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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47 467회 0건
제프기간과 이루이네의 눈이 마주쳤다.

"여기까지."

라플라스가 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제프기간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그 손을 그대로 움켜줘서 제프기간을 처치하려고 하는 순간, 은색 실선이 라플라스의 눈앞에 펼쳐졌다.

팟팟팟-

라플라스는 이리아스의 연속 공격에 그 자세 그대로 잔상을 남기면서 옆으로 피했다.

그레이가 몸을 일으켰다.

"예린, 나에게 신경 못쓰도록 혼란을 유도해."

"으응, 알았어"

예린도 몸을 일으켰다. 예린 역시 숲의 종족, 엘프만큼은 아니지만 저런 어긋남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신으로 기운을 한 바퀴 돌리더니 두 손으로 기운을 모았다.
예린의 두 손이 투명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이야아앗"

경쾌한 기합을 날리며 이리아스를 상대하는 라플라스 뒤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레이는 몽령이 담긴 마나석을 들고 천천히 이루이네에게 다가섰다.
마법진의 흐름이 이루이네를 통해서 저 암흑의 공간으로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 제프기간의 목소리 때문인지 이루이네를 거치던 흐름이 흐트러졌고 이루이네가 마법진을 통해서 전해져 오는 거대한 흐름에 미약하나마 저항하는 것을 파악하였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그레이는 온몸의 기운을 마나석으로 밀어넣어 몽령을 불러드렸다.
몽령에게 전해지는 기운 속에는 그레이가 이리아스와 어울렸던 기운의 여운도 함께 전해졌다.

[ 우웅, 진하네. ]

마법진이 생경한 듯 새침스래 움직이던 몽령은 이내 그레이의 지시대로 이루이네에게 다가갔다.
암흑 속에 물들어있던 이루이네를 몽령이 천천히 안으며 물결 치는 자신의 기운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결정을 흡수하는 것처럼 힘을 흡수하려고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몽령의 두 손이 이루이네의 머리를 얼싸안더니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이루이네의 몸이 순간 경직되는 듯하더니 천천히 풀렸다.
입안으로 스며드는 기운 중에 너무나도 친숙한 숲의 내음이 느껴져서이었다.
이루이네가 긴장을 풀자 몽령은 이루이네에게서부터 흡수를 시도하였다.
결정이 아닌 생명체에게서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운을 빼앗는다기보다도 이루이네가 암흑을 밀어내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밖에서 끌어당긴다 정도이었기에 두 의지가 호응하여 이루이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지징-

변화가 생겼다.
몽령과 이루이네의 시도가 마법진 흐름을 비틀어 놓았다.
아주 조금 비틀었을 뿐이었지만 영향은 컸다. 마법진에서 이루이네의 역할은 볼록렌즈와 같은 역할이었다. 순도가 낮은 기운을 이루이네를 통해서 집중되어 어긋남의 공간을 열 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렌즈의 작게 긁힌 자국 하나가 균형을 깨트렸다.

파파팟-

파파 콰쾅-

폭발을 일으키며 어둠의 섬광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폭발의 폭풍우에 몽령이 내던져졌다.
흩어지는 어둠의 빛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버린 몽령의 몸이 터질 듯이 부풀어올랐다.

[ 우앙, 그레이]

몽령 몸의 경계가 부풀어올랐다. 온몸이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레이는 급히 몽령을 바닥에 눕히고 기운을 안정화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하였다.

"제길,"

힐끗 바라다본 이루이네는 모습은 폭발의 중심에 있었는데도 오히려 평안한 표정으로 잠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도와주던 몽령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그레이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레이의 한 손은 경계가 흐릿해져 버려 밀가루 반죽처럼 변해가는 몽령의 목 부분에, 또 한 손은 아랫배 부분에 두고서는 몽령의 기운을 가라앉히고 마기를 정화하기 위해서 기운을 어울렸다.

