꺼번에 그 많은 숫자가 죽을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간단하게 처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니 얼마간은 처리한다고 해도 자신들이 전혀 모르게 이 모두를 죽일 수는 없다.
뭐 착각은 자유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취이익. 누구냐. 누가...”
분노에 떠는 오크를 보자니 조금 미안했지만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충실해야지.
게다가 인간도 아니고 몬스터일 뿐인데.
난 은신을 풀고 광장의 한가운로 몸을 드러냈다.
불꽃을 밟고 서있는 내 모습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주춤거렸다.
“취이익. 위대하신 분이십니까?”
아마 내가 드래곤인줄 알았나보다.
“그게 누구지?”
“취이익. 혹시 드래곤...”
“도마뱀 따위와 비교하다니. 실망이군.”
“그럼...”
멍청한 얼굴로 멀뚱멀뚱 날 바라봤다.
하긴 자신들의 머리로는 이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드래곤 밖에 떠오르지 않겠지.
“나와 협상을 하면 살려두고 아니면 모두 죽는다.”
“취이익. 무슨... 켁.”
“두번 말하기 싫다.”
“알아 듣게... 켁.”
잡소리를 내는 놈은 즉결 처분을 했다.
어짜피 죽일거면 깔끔하게 고통없이 보내자는 주의다.
“내가 이 성을 차지하도록 돕고 있다. 앞으로 이 성에 대해 미련을 버린다면 살려준다.”
“그런...켁.”
“아무리 그래도...켁.”
“아무래도 한바탕 몸을 풀어야겠군.”
청공검을 하늘 높이 들고 가볍게 휘둘렀다.
검끝에서 방사형으로 펼치는 검기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오크들을 모두 죽이기에 충분했다.
단 한번의 칼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지만 현장을 본 오크들은 얼어붙었다.
드래곤도 아니라고 하는데 이렇게 강하다니.
“너희들도 대장이 있을 거다. 나와.”
“취이익. 내가 대장이다.”
“호오. 제법 줏대가 있군. 대답해라 어떻게 할건지.”
그냥 죽일까도 생각했지만 어짜피 이것들도 살려고 태어났을 텐데 내가 내 힘만 믿고 마냥 죽일 수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대장을 죽이면 정말로 이것들을 모두 죽일 때까지 검을 휘둘러야 할지도 모른다.
비록 본대가 오고 내 여자들이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지금부터 시간을 주겠다. 이길로 도망가서 다시 돌아오지 마라. 만약 온다면 너희 일족을 모조리 없애버리겠다.”
“취이익....”
“아. 한가지 더. 지금 나가면 인간들과 내 여자들이 있을거야. 알아서 도망치도록 해. 지금부터 정확히 10분 후부터 내 눈에 띄는 놈들은 모조리 죽는다.”
일방적으로 말하고 몸을 숨겼다.
방금까지 말하던 인간이 사라지자 당황하면서도 조금 전 보여준 엄청난 능력이 떠올랐는지 오크떼 사이에 동요가 생겼다.
아무리 대장이라도 죽고 싶진 않나 보다.
대장이 성문 밖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모두가 달려나갔다.
그게 결코 편한 길은 아니었다.
성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본의 병력은 오크가 달려오는 것을 보자 기겁하곤 궁수들에게 활을 쏘게 하고 보병으로 하여금 진을 구축하게 했다.
물론 혜선 등은 그들의 제일 앞에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포진했다.
정신없이 도망가기도 벅찬데 공격을 가하자 완전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10분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서 성 안에서 내가 도륙하는 놈들의 비명은 완전 패닉상태로 빠져들게 했다.
2만이 넘는 오크들이 그렇게 정신없이 도망가는 광경은 어디에서도 구경할 수 없다.
버본은 당황하면서도 침착하게 지휘를 했고 혜선 등도 가까이 있는 놈들만 가볍게 처리했다.
전투인지 뭔지도 모를 싸움은 장장 30여분가 계속 되었고 성에서 살아있는 오크를 구경하지 못한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떴을 때였다.

