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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녀의 전설 - 외전 - - 2부1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54 492회 0건
창작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외전 2부 1장


『 - 사족 -

수진 : ""지난 줄거리"를 계속 붙이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왜 이번엔 또 빼버린 거지?"

야설가 : "그게..... 붙이나 안 붙이나..... 조회수가 늘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더라구. ㅡ_ㅡ
추천수도 아주 조금 더 늘었을 뿐이고....." 』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외전 2부 - 잊혀진 전설들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 멜리사 : 저주받은 아이) - 1장 -


"하아! 하아! 춥다!
밤새 눈이 많이 왔나 보네!"

온통 부옇게 김이 서린 창밖을 보고 양손으로 어깨를 감싸며, 데보라 보이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집안에 있었지만, 숨을 내쉴 때마다 입밖으로 하얀 김이 새나왔다.

이제 갓 스무 살인 데보라는..... 주근깨가 약간 있는 동그란 얼굴에, 긴 갈색의 머리카락, 파란 눈동자를 가진..... 조금 귀여운 듯한 평범한 외모의 처녀였다.
남루하다고 말할 수준을 겨우 벗어난..... 싸구려로 보이는 검정색 긴팔 셔츠에 하얀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대부분 밀어서 여닫는 나무 창문이 달려 있는 게 고작인 위스토아에서, 투명한 유리로 된 창문이 달려 있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것도 고아원에 그런 비싼 유리 창문이 달려 있다면 더욱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으리라.

이곳 보이트 고아원을 후원해주고 있는 롱퀴스트 자작 가문의 호의였다.
사실 호의라기 보다는..... 다른 귀족의 저택에 놀러갔다가 파란 색이 들어간 유리창들을 보게 된 자작 부인의 성화로.....
저택의 유리창들을 갑자기 몽땅 바꾸게 되면서, 내버리게 된 이전 유리창들로 인심을 쓴 것 뿐이었지만.....

왕들과 귀족들은 사치품과 단순한 재밋거리에 돈을 물쓰듯 쓰고, 평민들은 빵 한 조각을 살 돈조차 없어서 굶어죽기도 하는.....
빈부격차란 사람사는 곳이면 어디나 있는 것이라지만..... 이 세계 위스토아에서 평민들의 삶은 더욱 비참했다.
고대왕국 마법사들의 "사악한 질서"가 무너져 버린 후, 벌써 500여 년째..... 왕들과 귀족들은 쥐어짜기만 할 뿐 평민들의 기본적인 안전과 생존조차 보장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 점에서..... 시늉이라도 고아원을 후원해주고 있는 롱퀴스트 자작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실제 내막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서..... 오히려 정반대에 가까왔지만.....

어쨌든, 유리창이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로 지은, 꽤 큰 편인 고아원 건물은 바깥쪽이 흰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져 있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꽤 그럴 듯 해 보였다.
벽난로만 달려 있고 땔감을 아끼느라 제대로 피우질 않아서, 고아들이 모여서 자고 있는 넓은 방안에서도 입김이 하얗게 서릴 지경이었지만.....

데보라 보이트 말고도 고아원에는 케일라 보이트라는 젊은 처녀가 하나 더 있었지만, 항상 모든 궂은 일은 데보라 혼자서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같은 보이트라는 성을 갖고 있어도.....
케일라 보이트는 원장 부부의 친딸이었고, 데보라 보이트는 갓난아기때 버려져 성도 모르는 고아로서 고아원장 카드윅 보이트의 성을 받았을 뿐이었던 것이다.

항상 빈둥거리기만 할 뿐더러 늦잠꾸러기인 케일라 보이트는 지금도 둘이 함께 쓰는 작은 방의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을 터였다.
잠이 깨봐야 도움이 안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밤새 내린 눈을 헤치고 마당에 있는 우물에 가서 물을 떠오려니, 얼마나 추울까 싶은 생각에 벌써부터 몸이 부르르 떨리는 걸 어쩔 수 없었다.

"휴우....."

아직 잠들어 있는 20여 명의 어린 고아들을 돌아보며 데보라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넓은 방안에 20여 명이 모여 누워서, 두껍고 넓은 싸구려 담요들을 네댓 명이 한 장씩 같이 덮고 있었지만, 자면서도 추운지 모두들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허리를 굽혀, 몇몇 아이들에게서 흘러내린 담요를 다시 잘 덮어준 데보라가 나무 물통 두 개의 손잡이를 모아서 왼손에 들고 바깥으로 나가는 나무문 앞에 섰다.

"휴....."

심호흡을 한 후, 오른손으로 문손잡이를 잡고 밀었다.

"삐그덕!"

나무문이 열리자 마자, 모진 찬 바람이 거세게 불어 들어왔다.
데보라는 서둘러 문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찬 바람이 들어와 안그래도 추운 어린 고아들을 더 춥게 만들기 전에 얼른 밖으로 나가서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다.

"어머!"

뜻밖에도 문 바로 앞 바닥에 무언가가 놓여 있어서, 발을 피하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넝마같은 싸구려 포대기에 싸여 있는 뭔가가.....

"아아아아아아!"

데보라의 파란 눈동자들이 충격으로 커지며 눈물이 가득 고였다.
물통을 바닥에 던져 버리고, 서둘러 포대기를 품에 안아들고 다시 고아원 안으로 정신없이 뛰어 들어왔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렇게 추운데 아기를 고아원 문앞에 버리고 간 사람이 있다니.....
틀림없이 얼어 죽었으리라.....
어떻게 부모가 돼서 이런 잔인한 짓을 할 수가.....

떨리는 손으로 문을 잘 닫은 데보라가 나무 바닥에 포대기를 잘 내려 놓았다.
밖이 이렇게 추우니 볼 것도 없이 아기는 이미.....
하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겁먹은 손으로 낡아빠진 하얀 포대기의 얼굴쪽을 조금 들췄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의 아주 귀여운 조그만 얼굴이 보였다.
잠을 자듯 눈을 감고 있는 모습었다.

"이렇게 귀여운 아기가.....
이렇게 귀여운 아기를....."

데보라의 파란 눈동자들에 가득 고였던 눈물이, 주근깨가 있는 볼을 타고 아래로 흘러 내렸다.
그때였다.

아기의 조그만 붉은 입술이 움찔움찔 움직인 것은.....

"아! 살아있다!
아직 살아있어!
기적이야!
사랑과 생명의 여신이신 귀니아님! 감사합니다!"

두 눈에 다시 가득 고인 눈물을 데보라가 오른손으로 훔쳤다.
물론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넝마처럼 낡은 하얀 포대기가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 있는 것이..... 아기를 방금 막 버린 것은 전혀 아닌 듯 했다.
이런 끔찍한 추위 속에서 밖에 버려진 갓난 아기가 아직까지 살아 있다니..... 귀니아 여신님의 큰 은총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람들의 삶이 각박하고 힘든 만큼, 자비로운 생명의 수호자로 알려진 귀니아 여신은 위스토아 전역에서 가장 인기있고 널리 칭송받는 신이었다.

그러나, 아기의 볼을 쓸어본 데보라는 깜짝 놀라며 손을 움추리지 않을 수 없었다.
티하나 없이 눈처럼 새하얀 아기의 볼은.....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왔다.

"아기가..... 얼어 죽어간다!
따뜻한 데로 빨리 데려가야 해!"

