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문을 열고 란레트와 일행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
자 한창 술을 마시고 떠들던 사람과 저녁을 먹으며 얘
기를 하던 사람들이 슬쩍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
라보곤 다시 관심을 끊고 술을 마시는 등, 밥을 먹으며
다시 돌아갔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왼쪽 구석진 자리를 발견한 란
레트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일행들도 란레트가
필두로 둥그런 탁자에 둘러앉았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종업원 한명이 다가오더니 물 컵을 둘러놓고 주문을
하기를 기다렸다.

“바싹 구운 호밀빵 하나와 스프, 그리고 레드아일러
한 병,”

란레트가 말한걸 매모지에 적고 다시 고개를 돌려
다른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레드아일러 한 병.”

감정이 없는 투로 말하는 블러드레알의 말에 순간
종업원은 어색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대로 매모지에
받아 적었다.

“이 가게에서 유명한 요리가 뭐죠?”

프닐리언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물어오자 종업원도
미소를 지으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지방 특정 식물인 레니알 나무로 구운 훈제닭고기
입니다. 그리고 헨릴 꽃으로 만든 양념이 발라져 나옵니다.
헨릴 꽃 자체가 식용과 미용에 이용되는 것과 함께, 상큼한
향기와 달콤한 그 특유의 맛은 이미 이 지방에선 유명새를
단단히 타고 있는 꽃이죠.”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프닐리언은 야채샐러드와 훈제닭
고기, 그리고 스프를 주문했다.

“그 정도만 먹고 괜찮아요? 산행과 함께 허기도 많이
느껴지실 건데.”
“이정도로 충분해.”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란레트의 대답에 프닐리언
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에 마니 먹는 사람과 함께
조금 먹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우선 바삭하게 구
워진 호밀빵과 함께 스프, 그리고 레드아일러 두병이
식탁에 놓여졌다.

병따개로 뚜껑을 따고 컵에 따르자 붉은색 액체가
독한 향기와 함께 컵에 따라졌다. 그리고 단숨에
한컵을 비운 란레트는 그대로 호밀빵을 뜯어 스프
에 찍어먹었다.

블러드레알은 레드아일러 한 병만 시켰는데, 나중에
나온 음식엔 하나도 손을 대지 않고 술잔만 기울이기
만 했다.

“저 두 친구 대단하군.”

술마시며 얘기하던 사람들이 란레트와 블러드레알을 바
라보며 수근거렸다.

“저 남자도 대단한데 난, 저 레드아일러만 마시고 있는
저 여자가 너무 대단해 보이는구만.”
“그러게, 저 독한 술을 빈속에 계속 마시고 있다니. 나
같은 술꾼도 한컵만 마셔도 그 독한 향기와 쓴맛과 함
께 찾아오는 그 강한 취기는 견디기 힘들었는데 저 여
자는 빈속에 벌써 반병을 마셨어.”

레드아일러는 이렌트리스 왕국특산 맥주로써, 다른 맥
주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붉은색을 띄어 붙여진 이름
이다. 그 향에서 느껴지는 독한 향기와 뒤 맛에 찾아오
는 그 쓴맛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고 그 끝에서 느껴지는
는 화끈한 취기는 아무리 강한 술꾼이라도 한컵으로 쓰러
진다고 할 정도로 독한 술로 유명했다.

그렇게 저녁을 모두다 먹은 란레트와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
나 카운터로 다가갔다.

“주무시고 가실건가요?”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인의 말에 란레트가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면 내일 가실 때 식사비와 함께 계산하시지요. 방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인실하나.”
“이 인실이요. 그 쪽분들은?”

란레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에, 프닐리언을 바라보았
다.

“일 인실 하나와 이 인실 하나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중년인은 몸을 돌려 열쇠 세 개
를 가져왔다.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와 세 번 째, 그리고 그 맞은편에 일 인
실 방 하나입니다.”

열쇠를 받아든 후에, 계단으로 올라간 후 짧은 인사를 하고 란레
트와 블러드레알은 같은 방에 들어갔다.

“저 사람 연인사이 같지?”
“응.”

프닐리언의 말에 레니리알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에 어색한 웃음을 흘린 프닐리언은 제루닐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언제 저렇게 가까워 질 수 있을까.”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프닐리언의 말에 순간 제루닐은 얼
굴이 빨개지면서 프닐리언의 다리를 발로 찼다.

“어림도 없는 소리 마셔!”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프닐리언을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오빠는 제루닐 언니와 사귀면 잡혀살거 같애.”
“그렇지?”

레니리알의 한심스런 말에도 프닐리언은 미소를 지으
며 실없는 말을 했다.

한편, 방으로 들어온 란레트와 블러드레알은 잠시 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고 밖
같 풍경을 잠시 감상했다.

“먼저 씻어.”
“멀리까진 살필 필요는 없어.”
“물론.”

짧게 말을 주고 받은 후, 블러드레알은 그대로 창문 밖으
로 나갔고 란레트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샤워실
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