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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 9부4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58 297회 0건
창작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9부 4장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9부 - 이어지는 전설 (랑구르시아시 : 갈림길 / 저주받은 검) - 4장 -


"흐음..... 무술대회 참가신청도 접수했고..... 이제 5일 동안 뭘 하지?"

다시 마차로 걸어가며 주영이 묻자, 미영이 쟌피르에게 물었다.

"동쪽 성문밖으로 나가면 그 저주받은 검 그랑데르(위대함)를 볼 수도 있나요?"


매기아러 쟌피르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시험삼아 뽑아보실 수도 있죠."

그 말에 미영의 아름다운 금빛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동문까지 대형 마차로 가로질러 보니, 랑구르시아시는 역시 참으로 큰 도시였다.
성문 앞에서 마차를 가로막은 경비병들이 일행의 신분증을 검사하며 물었다.

"오늘중에 다시 돌아오실 거요?"

"예! 금방 다시 돌아올 거에요."

주영의 대답에 일행의 신분증에 적힌 이름을 기록하려던 경비병들이 그냥 다시 신분증들을 돌려 주었다.
생각외로, 랑구르시아시는 전체 주민들에 대한 관리를 제법 철저히 하고 있는 듯 했다.


동쪽 성문 바로 앞은 일부러 나무들을 모두 베어 냈는지, 주위 2, 3키로가 모두 넓은 공터였고, 공터 밖으로는 울창하게 숲이 우거져 있었다.
네 개의 큰 나무기둥이 받치고 있는 보라색의 크고 두꺼운 천막 아래, 넓은 보라색 천으로 덮힌 무언가를 4명의 경비병들이 창을 들고 지키고 있었다.

"저게..... 저주받은 검 그랑데르(위대함)인가 보네요."

은주의 질문에 매기아러 쟌피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랑데르를 잠깐 보고 뽑아볼 수 있나요?"

마차에서 내린 미영의 질문에 경비병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그중 한 사람이 대답했다.

"한 번 뽑아보는데 10세테르랍니다.
아무나 뽑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죠.
그냥 구경만 하십시오.
이 도시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와즐레도 - 키가 4헥사(2미터)가 넘는 거인이지만 - 뽑지 못했답니다."


그 경비병이 친절한 말투로 말렸지만, 미영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말씀은 고맙지만..... 뽑아 보려구요.
수진아! 뽑아 봐!"


"휴우....."

뭐든지 돈을 내야하는 상황이 못 마땅한 듯, "젖소" 은주가 한숨을 쉬며 10세테르를 경비병에게 내밀었다.


경비병들이 고급스런 보라색 천을 걷자, 들은 바 대로 칼자루와 칼날 모두 칠흑처럼 검은 색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짐작했던 대로, 오르크 쟈르칼로부터 받아 지금은 수진이 갖고 있는 도끼와 같은 재질의 금속으로 보였다.

상당히 길고 육중해 보이는 검은, 칼자루를 위쪽으로 해서 거꾸로 세워진 채로, 넓은 바위에 검날이 반 이상 깊숙히 박혀 있었다.
키가 181에 달하는 수진이 나서자, 4명의 경비병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키 큰 아가씨가 제일 힘이 세게 생겼군."

하는 표정들이었다.


검의 긴 손잡이를 양손으로 꽈악 움켜쥔 수진의 갈색 눈동자가 붉은 색으로 변했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합을 주며 수진이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힘을 주며 잡아 당겼다.

그러나.....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시후, 쑥스러운 얼굴로 수진이 입을 열었다.

"미안, 미영아! 꼼짝도 안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경비병들이 그러게 미리 말리지 않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하지만, 경비병들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최소한 수십 명분의 힘을 갖고 있는 수진이 뽑을 수 없다는 얘기는..... 인간의 힘으로는 뽑을 수는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저도 뽑아볼까 봐요.
힘은 수진이가 훨씬 세지만..... 저주를 건 신이 마르 신님이라면, 어쩌면....."

미영이 은주를 쳐다보며 입을 열자, 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운 표정으로 10세테르를 더 꺼내 지불했다.


검의 손잡이를 쥔 미영의 금빛 눈동자가 붉은 색으로 변했다.
동시에 양손을 중심으로 미영의 온몸이 날카로운 느낌의 파란 빛을 내며 빛나기 시작했다.


"이 빛은....."

"혹시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이십니까?"

4명의 경비병들이 뒤늦게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흐음..... 이제 칼만이 아니라 몸에서도 빛을 낼 수가 있구나, 언니!"

경비병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주영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마르 신의 권능과 가호를 뜻하는 파란 빛의 셍뜨 바인(신성한 빛)이 무색하게도..... 검은 여전히 바위에 박힌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도 한번 해볼까요?
혹시 귀니아 여신님의 도움을 빌면....."

작고 갸냘픈 편인,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머리의 미인 "지선"이 나서는 걸 보고 경비병들 모두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은주가 다시 10세테르를 경비병들에게 내밀었다.


조용히 눈을 감은 지선이 검 손잡이에 두 손을 올려 놓았다.
잠시후 양손을 중심으로 부드러운 느낌의 녹색 빛이 은은하게 새나왔다.
이어 그 빛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거대한 녹색의 빛의 기둥이 천막을 뚫고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올랐다.
하지만, 낮이어서 랑구르시아시 안에서는 아마도 우연히 이쪽 하늘을 쳐다본 사람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와아아앗!"

경비병들이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그 중 두 명은 뒤로 넘어지기까지 했다.
넘어진 경비병들중 한 명이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야 알았다!
샹드로 마을을 밤비르(흡혈귀)들로부터 구하셨다는 셍뜨레 데 골쥬앙(금발의 여 성기사)과 셍뜨레 데 실비앙(은발의 성녀) 님들 일행이셔!"

그제야 미영 일행이 누구인지 알아차린 네 명의 경비병들이 공손히 고개를 꾸벅했다.
네 명 모두 존경어린 표정으로 공손히 지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도 해 볼까봐!"

