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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녀의 전설 - 외전 - - 1부2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55 424회 0건
창작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외전 1부 2장


『 - 지난 줄거리 -

아득히 먼 어느 곳에서.....
악덕 영주에게 가족들을 잃은 어느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가 세상의 멸망을 위한 의식을 거행했다.
그것은 666명의 순결한 처녀의 목숨을 악과 파괴의 신 다곤에게 제물로 바침으로써, 그 1,000배에 해당하는 마나(에너지)를 부여받은 징벌자를 소환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크 매기아러를 퇴치하기 위해 쳐들어왔던 아미트(기사) 레이몬과 그 일행들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여신관 세피아가 사랑과 생명의 여신 귀니아에게 세상의 구원을 빌었으나 소환 자체는 이루어지고 말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한편, 집단 성폭력에 대한 악몽같은 기억들을 뒤로 하고.....
초등학교 교사인 신미영은 휴일을 맞아, 동생인 대학생 주영, 친구이자 레즈비언 애인인 합기도 및 에어로빅 강사 이수진, 주영의 레즈비언 애인인 회사원(비서) "아가씨" 김지선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가게 되었다.
미영 일행은 집단 성폭력에 같이 말려든 적이 있었던 서울지검 여검사 서재연, 회사원(비서) "젖소" 박은주와 공원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공교롭게도 나무 보트 모양의 놀이기구에 여섯 명이 같이 타게 되었다.

갑자기 사방이 깜깜해지면서, 정신을 잃었던 미영 일행은 보트와 함께 낯선 숲속에 떨어져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여검사 재연을 제외하고는, 미영은 금색, 주영은 붉은 색, 수진은 갈색, 지선은 은색, 은주는 연녹색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갖게 되고 피부색도 서양인같은 느낌으로 바뀌어 외모까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숲속을 헤매다 발견한 마을 샹리아에서는 서양인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낯선 언어를 사용하며 수백 년전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어, 미영 일행을 더욱 당황케 했다.

큰 도시에 가서 메로빙을 사용하면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미영 일행은..... 메로빙이 전화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큰 도시 랑구르시아시를 향해 먼 길을 떠났다.

그러나, 위스토아라고 불리는 이 세계는 마차로 몇달이나 가도 끝이 나오지 않을 만큼 거대할 뿐 아니라.....
상상도 못한 온갖 종류의 괴물들과 다양한 종족들이 인간들과 공존하고, 마법이 난무하는 그런 세계였다.

게다가, 500여 년전 "사악한 질서"를 유지했던 마법사들의 고대 왕국들이 내전으로 멸망해 버린 후,
강력한 마법의 힘 상당수를 잃어버리고 만 인간들은 괴물들, 산적들, 끊임없는 전쟁과 분쟁, 폭압적인 영주 등에 의해 하루하루 목숨을 위협받는 불안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미영 일행도 점차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각자의 신비로운 능력들을 발견하게 되어,
특이하게도 능력을 발휘하는 동안에는 붉은 색으로 눈동자 색깔이 바뀌는 현상과 함께,

신미영(이 세계에서 사용하는 이름 : 미리어 시엔)은 정의와 수호의 신 마르의 가호를 받는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
주영(쥬리아 시엔)은 30센치 길이로 늘어나 뭐든지 자를 수 있는 손톱과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를 가진 변신술사.....
이수진(수잔 리이)은 수십 명에 해당하는 힘을 가진 전사.....
"아가씨" 김지선(쟈넷 귀니비아)은 사랑과 생명의 여신 귀니아의 가호를 받아 치유의 권능을 발휘하는 셍뜨레(성녀).....
"젖소" 박은주(플로라 바카스)는 바람의 정령들을 부리는 정령술사이자 매기아러(마법사).....
로서의 능력들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여검사 서재연(클로디아 써어)으로.....
길게 늘어나는 손톱과 속도, 힘, 마법까지 다섯 명의 능력들을 거의 전부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마나, 도미니오, 크라프 등 종족별로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생체 에너지의 양이, 거의 나머지 다섯 명을 합친 것만큼 강했다.
게다가 한 번 본 능력은 거의 전부, 그 이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재연을 보고, 미영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석달에 걸쳐 7개의 크고 작은 마을들을 거치며 몇 차례 죽을 뻔한 위기들을 넘기고.....
"젖소" 은주의 레즈비언 애인이 된 클로아와 여검사 재연의 노예가 된 엘루시족 소니야가 일행에 합류하는 등.....
고생스런 모험끝에 미영 일행은 마침내 큰 도시라는 랑구르시아시에 도착하지만,
역시나 메로빙은 전화기가 아니라 마법의 일종이었을 뿐 아니라,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절망적인 사실만 알게 되었다.

여검사 재연은 초월적인 힘으로 이 세계 위스토아를 정복할 것을 일행들에게 제안하지만, 모두들 거부하자 엘루시족 노예 소니야만을 데리고 떠나버리고 말았다.

남은 미영 일행은 랑구스시아시를 240여 년이나 괴롭혀 온, 몸길이 수십 미터의 거대한 괴물 랑구르스에게 도전하여, 죽을 위기를 넘기며 고전하지만 결국 랑구르스의 퇴치에 성공하게 되었다.

한편, 엘루시족 노예 소니야와 함께 일행을 떠난 여검사 재연은.....
우연히 마주친 - 미노타루스(황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와 인간 사이의 혼혈로 머리에 황소뿔이 달린 거인 - 알렉스를 대장군이자 길잡이로 삼아,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에 모여 있던 수백 명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을 압도적인 능력으로 복종시키고,
최강의 다크 매기아러로 알려진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 멜리사를 단독으로 굴복시켜 그녀의 왕국을 접수하는데 성공했다.

멜리사의 왕국을 기반으로 하여.....
어느 곳이든 이동할 수 있는 다크 매기아러들의 마법진을 이용해,
황소뿔의 거인 알렉스와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 멜리사 외에도,
밤비르(흡혈귀) 백작 카를로스, 숲과 동물의 여신 다레니아의 베니아르(셍뜨 아미트 : 성기사) 엘루시족 에드리안, 귀니아 여신을 섬기다 변절한 다곤 신의 신관 안젤라 등 위스토아 전역에서 가장 강한 자들을 끌어 들이고,
인간들에 원한을 가진 여러 종족들과 망자(죽은 자)들까지 섞인 5만여 병력을 모으는데 성공한 재연은.....

마침내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로서 다르키아 왕국의 성립을 선언하고 세계 정복의 첫발을 내딛기에 이르렀다. 』


『 - 사족 -

미영 : "지난 주말하고 글씨 한 자도 안 틀리고 똑같은 "지난 줄거리"잖아요?
이런 걸 복사해서 위에 붙여놓은 이유가 뭔가요?"

야설가 : "와하하하하하하! 독자님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거지!
어차피 항상 게시판 최저 조회수에..... 1%도 될까 말까 하는 최저 추천율.....
고정 독자님은 거의 없으신 것 같고.....
주말에 소라에 들어왔다가 처음으로 클릭해 보시는 독자님들이 절대 다수이신 것 같으니..... 설명을 해 드리는 거야."

