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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43 423회 0건
다음날 나는 수금을 위해서 오피스텔로 갔다. 현재 내가 관리하고 있는 오피스텔은 부르주아 오피스텔인데 원룸 형식의 오피스텔이었다. 보증금 300만원과 월 30만원으로 생활하는 방이었다. 3층형태의 오피스텔인데 각층마다 3명씩 들어갈 수 있다. 5층이니까 9방이 있다는 뜻이었다. 못해도 내 방보다 두배나 큰 원룸.

원래는 이 방 하나 잡고 살려고 했지만 지금 내가 있는 방이 은닉이 좋아서 암살을 당할 위험이 현전히 줄어드는 방이었다. 그렇다고해서 내 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1층 입구 가운데에 있는게 내 방인데 관리자 전용이지만 사는 곳은 다른 곳이었다. 그냥 옷을 싸놓은 방이라고 해야될까?

“여보세요.”

딩동 딩동 딩동.

이 오피스텔을 인수할 때 느낀 것은 전망도 좋고 깨끗하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이 딩동은 별로 반갑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될까 그저 생리적인 거부감이 느껴진다.

“없나보군.”

현재 이곳에는 9개의 방 중 5곳만 쓰고 있었다. 더욱이 이곳을 인수할때 좋은 점이 뭐냐면 바로 여자 전용 오피스텔이라는 점이었다. 남자 접근 금지와 출입 금지를 하는 오피스텔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른 곳에 사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돈 받으려 올때만 이곳에 들어온다. 5곳중 대학생과 대학원 3방이었고 나머지 2방은 직장인으로 알고 있었다. 직업은 사무직이라는데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5곳중 대학생중 하나는 나도 포함된다.

그렇게 수금하기 위해서 돌아다녔지만 이들은 마침 하나라도 되는듯 한집도 열리지 않았다.

“허허. 어떻게 해야 되지?”

그때 누군가가 들어오는게 보였다. 누군가는 여자였고 그 여자 손에는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바로 이곳 부르주아 오피스텔 전단지가 말이다.

“저. 여기가 부르주아 오피스텔 맞나요?”

“아. 네 잘 오셨어요. 입주 때문에 오신 건가요?”

“네. 근데 남자 출입 금지 구역이 아닌가요?”

안경을 고쳐 쓰면 말하는 그녀. 흐음. 제법 공부한 티가 팍팍 나는데.

“네. 맞기는 한데 제가 이곳 관리인이다 보니까 수금하려 온 거에요. 사는 집은 다른 오피스텔이고 짐 정리 안되는 것들은 여기에다가 보관해두고 있죠.”

“아. 그렇군요.”

그제서야 안심하는 그녀의 행동. 흐음.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인가?

“네. 그런데 계약하려 오신 건가요?”

“네. 이곳 대학교에 들어왔는데 방을 찾으려고 미리 내려왔어요.”

“그래요. 그럼 같은 1학년이겠네요.”

“그럼 당신도 이곳 학생인가요?”

“네. 이곳 명월대학교 문예학과 1학년 김근원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아. 저는 이곳 법학과 1학년 김지혜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척 봐도 지혜롭게 보이는데 이름도 지혜라. 딱 맞는 이름이었다.

“빈방 보실래요?”

“네.”

나는 보조키를 갖고서 열기 시작했다. 현재 3층 건물 중에서 주인이 없는 방 번호는 101호와 103호. 그리고 303호와 202호였다.

“어때요. 전망 좋죠.”

내가 보여준 곳은 바로 303호였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전망도 좋고 한적해서 좋았다. 더욱이 가장 안쪽이라서 생각외로 편하기도 했다.

“네. 그렇네요.”

저 멀리 산이 보이고 시내가 보인다. 이곳 부르주아 오피스텔이 조금 고지대이다보니까 주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에어컨이랑 티브이와 냉장고는 보시다시피 있어요. 가구도 간단하게 옷정리 할 수 있을 정도로 마련되어 있고 침대도 더블로 있어서 친구 데리고 와도 되죠. 다만 이곳에 규정상 남자를 데리고 오면 퇴실 당하실거에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 볼 수 있는 것은 밖에 있는 cctv로 확인하니 이점 주의해주세요.”

“네.”

“방안에는 간단하게 화장실이랑 목욕탕도 있어서 舅?수 있어요. 그리고 현관 우측에 도시가스로 연결된 가스렌지가 있으니 언제라도 밥해드시면 돼요.”

