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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녀의 전설 - 외전 - - 2부4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50 320회 0건
창작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외전 2부 4장


『 - 사족 -

소수의 독자님들께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지난 외전 2부 3장의 조회수가, 드디어, 1,000건 아래로까지 떨어진 걸 보니..... 아무래도 조만간, 연재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마침, 이번 주말에는 멜리사편을 꼭 완결지으려다가, 분량 제한에 걸려서, 두 편으로 나누어서 올리게 되었으니.....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이 이야기를 계속 읽어오신 분으로, 읽을만 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시라면.....
이 글(2부 4장)과, 이 다음 글(2부 5장) 모두..... 추천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고정독자도 아니신 분이, 번거롭게, 두 편 모두 들어와 일부러 추천을 누르지는 않으실테니.....)

읽고 계신 분들이 몇 분이나 되시는지 파악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군요.
열 분 정도 되시거나, 어쩌면, 그 이하일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만..... 』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외전 2부 - 잊혀진 전설들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 멜리사편 : 저주받은 아이) - 4장 -


"아!"

멜리사의 새하얀 두 눈동자가 갑자기 놀라움으로 커졌다.
주위의 환상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투명한 얼음 궁전의 홀(넓고 큰 방)에서, 갑자기 야외의 드넓은 광장으로 바뀌어 버렸던 것이다.

조금전까지 있었던 듯한 얼음 궁전은..... 이제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새하얗고 네모난 넓은 돌들로 포장되어 있는 큰 광장에는..... 1,000여 명 가량의, 새하얗고 고급스런 옷차림의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궁전 안에 있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멜리사와 같은 외모 -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과 새하얀 두 눈동자, 티하나없이 새하얀 피부를 갖고 있었다.

소리도 없이, 새하얀 빛의 기둥 두개가 멜리사의 바로 앞, 광장 한편에 나타났다.

"쉿! 쉿!"

서로 주의를 주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넓은 광장이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빛의 기둥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조금전 홀 안의 옥좌에 앉아있던 황제와 황비였다.

"쥬빌리아, 엥파러 리지!" (황제 폐하, 만세!)

모든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입으로 만세를 외치며,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고개들을 들라!"

40살 정도 먹어 보이는, 잘생긴 황제가 널리 퍼지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조금전에 홀 안에서 봤던 모습보다, 어쩐지 얼굴이 많이 홀쭉해지고 창백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나지브 공작!"


"예, 폐하!"

새하얀 턱수염을 길게 기른 나이든 귀족이, 무릎꿇은 채로, 공손하게 대답했다.

"진행상황을 보고해 보시오!"

"예, 폐하!
지난 3개월간..... 25만여 명의 정규병력 전부를 국경에서 수도쪽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가장 정예인 5만 명을 가려뽑아 수도인 이곳 글레이셔시에 주둔시켰으며, 나머지 병력은 5만 명 단위로 수도 동서남북의 요새들에 주둔시켰습니다.

그들중 초급 장교 이상의 모든 지휘관들에게 복종의 매기아(마법)를 걸었으며,
적어도, 그들의 생전에는..... 우리 글레이셔 제국을 배반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1, 2레벨 이하의 매기아(마법) 능력을 가진, 일족의 아이들은 총 2,045명이었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매기아(마법)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피노피스트라(마법사 곰팡이)의 독성 발작없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들중 자질이 뛰어난 500명 - 남자아이 250명, 여자아이 250명을 골라서..... 글레이셔시 밖의, 전국에 흩어진 50채의 저택들에 나누어 보냈습니다.
저택 하나당, 모두 서로 다른 집안인 남자아이 5명, 여자아이 5명씩이..... 우리 글레이셔 일족이라는 걸 가능한 최대한 감춘 채로, 조용히 숨어서 살게 될 것입니다.
복종의 매기아(마법)가 걸린 하인 20명과 병사 50명씩을 딸려서 보냈습니다."


"수고가 많았소!"

새하얀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황제가 무릎꿇고 있는 신하들을 둘러 보았다.

"다들 잘 알다시피, 일단 감염된 피노피스트라(마법사 곰팡이)의 독성은 무려 200년 동안이나 대대로 이어지오.
이걸로, 우리 아이들과 그 후손들이..... 그 동안 버틸 준비는 모두 끝난 셈이오.

이제, 우리가 일족의 후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만이 남아 있소!
마지막으로 할 말들이 있으면, 기탄(거림낌)없이 해 보시오! 짐의 위대한 글레이셔(얼음) 일족이여!"


"폐하!"

새하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나지브 공작이 가장 먼저 말을 꺼냈다.

"부디..... 이 의식은 신과 여기 있는 귀족들에게 맡겨 주옵소서!
귀하신 폐하와 황비 마마께옵서..... 아직 3개월 가량 남아있으신 수명을 희생하신다는 것은 천만부당한 일이옵니다!"


잘생긴 새하얀 얼굴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황제가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이야말로, 황제인 짐이 꼭 해야될 일이오!
황비의 뜻도 짐과 같소."

오똑한 코가 돋보이는 새하얀 얼굴의 황비가 생긋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황비라는 분..... 어쩐지, 나하고 외모가 닮은 것 같아!
말도 안되는 생각을....."

황제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눈앞의 환상을 지켜보던 멜리사가 저도 모르게 볼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젊어 보이는 귀족 한 사람이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폐하! 이제까지는 사실 정규군 25만 명도 불필요하게 많다고 생각했었지만.....
총 인구가 1,000만에 달하는 우리 글레이셔 제국은..... 필요하면 100만 명, 아니 200만 명이라도 정규군을 보유할 능력이 있사옵니다.
이제라도 정규군 병력을 대폭 늘리시는게 어떻사옵니까?"


씁쓸한 표정으로 황제가 고개를 저었다.

"믿을 수 없는 오합지졸들을 이제와서 늘려봐야, 별 쓸모가 없을 것이오.
게다가, 복종의 매기아를 걸어 놓은 지금의 정규군 병력도..... 길어야 이삽십 년 후에는 전부 늙어서 다른 자들로 바꿔야 할 거요.
우리 아이들과 그 후손들이 계속 관리하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병력을 늘리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오."


또다른 귀족의 질문이 이어졌다.

"황공한 말씀이오나..... 수도에 머무르게 될 1,500명 가량의 아이들은 정규군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겠지만.....
전국으로 흩어보낸 500여 명은 너무 위험한 지경에 있게 되는게 아닌가 싶사옵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는지요?"


"휴우우....."