은주가 나서자 모두들 놀랐으나 무슨 생각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리지는 않았다.
10세테르를 치른 후, 은주가 조용히 외쳤다.

"실피안!"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거센 바람과 함께 천막이 날아갈 듯 흔들렸다.
이어, 하얀 구름이 뭉쳐서 된 듯한 나체의 여자 모습의 존재 - 실피안 열여섯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실피안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은주와 클로아뿐이었지만..... (5부 내용 참조)

"이 검을 바위에서 뽑아 주세요!"

검 손잡이를 잡은 채, 은주가 실피안들을 향해 외쳤다.
그러나, 실피안들은 고개를 저으며 날카로운 느낌의 여자 목소리로 차례로 입을 열었다.

"위대한 어머니를 닮은 인간이여....."

"마르 신의 의지가....."

"그 권능이....."

"검을 바위에 누르고 있다....."

"우리들....."

"바람의 중급 정령.....

"실피안들은....."

"신의 의지를.....

"거스르지 못한다....."


"헉! 돈만 날렸다!"

비록 클로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실피안들의 모습을 볼 수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지만, 은주의 외침으로 모두들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도 해 볼까?"

"저도 해 볼래요! 저도요!"

주영에 이어, 심지어는 클로아까지도 파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나섰다.
사실, 힘쓰는 것과는 거리가 먼 주영은 물론 - 하물며, 아무 능력도 없는 클로아는 더욱더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 이제와서 말리기는 곤란한 상황에, 은주가 아까운 표정으로 20세테르를 경비병들에게 추가로 지불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원래 아무도 뽑을 수 없는 저주받은 검이라니까요.
달리 그랑데르(위대함)라는 이름을 놔두고 그라페르(쓰레기)라고들 부르겠습니까?
와하하하하하하하!"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일행들의 분위기를 돋우려는 듯 매기아러(마법사) 쟌피르가 너스레를 떨었지만, 모두 조용했다.
특히, 은주는 순식간에 헛되이 날아간 60세테르가 아까운 듯 몹시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미영은 미영대로 풀리지 않은 의문에 골똘히 빠져 있었다.

"처음 마르 신께서 그랑데르(위대함)에 저주를 거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뭔가 오해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수진이가 뽑을 수 없다면 뽑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어.
게다가 마르 신님의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인 나도, 귀니아 여신님의 셍뜨레(성녀)인 지선이도 뽑을 수 없었어.
랑구르스를 죽이지 못하도록, 마르 신께서 정말 저주를 거셨단 말인가?
하지만, 정의와 생명의 수호신이신 마르 신께서 어째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언니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아가씨" 지선이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신관복은 네 벌을 계속 갈아 입고 있지만.....
잘 때 편하게 입는 옷이랑, 그리고 다른 옷들과 물건들도 좀 샀으면 좋겠는데.....
돌아가는 길에 시장에 잠시 들르면 안될까요?"


"휴우..... 오늘은 돈쓰는 날인가 보네!
그래! 가야지!"

은주가 한숨을 쉰 후 대답했다.


장날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지만, 큰 도시답게 랑구르시아의 시장은 장날이 아니라도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었고 사람들도 제법 붐비고 있었다.
이 세계에 온지 벌써 석달째, 손으로 짜서 만든 이 나라 옷이며 속옷들을 이미 몇 차례 사긴 했지만..... 품질이 다소 조잡하고 쉽게 떨어져서 사실 자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와! 이것 봐, 언니들!"

우리 세계에서 입던 것과 거의 똑같은 모양의 삼각팬티를 어느 옷가게 가판대에서 집어들고 주영이 감탄했다.
왼손에는 어느 가게에서 산 사과를 집어든 채 와삭와삭 베어물고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먹어 봐요!"

손에 울긋불긋한 색깔의 동그란 모양의 막대사탕을 집어든, 금발의 클로아가 사탕을 핥으며 감탄했다.
"젖소" 은주가 그 모습이 귀여운 듯 - 약간 사나와 보이는 얼굴에 -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물렀거라! 와즐레님이 지나가신다!
물렀거라!"

사람들이 웅성거리는가 싶더니, 누군가 저쪽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와즐레?"

중얼거린 매기아러(마법사) 쟌피르가 미영 일행에게 옷가게 안으로 들어갈 것을 손짓으로 권했다.
미영 일행만이 아니라, 모두들 가까운 가게 안쪽으로 몸을 피하고 있었다.


"와즐레가 누구죠?"

은주의 질문에, 미영이 뒤를 이었다.

"아까 얼핏 들었는데.....
아마 랑구르시아시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차가운 표정으로 매기아러 쟌피르가 대답했다.

"비열하고 더러운 도둑과 불량배들의 두목에 불과합니다.
자기들을 블라키 테아르(검은 공포)라고 자칭한다더군요.
거느린 무리들이 많아서 모두들 무서워하죠."


미영이 불쾌함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영주님이나 경비병들이 체포하지 못하나요?"


"영주님이 곧 법이니 잡아들이거나 목을 베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현 영주님은 꽤 소심하셔서요.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체포되는 건 항상 그 밑의 졸개들 몇 몇 뿐입니다."


사람사는 곳이면 어디나 그렇듯이..... 이곳 위스토아에도 범죄자들이 있고, 심지어 이렇게 대낮에 위세를 부리며 거들먹거리고 다니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이해는 갔지만 미영은 한 편으로 씁쓸해지는 기분을 어쩔 수 없었다.

잠시후, 키가 이 미터도 넘어보이는 덩치 큰 거인이 역시 덩치 크고 불량해 보이는 자들에 둘러싸여 거드름을 피우며 천천히 걸어갔다.
뾰족뾰족한 수염이 고슴도치처럼 온통 얼굴을 덮고 있는 털보에, 왼쪽 볼에는 칼자국같은 흉터가 있고 분위기가 불량해 보이는..... 요컨데 전형적인 범죄자 타입으로 보이는 덩치였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느낌의, 칼라가 나풀거리는 하얀 반팔셔츠와 붉은 조끼에, 하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굵은 양팔목에는 주렁주렁 굵은 금팔찌들을 몇 개씩 차고 있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 굽실거리며 돈을 바치는 것이 아마도 시장 상인들에게 소위 "보호비"라도 뜯어내며 돌고 있는 듯 했다.