벽난로쪽을 보았지만 꺼져 있는 벽난로 옆에는 역시나 나무토막 하나도 없었다.
고아들이 몰래 불을 피울까봐, 원장 부부가 땔감은 몽땅 원장실에 가져다 놓았던 것이다.
케일라 보이트와 데보라가 같이 자는 작은 방도 불기없이 춥기는 마찬가지였다.
항상 춥다고 불평하는 원장 부부의 친딸 케일라는 데보라보다 훨씬 두껍고 좋은 이불을 덮고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이불같은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꿀꺽!"

데보라가 침을 삼켰다.
고아원 건물은 3개의 방으로 되어 있었다.
바깥쪽에 고아들이 자고 생활하는 넓고 큰 방이 있고, 안쪽에 크고 작은 2개의 방이 붙어 있는 간단한 구조였다.
둘중 조그만 방에서는 고아들을 돌보는 두 젊은 처녀들이 잠을 잤고, 고아들이 생활하는 방보다 조금 작을 정도로 넓고 큰 방은 물론 원장 부부가 원장실로 사용했다.

항상 늦잠을 자는 원장 부부는 자기들이 일어나기 전에 고아들이나 데보라가 방에 들어오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들의 친딸 케일라 보이트는 부모들보다도 더 늦잠꾸러기여서 그럴 일이 아예 없었고.....

역시 이 고아원에서 자란 고아 출신인 데보라는 아직도 원장 부부를 무서워했지만..... 겨우 숨이 붙어 있는 아기를 빨리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야 했다.

"똑! 똑똑똑!"

나무로 된 방문을 두드리고 기다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똑! 똑! 똑!"

"누구야?"

두 번째로 노크해서야, 퉁명스런 남자 목소리가 안에서 소리질렀다.

"데보라입니다, 원장님!
누가 아기를 버리고 간 걸 발견했어요!"

"날이 추우니 얼어 죽었겠군.
적당히 내다버려!"

아기를 포대기째 안아 들고 있던 데보라가 원장의 말에 가볍게 몸서리를 쳤다.

"아직 살아 있지만, 몸이 얼음장같아요!
몸이 좀 녹도록, 따뜻한 불가에 데려다 놓을 수 없을까요?"

"뭐? 에잉! 기다려!"

퉁명스러운 대답이 이어졌다.

"호오오! 호오오오!"

데보라는 아기를 안아든 채로 눈처럼 새하얀 아기의 얼굴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 주었다.
아기의 새하얀 눈썹이 움찔움찔 움직였다.

"응? 이제 보니 얘는 피부만 하얀 게 아니라 눈썹까지 눈처럼 새하얗네! 특이하다!
조금만 참아, 아기야!
따뜻한 방에 데려가서 몸을 녹여줄게."

아기 포대기를 안아든 채로, 문앞에서 왔다갔다 하며 아기의 얼굴에 입김을 불어 주었으나.....
큰 모래시계가 반쯤 떨어질 만큼(약 15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원장실 문이 겨우 열렸다.


"들어와! 겨우 이런 것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깨우다니 원!"

사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뚱뚱한 대머리 남자가 문을 열며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다.
원장인 카드윅 보이트였다.
차가운 갈색 눈동자가 데보라와 데보라가 안고 있는 포대기를 번갈아 훑어 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데보라는 아기를 포대기째 품에 안은 채, 원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쪽의 고아들 방과는 나무벽과 나무문 하나로 막혀 있었지만, 원장실 안은 추운 고아들 방과는 달리 훨씬 훈훈하고 따뜻했다.
온기가 나갈까 아까운 듯 서둘러 문을 닫으며 원장인 카드윅도 다시 방안으로 들어왔다.

원장처럼 뚱뚱한 사십대 중반의 원장 부인 피넨카 보이트는 침대에 속옷 차림으로 일어나 앉아 있었다.
막 일어났는지 헝크러진 갈색 머리카락에, 회색 눈동자를 차갑게 빛내며 역시 인상을 쓰고 있었다.

"고아란 년들은 정성껏 키워줘봤자 다 헛수고라니까.
겨우 어린애 하나 때문에 단잠을 깨우질 않나!"

"죄송합니다!"

원장 부인에게도 다시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며, 데보라가 한쪽 벽에 붙어있는 벽난로에 다가갔다.
벽돌을 사각형 모양으로 쌓고 위에는 연통을 연결해 지붕까지 이어놓은 벽난로 안에는 - 고아들이 있는 방과는 달리 - 따뜻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그 옆에는 땔감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조심조심 아기를 벽난로 앞에 내려놓은 데보라가 포대기를 좌우로 풀어 주었다.
부모가 옷조차 입히지 않고 버렸는지 포대기 속의 아기는 발가벗은 채였다.
눈처럼 전신이 새하얗고 티하나 없는 여자아기였다.
이제 보니 눈썹만이 아니라 위쪽에 조금 난 머리카락도 눈처럼 새하R다.

"이게 버려진 아이야?
뭐 돈이나 편지같은 건 없었구?"

옆에 다가온 원장 카드윅이 데보라를 위아래로 훑어 보면서 물었다.
혹시 데보라가 돈이라도 감추진 않았나 의심하는 듯 했다.

"아무 것도 없었어요, 원장님!"

주근깨가 있는 볼을 붉히며 데보라가 대답했다.


"애 머리카락이 백발인가 봐!
특이하네!"

뭉기적거리며 침대에서 나와 고급스런 주름잡힌 남색 드레스를 입던 원장 부인이 입을 삐죽하며 중얼거렸다.


데보라가 제대로 먹지도 못한 듯 홀쭉한 아기의 배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아기들의 피부는 대체로 깨끗하고 부드럽다지만, 이렇게 눈처럼 새하얗고 티 하나없이 깨끗한 피부를 가진 아기를 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하지만, 실크처럼 부드러운 그 피부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왔다.

"아기 몸이 너무 차가와요!
지금은 자고 있지만, 배도 고픈 것 같고요.
우유는 없으니..... 밀죽을 좀 쒀 줘도 될까요?"

"그래라!"

원장 부인이 큰 인심이라도 쓰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밀가루와 물을 붓고 잘 저은 냄비를 가져와 벽난로안 불위에 올려 놓고 조금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기가 움찔움찔 눈꺼풀을 움직이더니 반짝 눈을 떴다.
놀랍게도 조그만 보석같은 두 눈동자도 눈처럼 새하얀 색이었다.

"아아아아아!"

뚱뚱한 원장 부인 피넨카가 뱀이라도 본 것처럼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어디서 이런 괴물을 주워왔어!
당장 내다버려, 데보라!"


"예?"

데보라의 파란 눈동자들이 동그랗게 커졌다.
옆에서 구경하듯 서 있던 원장 카드윅도 놀란 표정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왜 그래, 여보?
원래, 머리카락이나 눈 색깔은 사람마다 다 틀리잖아!
하얀색은 나도 처음 보지만....."

대체로 하얀 피부에 코가 오똑한 위스토아의 인간족은..... 지구라고 불리는 다른 세계에서 서양인이라고 부르는 외모를 갖고 있었지만,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색깔은 지구보다 훨씬 다양한 편이었다.
물론 금발과 갈색 머리카락이 가장 흔했고, 눈동자도 파란색과 갈색 정도가 가장 흔했지만..... 선명한 파란색이나 녹색, 빨간색 등의 머리카락을 타고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고, 머리카락 만큼은 아니었지만 눈동자 색깔도 비교적 다양했다.