나직한 소리로, 황제가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수도에 머무를 아이들보다, 흩어져서 숨어지낼 아이들과 그 후손들이..... 200년 동안 무사히 버틸 수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오.
우리들이 모두 죽고, 매기아(마법)를 사용할 수도 없는 아이들만 남았다는게 알려지면..... 아마도 사방에서 미천한 것들이 공격해 올 것이오.
우리 글레이셔 일족이 1,100년에 걸쳐서 쌓아온 부와 재물이 얼마나 막대한지..... 온 세상이 너무나 잘 알고 있소."


새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나지브 공작이 무릎꿇은 채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불길한 말씀을 드리는 것을 용서하옵소서, 폐하!
신의 어리석고 얕은 소견으로는..... 양쪽 모두, 매기아(마법)도 없이 200년이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사옵니다.
우리 글레이셔(얼음) 일족은.....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미천한 일반인들은 죽어버리는, 우월하고 두려운 "죽음을 부르는 자들"로 자처해 왔사옵니다.

그 덕분에..... 그리고, 강력한 매기아(마법) 능력 앞에, 무려 1,000년이 넘도록 아무도 우리 일족에게 반항하지 못했지만.....

그 때문에..... 우리의 아이들과 자손들은 박해와 멸시를 받고, 아마도 비참한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옵니다.
아무런 힘도 없는 데다가,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자들로 말씀이옵니다."


역시나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황제가 대답했다.

"모든 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댓가를 치뤄야 하게 마련이오.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뿐이오.
설사, 얼마 안되는 일부 후손들만이 겨우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이제부터 우리가 하려는 이 의식이 성공한다면..... 우리 위대한 글레이셔 일족은 언젠가, 지금의 힘과 영광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오!"


젊은 귀족 한 사람이 머뭇거리는 태도로 물어왔다.

"황공하오나..... 폐하!
아무리 우리 후손들중 한 명에게 물려주는 거라고 해도..... 1,000여 명의 힘을 한 사람에게 준다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우려되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나 후손들중 누군가가 힘이 숨겨진 위치를 누설할 경우..... 엉뚱한 미천한 것이 힘을 가로챌 위험도 있지 않나 싶사옵니다만....."


황제와 몇몇 나이든 귀족들이 고개를 저었다.

"유감이지만..... 1000명의 힘을 한 사람에게 모아주는 방법은 없소!
우리의 후손들중 한 사람이 받게 될 힘은..... 우리중 가장 강한 자 정도.....
아마도, 짐이나 나지브 공작, 혹은 다른 귀족들중 한 사람 정도가 될 뿐이오!"


"예? 그렇다면 어째서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아직도 각각 몇달씩은 더 남은 수명을 희생해야 하옵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젊은 귀족에게, 황제의 설명이 이어졌다.

"바로..... 경이 지적한 그런 문제 때문이오.

지금부터 행할 마그나 헤리티지(위대한 유산) 의식은.....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매기아(마법) 지식을 모아서, 하쏘 지방의 어느 수정동굴 안에 숨겨져 있는, 한 개의 수정조각으로 보내게 될 것이오.

그 수정조각을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십중팔구, 매기아러(마법사)도 아닐, 우리 일족의 후손은..... 가장 강력한 매기아러가 되기에 충분한 힘과 지식과 권능을 얻게 되겠지만.....

오직, 우리 일족의 특성을 갖고 있는 후손들만이...... 봉인을 뚫고 들어가 그러한 힘과 지식과 권능을 손에 넣을 수 있소.
또한, 설사 우리 일족의 후손이라도..... 피노피스트라가 힘을 잃을 때까지, 앞으로 200년 동안은 절대로 그 봉인을 뚫을 수 없소.

그런 복잡하고도 강력한 봉인을 만들고, 봉인과 수정조각의 권능을 적어도 몇백 년간 유지시키는데는.....
최소한 1,000명의 고위 매기아러(마법사)들의 남은 생명력과 마력 전부가 필요하오."

수긍한 표정으로 젊은 귀족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이제..... 의식을 시작할 시간이오!"

황제의 말에..... 황비를 포함한 1,000여 명의 새하얀 사람들 - 글레이셔(얼음) 일족의 자들이 황제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섰다.

오른손에 든 수정구슬 지팡이를 높이 쳐든, 황제가 널리 퍼지는 웅장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된 긴 주문이 끝도 없이 계속 이어졌다.
주위에 몰려선 자들도 수정구슬 지팡이로 황제를 가리킨 채로, 뭔가 같은 말의 주문을 반복해서 계속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치 황제에게 힘을 보태는 듯한 모습이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악!"

1,000여 명의 사람들과 그 중심에 선 황제가 들고 있는 지팡이의 수정구슬들이 일제히 새하얀 빛을 발하며 눈부시게 빛났다.


"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온 너무나 강한 빛에, 멜리사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


다시 눈을 뜨자..... 사방이 잘해야 6헥사(약 3미터)도 채 안될, 조그만 빈 공간 안에 혼자서 있었다.
회색으로 된 주변의 바위벽에서는 투명한 수정조각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멜리사가 지난 몇달간 괴물들과 함께 지내온 수정동굴 안쪽 끝의 큰 바위 뒤에..... 이런 작은 공간이 숨겨져 있었던 듯 했다.

발밑의 바닥에는, 6토르(약 30센치) 정도 높이의, 크고 투명한 수정조각이 등잔불처럼 새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고,
다시 그 옆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투명한 수정구슬이 달린, 길고 새하얀 지팡이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역시, 조금전에 본 모습들은..... 전부 환상이었나?
이 빛나는 수정조각이, 조금전에 엥파러(황제)께서 말씀하신 그 수정조각인가?
모든 매기아(마법) 지식이 모인다는....."

"꿀꺽!"

긴장해서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알몸의 멜리사가 수정조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눈처럼 새하얀 두 손을 천천히 뻗어서, 감싸쥐듯 수정조각의 양옆에 두 손바닥을 댔다.

[이제야 왔는가?
일족의 후손이여!]

"아!"

멜리사의 빨갛고 조그만 입술이 놀라움으로 절로 벌어졌다.
또다시 머리속으로 바로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
귀로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조금전의 환상들 속에서 들었던 황제의 목소리였다.

[짐은 글레이셔(얼음) 제국의 마지막 황제 비투스 12세..... 정확히는, 짐이 남긴 의지의 한 조각이로다.
지금은 마그나 매기아(위대한 마법)력 몇 년인가?]


"예?"

