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하루 1부의 1-----

마혁진의 하루는 전화로 시작한다. 항상 그렇다 일어나자마자 호텔 접수부의 야간담당자와의 통화를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늘 변함없이 그 전화로 시작한다. 토요일 아침은 일본에서처럼 상큼하게 낮잠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부족하나마 입에 풀질하게 만들어주는 직장일인 것이다.
"내 혁진입니다."
혁진은 대답하고 하품을 하면서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렸다.
"어이 혁진 오늘은 빨리 와야겠어. 특별고객이 단체 예약을 잡았어."
혁진은 무슨 오늘만 빨리오면 된다는 식의 말을 하는 야간부 담당자의 말이 거슬렸다. 평소에도 늘 빨리 오라는 말부터 하였고, 항상 자신은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데도 그런 소리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는 늦게 갔나요? 그래서 고객 이름은 머에요?"
혁진은 한마디 날린뒤 고객의 이름을 물었다.
"그게 고객이름은 없어, 아무래도 특별고객이라서 그런것인지는 모르지만 하급직원들한테는 비밀인 모양이야."
혁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그러면 접수는 어떻게 받아요?"
아직 전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 호텔에서는 모든것을 서류로 하기에 고객이름이 없다고 한다면 골치가 아파진다는 것은 그쪽이나 이쪽이나 다 아는것인데, 왠 뜬금없는 비밀이냐는 생각이 드는 혁진이였다.
"그건 걱정말고 어서 빨리오도록해"
"여보세요...저기요?"
황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혁진이였다. 전화로 아침의 급한 스케줄부터 받아두게 해주는게 야간 담당부 직원의 마무리 업무일텐데라고 생각한 혁진은 거칠게 수화기를 걸었다.

호텔의 정문은 고객용이고 그래서 혁진과 같은 직원들은 호텔정문과는 좀 거리가 있는 직원전용문으로 돌아서 들어가야되었다. 혁진은 오늘도 변함없이 호텔의 정문을 지나쳐 직원전용문쪽으로 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호텔의 정문쪽으로 엄청나게 고급으로 보이는 난생처름보는 승용차3대가 와서 멈추어섰다. 혁진은 뭐야 하는 생각으로 그쪽을 멈춰서 처다보았다. 승용차들은 멈추고 난뒤 약간의 시간을 두고서 꼼짝도 안하고 서있었는데, 흥미로운것은 승용차위쪽으로 무슨 카메라 같은 것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허 요새는 별게 다있네...세상 참.."
무심결에 그런말을 하던 혁진이었다. 갑자기 맨앞의 승용차의 보조석쪽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내렸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만 유심히보니 매트릭스라는 영화에서 보던 검은 썬글라스에 머리는 단발에 옷은 검은색 여성용 정장을 입고있는 한 여자였다. 여성 경호원이라고 해도 믿겠군...하고 생각하려던 혁진였지만 아래쪽은 좀 높은 굽이있는 구두를 신고있었다. 경호원이라면 기동성에 문제가 있는 저런 구두는 신지 않을것이다.
"머하는 사람이야 비서정도 되나?....사장취향이 독특한 모양이지?...ㅋㅋ"
이런생각을 하고있는 혁진이었는데, 갑자기 그 여성은 혁진쪽으로 곧장 걸어오기 시작했다.
"헉 머야..."
곧장 걸어온 여성을 가까이서본 혁진은 놀라면서도 그 여성이 진짜 경호원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수밖에 없었다. 귀에 요원들이 쓰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한쪽손에는 특이하게 보이는 장비까지 들고있었기 때문이었다.
"헐 진짜로 경호원인가?"
무심결에 이렇게 말한 혁진이었는데, 그 여성은 갑자기 혁진근처까지 오다가 고게를 갸웃하더니 오른손에든 장비에다가 대고서 머라고 이야기하더니 좀더 가까이 왔다.
"한국인이십니까?"
무심결에는 아무래도 본래쓰던 말이 나오는것이겠지만, 혁진의 그말에 그렇게 반응해오는 상대방또한 한국말이기에 혁진은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정말 오늘 놀랄일도 많다고 생각하면서 알수없는 반가움도 드는 혁진이었다.
"맞습니다....그런데 뜻밖이군요...이런데서 한국분을 만나다니 ...이호텔은 주로 중국내 고객들이 이용하시는데.."
여성은 혁진을 아래위로 훌어보더니 또다시 물었다.
"혹시 이곳 직원입니까?"
"내 그....그런데요..."
그러자 그 여성은 오른손에든 장비에다가 머라고 또 이야기하더니 곧바로 뒤돌아서서 차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라...이봐여...그쪽이 먼데 저한테..."
그렇게 항의하려던 찰나 뒤쪽에 있던 차의 문들이 일제히 열리더니 방금의 여성과 비슷한 복장의 여성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휠체어를 타고서 한 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여성들의 경호를 받으면서 호텔정문쪽으로 사라졌다.
"아놔 머야 정말...."
그저 황당하게 머리를 긁적일수 밖에 없는 혁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