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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48 548회 0건
푸른 밤


언제 잠이 든 건지, 얼마나 잔 것인지, 얼마동안 이렇게 살짝 깬 상태로 누워있는 건지 알 수 없다. 비몽사몽간에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내 집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이기보다는 이제 그만 정신 차리라는 무의식 속에서의 그 어떤 종용의 소리처럼 여겨졌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점차 정신이 들고 몸을 겨우 추슬러서 움직였다. 현관문까지 힘겹게 가며 끈덕진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아닌 다는 누군가의 권태로운 신음소리처럼 느껴졌다. 문을 열었을 때 바깥은 어슴푸레한 빛을 띄우고 있었다. 새벽녘이었는지 땅거미 지는 무렵이었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여인이 서 있었다.
“저예요.”
“아……. 왔군요.”
그렇게 짧은 말로 인사를 대신 한 그녀는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보는, 아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어쩐 일인지 그 여자가 내 집으로 들어온 것이 내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밖에서 꼬마들의 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저녁이었다. 그녀는 부엌에서 물을 한 잔 마시고 방으로 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살갗이 희다. 백인처럼 하얗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양인의 새하야면서 푸르스름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고운 피부였다. 무릎 위까지 오는 치마, 다리를 꼬고 있는 상태로 약간 볼록하게 옆으로 밀려나온 오른쪽 종아리 살, 치마와 허벅지 경계선 위에 다소곳이 올려놓은 두 손.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는 여자군.’
30대 중후반정도 될 거라는 추측을 하며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나보다 열 살 정도 적은 나이의 여자일 것이다. 조용한 방안에서 담배 타들어가는 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한 모금 들이마시자 머리가 아팠지만 끄지 않고 불씨가 필터에 다다를 때까지 피웠다.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나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다.
“그런데, 누구시죠?”
나는 왼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물었다.
“공기가 탁해요. 혼자 생활하는 거, 불편하지 않아요?”
“불편한 만큼 편한 점도 많죠.”
그녀는 내 질문에 대답은 않고 도리어 내가 그녀의 말에 순순히 응했다. 저 여자는 나를 알고 있는 건가.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듯 여겨진다. 먹고 싸고 자는, 최소한의 삶만을 유지하고 있는 최근의 비루한 생활에 요깃거리랄 수 있는 일이 하나 생겼다. 점차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선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녀가 먹을거리를 하는 동안 나는 식탁 위의 술병과 그릇을 치우고 마땅히 할 것이 없어 거실로 가 흔들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다봤다. 대파의 이파리가 삐져나온 검은 비닐을 들고 가는 주부, 퇴근길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 잠이 든 아이를 등에 업고 가는 노파를 이제 막 불이 들어온 희미한 가로등불 아래 차례대로 보였다.
“먹을 게 별로 없네요.”
내가 남의 집에 와 접대를 받는 기분이었다. 김치찌개에는 냉동실에 들어간 지 몇 개월이 지나 나로서는 존재조차 잊고 있었던 고기까지 들어가 있었다.
깔끔하게 이마를 드러내고 뒤로 묶은 머리와 옷매무새를 보면 차가운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헤어진 아내와 있던 때보다는 어렸을 적 어머니와 같이 밥을 먹는 푸근함이 연상되는 이중적인 면이 동시에 드러나는 여자다.
“왜요?”
그녀를 골똘히 쳐다보자 젓가락을 가지런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물을 마시고 방으로 바로 들어갔다. 말하는 것 하며, 행동 하나하나까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여자다. 나는 식사를 마저 했다.
내가 방으로 갔을 때 그녀는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담배를 찾았다. 탁자 위에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녀는 일어나서 내가 물고 있는 담배를 뽑아서 재떨이에 비볐다. 그리고 꼿꼿이 선 채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 여자가 뭘 어쩌라는 건지, 나는 양손을 양옆으로 살짝 들어 올렸다 내렸다. 그러자 그녀가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움직임에 조금도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다. 벗은 블라우스를 침대에 놓고 치마를 내렸다.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굴곡 없이 매끈하게 내려가는 다리선이 매혹적이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녀는 브래지어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스타킹과 팬티를 벗어 그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서 내 손을 잡고 자신의 왼쪽 젖가슴에 가져다 댔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어제 술을 마시다 퇴폐 출장 안마사라도 부른 걸까. 아니,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먹기는 했지만 그런 기억은 전혀 없다. 게다가 이 여자는 돈에 대한 어떤 말도 없지 않은가. 머리가 지끈거렸다.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아, 아파요.”