여전히 수정조각을 두 손으로 감싸쥔 채로, 멜리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그나 매기아라는 연도는 몰라요.
지금은 네오 이브라(새로운 시대)력 506년이어요."


[네오 이브라....!]

머리속에 말을 걸어오던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짐의 글레이셔 제국이 멸망한 후, 최소한 500년이 넘었다는 얘기로군.
다른 우리 일족의 후손들은 어디 있는가?]

"예? 저와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물으시는 거라면..... 저 혼자 뿐이어요!
저는 고아로 버려졌고, 이제껏 단 한번도 저와 외모가 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요!"

[.....]

잠시동안 아무 대답도 없었으나, 두 손으로 감싸쥐고 있는 수정조각을 통해 멜리사는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크나큰 분노와..... 죽음보다도 절망적인 좌절감, 그리고,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고통스런 감정을.....

[그대는..... 멜랑게르로군!]


어쩐지 힘없이 들리는 듯한 목소리에, 멜리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 멜랑게르(뒤섞임)요?"


[우리 글레이셔(얼음) 일족은..... 눈처럼 새하얀 외모와 낮은 체온 등의 체질로, 미천한 일반인들과 구별되노라.
이러한 일족의 특성은, 같은 글레이셔 일족끼리 결혼해야만 후손들에게 이어지며.....
우리 일족과 일반인이 결혼할 경우..... 거의 틀림없이, 일족의 특성을 잃어버린, 일반인 아이가 태어나게 되는도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조상중의 누군가가 글레이셔 일족일 때, 일반인들 부모에게서 우리 일족의 특성을 가진 아이가 갑자기 태어나는 경우도 있도다.]


멜리사의 새하얀 두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러면..... 저는....."


[그래! 그런 아이를 멜랑게르라고 하노라.
그대는 틀림없이..... 일반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멜랑게르일 것이로다.
글레이셔 일족의 부모들이었다면 아이를 버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로다.

그대가 조금전 본 환상들은..... 적어도 500년전, 매기아러(마법사)들이 세상을 지배했던 시절.....
매기아러들의 5대 제국과 7개 왕국들중에서도 가장 강했던, 글레이셔(얼음) 제국의 마지막 모습이었노라.

짐이 원하는 바는..... 짐이 남긴 마지막 의지는, 우리 글레이셔 일족의 후손들에게 우리가 가졌던 힘과 지식과 권능을 넘겨주어 위대한 글레이셔 제국을 부활시키는 것이로다.
받아들이겠는가? 일족의 피가 흐르는 자여!]


"하...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고아 계집애에 불과해요!
제국의 부활같은..... 큰 일을 맡을 능력도, 자신도 없어요!"


머리속에 바로 말을 걸어오던, 황제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매기아(마법)를 사용하면 발작하는 피노피스트라의 독성은 대대로 이어지지만, 감염된지 200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런데, 최소한 500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야..... 그것도 아무 것도 모르는, 멜랑게르인 아이가 혼자서 우연히 봉인을 뚫고 찾아왔다는 얘기는.....

일족의 순수한 혈통을 지키면서 살아남도록 준비시켰던, 2,000여 명의 아이들과 그 후손들은..... 모두 전멸했다는 의미로다.

아무리 강력한 매기아(마법)라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으니,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는 없도다.
일족의 힘과 지식과 권능을 받아들여라! 일족의 피가 흐르는 아이여!

다만, 그대는 순수한 혈통이 아니라 멜랑게르이니..... 아마도, 주어진 힘을 제대로 다 사용할 수 없을 것이로다.
멜랑게르들은 대체로, 외모만 우리 일족일 뿐..... 매기아(마법)에 대한 재능이 크게 떨어지노라.]


태연한 음성이었지만, 그 음성 한편에서 느껴지는 무척이나 슬픈 감정에, 멜리사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폐하!
1,000명이 넘는 분들이 아직 남아있던 수명을 희생하시고, 500년이 넘게 기다리셨는데..... 이렇게....."

새하얀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 새하얀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착한 아이로구나, 그대는!
그대의 잘못이 아니니..... 미안해하거나 슬퍼할 일은 아니로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
우리 위대한 글레이셔 제국은 1,000년이 넘게, 가장 강력한 제국으로서 세상을 지배해왔고,
이제 이렇게 끝난다면..... 그것 또한 운명이로다!]


"죄송합니다, 폐하!
저는..... 꼭 복수하고 싶은 자들이 있어요!
그런 일에 힘을 사용해도 될까요?"


[마음먹은 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힘이라고 불릴 수 없으리로다.
다만, 매기아(마법)란..... 지식과 마나(에너지)만 갖는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로다.
힘을 받아들인다면, 짐이 그대의 몸을 90일간 차지하고, 그대의 몸을 대신 사용해서 매기아를 가르쳐 주게 될 것이로다.]


혹시나 몸을 영원히 빼앗기는 건 아닐까 싶은 불안감이 문득 멜리사의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복수만 할 수 있다면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폐하!
어떻게 하면 되죠?"


[소리내어 말하라!
받아들인다 라고.....]


알몸으로 무릎꿇고, 바닥에 놓여진 큰 수정조각을 두 손으로 감싸쥔 채, 멜리사는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하지만 분명하게 외쳤다.

"받아.. 들인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갑자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새하얀 빛이 수정조각으로부터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두 손을 타고 몸안으로 흘러들어와, 순식간에 몸전체를 차지해 버렸다.
온몸이 꽁꽁 얼어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온몸이 얼어붙으면서, 몸안에서부터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스런 느낌에..... 멜리사가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 있는 수정조각의 모습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마치 안개처럼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새하얀 두 팔이, 누군가 들어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천천히 위를 향해 올라갔다.
양팔을 위로 높이 쳐든 자세로, 천천히..... 멜리사의 새하얀 알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별로 높지 않은 바위 천장에 두 손이 닿을까 싶을 정도까지 떠오른, 멜리사의 알몸이 새하얀 빛으로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아름답게까지 보이는 광경이었으나, 이 순간 멜리사에게 느껴지는 것은 온몸이 부서져나가는 듯한 고통뿐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멜리사의 고통스런 비명소리가 바위동굴 안에 숨겨진 좁은 공간 안에서 메아리쳤다.
멜리사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던 새하얀 빛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강해지면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하게 빛을 발했다.

.....

어느샌가 폭발적으로 빛나던 새하얀 빛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정신을 잃은 듯, 고개를 숙이고, 두 팔도 아래쪽으로 축 늘어뜨린 채로, 멜리사의 새하얀 알몸이 천천히 동굴 바닥으로 내려왔다.