"흐음..... 재수없는 새끼네! 목을 잘라버릴까?"

어느새 오른손 손톱을 30센치 길이로 길게 늘인 채로 위험스런 말을 하는 주영의 손을 잡으며 미영이 고개를 저었다.

"안돼, 주영아!
살인죄로 감옥에 가고 싶어?
그리고..... 말투가 그게 뭐니?"

"하지만....."

미영이 다시 한번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분위기가 별로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제 탑으로 가셔서 매기아(마법) 수업이나 하시죠."

매기아러(마법사) 쟌피르의 제안에 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의 만물은 4대 원소라고 불리는 물, 불, 바람, 흙의 4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탑 1층의 테이블에 모두 둘러 앉은 채 쟌피르가 웃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주영은 또다시 "원자로 되어 있는게 아니구요?" 등의 말을 하며 끼어들고 싶은 듯 했으나, 미리 알아차린 미영이 눈짓으로 주영을 말린 후 쟌피르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의 과학 상식을 전부 바꾸고 계몽해 줄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이 세계는 매기아(마법)가 한 때 지배했고, 지금도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세계..... 우리 세계의 지식이 반드시 전부 맞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기도 했다.

사실, 십중팔구 미영과 은주 외에는 매기아(마법) 수업을 들어도 아마 배울 수 없거나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미영과 은주는 - 적어도 이제까지는 - 매기아를 사용하는 모습만 봐도 그대로 따라할 수 있으니 굳이 이론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쨌든 무술대회까지는 5일이나 남았다고 하니..... 그리고 매기아의 기초 이론지식을 배워두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은주도 같은 생각인지 바로 매기아 사용을 보여달라고 말하지 않고 조용히 쟌피르의 이론 수업을 듣고 있었다.



"흐음.....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네!"

"적어도 몇천 명은 되겠어."

주영의 감탄에, "아가씨" 지선이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3,375명이야. 이 광장에 있는 사람들만....."

몇백 미터 주위의 존재들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숫자까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미영이 금빛 눈동자를 빛내면서 웃는 얼굴로 확인해 주었다.


무술대회 시작 첫날, 랑구르시아시의 중앙광장, 정확히는 대회장 주변에는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구경하러 왔는지, 대회 참가자들로는 보이지 않는 일반인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8군데의 대회장 입구에 붙어 있는 큰 종이에 대진표가 붙어 있었다.
수진이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밀치며 길을 열어주자 클로아와 쟌피르가 아직 이 나라 글자를 모르는 나머지 일행들을 위해 대진표를 읽어 주었다.

"미리어(미영)님 시합이 가장 먼저에요.
다음이 쥬리아(주영)님....."

"그리고 다음이 수잔(수진)씨.....
플로라(은주)씨가 가장 마지막이군요."


"우리야 격투쪽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은주 언니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매기아(마법)의 사용도 안된다던데....."

걱정이 된 미영이 다시 한번 은주에게 물었다.
이 세계에서 식당 일은 하루에 보통 1세테르, 벌목 등 좀 힘든 일은 2 ~ 3세테르 정도 벌이가 되었었다.
대회 참가비인 50세테르는 요컨데, 평범한 가정 기준으로 1 ~ 2달 생활비가 될 수 있는 금액으로서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무술대회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노련하고 거칠어보이는 용병들 뿐이었다.
대진표에 따르면 이번 대회의 참가자는 약 300여 명 정도 되는 듯 했다.


"내 걱정은 하지마!"

자신만만한 태도로 웃으며 은주가 대답했다.


대회 참가 신청을 했던 보라색 대형 천막 안에 들어가자 병사들이 접수증을 확인한 후, 미영, 주영, 수진, 은주에게 각각 색깔이 다른, 이름과 세르농(별칭)이 적인 종이와 끈을 주며 종이을 끈에 꿰어 목에 걸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갑옷을 전혀 입지 않으실 건가요?"

참가 신청을 할 때 봤던 사람 좋은 인상의 젊은 병사가 걱정스럽게 미영에게 물었으나, 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구중 하나를 통해 대회장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창을 든 병사 두 명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빈 손인 병사 한 명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대회 참가자를 제외하고는 입장료는 1인당 3세테르입니다."

역시 랑구르시아시에서는 어딜 가나 돈을 요구했다.
쟌피르가 웃으면서 돈을 꺼내서 지선, 클로아 및 자기 자신의 입장료 9세테르를 자기 돈으로 지불했다.

대회장 안으로 들어가자, 나무 계단들이 층층이 둘러싸고 있는, 지름 백여 미터의 동그란 원형 대회장 위에는 이미 대회 참가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반팔 셔츠에 반바지 차림인 미영 일행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가죽이나 금속제 흉갑옷(가슴과 몸통을 가리는 갑옷)이나 일부는 전신을 가리는 사슬 갑옷 등을 입고 있었다.

병사들이 대회 참가자들을 제외하고는 원형 대회장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아가씨" 지선, 클로아, 매기아러(마법사) 쟌피르는 관람용 좌석으로 만들어진 나무 계단들중 가까운 쪽에 올라가서 앉았다.
이제 겨우 첫날에 아직 대회가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나무 계단 좌석에 모여 앉아 떠들고들 있었다.

대회장 안의 경비병들이 미영, 주영, 수진, 은주의 가슴에 단 종이를 보더니 긴 두루말이 종이에 적힌 이름에 검은 목탄조각으로 체크한 후, 상대방을 찾아 둘씩 둘씩 서서 기다리게 했다.