미영 : (아름다운 금빛 눈동자를 동정어린 빛으로 빛내며) "....." 』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외전 1부 - 잊혀진 전설들 (하프 미노타루스(미노타루스 혼혈) 알렉스 카플란편 : 백만 병력의 대장군) - 2장 -


"돌격! 블라키 아투르(검은 매) 용병단!"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여라!"

.....

왼쪽 어깨에 검은 천을 잡아 맨 50여 명의 용병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칼, 도끼, 철퇴 등 저마다 가지각색의 무기들을 들고 있었다.

갑옷들도 천차만별이어서.....
전신을 덮는 쇠사슬 갑옷을 입고 쩔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는 용병이 있는가 하면,
조끼같은 얇은 가죽 흉갑옷(가슴과 몸통을 가리는 갑옷)만 두른 용병도 있었고,
금속제 흉갑옷에 어깨와 허벅지에 넓은 금속판을 붙이고 있는 용병도 있었다.

빌리든 사든, 자기 돈으로 무기와 갑옷, 말 등 장비 일체를 준비하는 용병 부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고용주인 마르틴 남작이라는 귀족 휘하의 직속 병사 400여 명과, 규모가 비슷한 4개의 다른 용병단 200여 명을 합쳐..... 총 650여 명이 함께 돌격하고 있었다.


"이건..... 너무 바보같군!
전술이나 작전이라는 개념 따위는 전혀 없단 말인가?
무조건 돌격이라니....."

동료 용병들과 함께 돌격하면서, 갈색 피부의 거인 알렉스는 고개를 저었다.
몸통과 가슴을 가리는 가죽 흉갑옷 차림에, 머리에는 황소뿔을 가리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높은 금속제 투구를 쓰고, 칼자루 포함 2헥사(약 1미터) 정도 길이의 긴 칼을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1헥사 = 약 50센치)


아군에 맞서는, 니담 남작이라는 귀족 휘하의 400여 명의 군대는 200헥사(약 1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열지어 서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니담 남작은 용병들을 끌어 들이지 않았는지, 그의 병사들은 갈색 가죽 흉갑옷과 동그란 가죽 투구, 긴 창을 든, 모두 동일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

"휘익! 휙! 휙! 휙! 휙! 휙!"

아니, 모두 동일한 무장은 아니었던 듯 했다.
창을 든 니담 남작군 병사들의 뒷쪽에서 갑자기 50여 발 정도의 화살들이 일제히 날아와, 돌격하는 마르틴 남작군의 용병들과 남작 직속 병사들의 앞열에 떨어졌다.


"크어어억!"

목에 정통으로 화살을 맞은 용병 하나가 양손으로 화살을 잡은 채 고꾸라지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털퍼억!"

"와아앗!"

"어이쿠!"

다리에 화살을 맞은 병사 한 명이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마르틴 남작의 직속 병사들이 연거푸 걸려 넘어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화살 공격에 사방에서 피해가 속출하면서, 모두들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돌격 속도가 떨어져 버렸다.

"휙! 휙! 휙! 휙! 휙! 휙!"

그 위에 연거푸 화살들이 쏟아져 내리자 서로 뒤엉키고 넘어지며 혼란은 더욱 커졌다.
날아오는 화살 수로 보아 니담 남작군의 궁병들은 50여 명 정도로 많은 수는 아닌 듯 했지만,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듯 쉴 새 없이 치명적인 화살들을 날려왔다.


그 때였다.
열지어 서 있던 니담 남작군의 창병들이 좌우로 넓게 갈라지며 30여 명의 말탄 병사들이 돌격해 나온 것은.....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3헥사(약 150센치) 정도 길이의 얇지만 날카롭고 긴 마상 검(말 위에서 휘두르는 검)을 오른손에 쥔 니담 남작군의 기마병들은 순식간에 마르틴 남작군의 대열에 난입해 들어왔다.


"파아악!"

말 위에서 휘두른 기마병의 칼에 용병 한 사람의 머리가 날아가 버렸다.


"빠드드득!"

"끄아아아아악!"

말발굽에 짓밟혀 버린 마르틴 남작의 직속 병사 한 명이 숨넘어가는 비명 소리를 질렀다.


니담 남작군의 기마병들은 마르틴 남작군의 직속 병사들과 용병들을 닥치는 대로 말로 짓밟고, 말위의 유리한 위치에서 긴 검을 아래로 휘둘러 사정없이 베어댔다.


"휘휙! 휙! 휙! 휙! 휙! 휙! 휙!"

"끄아아악!"

"아아악!"

그 와중에도 화살들은 계속 날아들어 마르틴 남작군을 연달아 쓰러뜨리고 있었다.
물론 같은 니담 남작군의 기마병들이 맞을 위험도 없지는 않았으나, 650여 명속에 난입해 있는 30여 명의 기마병들이 재수없게 화살을 맞을 가능성은 사실 그다지 높지 않았다.


"척! 척! 척! 척!"

어느새, 기마병들의 돌격을 위해 양옆으로 갈라섰던 틈을 다시 메운, 니담 남작군의 일반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열지어 다가오고 있었다.
저마다 4헥사(약 2미터) 길이의 긴 창을 약간 앞으로 기울여 두손으로 받쳐들고 있었다.


"이런! 젠장! 굉장히 훈련이 잘 된 놈들이었잖아!
이대로는 지겠다!"

인상을 쓰며 알렉스가 주위를 돌아 보았다.
연거푸 날아드는 화살들과, 긴 마상 검을 닥치는 대로 휘둘러대며 말을 몰아 짓밟아대는 기마병들의 공격에.....
실전 경험이 별로 없는 듯한 마르틴 남작의 직속 병사들은 온통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용병들도 제대로 싸우고 있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얼마 안되는 기마병들부터 해치운다!"

그러나, 손에 들고 있는 긴 칼은..... 길이가 더 긴 마상 검을 말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대는 기마병들과 싸우기에는 적당한 무기가 아니었다.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는 어느 용병의 오른손에 여전히 쥐어져 있는 도끼가 알렉스의 눈에 들어왔다.

"이게 좋겠군!"

자신의 긴 칼을 칼집에 넣어 버리고, 묵직한 느낌의 도끼를 주워 든 알렉스가 20헥사(약 10미터)쯤 떨어져서 가장 가까이 있는 기마병을 노리고 힘껏 도끼를 집어 던졌다.

"휘이이이이잉!"

"퍼어억!"

바람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힘으로 날아간 도끼가 기마병의 가슴에 정통으로 맞았다.
가죽 흉갑옷(가슴과 몸통을 가리는 갑옷)을 입고 있는 가슴을 아예 뚫고 나와 등 뒤로 도끼날이 빠져 나와 버렸다.
비명 소리도 질러보지 못하고 즉사해버린 기마병의 몸이 뒤로 축 늘어져 말 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기마병들부터 해치워라!
도끼든 창이든 기마병 놈들을 향해서 닥치는 대로 던져라!"

우렁찬 목소리로 함성을 지른 알렉스가 또 하나의 도끼를 주워 던졌다.

"크아아아아!"

"히히히히히히히힝!"