반짝..... 새하얀 두 눈동자가 떠졌다.
오만함과 자신감..... 동시에 광기에 가까울 정도의 잔인함으로 가득찬,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였다.

"휘리릭!"

알몸인 멜리사가 새하얀 오른손을 뻗자, 바닥에 놓여있던 수정구슬 지팡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날아와 손에 쥐어졌다.

"이 몸 꽤 쓸만하군!
기뻐하라, 일족의 후손이여!
그대는 멜랑게르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순수한 글레이셔(얼음) 일족 이상의 몸을 갖고 있었도다!

500년의 세월을 넘어서, 짐의 글레이셔 제국이 부활할 때가 왔노라!
하핫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약간 높고 부드러운 멜리사의 목소리 그대로였으나..... 다정다감하고, 상냥하고, 어리광부리는 듯한 느낌의, 멜리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쳐질 정도의 잔인함과..... 자신과 일족외에는 벌레처럼 하찮게 여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 오만함이 배어 있는..... 그런 느낌의 목소리였다.


[아아아아아.....]

자신의 몸안, 의식의 한쪽에 갇혀버린 멜리사가 겁먹은 소리를 냈다.
아니, 소리를 내려고 생각했을 뿐..... 입밖으로는 아무 소리도 새나오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몸이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움직이는 것을, 그냥 바라볼 수 있을 뿐이었다.

[동굴 안쪽끝 바위 뒤의 빈 방 안에 갇혀 있잖아요!
밖으로 어떻게 나가죠, 폐하?]

자신의 몸속에 갇혀있는 멜리사가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에게 물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생각으로 물을 수 있을 뿐이었지만, 멜리사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는 들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씨이익!"

작고 붉은 입술이 일그러지며 오만한 미소를 머금었다.
멜리사가 - 아니, 멜리사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가 오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부숴버리고 나가야지!
글레이셔 데바스티온!" (얼음의 파괴)


[아!]

의식 한쪽에 갇힌 멜리사가 저도 모르게 놀라는 소리를 냈다.
물론, 역시 머리속에서 맴도는 소리일 뿐이었지만.....


황제의 주문과 함께, 몸안에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차가운 기운이 복잡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자신의 몸속과, 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의 수정구슬 주위에 새하얀 빛줄기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보였다.
하얀 빛줄기의 원 안에 복잡한 무늬들이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며 얽혔다.
이어, 수정구슬 앞에 새하얗고 조그만 빛의 공이 만들어지더니, 눈앞의 바위벽을 향해 날아갔다.

"파아아악!
찌지지지지지지지직!"

말그대로 마법처럼, 검은 바위벽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빛의 공을 맞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온통 거미줄 모양으로 쩍쩍 금이 가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파사사사사사사사사삭!"

마치 망치로 두들겨 맞은 과자라도 되는 것처럼, 하얗게 변해버린 바위벽 한쪽이 부서져 내려앉으며, 몇 사람 정도는 쉽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큰 구멍이 뻥 뚫렸다.


[이것이..... 매기아(마법)라는 거로군요!]

자신의 몸속에 갇힌 채 지켜보던, 멜리사가 감탄의 소리를..... 아니, 생각을 했다.


"하핫하하!
이것이 매기아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로다!

이 세상의 만물은 물, 불, 바람, 흙의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노라.
매기아러(마법사)는 이 네 가지 원소의 힘을..... 하나의 점에 끌어모아 사용하는 존재로다.
그러러면, 자신의 몸안에 있는 마나(에너지)를 먼저 움직여서, 주위의 원소들의 힘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겨야 하노라.

일반적인 방법은..... 복잡하고 긴 주문을 외면서, 정해진 순서와 규칙에 따라 몸안의 마나를 움직여서,
주위의 원소들의 힘을 붙잡아, 원하는 형태로 끌어들이는 것이로다."


[하지만.....]


"그렇도다! 어떤 원소의 힘을, 어떤 형태로, 얼마나 끌어들일지 이미 잘 알고 있다면, 구태여 긴 주문을 외울 필요가 없도다!
항상 우리 주위에 넘치는 네 가지 원소의 힘의 바로 끌어다 사용하면 되는 것이로다.

원하는 결과를 크게 외쳐서, 힘을 순간적으로 집중시키면서.....

익숙해진 매기아(마법)를 쓸 때, 긴 주문을 외울 필요가 없는 건, 모든 매기아러(마법사)들이 마찬가지지만.....

우리 글레이셔(얼음) 일족은 물의 원소의 힘..... 특히, 물의 차가운 속성인 글레이셔(얼음)의 힘을 사용하는데 탁월한 능력과 소질을 갖노라.
남들보다 훨씬 쉽게 글레이셔 매기아를 익힐 수 있으며, 그 위력도 비교가 안될 만큼 더 강하노라."


조금전에 수정조각을 잡고 "받아들인다!" 라고 외쳤을 때, 머리속으로 이미 들어온 방대한 지식의 일부였다.
그러나, 황제의 설명을 직접 들으니..... 복잡하게 얽힌 채, 뿔뿔이 흩어져 있던 지식이, 명확하게 이해와 정리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 일족이라고 해도..... 바위를 박살낼 정도의 힘을 사용할 때는, 자기 자신도 다칠 수 있지 않나요?]


멜리사의 - 아니, 지금은 황제가 차지하고 있는, 새하얗고 아름다운 얼굴이 "우리 일족"이라는 말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핫! 조금전까지 매기아(마법)가 뭔지도 몰랐던 아이가..... 제법이로구나!
그대의 말이 참으로 옳도다!

아무리 강력하고 대단한 매기아라고 해도, 자신이 다쳐서야 별 의미가 없노라.
뛰어난 매기아러(마법사)는 항상 자기 자신의 주위를 보호하는 매기아(마법)를 걸어 놓는도다.

한때는, 가까운 거리에서 싸우면, 매기아러(마법사)보다 전사가 더 유리하다고 했던 적도 있었노라.
그러나, 바레라라고 불리는 방어막 매기아가 만들어지면서..... 매기아러들이 압도적인 우위에 서기 시작했도다.
바레라는 악의적인 모든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주지만, 큰 힘앞에서는 깨져버리는 약점이 있어서..... 더 강한 바레라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노라.

앞으로, 그대도 이름만 요란한, 여러가지 강화된 바레라(방어막)들을 종종 마주치게 될 것이로다.

하지만, 명심해라!
이것이야말로..... 우리 글레이셔 일족이 만들어낸 최강이자, 궁극의 바레라로다!"

