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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18 478회 0건
체인지 24시 01화 - 체인지

Written by 검은나비


벌컥!

"카론~ 뭐해? 나 왔어!"
"어, 왔어? 잠깐만 기다려. 거의 끝나가."
"흐응."

쳇, 뭔 실험을 하길래 내가 와도 돌아보지도 않는 거야?
우씨, 나 삐졌어!

내가 왔음에도 돌아보지도 않고 앞의 뭔가에 열중하는 카론의 모습을 보자 왠지 심통이 났다.
사실 내가 왔다고 중요한 일도 다 내팽개칠 만큼 허술한 남자가 아닌 건 잘 알았지만... 그래도 서운한 건 서운한 거야! 나 일할때는 그렇게 막 쑤셔대더니.

살짝 입술을 삐죽대며 돌아서려 하는데, 순간 카론이 대체 뭐에 이리 열중하나 궁금해졌다.
설마 저번에 그 섹스대따위 물건을 만드는 건 아니겠지? 흐흐, 만약 그렇다면 확 부숴버려주지! 어디 그럼 뭘 하나 볼까?

나는 슬쩍 올라가는 입꼬리를 느끼며 살금살금 카론의 뒤로 다가갔다.
최대한 카론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만 붙은 후 슬쩍 어깨너머를 쳐다보자, 의외로 카론이 신경을 쏟고있는 것은 한자루 작은 칼과 주먹만한 보석이었다.

엥, 뭐야? 왠 보석? 설마 아티펙트라도 만드는 건가?
내 선물... 일리도 없는데. 이녀석이 그렇게 자상한 남자는 아니지. 그럼 대체 뭐야?

나는 무심코, 정말 무심코 카론에게 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카론의 팔을 잡은 순간.

"카론. 지금 뭐..."

푸욱!

".......앗."

켁, 사고쳤다! 이거... 괜찮으려나? 아주 제대로 박혀버렸는데.

내가 친 순간 거하게 빗나가 보석 정 중앙까지 박혀버린 칼을 보며 나는 엄청나게 당황했다.
혹시 괜찮을까- 해서 카론의 얼굴을 슬쩍 쳐다봤지만 아주 새하얗게 질려버린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로 괜찮아 보이지가 않았다. 으앙, 망했다! 이건 아무래도... 화내겠지? 힝.

아무리 나라지만 이건 좀 대형 사고 같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슬슬 카론의 눈치를 살폈다.
새하얗게 질려 얼어버린 듯 가만히 서있던 카론은 잠시 후 뭔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는데, 내 청력으로도 잘 들리지 않아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고? ...쳐? 뭘 쳐?

그리고 그 의문은 내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는 카론에게서 풀수 있었다.

"당장 도망쳐엇!!! 여기서 나가야 돼!"
"우왓!? 뭐, 뭐야?"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 여기 있으면...!"

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내가 뭔가 엄청난 걸 건드린 건가? 응?
으씨,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뛰어야지! 마법사 주제에 무슨 달리기야!

나는 얼른 카론을 안아들고 출구를 향해 내달렸다. 다행이 내 각력은 어디가는 게 아니었기에 금방 문에 도착했지만 문을 채 열기도 전에 카론의 허탈한 목소리가 닿았다.

"...젠장. 늦었다."
"그게 무, 우왁!"

등 뒤에서부터 뿜어져나온 보랏빛 섬광이 나를 덮침과 동시에 뭔가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애써 정신력으로 버텨보려 했지만 대체 무슨 마법인지 점점 힘이 빠지더니, 다리가 슬슬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크윽. 힘이 안 들어가잖아!
아이씨, 쪽팔리게 전쟁터도 아니고 실험실에서 마법 한방에 이게 무슨... 으으, 정신집중! 마나저항으로 버텨내는 거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마법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는 내 마나에 밀려나는지 살짝 몸에 힘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좋아,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조금만 더!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감았던 눈을 뜨자, 이미 바닥에 누워버린 카론의 모습이 보였다.
어라, 이거 내가 더 오래 버틴 거? 아싸, 이겼다!

나는 저도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아싸! 진짜 오랜만에 카론을 이겼어!!

"이겼! ...아."

망...했다. 으악, 내가 미쳐!!