도끼를 등에 맞은 기마병이 고삐를 놓지 않는 바람에, 말과 사람이 함께 쓰러지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자, 경험이 많은 용병들을 중심으로 차츰차츰 기마병들에게 묵직한 도끼나 창들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바뀌어 버린 걸 깨달은 기마병들은 빠져나가려는 듯 방향을 틀었으나, 이미 그러기에는 30여 명의 소수로 너무 깊숙히 들어와 있었다.

차례차례..... 니담 남작군의 기마병들이 말위에서 떨어졌다.
즉사하지 않은 기마병들은 마르틴 남작군의 용병들과 직속 병사들이 사방에서 휘둘러대는 칼과 도끼와 창을 맞아 고깃 덩어리들로 변해갔다.


"찔러! 찔러! 찔러! 찔러!"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니담 남작군의 병사들이 동일한 구령을 소리높여 외치며 긴 창을 일제히 찔러대고 있었다.
400여 명의 병사들이 4열로 서서 일제히 긴 창을 찌르고, 뒤로 뺐다가 다시 찔러대는 모습은 마치 고슴도치를 연상케 했다.

싸움 경험이 많은 용병들은 긴 창의 일제 공격 앞에서도 어느 정도 버티기도 했으나, 미숙한 마르틴 남작의 직속 병사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연달아 창에 찔려 쓰러져 가고 있었다.

"휙! 휙! 휙! 휙! 휙! 휙!"

그 와중에도 니담 남작군의 궁병들의 화살은 계속 날아들어, 마르틴 남작군의 용병들과 남작의 직속 병사들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모두 나를 따르라!
적의 중앙을 돌파한다!"

전쟁터 전체를 울릴 정도로 큰 함성과 함께, 누군가가 떨어뜨린 긴 도끼를 주워 든 알렉스가 앞으로 돌격했다.
긴 칼을 뽑아든 금발의 미청년 앤드루가 바짝 뒤를 따르자, 두 사람을 알아 본 블라키 아투르(검은 매) 용병단의 용병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 합류했다.

"타당탕탕탕!"

알렉스의 긴 도끼가 일제히 찔러 들어오는 서너 개의 긴 창들을 한꺼번에 후려쳐 걷어냈다.

"퍼어어억!"

이어지는 알렉스의 도끼에 맞은 니담 남작군 병사의 머리가 수박처럼 박살나며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머리가 날아가버린 그 몸이 채 바닥에 쓰러지기도 전에 알렉스의 도끼질이 마치 회오리처럼 사방에 난무했다.

"퍼어억!"

"퍽썩!"

"퍼어어억!"

"와당탕탕!"

"으아아아아!"

"아아악!"

무시무시한 힘과 속도 앞에..... 눈깜짝할 사이에 니담 남작군의 병사들 네댓 명이 연달아 도끼를 맞고 쓰러져갔다.
알렉스가 병사들을 쓰러뜨려 만들어 낸 틈으로, 친구인 앤드루와 블라키 아투르(검은 매)의 용병들이 뒤따라 밀고 들어왔다.
닥치는 대로 긴 칼과 도끼, 철퇴 등 다양한 무기들을 휘둘러댔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용병단의 용병들까지 몰려들며 가세하자, 마치 둑이 터진 구멍으로 물이 밀고 들어오듯, 순식간에 틈이 더욱 벌어졌다.
마침내 니담 남작군의 병사들은 중앙을 완전히 돌파당해 양분되어 버리고 말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창을 든 니담 남작군의 병사들을 돌파해 뒤로 빠져나온 알렉스와 용병들이 양옆으로 넓게 퍼지며 니담 남작군을 등뒤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찔러! 찔러! 찔러! 찔러!"

니담 남작군의 병사들은 여전히 소리맞춰 기합들을 질러댔으나, 이미 긴 창들의 찌르기는 고슴도치의 바늘같은 일제 공격이 되지 못하고 앞을 찔렀다 뒤를 찔렀다 하며 우왕좌왕했다.
온통 뒤섞인 난전이 되어 버리면서 계속 날아들던 니담 남작군 궁병들의 화살 공격도 주춤해져 버렸다.

니담 남작군의 일반 병사들은 꽤 훈련이 잘 되어 있었으나, 4헥사(2미터) 길이의 긴 창 외에는 아무 무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긴 창들은 간격을 두고 열을 지어 서서 일제히 찔러 공격할 때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지만.....
온통 뒤엉켜서 바짝 붙어 싸우는 난전이 되어 버리자, 단순한 막대기보다 나을 게 없었다.
반면, 용병들의 주무기인 긴 칼과 도끼, 철퇴 등은 혼란스런 난전에서 확실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휙! 휙! 휙! 휘익! 휙!"

뒤엉켜 난전을 벌이고 있는 양쪽 군의 병사와 용병들에게 다시 니담 남작군 궁병들의 화살들이 날아 들었다.
이미 자신의 병사들이 전멸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 니담 남작이 냉정한 명령을 내린 듯 했다.

마르틴 남작군의 수많은 용병들과 남작의 직속 병사들이 연거푸 쓰러져 갔지만, 마침내 창을 든 니담 남작군의 병사들 모두가 쓰러지고 말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요란한 함성과 함께, 마르틴 남작군의 용병들과 남작의 직속 병사들이, 긴 칼을 빼들고 서 있는 니담 남작과 그의 50여 명의 궁병들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

싸움이 끝났다.

궁병, 기마병, 창병 등 다양한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던 니담 남작군의 480여 명은 모두 시체가 되어 전쟁터를 뒹굴고 있었다.
니담 남작 자신을 포함해서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살아남지 못했다.
격렬한 싸움으로 열이 오른 마르틴 남작군의 용병들과 남작 직속의 병사들이 적의 부상자들에 대해서도 용서없이 무기를 휘둘러댄 때문이었다.

용병 250여 명, 남작의 직속 병사 400여 명으로 구성되었던 마르틴 남작군은.....
용병 115명, 직속 병사 314명이 전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중상자도 다수 발생했으나,
어려운 싸움 끝에 결국 승리를 쟁취해 내었다.


"휴우....."

멋으로 길게 기른 갈색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마르틴 남작이 고개를 저었다.

"솔직하게..... 꼼짝없이 지는 줄 알았었소.
악마같은 니담 남작이 그렇게 싸움 준비를 잘 해놨을 줄이야....."

악마같다.....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지 못한 니담 남작군의 병사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동감하기 어려울 말이었으나, 항상 이긴 자의 말만이 남는 법이었다.
주위에 모여 서 있던, 마르틴 남작이 고용한 4개 용병단의 단장들과 남작의 부하 대장들이 남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전세를 완전히 뒤집어서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 준 그 거인 용병은 어느 용병단 소속이요?"


블라키 아투르(검은 매) 용병단의 단장 피터 스미스가 대답했다.

"저희 블라키 아투르 용병단 소속입니다만....."

자기 휘하의 용병이라 자랑스러울 만 했으나 어쩐지 약간 머뭇거리는 태도였다.


감탄어린 목소리로 마르틴 남작의 칭찬이 이어졌다.
부러움을 감추지 않는 목소리였다.

