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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1 331회 0건
"휴.."
"시엘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유리안느가 엉거주춤 걸으며 불편해하는 시엘를 다독거리며 물었다.

"아, 괜찮아요."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며 대답하는 시엘이었다. 처음으로 여자가 되었기에 움직일 때마다 아랫도리가 쓰라려 움찔거리는 모습이었다.

"시엘은 오랜 시간 걷기 힘들 것 같은 데, 방법이 있나?"

로이트란이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 성관계를 가졌어도 될 것을 성급하게 시엘을 가진 그레이에게 책임을 묻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기사인 로이트란도 숲에서 헤매는 것이 점점 지겨워 빨리 후렌테르크 영지로 도착하였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제가 업고 가겠습니다."

그레이는 한마디 하고 나서는 배낭을 꾸렸다. 배낭의 제일 위쪽에 모포를 두어 푹신하도록 만들었다. 활은 배낭의 옆에 걸었다.
그리고는 배낭을 멘 채 시엘 앞에 무릎으로 앉았다.

"아, 저 괜찮아요. 걸을 수 있어요."

고개 저으며 사양하는 시엘이었다. 그레이는 시엘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저녁에도 시달릴 테니 그냥 타도록 해"

시엘은 목까지 붉게 물든 채 그레이의 배낭 위에 걸터앉았다.
4명의 일행은 다시 출발하였다.
그레이는 시엘 덕분에 이들 일행을 만나기 전보다 훨씬 몸이 가볍고 감각도 더욱 예민해졌음을 느꼈다.
로이트란은 그레이를 다시 한번 유심히 보았다.
늑대를 상대하는 모습에서 사냥꾼으로서의 능력은 대단하다고 인정하고 있었지만 체력이라는 면도 다시 평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원래의 배낭에다가 여성을 업은 채 장시간 걷는 속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에 감탄하는 로이트란이었다.

시엘이 그레이에게 안기기 시작한 지도 3일이 지났다.
로이트란의 팔의 상처는 전투를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고 위험한 지역은 지나 이제 며칠만 더 가면 마을이기에 모두 지친 상태이었지만 표정만은 편안하였다.

부시럭-

유리안느는 작은 소리 하나에 흠칫 몸을 떠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이미 준비가 끝난 야영지 중앙의 모닥불은 따뜻한 화기를 주변으로 퍼트리고 있었다.
매일 밤 야영준비가 끝나면 그레이는 모포를 들고 시엘을 안고 사라졌다.

로이트란은 "참, 젊구만." 라는 감탄 아닌 감탄만을 내뱉고는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이었지만 유리안느는 그들이 수풀로 사라지고 나면 묘한 기분에 빠졌다.
바람결에 여성의 신음이 들려오는 듯한 느낌에 온몸을 부르르 떨기도 하고, 시엘이 마치 다른 존재로 변하는 듯한 섭섭함이 느껴졌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수풀을 헤치고 두 남녀가 야영지로 돌아왔다.
새빨간 사과처럼 물든 시엘의 얼굴, 시엘은 유리안느가 자신을 바라보는 묘한 눈빛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시엘의 표정은 결코 억울한 일을 당한 여자의 어두운 표정이 아니었다.
시엘에게 기묘한 배신감마저 느끼는 유리안느이었다.

"으흠,"

로이트란은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전반에는 그레이가 후반에는 로이트란이 새벽까지 불침번을 서야 되기에 그레이가 돌아오자마자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시엘 역시 하루 종일 걷고 또한 저녁에는 그레이에게 시달리는 것이 힘들었던 것인지 금새 잠에 들어버렸다.

"다리는 괜찮습니까?"

그레이의 자상한 목소리에 왠지 가슴속에 울컥하는 것이 느껴진 유리안느이었다.
시엘을 안기 시작한 이후로는 다리를 주물러주지 않았었다.

"괜찮아, 이 정도쯤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대답하는 유리안느이었다. 조금 젖은 듯한 음성에 이상함을 느낀 그레이는 발을 보려고 다가갔다.

"괜찮다니까."

소녀의 투정을 무시하고 그레이는 발을 잡아 벗겼다.
유리안느는 거절의 말을 내뱉으려 하다가 자신을 발을 주무르기 시작하는 익숙한 손길에 그만 맥이 빠지고 말았다.
온화한 기운이 자신을 위로하는 듯 그레이 손바닥의 넓은 면을 통해서 넘어왔다.

"아흑..."

갑짜기 눈에 습기가 어렸다. 자신을 절제하면서 살아온 어린 소녀이었다. 타인에 대해 벽을 쌓아야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어린 나이에 깨달았던 소녀이었다.
하지만 이 따뜻한 손길이 자신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것이 알면서도 그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자신이 미워졌다.

소녀의 다리가 마치 소변이 마려운 꼬마아이처럼 모아졌다. 양쪽 무릎을 모으고 비비며 움찔거렸다.
오늘 그레이가 유리안느에게 흘려보내는 기운은 그전의 다리를 주물러주면서 넣어주었던 기운과는 조금 달랐다.
전의 기운은 몸을 보호하는 온기로서 이루어진 기운이라면 오늘의 기운은 시엘과의 사랑하면서 키웠던 따뜻함을 넘어선 뜨거운 기운이었다.

어느새 그레이의 손은 안마의 한계선이었던 무릎을 넘어 그 위의 다리의 허벅지 부분을 손바닥으로 살짝 가져다 붙이고 온기를 나누었다.
이미 치마는 걷어져 올라가 흰 두 다리를 그레이의 눈에 노출되어 버렸다.

"으흑,아..."

