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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47 477회 0건
쿵- 쿵- 쿵-

흑마법사의 낮고 음산한 주문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리자드맨들의 발구르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수십의 리자드맨들이 동시에 땅을 차며 울리는 소리는 위압감으로 넘쳤고 그 소리에 리자드맨들은 스스로 광기에 빠져들었다.

쿵- 쿵- 쿵-

"늪 속에 숨겨진 굳은 의지"
"혼돈을 뒤집는 거대한 힘"

"피를 뿌려라, 우리의 피로 여신을 맞이한다."

쿠오오오오-

흑마법사의 외침에 호응해 수많은 리자드맨들이 두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광기에 취해버린 리자드맨들은 모두 자신의 손목을 그어 그 피를 마법진 안으로 흘러 넣었다.

쿠르르-

마법진이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선명한 붉은색의 안개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붉은색의 안개는 마법진 위에 뿌려진 포로들의 피와 리자드맨들의 피를 끌어당겨 마법진 중앙 제단으로 흐르는 피의 길을 만들어 내었다.
탐욕에 가득 찬 아귀처럼, 어미의 젖을 탐하는 아이처럼 피를 탐하던 안개는 이제는 떨어진 피만을 만족하지 않고 마법진 밖에 서 있던 리자드맨들을 덮쳤다.

쿠르르릉- 쿠르르-

진동은 더욱 심해졌다. 손목의 상처를 통해서 자신의 피가 흘러나가는 데에도 취한 눈빛의 리자드맨들은 피하지 않았다.
눈빛이 생기를 잃어가면서도 멍한 눈으로 제단의 중앙을 쳐다볼 뿐이었다.

"아아아-악"

제단 위의 이루이네가 사지를 벌벌 떨며 비명을 질렀다.
마법진을 가득 채운 핏빛 안개는 그런 그녀를 공중으로 떠올렸다.
핏빛 안개는 이루이네의 아랫배 중앙을 향해서 밀려들어 가기 시작하였다.
세뇌가 되어버려 이지를 잃어버린 그녀에게도 감은 남아 있는지 그녀의 얼굴에 애절함으로 가득하였다.

"아,..안돼. 아기가 울어..."

자신의 아랫배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를 감지하는지 이루이네는 공중에 들려진 채 파르르 떨었다.
그런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피는 내가 되어 흘렀다.
마법진 주변의 리자드맨들에게서 뽑아나오는 피는 제단으로 , 제단에서 하늘로 떠오른 이루이네 아랫배의 생명을 제물로 거대한 어긋남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어긋남의 공간, 그 공간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살기에 마법을 거행하던 리자드맨 흑마법사 유프레노는 눈을 찌푸렸다.

"으흑... 살기라니"

리자드맨 흑마법사 유프레노는 기대하지 않았던 진행에 당황하였다.
리자드맨의 여신을 부르려면 리자드맨의 피가 필요하지만 생명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맹세와 같은 증표로서의 피가 필요할 뿐이지, 생명의 희생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법진에 피가 빨려버려 시체가 되어 쓰러지는 리자드맨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열려진 공간에서 느껴지는 살기...
"늪 속에 숨겨진 굳은 의지, 혼돈을 뒤집는 거대한 힘" 이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원망이 느껴졌다.
이런 것들이 여신이 현신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라플라스 , 무언가 잘못된 것 같소."

"클클 크크크"

라플라스라고 불린 리자드맨 흑마법사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한 손을 뻗어 다른 한 명의 리자드맨 흑마법사의 가슴에 손을 집어넣었다.

"으... 무슨 짓..."

라플라스는 살아 있는 심장을 꺼내어 한 손에 쥐고 광소를 터트렸다.
그 심장을 쥐어짜 흘러나온 피를 어긋남의 공간에 털어내면서 말을 이었다.

"멍청한 리자드맨들..."

유프레노는 수상함을 느끼고 경계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조금 전에 당한 흑마법사처럼 라플라스의 손에는 이미 유프레노의 심장이 쥐어져 있었다.

"자신의 여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모르는 것들"
"클클, 너희가 부른 것을 제물로 암흑의 문이 열린다."

"크하하하, 드디어 황후의 사절단이 현세에 도래하노라."

붉은 달빛이 세상을 새빨간 색으로 물들였다.
주변은 핏빛 안개가 회오리치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었다.
옆에 두 명의 리자드맨 흑마법사를 처치한 라플라스가 음산한 주문을 외우며 피가 흘러내리는 두 손을 들어 올리자 어긋난 암흑의 공간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였다.