"일당 백(혼자서 백명도 당한다)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그런 모습을 직접 본 건 처음이오.
정말 대단한 부하를 두셨구려!
내가 직접 치하하고 싶으니 잠깐 불러 주겠소?"


"꿀꺽!"

용병단장 피터 스미스가 침을 삼켰다.

"실례되는 말씀이오나, 그는 외모가 매우 추해서..... 남작님의 높으신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보시지 않는 편이....."


"껄껄껄껄!"

마르틴 남작이 얍상하게 생긴 외모에 안 어울리는 호탕한 소리로 웃었다.

"걱정말고 데려 오시오.
용병이 싸움만 잘하면 됐지 외모가 못 생긴게 대수요?"


잠시후, 앞에 나타난 알렉스의 모습을 본 마르틴 남작은 감탄했다.

"추하다더니..... 잘 생기기만 했군!
키가 적어도 4헥사 4토르(약 2미터 20센치)는 되겠는데.....
우스꽝스럽게 높은 투구를 써서 키가 더 커 보이는 것 같군!"


"남작님의 앞이다!
투구를 벗지 못할까!"

남작의 부하들중 한 명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치자, 알렉스가 천천히 높이 솟아오른 동그란 금속제 투구를 벗어 들었다.
황소를 닮은, 안쪽으로 휘어진 두 개의 뿔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

마르틴 남작이 갈색 콧수염을 잡아당기며 인상을 썼다.

"인간이 아니오, 이 자는?"


"황공하오나, 미노타루스(황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와 인간 사이의 혼혈이라고 들었습니다."

블라키 아투르(검은 매) 용병단의 단장 피터의 대답에 마르틴 남작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괴물 따위의 도움을 받다니 수치스럽군!"


"어서 꺼져라, 괴물!"

조금 아까 호통을 쳤던 남작의 부하가 퉁명스럽게 알렉스에게 소리쳤다.
벗어든 투구를 손에 든 채, 알렉스는 몸을 돌려 천천히 물러 나왔다.


"괴물 따위를 받아주는 용병단도 있다니 놀랍소!
그것도 상당한 전통을 자랑한다고 들은 블라키 아투르(검은 매)같은 용병단에서 말이오."

"거래가 종종 있는 대상인 한 사람이 적극 추천해서 할 수 없이 받아준 겁니다."

마르틴 남작의 말에 변명하는 용병단장 피터의 목소리가 알렉스의 귀에 들려왔다.


블라키 아투르(검은 매) 용병단의 일반 용병들이 모여서 쉬고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긴 칼을 천으로 닦고 있던 친구인 앤드루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일 따위 잊어버려!
누가 뭐래도..... 네가 우리 모두를 구한 거야!"

알렉스의 표정을 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린 듯 했다.


"나는 괴물과 동료가 되는 건 싫다!"

바닥에 앉아 금속제 흉갑옷(가슴과 몸통을 가리는 갑옷)에 묻은 핏자국을 천으로 문질러 닦고 있던 용병 한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큰 덩치에, 덮수룩한 금발머리, 볼에는 칼자국 흉터가 있는 이십대 초반의 용병이었다.

"그러나..... 생명의 은인도 모르는 놈 따위가 되는 건 더욱 싫다!
고맙네, 알렉스!
마크라고 하네!"

"철썩!"

굳은 살이 박힌 큰 손바닥이 키가 훨씬 더 큰 거인 알렉스의 넓은 어깨를 친근하게 두들겼다.


"고마워, 알렉스!
내 이름은 보니크야!
인사가 너무 늦어서 미안....."

"고마워!
나는 브랜일세!"

"자넨 이제 우리 동료일세!
참, 내 이름은 칼모르네."

"누가 자넬 괄시하면 말하라구!
이 그라엄이 한 방 먹여줄 테니까."

.....

50여 명중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은 30여 명의 블라키 아투르(검은 매) 용병단원들이 알렉스의 주위에 다가와 알렉스의 어깨를 친근하게 두들기며 말했다.
이 전투가 있기 전에는, 신참이자 머리에는 황소뿔이 달린 갈색 피부의 거인 알렉스에게 말조차 제대로 걸지 않았던 자들이었지만.....
지금은 모두들 따뜻하게 웃는 얼굴들이었다.


한쪽이 요란스러워지는가 싶더니, 용병 한 명이 큰 나무통과 나무컵들을 실은 손수레 하나를 밀고 다가오면서 호들갑스럽게 떠들었다.

"자! 자! 승전 축하의 맥주가 왔어요! 맥주가!
어서 이리들 모이라구!"

"야호오오오오오!"

맥주를 담은 나무컵을 저마다 손에 든 블라키 아투르 용병단원들이 손수레 주위에 둥글게 몰려 섰다.

"오늘의 영웅 알렉스를 위하여!"

"알렉스를 위하여!"

"알렉스를 위하여!"

.....


가볍게 고개를 숙여 용병들의 건배에 답례하며 알렉스도 맥주를 들이마셨다.
시원한 맥주는 아니었지만, 싸움의 피로와 갈증을 날려주는 듯한 상쾌한 맛이었다.

"이게 동료라는 건가?"

늘 그렇듯 무뚝뚝해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갈색 피부에 황소뿔을 가진 거인 알렉스가 - 자신을 향해 정답게 웃고 있는 - 주위의 용병들을 둘러 보았다.
남들이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은, 머리에 황소뿔이 난 다섯 살때 이후로 -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인 앤드루를 제외하고는 - 처음 겪는 일이었지만..... 확실히 나쁘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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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0인 대장님! 단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알았다!"

단정한 짧은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조각처럼 잘 생긴 미청년 - 앤드루가 오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단장이 찾나 봐!
다녀올게, 알렉스!"

"응!"

조금전에 부하에게 말할 때와는 딴 판으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앤드루에게, 알렉스는 늘 그렇듯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앤드루와 알렉스..... "미남과 야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25세의 동갑나기 콤비는 현재 위스토아 전체의 용병계에서 거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개인 전투력 면에서도,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으로서도 수많은 전투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온 두 사람의 실력도 뛰어났지만.....
사실 그보다는..... 눈에 띄는, 그리고 대조적인 외모를 가진 두 사람이 고향 친구라는 이유로 항상 같이 다니기를 고집한다는 점이 이들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귀족 출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생긴, 3헥사 6토르(약 180센치)의 키를 가진 금발의 곱상한 미청년과.....
5헥사(약 2미터 50센치)나 되는 키에, 갈색의 피부, 머리에는 황소뿔이 달린 괴물.....
말 그대로 "미남과 야수" 콤비였던 것이다.
(1헥사 = 약 50센치, 1토르 = 약 5센치)

그러나, 영광은 물론..... 오직 미남에게만 주어졌다.
앤드루는 현재 두 사람이 속한 그란드 수비르(큰 곰) 용병단에서, 100여 명의 용병들을 지휘하는 100인 대장으로서 용병단장과 부단장 바로 아래의 고위 지휘관 대우를 받았지만.....
알렉스는 여전히 말단 용병일 뿐, 심지어 10명을 지휘하는 10인 대장에조차도 올라갈 수 없었다.

