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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27 359회 0건
여전히 야설이 없습니다.
세편이 지나가도록...
만나자 마자 바로 섹스모드로 돌입하는 것이야말로 야설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안되니 저도 참 미치겠습니다 ^^
그래도 일단 두명은 확보했으니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그저 추천이나 한번 꾸욱 눌러주심 감사하겠슴다.
퇴고도 없이 바로 올리는게 송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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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정아, 어서 일어나라, 빨리 아침 먹고 학교가야지"
가물거리는 의식속에 아래층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모처럼의 단잠을 깬 수정은 몽롱한 눈을 겨우 뜨고는 입맛을 다시며 상체를 일으키고 기지개를 켠다.
부드러운 이불이 흘러 내리며 육감적인 여체가 눈부시게 모습을 드러낸다.
쉬퐁 소재의 하얀 레이스 커튼으로 비쳐들어오는 투명한 아침햇살이 수정의 벌거벗은 상체에 쏟아져 흘러내린다.
여린 커튼을 투과한 아침햇살은 22살 처녀의 탐스럽고 사랑스런 유방과 팽팽한 복부를 남김없이 핥고 지나간다.
"아...아?... 데..쟈...뷰?"
눈을 뜨는 순간 급격하게 밀려오는 공포감에 숨이 콱 막혀버렸다.
수정의 눈속에서 신입생환영회서부터 그 공포의 순간들까지 무수한 장면들이 고속으로 흘러 지나갔다.
고개를 치켜들고 입을 뻐끔거려도 단 한 모금의 공기도 폐로 들어오지 못했다.
"커억..컥...컥..."
숨을 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가슴을 치면서 당장 질식하여 죽을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공포가 지난 공포를 밀어내는 것을 경험했다.
"커억"
숨통이 트이면서 몸이 흐느적거리며 가라앉았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며 어제의 모든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한장면 한장면 들을 곱씹었다.
집으로 오던 길에 강간당할 뻔한 위기의 순간을 힘들게 힘들게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태호!
혼란스러운 머리속을 수정은 애써 정리하려하지 않았다.
그저 있던 그대로를 떠올리며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곧 머리를 저으며 눈을 떴다.
태호에 대한 부분은 그 어느 장면도 도무지 현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22년간 그녀가 살아온 삶속에서 그런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상황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있잖아.. 있었잖아... 그때 환영회 때...."
선호를 향해가던 그 실들의 향연을 떠올리자 수정은 숨이 가빠왔다.
모든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이 실제했던 일이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다가 갑자기 고요하게 식어갔다.
태호의 눈이 떠올랐다.
별빛이 와르르 쏟아지는 듯했던 그 눈을 떠올리자 수정은 알수 없는 운명의 실들이 태호와 자신을 칭칭 감아가는것만 같았다.
내려다본 자신의 몸은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
실밥하나 튿어져 있지 않은 블라우스를 움켜쥐며 수정은 자신의 입안에 쑤셔박혔던 것이 정말 이 블라우스였는지 다시 한번 의심했다.
침한방울 묻어있지 않는 블라우스를 다시금 쥐어본다.


"어제 그 남학생...누구였지?"
"네?"
눈을 동그랗게 든 수정을 보며 수정이 엄마 양선희는 실눈을 뜨며 웃었다.
"참 잘생겼더라...그 학생? 누구니? 사귀는 사람이니?"
"어제 누가 날 데려왔어요?"
"얘도 참, 술에 떡이된 널 그 키크고 잘생긴 남학생이 업고 왔잖아... 기억안나?
말만한 기집애가 어찌 그리 칠칠맞니?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술을 마시고...에휴...이것이 언제 철들려는지 원"
수정은 태호가 자신을 업고 왔다는 사실에 어제일이 다시금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이었구나. 그일은...정말 꿈이 아니었구나...."
"수정아"
"....."
"얘 수정아?"
"네.. 넷?"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니? 몇번을 불러도 대답도 없이?
애가 아주 넋을 놓았네...호호 그 학생이 그렇게 좋으니?"
"아유 엄마도 참,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어제 신입생 환영회에서 만난 신입생이에요. 저보다 두살이나 어리다구요."
"어쩜 우리 딸, 신통두 하지. 그렇게 어리고 잘생긴 영계를 꿰어차시구..."
"아니라니깐?"
"정말 아니야?"
"그래요. 아니에요"
"아쉽네, 참 선하게 잘생겼던데, 인물도 훤칠하구, 눈빛도 어쩜 그리 반짝거리던지... 아주 눈속에 별들이 가득찬것 같더니만...
호호호... 아유, 이 엄마가 20년만 젊었어도 어떻게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엄마!!!"
선희의 농에 수정은 자신도 모르게 발끈 해버렸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서 수정은 학교를 향했다.