그러나, 사십대 후반인 고아원장 카드윅도 하얀 머리카락이나 하얀 눈동자에 대해서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아니 들어본 적도 없기는 했다.

"모르는 소리 하지 말아요, 당신!"

뚱뚱한 그의 부인 피넨카가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다.

"하얀 머리카락, 하얀 눈동자의 아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나는 들어본 적이 있어요.

옛날부터, 눈의 요정의 장난으로 아주 드물지만 요정의 아이가 태어난다고 들었어요.
그 아이들은 피부도 눈도, 머리카락도..... 몸 전체가 눈처럼 하얗다고 해요.
저주받은 그런 아이를 키우거나 가까이 하는 사람에게도 죽음의 저주가 떨어진다고 들었어요.

이 애는 인간의 아이가 아니에요.
눈의 요정이 버린 아이..... 저주받은 괴물이라구요!
그래서, 이 추위에도 얼어죽지 않은 거에요!
내 말을 못 믿겠으면 지금 추운데다 다시 내놓아 보라구요!"

"응애! 응애! 응애!"

원장 부인의 큰 소리에 놀랐는지 잠을 깬 아기가 조그만 입을 벌리고 울기 시작했다.
태어난지 잘해야 한달이나 되었을까 싶은 갓난아기였다.

"자! 자! 여기 먹어!"

원장 부인 피넨카의 말에 놀라서 잠시 멍하게 서있었던 데보라가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서 밀죽에 담갔다가 아기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아기는 배가 고픈지 허겁지겁 손수건을 빨아 먹었다.

"갔다 버리라니까!"

퉁명스럽게 원장 부인 피넨카가 소리쳤으나, 덩치 큰 원장 카드윅이 얼굴에 인상을 쓰며 오른손을 들었다.

"괴물이든 뭐든 롱퀴스트 자작님이 매달 10세테르는 주실 거 아냐!
나중에 크면 꽤 예쁘게 생겼는데..... 비싸게 받을 수 있을 거야.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래!"

"하지만..... 저주받은 괴물을 키우면 우리까지 저주받을 거라구요!"

조금 기가 죽은 작은 목소리로 원장 부인이 다시 항의했으나 원장 카드윅의 뚱뚱한 얼굴은 무표정했다.


"아기 이름은 뭘로 하죠?"

손수건을 열심히 빨고 있는 아기의 눈처럼 새하얗고 귀여운 얼굴을 들여다 보며, 데보라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귀찮은 듯 잠시 인상을 쓰던 고아원장 카드윅이 중얼거렸다.

"며칠전 죽은 옆집 노인네 이름이 뭐였더라.
멜리사였었지, 아마.
멜리사라고 하지 뭐."


"멜리사 보이트로군요."

성을 모르는 고아에게는 원장 카드윅 보이트의 성 "보이트"를 주곤 했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재수없는 괴물에게 당신 성을 줘선 안 돼요!
큰 불행이 닥쳐 온다구요!"

원장 부인 피넨카의 말에 원장 카드윅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성은 없이 키우지 뭐!"


"예?"

데보라의 파란 눈동자들이 다시 동그랗게 커졌으나, 원장 부부는 말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긴 내버리라는 말까지 나왔던 판에 있게 해준 것만 해도 일단 다행이었다.
데보라로서는 말도 못하는 갓난아기를 죽게 내버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일이었다.

"쭈욱! 쭈욱! 쭈욱!"

살겠다고 열심히 밀죽에 담갔던 손수건을 빨고 있는 눈처럼 새하얀 아기 - 멜리사를..... 데보라는 더욱 꼬옥 안아주었다.

"고아로 산다는 건 몹시 힘들단다!
특히 너는..... 앞으로 더욱 힘들 것 같구나!
내가 지켜줄게, 가엾은 멜리사!"

데보라의 파란 두 눈동자에 투명한 눈물 방울이 고였다.


........................................................................................................................


"마미(엄마)! 마미(엄마)!"

이제는 만 두 살이 된 멜리사가 손을 활짝 벌리며 긴 갈색 머리의 주근깨 처녀 데보라에게 다가갔다.
아기들은 대체로 모두 귀엽고 예쁘다지만 - 물론 예외도 가끔 있지만 - 새하얀 머리카락을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기르고, 역시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하얀 눈동자를 가진, 아기 멜리사는 새하얀 상아로 만든 인형처럼 깜찍하고 예뻤다.

"그래! 우리 예쁜 멜리사! 쉬했어?"

주근깨가 있는 동그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데보라는 멜리사를 꼬옥 안아 주었다.

온통 눈처럼 새하얀 가운데, 유일하게 칠한 것처럼 고운 빨간 색을 한 조그만 입술이 삐죽했다.

"아니! 멜리사가 쉬가리게 된지가 언제인데!"

여자아기들은 대체로 말이 빠르다지만, 이 조그맣고 새하얀 아기 멜리사는 벌써 못하는 말이 없었다.

"그래! 마미(엄마)가 잘못 말했구나!
언니들이랑 오빠들하고 놀까?"

찰싹 매달린 멜리사를 꼬옥 품에 안아 든 채로, 데보라가 고아들중 가장 어린 네댓 살 짜리들이 모여서 놀고 있는 곳으로 멜리사를 데려갔다.
멜리사의 피부는 실크처럼 - 아니, 아마도 실크보다도 훨씬 더 - 부드러웠지만, 처음 주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항상 놀랄 만큼 차가왔다.
마치, 추운데 있거나 얼음이라도 만지다가 금방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얘는 괴물이라 싫은데....."

멜리사를 데려오는 걸 보고 네비나라는 다섯 살 먹은 검은 머리 꼬마가 입을 삐죽했다.
멜리사의 조그만 보석처럼 예쁜 새하얀 눈동자들이 울먹울먹하는 걸 보고, 데보라가 짐짓 엄한 표정으로 나무랬다.

"마미(엄마)는 갈색 머리.....
너는 검은 머리.....
머리카락 색깔, 눈 색깔은 원래 다들 틀리잖니!
다들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한단다!"

"이리 와, 멜리사!
같이 소꿉놀이하자!
너는 아기!"

다행히 골드윈이라는 네 살 먹은 금발머리 꼬마가 웃으며 멜리사의 손을 잡아 끌었다.
꼬마들끼리 어울려서 금방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데보라의 동그란 얼굴에 환한 웃음이 어렸다.

원장 부부의 친딸인 케일라 보이트는 시큰둥한 얼굴로 옆의 바닥에 앉아 애들이 뭘하건 말건 관심없다는 듯이 뜨개질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부모를 닮아 뚱뚱하고 못생긴 처녀였다.



그날 밤의 일이었다.

"탕! 탕! 탕! 탕!"

누군가가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떠들고 놀던 스물두 명의 고아들 모두 조용해졌다.

"누구셔요?"

데보라가 문앞으로 다가가며 묻자,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롱퀴스트 자작 댁의 급한 전갈이오!
어서 문부터 여시오!"

"예? 밤중에 무슨 전갈인가요?"

한밤중에 롱퀴스트 자작 댁의 전갈이라니..... 이상하다고 생각한 데보라가 되물었을 때, 원장실 안에 있던 고아원장 카드윅 보이트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급한 걸음으로 달려왔다.