나는 친절하게도 하나 하나 자세히 설명해줬다. 상가, 오피스텔, 그리고 마트 관리인이 되고자 한 것은 시간이 남아돌까봐 벌려놓은 일이었다. 거기에다가 내가 돈을 어디에서 버는지 알려주고 나를 뒷받침 해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기 위한 준비였다. 최소한 대학생치고 나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여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인기가 생기리라.

대학생이면서도 사장직책도 하나 가지고 있는 나다. 남자는 외모가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보다는 덜하다. 남자가 아무리 잘생기고 이뻐도 능력이 없으면 금방 찬밥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보증금은 300만원. 월 30만원이에요. 전세는 350만원이고요.”

월세와 전세의 차이? 월세는 월마다 바뀐다면 전세는 한번내고 1년간 꾸준히 다닌다는 장점이 있었다.

“전세로 할께요.”

“돈은 계약과 동시에 주서야 해요. 지금 바로 계약 하실건가요?”

“내일 엄마랑 같이 올께요. 오늘은 엄마와 같이 소풍을 온거라서요.”

“아.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그렇게 지혜는 떠나갔고 나는 아무도 오지 않는 벨을 눌려보면 한숨을 쉬었다.

“에휴.”

이렇게 죽쳐서 얻을 것은 없었다. 나는 몸을 돌리면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다가 너무 몸을 축낸게 기억이 나서 편하게 쉬기 위해서 오피스텔로 돌아갔다. 그때 저 멀리서 두명이 들어오고 있었다.

“응?”

“어머?”

“왜 그래? 어머.”

나를 보고 놀라는 두 여인. 두 여인을 보고 놀라는 나. 두 여자는 다름 아닌 저번에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한유리와 김소희였다.

“부르주아에서 사는 거야?”

나는 저번에 만남도 있고 해서 먼저 말을 걸었다.

“으음. 근데 너는 왜 이곳에 있는 거야?”

우리들은 클럽에서 만나 짧게 하룻밤을 보낸 사이였다. 하룻밤사이에 만리장성을 쌓고 다음날 아침에는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아침 햇살과 함께 사라지는 사이였다.

“너희들 이야기 못들었니? 이곳 관리자가 바로 나야.”

“어. 진짜?”

“하하. 이렇게 만나다니 잘됐다. 자자. 돈줘. 30만원.”

“아. 그러고 보니까 오늘이 수금날이었지.”

그 말과 함께 꺼내는 50만원중 30만원을 주는 유리와 소희였다. 나는 30만원짜리 수표를 바라보면 미소를 지었다. 이 수표는 그들과 논 대가로 준 돈이었다.

“둘이 같이 사나보다?”

“응.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 203호야.”

“흐음. 이름이 비슷한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만났던 사람이라니. 참 짙은 운명이네.”

“다시 만나서 놀라는 계시가 아닐까?”

바로 달려드는 유리. 나는 유리의 볼을 늘어트리면 말했다.

“좋지. 하지만 지금은 밥부터 먹자고. 너희들은 밥 먹었어?”

“아니.”

“뭐 산책하고 오는 길이라서 말이야.”

“엥. 그렇게 차려입고 산책이라고?”

지금 유니와 소희의 차림은 데이트를 하거나 나이트 클럽을 가도 무방한 옷차림이었다. 깔끔하고 섹시한 모습을 봐서 저게 평상복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호호호. 원래 여자들은 가꿔야 한다네.”

“허영심이 대단하군.”

“뭐라고 했어. 근원씨?”

도끼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는 유니. 그리고 그 뒤에서 똑같은 도끼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소희의 모습에 나는 기가 죽었다. 이 상태에서 싸우면 내가 백전백패다! 살아나갈 길을 뚫어야 했다.

“옴메. 기죽어. 모든 게 소인의 잘못입니다. 관영과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흐음. 어떻게 할까? 소희야.”

“흐음. 맛있는 점심 사주면 그걸로 용서할까?”

“소인 두분 공주님들을 모시겠습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그럼 저기에 있는 로얄 레스토랑 가자.”

“어. 거기 말이지.”

“응.”

서로를 보고 웃는 그녀들. 도대체 무슨 꿍꿍이 속인지.

“자아. 가자고.”