미영도 자기와 같이 빨간 색 이름표를 가슴에 단 처음 대전 상대와 나란히 섰다.
큰 키에 흉터 투성이인 갈색 머리의 용병이 미영을 보더니 인사도 없이 조용히 웃었다.
키 163 정도에, 금발에 금빛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미영을 보고..... 게다가, 갑옷조차 입지 않고 나온 아마추어같은 모습에, 아마도 쉬운 상대라고 생각한 듯 했다.


주영의 상대인 용병은 꽤 말이 많고 수다스런..... 그것도 꽤나 저질스런 자였다.

"킬킬킬킬. 어디서 이런 귀여운 빨간머리 공주님이 오셨나?
남자 좋은 줄은 아나?
아저씨랑 밤에 한번 만날까?"

주영의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가 더욱 붉어지면서 살기가 치솟았다.
살기를 느낀 미영이 슬쩍 주영쪽을 쳐다보자, 수진과 그리고 몇 명의 용병들도 힐끔 주영쪽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자들도 꽤 많이 섞여 있는 듯 했다.
유감스럽게도, 주영의 상대방은 그런 걸 느낄 실력도 안되는, 덩치만 크고 말만 많은 자였다.
그 자가 계속 뭐라고 떠드는 대로, 주영이 말없이 인상을 쓰는 걸 보면서 미영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상대방을 죽이면 실격이라고 했으니까 설마 죽이지는 않겠지."


수진의 대전 상대인 용병은 큰 키에 묵직해 보이는 도끼를 등에 지고 있는 수진을 보자 만만찮은 상대라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인상을 쓴 채 수진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은주의 상대는 주영의 상대보다도 더 수다스럽고 더 저질인 자였다.

"플로라면 젖탱이 아가씨라는 뜻이잖아?
호오! 세르농(별칭)도 아예 플로(젖소)라구?
세르농 한 번 잘 지었구만.....
무기도 없으니 설마 젖탱이로 나를 깔아 뭉개려구?
어머나..... 살려주셔요, 큰 젖탱이님!
낄낄낄낄낄낄!"

은주는 약간 찢어져 사나운 느낌의 연녹색 눈동자로 상대방을 노려보며 벌레라도 씹은 듯한 얼굴로 조용히 인상을 쓰고 있었다.


대충 인원 파악이 되고, 둘씩 둘씩 대전 상대끼리 짝이 맺어지자, 병사들의 지시로 대회 참가자들도 원형의 대회장 바깥쪽으로 나와 비잉 둘러 섰다.
원형의 돌바닥 대회장을 둘러싸고 있는 계단형 관람석에는 이미 적어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웅성거리며 떠들고 있었다.

귀가 좋은 미영의 귀에는 그들이 떠드는 내용이 환히 들려왔다.

"..... 저 예쁘장한 금발 아가씨에게 10세테르....."

"..... 에이! 돈만 잃을 텐데. 나는 상대방에 6세테르....."

창을 들지는 않았지만 흉갑옷과 뾰족 투구를 착용한 병사들이 큰 나무상자를 들고 관람석 사이를 다니면서 돈을 받고 종이를 내주고 있었다.

"정말 랑구르시아시는 돈벌이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군!"

미영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와아! 우리도 걸어요!"

금발의 클로아가 웃으면서 신이 난 음성으로 떠들자, "아가씨" 지선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이거 어쩌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보다 우리가 돈을 더 벌 수도 있겠는데.....
돈은 얼마나 갖고 나왔니?"

"저는..... 엄마(은주)가 비상용으로 준 은화 10개 뿐이에요."

클로아가 허리에 찬 작은 주머니에서 꺼낸 은화를 받으며 지선이 역시 허리벨트에 찬 끈달린 주머니를 끌렀다.

"나도 은화 20개, 동화 10개 뿐이야.
그러면 전부 610세테르네."

(동화 1개 = 1세테르, 은화 1개 = 동화 20개 = 20 세테르, 금화 1개 = 은화 50개 = 1,000 세테르)

"여기요! 저기 금발의 여자분 미리어님이 이기는데 610세테르요."

"큰 금액이군요, 아름다운 아가씨!"

병사가 웃으며 돈을 받고 전표를 써 주었다.
아마도 꽤나 부잣집이나 귀족 아가씨가 구경을 왔구나 생각하는 듯 했다.


인원이 많은 탓인지 지름 100여 미터의 원형 대회장을 4등분해서 8명씩 동시에 대회가 시작되었다.

"챙! 챙!"

"콰앙!"

"으아아악!"

무기 부딪치는 소리와 부상자의 비명소리, 관중들의 소리가 엉켜 대회장 안은 곧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일행중에서는 가장 대전 순서가 빠른 미영이 먼저, 키 큰 용병인 상대방과 함께 대회장 한쪽으로 걸어 나갔다.

"이거 꼭 프로 레슬링이나 이종 격투기 대회라도 나온 것 같잖아!"

미영이 쓴 웃음을 짓는 가운데, 흉갑옷에 위쪽이 뾰족한 금속제 투구를 쓴 병사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미리어 시엔씨와 매튜 하비씨 맞습니까?"

긍정의 뜻으로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을 서른 발자국(약 15미터) 정도로 좀더 벌리세요.
예, 좋습니다.
준비하세요!"

"채앵!"

미영이 빠른 동작으로 긴 칼을 검집에서 뽑아 들었다.
미영의 상대방도 등에 메고 있던 긴 양날검을 뽑아 들었다.
손잡이까지 90센치 정도 되는 미영의 긴 칼에 비해 훨씬 두껍고 30센치 정도 더 긴 양날검이었다.

"시..... 작!"

두 사람의 사이에 서 있던 경비병이 신호를 하며 뒤쪽으로 비켜 섰다.

"야아아아아아앗!"

요란한 기합소리와 함께 미영의 상대방이 먼저 달려오며 양날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금빛 눈동자가 붉은 빛으로 변하면서, 미영이 마주 긴 칼을 휘둘렀다.