[ 으흑, 아아 ]

옆에서 도와주던 그레이도 영향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레이의 선한 기운이 몽령에게, 몽령에 침입한 마기가 그레이에게 넘어왔다.
그레이의 두 눈이 조금씩 붉게 변했다.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몽령은 야생마처럼 날뛰던 기운의 갈기를 잡아 온 몸이 딸려가면서도 원래의 기운으로 포용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 으흐흑 ]

몽령이 가진 정령의 향기가 흐트러졌다. 정체성에 흐트러졌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딱딱한 것이 솟아올랐다. 두 개의 뿔이 솟아나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둥글게 말렸다.
어깨의 피부가 타액처럼 녹아들었다. 걸쭉하게 진득거렸다.
구릿빛의 피부가 천천히 갈라져 타액과 같은 고름을 헤치고 나오는 것처럼 무언가가 꿈틀거리더니 하늘을 향해서 쭉 펴졌다.
박쥐의 날개를 닮은 어두운 두 날개가 그녀의 어깨에서 생겼다.
아래쪽도 변화가 있었다.
허리와 엉덩이 사이에서 긴 꼬리도 생겨났다.
박쥐의 날개와 어울리는 꼬리가 진득거리는 타액으로 가득한 채 구릿빛의 성숙한 여체가 고통스러운 듯 온 몸을 비틀었다.

"무슨 짓이냐."

라플라스가 폭발에 놀라 이리아스와 예린을 상대하던 것을 멈추고 지면에 살짝 뜬 채로 흐르듯이 다가왔다.
고개를 숙인 채 벌벌 경련을 일으키는 그레이를 보고서는 그대로 손을 들어 가리켰다.
라플라스의 손 위에서 암흑의 기운이 요동치더니 긴 창을 만들어 내었다.

"다크 스피어"

"그레이 조심"

예린의 단발마의 외침이 터졌지만 그 외침이 무안하게 그레이는 그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퍼퍽-

허한 소음을 남기면서 다가오던 마법은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그레이의 고개가 들렸다.
살기가 가득 찬 눈이 혼돈 속에 싸여있었다. 그 혼돈 속에 그레이는 다가오는 살기를 느꼈다.

"기운을 뿜어낸다."

다가오는 대상을 향해 가슴속에 감당하기 어려운 기운을 뿜어내었다. 그레이를 잠식하고자 내부로만 공격해들어오던 마기는 외부로 시선을 돌렸다.
외부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익숙함과 맛좋은 향기를 느꼈는지 마기를 쳐내려고 하는 그레이에게 반항하지 않고 밖으로 뿜어졌다.

크르르르르

"크윽"

라플라스는 녹아버린 자신의 갈비뼈를 허무한 듯 쳐다보았다.
그 흔들리는 틈을 이리아스는 놓치지 않았다. 이리아스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흔들렸고 그 흔들림에 따라 라플라스의 몸에 상처가 생겼다.
이리아스의 공격에 반격하려고 하지만 그레이에게 당한 타격에 몸을 다스리기가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크흘, 이럴 수가."

라플라스의 몸이 검게 변하더니 모래가 날리는 것처럼 흩어졌다.

"처치한 거야?"

"확신할 수 없어요. 도망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예린의 질문에 이리아스가 대답하였다.

"그레이, 괜찮아?"

"아,"

그레이에게 다가가던 예린은 몸을 움츠렸다.
그 라플라스을 향해서 뿜어내었던 공격이 마기의 소모가 컸는 지 여전히 남아있는 기운은 그나마 그레이의 통제에 따르기 시작하기 하였다.
그레이에게서는 살기가 풍기는 것이 아니라, 지독한 성욕이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런 식으로 성욕을 잠식당한 그레이는 접해본 경험이 있는 예린이었다. 결정을 흡수하고 마기를 다스려 성욕으로 전환하고 난 후의 그레이의 모습과 같았다.
가까스로 정신이 드는지 그레이의 입이 열렸다.

"예린, 뒤를 부탁해."

짧은 말을 남기고 몸속의 마기를 정화하고자 순도가 좋은 존재, 이리아스에게 다가갔다.

"그레이?"

위기의 상황이 끝난 듯해서 이루이네의 상태를 확인하던 이리아스는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오는 그레이에게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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