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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9:47 559회 0건
"으흥"

소녀는 몸을 감싼 따뜻한 것에 얼굴을 비볐다. 따뜻한 살내음이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아"

자신에게 안겨있는 소녀를 내려다보는 그레이의 시선과 소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소녀는 묘한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소녀는 그레이에게서 몸을 일으켰다.

"아, 고마워요. 저는 예린이예요."

어젯밤 늦게까지 그레이을 받아드렸던 예린이었다.
아랫도리의 쓰라림은 여전하였지만 묘하게 몸의 피로는 줄어있었다. 몸에 활기가 돌아와 있었다.

"몸은 괜찮아? "

"네, 괜찮아요. 아.."

그레이가 예린을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는 몸의 구석구석 상처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따뜻한 기운을 머금은 손이 예린의 온몸을 누볐다.
늑대에게 오염된 부분은 깔끔해져서 다시 약초를 바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기다려"

그레이는 예린을 남겨둔 채 바로 작은 짐승을 잡아왔다.
별다른 양념 없이 간만 맞춘 고기를 예린은 허겁지겁 먹었다.
양이 부족해 보여 다시 한 마리의 토끼를 굽는 그레이이었다.

"어디서 온 거야?"

순간 예린은 멈칫거렸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긴 하지만 인간에게 마을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은 금기 사항이었다.
말해주기 싫어한다는 것을 느낀 그레이는 질문을 바꾸었다.

"혹시 이쪽에서 온거냐?"

그레이는 손가락을 가레이든 지역이 있는 방향으로 가리켰다. 예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비오릭 산맥의 일은 관련이 없는 것인가."

그레이는 상념에 빠졌다.
먹으면서 예린은 익숙하지 않은 공용어로 자신의 처지를 말했다.

예린은 일단 살아남는 것이 목표이었다.
가능하다면 다른 묘인족을 찾아 자신의 마을에 생긴 일을 알려야 했다.

"움직일 수 있겠어?"

"네, 얼마든지요."

아직 쓰라린 몸이었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산맥은 아무리 묘인족이라지만 성인식을 거치지 않은 소녀 혼자 살아남기에 힘든 곳이었다.
혹시나 혼자 버려질까 봐 무리하는 예린이었다.
그레이는 낮에는 이동을 하고 밤에는 묘인족소녀를 안았다. 착 감겨오는 어린 묘인족의 부드러움은 헤어나기 힘든 매력이 있었다.
그레이는 예린의 인간과는 다른 순수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드렸다.

아침이 되어 출발하기 전에 검을 들어 검법을 연습하는 그레이를 무끄러미 바라보는 예린이었다.

"수련하는 거예요?"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예린이었다.
묘인족은 19살에 성인식을 전후에 해서 몸을 체질이 확 변했다.
그전에도 다른 종족의 아이들보다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지만 특유의 강함은 발휘되지 않았다.
그래서 성인식을 치를 나이가 되지 않은 묘인족 아이는 별다른 전투 훈련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성인식 이후에 혹독한 훈련이 이루어졌다.
종족 자체에서 미성년의 묘인족 아이를 우선 보호하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예린은 묘인족의 싸우는 법을 아직은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린에게 전투기술이 필요했다.

"가르쳐 줄까?"

밤마다 몸을 섞기에 정도 들었다. 예린의 정순한 기운에 자신의 기운이 더욱 좋아져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한 아직 어린 나이이면서도 밤마다 그레이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예린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자신에게 의지해서라도 살기 위해서 밤이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소녀이었다.
또한 인간과는 다르게 묘인족은 은혜를 준 자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었다.
그레이는 남겨진 무공 중에 맨손과 손을 갈고리처럼 만들어서 싸우는 기술이 떠올랐다.
무공을 남겨진 자가 주로 익히던 기술이 아니었는 지 깊은 경지까지는 아니었지만 예린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저는 드릴 것이 없어요."

예린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묘인족의 경우 같은 종족끼리는 아무런 제한이 없이 가르쳐주고 가르침을 받았다.
하지만 그레이는 다른 종족이었다.
마을에 있을 때 다른 종족끼리는 배움을 쉽게 나누지 않는다고 들은 예린이었다.
또한 배움이 있으면 보답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물론 밤을 함께 보내긴 하지만 그것은 거래가 아니었다. 수컷은 자신이 보호하는 약한 암컷을 가질 권리가 있는 법이었다.

"휴..."

그레이는 어두워진 표정의 예린를 쓰다듬었다.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 만져졌다.
예린을 가지면서 상당한 기운이 증진된 그레이이었다.
예린은 자신이 얼마나 그레이에게 도움이 되는 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레이는 어두워진 표정의 붉은 머리 귀여운 소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예린의 얼굴이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붉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고 눈을 감아 그레이의 입맞춤을 받아드렸다.




간단한 사냥기술과 기운을 움직이는 법을 가르쳤다.
남겨진 기술이 아닌 그레이가 알고 있었던 사냥기술과 간단한 단검을 쓰는 법은 모래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빠르게 익혔다. 묘인족이라서 아주 빠르게 익히는 것 같았다.

"그레이, 아랫배가 따뜻해요"
"조금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용어로 예린이 말했다.
다만 기운을 움직이는 것은 그레이도 완전히 파악한 것이 아니기에 가르침도 나빴고 이질감을 느끼는 지 쉽게 익히지 못했다.
그래도 아랫배에 기운이 생긴 이후에 예린은 자신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예민해진 것을 느꼈다. 묘인족이면서 늑대 따위에게 사냥당하던 자신이 그레이에게 배우면서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끼는 예린이었다.
예린의 그레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더 깊어졌다.
그저 살아남으려고 몸을 맡겼던 남자에서 마음을 허락하는 존재로 아주 조금씩 변해 갔다.

"아흐흑... 조금만 천천히..부탁드려요"

예린은 짐승처럼 엎드려서 뒤로 그레이를 받아드렸다. 그레이의 두 손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예린의 봉긋한 가슴을 강하게 주물렀다.
기운을 온몸으로 돌리면 돌릴수록 빨라지고 강해졌다. 하지만 예린의 경우에는 그레이처럼 혼자서 기운을 온 몸에 돌리는 것은 힘들었다.
그레이에게 안겨서 그레이가 이끌어 주어야 가능했다.

"아하,..하아.."

다만 그레이의 기운이 몸속에서 움직일 때마다 소녀는 손끝 발끝까지 나긋나긋하게 펴지는 따뜻한 온기에 달디 단 숨을 내뿜으며 호응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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