"수정아, 어제 잘 들어갔어?"
쫄레 쫄레 따라붙는 유미였다.
"응"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뭐니 그 반응은?"
"히히..어제 너 갈 때 태호도 가버리는 바람에 그 뒤로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니?"
수정은 능청스런 유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외롭기는 커녕 애들 휘어잡고 놀았을게 뻔했다.
차분하고 머리는 좋지만 사교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 수정에 비해 유미는 넘치는 애교와 끼로 전학년에 걸쳐 골고루 인기몰이를 하는 여자였다.
"어머 저기 태호다. 태호야! 여기 여기!"
화들짝 놀란 수정은 유미가 손을 흔드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인문사회관 앞에서 족구하는 남자들 옆으로 이족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는 태호의 훤칠한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멀리서도 서늘하고 부드러운 눈빛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어제는 그리도 마주치지 않더니..."
어젯밤 자신을 구해주던 비현실적이고 환상같은 모습을 떠올리자 수정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내 알몸을 저 아이가..."
비현실이고 뭐고 간에 여자인 수정에게는 자신의 수치스런 알몸을 태호가 보았다는 것이 지금 이순간에 더욱 크게 상기되고 있었다.
벌거벗은 나신으로 태호의 품에 안기며 평안을 얻고 의식을 잃었던 생각을 하자 얼굴이 뜨거워져 견딜수가 없었다.
사실은 벗은 몸으로 안겼던 건 아니지만 종종 진실은 우리들의 무의식에 의해 왜곡되어 갈 때가 있는 법이다.
"나.. 나 이만 가볼께...유미야.."
"어머, 얘, 얘, 가긴 어딜가아~ 우리 태호랑 같이 놀자, 응? 응? 으으응...달라붙는 기집애들 없는 이런 찬스가 언제 또 올 줄 알구..."
돌아서는 자신을 잡아채는 유미의 손길을 강하게 뿌리치지 못하며 수정은 자신의 마음을 종잡기가 힘들었다.
돌아서는 눈길에 흘깃 보여진 유미의 풍만한 앞가슴이 어쩐지 부풀어 보이는 것이 착각인가 싶었다.


학교앞 스타벅스에서 셋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주로 입을 여는건 유미였다.
태호는 간간이 유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간단한 대답과 부드러운 미소로 응답했고 수정은 그저 시선을 어디다 둘까 고민을 했다.
마치 태호 앞에서 자신이 발가벗겨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자꾸만 그걸 의식하는 자신이 싫어졌다.
태호의 얼굴을 흘끔거리다가 순간 순간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화들짝 놀라는 자신 역시 싫었다.
"아이 정말 내가 왜 이러지? 의식하지 말자 의식하지 말자 수정아..."
"얘"
"얘?"
"어...엉?"
"얘가 아주 넋을 놓네 또...태호야~ 태호야~ 여기 수정이 누나가 말이다아~ 아주 너만 보면 넋을 잃어요. 넋을...
요 내숭쟁이가 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하나봐, 첫눈에 반할 걸까나~~~"
"유미야!"
빽 소리를 지르고는 자기 목소리에 놀라 얼굴을 붉히는 수정이다.
"호호호.. 왜? 발 저리니? 내가 주물러줄까아?"
눈을 흘기는 수정에게 유미는 능글거리며 아주 가지고 논다.
"근데 어쩜 좋니? 수정아, 너와 나의 지난 2년간의 굳건했던 우정이 태호 땜에 금이 갈것만 같아아~
나도 태호를 무지 무지 무지 무지 좋아하거덩..호호호...아아 한 남자를 좋아하는 두 여자의 비극이여~~~"
유미는 홍당무처럼 얼굴이 붉어진 수정과 태호를 번갈아 보면서 놀려댔지만 사실 속으로는 조금 한숨이 나왔다.
척 봐도 태호에게 빠져버린 듯한 친구의 모습에 정말 둘이 경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속으로만 해본다.
"나 진짜 태호가 좋아지는데, 수정이 요것이 너무 드러낸단 말씀이지...어제 보니 태호도 얘에게 마음이 있는것 같구..."