멜리사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가 수정구슬 지팡이를 위로 높이 쳐들었다.

"아크 바레라!" (상위 방어막)

조금전의 글레이셔 데바스티온(얼음의 파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복잡한, 동그랗고 새하얀 빛의 무늬들이..... 멜리사의 몸속과 몸 주위 바깥, 그리고 수정구슬의 주위에 몇 겹씩 겹쳐지며 만들어졌다.


[아크 바레라.....!]


"그래! 설사 드래곤이 밟아도 부서지지 않노라!"

아크 바레라 주문을 외운 황제가 멜리사의 알몸을 자기 몸처럼 움직여서 걷기 시작했다.
바위벽에 뚫린 구멍으로 빠져나가, 수정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아! 윙디고들! 윙디고들이 어기 갔지?
어서 구해주셔요, 폐하!
다 죽어가던 저를 구해줬던 괴물들이어요!]

멜리사가 지난 몇달간 털복숭이 괴물 윙디고들과 함께 지냈으며, 조금전에는 사냥꾼들이 밖에서 피워댄 하얀 연기로 꽉 찼었던 수정동굴 안은..... 지금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악! 안돼! 안돼!]

동굴 밖으로 나오자, 눈앞에 드러난 모습에..... 자신의 몸안에 갇힌 멜리사가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질러댔다.

사람 모양의 일곱 개의 빨간 고깃덩어리들이..... 동굴밖의 눈덮힌 바닥 위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새하얀 털가죽들이 전부 벗겨져 정육점에 매달린 고깃덩어리들같은 모습이었다.
주변의 눈덮힌 땅바닥이 온통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컹컹컹! 컹컹! 컹컹컹!"

가죽이 벗겨진 윙디고들의 고깃덩어리들을 깨물며 장난치던 네댓 마리의 개들이 멜리사를 보고 짖어댔다.

"응? 저것 좀 봐!
왠 발가벗은 년이 서 있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윙디고들의 하얀 털가죽들을 다듬고 있던, 십여 명의 사람들이 놀란 표정들을 지었다.
두꺼운 갈색 털가죽옷들을 입고, 허리에는 긴 칼을, 등에는 활과 화살통을 메고 있는 사냥꾼들이었다.

"휘이이익!"

사냥꾼들중 한 명이 손가락을 입에 물고 큰 휘파람 소리를 내며, 알몸의 멜리사를 향해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그대를 구해준 괴물들을..... 이 미천한 것들이 감히 죽였단 말이지?"

멜리사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가 오른손에 든 수정구슬 지팡이를 사냥꾼들 쪽으로 기울였다.


[잠... 잠시만요!]


"글레이셔 토멘토!" (얼음의 폭풍)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

"깽! 깨개갱! 깽깽깽! ....."

갑자기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보라가..... 멜리사의 몸을 제외한 주위의 모든 것을 덮어 버렸다.
사냥꾼들과 개들이 비명을 질렀으나, 눈을 두세 번 깜빡일 정도(2, 3초)도 채 이어지지 못했다.
순식간에 몸전체가 얇은 얼음으로 뒤덮이면서, 숨이 끊어져버린 시체들이 바닥에 쓰러져 뒹굴었다.


[아아아아아악! 아아! 아아아! 무... 무슨 짓이셔요, 폐하?
사람들을 열 명이나 죽이시다니,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작고 붉은 입술이 열리며, 높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대답했다.

"복수를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었나? 일족의 아이여!"


[이 사람들이 아니어요! 흐흑흑!
이 사람들이 아니어요! 흐흑흑흑흑!
어떻게 해요! 어떻해! 흑흑흑!]

의식의 한편에 갇힌 멜리사가 들리지 않는 울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그대를 구해준 괴물들을 죽인 놈들이 아닌가?"


황제의 말에, 멜리사의 들리지 않는 울음이 더욱 심해졌다.

[윙디고들이..... 전부 죽어 버렸어요! 흐흑흑흑흑흑!
엉엉! 다 죽어가던 저를 구해주고, 보살펴준 고마운 괴물들이었는데..... 흑흑흑흑흑!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죽이시다니..... 흑흑!
이러시면, 어떻게 해요, 폐하! 흐흑흑흑흑흑!]


지금은 황제가 차지하고 있는, 멜리사의 새하얀 알몸이 양쪽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복수는 해야 하는 거지!
이제부터 해야할, 더 큰 복수가 남아있을텐데....."


[흐흑흑흑흑흑흑! 제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이..... 아니, 괴물들이 또 죽었어요!
또, 저 때문인 건가요? 흑흑흑!
왜 다들 자꾸만 죽어버리는 거죠? 흐흑흑흑흑!]


높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멜리사를 달래듯 속삭였다.

"그만 가자, 일족의 후손..... 멜리사여!
짐이 함께 해줄 수 있는 90일은..... 사실 별로 긴 시간이 아니로다!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도다!"


[잠시만요, 폐하! 흐흑!
제발..... 여기 이 윙디고들의 시체라도 잘 묻어주고 가주셔요! 흐으윽! 흑흑!"


"어렵지 않은 일이로다!"

새하얀 오른손에 든 수정구슬 지팡이가 가죽이 벗겨진 윙디고들의 시체들쪽을 향했다.

"이무베아!" (순간이동)

윙디고들의 시체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이어, 얼음에 덮힌 채 숨져있는 사냥꾼들 옆에 쌓인, 새하얀 털가죽들을 향해 다시 주문을 외웠다.

"이무베아!"

털가죽들의 모습도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황제가 설명해주진 않았지만, 멜리사는 느낄 수 있었다.
윙디고들의 시체와 털가죽들이, 지난 몇달간 멜리사와 윙디고들이 함께 지냈던 동굴 안으로 이동되었다는 것을.....

"글레이셔 데바스티온!" (얼음의 파괴)

아까 동굴 안에서보다 훨씬 큰, 6토르(약 30센치) 정도 크기의 새하얀 빛의 공이 만들어지더니, 동굴 입구의 위쪽을 향해 날아갔다.

"찌지지지지지지지직!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 콰콰콰콰콰콰콰쾅!"

동굴이 자리잡은 바위 언덕 위쪽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온통 금이 가더니, 무너져내리며, 동굴 입구를 막아서 덮어 버렸다.


[미안해, 윙디고들아! 흐흑흑흑흑!
정말 미안해! 흐흑흑! 미안해서 어떻게 해! 흐윽! 엉엉엉엉!"


달래듯 높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멜리사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가 말을 꺼냈다.

"이제 가야할 때로다!
그대가 원하는 복수를 할 시간이로다!"