몸을 움직인 순간, 밀려나던 공격이 입안을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비, 빌어먹을. 거의 다 저항했는데... 어흑, 나 진짜 왜 이래!
그리고 세상이 어두워졌다.


눈을 뜨기 무섭게 하얀 바닥이 눈 가득 들어왔다.

"....."

어라, 내가 왜 누워있지?
그것도 바닥에? 내가 언제부터 몽유병이 생겼나?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얼마전에 카론이 진찰도 해줬, 아 맞다! 카론!

카론을 떠올리자, 기절하기 직전의 광경이 모두 기억났다.
갑작스레 뿜어지던 새하얀 빛. 도망치는 카론. 그리고 저항... 하다가 실패.
아 진짜 쪽팔려서 누구한테 말도 못하겠네. 크흑, 그래도 이기고 싶었단 말이야...

나는 격하게 솟아오르는 슬픔을 애써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간에 이제 좀 정리... 응?
뭐야, 뭔가 이상한데? 뭔가 이상한 건 알겠는데, 뭐가 이상한 지를 모르겠어!!

원인을 알수없는 의아함에 자꾸 고개를 갸웃거려 봤지만, 여전히 뭐가 이상한지는 알 수가 없었다.
뭐랄까, 몸도 왠지 좀 무거운 거 같고, 뭔가 굉장히 이상한데... 아!

"나, 낮아!"

키가 줄었다!? 분명히 확실히 시야가 낮아졌어! 카론 이 망할자식 또 대체 무슨 연구를 하던 거야!
에이 진짜, 이거 설마 원래대로 돌아가긴 하겠지?

"어휴, 내가 얘 떄문에 진짜... 어?"

자, 잠깐만. 지금 뭔가 키보다 엄청나게 중요한 무언가가 걸렸는데.
설마... 착각이겠지?

몸 속에서부터 솟구치는 불안감을 힘껏 무시하며, 천천히 다시 목소리를 냈다. 자, 하나, 둘, 셋!

"아아아- 아아- ....아아아아악!!!"

이게 뭐야아아아!!!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아무리 들어도 이건 남자 목소리잖아아아!!!!
게다가 이거, 아무래도 역시...

나는 재빨리 주변을 훑어, 연구실 구석에 있는 거울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앞에 달려간 결과, 거울 안에는...

"...아오, 젠장."

어깨를 살짝 넘기는 흑발에 루비마냥 반짝거리는 붉은 눈동자. 이리저리 그을린 하늘빛 로브를 쓴 젊은 청년-
그러니까 카론이 아주 썩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 울고싶다.

"어휴... 이건 또 대체 무슨 경우야..."

상황이 완전히 파악된 뒤 거울 앞에서 물러나자, 절로 한숨이 푹푹 새어나왔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경우냐고. 대체 그 보석 무슨 마법이 담겼던 거야? 나랑 카론이랑 몸이 바뀌다니... 어쩐지 몸에 힘이 없더라.

살살 카론의 몸, 그러니까 지금 내가 들어있는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마법사답지 않게 적당히 근육도 있고, 살도 안 찐 괜찮은 몸이지만... 그래봤자 마법사지. 수습기사도 이것보단 몸이 좋다고!
게다가 난 소드마스터였는데... 어흑, 이딴 몸에 들어오다니! 카론 이 망할 자식!!!

하아, 그래도 다행히 마나는 다룰 수 있지만...

살짝 손을 들어올리자, 손 끝에서 파랗게 빛나는 검이 쭈욱 뻗어나왔다. 소드마스터의 비기 마나 블레이드(Mana Blade, 마나를 극도로 밀집시켜 물리력을 행사할수 있게 만든 검. 거의 모든 물체를 가볍게 베어낸다) 는 다행히도 멀쩡히 이루어졌다.
음, 역시 몸이 바뀌어도 마나 제어력은 변화가 없구나. 아니면 마법사의 몸이라 마나에 민감한 건가?
육체강화도 어느정도 가능한 거 같고, 당분간 어떻게 그럭저럭 버틸 순 있겠군.

뭐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내 몸을 뒤집어쓴 카론자식을 찾는 거겠지만."

연구실에 없는 걸 보면 먼저 깨어났을 텐데, 감히 날 버리고 가?
너 이자식, 만나면 죽었어!



"카로오온!!"

찾았다! 이 빌어먹을 자식, 설마 이렇게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을 줄이야...!