어젯밤 2차 술자리에서 억지로 태호에게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던 유미는 갑자기 걸려온 태호의 전화에
얼마나 심장이 뛰었는 지 모른다.
"태호가 날...?"
왠지 흐믓한 두근거림 속에서 받아든 전화에 수정의 집주소를 묻는 태호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유미의 다리를 후둘거리게 만드는 위력을 보였다.
-...왜?
-그냥요.
-응...
태호에게 수정의 집주소를 알려주면서 유미는 귓속에서 울리는 이명을 들었었다.
그저 첫눈에 호감이 간 후배일 뿐이었는데 갑작스런 대립구도가 세워지는 분위기에 자신의 마음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어제의 일을 물어보게 된다면 어쩌면 절대로 원치 않는 상황이 찾아올 지 모른다는
알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지는 유미였다.


"태호야, 너 사귀는 여자친구 있니?"
유미의 질문에 수정의 귀가 쫑긋 거렸다.
"아직은요.."
"그럼 지금 노리는 사람은?"
"역시 아직은요.."
"음 매우 고무적이군. 그럼 연상의 누나와 교제하는 것에 대한 우리 태호군의 의견은?"
"나이는 별 상관 없다고 생각해요"
태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 어머, 어쩜 이리도 판타스틱하게 긍정적인 마인드일 수가~~~"
늘 그렇듯 오바질을 하면서도 유미는 마음이 흐믓해졌고 수정 역시 태호의 대답에 가슴이 두근거려 버렸다.
"그럼, 나랑 수정이 어때? 우리 둘중에 태호가 사귀어 보고 싶은 타입이 있을까나~~없을까나~~?"
"유미 누나, 너무 들이대시면 저 곤란할거라는거 조금도 배려해 주시지 않을건가요?"
"음...음...그렇긴 한데...음...그러네... 역시 곤란하겠다아... 그지~이? 당사자 둘을 놓고 택일 하라는 건 좀 그렇지?"
"글쎄요...택일이라기 보다는 사지선답이겠죠?"
"어멋, 요 녀석 너 얼굴값 하는구나... 아주 바람둥이네"
"설마요"
"사지선답이라며? 1번 나, 2번 수정이, 3번 둘다 아님, 4번 둘다! 니가 노리는건 4번이잖아, 그렇지?"
"음.. 유미 누나 이참에 돗자리 까시죠? 아주 쪽집게시네요..하하.."
"어머 어머 이 기분 좋은 뻔뻔스러움은...?"
유미가 갑자기 수정을 홱 돌아보며 선언했다.
"수정아, 나 4번도 좋아, 넌 어쩔래?"
"야아, 너 무슨 소릴 하는거니? 어린 동생 앞에서...정말..."
"나 진짠데에~ 1번이면 좋겠지만 우리 수정이 생각해서 내가 4번 가는 건데에~ 넌 나 버리고 2번으로 갈거니이?"
"어휴 이 기집애가 정말..."
"후훗 그냥 4번 해요, 꼭 사귄다는게 아니라 수정이 누나도 유미 누나도 전 다 좋으니깐 앞으로 누나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얘, 바람둥이 태호야, 지금은 그게 아니야... 너랑 나랑는 이미 결정된거구, 우리 수정이 의견이 남은거라구...호호.."
태호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와 닿는 느낌에 수정이 고개를 들었다.
잘생긴 얼굴이 유미 못지 않게 능청스럽게만 보인다.
장난처럼 오가는 대화지만 평소 유미의 언행을 볼 때 이건 거의 진심이었다.
"응. 우리 친하게 지내보자"
너무도 수월하게 나온 대답에 수정은 다시 얼굴이 달아 올랐다.
어쩌면 유미로부터 태호에게로 뻗어가는 실을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다른 실들보다 갑자기 더욱 선명해진 실속에 실린 유미의 감정마져 느껴버렸기에 수정은 결코 유미를 "배제"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태호로부터 자신과 유미에게 뻗어오는 두 가닥의 실을 느꼈을 때,
마주친 태호의 두 눈속에서 자신을 향한 어떤 끄덕임을 보았을 때 수정은 자신도 모르게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은 친해져 보자, 기회를 봐서 그날의 일을 물어보자..."
이제는 어제처럼 메스껍지도 않고 어지럽지도 않다는 것을 미쳐 인식하지 못한채
속으로 그렇게 자기합리화의 길을 걸으면서도 수정은 이것이 자신과 태호가 같이 걸어갈 길고도 긴 동행길의 첫걸음임을 아직은 알지 못했다.