"롱퀴스트 자작 댁에서 오셨다면 빨리 열어 드려야지!
뭐하고 있어, 멍청한 년아!"

"하지만....."

데보라를 밀어 버리다시피 하고, 원장 카드윅이 문을 열자마자 손에 날카로운 단검을 든 다섯 명의 남자들이 밀고 들어왔다.
강도들이었다.

"모두 꼼짝 마!
소리지르면 죽인다!"

"어억!"

놀라서 입을 벌리는 카드윅의 짧고 굵은 목에도 날카로운 단검이 들이대졌다.

"자! 자! 너도 저쪽으로 가, 개년아!"

"아아악!"

데보라의 긴 갈색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잡은 채, 손에 칼을 든 강도 한 사람이 단검으로 위협하며 거칠게 데보라를 잡아 끌었다.

"꼬맹이들! 너희는 저쪽 벽에 모여 앉아!
울면 다 죽인다!"

두 살에서 열한 살까지 다양한 나이의 고아들 스물두 명이 겁먹은 얼굴로 한쪽 벽쪽에 모여 바닥에 주저 앉았다.
몇몇 꼬마들이 징징 울기 시작했으나 겁을 먹었는지 아무도 소리내서 울지는 않았다.

원장실과 그 옆의 조그만 방에 들어간 두어 명의 강도들이 원장 부인 피넨카 보이트와 원장 부부의 친딸 케일라 보이트를 찾아 고아들이 모여 있는 큰 방으로 끌고 나왔다.
고아 꼬마들은 한쪽 벽쪽에 모여 앉게 하고.....
원장 부부와 그들의 친딸 케일라, 그리고 데보라는 큰 방 가운데에 무릎 꿇려 앉혀졌다.

한쪽 볼에 칼자국 흉터까지 있는 인상 험한 강도가 꿇어 앉아 있는 뚱뚱한 원장 카드윅에게 예리하게 날이 선 단검을 들이댔다.

"돈 있는 대로 전부 내놔!"

"가진 게 없습니다.
여기는..... 보시다시피 가난한 고아원입니다, 나리님들!"

"퍼억!"

"끄아아악!"

묵직한 단검 자루로 꿀밤이라도 주듯 대머리를 후려 갈기자, 원장 카드윅이 숨넘어가는 듯한 비명소리를 질러댔다.

"롱퀴스트 자작 놈이 매달 고아 한 명당 얼마씩 현금을 주는 거 알고 있다.
어디다 감췄어?"

"그 돈은 매달 운영비로 바로바로 다 써버립니다!
지금 있는 돈은 다 해야 20세테르밖에 없습니다.
저기 원장실 책상 서랍 속에 있는 게 다에요!"

뚱뚱한 원장 카드윅이 아픈 듯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로 부들부들 떨면서 대답했다.

원장실을 온통 뒤집으며 뒤지던 두 명의 강도들이 인상을 쓰며 나왔다.

"23세테르밖에 없는데....."

그 말에 넓은 방에서 모두를 붙잡고 있던 다른 세 명의 강도들도 모두 얼굴에 인상을 썼다.

"현금이 많은 알부자라더니..... 거지잖아!"

"그러게 고아원에 돈은 무슨 돈이야! 가자구!"

인상들을 쓰며 강도들중 서너 명이 문쪽으로 몸까지 틀었을 때였다.


"잠깐!"

카드윅의 머리를 단검 자루로 후려 갈겼던, 얼굴에 흉터가 있는 강도가 일행들을 멈춰 세웠다.

"돈이 없으면 대신 재미라도 보고 가야지!
남자가 칼을 들었으면 오이라도 잘라야지 그냥 가서야 되겠어?"

"재미?"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고개를 갸우뚱하던 다른 강도들의 시선이 말을 꺼낸 강도가 쳐다보는 쪽을 향했다.
긴 갈색 머리를 늘어뜨린 파란 눈에 동그란 얼굴을 가진 처녀 데보라 보이트가 바닥에 꿇어 앉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얼굴에 주근깨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제법 귀엽게 생긴 처녀였다.

"자! 예쁜이! 이름이 뭐니?"

"헉! 허억! 데... 데보라 보이트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데보라가 대답했다.
강도가 손에 든 날카로운 단검날 옆쪽으로 희롱하듯 데보라의 볼께를 건드렸다.

"몇 살이니?"

"스물두 살이요."

"시집갈 나이가 지났구나!
같이 재미 좀 볼까?"

"아... 안돼요! 안돼요!"

위스토아에서 대부분의 처녀들은 십대 후반에 시집을 갔으니, 올해 스물두 살인 데보라 보이트는 사실 결혼을 서둘러야 할 나이였다.

가져갈 지참금 한 푼 없는 가난한 고아이긴 했지만, 귀엽다고 불러도 좋을 외모에, 야무지게 일을 잘 한다고 알려진 데보라에게는 종종 중매가 들어왔었다.
농사꾼, 나무꾼이나 사냥꾼, 조그만 가게주인이나 점원 등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긴 했지만.....

하지만..... 어린 고아들을 생각하면 데보라는 도저히 시집을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스물두 명의 고아들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가 이제 겨우 열두 살, 가장 어린 멜리사는 두 살..... 다들 손이 많이 가는 어린애들이었다.
원장 부부나 그들의 친딸인 케일라 보이트는 아이들에게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니..... 자기가 달랑 시집가버리고 나면 고아들은 무관심속에서 방치될 것이 뻔했다.

게다가, 미혼이었지만 성경험이 없지는 않은 데보라는 섹스에 대해서 그렇게 좋지 못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모양은 다르지만 또 다시 좋지 못한 방식으로 섹스를 강요당할 판이었다.

"일어나!"

"아아악!"

긴 갈색 머리카락이 거칠게 잡아 당겨지자, 데보라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섰다.

"벗어, 개년아!"

"아... 안돼요!
제발 용서해 주셔요!"

아이들 앞에서 강간 당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 데보라가 두손을 모아 싹싹 빌며 애원했다.
파란 두 눈동자에 가득 고인 눈물이 주근깨가 난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애들 앞이라 싫어?
따라 와!"

"아악! 아아악!"

볼에 흉터가 난 강도가 데보라의 긴 갈색 머리채를 휘어잡더니 원장실쪽으로 끌고 갔다.
짐승처럼 머리채가 휘어잡혀 끌려가면서 데보라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킬킬킬킬!"

비열한 웃음소리와 함께, 원장 부부와 고아들을 지키는 한 명을 제외한 다른 강도들도 원장실로 따라 들어갔다.

"자! 벗어, 개년아!"

"이러지 마세요! 제발 용서해 주셔요!"

울면서 애원하는 데보라의 양팔을 강도 두 사람이 각각 양쪽에서 우악스럽게 움켜 잡았다.

얼굴에 흉터를 가진 강도가 날카로운 단검으로 데보라가 입고 있는 낡은 파란 드레스를 찢어 발기기 시작했다.

"스르륵!"

닥치는 대로 여기저기 잘라내자 파란 드레스가 아래로 떨어지며, 가슴 가리개와 속옷 바지만 입은 데보라의 몸매가 드러났다.

"아아악!"

왼손으로 데보라의 젖가슴을 가슴 가리개 위로 움켜쥐며 얼굴에 흉터가 난 강도가 킬킬거렸다.

