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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0 492회 0건
“그워어어어어어어!”
“구우우우우우우우우!”
“끼에에에에에에엑!”

좌우 1.5킬로미터에 걸쳐 늘어선 트롤의 진영 중앙을 헤치고 등장하는 거대한 존재.
흡사 작은 산이 걸어오는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그 거대한 존재는 다름 아닌 트롤의 왕.

“키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인간의 이성으로 견뎌내기 어려운 지독한 음파를 만들어내며 그가 누군가를 부른다.

“여전히 최악의 목소리로군. 티르오닉!”

그가 걸어 나오는 것만으로 주위의 병사들이 저마다 엎드려 인간의 왕에게 예를 표한다.
그것은 일개 종족의 대표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의 권위.

“인… 간… 의… 왕… 이… 여… 나… 는… 그… 대… 의… 땅… 을… 지… 나… 가… 야… 겠… 다…”
“불가하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
지반이 비명을 토해낸다.
그것은 일개 종족의 지도자가 뿜어낸 투기에 의한 것.
하지만 그런 투기는 이쪽도 지지 않는다.
‘트특! 트트트특…’
지반이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허공으로 둥실 떠오른다.

“모…든…것…은…”
“힘의 율법대로!”



“이럴 수는 없어! 이럴수느으으으으은!”

부서져가는 오크 로드 씨쓰의 육체.
도대체 센터우르스는 그에게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틀렸어. 슈르.”
“하지만… 하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말이다!”
“그래도 틀린건 틀린거야. 그 말은 이제 죽었어. 살릴 수 없지.”
“하지만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이렇게 간단히 포기할까보냐!”

시간?
드래곤이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도대체 어느 종족이 시간이 있는걸까?
슈르나 파이처럼 특수한 드래곤이 아니라 보통의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그 수명은 천 년에 달한다.
천 년에 도달한 드래곤은 에인션트 드래곤이라 부르고 그 힘은 브레스 한번에 센트럴을 괴멸시킬 정도로 대단하다.
물론,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내 영원한 반려 파이여. 이번 일이 성공해도 우리 드래곤은 모든 이들로부터 미움 받는 존재가 되겠지?”
“그런건 아무래도 관계 없잖아? 나의 영웅. 쿡쿡…”
“지금쯤 남쪽의 왕이 인간의 왕을 공격하고 있을거다. 보나마나 친우의 위험을 눈치채서겠지. 하지만 그는 인간의 왕을 이기지 못해.”
“하지만 우리가 개입한다면 이야긴 달라지겠지? 쿡쿡쿡…”

한 없이 퇴폐적인 웃음을 흘리는 두 드래곤.
그들은… 이미 진작부터 정도에서 벗어나 있었다.
아니, 정의의 기준조차 존재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과연 정도란 것이 존재나 하는 것일까?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후웅~’
거대한 황금의 검날이 대기를 가르고 지나가자 찬란한 황금의 광휘가 대지를 거칠게 긁어내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파괴한다.
‘쿠콰콰콰콰콰콰…’
토사가 수 백 미터의 상공으로 치솟고 지면이 제멋대로 쪼개진다.
그것은 이미 생명체의 범주를 넘어선 거대한 힘.

“미쳤나! 인간의 전사여!”
“내 이름은 쉘 아델마이어! 인간을 수호하는 자! 내 왕의 영지에 그 더러운 발을 들인 이상 성히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야!”

‘콰지지직!’
손을 치켜 올리자 거대한 묵빛의 구체가 그녀의 손 위에 형성되었다.
아니… 그것의 본래 색깔이 묵빛인게 아니라 너무 강력한 흡입력으로 주위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
타자할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사실은…

‘저건 위험해.’

저건 보통의 능력으로 막아낼 수준이 아니다.

-코어웨폰 최종봉인 해제! 육체와의 연동 한계치 도달까지 3초, 2초, 1초…-
“올 마이트 프레셔!”

‘번쩍! 콰직! 찌지지직… 찌지지지지지지직…’
순간 그녀의 몸이 빛나는가 싶었더니 그녀의 몸을 뒤덮고 있는 갑주를 비롯해 심지어 그녀의 그룬가르드까지 조각조각 부서져 떨어지기 시작한다.

