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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9:47 582회 0건
예린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레이에게 다가와서 귀에 속삭였다.

"여기 기분 나빠."

공용어는 익숙하지 않은지 짧게 말하는 예린이었다.
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밤이 되면 유령이 나온다고 해도 믿을 만한 분위기이었다.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일년내내 햇빛은 한 번도 들어오지 않을 골짜기이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숨어 있는 그레이와 예린에게도 소름이 돋을 만큼 음습한 기운이 강했다.

곰에게서 결정을 들고 간 이들을 추적해서 도착한 곳이었다.
여덟 명의 로브을 입은 인간들이 음습한 공간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마법진인가."

나이가 많이 보이는 자의 지시에 따라 중년으로 보이는 자들이 마법으로 조심스럽게 땅을 고르고 있었다. 중앙에 평평한 평지가 생겼다.

"이상한걸"

중앙에 커다란 공지에는 혹시라도 이물질이 섞일까 봐 나무뿌리 하나 없도록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과는 다르게 골짜기로 진입하는 부분과 중앙 공지 주변에 사람의 한쪽 팔 정도의 길이로 땅을 다져 평지를 만들고 그곳에다가 기묘한 색을 가진 액체로 이상한 문양을 그려넣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 그린 후에 가벼운 나뭇가지와 풀로 그 위를 덮었다.

그레이는 예린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레이가 예린의 복실한 귀를 잡아 자신의 입 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예린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레이는 그런 예린의 반응에 의아해하면서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었다.

"저쪽에 문양을 그려놓고 숨긴 곳을 잘 기억해둬. 어떤 것을 설치하고 숨긴다는 것은 그것이 덫일 가능성이 커."

예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리고는 망설이는 듯하다가 말을 이었다.

"저 그레이, 밤에는 괜찮은 데 낮에는 귀를 만지지 말아주세요. 묘인족은 귀가 예민해요."

마치 커다란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소곳하게 말하는 예린이 귀여워져서 그레이는 예린을 끌어안았다.
그레이는 숨어있는 자세 그대로 예린을 자신의 앞에 앉히고 꼭 안아 인간보다는 높은 묘인족의 체온을 즐기면서 관찰을 계속하였다.

작은 함정용 마법진은 모두 설치된 듯 로브의 남자들이 모두 중앙으로 모였다.

"형제들이여, 함정은 준비가 끝났는가?"

"네, 설치가 끝났습니다. 베제크르님"

노인의 물음에 공손한 어조로 중년인이 말했다.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야. 오우거 실험체가 당하다니 역시 숲의 수호자인가."
"하지만 아무리 숲의 수호자라고 해도 이번의 실험체는 쉽게 다루지 못할걸."

노인은 중년인에게 시약을 받더니 중앙 공지에 신중한 표정으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다른 이들은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는 듯 자세히 바라보았다.

"실험체는 어떤가?"

"양호합니다."

"결정은 ?"

"충분합니다."

"그래"

마법진을 그리면서 몇 가지 확인을 하고 나더니 마지막 선까지 다 그리고 난 후에 노인은 지팡이를 꺼내어 들었다.

"결정과 실험체을 데리고 와라."


그레이는 로브 입은 자들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껴 더욱 유심히 살폈다.
몇몇 사람이 한쪽에 짐을 쌓아둔 곳으로 가더니 커다란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온몸이 꽁꽁 묶인 사람을 꺼내었다.

"여자 아이인가. 엘프?"

인간이라면 16살 정도 되어 보이는 몸이었다. 아직 덜 자란 듯한 체형이었지만 얼핏 보이는 고운 피부가 흰 눈처럼 하얀색이었다.

"오우거를 처치한 엘프보다는 작은걸."

오우거를 처치한 엘프가 성인이라면 이번 엘프는 그보다 확실히 어려보였다.
두 눈에는 검은 천이 가려지고 입에는 수건이 물린 채 베제크르라는 노인 앞으로 끌려갔다. 제대로 먹지 못 했는지 수척한 느낌이었다.
노인의 투박한 손이 소녀의 머리맡으로 향했다.

"웅웅-"

소녀는 거북한 기운의 느낌에 비명을 질렀지만, 입에 물린 수건 때문에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괜찮은 걸, 중앙에 놓아라."

소녀를 검사해보던 노인은 지시를 내렸다.
소녀는 마법진 중앙에 놓이고 검은 안대와 수건은 풀렸다.
겁먹는 소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놓아줘요. 일족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그렁그렁한 눈물을 단 채 내세우는 주장은 먹혀들지 않았다.

"허허, 아가씨의 운명이나 걱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 데."

베제크르는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귓속이 멍해질 정도로 공기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음습한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골짜기의 음기가 마법진으로 흘렀다.