"제법 빵빵하네!
좀더 벗겨 볼까?"

"투두둑!"

날카로운 칼이 가슴 가리개 가운데를 끊어 버리자, 출렁 풍만한 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갈색에 가까운, 처녀치고는 짙은 색의 큰 유두에, 풍만해서 약간 늘어진 가슴을 갖고 있었다.

"뭐야, 이년!
애라도 낳아 본 거 아냐?"

"아니요. 흑흑!
아니에요!
제발 그만 용서해 주셔요! 제발!"

흐느끼는 데보라의 몸이 넓은 침대 위에 던져졌다.
강도 한 명이 침대 위쪽에 앉아 데보라의 양팔을 위쪽으로 잡아당긴 채 양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데보라의 속옷바지를 벗겨 내린 후, 두 명의 강도들이 양쪽에서 데보라의 발목을 잡고 잡아 벌렸다.
알몸인 채 활짝 벌려진 데보라의 다리 사이에 얼굴에 흉터가 난 강도가 킬킬거리며 다가갔다.

"아악! 아아아아아....."

몸부림치던 데보라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바지를 내린 강도의 그것이 몸속에 파고 들어온 것을 느꼈던 것이다.

체념해버린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린 데보라의 파란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침대에 떨어졌다.
위에서 강도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데보라의 알몸이 규칙적으로 위아래로 흔들거렸다.
아무 애무없이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다리 사이가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아아..... 아아아아아....."

"이년 가슴 하나는 일품이네!
색쓰는 꼴이 처녀는 아니구나!"

데보라의 풍만한 젖가슴을 장난감처럼 함부로 주무르며 옆에 서 있던 강도 한 명이 킬킬거렸다.

"말해봐, 이년아!
내가 몇 번째 남자야?"

위에서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얼굴에 흉터가 난 강도가 물었다.
데보라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외면한 채 눈물만 흘리자, 강도의 허리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졌다.

"아아아악! 아아아아..... 아파요! 아아아아아....."

"내가 몇 번째냐니까?"

"두 번째요! 흐흐흑....."

"처음은 몇 살때 누구하고였어?"

"14살때요. 남자는....."

"남자는?"

데보라의 파란 눈동자들이 떨리더니 투명한 눈물이 가득 고였다가 다시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모르는 남자에게 묶인 채 강간당했어요."

얼굴에 흉터가 난 강도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데보라의 알몸 위에서 내려왔다.

곧바로 두 번째 강도가 데보라의 위에 올라왔다.

이미 양팔도, 다리도 더 이상 붙잡혀 있지 않았지만, 침대 위에 알몸으로 눕혀져 있는 데보라는 체념한 표정으로 순순히 다리를 벌린 채로 있었다.

"아악! 아아아..... 살살 움직여 주셔요! 아아아아..... 하아아악....."

두 번째 강도의 그것은 꽤 대물이었다.
강도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다리 사이가 찢어지는 듯 고통스러웠다.

"아아아..... 제발 살살..... 아아..... 아아아....."

데보라의 다리가 두 번째 강도의 허리께에 매달리듯 감겼다.
강도의 몸을 다리로 잡아서 움직임을 줄여,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몸부림이었다.

"이년 좋아서 죽을려고 하는 것 좀 봐!"

자랑스럽게 낄낄거리는 두 번째 강도의 모습을 주위의 다른 강도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 보았다.
역시 남자는 그게 커야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잘못된 편견에 빠진 자들이었다.
실제로는 강제로 몸안에 들어오는 그것이 고통스러워서 하는 짓에 불과했지만.....

"하아..... 흐흐흑..... 이제.... 제발 그만해 주..셔요! 아아아아아....."

세 번째 강도의 그것이 다시 몸속에 들어오자 데보라의 알몸이 고통스럽게 부들부들 떨렸다.
울면서 멈춰달라고 애원했지만..... 데보라의 사정 따위를 들어줄 자들이 아니었다.

"밖에 있는 친구하고 교대해야지.
근데..... 이년 하나밖에 계집이 없나?"

"늙은 년하고 뚱뗑이 년밖에 없는 것 같던데.....
하려면 하든지..... 낄낄낄!"

재미있는 장난이라도 치고 있는 것처럼 강도들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제발..... 그만해 주셔요! 흐흑! 아파요! 아악..... 아아아아....."

발가벗겨져서 알몸으로 다리가 벌려진 채 강간당하는 갈색 머리의 주근깨 처녀는 고통스럽게 몸을 떨며 애원했지만..... 강도들에겐 알 바 아니었다.

"하악..... 아아아아..... 아아....."

다섯 번째 강도의 강간까지 끝나자 데보라의 알몸이 침대 위에서 추욱 늘어졌다.
손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는 듯..... 다리도 강도들이 벌려놓은 그대로 아무렇게나 활짝 벌린 채였다.
다리 사이에서 하얀 정액이 뭉클뭉클 새나와 침대 시트를 적셨다.
다섯 명의 강도들 모두 데보라의 자궁 안에 정액을 싸댔던 것이다.
강간당한 처녀가 임신하든 말든 강도들로서는 역시 알 바 아니었다.

고개를 옆으로 한 채 멍하게 풀어져 있는 데보라의 파란 두 눈동자 주위가 울어서 발갛게 부어 있었다.
처음 강간을 했던 얼굴에 흉터가 있는 강도가 자기의 그것을 까딱거리며 다시 데보라에게 다가왔다.

"이년 얼굴도 동그란게 꽤 귀엽게 생겼네.
귀여운 입 속에 좋은 걸 넣어줄까?"

"우욱! 우우욱! 우웨엑!"

멍하게 벌리고 있던 조그만 입에 흉물스런 강도의 그것이 밀고 들어왔다.
연거푸 목구멍을 찔러대는 바람에 구역질을 하며 뱉으려고 애썼지만..... 강도는 데보라의 뒷머리를 두손으로 잡은 채,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데보라의 입을 강간했다.

"우웨엑! 우웨엑! 우우우우....."

"끄아아아아악!"

데보라의 입을 강간하던 강도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자기의 그것을 잡아 뺐다.

"아! 아! 아야야야야!"

다리 사이를 양손으로 감싸 쥔 채 펄쩍펄쩍 뛰며 비명을 지르는 그 강도를 보고 주위의 다른 강도들이 낄낄거렸다.

"왜 그래? 깨물리기라도 했어? 낄낄낄!"

"아야! 아파! 피가 다 나네! 이 죽일 년이!"

견디다 못한 데보라가 물어뜯는 바람에, 강도의 추한 그것에 이빨자국이 나고 살짝 피가 비친 정도였다.
인상을 쓰던 강도가 원장실 바닥에 내려 놓았던 단검을 주워들어 데보라의 배에 박아 넣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눈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알몸인 배 한 가운데 깊숙히 박혔던 단검을 뽑아들자 붉은 피가 투둑툭 사방으로 튀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피가 줄줄 흐르는 알몸을 고통스럽게 뒤틀면서 데보라가 끔찍한 비명소리를 연거푸 질러댔다.

"아니! 어쩌려고 그래, 바첼?"

다른 네 명의 강도들도 모두 깜짝 놀라며 어쩔 줄 몰라했으나, 얼굴에 흉터가 있는 강도 바첼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어쩌긴.....
재미 봤으니 이제 그만 가는 거지!
그러게 누가 깨물래, 개년아!"