블라키 아투르(검은 매) 용병단 시절부터 지난 10년간 쭉 함께 해 온 - 마크, 보니크, 브랜, 칼모르, 그라엄 등 - 동료 용병들은 이제 모두 10인 대장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그들 또한 알렉스가 지휘관에 오르지 못하는 사실에 분개하며 함께 안타까와 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미남과 야수" 콤비가 내놓는 모든 작전들이 실질적으로는 거의 모두 야수의 머리에서만 나오며.....
금발의 미남 앤드루의 검술 실력도 기초가 탄탄한, 매우 뛰어난 것이기는 했지만,
누구도 마주 받아치지도 못할 정도의 괴력을 발휘하는 알렉스의 무술 실력에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란드 수비르(큰 곰) 용병단의 단장부터 말단 용병들까지 모두들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혹시나 알렉스가 대우에 불만을 품고 다른 용병단으로 옮겨버릴 것을 우려해서,
그란드 수비르 용병단에서는 말단 용병인 알렉스에게도 항상 100인 대장급의 보수를 지급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사실 살아남아서 돈을 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용병들에게는 알렉스의 혈통이나 출신 자체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용병단의 가장 큰 고객이 되는 귀족들에게는 그렇지 않아서.....
미노타루스(황소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 혼혈 따위를 용병단에 받아 들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게된 귀족들 대부분이 불만을 터뜨릴 정도였다.
하긴 원래 귀족이라는 자들 자체가 오직 혈통 하나를 이유로 - 그리고 그 혈통에 의해 물려받은 재산과 영지, 권력 등에 의해 - 대접받는 자들이었으니, 혈통에 집착하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그란드 수비르(큰 곰) 용병단처럼 총 인원이 500여 명이나 되며, 귀족들간에 잦은 전쟁을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 대규모 용병단으로서는 더더욱 귀족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힘이 워낙 세서 쓸모가 있답니다.
그냥 말단 용병으로 두고 써 먹는 거죠.
말이나 소를 부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주시면 됩니다."

라는 구차한 변명으로 귀족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면서도.....

동시에, "미남과 야수" 콤비중 미남 앤드루에게 100인 대장이라는 고위 지휘관 자리를 부여해서,
항상 함께 있는 야수 알렉스의 작전이나 아이디어들이 용병단의 전체 작전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야수 알렉스는 말단 용병으로 두되 전쟁터에서 용병들을 지휘하는 것은 묵인하고 100인 대장급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용병단으로서도 좋고, 미남에게도 물론 좋고, 용병단에 끼워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야수에게도 좋은 묘안이라고.....
모두들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알렉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아민 백작의 대규모 식량 수송부대가 곧 이동해 온다는 첩보가 있다는 거야.
우리의 고용주인 블레르 백작쪽에서는 첩보를 입수하게 된 경위는 밝히지 않았지만,
틀림없는 정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 용병단에 수송부대 습격을 의뢰해 왔대.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단장님과 부단장님, 다른 4명의 100인 대장들도 일단 정보의 내용 자체는 신뢰할 만하다고 보고 있어.
성공한다면 적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단장의 호출을 받고 다녀 온 친구 앤드루가 알렉스의 천막에 찾아와 털어놓은 얘기였다.


"문제는..... 우리의 적인 아민 백작이 "군대는 잘 먹어야 힘쓴다!" 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자로서.....
상당한 규모의 정예 부대가 식량을 수송할 걸로 예상되는 데다가.....
적의 영지 내에 침투해서 습격해야 하는 관계로..... 우리쪽에서는 대규모 부대를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이겠군."

무뚝뚝한 목소리로, 늘 그렇듯 바로 핵심을 찌르는 알렉스의 말에 금발의 앤드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에 따르면, 식량 수송은 크리스 남작이 지휘하는 그란드 실드(큰 방패) 부대 500여 명이 맡게될 거래.
아민 백작군에서도 최정예로 명성이 높은 부대지.
우리의 고용주인 블레르 백작은 50,000세테르의 특별 성공보수 지급을 약속했대."

"우리 100인대가 맡아서 성공시키면 1인당 500세테르씩 챙길 수 있겠군."

물론, 100인 대장, 10인 대장 등 대장급들과 말단 용병들간의 분배가 공평하진 않기 때문에, 1인당 500세테르씩이라는 알렉스의 말이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지만.....
특정 임무에 걸린 성공보수나 현상금의 경우, 임무를 성공시킨 부대나 개인이 모두 차지하는 것이 용병들의 관례였다.
그런 돈까지 참가하지도 않은 전체와 나누어 가져야 한다면, 아무도 위험한 임무를 일부러 하려들지 않을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알렉스의 말에, 동그란 보석처럼 파랗고 아름다운 앤드루의 눈동자가 반짝 빛을 발했다.

"우리 100인대가 단독으로 맡는다면 병력차가 무려 5대 1이야!
좋은 작전이라도 있어, 알렉스?"

"씨이이이익!"

알렉스가 갈색 피부의 얼굴에 소리없는 큰 웃음을 지었다.
야수처럼 위아래 송곳니 네 개가 유난히 긴, 하얀 이빨들이 드러났다.

"어떤 경우에도 좋은 작전이란 항상 있어.
그 상황, 그 전쟁터에 맞는 좋은 작전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거지.
일단 단장에게 우리 100인대가 그 임무를 맡겠다고 하고, 적의 수송부대와 그 이동경로에 대한 좀더 자세한 정보를 요청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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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무거운 금속제 투구 밑으로 흘러 내리는 이마의 땀을 손으로 닦으며, 크리스 남작은 작은 신음 소리를 냈다.
몸 전체를 감싸는 금속판 갑옷과 머리에 쓴 투구가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보기에는 멋졌으나.....
한여름의 햇빛에 달아오른 갑옷 안은 찜통처럼 더워서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자신은 말이라도 타고 있으니 좀 나았지만, 수레들 양쪽으로 줄지어 걷고 있는 병사들은 더 죽을 맛이리라.

"모두들 기운내라!
조금만 더 가면 시원한 냇물이 있다!"

"옛!"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덩치가 좋은 그의 병사들이 남작의 말에 기운차게 대답했다.

"이랴! 이랴!"

"음메에에에에....."

소들이 끄는 100여 대의 수레들을 행렬 가운데에 길게 한 줄로 두고,
500여 명의 병사들이 수레들 양쪽에 각각 두 줄로 길게 대오를 이루어 호위하면서 행군중이었다.


아민 백작의 조카로 올해 27세인 크리스 남작은 어려서부터 아미트(기사)로서 수련을 쌓으며 자라온 전형적인 위스토아의 귀족이었다.
3헥사 8토르(약 190센치)에 달하는 큰 키와 덩치도 당당했지만, 큰 덩치가 온통 두꺼운 근육으로 덮여 있었고, 무술에도 상당히 자신이 있었다.

