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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48 436회 0건
나무의 그늘 사이로 두 명의 인영이 소리도 없이 움직였다.
바닥에 엎드려서 흙을 살피던 그레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손짓을 해 그레이의 뒤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예린을 불렀다.

"예린, 리자드맨이다."

귓가에 입을 가져가 속삭이었다.
예린의 눈썹이 적개심으로 휘어졌다.

"숫자는 다섯 여섯 정도? 그런데 진영이 특이해. 활 모양으로 퍼져서 이동 중인 것 같다."

"그럼 무엇을 찾는 것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커. 그런데 리자드맨을 생포하면 심문할 수 있을까?"

리자드맨의 정보가 부족한 그레이는 리자드맨의 특성을 예린에게 물었다. 예린 마을의 일을 알아내려고 리자드맨을 하나 생포해서 심문해 보는 방법이 떠올라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종족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무래도 예린이 더 잘 알 것이기 때문이었다.

"쉽지는 않을 거예요. 상황에 적응하는 것보다는 힘을 숭상하는 것으로 알아요."

예린의 고개가 옆으로 흔들렸다.

"그럼 일단 포로로 잡는 것보다는 뒤에서 살피는 것을 택해야겠군."
"예린, 혹시 리자드맨을 만나더라도 내가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는 먼저 공격은 하지마."

예린의 입술이 굳게 닫히고 천천히 끄덕여졌다.


쓰- 쓰슥-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을싸스러운 풍경을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다.

"저기다, 이리로 모여"

조용한 풍경과 어울려진 정적을 거친 목소리가 깨트렸다.
등에 긴 시미터를 맨 커다란 체구의 리자드맨은 긴 창을 오른손으로 잡고 허리를 젖혔다.

"이얍"

순간 리자드맨의 어깨가 부풀어 오르더니 조금 전에 바람이 불 때 흔들렸던 수풀 속으로 긴 창을 집어던졌다.
리자드맨의 호통소리를 듣고 다른 곳을 수색하고 있던 리자드맨들도 모였다.
수풀 속으로 창이 박혀 들어가기 직전 수풀이 어색하게 흔들렸다.

"저기다."

이번에는 확신에 찬 리자드맨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섯의 리자드맨이 수풀로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사락-

수풀이 살짝 떨리는 듯하더니 물방울이 퉁기는 듯 엘프가 튀어나왔다. 빠져나온 속도 그대로 근처로 다가온 리자드맨에게 그녀의 검 끝이 향했다.

챙-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더니 그 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엘프는 공격으로 만든 틈으로 달려나갔다.

"쫓아라. 적은 다치고 지쳤다. 쫓아"

엘프의 공격을 받아낸 리자드맨은 엘프의 공격에 힘이 실어있지 않음을 파악하고 외쳤다.

"우욱"

이리아스를 피를 토하면서도 시선을 리자드맨에게 떼지 않았다. 그녀의 입가는 피로 엉망이었다. 평상시라면 쉽게 상대할 리자드맨들이었지만 이루이네에게 입는 내상이 심각했다.
더욱이 안정을 취해야 하건만 방금 무리한 공격 시도로서 더욱 기혈이 뒤틀려버렸다.
이미 이리아스의 주변에는 6마리의 리자드맨이 포위한 채 틈만 엿보고 있었다.

포위망을 완성한 리자드맨은 건들거리기 시작하였다.

"큭큭 순순히 붙잡히는 것이 어때? 남자엘프에게는 맛볼 수 없는 멋진 경험을 하게 해 주지"

매서운 눈빛으로 리자드맨을 잡아먹을 것처럼 쳐다보는 이리아스이었지만 그녀의 검 끝이 흔들리는 모습을 리자드맨은 놓치지 않았다.

"클클 이거 생포할 수 있겠는 걸. 엘프의 속살 맛을 볼 수 있을 줄이야."
"하긴 지금쯤이면 그 이루이네라는 엘프도 대장에게 깔려 신음을 지르고 있겠는 걸"

"닥쳐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백해진 얼굴빛의 이리아스가 검을 휘둘렀다.

"어딜"

하지만 헛되게 공기만 가르고 오히려 리자드맨의 커다란 주먹이 이리아스의 배에 박혔다.

"우욱"

"클클, 순순히 내 씨를 받으라고 그럼 알을 낳을 때까진 살려주지"

이제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엘프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이루이네,..."

이라아스는 자신의 상처를 만든 엘프소녀를 떠올렸다. 수호자로서 동족을 보호해야 하건만 세뇌가 되어버린 동족에게 오히려 상처를 입어버렸다.
지금 자신의 순결이 위협받고 있지만 수호자로서 이루이네를 구하지 못한 것이 더 크게 다가왔다.

"큭"

다가오던 리자드맨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목을 만졌다.
목 뒤에서부터 박혀 들어 목을 뚫어버린 화살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대로 땅으로 쓰러졌다.

쿵-

"누구냐"

순간 화살이 날아온 쪽으로 리자드맨의 시선이 향했다.
놀라움은 컸다. 일반적인 사냥용 화살로는 리자드맨의 껍질에 상처를 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치명상을 입혔다는 것에 당황한 리자드맨들이었다.

o웅-

"뭐야"

팅.

시미터로서 화살을 퉁겨내었지만 시미터가 부르르 떨렸다.
리자드맨은 얼얼한 손목을 쓰다듬으면서 외쳤다.

"조심, 흩어져서 돌격한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리자드맨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흩어진 상태에서 화살이 발사된 곳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몸을 바닥에 다을 듯이 바짝 숙인 상태로 달리는 것인데도 산짐승들보다 빠르게 돌격해 들어갔다.
이는 궁수를 상대하는 방법으로써 여러명이서 다른 방향으로 압박해 들어가면 궁수는 후퇴하거나 당황하기 마련이었다.

수풀이 흔들렸다.

"어딜"

크게 허리를 젖히며 시미터를 내리쳤다.

서걱-

시미터가 반원을 만들며 번쩍이었지만 오히려 쓰러진 것은 리자드맨이었다.
쓰러진 리자드맨의 허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하나의 리자드맨을 처치한 그레이는 그대로 뒤돌아 숲 쪽으로 도망쳤다.
달려가던 그레이의 몸이 순간 움츠러드는 듯하더니 뒤쪽으로 화살을 날리고 다시 도망쳤다.

"제길"

화살이 리자드맨의 허벅지에 박혔다.
급하게 쏜 화살이라서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이동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 리자드맨은 외쳤다.

"너희들은 그놈을 쫓아. 난 엘프를 잡고 따라갈 테니"

상처입은 엘프는 혼자 처치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다른 리자드맨들에게 추적을 명령했다.
일단 엘프를 처치하라는 임무를 끝내려고 다시 엘프에게 돌아가는 리자드맨이었다.
다행히 엘프는 기력이 다한 듯 나무에 쓰러져 있었다.
다만 혼자가 아니었다.

"어서 와"

차가운 미소를 띤 묘인족 소녀가 리자드맨을 반겼다.
살기가 가득 찬 미소에 기묘한 위기감을 느끼며 리자드맨은 시미터를 두손으로 꽉 잡고 전투를 준비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뻥 뚫려버린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리자드맨은 천천히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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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늦었습니다..먹고 살기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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