나는 그녀들과 명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갔다. 여자들은 명품에 살고 죽었다. 다른 여자와 비교하고 자신이 더 유리하고 더 좋다는 생각을 하는 여자들.

“그러니까 연예인 M이 하는 엠닥터가 명품을 비교적 싸게 구입할 수 있어. 나도 옷을 사볼려고 찾아봤는데 여자옷도 많고 명품 핸드백과 명품 구두도 많더라.”

“오. 샤넬도 있어?”

“샤넬 뿐이겠어. 구찌부터 시작해서 유럽에 이름값한다는 명품이랑 명품은 다 있더라.”

나는 그녀들과 그렇게 속닥 속닥 거리면 로얄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로얄 레스토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있기 때문에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오 좋은데.”

내 앞자리에 앉은 유리와 소희도 미소를 지으면 말했다.

“여기 전망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데이트 장소로 손 꼽히는 곳이야.”

“그래.”

나는 이곳에 데이트 장소를 하나 얻었다. 조금 있자 남자 웨이터가 물을 한잔씩 갖다주면 메뉴판을 갖다줬다.

“흐음. 저렴하게 볶음밥을 시킬까?”

“뭐라고?”

나를 째려보는 유리의 눈길. 거기다가 소희까지 더하니 무시무시한 염파가 생기기 시작했다.

“으으. 알았어. 알았다고. 말만해. 다 사줄게.”

“그리고 네가 먹는 것은 우리가 고르겠어. 오케이?”

“네네. 마님들 뜻대로 하세요.”

나는 그녀들이 고르는 음식 목록을 유심히 들었다.

“카레 돈까스 3개 중에서 하나는 남자니까 강하게 해주시고요 저희 둘은 약하게 주세요.”

카레 돈까스라면 8500원짜리였다. 5000원짜리 복음밥보다 무렵 3500원이나 비싼 식사. 카레 돈까스라면 돈까스에 카레를 올린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는 입맛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다. 다 어렸을때의 경험이 이렇게 만든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유리와 주문을 하는 동안 소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거기말고 물 좋은데 없을까?”

“왜. 또 여자 꼬시게?”

“으음. 부정을 못하겠군.”

그런데 착했던 소희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혹시 가정불안. 아니면 남자에게 배신당해서? 내가 중얼거리는게 들었던 것일까? 소희가 나를 보면 한심하다는듯 말했다.

“쇼를 해라. 쇼를.”

“그것 광고 문구 아니냐?”

“일상생활에도 충분해. 그리고 내 성격은 원래 이래. 다만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낯을 가리는 것 뿐이야.”

“아하. 우리가 만난 것은 첫만남이 아니었군. 거기다가 만리 으으음.”

“무슨 소리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다른 사람. 나는 주변을 둘려봤다. 웨이터 말고는 손님이 없었다. 소희의 손을 풀면 나는 어께를 으쓱했다.

“없는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이야.”

“명언 감사합니다.”

그렇게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주문했던 음식이 왔다. 흐음. 양도 많고 더욱이 스프까지 있었다. 빵도 조금 많지만 애벌레 모양의 빵인데 이름이 뭐더라? 기억이 안나네. 어쨌든 나는 빵을 스프에 찍어 먹었다. 야채 스프라서 그런지

“음. 밥은 없어도 빵과 스프면 괜찮지.”

오히려 나에게는 밥보다는 빵과 스프가 더 친숙했다. 그렇게 스프와 빵을 다 먹고 나서 카레 돈까스를 먹기 위해서 칼질을 할때 시선이 느껴졌다.

착. 휙휙

내가 고개를 들어서 유리와 소희를 바라보자 바로 고개를 돌리면 딴짓을 하는 그녀들. 나는 고개를 갸웃 거리면 돈까스를 카레에 잔뜩 버물려서 먹었다.

“냠.”

일부러 냠이라고 말하면서 애교를 부리는 나. 아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귀여운 남자다! 그리고 나는 멈추었다.

뭐라고 해야되지? 이것을 보고? 마비라고 해야되나? 조금만 거라서 나는 이것을 뱉어낼 생각도 못하고 삼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끄아아아아아!”

“까하하하하.”

“깔깔깔깔깔.”

탁자를 치고 배를 잡고 웃는 유리와 소희. 나는 그들의 그런 모습과 상관없이 물을 한잔을 원샷했다. 하지만 입에서는 용암이 들끓어오르고 있었다. 웨이터가 재빨리 얼음물을 갖다줬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다. 나는 얼음을 씹어먹어도 부족하자 직원이 얼음물을 든 컵 3개를 더 마시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이·· 이게 뭐냐?”