붉은 피가 묻은 단검을 침대 시트에 문질러 닦아낸 후, 벗었던 바지를 주워 입으며 강도 바첼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질린 표정이 된 다른 강도들도, 고통스럽게 피투성이의 알몸을 뒤틀고 있는 데보라를 힐끔거리며, 급하게 바지들을 주워 입었다.


강도들이 모두 가버린 뒤에야 뚱뚱한 대머리 고아원장 카드윅과 그의 부인 피넨카가 원장실 안에 조심조심 들어왔다.

"어머나! 이 피 좀 봐!
흉악한 놈들..... 작은 방에나 가서 하려면 하지, 남의 방 침대에 데려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람!"


"쿨럭! 쿨럭! 아아아아아아....."

고개를 옆으로 한 채, 이제는 입에서까지 붉은 피를 토하기 시작한 알몸의 데보라는 천천히 숨이 멎어 가고 있었다.


비릿한 피냄새와 피로 온통 범벅이 된 데보라의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며 고아원장 카드윅이 중얼거렸다.

"이미 살리긴 틀린 것 같군.
그래도 다행이야.
그 놈들이 숨겨놓은 돈은 발견하지 못했으니....."

"그러게요! 그러게 아무나 밤에 문을 열어주면 어떻게 해요, 당신?"

"누가 강도들일 줄 알았나!
요새는 관 값도 꽤 비싸다던데..... 침대 시트도 새로 사야 하겠고.....
일 하나는 꽤 잘 하는 년이었는데 아깝군."

"관은 무슨 관!
그냥 저 버리는 시트에 싸서 묻어주면 되죠, 뭐!"

죽어가는 데보라에게서 피라도 튈까봐 멀찌감치 떨어져 선 채..... 인상을 쓰며 나눈 고아원장 카드윅과 그 부인 피넨카의 대화였다.
벽난로 옆에 항상 수북히 쌓여 있는 나무 땔감 밑의 나무판자를 들추면 6,000세테르나 되는 적지 않은 돈이 숨겨져 있었다.

그 돈을 강도들에게 내줬으면 데보라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혹은 돈을 내줬어도 마찬가지였을지도.....
그 점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원장 카드윅과 그의 부인 피넨카는 "돈을 내드릴테니 그 애를 놓아 주십시오!" 라고 말할 생각들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결국 어린 고아들을 항상 사랑했던, 갈색 머리의 주근깨 처녀 데보라 보이트는 스물두 살의 나이로 그렇게 죽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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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잉! 귀찮아!
멍청한 데보라년!
왜 갑자기 돼져서 나까지 고생해야 돼!"

원장 부모를 닮아 뚱뚱하고 못생긴 스물세 살의 처녀 케일라 보이트는 인상을 쓰며 감자들을 대충 큰 남비에 던져 넣었다.
데보라였다면 잘 갈아서 먹기 좋은 스튜를 끓여서 줬겠지만 만사가 다 귀찮았다.

데보라에게는 죽기 전에 더러더러 중매라도 들어왔었지만, 외모밖에 모르는 멍청한 사내 놈들은 고아 년 따위보다는 훨씬 나은 자기를 몰라보는지 아무도 중매나 결혼을 청해오지 않았다.

사람사는 곳이란 어디나 마찬가지여서..... 이 세계 위스토아에서도 예쁜 여자나 잘생긴 남자가 대접받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역시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다 그렇듯..... 결혼이나 연애나 행복은 외모순이 전혀 아닌 것도 마찬가지였다.
케일라 보이트보다 훨씬 더 뚱뚱하고 못생긴 처녀들 중에도 좋은 남자 만나서 제때 잘 결혼하고 잘 사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떤 멍청한 남자가 못생겼을 뿐 아니라, 항상 인상쓴 얼굴에는 심술이 덕지덕지 서린 여자에게 반해서 결혼을 청하겠는가.
그 부모인 원장 부부라도 사람이 좋고 발이 넓다면 혹시 몰랐지만..... 카드윅, 피넨카 보이트 부부도 딸 못지않게 심술궂은 인상에, 이웃사람들과 마주쳐도 인사조차 안 하는 정없는 사람들이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롱퀴스트 자작이 고아 1인당 얼마씩 준다는 후원비를 떼먹고 자기 배만 불리는 악질 구두쇠들이라는 소문이..... 늘 추레하고 배고파 보이는 고아들의 모습을 본 이웃사람들을 통해 널리 퍼져 있었을 뿐 아니라.....

원장 부부와 관련된..... 매우 비열하고 더러운 소문들이 떠돌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대놓고 할 수 있는 얘기가 전혀 아니어서, 주위를 살피며 작은 소리로 소근거려야 할 성질의 것이었지만.....


원장 부부가 내준 장작이 너무 적은 탓에, 그리고 솜씨없는 케일라가 물을 너무 많이 넣는 바람에.....
장작이 다 타도록, 감자가 제대로 다 익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케일라 보이트는 벽난로에서 남비를 꺼내 나무 바닥위에 올려 놓았다.

어느새 다가온 스물두 명의 고아들이 배고픈 표정으로 모여들어 케일라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자! 쳐먹어!"

고아들이 우르르 남비에 달려 들었다.
데보라였다면 스튜를 끓여서 애들 덩치에 따라 차례로 나눠 줬겠지만, 고아들 따위 굶든 말든 케일라로서는 알 바 아니었다.

"훌쩍! 훌쩍! 훌쩍!"

큰 애들에게 밀려서 넘어져버린, 이제 겨우 두 살의 어린 멜리사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하지만 배가 고픈 고아들은 아귀다툼을 하며 삶은 감자를 하나라도 더 집어서 입에 넣기에 바빴다.

"데보라 마미(엄마)! 데보라 마미! 흑흑!"

데보라 보이트가 강도들에게 죽은 것도 이미 두달 전 일이 됐지만, 두 살인 멜리사는 죽으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아직도 이해하질 못했다.
안 그래도 데보라가 죽어서 고아들 따위를 뒤치닥거리 하느라 짜증이 나 있던 케일라 보이트가 갈색 눈동자를 험악하게 떴다.

"시끄러워, 재수없는 괴물아!
네 년이 재수없어서 데보라 년도 죽은 거야!
나도 이 고생이고....."

케일라의 눈치를 보며 숨죽인 작은 소리로 흐느끼는 멜리사의 옷자락을 작은 손이 잡아 당겼다.
골드윈이라는 이제 네 살 먹은, 금발에 갈색 눈의 꼬마였다.

"이거 먹어, 멜리사!"

골드윈이 네 살인 자신의 작은 손바닥보다도 더 작은 조그만 감자 한 개를 내밀었다.

"쩝! 쩝! 쩝! 꿀꺽! 쩝! 쩝!"

두 살인 멜리사가 새하얀 작은 손에 삶은 감자를 쥐고, 껍질도 까지 않은 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보석처럼 새하얀 두 눈동자에서 나온 투명한 눈물이 역시 눈처럼 새하얀 조그만 볼을 따라 흘러 내리고 있었지만, 멜리사는 열심히 감자를 베어물고 오물오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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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와 봐, 멜리사!"

"응! 골드윈 프라이라(오빠)!"