“뭐가 어떻게 된…”
“큭큭… 큭큭큭큭…”

타자할은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래… 확실히 정상적인 인간의 정신체계로 천년의 영웅이 지녔던 힘을 구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으리라.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대지를 뒤흔드는 작은 진동과 함께 세상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어간다.
그것은… 그 땅에 존재하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내리는 뇌신의 저주.
하늘을 새하얗게 뒤덮는 뇌격의 빗줄기를 견딜 존재는 코어나이트급 중에서도 많지 않다.

“그오오오오오오오오!”
“우오오오오오오!”

‘쩌정!’
점차 파괴되어가는 적색의 차원결계.
안쪽에서는 인간의 영웅과 트롤의 영웅이 목숨을 건 공전절후의 전투를 치르고 있을게 분명하다.

“자자자자자자! 슈슈 누님이 시간을 벌어주시는 동안 이 걸레들을 쓸어버리자고!”
“우워어어어어어엉!”

괴성을 질러 거대한 사이킥 쉴드를 형성하는 초거대 트롤.
그 사이 몸의 절반 가까이가 지독한 화상에 녹아내린 타자할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어 뒤로 호송된다.
그리고…

“하아… 하아…”

알몸이 되어 지면에 엎드려 있는 쉘.
코어웨폰은 완전히 파괴되었는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배리어쟈켓을 형성할 능력도 남아있지 않은지 그대로 엎드려 숨을 고를 뿐이다.

“자아… 죽을 시간이다 코어나이트!”

어느 이름 모를 트롤 전사의 둔기가 치켜올라갔다.
‘퍼컥!’
뭘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그녀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녀석의 목을 움켜 잡았을 뿐.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녀의 손은 마치 수면을 통과하는 것처럼 녀석의 마법방어를 무시하고 근육을 잡아찢는 동시에 목 울대를 뜯어냈다.

“큭큭큭큭…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재미있어! 재미있어! 재미있어! 아하하하하하하하!”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광기로 물들었다.
이건… 쉘 아델마이어가 아니다.
하지만 피타쿠스 코어가 다운된 이 마당에 그녀가 휘두르는 지금의 이 힘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쉘! 정신차려!”
“아아… 발자크! 당신이군요. 하아… 하아…”

뜨겁게 내쉬는 그녀의 숨결이 발자크의 안면에 직접 퍼부어진다.

“나랑 자고 싶지 않아요?”
“무… 무슨…”
“풋!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겨 죽겠다는 듯이 웃어제끼는 쉘.
하지만 전장은 이미 난장판이다.
인간대 트롤의 싸움만 되어도 난장판이겠는데 거기에 대영웅급 인력이 줄잡아 10명.
그런 존재들이 각자의 스킬들을 쏟아 붓고 있으니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곳에 인권은 없다.
그곳에 자유란 없다.
그곳에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것은 오직 파괴와 살육과 광기뿐.

“아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친! 죽어라, 코어나이트!”

‘콰드득!’
어느 트롤 영웅의 둔기가 그녀의 흉곽을 으스러뜨리며 척추를 끊어내고 등을 꿰뚫었다.
튀어 오르는 핏물.
몸통의 중심을 관통 당한 그녀가 녀석의 품에 안긴 채로 뭐라고 중얼거린다.

“이 정도로 이 몸이 죽을 것 같나? 크큭…”
“으힉!”

조용히 웃고 있는 쉘.
그건… 정상적인 생명체가 가질 수 있는 눈빛이 아니다.



“우워어어어어어억!”

‘콰차차차차창!’
휴머노이드에게 허락된 힘의 한계를 까마득히 초월한 막대한 신력을 행사하는 존재는 이제 막 코어나이트가 된 존재.

“으오오오오오오오!”

‘콰콰콰콰콰콰콰!’
쇠사슬로 연결된 방패를 앞세우고 미친 듯이 크롬휘어를 휘두르는 그는 인간의 전사 발자크 슈마이어.
그의 막대한 신력에 상대의 방패가 움푹움푹 패여 들어가지만 상대 역시 만만치 않다.

“크오오오오오오오!”