"촤아아앙!"

키와 덩치가 훨씬 큰 미영의 상대방이 양날검을 양손으로 잡은 채, 가볍게 검째로 몸전체가 뒤로 밀리며 휘청거렸다.
믿어지지 않는 힘에 경악의 표정이 떠오른 것도 잠시, 상대방의 검을 긴 칼로 받아치며 세게 밀어버린 미영이 그대로 파고 들면서, 긴 칼의 손잡이로 상대방의 턱을 정확히 돌려쳐 후려갈겼다.

"뻐어어어어억!"

"풀썩!"

미영의 상대방은 3, 4미터는 날아가 바닥에 굴러 떨어지며 비명도 못 질러보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영쪽의 경기를 보고 있던 관중들의 놀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미리어 시엔씨의 승리!"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린 경기에 놀란 표정으로, 심판을 보던 병사가 선언했다.



"와아! 역시 미리어님이 쉽게 이겼어요!"

"그러게.....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관중석에서 미영의 경기를 지켜보던 클로아와 지선이 두손을 맞잡으며 기뻐했다.

"저어..... 돈은 어디서 바꾸나요?"

병사 하나를 붙잡고 지선이 웃는 얼굴로 묻자, 8개의 입구 안쪽마다 하나씩 있는,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잠시후, 자루를 든 지선이 웃는 얼굴로 자리에 돌아왔다.
610세테르를 미영에게 건 결과, 건 금액의 50%인 305세테르를 합친 915세테르의 돈을 받았다.

"자! 이제 다음번 경기인 주영이에게 또 전부 걸자!"

"예, 쟈넷님!"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일행들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악!"

시작 소리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영의 상대방인 입이 거친 용병이 도끼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비명을 질렀다.
양손 모두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러 내려 바닥에까지 튀었다.
시작하자 마자 움직임을 볼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다가선 주영이 긴 손톱으로 양손을 꿰뚫어 버렸던 것이다.

"뻐어억!"

입에서 피가 튀며 비명을 지르던 용병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나, 미처 고개가 다 돌아가기도 전에 코가 납작하게 뭉개지며, 다시 턱에 멍이 들고, 양눈가가 시꺼멓게 변하더니, 다시 후려친 주영의 주먹에 이빨 몇 개가 부러져 나가며 하늘을 날았다.

"뻐벅! 뻐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

"크아아아아아아아!"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된 용병이 다리 사이를 감싸쥐며 어느새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얼굴만이 아니라 다리 사이의 급소를 걷어차인 듯 했다.
그 뿐 아니라, 갈비뼈도 몇 개가 나가버린 듯 숨을 쉴 때마다 몸을 뒤틀며 괴로와했다.
쿨럭쿨럭 기침을 할 때마다 입에서 붉은 피가 왈칵왈칵 뿜어 나왔다.

"더 짖어 봐! 개새끼야! 키키키키킥!"

크고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의 어리고 귀여워 보이는 아가씨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만든 놀랄 만큼 잔인한 광경에, 그쪽을 보고 있던 관중들까지 모두 조용해져 버렸다.


"무서워요, 언니!"

품에 파고드는 금발의 클로아를 꼬옥 안아주면서, 지선이 클로아의 탐스러운 금발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원형 경기장 바깥쪽에서 주영의 경기를 보고 있던 미영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속도만이 아니라 파워도 그 동안 많이 올라갔구나.
하지만..... 너무 심한 것 같아."


"..... 괴물이다....."

".....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아....."

"..... 혹시 내 다음 상대가 되면 어쩌지? ....."

같이 모여 있던, 1회전을 이긴 대회 참가자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미영의 귀에 들려왔다.



"시..... 작!"

신호와 함께 수진과 마주 선 용병이 가시달린 쇠방망이 모양의 무기를 손에 들고 힘차게 덤벼 들었다.

"우야아아아아아아아앗!"

"콰아아아앙!"

파리잡듯 후려친 수진의 도끼에 맞은 수진의 상대방이 바닥을 떼굴떼굴 굴렀다.
손에 들고 있던 쇠방망이로 잘 막았지만..... 압도적인 수진의 힘에 밀려, 자기 방망이로 자기 머리와 어깨를 때리면서 공처럼 바닥을 뒹굴었다.
숨도 안쉬는 듯 조용한 모습에 죽어버린게 아닌가 가까이 가서 목에 손을 대본 후, 심판을 보던 병사가 손을 들며 선언했다.

"수잔 리이씨의 승리!"


"..... 저 여자 인간 맞아? ....."

관중석의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미영의 귀에 들려왔다.



"쟌피르씨! 죄송하지만 돈 좀 받아와 주셔요!"

조금 전 주영의 경기 모습을 본 후 아직까지도 발발 떨고 있는 클로아를 품에 안은 채로, 지선이 매기아러 쟌피르에게 전표를 내밀었다.

"2,058세테르입니다."

잠시후 돌아온 쟌피르가 내민 주머니를 지선이 환한 얼굴로 받아 들었다.



"좀 있으면, 은주 언니 차례 잖아?"

"응!"

어느새 옆에 온 주영의 말에 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영의 잔인한 경기 장면을 본 주위의 대회 참가자들이 주영을 보고 움찔하는게 느껴졌다.


4등분한 원형 경기장 한쪽에 천천히 은주와 그 상대방이 걸어 나갔다.

"젖탱이님! 살살 깔아뭉개 주셔요! 낄낄낄낄!"

여전히 저질스런 농담으로 계속 은주를 도발하고 있었다.


"실피안!"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사방이 관람석으로 막힌 대회장 안에 갑자기 불어오는, 이상한 강한 바람에 모두들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역시..... 실피안(바람의 중급 정령)들을 쓸 생각이었어."

"하지만..... 매기아(마법)는 사용이 금지돼 있잖아!
정령술도 안되는 거 아니야?"