나는 온 집안을 다 뒤지고 나서야 간신히 찾은 카론을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이 망할 자식은 어떻게 이렇게 느긋하게 차나 마시고 있는 거야? 그것도 거실에서! 내 몸으로!

이 자식의 정신머리는 진짜 이해가 안가... 아니 보통 남이랑 몸이 바뀌었는데 이렇게 태연할 수 있는 건가?
아, 근데 머리 풀고 우아하게 차마시는 거 보니 조금 예쁘긴... 아니 이게 아니라!

나는 재빨리 머릴 젓고는 카론, 그러니까 내 몸이 느긋하게 아주 능숙하고 도도한 자세로 차를 마시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 멱살을 틀어잡았다.
내몸이라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카론 이 빌어먹을 자식이니까!

"야, 카론.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안 돌려놔?!"
"훗. 내가 뭘? 난 아무짓도 안 했어."
"....오호라,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자식이, 어디서 개수작이야? 너 일단 좀 맞자!
입꼬리를 쓱 끌어올리며 피식거리는 카론, 아니 내 모습에 확 열불이 났다. 아 내 얼굴이 이렇게 비열했나. 에이 씨!

그리고 주먹을 배에 꽂아넣으려던 순간.

탁!

"...어?"

뭐, 뭐야? 내가... 카론한테 깔려있어?!
세상에 말도안돼! 어떻게 내가! 딴건 몰라도 힘으로 카론한테 지다니?!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나는 한 팔을 카론에게 잡힌 채 카론의 아래에 깔려있었다.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이 상황에 나는 혼란에 빠졌고, 카론은 그런 내 모습이 즐거운지 후후 웃었다.

"후후. 아직도 네 몸인 줄 알아? 아아~ 레이린 네 몸, 정말 좋은데? 소드마스터의 몸이란 게 정말 대단해!"
"아."

그, 그래. 이건 카론 이자식의 몸이었지. 으으... 하긴 카론의 몸으로 내 몸을 이길 리 없지...
...라고 할 줄 알았냐!

"이자식이, 어디서 감히!"
"우왁?!"
"하, 이 레이린이 너한테 육체로 질 성 싶으냐!"
"마, 말도 안 돼! 내 몸이 어떻게!"

내가 순식간에 카론의 속박을 힘으로 풀어버리자, 카론은 엄청나게 당황한 얼굴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헹, 설마 이 내가 육체에 의존할까봐? 아무리 약해빠진 네 육체로도 얼마든지 제압 가능하다고! 소드마스터는 도박으로 딴 게 아냐!

나는 마나로 잔뜩 강화한 팔을 슬슬 휘둘러보며 한걸음씩 카론에게 다가갔다. 물론 카론은 한걸음씩 물러났지만, 금방 벽에 닿아버렸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자,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 카론은 애써 힘겹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 살려주면 안될까?"
"안돼."

내 얼굴인거 자꾸 신경쓰이긴 한다만, 그래도 일단 카론 이자식은 좀 때려줘야지?
내 깔끔한 단언에 더 썩은 얼굴을 한 -다시 말하지만 내 얼굴이다- 카론은 한 손을 볼에 대고는 경악스러운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잉. 봐주라~"
"....."

퍼어어억!!

"꾸웨엑!"
"내 얼굴이랑 목소리로 그딴 짓 하지 마!!"
"으악! 악! 사, 살려줘어!!"
"닥쳐!"

이자식이 어디서 되도 않는 애교질이야! 내 얼굴로 나한테 애교를 하면 그게 먹힐 거라고 생각했냐!!!
아우, 카론 이게 진짜 격하게 맞고싶구나!

나는 카론의 애교를 빙자한 도발 덕분에 내 몸인 걸 잠시 잊고 신나게 주먹을 놀릴 수 있었다.

...물론, 다 패고 나서 조금 후회했다.
아니 대체 내가 얼마나 팼길래 소드마스터가 이 꼴이 된 거야... 에휴.

------------------------

실수로 앞부분만 올려버려서, 지우고 다시 올립니다.
여기까지가 1화 "체인지"에요. 헷갈리지 않으시길...

다음 화는 아마 일요일이나 월요일쯤 올라갈 겁니다. 최대한 써보겠지만, 금토는 제가 좀 바빠서...

오타 지적은 언제나 감사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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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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