일곱 살의 멜리사가 생긋 웃으며 이제 아홉 살인 골드윈의 뒤를 따라 울창한 숲속을 걸었다.
어깨를 지나는 길고 새하얀 머리카락과 눈처럼 새하얀 피부, 붉고 조그만 입술, 크고 동그란 하얀 두 눈동자..... 여전히 새하얀 인형처럼 깜찍하게 예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비록 입고 있는 조그만 갈색 드레스는 여기저기 기운 티가 나는 넝마같은 것이었지만.....

딸기쨈을 만들 산딸기를 따오라는 케일라 보이트의 말에 따라, 고아들 모두 보이트 고아원에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 들어와 있었다.

"봐! 여기 산딸기 많지!"

"와아! 정말! 어떻게 알았어, 프라이라(오빠)?"

"이 정도야 기본이지!"

자기도 방금 산딸기 덤불을 발견한 주제에, 골드윈 보이트가 조그만 허리에 손을 얹고 으쓱거렸다.
둘이 웃고 떠들면서 가져온 조그만 자루에 산딸기를 따담기 시작하자, 다른 고아 꼬마들도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눈에 띄게 일솜씨가 좋고 아이들을 좋아해서 고아원 일을 돌보며 남았던 데보라 보이트를 제외하고는..... 만 열다섯 살이 되면 모든 고아들은 보이트 고아원을 떠나야 했다.
현재는 세 살에서 열네 살까지의 고아들 스물다섯 명이 고아원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그중 멜리사에게 친절한 아이는..... 아니, 친절은 고사하고 말이라도 제대로 걸어주는 아이는 골드윈 보이트 한 명뿐이었다.

티없이 순진하고 깨끗한 아이들이라는 말은 아마도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순진하고 깨끗하다는 말이 곧 항상 착하다거나 상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때로는 아무 것도 감추지 않고, 모든 걸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 이상으로 잔인해지기도 하는 법이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새하얀 머리카락, 새하얀 눈썹, 새하얀 두 눈동자.....
붉은 입술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새하얀 멜리사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원장 부인 피넨카 보이트와 고아들을 돌보는 그 딸 케일라 보이트의 말을 거의 모든 고아들은 그 말 그대로 믿었다.

심지어는 몇 년전에 데보라 보이트가 강도들에게 죽은 것도 재수없는 괴물인 멜리사 때문이라는 케일라 보이트의 반복되는 악담도 아무 비판없이 거의 그대로 믿어졌다.
못 먹고 자란 애들이 대부분 그렇듯 잘해야 평균 수준의 외모인 고아들에 비해서.....
어리지만 새하얀 인형처럼 아름다운 멜리사의 외모와 항상 얼음장처럼 차가운 체온이..... "멜리사는 재수없는 괴물"이라는 고아들의 믿음을 더욱 굳게 했다.
그래서, 데보라가 죽기 전부터 왠지 멜리사에게 항상 친절했던 골드윈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재수없는 괴물에게 말조차 걸지 않았던 것이다.

골드윈의 옆에서 산딸기를 따며 즐겁게 웃고 있던 어린 멜리사의 귀에 다른 고아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피해!"

"아아아아아아아악!"

.....


"아!"

다른 아이들이 보는 쪽을 돌아본 멜리사의 눈에 조금전까지 없었던 갈색의 큰 바위가 보였다.
엄청나게 큰 갈색 곰이었다.
뒷발로 일어선 채 큰 입을 위협적으로 벌리고 있었다.
날카로운 누런 이빨들이 빛나는 야만적인 큰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워어어어어억!"

무너져 내리듯 몸을 숙이는 곰의 큰 입이 멜리사의 바로 옆에 서 있던 골드윈의 작은 목께를 한 입에 덥썩 물었다.

"아아아악!"

비명 소리는 길지 않았다.
골드윈의 목언저리가 찢어지며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어 멜리사의 새하얀 얼굴과 넝마같은 갈색 드레스를 적셨다.

순식간에 숨이 끊어져버린 골드윈의 작은 몸을 입에 문 채, 덩치 큰 갈색 곰은 몸을 돌려 덤불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 아... 아..... 아..... 골드윈 프라이라(오빠)! 프라이라!"

붉은 피를 온통 뒤집어쓴 채, 멜리사의 작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피..... 피....."

손에 묻은 골드윈의 피를 들여다보던 멜리사의 몸이 픽 쓰러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아원의 넓은 방 나무 바닥위에 누워 있었다.
괴물이라고 찜찜하게 생각하면서도 고아들중 누군가가 다행히 업어온 듯 했다.

"에이! 재수없는 괴물 년! 죽지도 않고 깼어!"

요 몇 년새 더욱 뚱뚱해진 케일라 보이트가 커다란 얼굴 가득 인상을 썼다.

"골드윈 프라이라(오빠)! 골드윈 프라이라..... 흐흑! 흑흑흑!"

골드윈이 곰에게 물려가던 모습이 떠오른 멜리사가 눈물을 흘리며 흐느껴 울었다.

"조용히 해, 괴물 년아!
또 네년이 죽인 거잖아!
이제껏 이 고아원에서 곰에게 물려죽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어!"

퉁명스런 케일라의 말이 이어졌다.

이제 겨우 일곱 살인 멜리사의 가슴 깊이..... 상처가 새겨졌다.

여전히 겁에 질린 얼굴인 다른 고아들도 멜리사가 전염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주춤주춤 멀리 떨어졌다.

"나한테 친절한 사람은 전부 나때문에 죽는 건가?
왜 그렇지?
데보라 마미(엄마)..... 골드윈 프라이라(오빠).....
정말로 내가 재수없는 괴물이라서.....
눈의 요정이 버린 아이여서..... 그래서, 다들 죽은 거야?"

"끅끅! 끄끄끄끅!"

손으로 입을 가린 멜리사가 숨죽인 소리로 통곡하듯 흐느꼈다.


"나가서 울어, 괴물아!
옷에 피가 묻어서 빨아야 되니 벗어!"

넝마같은 갈색 드레스를 벗기자, 속옷을 입고 있지 못한 채였던, 어린 멜리사의 알몸이 바로 드러났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작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새하얀 피부..... 아름답지만 너무 티하나 없어서, 정말로 인간이 아닌게 아닌가 싶은 모습이었다.

"나가서 울어!
네년은 오늘 식사는 없어, 괴물아!
잠도 밖에서 자!"

케일라의 우악스런 손이 조그만 멜리사를 일으켜서 문을 열고 밖으로 밀어내 버렸다.
발가벗은 채 고아원 집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멜리사가 바닥에 엎드려 흐느꼈다.

"골드윈 프라이라(오빠)! 프라이라! 흑흑! 흐흐흑흑!"

눈이 퉁퉁 붓도록 고아원 건물 앞에 엎드려 몇 시간이나 흐느껴 울다가 잠이 들어 버렸는지, 아니면 또 기절해 버렸던 건지.....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저기 봐! 고아원 앞에 발가벗은 여자애가 있어!"

"정말!"

"정말!"

꼬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멜리사보다는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열 살, 열한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애들 세 명이 조금 떨어져서 신기한 듯 멜리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것 봐! 몸 전체가 눈처럼 새하얘!
머리카락도, 눈동자도....."

"괴물이다! 고아원에서 하얀 괴물을 키우니 말 안 들으면 잡아 먹힌다고 우리 마미(엄마)가 그랬어."

"괴물?"