내 팔을 잡으며 그녀가 말했다. 나는 내 행동에 놀라 힘을 풀었다. 그때 살짝 찌푸린 얼굴에서 생전의 내 어머니를 닮은 눈빛을 봤다. 식사 중에 어머니가 떠오른 것은 이것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내 얼굴을 쓸어내리며 허리까지 내려가 니트를 벗겨주었다. 나는 모든 의구심을 이미 제치고 지금 내 앞의 상황에 순응하기로 했다. 그녀가 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려주고 나는 발을 들어 바지를 완전히 벗었다. 사각팬티 위로 그녀가 내 성기를 움켜쥐었다. 내가 팬티를 내리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손으로 성기를 몇 번 문지르며 무릎을 꿇고 한 입에 머금었다. 그제야 서서히 발기가 되고 있었다. 입을 풀지 않은 채 그 속에 담긴 내 성기를 혀를 돌려가며 자극했다. 내 물건은 제법 고개 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쪽’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잠시 뺀 후, 입으로 피스톤 운동을 했다. 머리가 팽창하는 듯하며 다리가 조금씩 떨렸다.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으며 침대에 걸터앉아 두 팔을 뒤로 벌려 상체를 받쳤다. 그녀는 내 성기를 놓지 않으려 따라와 계속해서 빨았다. 나는 그녀의 묶여있던 머리끈을 풀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검은 비단이었다.
‘?……후룹……’
“으, 음.”
그녀는 왼손으로 내 허리를 애무하며 오른손으로 고환을 쥐고 문질렀다. 침이 흘러내려 미끈미끈 거렸다.
“하아…….”
몸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나는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녀는 다급한 움직임으로 몸을 일으켜 내 위로 올라탔다. 성기의 뿌리가 그녀 손에 잡히고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헉, 아……하아…….”
그녀는 참으려는 듯한 약한 신음소리를 내며 두 손을 내 가슴에 댄 채 위아래로 움직였다. 질 속은 애액으로 인해 질퍽거렸다. 내가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자 허리를 앞뒤로 유연히 움직였다.
“헉……읍…….”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몸을 돌렸다. 그녀의 몸을 움직여 침대 위쪽으로 가게 했다. 내 성기가 번들거렸다. 나는 그녀의 성기를 손으로 쓰윽 한 번 문지르고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서서히 움직이다 점차 격하게 움직이자 그녀가 다리를 꼬아 내 허리를 감았다. 나는 있는 힘껏 움직였다. 그녀 눈의 초점이 약간 풀려있었다. 내가 이렇게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얼마만인가. 내 턱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그녀의 젖가슴으로 떨어졌다.
“하아. 어흑, 더, 더…… 들어와요.”
그녀는 양팔을 벌려 침대시트를 꼭 쥐었다. 나는 움직임의 속도를 서서히 늦추며 허리를 구부려 딱딱한 상태로 봉긋 솟아오른 암갈색 유두를 핥았다. 그리고 젖가슴 바깥쪽을 손에 쥐어 가운데로 쏠리게 하여 양쪽을 번갈아가며 입에 머금었다. 그러다 감정이 격해져 왼쪽 가슴을 콱 깨물어버렸다.
“악!”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양 팔로 내 머리를 격하게 감싸고 끌어안았다. 내 허리를 감고 있던 다리는 이미 벌려져 있었다. 나는 숨이 막혀 기침을 했다. 그녀가 팔을 풀고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귀를 가슴에 댔다. 심장의 고동이 몽환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와 작은 협곡을 찾았다. 그 사이를 손가락으로 아래부터 위로 섬세한 선을 그어 올리듯 천천히 만졌다. 음핵을 건드리자 그녀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나는 젖은 손가락을 떼고 혀를 주름 사이로 밀어 넣었다. 고여 있던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혀를 길게 내밀어 그 안을 사방으로 넓히며 휘저었다.
“아흑…….”
그녀가 요동을 치며 내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일어나 다시 성기를 밀어 넣고 노를 저었다. 젖은 내 입 주위를 그녀가 흔들리는 손으로 닦았다. 눈앞이 점차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고 온 몸의 신경이 성기로 몰리는 듯했다.
“윽…… 이제…….”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했다. 그녀는 내 분출을 알아차리고 내 등을 잡고 꼭 끌어안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몸을 크게 움찔거린 후 그녀 위에 포개져 엎드렸다.
“하아, 하아……허어…….”
우리는 숨이 고를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5분 정도 흘렀을까. 나는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내가 안고 있던 그녀의 체구가 점차 커지는 듯 했다. 아니, 그 반대로 내가 작아지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려 했지만 이미 힘이 빠진 내 성기를 그녀의 성기가 놓아주질 않고 있었다. 성기를 기준으로 나는 점차 빠른 속도로 작아지며 무형화 되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그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둡다. 나는 불안에 떨며 뒤를 돌아본다. 들어왔던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눈앞을 휘어 감는 암흑의 형태와 융화되어가는 내 모습이 어슴푸레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당황도 잠시, 마음은 점차 가라앉으며 따듯한 기운이 나를 감싼다.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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