이리아스의 고운 눈썹이 휘어졌다.
이루이네의 위태로움뿐만 아니라 어긋남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이 그녀를 움직이게하였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비록 도와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옆에 서지 않는 그레이에 대한 섭섭함이 잠시 밀려들었다.
하지만 금새 자세를 바로잡은 이리아스는 라플라스를 막아섰다.

"그만둬."

"오호, 수호자인 것인가, 도망치지 않았나?"

이리아스의 검 끝이 살짝 흐트러지는 듯하더니 은색 선이 되어 그대로 흑마법사에게 쏟아졌다. 세뇌당한 이루이네와 싸우게 된다면 그녀의 검 끝이 흔들렸겠지만 라플라스에게 향한 그녀의 검은 망설임이 없었다.

까강-

거북한 소음이 울렸다.
살짝 손을 들어 쉴드을 생성해서 쉽사리 막아낸 라플라스이었다.

"이것밖에 안 되나?"
"다크 애로우"

라플라스의 손바닥 위의 공간에서 수십 개의 검은 덩어리가 뭉치더니 긴 화살이 되어 이리아스의 자리로 쏟아졌다.

파파팍-

낙엽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기묘하지만 빠른 움직임으로 피해내고는 라플라스에게 다시 다가섰다.

"칫"

주변에 퍼진 암흑에 움직임이 제한되는 것을 느낀 이리아스이었다.
자신이 평정심을 유지한 상태라면 상위 무공을 발휘하여 주변을 매화무늬로 물들려 암흑의 공간을 생명력으로 밀어내어 자신의 공간으로 장악하겠지만 지금은 자신 내부를 완전히 다스리지 못하는 상태이었다.

그레이는 손짓으로 예린에게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하자고 지시를 내렸다.
이리아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레이는 전투를 피할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적은 이리아스를 본 적은 있지만 그레이와 예린을 본 적은 없었다.
아마도 저 리자드맨은 이리아스가 방해하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레이와 예린이 참가하는 것을 모를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기습할 생각이었다.
그레이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라플라스가 이리아스를 상대하다가 틈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채챙- 챙-

순식간에 수십 차례의 공격이 이어졌다.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레이는 다크 애로우에 파인 땅바닥의 흔적을 유심히 살폈다. 땅이 점점 깊게 파이는 것이 공격이 점점 강해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저것 때문인가."

살기를 뿜어내는 어긋남의 공간,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에 영향을 받아서 라플라스는 점점 힘을 얻고 반대로 이리아스의 행동은 제한을 받는 것 같았다.


"쿠욱"

갑자기 라플라스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그의 가슴에는 리자드맨의 창날이 뾰족이 튀어나와 있었다.
라플라스의 머리가 창이 날라온 쪽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우습게 보지 말라고"

온 힘을 다해 창을 던진 제프기간이 거친 호흡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징-

라플라스의 상처에 영향을 받은 듯 마법진이 흔들렸다.
그 흔들림 속에서 이루이네의 두 눈이 살짝 떠지는 것을 그레이는 놓치지 않았다.

"귀찮은 것들, 이제는 가면은 필요 없지."

라플라스 가슴의 상처에서 암흑의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 기운에 부딪힌 창이 초가 녹아내리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리자드맨의 피부가 같이 녹아내려 가더니 검게 녹이 슨 해골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해골은 리자드맨의 해골이 아니라 인간의 해골이었다.

"리치"

이리아스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제길, 저런 자식한테 종족이 속은 것이었나."

제프기간은 짧게 호흡을 토해내면서 자신의 창을 맞고도 죽지 않고 오히려 다가오는 리치를 상대하기 위해서 자세를 취했다.
리치의 몸을 들어낸 라플라스가 뽑아내는 애로우를 상대하고자 제프기간이 여분의 창을 휘둘렀다.

콰쾅-

먼지가 걷히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제프기간의 모습이 드러났다.

"으흑, 망할."

신음과 함께 검은 피를 토해내었다.

지지징-

넋을 잃은 이루이네의 귓가에 제프기간의 목소리가 스쳤다.
마법진이 흔들렸다. 백치가 되어버린 듯 멍한 눈의 이루이네가 마법진의 압력을 억지로 거슬리며 고개를 돌려 제프기간에게 시선을 두었다.
이루이네의 멍한 두 눈에서 붉은 피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법진의 제물이 되어 암흑의 공간에 기운을 제공하는 통로가 되어버린 이루이네의 입이 열렸다.

"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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