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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0 359회 0건
초고대 문명을 기초로 제작된 새하얀 병실.
산소호흡기와 진정제로 겨우 잠들어 있는 엘리스는 그대로 잠자는 공주님.
초췌한 모습의 로이드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채 그녀의 옆을 지키고 있고 그녀의 몸에 초정밀 감정 마법을 시전하던 슈슈가 마침내 손을 뗐다.

“좀 어때?”

마찬가지로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옆을 지키고 있던 루이의 질문에 힘겹게 고개를 젓는 슈슈.

“최악이야. 정신계가 거의 함몰했어. 세상에 성 관계를 이용해서 정신제약을 거는 수법을 갖고 있는 녀석이 있었을 줄이야…”
“그렇게 지독한건가요? 누나는… 누나는 괜찮은거죠?”

다급히 매달리는 로이드.
하지만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마음 단단히 먹는게 좋을거야. 아무리 마도나 무도의 길을 걸어도 결국 정신이란 존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얻는 경험과 연륜에 의해 정련되는 것. 코어나이트의 힘을 얻었던 그녀지만 결국엔 20년 남짓 살아온 가냘픈 영혼에 불과해.”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낮다는 얘긴가?”

침통한 루이의 질문에 무겁게 끄덕이는 슈슈.
본래 잠입해 있던 쉐이드의 첩자를 처리하고 돌아오던 슈슈는 우연히 지벨룬 산에 수행 온 로이드 일행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오랜만에 엘리스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웬걸?
문을 열어보니 언데드도 인간도 아닌 존재가 그녀를 범하고 있는데 엘리스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게 아닌가?
보통 같으면 한 순간에 녀석을 날려버리고 엘리스에게서 떼어내겠지만 이미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인지라 재빨리 엘리스에게서 녀석을 떼어내는 동시에 개인 능력을 이용한(코어웨폰에서도 공간결계는 지원한다.) 초 소형 공간결계를 이용해 녀석만을 격리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미 발동한 정신공격은 지금 이 순간도 엘리스를 좀먹어 들어가고 있는데 어디까지나 물리학에서 시작해 물리학으로 끝나는 마도의 정점에 오른 슈슈로써는 엘리스에게 걸린 정신의 주박을 깨뜨릴 방법이 없었던 것.
다급히 봉인해뒀던 세바스찬을 불러내 그녀의 상태를 알아보려 했으나 어이없게도 현상계에서 격리 당한 그는 분명 어떤 물리적 간섭을 받지도 않았을텐데도 하얗게 터닝되어 사라져버렸다.

“인간의 수법은 아니니 그 재수없는 도마뱀 놈들이 한 짓이겠지. 그래도 이건 내 지식의 범위 안에서 하는 얘기야. 메인코어의 슈퍼컴퓨터라면 그녀를 치료할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아!”
“하지만 접근 권한은 네게 있어. 이것 만큼은 나도 풀 수 없으니까…”
“나와 함께 가면 되는건가?”
“응.”

힘있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뭔가 하얗고 무거운 상자 안에서 주사기를 꺼내 로이드에게 넘겨주는 슈슈.

“여기다 이렇게 찔러 넣어서 이렇게 짜넣는거야. 일단 진정제를 주사해놨으니 그럴리야 없겠지만 생명레벨3짜리 인간이라 진정제를 무시하고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땐 이걸 엘리스에게 투여하는거야. 할 수 있겠지?”
“네!”
“여자라고 쉽게 생각하지마. 저래뵈도 일단 코어나이트였던 사람이야. 원한다면 맨손으로 곰과 맞서 싸울 정도의 힘을 쓸 수도 있으니까 진정제를 놓기 어려울 것 같으면 무조건 도망쳐. 어차피 진정제를 주사하나 안하나 그녀가 망가지는 속도는 변함 없으니까… 알았지?”
“네! 그것보다 빨리!”
“가자! 루이!”

스태프를 크게 휘젓자 거대한 거울 모양의 게이트가 열리며 빨려들듯이 그 속으로 뛰어드는 슈슈와 루이.
그 동안에도 엘리스는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넌 개야! 개! 캬하하하! 어때? 좋아? 좋아?”
“네… 좋아요! 좋아요!”
“난 여다고! 널 쑤시는건 누구지?”
“네? 그건… 그건… 아아! 좋아요!”
“누구냐고!”
“네… 저를 쑤시고 있는건…”

시커먼 털이 북실북실 돋아있는 그것은…

“라이칸…슬로프…”
“키키키킥! 암캐에게 딱 어울리는 상대 아니겠어? 그렇지 엘리스? 키키키키키!”

그야말로 마귀처럼 웃어대는 로이드와 그 옆에서 로이드의 기둥을 핥아대는 슈슈.
그리고… 뒤에서 정신없이 박아대는 라이칸슬로프…
차라리 여기서 죽어버린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행복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철저히 불행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코어나이트의 기간이 있었던 그녀의 정신계는 보통 인간 보다 더 단단하게 단련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죽지 못.했.다.

“아아… 좋아요! 당신의 것은 말의 것처럼 크군요!”
“말? 말이 좋아? 키키킥… 걱정마! 그것도 준비 해줄 테니까!”