그가 이끄는 그란드 실드(큰 방패) 부대는 아민 백작군 내에서도 최강의 부대로 알려져 있었다.
그란드 실드라는 이름은 단순한 부대 명칭만이 아니어서, 500여 명의 병사들 모두가 큰 방패 하나씩을 왼쪽 어깨에 걸고 있었다.
가로 1헥사(약 50센치), 세로 2헥사(1미터) 크기의, 세로가 긴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 방패들은.....
두께가 1토르(약 5센치)에 달하는, 단단하고 묵직한 참나무 판을 기본 재질로 해서, 가장자리에 청동으로 테를 둘러붙여 쉽게 쪼개지지 않도록 강화한 것으로.....
방패 하나, 하나의 무게가 무려 20리젠드(약 10키로)에 달했다.
(1헥사 = 약 50센치, 1토르 = 약 5센치, 1리젠드 = 약 0.5키로)

크고 무거운 대신, 이 방패들은 그만큼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해서.....
창이나 화살은 물론, 칼, 도끼, 철퇴 등 어떤 종류의 무기나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말그대로 무적의 방패들이었다.
물론 이런 무거운 방패를 착용한 채로 행군하거나 제대로 싸우려면 상당한 힘과 체력이 요구되는 까닭에, 그란드 실드 부대는 전원이 3헥사 6토르(약 180센치)를 넘는 키에, 덩치들도 좋은 병사들로만 구성되었다.


큰 아버지인 아민 백작의 명령으로 크리스 남작이 이번에 맡게된 임무는.....
밀자루를 가득가득 넘치도록 높이 실은 100여 대나 되는 큰 수레들을 아민 백작의 성으로부터 호위해서, 블레르 백작과 대치중인 아민 백작의 본진으로 운반하는 것이었다.

아민 백작의 성부터 본진까지는, 초원 위의 넓은 대로를 따라가면 일주일 정도 거리로, 비교적 쉬운 임무..... 라고 생각했지만,
무릎 높이의 풀들로 된 메마른 초원 위의 대로는, 복병에 의한 기습을 당할 위험이 거의 없는 대신에, 한여름의 쨍쨍한 햇빛도 전혀 피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는 사람 하나 없는 초원이긴 해도 역시 아민 백작의 영지 안이니 만큼, 도중에 적의 습격을 받을 위험이 높다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크리스 남작은 더위에 허덕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아! 날씨가 정말 덥군요, 남작님!"

크리스 남작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말을 타고 있는 부관 커르트가 이마의 땀을 손으로 훔치며 가까이 다가왔다.
전쟁 경험이 꽤 풍부한 30대 후반의 노련한 아미트(기사)로, 아직 젊은 크리스 남작을 보좌하고 있었다.
역시 전신에 철판갑옷을 두른 커르트 역시 지금 찜통 속에 들어 앉아 있는 것처럼 괴로울 것이었다.


"그래! 차라리 전방에서 적과 싸우는 게, 후방에서 더위와 싸우는 것보다 훨씬 낫겠어!
큰 아버님도 너무 하시지!
최강의 우리 부대를 겨우 밀가루 나르는데 쓰시다니....."

일반 병사들이 듣지 못하도록 나직한 소리로 투덜거리는 젊은 지휘관을 달래듯 커르트 부관이 부드럽게 웃었다.

"아민 백작님께서 남작님과 우리 그란드 실드(큰 방패) 부대에 식량 수송 임무를 맡긴 것은 그만큼 이 임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백작님께서 입버릇처럼 말씀하시지만....."

"군대는 잘 먹어야 힘쓰지! 하하하하하!"

젊은 크리스 남작이 유쾌한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얘기 들어봤나, 커르트?
요새 들은 얘기인데, 겁장이 블레르 백작 놈이 끌어들인 용병단에 무척 유명한 놈들이 있다는 거야.
"미남과 야수"라고 불리는 두 놈이라는데.....
그중 야수라는 놈의 실력이 장난이 아니라는군.
소드 바인(검기)을 쓸 줄 아는 최상급의 아미트(기사)들중에도 지난 10년간 최소한 수십 명은 그 야수앞에 쓰러졌다는 거야.
힘이 어찌나 센지 이제껏 제대로 검을 맞대본 사람조차 단 한 명도 없었다는군.
믿어지나, 자네는?"

더위를 잠시 잊을 화제거리가 생긴 게 반가운 듯, 커르트 부관이 활짝 웃음을 지었다.

"알렉스 카플란이란 자 말씀이시군요.
머리에 황소뿔이 난, 키 6헥사(약 3미터)의 괴물이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원래 소문이란..... 특히 용병들의 소문이란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 항상 과장되게 마련이죠.
하지만, 최소한 몇 명의 아미트(기사)들이 그 자의 도끼에 맞아 쓰러진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흥!"

고삐를 잡은 근육질의 굵은 팔에 불끈 힘을 주며 젊은 크리스 남작이 코웃음을 쳤다.
팔을 위아래 양쪽에서 감싸고 있는 갑옷의 금속판들이 불끈 움직이며 딸칵 소리를 냈다.

"용병 따위에게 지다니, 아미트(기사)의 수치지!
내 앞에 나타나 주면, 진정한 아미트의 위력이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줄텐데 말이야.
여기서..... 밀자루나 나르고 있으니 그게 문제 아니겠나! 하하!"

마지막 말은 일반 병사들이 듣지 못하도록 나직한 소리로 부관에게 말하며, 크리스 남작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아아! 저기 냇물이 보입니다!"

"와아아아아!"

병사들도 저 멀리 보이는 냇물을 보고 반가운 소리들을 질러댔다.
이틀간 땡볕 속에서, 메마른 초원의 푸석푸석한 먼지를 뒤집어 쓰며 행군하느라 모두 더워서 죽을 지경들이었다.
게다가 도중에 제대로 된 냇물도 없었던 탓에, 물까지 아껴서 먹느라 모두들 더욱 괴로왔다.

말 위의 크리스 남작 역시 냇물이 반갑기는 마찬가지여서 깨끗하게 면도한 큰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었다.

"부대 정지!"

냇물로부터 20헥사(약 10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크리스 남작이 오른손을 들며 정지 명령을 내리자, 소가 끄는 100여 대의 수레들을 포함해서 500여 명의 부대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즉시 멈춰섰다.

"닭들을 풀어라!"

이어지는 커르트 부관의 명령에, 몇 명의 병사들이 나무 새장에 넣어서 가져온 닭들을 가져와 냇가에 풀어 주었다.
물에 적이 독약을 풀었거나 뭔가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사람도 견디기 힘들었던 한여름 초원의 땡볕 더위에 10여 마리나 되던 닭들도 다 죽고 이제는 겨우 2마리만 남고 말았지만.....

목마른 병사들이 애타게 바라보는 가운데, 풀려난 2마리의 닭들 역시 목이 말랐던지 푸드덕거리며 냇가로 달려갔다.
부리로 물을 머금고 고개를 뒤로 젖혀 물을 넘기고, 또다시 물을 머금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꼬꼬! 꼬꼬꼬!"

잠시후, 물을 다 마신 닭들이 기분좋게 꼬꼬댁거리며 냇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흐르는 눈앞의 냇물을 바라보며 모두들 군침을 삼키며 초조하게 닭들을 쳐다 보았지만, 뿌지직 뿌지직 닭똥들을 갈겨댈 뿐 2마리 모두 아무 이상 없어 보였다.