“허허. 정말 오크를 몰아내다니. 정말 고맙소.”
“뭘 그러십니까.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혼자서...”
“버본 남작님.”
지긋하게 쳐다보며 부르자 흠칫 떠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내 살기를 정면으로 받기엔 버본이란 사람은 아직 멀었으니까.
“오늘 있었던 일은 무조건 함구해야 합니다.”
“네? 네.”
이 일이 알려져서 용병단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괜히 쓸데없는 일에 끼이지 않으려면 큰 사건은 조용히 묻어두는게 현명하다.
버본은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려 성의 안팎을 치우기 시작했고 난 여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정도 치워졌는지 음식하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주인님. 이것 좀 드세요.”
“같이 먹자.”
그래도 명색이 귀족인데 우리와 야전에서 같이 식사를 할 순 없겠지.
버본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가 신의가 있는 사람임을 알기에 모른척 했다.
단 두 번 보여준 내 능력은 인간이라고 믿기엔 너무도 엄청 났을 테니까.
식사를 마치고 성 내부를 둘러보며 지하의 금광으로 안내했다.
그가 보여준 지하의 동굴은 그야말로 금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살짝 힘을 주어 파보니 손에 커다란 금덩이가 쥐어져 있었다.
“사실이었군요. 금이 이렇게 많이 있다니.”
“네. 이 정도의 금이라면 실론 성을 좀 더 부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뭐 오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고 해서 했지만 진짜 금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내게 돈은 그다지 흥미를 느낄 물건이 되지 않는다.
대륙 최고의 갑부가 바로 옆에 있는데 이런데 신경이나 쓰겠어?
나도 사람인지라 몬스터에게 당하고 산다는 말이 거슬려서 온거지(정말일까?) 다른 맘이 있어서 온게 아니다.
“흠흠. 뭐 일은 처리 됐고 그럼 계산을 하셔야죠.”
“네 우선 이 서류를 보십시오.”
버본이 내민 서류는 광산의 수익에 대해 40%을 내게 지불하겠다는 계약서였다.
“일단 개발을 시작해서 첫 수익을 올리게 되면 그에 대한 지분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차질 없이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세계에도 은행과 비슷한 기관이 있어서 그곳으로 돈을 보내면 내가 찾을 수 있었다.
솔직히 찾아서 쓸 일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명성을 알리려면 돈보다 쉬운 길이 없으니 버본이 보내주는 돈은 아마도 내 명성을 올리는데 쓰일 것이다.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엄청난 돈을 저축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날 궁금하게 생각할까?
그저 흐뭇하게 느껴졌다.

“주인님. 이제 이곳에서의 일도 끝났는데 어디로 가죠?”
“글세. 마땅히 갈 곳은 없잖아?”
“그럼 다시 되돌아 갈까요?”
“뭐 그게 좋지 않겠어?”
“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그냥 마법으로 가자. 피곤한데 왔던 길을 다시 걷고 싶진 않아.”
진짜다.
편한 것 두고 어려운 길로 가는건 체질에 맞지 않다.
“그건 그렇고. 이참에 단원을 늘려야겠어. 명색이 용병단인데 인원이 4명 밖에 안된다는게 자존심 상하는구만. 혜선은 알고 있지? 내가 얼마의 인원을 거느렸었는지.”
“알고 말구요. 호호. 그럼 우리에게도 부하가 생기는 건가요?”
“아무튼 일단 수도로 돌아가면 쓸만한 인재를 골라봐야겠어. 너희들도 괜찮게 보이는 놈이 있으면 천거하도록 해. 되도록 이쁜애로.”
“엑? 이쁜애요? 여자요?”
“왜 안돼?”
“하지만...”
뭐 용병단에 여자만 있다고 이상할 건 없잖아.
나의 음흉한 웃음에 여자들은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글로 되어 있다고 해서 바꿉니다
관심 가져주신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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