혀가 마비되자 발음이 조금 이상해졌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내 물음에 눈물을 닦아내면 말하는 유리. 소희는 아직도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크크. 여기 명물인 파이널 카레 돈까스야. 맵게 안맵게 하는 건데. 강하게 하는게 바로 맵게 해달라는 의미였어. 친구들 놀릴때 하는 건데 네가 보기 좋게 걸린 거지.”

나는 입안에 얼음을 가득 넣으면 한숨을 쉬었다. 으음. 혀바닥이야. 목구멍까지 달굴 정도의 매운맛이라니. 이것은 보통 고추장에 100배나 해당되는 매운맛이었다.

“어··· 엄청나군.”

“당연하지. 너는 남자에다가 강한거라서해서 특별히 파이널 카레 돈까스를 준건데 말이야. 저기 남미에 있는 고추는 우리나라 청양고추보다 100배나 매운맛이 난다는 건데 그걸로 만든건 카레가 안 맵우면 말이 안되지.”

“그래?”

에휴. 나는 한숨을 내쉬면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왜 먹게?”

깜짝 놀라는 유리. 내 모습에 소희도 배를 잡고 웃던 것을 중단하고 나를 봤다. 나는 피식 미소 지으면 말했다.

“나에게는 불가능이란 없어.”

“나폴레옹 사전에서 나온 말인데?”

“어. 어쨌든 매운맛의 끝을 확실히 보도록 하지!”

나는 말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청양고추보다 100배나 매운 돈까스 카레. 오늘 네가 나에게 먹히냐. 아니면 내가 너에게 먹히냐 두고보자!

“와아. 대단하다.”

“우우. 정말 다 먹을줄은 몰랐는데.”

나는 그릇째 싹싹 비워버렸다. 그 모습을 보면 감탄하는 유리와 소희였지만 나는 온몸이 활활산처럼 타오르는게 느껴졌다.

“크윽. 마침 100도씨 사우나실에 들어온 기분이군.”

아직 봄이라서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더욱이 건물 내부다보니 시원한 날씨였지만 나는 마침 40도씨를 능가하는 땡볕 아래에서 서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공이란 모공에서 땀이 주르륵 흘려나와 내 옷을 젖게했다.

“오오. 대딴합니다.”

주방장용 모자를 쓴 아랍게 사람이 나왔다. 아무래도 이곳 주방장을 하는 사람이리라.

“그걸 다 먹따니. 대딴. 대딴.”

아직 발음이 틀린게 몇가지 있지만 충분히 뜻이 통했다.

“땅신을 저희 가게 로얄 멤버로 추천합니다.”

그 말과 함께 다시 주방장으로 들어가는 요리사. 손님들이 슬슬 들어오자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오오. 로얄 멤버. 좋겠다.”

“맞아. 크크.”

“로얄 멤버가 뭔데?”

나는 얼음물을 연속으로 벌컥 벌컥 마시면 물어봤다.

“로얄 멤버는 이곳에서 파이널 카레 돈까스를 다 먹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명예로운(?)칭호지. 로얄 멤버는 모든 음식에 한해서 10% 할인이 가능하고 같이 온사람들도 10% 할인이 가능해.”

“헥헥. 죽다가 살아남 보상이네.”

“그렇지.”

“앞으로 자주 같이 오자.”

유리와 내 옆자리에 앉으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활화산 같은 남자.

“건들지마. 지금 나 폭발할 것 같아.”

“호호호. 맵기는 매웠나보네.”

나는 두 악녀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한숨을 쉬었다. 으음. 오피스텔을 팔아야 하나?

그렇게 우리는 재미있는(나에게는 불행한) 해프닝을 보내면 점심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할것도 없어서 그녀들의 방으로 들어갔는데 이게 웬일?

“돼지 우리간?”

“어머. 실례야. 평소에는 청소하고 다니는데 대학생이다보니 이것 저것 준비를 시작해서.”

“그러니까 데리고 오지 말라니까.”

소희가 소근 거리면 유리에게 말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면 말했다. 날 데리고 온 이유가 눈에 뻔히 보였다.

“자자. 청소를 하자고.”