"이상 없어 보입니다, 남작님!"

말 위의 크리스 남작이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커르트 부관의 명령이 이어졌다.

"왼쪽 1열부터 한 열씩 차례로 물을 마신다!
1열 창 내려!
방패 풀어!
앞으로....."

수레들 양쪽으로 4열 종대로 행군해온 병사들이 1열씩 질서 정연하게 냇가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크리스 남작도 어느 병사가 큰 물통에 떠다 바친 시원한 물을 마음껏 들이 마셨다.

"벌컥! 벌컥! 벌컥! 벌컥!"

"하아! 좋다!"

방금 떠온 시원한 냇물을 마시니 뼛속까지 시원해지면서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병사들도 차례로 냇물을 전부 마시고, 이제는 수레를 끄는 황소들과 마부들도 차례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미지근해졌던 물통의 물들도 전부 시원한 새 물로 바꾼 후, 모두들 기분좋게 다시 출발한 얼마후의 일이었다.

"꾸르르르륵!"

냇물을 지나친 후, 큰 모래시계가 반 정도 떨어졌을 시간이 흘렀을 무렵(약 15분 후), 그 소리가 처음 크리스 남작의 귀에 들려왔다.
하늘에서 들려온 천둥 소리나 개구리 소리가 아니었다.

남작 자신의 뱃속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거 왜 이래?
갑자기 찬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

"험험!

곤란한 표정으로 크리스 남작이 오른손을 들며 명령을 내렸다.

"부대 정지!"

일사분란하게 부대 전체가 걸음을 멈췄다.

"가리개를 준비해라!"

"예!"

생리현상이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야전에서의 전투나 행군중에 갑자기 뒤를 보지 않을 수 없게되는 경우는 사실 누구에게나 종종 발생했다.
그렇다고 부하 병사들 앞에서 지휘관이 엉덩이를 까고 용변을 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체면 문제인 관계로, 이럴 경우에 쓰는 가리개가 있었다.
가리개라야 사실 네 명의 병사들이 사방에서 높이 들어서 용변보는 사람의 모습을 가리는 길다랗고 넓은 천조각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똥싸게 잠깐 섰다 가자!" 라고 말한 꼴이 된 크리스 남작이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가리개를 하나 더 준비해라!"

커르트 부관도 마침 살았다 싶은 표정으로 같은 명령을 병사들에게 내렸다.

"하하! 다행히 부관도 배탈이 났나 보군!"

크리스 남작이 "그래도 똥싸는 사람이 하나 더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군!" 생각했던 것도 잠시..... 남작의 정지 명령에 반색을 하며 좋아하는 사람은 커르트 부관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초급 장교님! 저도 잠시만 일을 볼 수 있을까요?"

"저도요!"

"저도요!"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하나 둘씩 손을 드는가 싶더니 거의 모든 병사들이 뒤를 보기를 원하고 있었다.
아니 병사들만이 아니었다.
10명 단위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초급 장교들과 100명 단위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중급 장교들 등 대장급들도 뒤가 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건 뭔가 좀 이상하다!
뭔가 잘못 됐어!
아까 그 물?
그 냇물이 뭔가 이상해!"

"뿌지직! 뿌지직!"

혼자서는 벗기 불편한 갑옷을 병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벗고, 4명의 병사들이 받쳐든 가리개 속에 급하게 들어가서 설사를 해대면서 크리스 남작은 인상을 썼다.

"물이 오염된 건가?
그 냇물이 오염돼서 문제된 적이 있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설마..... 적의 속임수?
이 괘씸한 놈들!"

"뿌지직! 뿌지지직!"

"용서할 수 없다!"

"뿌직! 뿌지직!"

"으드드득!"

"뿌지직! 뿌지지직!"

이를 갈면서 크리스 남작은 가리개 속에 쭈그리고 앉아 연거푸 설사를 갈겨댔다.
제대로 배탈이 나버렸는지 지독한 설사였다.

"이이이이이이이....."

겨우 설사가 멎은 크리스 남작이 화가 나서 벌개진 얼굴로 병사들이 받쳐들고 있는 가리개에서 뛰어 나왔다.
크리스 남작이 나오자 마자, 가리개를 든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참고 있던 병사들이 체면 불구하고 바지를 내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바로 설사들을 갈겨대는 모습이 남작의 눈에 들어왔다.

모든 병사들과 장교들, 마부들은 물론, 심지어는 4마리의 말들, 100여 마리의 소들까지도 전부 찍찍 설사를 갈겨대고 있었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갈겨대는 설사로 사방이 온통 고약한 똥 냄새로 가득 차 코가 썩을 지경이었다.

역시 설사를 하고 와서 좀 낫다는 표정이 되어 말에 오르는 커르트 부관을 보며 크리스 남작이 인상을 썼다.

"적들이..... 냇물에 설사약을 탄 게 틀림없다!
이 비겁한 놈들이....."

역시 이를 가는 표정으로 커르트 부관이 대답했다.

"정말 비열한 놈들이로군요.
독약을 풀었다면 오히려 알아차렸을 텐데.....
닭은 원래 물똥을 싸대는 동물이라서 알 수 없었습니다."

"흥! 하지만, 거기 까지다!
다행히 가까이 숨어 있지는 못했나 보군.
하긴 이런 넓은 초원에 대낮에 숨어 있을 데가 어디 있겠나!"

모두들 설사를 싸고 있을 때 기습이라도 당했다면 큰 일이었겠지만, 이제 왠만큼들 다들 쌌으니 위기는 끝났다..... 고 크리스 남작은 생각했었다.
그러나, 냇물에 적들이 타놓은 설사약은 생각보다 훨씬 지독했다.

그 뒤로도 거의 큰 모래시계가 한 번 떨어질 간격(약 30분)마다, 배속에서 일어나는 부글거림과 함께 크고 작은 설사가 계속 쏟아져 나와 그 때마다 행군을 멈추고 뒤를 봐야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큰일 났습니다, 남작님!"

"무슨 일인가?"

남작의 물음에, 뒤늦게 뭔가 깨달은 듯한 커르트 부관이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고보니, 물이..... 물통의 물이 전부 다 설사약에 오염된 그 냇물뿐입니다!"

조금 아까 냇가에서, 오래된 물을 버리고 시원한 냇물로 물통들의 물을 전부 갈아 버렸던 것이었다.

"으드드드득!
가장 가까운 다음 냇물이 얼마나 떨어져 있었지?"

"여기서 다시 이틀 거리입니다만.....
그 물이라고 멀쩡하다는 보장이....."

"이 비겁한 놈들!
이 비겁한 놈들이....."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말위의 크리스 남작이 주먹을 불끈 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열한 적들을 저주했다.

"꾸르륵! 꾸르르르륵!"

뱃속에서 다시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할 수 없다!"

"예?"

난데없는 남작의 외침에 커르트 부관이 영문모를 표정을 지었다.
주먹을 불끈 쥔 채, 크리스 남작이 큰 소리로 말위에서 선언했다.

"이제부터는 멈추지 않고 계속 행군한다!"