"글쎄.....
정령은 사실 매기아는 아니니까.
어쨌든, 혹시 실격되더라도 저 남자는 이제 큰일났어."

"설마..... 열여섯 실피안들의 힘을 한 사람에게 사용할 생각인 거야, 은주 언니는?"

경기장 바깥쪽에 선 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미영과 주영 자매의 대화였다.


한편, 자칫하면 죽을지도 모를 상황인 걸 짐작도 못한 은주의 상대방 용병은 계속 은주를 도발하고 있었다.

"맨손으로 싸우려나 보지?
갑옷도 안 입고?
정말 젖탱이 격투기인가?
너무 너무 무서워! 낄낄낄낄!"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걸 매우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시..... 작!"

"날려 버려요!"

시작 소리와 함께, 아까부터 인상을 쓰고 있던 은주가 소리쳤다.


"어? 어어어어! 우와아아아악!"

풍선처럼 몸이 떠오르며 잠시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던 상대방이 축구선수가 걷어찬 축구공처럼 순식간에 관람석을 넘어 넓은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니! 지금 뭘하신 건가요?"

심판을 보던 병사의 놀란 얼굴을 보며, 은주가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바람의 정령의 힘이에요.
매기아(마법)와 독외에는 전부 허용되지 않던가요?"

"그..... 그야 그렇지만....."


사실, 미영이 보기에 정령술이 금지 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은..... 십중팔구 정령술을 쓰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 때문이었다.
저주받은 검 "그랑데르(위대함)"를 바위에서 뽑아줄 전사를 찾기 위한 대회인데 정령술을 허용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회를 진행하던 병사들 및 그 윗사람으로 보이는 고급스런 옷차림의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한참 얘기하더니, 잠시후 이렇게 선언했다.

"정령술은 매기아가 아니므로..... 적어도 이번 대회까지는 허용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플로라 바카스(박은주)씨 승리!"


"..... 정령술이래....."

"..... 그런게 진짜로 있는 거야? 애들 동화에나 나오는 얘기가 아니구?....."

관중석의 관중들이 술렁거렸다.


"에에엥? 말도 안돼!
저렇게 싸우면 누가 은주 언니를 이길 수 있겠어?"

주영이 입을 삐죽했다.



큰 모래시계가 4번 떨어질 시간 동안(약 2시간) 쉰 후, 반으로 줄어든 대회 참가자들 간의 2차 경기로 그 날의 경기가 모두 끝났다.
300명이 조금 넘었던 대회 참가자들은 - 부상으로 몇 명이 또 기권하고 - 이제는 69명만이 남아 있었고, 미영, 주영, 수진, 은주는 당연히 모두 그 중에 들어 있었다.


"수고들 하셨어요! 수고했어, 주영아!"

입구에서 기다리던 "아가씨" 지선이 은빛 눈동자를 빛내며 환하게 웃었다.
귀니아 여신의 녹색 여신관복을 입은 지선의 빼어나게 아름다운 모습에 대회장을 나서던 남자들 모두가 힐끔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엄마! 엄마와 언니들 시합에 계속 걸어서 오늘 15,000세테르도 넘게 벌었어요."

"그래?"

자랑스럽게 클로아가 말한 놀라운 금액에 대회에 참가했던 일행들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가면 우승 상금보다 오히려 더 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선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와 그 일행들이라구?"

뚱뚱한 모습에 볼살이 늘어진 볼 품 없는 모습의 영주 타일러 반 앙리아 남작이 물었다.
60이 넘은 듯한 외모에, 머리가 하얗게 새어 있었다.


"예! 샹드로 마을을 밤비르(흡혈귀)들로부터 구원해 줬다는 자들입니다.
이번에야말로 "그랑데르(위대함)"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역시 하얗게 샌 머리를 한 집사로 보이는 노인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게.
다 헛된 기대야.
나는 결승때나 보러 가겠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타일러 남작이 대답했다.
집사 노인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뭐라구? 이런게 어딨어?"

다음날 아침..... "젖소" 은주가 불만스런 얼굴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랑구르스시로서도 앉아서 망할 수는 없었겠죠."

미영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클로아가 읽어준 바에 따르면 대회장 입구에 새로 붙은 종이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금일부터, 본 무술대회의 경기 결과에 거는 도박 금액을 1인당 1회 2,000세테르로 제한하는 바임]

아마도 "아가씨" 지선과 클로아의 매우 공격적인 거액 베팅에 적자를 보고, 당황한 랑구르시아시 대회 운영진이 고심끝에 생각해낸 대책인 듯 했다.


인원이 줄어든 탓에, 오전 시합은 비교적 빨리 끝나고, 일행중 참가자인 4명은 물론 쉽게 통과했다.
어제 오후의 2번째 시합에서는 사실 특별히 잔인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영의 상대방은 아예 시합전에 기권해 버리고 말았다.

대회 참가자들중 남은 사람은 33명.....
큰 모래시계가 6번 떨어진 후(약 3시간)에 있기로 한 다음 경기부터는, 경기장을 4등분하지 않고 한 번에 두 사람씩 싸운다는 공고가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안쪽 네 군데에, 받침으로 받쳐서 세워놓은 큰 널빤지에 붙은 대진표에 따르면.....

"에에엥? 내 다음 상대가 은주 언니잖아?"

주영이 놀라며 입을 벌렸다.


"이런..... 미안해, 주영아!"

웃으면서 은주가 대답하자, 주영이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귀엽게 웃었다.

"헤헤! 나는 그렇게 쉽지 않을 걸요, 언니!"



"뻐어억!"

"크으으으윽!"

상대방이 휘두르는 도끼를 피하며 긴 칼을 왼손에 고쳐 든 미영의 오른 주먹이 상대방의 볼을 거세게 후려 갈겼다.
덩치 큰 용병이 신음소리와 함께 도끼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나가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이어 큰 대자로 팔다리를 넓게 벌린 채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와아아아아아아!"

"..... 또, 단 일격에 쓰러 뜨렸다! ....."