광기 어린 포효를 뿜어내며 발자크의 크롬휘어를 막아내는 한편 저돌적인 몸통 박치기를 시도하는 트롤의 영웅 키르할.
둘이 격돌할때마다 대지가 비명을 토해내고 전광이 수십미터 단위로 튀어 올랐지만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은채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네 기술은 치고 받는게 고작인가! 인간의 전사여!]
[생명을 능멸하는데 이것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었던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광기어린 눈동자가 마주친다.

“큭큭큭큭큭큭…”
“크르르르르르…”

‘쿠콰콰콰콰쾅!’



[언제까지 도망다닐 셈인가! 인간의 마법사여!]
[어리석구나 트롤의 주술사여!]

아까부터 계속해서 달아나기만 하던 유키가 멈췄다.

“뭣이?”
“내가 그냥 달아나고 있었다고 생각하나?”

아홉개의 수정구를 지닌 매우 독특한 모양의 스태프를 붕붕 돌리는 유키.

“난 말이지… 애초에 보통 인간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는 지능을 갖고 있었어.”
“그래서?”
“기연도 얻어서 이미 인간으로써의 한계조차도 넘어섰지.”
“코어웨폰을 얻지 않아도 내버려두면 대영웅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인가?”
“뭐, 모를 일이지. 하지만 갑자기 이런 물건을 얻어버렸고, 이제야 간신히 이 물건의 사용법을 알게 된거야. 그리고… 슈슈가 왜 내게 이런걸 줬는지도. 우훗…”

그녀가 방긋 웃었다.

“시간정지!”

‘철컥!’
세계가 정지했다.
광기에 젖어 알몸으로 영웅의 피를 뒤집어쓰고 키득거리는 쉘이나 미친 듯이 키르할과 치고 받고 있는 발자크나, 저쪽에서 이름 모를 트롤의 영웅과 싸우고 있는 물결의 할버드 웨이브와 그의 주인 니엘 쿠퍼 조차도 모두 정지했다.
아니 심지어 공간을 절단했으므로 이쪽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아야 할 저쪽의 벽 조차도.

‘아니, 정지한건 세계가 아니라 나.’

그녀의 발 밑에는 시간정지 마법 특유의 톱니바퀴를 닮은 독특한 마법진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래, 정지한건 나.’
‘그래, 정지한건 우리들 전부.’
‘그래… 정지한건 우리들 모두지.’

주위를 둘러싼건 수백에 달하는 카츠라 유키.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째서… 그녀가 이렇게나 많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코어웨폰의 특성은 다중캐스팅 능력. 하지만 단순히 계산지원만을 하는 물건이라면 코어 본체의 슈퍼컴퓨터에서 지원받는게 더 유리하지.’
‘하지만 그래선 의미가 없어. 그런 능력은 어느 코어웨폰이나 갖고 있는 능력.’
‘이 코어웨폰은 무척이나 특별해.’
‘이것은 모든 중력장에서 벗어나 무조건적으로 다중 캐스팅이 가능하게 하는 물건.’
‘그래… 심지어 시간의 중력장에서도 자유로운 존재.’
‘공간의 중력장에서도 자유로운 존재.’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다중으로 존재하여…’
‘다중으로 캐스팅한다.’

수백의 카츠라 유키가 일제히 비홀더즈 아이를 치켜올리며 캐스팅에 들어갔다.

“VITA MORITA AMORE!”
“VITA MORITA AMORE!”
“VITA MORITA AMORE!”
“VITA MORITA AMORE!”
“VITA MORITA AMORE!”
“VITA MORITA AMORE!”
“VITA MORITA AMORE!”

그것은 초고대 문명에도 남아있지 않은 언어.
룬어도 아니다.
그것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녀만의 암호.
하지만 발동되는 마법은 하나다.

‘9서클 메테오 스윔.’
‘우훗… 하지만 흔히 알려진 메테오 스윔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이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된 마이너 버전 매직이 아닌 오리지날 매직이니까. 후훗…’

‘철컥!’
시간의 수백의 유키에게 걸린 수백의 시간의 고리가 풀렸다.
그리고…
‘쿠콰콰콰콰콰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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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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