"아아흐.."

소녀는 주변에 가득 차는 어둠에 몸서리쳤다. 몸이 점점 굳어지게 시작하였다. 점점 자신이 아닌 것이 되어버릴 것 같은 공포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소녀의 비명이 주변을 흔들었다. 소녀의 비명에 숲 속의 나무들이 크게 흔들리면서 떨렸다.
순간 음기의 흐름이 잠시 멈추었다. 베제크르의 얼굴이 살짝 굳더니 지팡이를 다시 잡고 집중을 하자 멈추었던 음기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였다.


"정령?"

그레이는 옆에서 자그만 목소리로 혼잣말하는 예린을 쳐다보았다.
방금 소녀가 비명을 지르자 공기의 파동이 소녀로부터 생겨나 둥글게 퍼진 것은 느꼈지만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예린은 그레이의 시선을 느끼고 말을 이었다.

"방금 나무가 흔들렸잖아요. 그게 정령이 움직일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들었어요."

그레이는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이들의 정보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었다.
일단 마법사들의 전투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런 야수가 있는 산을 수월하게 다니는 것을 보면 기본 이상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고 곰의 시체 근처로 온 걸로 봐서 곰이 살아있을 때 상대할 수 있는 전력 이상이라고 봐야 했다.

다만 우위점에 있는 것은 그레이와 예린은 저들 마법사들보다 감각이 예민하고 시야가 넓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숨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들이 의식이 끝났을 때 자신들을 발견할 가능성은 없는가 생각해 보아야 했다.
혹시 저 의식이 악마나 오우거같은 것을 소환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자신들을 발견 못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마법진 중앙 소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소녀를 중심으로 기묘한 기운이 회오리치기 시작하였다.
중년인이 주머니에서 결정을 꺼내더니 마법진쪽으로 뿌렸다.
그 수는 열 개가 넘어 보였다.

키기기긱-

열 개가 넘어 보이는 결정이 소녀의 머리 위 공중에서 빙빙 돌면서 기묘한 소리를 내더니 가루로 변했다.

[ 후레이크란트 샤이후란버릴크 ]

노인의 입에서 기묘한 주문소리가 들리더니 공중에서 가루들이 회오리치며 돌기 시작하였다.
갈대기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가루에서 서로 엉겨붙어 다시 커다란 결정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소녀는 의식을 잃은 듯 눈의 초점이 풀려 있었다.
긴 못처럼 끝이 뾰쪽하게 변해버린 결정은 천천히 소녀의 이마 사이로 내려왔다.

도망칠 생각이었던 그레이는 생각을 바꿨다.
멀리서 기세를 뿜으면서 달려오는 인영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예린에게 손짓을 하고 최대한 몸을 숨긴 채 아래로 내려갔다.

"멈춰라."

먼 곳에서부터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빴다.

"정령의 소리를 듣고 왔건만"

마법진 중앙의 소녀를 보고 엘프여성의 목소리가 분노로 변했다.

"히리네!!! 너희들 히리네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엘프는 그대로 마법진으로 달려들어 갔다.

"마음대로는 안 되지. 조금만 기다리라고 재미있는 걸 보여줄 때니까,"

중년인이었다. 그도 마법사인 듯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지팡이 끝이 엘프에게로 향했다.

쑤수숭-

5발의 매직 미사일이 엘프에게 발사되었다.

"가소로운"

엘프의 입이 열림과 동시에 엘프의 검 끝이 살짝 떨리자 그대로 매직 마시일이 터져나가며 사라졌다.
그 검 끝은 그대로 중년인에게로 향했다.
그 검이 중년인의 목에 닿기 전에 중년의 얼굴이 미소가 감돌았다.
숨겨두었던 함정위치로 엘프가 접근했다. 중년인의 지팡이가 밝게 빛났다.

"중력 강화"

기묘한 느낌에 중년의 목을 노리던 검을 회수하고 땅바닥을 손바닥으로 쳐내었다.

콰카캉-

지면과 폭발력을 이용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였지만 이미 함정에 걸린 후이었다.
긴 엘프의 다리가 땅에 닿았다. 검을 땅에 박아 버텨 보지만 지면에 달라붙어 버린 무릎은 다시 펴지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의식이 끝나면 엘프의 손에 죽는 첫 번째 엘프가 될 테니까."

마법진 안에 있던 엘프소녀의 이마에서 붉은 핏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결정이 엉겨붙어서 만들어진 결정이 이마로 파고들어가면서 만든 상처이었다.
보석이 소녀의 이마로 조금씩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카강-

"웬 놈이냐?"