"..... 정말 대단해! ....."

관중들의 함성과 술렁거림을 들으며, 미영이 아름다운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관중석의 일행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수진이는 조금 아까 쉽게 이긴 것 같고.....
다음 다음 시합이 주영이와 은주 언니였든가?"

이마에 늘어진 헝클어진 금발 머리카락 몇 가닥을 뒤로 쓸어 넘기며 미영이 중얼거렸다.



"미안, 주영아!
아프지는 않게 살살 날려줄게!"

앞서의 경기들보다는 조금 넓게 마흔 발자국(20미터)쯤 간격을 두고 원형 경기장 복판에 마주 선 채, 은주가 웃는 얼굴로 주영에게 말했다.


"아니요, 은주 언니!
미안하지만..... 제 승리에요! 헤헤!
이 거리라면..... 저는, 언니가 날려 버리라고 말하기도 전에 언니한테 다가갈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저를 날릴 수도 없죠?"

주영의 장담에 은주가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둘다 자신이 있는 듯 했다.


"시..... 작!"

심판을 맡은 경비병의 신호가 떨어짐과 동시에 주영의 모습이 사라지듯 없어지더니, 은주의 조금 앞 허공에 갑자기 나타났다.


"에에엥! 에엥? 에엥?"

공중에 뜬 채로 허공을 허우적거리며 주영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주영아!
실피안들에게 아무도 내 2미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미리 말해 뒀거든."

은주가 웃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약간 찢어져 사나운 인상의 눈동자가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이런 법이..... 야아아아아옹!"

긴 고양이 소리와 함께 주영이 경기장 밖으로 날아갔다.


"엄마가 이긴 건 좋지만..... 쥬리아(주영)님이 괜찮을까요?"

금발의 클로아가 걱정스런 얼굴로 묻자, 매기아러 쟌피르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이죠. 플로라씨의 상대방들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은 채, 모두 경기장 밖에 내려 앉았답니다.
첫번째 경기 상대만 도중에 뚝 떨어져서 팔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고 하더군요."



"퍼어억!"

"파아아아악!"

"끄으으으윽!"

"아..... 아아아아....."

용병으로 보이는 두 명의 대회 참가자들이 서로 상대방의 배에 칼을 박아넣은 채로 신음했다.
둘다 칼날이 몸을 뚫고 등뒤로까지 빠져나온 상태였다.


"이런..... 빨리 와 봐요!"

심판을 보던 병사가 다급하게 외치자, 바깥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러 명이 들 것과 붕대 등을 들고 달려갔으나 이미 살리기는 틀린 듯 해 보였다.


비교적 앞쪽의 계단 관람석에 앉아 있던 지선이 급한 동작으로 계단에서 내려와 가까이 다가갔다.
어느새 다가온 미영이, 아직도 선 채로 칼을 서로의 몸에 박고 있는 두 사람의 칼자루를 각각 양손에 쥔 채로 지선에게 말했다.

"뽑는다! 하나! 둘! 셋!"

"촤아악!"

미영이 힘을 주어 순식간에 칼을 뽑아 버리자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 나왔다.
이미 숨이 끊어져가는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던 두 사람의 기울어지는 몸을 부드러운 녹색의 빛이 감쌌다.


"..... 오오오오오오! 저 빛은 ....."

"..... 들은 적이 있다, 셍뜨레 데 실비앙(은발의 성녀) ....."

"..... 샹드로 마을을 밤비르(흡혈귀)들로부터 구했다는 ....."

"..... 그럼, 저 옆에 서 있는 금발의 아가씨가 셍뜨 아미트레 데 골쥬앙(금발의 여 성기사)! ....."

관중석이 놀라움으로 웅성거렸다.


주위에 몰려선 채, 어찌할 바 모르던 대회진행 병사들도 놀라움에 입을 벌린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 상처가 다 나았다! 살아났다!"

"이럴 수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죽다가 살아난 두 명의 용병들이 녹색 신관복을 입은 지선에게 고개를 숙이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전투 불능의 상태에 빠졌었으므로 둘다 거기서 탈락이었다.



"자! 건배!"

그날의 경기도 끝나고, 여관으로 돌아온 미영 일행이 기분좋게 맥주를 부은 나무컵들을 부딪쳤다.
대진운이 나빴던 주영이 예상외로 쉽게 탈락해서 상금을 받지 못하게 됐지만.....
오늘도 클로아와 지선이 일행들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상한선인 2,000세테르 상한선까지 각각 돈을 걸어서 총 6,000세테르나 벌 수 있었다.
주영과 은주간의 경기에는 돈을 걸지 않았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플로라(은주)님!"

"뭘요....."

매기아러(마법사) 쟌피르와 컵을 부딪치며 은주가 기분좋게 웃었다.


기분좋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각자 자기 방으로, 매기아러 쟌피르는 자신의 탑으로 돌아간 뒤였다.


"똑! 똑! 똑!"

난데없이 누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의아해하는 수진에게 미영이 굳어진 얼굴로 긴 칼을 집어들며 말했다.

"5명의 사람이 문밖에 있어.
덩치들이 큰 게 조심하는게 좋겠어."


잠근 문의 걸쇠를 푼 미영이 칼자루에 손을 댄 채로 말했다.

"열렸으니 들어와요."


덩치 큰 불량해 보이는 남자들 다섯 명이 문을 열고 들어오려다가, 칼자루에 손을 댄 채인 미영을 보고 움찔했다.
껄렁거리는 태도로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미리어씨슈?
다음 상대가 이름높은 블라키 테아르(검은 공포)의 두목이신 와즐레님이슈!
안됐지만..... 져줘야 겠수다!
고운 얼굴 상하고 동료들도 죽게 하고 싶지 않으면....."

같이 온 네 명이 각각 허리에 차고 온 긴 칼의 칼자루를 위협적으로 철컥거리며 낄낄거렸다.


"수진아! 치워 버려!"

"응!"

"어엇! 이년들이!"