[예, 폐하! 흐흑흑!]


"트랜스포라!" (장거리 이동)

수정구슬 지팡이를 들고 있는 오른손을 위로 높이 쳐들자, 새하얀 빛의 기둥이 발밑에서부터 솟아올라 멜리사의 알몸을 감쌌다.


........................................................................................................................


[아! 아아아아.....]

자신의 몸속, 의식의 한편에 갇혀있는, 멜리사가 놀람과 두려움으로 떨었다.

새하얀 빛의 기둥이 사라지자, 어느새 거대한 5층 저택의 담장 앞에 서있었던 것이다.
멜리사로서는 숱한 끔찍한 기억들이 있는..... 롱퀴스트 반 하쏘 전 자작의 저택이었다.


붉은 입술이 조금 열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겁먹지 마라, 멜리사!
이제 두려워해야 할 것은..... 그대가 아니라 저 미천한 것들이로다!"


[무서워요, 폐하! 너무..... 무서워요!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자신의 몸속에 갇힌 채인, 멜리사가 겁을 먹고 벌벌 떨었다.


그러나, 황제가 차지하고 있는 멜리사의 새하얀 알몸은, 입가에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저택의 정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누구냐?"

"아니, 저년은?"

저택 정문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경비병들이 허리에 차고 있는 칼자루에 손을 대며 소리를 질렀다.

"글레이셔 란자!" (얼음의 창)

"글레이셔 란자!"

"퍼어억!"

"퍼억!"

가볍게 주문을 두 번 외치자, 두 경비병 모두 잠잠해져 버렸다.
수정구슬 끝에서 만들어진, 1헥사(약 50센치) 길이의, 고드름처럼 끝이 뾰족한 얼음의 창들이 연속으로 날아가..... 눈깜짝할 사이에 수박이라도 쪼개듯 경비병들의 머리를 박살내 버렸던 것이다.


[아아! 아아아아아아.....]

끔찍한 광경을 본 멜리사가 겁에 질린 소리를 내려 했지만, 역시나 머리속에서 맴도는 소리일 뿐, 밖으로 새나오지는 않았다.


"끼이이이익!"

넓은 철제 대문을 밀어서 열고, 눈덮인 정원으로 들어섰다.

"컹! 컹컹! 컹컹컹!"

짖는 소리와 함께 항상 저택을 지키는 8마리의 덩치 큰 검정개들이 달려들었다.

"글레이셔 토멘토!" (얼음의 폭풍)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깨앵! 깽! 깽! 깽! ....."

순식간에 얇은 얼음이 덮힌 채 죽어버린 개들의 시체 사이로, 수정구슬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는 멜리사의 새하얀 알몸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글레이셔 해머!" (얼음의 망치)

"우지끈! 콰콰콰콰콰콰콰쾅!"

사람의 몸통만한 큰 얼음 덩어리가 만들어져 날아가더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저택 건물의 나무 현관문이 박살나며 넘어가 버렸다.

"뭐야?"

"무슨 소리야?"

"글레이셔 란자!" (얼음의 창)

"퍼억!"

"글레이셔 란자!"

"퍼억!"

"글레이셔 란자!"

"퍼억!"

.....

가볍게 주문을 한번씩 외칠 때마다, 얼음의 창이 날아가, 장난처럼 손쉽게 사람 한 명씩의 목숨을 빼앗아 버렸다.


[아아아! 아아아아아악! 폐하! 멈추셔요! 멈춰 주셔요!
안돼요! 안돼요오오오오오!]

너무나 쉽게 사람들을 죽여 버리는 모습에, 겁에 질린 멜리사가 자신의 몸속에서 비명을 질러댔으나.....
황제가 차지하고 있는 멜리사의 몸은 태연한 표정으로 저택 안을 걸으며..... 사람의 그림자가 보일 때마다 주문을 외쳤다.
남자도, 여자도, 늙은이도, 아이도..... 파리채로 파리라도 잡는 것처럼 아무 망설임이 없었다.


"이야아아아아앗!"

"죽어라!"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 앞까지 왔을 때, 층계 뒤에서 두 명의 병사들이 갑자기 뛰어나와 긴 칼을 휘둘러댔다.

그러나.....

"차캉! 차카캉! 차카캉! 차캉!"

눈에 보이지 않는 아크 바레라(상위 방어막)의 투명한 막이 두 사람의 칼날들을 가볍게 튕겨내 버렸다.

"글레이셔 란자!" (얼음의 창)

"퍽석!"

"글레이셔 란자!"

"퍼어억!"

머리가 박살나 날아버리다시피 한, 두 사람의 시체가 엑스자 모양으로 겹쳐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망설임없이 두 사람의 시체를 발로 밟고 넘어가, 층계를 오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맨발로 시체를 밟는 끔찍한 느낌에, 자신의 몸속에 갇혀 있는 멜리사가 기절할 듯 놀라며,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질러댔다.

[폐하! 폐하! 복수 안 할래요! 흑흑흑!
흐흑흑흑흑! 제발 멈춰 주셔요! 흐으윽! 허엉!
그만 멈추셔요, 폐하! 흐흑흑흑흑!]


여전히 망설임없는 걸음으로 층계를 오르며, 황제가 차지하고 있는 멜리사의 몸이 높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멈춘다고? 고아원의 데보라를 강간하고, 배에 칼을 박아서 죽인 놈이 아직도 살아 있을텐데?
마차에 치여서 죽을 때, 빵집 주인 레기날드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일주일 동안이나 끔찍한 일을 당한 끝에, 몸을 가위로 잘리고 불인두로 지져지던 고통을 그대는 잊었는가?

그대는..... 그것들을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황제는 멜리사의 몸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기억들까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듯 했다.


[그... 그건..... 하지만..... 흐으윽! 흑흑!]


"뭐야? 왜 이렇게 밖이 시끄러워?""

건들거리는 말투와 함께, 왼쪽 볼에 칼자국같은 흉터가 있는 하인이 눈앞에서 불쑥 방문을 열고 나타났다.

"글레이셔 란자!"

"퍼어억!"

"끄아아아아악!"

날아간 얼음의 창이 이제까지처럼 머리를 박살내는 대신, 왼쪽 발목을 박살내서 날려 버렸다.

"끄아아아악! 아악! 아아아아악!"

바닥에 넘어져서 고통스럽게 몸을 뒤트는, 갈색 하인 복장의 남자를, 꿈틀거리는 벌레를 보듯 내려다 보며, 차갑고 높은 목소리가 물었다.

