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게임 속으로…
-서장

2050년 8월 17일. 서울.
장마철로 인해 비가 많이 쏟아지는 어두운 밤이다.

“오늘은 이걸 한 번 해볼까?”

그 어두운 밤에서 활짝 불을 밝히고 있는 집이 바로 나의 집이다.
부모님의 유산을 물려받아 조그마한 집 하나를 장만하였고, 여기서 난 제법 풍족한 삶을 꾸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전 부모님이 모으신 재산이 0이라는 숫자가 가뿐히 열자리를 넘기 때문이고,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상속되었기 때문이다.
그 돈을 가지고 내가 한 것은 우선 집안을 안전하게 꾸미는 것과 내 돈을 노리는 도둑들을 막기 위해 4마리의 개를 산 것, 그리고 도장에 다녀 각종 여러 가지의 무술을 익힌 것이었다.
그런 나의 노력이 통했는지 지난 3년간 나의 집에는 아무런 변고가 없었고, 무리 없이 잘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런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얼마 전, 오픈 베타에 출시된 RPG게임이다. 이 게임은 지금까지 출시된 다른 RPG게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흔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설정의 게임이었지만 실사와 비슷한 3D개념 그래픽과 그리고 풍족한 스토리는 충분히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게임 이름은 베놈. 15세 이용가로 적지 않는 화제를 몰고 다니는 녀석이다. 그리고 지금 난 그 게임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어디보자….”

제일 먼저 한 것은 게임을 다운받아 인스톨하는 것이었고, 그 인스톨 하는 와중에 베놈의 공식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였다. 그런 다음, 게임이 전부 설치가 되자 난 게임을 실행시키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칠 자세를 취하였다.

쿠루루룽!

밖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츄아아아!!!

그리고 번개소리가 울렸다.

지이이잉-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가 이상해졌다.

“뭐, 뭐야?”

모니터에서 이상한 파문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잔잔한 호숫가에 돌맹이를 던져 일어난 파문처럼.
그런 물결무늬가 느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고 사방으로 퍼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눈을 비비며 부릅뜨자 모니터에서 발생된 물결무늬는 어느새 없어지고 평범한 모니터로 되돌아왔다.
모니터 안의 내용을 보니 베놈이라는 화려한 영어 글자와 함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는 네모 칸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본 나는 왠지 꺼려졌다.
아까 전의 일 때문이었다.
뭔가 잘못될 것 같다는 위화감.
그리고 뭔가 실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내 전신을 지배했다.

“으음,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두 뺨을 살살 친 나는 ‘고작 게임하는 것뿐이잖아.’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쳤다. 그리고 엔터를 누르자 5개의 서버가 드러났다.

「일랜시아」
「호스티스」
「바란티」
「유드」
「가르시온」

이 5개의 서버 중에서 난 유드 서버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막 캐릭터를 생성하려고 할 때 아까 그 예의 번개소리가 들려왔다.

츄아아아앗!!

찌리릿-
화르륵-

“큭!!”

하필이면 재수 없게도 그 번개가 내 집에 작렬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전신에서 뭔가 찌릿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즘 보통 집들은 하나둘씩의 피뢰침을 설치하여 번개를 막았다.
내 집도 번개를 막기 위해서 피뢰침 서너 개를 설치하였다.
하지만 번개는 그런 피뢰침을 비웃는 듯 피뢰침을 피해, 정확히 나의 머리로 떨어진 것이었다.

‘망할….’

난 천천히 정신을 잃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