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켜진다. 마침 뉴스가 할 시간이다. 늙은 백수인 대머리 사내는 언제나처럼 세상사에 걱정하고 놀랄 준비를 모두 마치고 뉴스를 감상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치관련 헛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잘났니 니가 잘났니. 말이 많지만 전부 똑같은 새끼들이다.

사건사고,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죽는다. 뭐 어쩔 수 없지.

뉴스는 지나간다. 음식물에 이물질이 섞이고, 정치인들이 지랄을 하고,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대규모 교통사고가 터지고…… 정말 평범한 뉴스들 뿐이다.

대머리 사내는 하품을 했다. 그는 충분히 놀랄 준비까지 해 뒀는데, 비웃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고, 그것조차 질릴정도로 많이 나온 것이다.

대머리 사내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TV를 끄려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뉴스가 나왔다.

[김모씨 포경수술 하다가 숨져.]

이것이야 말로 놀랄준비를 해둔 사내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사내가 놀란 것은 그 기사 뿐만이 아니다.

"웃었어!"

아나운서가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린 것이다.

대머리 사내는 배를 붙잡고 웃기 시작했다.

포경수술 하다가 죽다? 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불쌍하긴 하지만.

아나운서가 뉴스 도중 웃었다? 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전에도 몇번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일이 아니다. 포경수술 하다가 죽은 김씨의 기사가 나는데 아나운서가 뉴스 도중 웃었다!

이런 뉴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대머리 사내는 재빨리 오늘 자 뉴스를 어찌저찌 뒤져서 그 장면을 캡쳐했다. 그리고 그것을 웃대, 디씨, 네이버 붐 등등에 널리 알렸다.

아아, 이것이야 말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단군 할아버지의 말씀에 딱 맞는 일 아닌가!

그러나 대머리 사내는 몰랐다.

자신의 옆에, 그 "포경 수술 하다가 죽은 김씨"의 원한 맺힌 영혼이 떡 하니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