청소도 안하며 앉을 자리도 안남을 것 같았다. 나는 그녀들과 함께 청소를 시작했다. 유리와 소희는 명월대학교 디자인과에 있었다. 둘다 목표하는게 있어서 그런지 한쪽에는 옷을 박는 드레싱이 있었고 한족에는 가게에 있는 여자 인조 모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인조 모형은 옷들을 입고 있었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거라서 조금은 어색했다.

바닥에는 물감과 도화지들이 어지럽게 널어져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버린듯한 도화지들이 있었다. 나는 우선적으로 버리는 도화지드을 모았다. 동그랑게 뭉쳐있는 도화지들을 쫙쫙펴서 개었다. 대충 청소할 공간이 생겨나자 나는 창문을 열고 바닥을 쓸었다. 채로 위에 있는 먼지까지 떨어트린 정도로 대청소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서 우선 바닥을 쓸었다. 그 사이 유리와 소희는 자신들의 작업대와 컴퓨터를 걸레로 닦아내고 있었다. 주방에 들어가자 설거지 안한 그릇들이 넘쳐났고 나는 한숨을 내쉬면 장갑을 끼면 설거지를 했다.

“역시 남자가 있으니 빨리 끝나네.”

30분이 지나자 대충 대청소가 끝났다. 방이 원룸 형식이라서 이방 저방 왔다갔다 할 필요도 없었고 3명이 하다보니 일은 빨리 끝났다. 나는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꺼내서 정중히 권했다.

“드시와요.”

“켁. 무슨 애교가 그래.”

“요즘 유행하는 큐티 맨 애교라는 거지.”

“근원아. 하지만. 이미지 나빠져.”

소희의 깊이 있는 충고에 나는 백기를 들었다.

“예.예.”

그렇게 정리를 하고 있을때 나는 실패해서 뭉그러트린 그림들을 봤다.

“잘 그리는데.”

“손으로 직접 그린거니까. 타블로 펫으로 그려야지 섬세하거든.”

“그래.”

나는 실패한 그림을 유심히 쳐다봤다. 흐음. 이것 이렇게 바꾸면 좋을 것 같은데.

“잠깐 펜좀 줘봐.”

“어어. 여기.”

소희가 건네준 펜을 잡고 나는 실패한 그림 위에다가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전에 봤던 식상한 문양에서 조금은 과격하고 재미있는 문양으로 새겨놓았다. 그리고 레이스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세련됨을 느낄 수 있게 선으로 이어나갔다. 하늘 하늘한 레이스보다는 과감하게 잘라낸 선이 더 좋아 보였다.

“이것 어때?”

“어. 좋네?”

“그림도 그릴 줄 알아?”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면 그림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하. 김근원 선생님이라고 불려줘.

“너희 둘은 너무 레이스를 할려는 목적이 있는데 그것 말고도 옷을 여러 가지로 바꿀 수 있어. 지금처럼 긴 치마보다는 짧은 치마에 손목까지 오는 흰장갑 대신 징이박힌 검은 장갑. 그리고 끈이 달려있는 우아한 모자 대신 비딱하게 써도 어울리는 검은색 모자와 배꼽이 보이는 배꼽티로 말이야. 너희들이 성숙한 여자의 옷을 그리기 위해서 긴 치마와 귀부인티하게 만들려고 하는데 그것은 너무 복부인 같잖아. 그것보다도 이렇게 젊음을 표현할 수 있게 과감하고 조금은 세련되게 하자고.”

나는 다분히 남자의 목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소희와 유리는 감탄을 했다.

“오. 그림도 잘 그린다. 하긴 너무 옛날에 집착하면 잘 안될때도 있으니까.”

“그건 그러네.”

“그래. 여자만 망사 팬티 입는게 아니야. 남자도 입을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하나에만 얽매이지만. 다른 옷들과 비교해보면서 다르게 창조하면 돼. 어차피 옷이란 인간을 뽐내기 위해서 만든 거야. 거기다가 핸드백이나 모자. 귀걸이 같은 소품을 추가하면더 좋을 거야. 옷 하나 있는 것보다는 보석같은 악세사리가 끼어주면 더 좋겠지.”

“오오. 바로 시작하자.”

“응.”

유리와 소희는 불타올랐는지 각자 자신의 타블로 펫을 잡고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 피식 웃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열심히 하는 그녀들을 보자 나도 뭐가를 하고 싶었다. 마침 냉장고 청소할 때 쉬어버린 김치가 생각났다.