"뻐어억!"

"와당탕탕!"

갈색의 가죽 도끼집에서 빼지도 않은 채인 묵직한 도끼로 수진이 가장 앞에 선 껄렁거리는 남자를 후려 갈기자 공처럼 튕겨 나가며 다섯 명이 한꺼번에 바닥을 굴렀다.
어느새 방밖으로 나온 미영이 복도의 큰 창문을 활짝 열고 손짓하자, 수진이 한 명씩 남자들을 2층 창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와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

너무나 압도적인 상황에 남자들은 차고 온 칼을 제대로 뽑아볼 틈조차 없었다.


"죽은 사람은 없어.
겨우 2층이니까.....
멀쩡한 사람도 없는 것 같지만....."

보지 않고도 존재를 느낄 수 있는 미영이 화난 표정으로 수진에게 설명하며, 문의 걸쇠를 다시 걸었다.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 일행들이 오늘도 승리했나?"

편해보이는 보라색 실내가운 차림으로 노영주 타일러 반 앙리아 남작이 물었다.
쇼파에 편하게 앉은 채, 한손에는 책을 다른 한손에는 포도송이를 들고 있었다.


"예! 한 명이 자기들끼리 경기가 잡히는 바람에 떨어지긴 했지만..... 압도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집사 노인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무술대회의 3일째 아침도 날이 몹시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우리 나라의 가을 하늘을 연상케 했지만, 날씨는 그보다 훨씬 따뜻했다.


두 번째 경기로 나서게 된 미영이 대회장 가운데로 걸어 나가자, 맞은 편에서 거인처럼 덩치가 큰 남자가 거들먹거리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쇠사슬을 엮어서 만든, 무겁지만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갑옷을 절그럭거리며, 마주 선 남자가 잔인한 느낌의 눈을 번득이면서 입을 열었다.
꽤나 껄렁거리는 불량스런 태도였다.

"어제 내 부하들을 잘 대접해 줬다더군.
재수없는 년아!
밤길에 다닐 때 조심해라!"


"지금..... 네 몸이나 걱정하는게 좋을 걸!
무술대회중에는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했던가?"

차가운 표정으로 미영이 대답하자, 와즐레의 얼굴이 움찔했다.


"시..... 작!"

신호가 떨어지자, 양손을 등뒤에 감추고 있던 와즐레가 쇠구슬 같은 것들 여러개를 한꺼번에 미영에게 던졌다.

이상한 기분을 느낀 미영이 몸을 옆으로 움직여 그 대부분을 피하고, 칼날을 옆으로 야구배트처럼 크게 휘둘러 그중 두어 개를 와즐레쪽으로 다시 쳐보냈다.

"촤앙!"

쇠구슬이 날아가면서 하얀 연기가 보일락 말락 피어오르는게 미영의 눈에 얼핏 띄었다.

"독?"

심판이며 관중들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약하게 피어 오르는 독인 듯 했다.
미영이 다시 쳐보낸 쇠구슬들에 맞았지만 갑옷이 두꺼운 탓에 와즐레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듯 했다.

숨을 멈춘 채로 미영이 긴 칼을 빼들고 와즐레를 향해 달려 갔다.

"휘이익!"

와즐레가 쇠구슬들을 던졌으나, 미영은 몸을 옆으로 피하고 낮춰 아슬아슬하게 구슬들을 피하면서 순식간에 와즐레의 바로 앞까지 접근해갔다.

"푸우욱!"

"끄아아아아아악!"

와즐레의 굵은 왼쪽 허벅지를 미영의 긴 칼이 깊숙히 찔렀다.
칼날이 허벅지를 관통해 아예 뒤로 뚫고 나와 버렸다.

"푸욱! 푸욱! 푸욱!"

와슬레의 큰 두 손이 허벅지를 감싸 쥐려고 움직이는 짧은 틈에 미영의 긴 칼이 연거푸 움직였다.

"끄와아아아악!"

긴 칼이 관통하듯 구멍을 내버린 양쪽 허벅지, 그리고 양어깨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와즐레가 고통스럽게 바닥을 떼굴떼굴 굴렀다.
원래, 범죄자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탓인지, 미영의 긴 칼에는 인정사정이 없었다.
죽여도 실격이 아니라면..... 아마도 목을 쳐 버렸을 것이다.

독을 피해 멀찌감치 떨어진 거리에서 차가운 표정으로 미영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는 가운데, 심판을 맡은 병사가 선언했다.

"미리어 시엔씨! 승리!"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이번 대회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함성 소리가 관중들로부터 터져 나왔다.
악명높은 도둑집단 블라키 테아르(검은 공포)의 두목 와즐레를 무참하게 박살낸 미영의 모습에 모두들 통쾌해하는 듯 했다.


치열했던 그 날의 경기가 모두 끝나자, 여섯 명만이 남았다.
그중 3명은 물론, 미영, 수진, 은주였다.

"....."

내일의 대진표를 읽어주는 클로아의 목소리를 들은 수진이 조용히 얼굴에 인상을 썼다.
내일의 첫 시합으로 수진과 은주가 붙게 되어 있었다.



"피곤하지? 내일 은주 언니하고 어떻게 싸울지는 생각해 봤어?"

밤늦은 시간, 침대에 나란히 누운 채로 미영이 따뜻한 목소리로 묻자, 수진도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응! 시장에 잠깐 혼자 들러서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도 사 왔어!"

"시장에서?"

미영이 기억하기로 랑구르시아시 시장에는 무기 상점은 없었다.
대장장이에게 주문하면 만들어줄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약간 황당하게 들리는 대답에 알몸으로 누워 있던 미영의 금빛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결승이 내일 있을테니 내일은 나도 가봐야겠군."

뚱뚱한 노영주 타일러 남작이 귀찮은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예! 영주님! 역시 셍뜨 아미트레 일행은 3명 모두 올라왔습니다."

집사 노인이 웃는 얼굴로 말했으나, 타일러 남작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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