"이놈이 데보라와 레기날드를 죽인, 강도 출신의 하인 바첼이란 놈이 맞냐, 멜리사?"


[맞아요, 폐하!]

의식의 한편에 갇힌 채인 멜리사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겁에 질린 목소리라야, 멜리사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의 귀에만 들릴 뿐이었지만.....


"글레이셔 란자! 글레이셔 란자! 글레이셔 란자!"

"퍼억! 퍽썩! 퍽석!"

"끄아아아아악! 살려 주셔요! 살려 주십시오, 멜리사님!
잘못 했습니다! 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파리를 붙잡고 날개와 다리를 하나씩 뜯어내듯..... 얼음의 창을 연거푸 날려, 쓰러져서 버둥거리는 바첼의 오른쪽 발목과 양손목을 차례로 박살내 버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핫! 미천한 것아!
좀더 비명소리를 질러서, 이 몸의 주인을 기쁘게 해라!"

하지만, 멜리사로서는 원수를 갚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기쁘기는 커녕, 무섭고, 끔찍하고, 겁이 나기만 했다.
눈앞의 처참한 모습에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지만.....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가 쳐다보는 대로, 악몽을 꾸고 있는 것처럼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글레이셔 란자! 글레이셔 란자!"

"퍼억! 퍼억!"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끄으으으으으으! 끄르르르르르르르!"

얼음의 창 두 개를 더 날려..... 첫번째로는 바첼의 성기를 박살내 버리고, 두번째 얼음의 창은 성기 조금 위쪽의 아랫배 깊숙히 박아 넣었다.
입에서 피거품을 뿜으며, 핀이 박힌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바첼을 놔두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폐하! 저대로 놔두고 가실 건가요?]


"씨이이이익!"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새하얗고 아름다운 얼굴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완전히 죽이지 않아서 서운한가? 일족의 후손이여!"


[그..... 그게.....]

머뭇거리는 멜리사에게, 부드러운 높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안심하라! 창자들을 확실하게 터뜨려 버렸노라!
벌레처럼 버르적거리면서, 천천히, 아주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로다!
하핫하하하하하하!"

사실, 멜리사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너무 고통스러워 보이니, 고통을 덜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복수를 원했던 멜리사였지만..... 눈앞에서 전개되는 모습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잔혹하고 끔찍했다.

바첼의 비명소리를 듣고, 2층 복도 여기저기서 방문들이 열리며, 긴 칼을 빼든 병사들과 남자 하인들이 튀어 나왔다.
알몸으로 수정구슬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는 멜리사의 모습을 보고, 놀란 소리를 지르며 칼들을 휘둘러댔으나, 역시 아크 바레라(상위 방어막)를 뚫을 수 없었다.

"글레이셔 토멘토!" (얼음의 폭풍)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

청소라도 하듯, 차가운 눈보라가 2층 복도를 훑고 지나가면서, 적어도 삼, 사십 명의 사람들을 순식간에 얼려서 죽여 버렸다.
태연한, 아니 오히려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멜리사의 알몸이 2층 복도를 걸어갔다.
얼음으로 뒤덮힌 시체들이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여기가 스테이시란 년의 방인가?"

역시나, 멜리사의 기억을 읽고 있는 듯, 멜리사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가 스테이시 전 자작부인의 방앞에 멈춰섰다.
8명의 호위병사들이..... 방문 주위를 지키고 서 있던 모습 그대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얼어죽어 있었다.

"딸카닥!"

얼음으로 덮힌 문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자.....

"이야아아아아앗!"

"차카캉! 차캉! 차캉!"

"이얏! 이야아아앗!"

"차캉! 차카캉!"

문이 열리자마자,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갈색머리의 뚱뚱한 남자가 긴 칼을 연거푸 휘두르며, 기습 공격을 해왔다.
고급스런 파란 실내 가운을 입고 있는 남자는, 멜리사가 저택에 머무르는 동안 몇 번인가 얼핏 본 적이 있는 모습이었다.
롱퀴스트 반 하쏘 전 자작의 아들 리토 반 하쏘였다.
지금은 리토 자작..... 아니, 역시 아크 바레라(상위 방어막)를 뚫지 못했으니, 곧, 고(故) 리토 자작이 되겠지만.....

"챙그랑!"

포기했는지 긴 칼을 바닥에 내던져버린, 리토 자작이 뚱뚱한 얼굴에 식은 땀을 흘리며, 필사적인 말투로 말을 꺼냈다.

"아아! 멜리사로구나!
나는, 다른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가 쳐들어온 줄 알았어!
칼을 휘둘러서..... 정말 미안하다!
내 아버님은 항상 너를 무척 귀여워해 주셨지!

나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 제발 살려다오!
원수를 갚으러 왔니?
스테이시 년은 저기 있어!"

살찐 검지 손가락이 벌벌 떨면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발가벗은 금발 여자를 가리켰다.
부친 롱퀴스트 전 자작이 죽은 후, 새어머니 스테이시 전 자작부인과, 틈나는 대로 재미를 보고 있었던 듯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작의 옆을 지나쳐 침대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리토 자작이 허둥지둥 방밖으로 도망치..... 려고 했다.

"글레이셔 란자!" (얼음의 창)

"퍼억!"

"털퍼덕!"

뒷통수에 얼음의 창을 맞고 머리가 박살나버린 자작의 뚱뚱한 몸이 방문께에 쓰러졌다.

금발에 제법 풍만한 젖가슴을 가진, 스테이시 전 자작부인은 파란 눈을 요염하게 빛내며, 알몸을 가리지도 않은 채로,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괴물 년이..... 정말 괴물이 돼서, 복수하러 왔구나!
나한테는 오히려 은혜를 갚아야 하는게 아니니, 멜리사?

네년이 좋아하는, 사내 놈들과 박는 짓거리를 원없이 마음껏 하게 해 줬잖아! 호호호호호호호호!"

겁을 먹은 하얀 알몸이 떨리고 있었지만, 스테이시 전 자작부인은 침대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성기를 드러낸 모습으로, 태연한 척 웃음을 터뜨렸다.

"휘리리릭!"

멜리사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가 왼손을 뻗자, 벽에 걸려 있던 장식용 단검이 칼집에서 빠져서, 살아 있는 것처럼 날아와 손안에 들어왔다.