들고 다니면서 먹고 있었는지 꼬마들의 손에는 저마다 빵조각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오늘 하루종일 산딸기 두어 개를 빼고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파졌다.
하지만, 벌써 고아원 안에 다시 들어가면..... 용서없이 케일라 보이트에게 매를 맞고 다시 쫓겨날 것이었다.

"저것 봐!
빵조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어!
먹고 싶어, 괴물아?"

"으... 응."

여전히 새하얀 알몸으로 엎드려 고개를 든 채로 어린 멜리사가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입안 가득 군침이 고였다.

꼬마의 작은 얼굴에 짖궂은 웃음이 어렸다.

"여기까지 네 발로 기어오면서 멍멍 짖어 봐!
그러면 빵을 줄게!"

"멍멍! 멍멍!"

망설임없이 알몸으로 개처럼 기면서 입으로 멍멍 소리를 냈다.

"와아! 정말로 짖었다!
괴물이 기어서 온다!"

소리내어 깔깔 웃으면서 멜리사쪽으로 빵조각들을 던진 세 명의 꼬마들이 도망치듯 뛰어서 사라져 버렸다.
알몸으로 바닥에 앉은 채, 바닥에 떨어진 빵조각들을 주워든 멜리사가 후후 흙먼지들을 불어냈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흐흑! 으으윽! 흐흐흑! 미안해, 골드윈 프라이라(오빠)! 데보라 마미(엄마)!
하지만..... 하지만..... 괴물이라도..... 훌쩍..... 나는 살고 싶어! ..... 흑흑흑!"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어린 멜리사는 빵조각들을 열심히 깨물어 삼켰다.


........................................................................................................................


멜리사의 나이 어느덧 만 열네 살이 되던 해의 일이었다.

"일주일 후면..... 네 생일이군.
생일 축하는 롱퀴스트 자작님께서 해주실 거다."

"예? 롱퀴스트 자작님이요?"

보석처럼 아름다운 멜리사의 하얀 두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커졌다.
새하얀 머리카락은 이제는 허리 가까이까지 치렁치렁하게 늘어져 있었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모습은 이제 소녀에서 처녀로 변해가고 있었다.

고아들이 놀다가 떠들면 조용히 하라고 소리나 지를까, 고아들에게는 통 무관심한 고아원장 카드윅 보이트가 왠일로 원장실로 부르나 했더니, 갑자기 전혀 뜻밖의 소리를 했다.
아기때 버려져서 생일을 모르는 고아들은 고아원에 들어온 날을 생일로 쳤지만.....
이곳 보이트 고아원에서는 고아들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일 따위는 없었다.

생일 축하라니..... 그게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도, 아기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라 한번도 그런 걸 본 적이 없는 멜리사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더구나 롱퀴스트 자작이 축하를 해주겠다니 더욱 뜻밖의 말이었다.
고아원을 후원해주는 고마운 자작님이라는 말은 원장 부부나 그들의 딸 케일라 보이트로부터 귀가 아플 정도로 자주 들어왔지만.....
고아원에 찾아온 적도 없는 롱퀴스트 자작을 직접 본 적은 이제껏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여기 이걸 입고 가라!
속옷도 입고....."

"털썩!"

카드윅 보이트가 바닥에 던져준 파란색 드레스와 가슴 가리개, 삼각형 모양의 작은 속옷을 보고 멜리사의 놀라움이 더욱 커졌다.
지난 14년 동안 단 한번도..... 누덕누덕 떨어지거나 기우지 않은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카드윅이 던져준 옷도 새 옷은 아닌 것 같았지만 제법 깔끔해 보였다.

"여기서 지금 옷을 벗고 입어 봐!
안 맞으면 바꾸기로 했으니까."

동그랗고 큰 두 눈동자와 오똑한 코, 작고 붉은 입술을 가진 멜리사의 아름답고 새하얀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제 열네 살..... 겨우 어린 소녀를 벗어나기 시작한 나이였지만 가슴도 꽤 부풀어 올랐고 한참 부끄러움을 탈 나이였다.

하지만, 원장의 엄한 표정에, 할 수 없이 뒤로 돌아선 멜리사가 누덕누덕 기운 보라색 드레스의 단추를 풀었다.

"스르륵!"

드러난 멜리사의 날씬한 알몸은..... 아직 어리고 작지만,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왔다.
무엇보다 잡티 하나없이 눈처럼 새하얀 피부 때문에.....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부끄러운 표정으로 급하게 가슴 가리개와 작은 속옷을 집어든 멜리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든 여자들은 가슴 가리개를 한다는 걸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보이트 고아원에서는 고아들에게 속옷을 사주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14년간 여름이나 겨울이나 항상 겉옷 한벌만 입고 살아왔다.
아래에 입는 걸로 보이는 조그만 속옷도 낯설긴 마찬가지였지만, 바지를 입는 것처럼 대충 입을 수 있었다.

가슴가리개를 들고 머뭇거리고 있는 멜리사에게 뚱뚱한 원장 카드윅이 다가왔다.
이제 육십 살이 조금 넘은, 나이든 카드윅이었지만.....
삼각팬티같은 모양의 작은 속옷만 입은 멜리사의 하얗고 날씬한 몸이 너무나 섹시해 보여서 절로 숨이 거칠어졌다.

"가슴 크기부터 확인해보고 맞춰서 둘러야지!"

뒤쪽에서 멜리사에게 다가선 원장 카드윅이 멜리사의 젖가슴을 뒤에서 양손으로 감싸안으며 정말로 크기라도 재려는 듯 주물럭거렸다.

"아아! 아아아아....."

멜리사가 전기라도 통한 것처럼 움찔하며 피하듯 몸을 움추렸다.
꽤 부풀어올라 적당한 크기인 젖가슴과 유두의 촉감이 너무나 부드러웠다.

"아아아..... 아아아아....."

"가만히 있어!"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고, 아직 어린 멜리사의 젖가슴을 한참이나 주물럭거리던 카드윅이 아쉬운 표정으로 가슴 가리개를 멜리사의 가슴에 대고 빙빙 두른 후 잡아매 주었다.
느낌이 얼음장처럼 차갑긴 했지만, 너무나 부드러운 멜리사의 젖가슴의 감촉이 아직도 양손에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카드윅 원장이 멜리사의 뒷모습 - 눈처럼 새하얀 등과 팔다리, 삼각팬티 옆의 볼록한 엉덩이 - 을 탐욕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가운데, 멜리사가 파란색 드레스를 입었다.
싸구려 티를 겨우 면한 평범한 드레스였지만.....
허리 가까이까지 내려오는 탐스러운 새하얀 머리카락과 눈처럼 새하얀 피부, 오똑한 코와 작고 붉은 입술, 날씬한 몸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드레스를 입어 보는 멜리사의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공주님처럼 보였다.

물론 눈으로 본 적은 없었지만, 눈의 요정..... 아니 매년 겨울이 되면 추위를 가져온다는 전설 속의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가 정말로 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일 듯 했다.

"잘 맞는군.
더러워지면 안되니까 여기다 전부 벗어 뒀다가, 가는 날 입고 가!"

"예!"

뒤로 돌아서서 파란색 드레스와 속옷들을 벗는 멜리사의 새하얗고 날씬한 알몸을..... 원장 카드윅이 탐욕스런 눈으로 뚫어질 듯 감상했다.


그리고 일주일후 저녁 무렵, 아무 장식도 표시도 없는 검은 색의 마차 한 대가 조용히 고아원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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