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란은 상인들이 많이 지나다니기에 상당히 발달한 마을이였다.
그만큼 여관과 모험자들 또한 많은 마을이였다.그 마을의 외곽지역에 위치한 공동묘지에 몇개의 임시 천막이 쳐졌다.

예린이 마련해준 사제복에서 느껴지는 옷감의 부드러운 느낌은 지연의 얼굴에 미소을 만들었다.
능력을 상승시키는 추가적인 효능은 없는 저렙용의 옷이였지만,그들에게 강간을 당하면서 아무런 옷도 못 입었었던 지연이였기에 그저 감사할 뿐이였다.
무엇보다도 악몽에서 벗어났음에 안도하였다.

달달한 코코아의 따뜻함이 온몸의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게임내에 이상현상이 발생하기 전에는 게임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하여도 체력과 스테미너만 차오를 뿐 맛은 느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이상현상이 일어난 이후에는 맛을 느끼는 것은 물론 배고픔까지 느껴지는 것이였다.

"좀 더 마실래?"

그런 모습이 애처러운 듯,예린이 물었다.

"네,감사합니다."

지연이가 어느 정도 여유을 가지는 모습에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미 모든 곳은 전투와 혼란이 가득한 세상이였다.안전한 곳은 없었다.

"혹시,슈가레스트 성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세요? 아는 사람이 거기에 갔다온다고 했었거든요"

자기에게 게임을 같이하자고 했었던 친한 친구인 미희.
그저 지연보다 약간 더 일찍 시작했을 뿐인 미희 역시 저렙이였다.
그래도 먼저 게임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미희의 장비을 사준다면서 슈가레스트성으로 향했고 그 뒤로는 연락이 두절된 것이였다.

"안좋은 데.슈가레스트 성은 엔피씨들의 점령하에 있어"
"그 성내 부활지점에서 부활한 유저들은 계속 살해당하거나 감옥에 갇혀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라서.."

"아."

미희가 걱정되기 시작하는 지연이였다.미희는 엔피씨의 기사는 커녕 병사도 세명 이상은 당해내지 못하였다.

"그럼,우리랑 같이 있으면서 그쪽 소식을 기다려보는 것도.."

"현재 유저총연합에서는 작은 마을의 부활지점 위주로 점령을 하고 있지만,조만간 흩어져 있던 유저가 더 모이고 체계가 안정되면 성을 점령할 생각이니까."

미희라는 소녀는 비록 저렙이지만 자기들과 같이 싸우다보면 금방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현상이 발생한 가운데에서도 전투을 많이 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게임의 특성은 그대로였다.
이것은 몬스터을 사냥할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엔피씨나 같은 유저들끼리라도 싸워서 상대을 물리치면 강해졌다.
단지 엔피씨에게 기술을 익히는 것이 불가능해졌기에 유저들끼리 가르쳐주는 수밖에 없었다.

"아마,우리랑 같이 있을꺼라면 전투는 피할 수 없을꺼야"
"우리는 부활지점을 보호하기 위해서 엔피씨들과의 전투을 피하지 않을 것이니까,다른 부활자들을 강제할려고 하는 유저들이랑도 마찬가지이고"





슈가레스트성 수석 마법사 볼트윈은 피곤함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죽이고 죽여도 하루가 지나가면 부활하는 존재들이 온세상에 출몰하기 시작하였다.
문서상에 기록되어 있던 대재앙,"흑마법사 드릭" 이래 이런 혼란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니,어쩌면 그 것보다 더 지독한 일일지도 몰랐다.
흑마법사 드릭은 혼자였지만 지금은 적이 너무도 많았다.
부활하는 특성에 언데드가 아닐까라는 예상이 있었지만,사람이랑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중에는 신성마법을 구현하는 사제마저 존재하고 있었다.
"화이트 언데드"라고 명명되어진 그들은,가끔 약한 이들도 있었지만 하나하나가 병사수준이 아닌 기사나 마법사만큼이나 강하였다.

처음에는 그저 병사들과 하급기사들이 상대하여 처치하는 데 주력하였다.
몇몇 병사와 하급기사들이 소모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였다.
하지만,몇몇의 희생을 치루고 처치한 존재들은 아무런 상처도 없이 다음날 다시 나타났다.
병사들로만으로는 상대하는 것은 무의미한 희생만 있을 뿐이라는 결론이였다.
희생을 감수하고 퇴치하여 보았자 다시 부활하기에 생포하여 구속하는 것이 그들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이라고 알려졌지만,죽이기 않고 사로 잡는 것은 죽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였다.