--------------

수정이 누나를 구출한 그날 밤 나는 기척도 없이 내게 다가온 원죄의 그림자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결코 영원히 잊을 수 없지만 기어코 의식 저 밑바닥에 눌러놓았던 그것이 미처 대응할 준비도 못한 상태에서 튀어 놀라 현실로 들이닥친 것이다.
수정이 누나를 잠재우고 유미누나에게 전화해서 집주소를 알아내 찾아가는 발걸음에서 조금씩 커져가던 불안감은 어쩌면 내가 미쳐 각성하지
못한 예지력의 한 자락이었을까?
미래를 알려는 것은 과거도 현재도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리는 행위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기억났다.
수정이 누나의 집 대문이 열리며 나온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멎어 버릴듯한 공포가 하마터면 내 "밖"으로 드러날 뻔 했다.
그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의 부주의로 인해 어린 목숨을 끊었던 이유정이라는 아이의 어머니....
우리 반 전원이 찾아가 분향을 올리던 그 자리에서 그토록 서럽게 울부짖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의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만 것이다.
그 옆에서 같이 울던 2살 터울이라는 언니가 어제 내 등에 업혀 있던 수정이 누나였던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렇게 누나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던 것일까?
참으로 무섭지 않은가?
할아버지의 지도로 이제는 세상에서 홀로 설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는 내가 당신의 금기를 깼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고 나 역시 그분이 알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수정이 누나의 얘기를 들려 드리자 할아버지는 내가 가진 한계를 직시할 것을 "주문"하셨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를 지배하는 거대한 인과율의 법칙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있다면 오직 신 그 자신만이 자유로울 수 있음을...
밤새도록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내가 앞으로 어찌해야만 할 것인지, 수정이 누나를 어찌 대해야 할 것인지...
그 아이는 결코 "못생기지" 않았다.
수정이 누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반만 닮았다고 해도 그 아이는 분명 미인이 되었을 아이였다.
단지 어렸을 때의 피치 못할 사고로 인해 얼굴이 화상자국으로 얽어 버린것은 그 아이의 선택도 아니었고 또한 잘못도 아닌것을...
얼마만에 울었는 지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흘렸던 눈물보다도 더 많은 눈물을 나는 그날밤에 쏟아냈다.


강의가 끝나고 인문사회관을 나오면서 저 멀리서 유미 누나가 나를 불렀을 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해질 수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수정이 누나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서도 나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내 심장을 단단히 여몃다.
아름다운 수정이 누나에게 단지 속죄의 의미만을 가지지는 않기로 했다.
진실을 알기 전에도 나는 누나에게 이끌렸었고 누나를 느꼈었다.
누나가 예민한 "안테나" 였기는 하지만 그때 이미 나는 누나에게 희미한 운명을 느꼈었고 이제 진실로 운명임을 알았으니까...
스타벅스에서 유미 누나가 장난처럼 내게 마음을 주고 있을 때도 나는 유미 누나의 마음이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바람둥이?
여러 여자를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만나는 남자에게 흔히 쓰이는 그 표현에 대해 나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유정이의 죽음이 나의 원죄임을 알기에 나는 나에게 진심을 전해오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가 없다.
이제는 그 때 처럼 내가 사람들의 의식을 무의식중에라도 지배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간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의식의 교류를 결코 제어할 생각 또한 없다.
나는 두 누나들에게 나만의 특별한 실을 걸어주었다.
나를 바라보는 수정이 누나의 눈빛에서 그녀가 그것을 느꼈음을 알았다.
참 예민한 능력이다.
두명의 누나 모두 내 여자로 받아들이고 싶다.
어느 한 쪽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조금은 능력을 사용할 용의도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수정이 누나에게 진실을 고백해야 하는가이다.
선택은 수정이 누나가 할 것이지만 그 때는 조만간 찾아올 것이다.
내 능력을 목격했던 누나는 조만간 나를 찾아올 것이므로...
그리고 누나의 선택이 무엇이든 나는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결코 누나가 나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미약하나마 느끼고 있다.
그것이 나의 헛된 소망이 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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