“으차. 김치부침개나 만들까?”

나는 냉장고에서 쉰 김치를 꺼내고 밀가루와 소금. 후추. 계란을 꺼내서 밑간을 한후 섞기 시작했다. 하얀색 반죽위로 붉게 변하는 김치부침개 반죽을 보면 나는 미소를 지었다.

“흐흐. 맛있겠군.”

나는 대충 반죽을 끝낸 후 부침개와 같이 먹을 막걸리를 사왔다. 부침개와 막걸리의 만남은 7월 7일 견우와 직녀의 만남 만큼이나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수백년 수천년이 지나도 영원한 단짝. 부침개와 막걸리!

막걸리를 사오기 위해서 슈퍼에 갔다가 올때 그녀들은 한숨을 쉬면 누워 있었다.

“다 끝낸 거야?”

“아직.”

유리는 잠이 들었는지 눈까지 감고 누워 있었다.

“막걸리 사왔으니까 김치 부침개랑 같이 먹자.”

“고마워.”

“흐흠. 고마우면 성공하라고.”

나는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후 룰룰랄랄 거리면 부치기를 시작했다. 부침개가 굽는 소리는 생각외로 맛있는 소리였다. 그렇게 한 장을 굽고 셋장을 다 구운후에 나는 두부와 슈퍼에서 사온 김치볶음을 같이 올려냈다.

“짠짠. 김치 부침개와 두부김치 대령이요.”

“와아아아. 대단해.”

박수를 치는 소희. 옆에서 유리가 귀신처럼 흐물거리면 일어섰다.

“으음. 나도 먹을래.”

“자자. 일어나자고요. 애기씨.”

나는 잠결에 부침개 냄새를 맡고 일어나려는 그녀들을 일으키면 자리에 앉혔다. 대접에다가 막걸리를 따르는 나.

“으음. 요즘 기생은 좋구나.”

“이왕이면 호스트라고 불려주렴.”

유리의 말에 나는 말꼬리를 잡으면 말했다. 기생은 여자지 남자가 아니란 말이야! 그렇다고해서 내가 호스트도 아니지만 말이야.

“자자. 한잔씩 더 먹자고.”

그렇게 우리는 술을 먹었다. 그렇게 밤늦도록 먹고 나자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나 간다.”

“왜 자고 가지?”

어이 어이. 아무리 우리들이 만리장성을 쌓았다고해도 너무 과격한것 아니야?

“됐어. 어차피 집도 멀지 않으니까 편히 자야지. 너희들 코고는 소리 들으면 자다가도 일어날 거다. 방이 울릴 정도였으니.”

“어머. 진자?”

“거짓말이지.”

“뭐야!”

날아오는 젓가락을 재싸게 피하는 나. 하지만 나는 살기를 느겼다. 순간 유리가 왜 그러는 것인지 몰랐다. 이정도의 농담이면 그다지 심한게 아닌데 말이야?

“눈에 박힐뻔했다.”

“거짓말 하지마. 치이. 너도 다른 남자랑 똑같아. 우리들이랑 자놓고서 이제는 모르는 사람 할려는 거지. 더 이상 연관되면 귀찮아 질까봐 그런거지.”

“유리야. 그러지 마.”

유리를 말리는 소희. 나는 그 모습을 보면 유리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나는 그렇게 나쁜놈이 아니라고.”

“치이, 도망칠려고 했으면서.”

“뭐 도망치는게 아니라 내일 나도 일찍 일어나야 돼서 그래.”

내일은 내가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일찍 자야했다.

“그럼 여기서 자. 아니면 너의 결백을 증명할 수 없어?”

“허걱. 결백이라니. 무슨 형사도 아니고.”

“잘거야 안잘거야?”

유리의 서스퍼런 눈을 보자 도저히 안자겠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면 말했다.

“자자. 자.”

“으흐흐흐. 당근 그래야지.”

나는 유리의 고집에 백기를 들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소희도 피식 웃어댔다. 오랜만의 친구의 이런 모습을 봤고 이것을 받아주는 내가 멋있게 보이리라.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자. 자자고.”

“어머.”

나는 소희까지 끌고 와서 내 품에 안게했다. 그렇게 우리는 잠에 들었다. 막걸리를 많이먹어서 일까? 우리는 빠르게 잘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서로를 껴안으면 푹 잤다.


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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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마검사 - 2부 08-24   267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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