"컨트리오 바디!" (신체 조종)

오른손의 수정구슬 지팡이로 스테이시 전 자작부인을 겨누며 주문을 외치자, 스테이시의 알몸이 경직되면서 움직임을 멈췄다.
멜리사가 - 아니, 황제가 단검을 내밀자, 스테이시가 기계처럼 딱딱한 동작으로 오른손을 뻗어 단검을 받아들었다.
이어 왼손으로 자신의 왼쪽 젖꼭지를 길게 잡아 당겨 늘이더니, 단검을 쥔 오른손이 젖꼭지쪽으로 향했다.

"뭐하는 거야? 멈춰! 멈춰!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

[아아아아아아아악!]

너무나도 잔혹한 광경에, 자신의 몸속에 갇힌 멜리사도, 스테이시와 함께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입으로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스테이시는 자신의 손에 든 단검으로 자신의 젖꼭지들을 차례로 잘라내 버리더니.....
왼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스스로 벌린 채, 오른손에 든 단검의 예리한 날을 성기 구멍 안에 깊숙히 집어넣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그만! 그마안! 아아아아아아악! ....."

[꺄아아악! 아악! 흐흑흑흑! 멈추셔요, 폐하! 아아아아아악!]

스테이시 전 자작부인의 끔찍한 비명소리와, 멜리사의 들리지 않는 비명소리가..... 방안과, 멜리사 자신의 머리속에서, 함께 울려 퍼졌다.

.....

최소한 큰 모래시계가 절반쯤 떨어질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약 15분), 숨이 끊어져버린 스테이시 전 자작부인의 알몸이 침대 위에 쓰러졌다.
자신의 손에 든 예리한 단검으로, 성기와 항문을 중심으로 온통 난자해서..... 하반신이 마치 잘 다져진 고깃덩어리처럼 보일 정도였다.
새하얀 색이었던, 넓은 침대 시트가 마치 원래 붉은 색이었던 것처럼,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아아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자신의 몸안, 의식의 한편에 갇힌 멜리사가 힘없는 신음소리를 냈다.
죽이고 싶었던 원수였지만..... 자기 손으로 자기 몸을 천천히 난자하며 죽어가는, 너무나도 잔혹한 광경에, 당장이라도 기절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다 끝났어요, 폐하! 흐흑흑흑! 너무 무서웠... 어요!
어엉엉엉! 흐흑흑! 흐흑흑흑흑흑흑!]

스테이시가 천천히 죽어가는 모습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새하얀 얼굴이 생긋 미소를 지었다.

"끝났다니, 멜리사? 일족의 후손이여!
이제 겨우 시작이로다!"

[예?]

"이무베아!" (순간이동)

지팡이의 수정구슬이 빛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저택 밖의 정문께에 서 있었다.

"글레이셔 데바스티온!" (얼음의 파괴)

2헥사(1미터) 가까이 되는, 크고 새하얀 빛의 공이, 높이 쳐든 지팡이의 수정구슬 끝에 맺히듯 만들어 졌다.

뭘 하려는 건지 깨달은 멜리사가 자신의 몸속에서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질러댔다.

[안돼요! 멈추셔요, 폐하! 안돼요!
제발 멈추셔요! 안돼요오오오오오오오!]

새하얀 빛의 공이 저택을 향해서 날아가더니, 거대한 5층 저택 전체가 천천히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우지끈! 우지지지지지지지지직!
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우당탕! 콰콰콰콰콰콰콰쾅!"

빛의 공을 맞은 3층께를 중심으로 저택 전체가 쩍쩍 금이 가면서 온통 갈라져 버리더니.....
마치, 악몽속의 한 장면처럼.....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물론, 안에 있는, 아직도 최소한 수백 명은 될, 살아 있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왜 전부 죽이신 거에요, 폐하? 왜요?
남자들은 저를 강간했지만, 여자들은, 아이들은..... 아무 죄도 없단 말이에요!
폐하! 흐흑흑흑흑! 어떻게 해요! 아아아아악!]

자신의 몸속에 갇힌 멜리사는 차라리 기절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의식을 잃을 수도 없었다.


"사내 놈들의 가족이나 동료들이니까.
죽어 마땅하지."

"빵에는 딸기잼을 발라 먹는게 맛있으니까." 라고 말하듯 태연한 말투로, 멜리사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황제가 대답했다.


"멜리사씨? 멜리사씨가 맞죠?
한겨울에 이렇게 알몸으로 나와서..... 춥지도 않으셔요?

어머나! 세상에! 저럴 수가! 자작님의 저택 좀 봐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혹시 알아요?"

호들갑떠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영주의 저택 앞에서 장신구 가게를 하는, 금발머리의 가게 주인 잉겔스가 서 있었다.

"네 년 가게에 새하얀 색의 옷들도 있나?"

차가운 목소리의 질문에, 잉겔스가 깜짝 놀라더니 대답했다.

"그야 물론 있죠!
어머! 젖가슴과 거기가..... 왜 그렇게 됐어요?"

"지도는?"

"파는 건 아니지만, 지도도 장식으로 가게 벽에 걸려 있어요."

"잘 쓰마!
글레이셔 란자!" (얼음의 창)

"퍼어억!"

"털퍼덕!"

머리가 날아가버린 잉겔스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폐하!
흐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
이 분은..... 이 분은..... 제게도 무척 친절한 분이셨단 말이어요! 허어엉!
몇 년전에, 제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해 주신 적도 있어요!

왜 자꾸..... 사람들을 죽이시는 거에요? 흐흑흑흑흑흑흑!
그만 하셔요, 폐하!
제발..... 이제 그만 하셔요! 흑흑! 흐흑흑흑흑흑흑흑흑]


"시끄렇게 앵앵 거리잖아."

파리 한 마리가 귀찮게 굴어서 잡았다는 듯이 태연하게 대답한, 황제가 잉겔스의 장신구 가게쪽으로 걸어갔다.

"싸구려 드레스지만..... 색깔은 괜찮군!
짐이 여자 옷을 입어 볼 줄이야....."

새하얀 드레스를 알몸 위에 걸치고, 새하얀 신발까지 찾아 신은 멜리사의 - 아니, 멜리사의 몸을 차지한 황제가 벽에 걸린 지도 앞으로 걸어갔다.

"호오! 500년이 넘었서 그런지, 역시 하쏘 지방을 제외하고는 지명(땅 이름)들이 전부 변했군!
여기가 하쏘..... 가까운 영주령들은 뮤리엘 백작령, 데스몬드 후작령, 메넬릭 백작령.....
일단, 이 정도면 되겠군!"

[예? 되다니요?]

"트랜스포라!" (장거리 이동)

주문과 함께 새하얀 빛의 기둥이 발밑에서부터 솟아올라 멜리사의 몸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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