유리안느의 두 눈이 갑자기 밀려드는 쾌감에 동그랗게 커졌다.
터져 나오려고 하는 비명을 속으로 삼켰다. 자신의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유리안느의 두 눈은 불안한 듯 흔들렸다. 다행히 로이트란과 시엘은 깊은 잠에 들었는 지 깨어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안심하는 자신이 우스워졌다.
머릿속에서는 그 둘을 깨워 그레이의 무례한 행동을 막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오히려 그 둘이 깨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유리안느이었다.

유리안느는 눈빛이 불안하게 떨렸다.
입술을 악물고는 두 손으로 그레이의 두손을 잡았다.
그레이의 한 손은 이미 소녀의 처녀지로 향했다.
망령이 남겨준 머릿속의 내용에 따라서 한 손바닥을 유리안느의 가슴 중앙 명치부근에 올려놓았다. 나머지 한손은 소녀의 아랫배에서 조금 더 밑으로 내려가 손바닥으로 포근하게 둔덕을 감싸안았다.

"아아아아..."

분명히 로이트란과 시엘이 없었더라면 신음을 내질렀을 것이다.
소리를 속으로 삼키면서 유리안느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져 떠올라 비틀렸다.

그레이는 처음에는 그저 유리안느을 토닥거리기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리안느의 몸속에서 아주 작고 미세한 기운이 피어올라 와 자신의 기운과 노닐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유리안느의 온기에 대한 그리움이 그레이의 기운을 오히려 끌어당기기 시작하였다.
그 흐름에 거부하지 않고 그레이는 따랐다.
그 흐름이 조금씩 커질수록 유리안느의 표정은 흐트러졌다. 흐트러질수록 굳어져 있던 얼굴은 생기를 머금었다.


가슴으로 기운을 밀어넣어진 기운은 소녀에게 쾌감을 주고 아래를 통해서 그레이에게 다시 돌아왔다.

결국은 소녀의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푹 쳐져 버렸다.
처녀의 몸으로 쾌감을 느껴버린 소녀이었다.

그레이는 유리안느에게 모포를 덮어주고 나서는 명상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시엘의 경우에는 그레이가 그녀의 기운을 흔들어 깨우고 가져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리안느의 경우에는 그레이는 시작만을 했을 뿐 오히려 그녀의 몸이 반기면서 기운을 그레이에게 가져다 바치는 느낌이었다.

얻은 두가지의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명상에 빠지는 그레이이었다.


후렌테르크 영지에 도착한 일행은 후렌테르크 영지의 영주 로그너에게 환영받았다.
가르린 영지로 시집을 갔던 유리안느의 어머니, 제이느르와 로그너가 배다른 남매로 정이 남아서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로그너는 가르린 영지가 후계자 다툼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유리안느가 후렌테르크로 넘어옴에 따라서 제이느르가 사실은 독살당했다고 소문들 퍼트려서 유리안느를 앞세워서 영지전을 유도할 수도 있었다.
그는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난 상황이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또한 가르린 영지의 병력구성을 알고 있을 로이트란 역시 로그너는 진심으로 반가웠다.

유리안느와 로이트란에게는 귀족을 위한 손님방이 주어졌다.
그레이는 시엘의 애인으로 알려져 영지관 내의 영지와 관련된 상인들이 묵곤 하는 개인실이 주어졌다. 물론 로이트란이 그레이를 뛰어난 사냥꾼으로 소개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유리안느가 시엘을 위해서 그레이와 로이트란에게 말조심을 부탁하였다.
시엘이 그레이에게 1년 동안 대여되는 것이 아니라 시엘이랑 그레이가 연인 사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말해달라는 것이 부탁의 내용이었다.
1년 기간이 지나 그레이가 떠나더라도 그때는 연인에게 버림받은 여자일 뿐 심하게 손가락질 받을 일은 없었다.
나중에라도 평민 중에 유능한 상인이라도 만나 시집이라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여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팔리는 하녀로 낙인 찍혀 다른 이에게도 하룻밤 즐거움을 요구받을 수가 있었다. 그런 식으로 몸을 굴리면 좋은 곳으로 시집가기가 힘들었다.

유리안느와 시엘은 신분은 달랐지만 그래도 유리안느에게는 어떤 면에서는 시엘은 언니처럼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었다.
아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왔기에 더욱 귀중할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엘이 험한 꼴을 겪는 것은 보기 싫은 유리안느이었다.


사랑을 하기 때문인지 전보다는 더욱 윤기가 나는 머리카락이 걸을 때마다 흩날렸다.
아기처럼 촉촉해진 우유빛 피부를 단정한 메이드복으로 숨긴 소녀이었다.
묘한 기대를 품은 소녀의 두 눈은 잠시 떨렸다.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손을 들어 문으로 향했다.

똑똑-

시엘은 하루의 일과가 끝나자 약간의 간식거리를 들고서는 그레이의 방문을 두들겼다. 약속에 따라서 아예 매일 밤을 그레이의 방에서 보내는 시엘이었다.
시엘과 같은 4인용 하녀실을 쓰는 다른 하녀들은 끼악거리면서 둘사이의 밤일을 물어보기도 하고 시엘보고 그냥 짐이랑 옷 모두를 그레이의 방에 옮기라고 놀리기도 하였다.

"그레이님..."

문이 열렸다.
간식거리를 바닥에 놓자마자 허리와 머리를 그레이에게 잡혀버렸다.
이내 입속 깊숙이 밀려들어오는 그레이의 혀.
아찔한 느낌에 두눈은 저절로 감기었다.
아직 부끄럽지만 이제는 안기는 것이 싫지 않는 시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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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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