남작의 말에 커르트 부관은 물론 병사들과 장교들 모두 "큰일 났다!" 싶은 표정으로 입들을 딱 벌렸다.
비장한 표정으로 남작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의 비열한 적들은 어딘가에 숨어서 우리가 뒤를 볼 때를 노려 기습해 올 것이다!
이대로 닷새만 참으며 행군해서 본진에 도착하면 안전한 우물물이 우리를 기다린다!
뒤를 보고 싶으면 바지에 그냥 봐라!
나 자신부터 그렇게 하겠다!"

"옛!"

"이제부터는 우리 모두 바지에 똥을 싸자!" 는 남작의 선언에, 병사들의 비장한 대답이 이어졌다.
역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듯 커르트 부관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으으으으으으윽....."

말은 쉬웠지만, 바지에 그냥 일을 본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계속되는 설사를 피할 수는 없다.
행군속도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

"뿌지지지지직!"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난생 처음으로 바지에 똥을 제대로 싸고 말았다.

"뿌지직! 뿌지지지직!"

커르트 부관도, 병사들도, 장교들도, 마부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으드드드드드득!"

"이 개자식들! 나오기만 해 봐라!
전부 죽여버릴 테다!"

설사 똥의 원수들..... 모두가 이를 갈며 적들이 당장 뛰어 나와 박살내 줄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적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갔다.

물을 끓여 먹으면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약해진 뱃속을 달래고자 밀죽을 끓여서 먹었지만, 유일하게 갖고 있는 물인, 설사약이 든 물로 끓인 죽을 먹자마자 또다시 다들 엄청난 설사들을 해댔다.

"으드드드득!"

사방에서 온통 똥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간이 천막 숙소에 들어가 누우면서 크리스 남작은 다시 한번 이를 갈았다.

부글거리는 배를 안고 모두들 겨우 잠이 들었을 무렵이었다.

"적의 습격이다!
적의 습격이다!"

"드디어 왔구나!"

보초병의 다급한 목소리에 갑옷도 벗지 않고 누워있던 크리스 남작이 벌떡 일어나 천막 밖으로 달려 나갔다.
모두들 같은 생각이었는지 신속하게 간이 천막과 침낭에서 빠져나와 방패를 들고 모여섰다.

드디어 설사 똥의 원수를 갚아줄 때가 왔다는 생각에 모두들 주먹들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러나.....
적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보초병들!"

"옛, 남작님!"

"적들이 어디 있다는 거냐?"

인상을 쓰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남작에게 겁을 먹은 보초병들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십여 발의 불화살들이 저쪽에서 갑자기 날아왔습니다.
저기 보십시오!"

아닌게 아니라, 기름묻은 천조각을 둘러맨 불화살들 몇 개가 바닥에 꽂혀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 뿐..... 넓게 펼쳐져 있는 깜깜한 초원 어디에도 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맥빠진 얼굴로 크리스 남작이 명령을 내렸다.

"일단 다시들 잠을 자라!
경계를 늦추지 마라!"

"예!"

대답과 함께 모두들 김이 빠진 표정으로 비척비척 잠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겨우 큰 모래시계가 두어 번 떨어질 정도(약 1시간)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한번 보초들의 소리가 모두의 잠을 깨웠다.

"적의 공격이다!
적의 공격이다!"

모두들 다시 뛰어나왔으나 역시 불화살 몇 발 뿐..... 적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무려 네댓 차례..... 결국 크리스 남작부터 말단 병사들까지 모두들 제대로 잠 한 숨 자지 못하고 밤을 지새우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벌개진 눈으로 모두들 힘든 행군을 시작했다.
아침에 설사약이 든 물로 끓인 죽을 먹은 뱃속이 벌써부터 부글거리고 있었다.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잔 데다가, 속이 불편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게다가 계속되는 설사를 바지에 해대면서.....
쨍쨍 내려쬐는 뜨거운 여름 햇볕 속을, 땀을 뻘뻘 흘리며 행군한 결과.....
저녁 무렵에는 모두들 기진맥진해서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러나, 그 날 밤에도 적들의 불화살 공격이 심심하면 이어져서.....
크리스 남작과 그 부하들은 잠 한 숨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견디다 못한 크리스 남작은 횃불을 든 병사들에게 불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뒤져보게 했으나 적의 숫자가 소수인지 도무지 잡아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적의 대규모 습격이 있을지도 모르는 판에 불화살이 날아오건 말건 무시하고 그냥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말 탄 전령들을 본진에 보내라!
오염되지 않은 물과 함께 지원병력을 보내달라고 구원을 요청한다!"

크리스 남작과 커르트 부관의 말들이 쓰러질 경우에 대비해서 여분의 말들이 두 마리 더 있었다.
말을 탈 줄 아는 병사들 두 명이 말을 달려 본진을 향해 떠났다.

본진까지는 앞으로 약 사흘 거리..... 거의 성공한 마당에 구원을 요청한다는 것은 치욕적이었으나,
체면때문에 위험을 무릅쓸 정도로 크리스 남작은 어리석지 않았다.

다음날도 설사를 바지에 싸대면서 땡볕 속의 행군.....
이틀간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설사를 해댄 병사들중 일부가 비척거리기 시작했다.
그란드 실드(큰 방패) 부대의 상징이자 자랑이었던, 20리젠드(약 10키로)나 되는 무거운 대형 방패들 때문에 모두들 더욱 힘들어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소들이 끄는 수레들은 넘치도록 밀자루들이 쌓여 있어서..... 방패를 버리면 모를까, 병사들 각자가 들고 가는 외에 다른 방법도 없었다.

도중에 두 번째 냇물을 만났으나, 닭들을 풀어본 결과 역시나 설사약에 오염되어 있었다.

"냇물 옆의 땅을 파봐라!
땅에 걸려져서 나온 물은 혹시나 괜찮을지도 모른다!"

경험많은 커르트 부관의 머리에 문득 떠오른 묘안이었다.
냇물옆의 흙을 파자 갈색의 흙탕물이 올라왔다.
여느 때같으면 짐승들에게도 먹이지 않았을..... 도저히 먹을 수 없게 생긴 물이었지만,
먹으면 틀림없이 설사를 할 맑은 물을 먹느니, 조금이라도 더 안전할 것 같은 흙탕물을 먹는 편이 차라리 나을 듯 했다.
다행히도 커르트 부관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서, 모두들 흙탕물을 먹자 그 날 저녁 무렵부터는 조금씩 설사들이 멎기 시작했다.

그리고, 밤에는 역시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십여 발의 불화살 공격.....
잠을 못 자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이제는 모두들 알아차렸지만, 역시나 무시해 버릴 수도 없었다.


"비치적..... 비치적....."

"털퍼덕!"

"일어나라!"

다음날, 땡볕 속에서 행군하던 병사 한 명이 마침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주위의 병사들과 장교들이 다그쳤지만, 그 병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흘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설사를 해대며, 무거운 방패를 어깨에 건 채 강행군한 결과..... 완전히 탈진해 버린 듯 했다.

"쓰러진 자는 먹을 것과 물을 준 후, 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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