그레이의 화살이 엘프소녀가 있는 마법진으로 쏘아지다가 마치 벽에 걸린 듯 힘을 잃고 땅에 떨어졌다.
그레이는 두 번째 화살에는 처음과 다르게 온몸의 기운을 돌려 다시 쏘았다.

기아아아아악-

기괴한 비명이 골짜기에 가득 찼다.
절반 정도 엘프소녀의 이마에 파고들었던 보석이 깨어지면서 울리는 소리이었다. 일반적인 화살이었다면 마법진을 뚫고 들어가지 못했겠지만 기를 머금은 화살은 마법 벽을 뚫고 들어가 결정을 박살 내었다.
마치 무저갱에서 올라오는 소리 같은 울림이 사방으로 퍼졌다.

"우욱"

마법진을 유지하던 노인 마법사가 피를 토했다. 마법진이 헝클어지면서 마나가 흔들려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늙은 마법사의 두 손이 붉게 물들었다.

"파이어 볼"

붉은 불덩어리가 화살이 발사된 곳으로 추정된 곳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이미 화살을 쏘고는 깊은 숲 쪽으로 도망친 그레이이었다.
애꿎은 숲의 나무들만이 불에 탔다.

"찾아."

노인마법사의 말이 마치자 중년인 외에 인간들이 숲으로 들이닥쳤다.

"공중부양"

짤막한 주문이 터지자 노인도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대로 화살 예상지점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으악"

비명이 숲 속에서 들렸다. 도망치던 그레이가 뒤돌아 화살을 날려 따라오던 인간의 다리에 화살을 쏜 것이었다.
화살을 날리고는 다시 도망쳤다.

일행의 비명에 더욱 화가 난 듯 노인마법사는 그레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화염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하였다.
마법진의 실패가 냉정함을 잃어버리게 한 것 같았다.

중력마법으로 엘프여성을 제압하고 있던 중년마법사는 섬뜩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카강-

예린의 단검이 중년마법사의 보호막에 튕기여 나갔다.

"칫"

예린은 중년마법사에게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예린의 단검이 다시 한번 보호막에 막히는 순간, 바닥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흡"

기묘함에 즉시 호흡을 멈추고 정화마법을 시전할려고 하는 중년인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을 예린은 놓치지 않았다.

터덕-

중년인의 지팡이가 땅에 떨어졌다. 중년 마법사가 피가 흐르는 손목을 다른 손을 부여잡았다. 그레이에게 받은 마비약이 발휘되는 짧은 순간에 마법사의 손목을 긁은 예린이었다.

"건방진 것이"

마법사는 온몸의 마나를 사방으로 뿜어내어 마비약을 털어내어 버리고는 분노한 표정으로 예린에게 다가섰다.
그에게 마비약은 한순간의 효과밖에 주지 못했다.

"쿡"

중년마법사의 입으로 한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등에 박힌 검이 앞가슴까지 뚫고 나왔다. 엘프여성의 검이었다.
예린이 지팡이를 떨어트리게 만들었기에 엘프여성을 구속하고 있던 중력마법이 풀린 것이었다.

"엘프님 그레이를 도와주세요."

중년마법사을 처치하고 나자 예린이 말했다. 강해 보이는 노인들과 인간들이 그를 ?아갔다.
엘프는 죽은 듯이 누워있는 히리네를 쳐다보았다.
일단 히리네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도움을 준 묘인족의 일행을 위험에 내버려두는 것은 옳지 않다.

"히리네를 부탁해."

예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엘프여성은 노인 마법사를 ?아 달려나갔다.
예린은 히리네를 마법진에서 끌어내고서는 등에 업었다.
편안한 숲 속 풀 위에 올려놓고서는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몸이 시체처럼 차가웠다. 결정이 만들어놓은 이마에서 흘러나오던 피는 이미 멎어있었다.
체온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예린은 히리네의 온몸을 부지런히 주물렀다. 예린의 온기가 미세하게나마 엘프소녀에게 전달되었다.
그 손길은 그레이가 예린을 만지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누구?"

간신히 눈을 뜬 엘프소녀이었다. 초점이 없는 눈으로 물었다.

"난 묘인족의 예린"

"나는.."

"괜찮아? 꼬맹이 엘프"

자신도 성인이 아니면서 어린 엘프를 꼬맹이라고 칭하는 예린이었다.
어쩌면 숨어서 지켜볼 때 이 엘프를 보면서 감탄을 하던 그레이의 모습에 질투를 느껴서 일지도 몰랐다.

"예린, 예린, 예린"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예린의 이름을 반복해서 셉떳는 히리네이었다.
그러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예린은 소녀의 맥을 짚어 보았다.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맥박에 안심하는 예린이었다.
그런 예린에게 전투가 끝난 듯 천천히 돌아오는 그레이와 엘프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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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서명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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