‘수겅… 수겅…’

“시원하게 쑤셔주니까 좋지?”
“아아… 좋아요!”

40센티는 넘을듯한 육봉이 들어갈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런데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지 않는다.
아니 그것보다 철저히 어둠에 물든 존재인 라이칸슬로프가 인간을 상대로 섹스를 벌이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
오크나 센터우르스면 또 몰라도 라이칸슬로프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금만 생각하면 찾아낼 수 있는 오류.
하지만 그녀는 그걸 구분해낼 능력이 없다.

“하악! 하악! 좋아요! 더! 더어어어!!”



“흐으으… 흐으으…”

두 손을 모으고 과거에 인간을 돌봐줬다는 이젠 이름조차 잊혀진 신을 부르던 로이드가 엘리스의 거친 숨결에 눈을 떴다.

“누나?”
“흐으으으… 흐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악!”

‘콰창차창!’
거칠게 휘두른 주먹에 옆에 세워놨던 약병들이 일제히 깨지며 여기저기 약품이 쏟아지고 링겔을 매달아놨던 철대가 거짓말처럼 확 휘어버렸다.

“진정…제… 진정…”
“히… 히힉! 좋아! 좋아! 이히힉!”

팔뚝에 링겔이 박힌 채로 로이드의 목을 끌어안고 광소를 터뜨리는 엘리스.
하지만 그녀의 동공에 비친 로이드와 달리 그녀의 눈에 보이는건 로이드의 친구다.

“당신을 만족하게 하면… 로이드가… 로이드가… 아아… 좋아요! 더… 더 쑤셔주세요! 아아…”
“누… 누나! 정신차려! 누나!”
-그땐 이걸 투여하는거야.-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까 슈슈가 넘겨준 주사기.
거침없이 그것을 엘리스의 팔뚝에 박아 넣는 순간…
‘우득!’
로이드의 팔뚝이 있을 수 없는 각도로 꺽였다.

“넌 로이드가 아냐!”



“결국 그대도 방법을 알지 못한단 말인가?”
-미안해요. 도움이 되지 못해서…-
“쉘은?”

메인코어로 이동하는 도중 임무 수행중인 쉘에게 연락을 보내 황실의 메인서고에 도움을 요청했던 터라 슈슈에게 물어봤지만 이미 공간왜곡을 통해 해당 서적을 넘겨받은 슈슈는 무겁게 고개를 젓고 있다.

“정신계 조작술에 관한 책은 이게 전부래. 찾아봐야 알겠지만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 일단 봉인이라도 시켜두는게 좋겠어.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블랙레이저를 그녀에게 링크시키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든 그녀를 유지시켜줄 테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조든때처럼 그녀가 조용히 지내줄 것인가가 문제인데… 잠깐만! 왜 그 생각을 못한거지? 지금 그녀는 언제 광폭 상태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야!”
“무슨 의미야? 슈슈!”
“로이드가 위험해!”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아름다운 왕국이 있었다.
그 왕국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님이 태어났는데 임금님께서는 그 귀여운 공주님에게 ‘눈이 오는 날 태어났으니’라고 말씀하시며 백설(白雪)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셨다.
그것은… 엘리스가 아직 어리던 시절 스승님이 읽어주신 아주 아주 먼 옛날로부터 전해지는 잔혹한 동화의 한 귀퉁이.

“아아… 로이드… 사랑해요! 아아… 로이드…”

황홀한 표정으로 로이드에게 몸을 부벼대는 엘리스.
그의 입술에 열렬한 키스를 퍼붓다가도 로이드의 몸 위에서 요분칠을 치던 그녀는 돌연 손가락을 입 속에 집어넣어 그것이 로이드의 성기인 마냥 빨아대다가도 로이드의 목과 가슴에 연거푸 애달픈 키스를 퍼부으며 로이드를 자극하지만 어째선지 로이드는 반응하지 않는다.

“아아… 로이드… 당신은 정말 부드럽군요.”
“………”

미끈미끈하고 쫄깃한 뭔가를 얼굴에 부벼대며 황홀해하는 엘리스.
그녀의 얼굴에 뭔가 찐득한 것이 묻어나고 있지만 그런건 괘념치 않는 듯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그걸 얼굴에 문지르던 그녀가 텅빈 눈동자를 들어 공간을 비집고 열리는 마법의 문을 멍하니 쳐다본다.

“아아… 루이! 당신도 왔군요! 당신도 나를 사랑해 줄건가요?”
“엘리…스…”

있을 수 없는 각도로 꺽여진 로이드의 목.
완전히 잡아찢긴 그의 아랫배에서는 내장이 줄줄 흘러나와 있고, 그녀는 그 내장의 한 조각을 얼굴에 문지르고 있다.
그리고… 죽어가던 로이드가 남겼을 것으로 보이는 최후의 문구는…

-그녀를 구해주-

최후의 문구를 완성하지 못한 그는 눈을 부릅뜬 채로 죽어있었고, 최후의 한 조각까지 완전히 망가진 그녀는 마냥 행복한 얼굴로 로이드의 몸에 자신의 몸을 부벼대고 있었다.
‘뿌드드드드득…’

“드래고오오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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