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애애애애!’

이를 악물고 그녀의 몸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독한 독을 썼는지 급히 손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내장의 40%이상이 당해버렸다.

-심박 정지. 1초 2초 3초 4초-
“안돼… 안돼… 안돼애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에어리얼이 시키는 대로 심장 맛사지를 하자 겨우 심박 정지 경고 메시지가 멈췄다.

“다음… 다음은 뭘 하면 되는거지?”
-해독제를 먹이면 됩니다.-
“오오… 그래 그건 어디에?”
-마스터의 시각 정보에 조작을 했습니다. 해독제의 소지자는 붉게 보입니다. 현재 6방향에 위치한 마구간에 해독제의 소지자가 있습니다.-
“마테리얼 라이즈 코어웨폰 배리어 자켓!”

‘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의 왼팔에 새겨진 붉은 문신이 이글이글 타오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생성된 막대한 양전자의 입자가 그의 몸을 둘러싸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그의 몸이 녹색으로 변했다.

“에테리얼 다이브!”

‘슈우우웃!’
현상계의 물질존재에서 어긋난 에테리얼의 세계가 열리고 그곳에 다이브한 루이의 몸이 200미터 가량 떨어진 마구간에서 ‘슈웃!’하고 나타나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너였나?”

버둥거리는 여자는 다름 아닌 씬.
물어볼게 아주 많지만 지금은 해독제가 급하다.
‘꽈아악!’

“에테리얼 다이브!”

단숨에 에테리얼의 세계를 거쳐 집무실로 돌아온 루이의 왼팔이 거칠게 씬을 집어 던지자 어쌔신이라던 그녀는 맥도 추지 못하고 그대로 벽에 처박히고는 축 늘어지려 한다.
하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거칠게 그녀의 옷을 벗겨 뒤졌지만 약은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반지의 보석입니다.-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다.
임무를 실패한 어쌔신이 의뢰자를 들키지 않기 위해 반지의 보석처럼 생긴 유리알 속에 독약을 넣어뒀다가 실패할 경우 그걸 먹는다고…
단숨에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쉘의 입 속에 집어넣고는 아래턱을 콱 쳐올리자 새하얀 손에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콱 찍히며 반지의 유리알이 깨졌다.

“물… 물을 먹이면 더 빨리 흡수 될거야.”
-마스터!-
“쉘! 잠깐만 기다려! 지금 바로…”
-저 여자는 자폭장치를 갖고 있습니다!-
“뭐?”

‘콰아아아아아아앙!’



“어딜 그리 급히 가시는가? 루이 프리드리히!”
“철의 고향 가드헤벨은 슬슬 철광석이 고갈되어가는 모양이더군. 아쉬운 마음에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다가 우연히 내 영지에서 발견한 모양이지?”
“그 후드 벗지 그러나? 그 폭발에서 살아남은걸 칭찬해주고 싶거든? 이왕이면 떡이 된 네놈의 얼굴도 보고 싶고 말이야. 큭큭…”
“아아… 그래? 벗어주지.”

후드를 젖히자 아직 피도 씻어내지 못한 루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큭큭큭큭… 꼴이 말이 아니군.”
“처음부터 날 죽일 계획을 했었군. 나머지 영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당연하지. 그 멍청한 녀석들이 남의 영지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알겠어?”

이제야 모든게 이해가 간다.
철이 떨어져가는 철의 고향 가드헤벨의 영주 롬베르트는 루이의 영지에 있는 철광맥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 광맥은 자신의 영지에서는 꽤 멀어서 자칫 다른 영지로 빠져나갈 공산이 컸다.
그래서 나머지 영주들에게 엉뚱한 혐의를 뒤집어 씌워 자신이 싼 값에 구입하려고 했는데 루이의 소중한 사람 쉘 아델마이어의 결점을 눈치챈 것이다.
씬을 시켜 그녀를 격동 시키고, 루이와 그녀가 제정신이 아닌 동안 암살자의 처리를 도와주겠다며 씬을 빌려주는 척하고는 지난밤 쉘의 일로 정신없이 술을 퍼마신 루이의 방에 독약을 탄 물주전자를 갖다 놓은 것이다.
그리고 루이의 손에 잡혀버린 씬은 주인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몸 전체에 새겨 넣은 디스트럭션의 마법을 해방시킨 것이고…

“그럼 다행이군.”
“그 너덜너덜한 몸으로 나와 싸울 셈인가?”
“그럼 여기에 나 말고 누가 있나?”

철의 영주 롬베르트.
그가 오른손을 치켜 올리자 그의 등 뒤에 정렬해 있던 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당겼다.

“쏴!”

‘투투투투투투투퉁…’

“흥!”

‘콰카카카카카카카칵!’
장난치듯 검을 빙글빙글 돌리자 그 많은 화살이 거짓말처럼 몽땅 나가떨어졌다.

“이… 이게 무슨…”

찢어질 듯 부릅뜬 눈동자.
하지만 상대는 아직 100미터도 넘게 떨어져 있…

***********
-방금 충격으로 쉘 아델마이어님의 몸은 도저히 회복 불가능의 수준까지 파괴되었습니다.-
“닥쳐… 닥쳐! 닥쳐! 닥쳐어어어어!”
-이제 와서 어떤 치료를 해도 그녀를 살려내는건 불가능합니다.-
“닥치란 말이다아!”

‘콰쾅!’
그 지독한 폭발 속에서도 이 빌어먹을 몸뚱이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다친건 오로지 다 죽어가는 쉘 뿐.
그 피폐해진 몸에 이 이상 부실게 뭐가 있다고 굵직한 나무토막이 그녀의 전신에 쐐기처럼 박혀버렸다.
아름다운 얼굴이 망가진건 물론, 그 가녀린 몸까지 갈갈이 찢겨져 이젠 정말 피투성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건 아닙니다.-
“뭐?”
-마스터께서는 그녀의 몸이 필요하십니까? 그녀의 영혼이 필요하십니까? 주신의 허락하에 모든 제한이 풀린 이 세계에서는 영혼의 이식이 가능합니다.-
“그게… 가능해?”
-막대한 에너지와 비어있는 육체가 있다면. 가능합니다.-
***********
할바임 사건때 리치에게 가는 길 도중에 늘어져 있던 알몸의 시체들.
설마 그게 영혼을 갖지 못한 제조된 육체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것에 쉘의 영혼을 이식할 수 있다면…

‘모습은 아무래도 좋아. 그대가… 그대가 살아만 있어 준다면…’
-권고합니다. 지금 마스터의 능력으로는 봉인의 사자를 쓰러뜨릴 수 없습니다. 다른 협력자를 구하십시오.-
‘그럴 시간 따위…’

‘쯔칵!’
단숨에 100미터의 거리를 무시하고 날아든 검기에 피보라와 함께 뭔가가 날아 올랐다.
그건… 조금 전까지 롬베르트가 들어올리고 있던 그의 팔.

“없어!”
“크…아아아아아아악!”
“돌아올때까지 그 생명. 남겨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