사로 잡고 나서도 문제였다.
화이트 언데드 중에는 검기을 구사하는 기사급과 보조도구 없이도 주변을 파괴할 수 있는 마법사급과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일반적인 감옥으로는 구속할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감옥은 파괴하고 탈출하여 버렸다.마법진이 설치된 감옥만이 이들을 구속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문제는 그런 마법진이 설치된 감옥의 수는 적다는 것이였다.
흔하지 않게 나타나는 흑마법사나 정치사범들을 구속하기 위해서 적은 수의 감옥만 있을 뿐이였다.
결국은 일반적인 감옥에 마법진을 그려넣어서 임시적인 마법감옥을 만들어 그들을 감금시켰다.
다만 임시적인 마법진이기에 매일 마법력을 주입하여 진을 유지시켜야만 하였다.

볼트윈는 마법진에 마법력을 쏟아붙고 임시막사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화이트 언데드의 부활지점 근처에 세워진 임시막사에 들어가면서 볼트윈은 처음으로 슈가레스트성 기사단장 네이크가 부러워졌다.

부활위치에는 일반 병사들이 감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나타나면 제압을 시도하고 제압이 힘들 것 같으면 바로 주변에서 가수면을 취하고 있는 기사들과 기사단장 네이크을 깨워서 제압을 하는 것이였다.
물론 그들이 선잠을 자다가 출동할 때는 볼트원같은 마법사들도 같이 가수면에서 깨어나 전투에 임하는 것이였다.

기사들은 가수면과 전투만을 반복할 뿐이였지만,마법사들은 틈틈이 감옥 역할의 마법진에 마나을 부어넣어야 했다.
체력면에서도 기사들은 회복이 빨랐지만,마법사들은 그렇지 못하였기에 견습마법사나 고위마법사 구분할 것없이 슈가레스트 성내의 모든 마법사의 눈 아래에는 다크서클이 장악하고 있었다.

성주는 국왕에게 성을 수비할 병력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수도 없이 보내였다.
오히려 왕성을 수비할 마법사와 기사을 충원해달라는 요청만이 되돌아왔을 뿐이였다.
슈가레스트성 아래 작은 마을들과 작은 영주들에게서도 병력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자신의 지역 지배권을 양도할 테니,화이트 언데드을 무찔러서 자신의 기본 재산만이라도 지켜달라는 요청을 한 영주들마저 있었다.

볼트윈은 시간을 확인하였다.
어제 처치하였던 화이트언데드가 부활하기까지는 약 2 시간이 남았다.
그 화이트언데드는 상당한 고위마법사였기에 다른 이들이 상대하기에는 벅찬 상대였다.자신과 네이크가 합공을 해야 상대할 수 있을 상대였다.

네이크는 이미 자신의 막사에서 가수면을 취하고 있었지만,볼트윈은 마법진에 마나을 쏟아붙고 오는 길이라 잠잘 시간마저 줄어든 것이였다.

볼트윈은 작년에 중간급 흑마법사 하나을 사형시켰던 것이 갑짜기 아쉬워졌다.
그 흑마법사는 묘지에서 시체을 파내어서 인체을 연구하다가 걸려서 사형당한 것이였다.
"흑마법사 드릭" 이후에 흑마법사들이 작은 죄을 지어도 큰 처벌을 받았다.
만일 그 때 그 흑마법사가 지금 있었다면 석방과 연구지원을 조건으로 성의 수비에 가담시켰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하루에 3시간도 쉬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였다.

볼트윈은 성주에게 흑마법사들에게 지원을 받자고 건의하여야 겠다고 결심하였다.
흑마법사들한테 마을을 하나 떼주는 조건을 걸더라도 지금 당장 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사로 잡은 화이트언데드을 실험에 쓰라면서 선물로 같이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단,2시간 뒤에 부활할 마법사을 처치하고 난 다음,정보을 취급하는 인원들에게 흑마법사와 마녀에 관한 정보을 조사하도록 지시을 내려야겠다라고 생각하였다.
시종에게 정확하게 두시간 뒤에 깨워라라고 말한 후 그대로 가수면을 취하는 볼트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