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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 10부2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57 245회 0건
창작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10부 2장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10부 - 또 다른 전설 (어둠의 길 / 그 시작) - 2장 -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 내에 있는 어느 대형 회의실 안.....
긴 타원형의 고급스런 갈색 나무 테이블 주위에 일곱 사람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 한쪽 끝의 의장석에는, 오만한 표정의 검은 머리 여자가.....
여자를 중심으로, 테이블 왼편에는 - 다른 사람들의 머리가 가슴께밖에 안 올 정도로 키와 덩치가 큰 - 갈색 피부에 황소뿔을 가진 거인이.....
테이블 오른편에는 검은 로브(헐렁하고 긴 겉옷)를 입은 여섯 명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 여자의 뒤에는 허벅지까지 치렁치렁한 금발 머리를 늘어뜨린 뾰족한 귀의 엘루시족 처녀가 양손을 모은 채 공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여검사 재연과 그의 대장군 알렉스 카플란, 엘루시족 노예 소니야.....
그리고, 재연에게 충성을 맹세한 650여 명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을 대표하는.....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의 교장이자 8레벨의 고위 다크 매기아러인 막심 라클린.....
교장과 함께 창립 멤버들이자 역시 8레벨을 자랑하는 고위 다크 매기아러들인 매튜 허스트, 안토니오 쟈글러.....
그리고, 5레벨 이상의 고위 다크 매기아러 정교수들의 대표와 그 이하 부교수들의 대표, 그리고 학생들의 대표였다.

정교수들의 대표는 그렇다 치고, 부교수들이며 학생들의 대표까지 참석시킨 것은 얼핏 보기에 꽤 민주적으로 보이는 모습이었으나.....
실제로는 단지, "숫자가 많은 부교수들며 학생들에게 나중에 일일이 설명해 주기가 귀찮아서....." 라는 매우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다운 이유가 있을 뿐이었다.

벌써 두어 시간째, 회의가 진행중이었으나, 부교수들이며 학생들의 대표는 고사하고, 정교수들의 대표인 버질리오 소사라는 나이 지긋한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조차도.....
감히, 입도 뻥긋 못하고 공손한 자세로 회의를 경청하고 있었다.


교장인 막심 라클린이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왕국을 세우기에 마땅한 장소를 찾는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위스토아 대륙 남동쪽에 위치한 랑구르시아시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고.....
병력으로 끌어모을 인구와 전쟁을 뒷받침할 재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또, 얼마 안되는 현인원으로 정복해서 지배하려면, 처음부터 규모가 너무 큰 왕국도 안되니....."


뚱뚱보 빵장수 노인같은 인상의 노마법사 안토니오 쟈글러가 안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아주 좋은 왕국이 하나 있나봅니다만....."


막심과 안토니오 사이에 앉아 있던, 날카로운 인상의 노마법사 매튜 허스트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 멜리사의 왕국을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자네?"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

재연이 재미있다는 듯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묻자 노마법사 안토니오 쟈글러가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위스토아 대륙 서북쪽 거의 끝에 있는, 생긴지 아마 3년도 채 안된 신생 왕국이랍니다.
멜리사라는 이름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가 기존의 영주령 서너 개를 힘으로 정복해서 하나로 합친 후 세운 왕국이죠.
아마 총 인구는 약 8만 정도.....?
겨울에는 많이 춥지만, 질좋은 철과 구리가 나는 걸로 알려진 좋은 땅이랍니다."


"씨이이이이익!"

재연이 차가운 느낌의 미소를 지었다.

"문제는 뭐니?"


잘해야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재연이 반말로 거만하게 물었으나,
가운데가 벗어진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노마법사 안토니오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라고 불리는 멜리사는.....
고대 왕국들이 멸망한 이래, 그러니까 지난 500여 년 이래의, 수많은 매기아러(마법사)들중 아마도 최강의 존재로 알려져 있답니다.
눈과 얼음과 관련된 요컨데, 빙계 매기아(마법)만을 사용한다는 점이 특이하기는 합니다만.....
게다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겨우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라는 얘기도 있답니다."


길게 기른 염소같은 하얀 턱수염을 왼손으로 쓰다듬으며, 노마법사 매튜가 다시 끼어 들었다.

"빙계 매기아(마법)는 다른 매기아들과는 약간 달라서..... 물리적인 힘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퀴인(여왕)이시여!
보여 드리자면.....

글레이셔 란자!"

노마법사 매튜가 오른손에 쥔 수정구슬 지팡이를 높이 들며 소리치자, 고드름처럼 끝이 뾰족한, 길이 60센치 정도의 굵은 얼음막대, 아니 얼음의 창 한 개가 갑자기 허공에서 만들어졌다.
이어, 마치 화살처럼 똑바로 날아간 얼음 창은 테이블 위를 가로 질러,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쪽의 벽에 부딪친 후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퍼어어억! 털퍼덕!"

공손한 태도로 앉아 있던 정교수, 부교수, 학생 대표 세 명이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얼음을 만든 것은 매기아(마법)지만, 일단 만들어진 얼음은 그냥 얼음일 뿐입니다.
진짜 불이나 번개라기 보다는, 사실상 불 속성, 번개 속성을 담은 마나를 쏘는 것에 가까운, 다른 종류의 매기아(마법)들과는 크게 다른 점입니다."


흥미롭다는 듯 재연의 검은 눈동자가 안경 속에서 반짝였다.

"요컨데, 매기아(마법)가 통하지 않는 나라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로군."


고개를 끄덕이며 노마법사 매튜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퀴인(여왕)이시여!
사용할 줄 아시는 매기아(마법)가 4가지라고 하셨든가요?
멜리사는 - 최소한 몇 명의 매기아러(마법사)들이 포함된 - 10,000명에 가까운 병력을 혼자서 해치운 적도 있다고 하며.....
그녀의 매기아(마법) 지식을 욕심낸, 악명높은, 8레벨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쟈레드가 10명의 제자들과 함께 쳐들어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일화는 - 다크 매기아러들 사이에서는 - 꽤 유명한 얘기입니다.

멜리사는 젊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몸 전체가 눈처럼 새하얗다고 하며,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처음 정복 상대로는 부적절합니다."


"씨이이이이이익!"

맹수처럼 잔인한 느낌의 미소가 재연의 입가에 서렸다.


"꿀꺽!"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기분을 건드렸나 싶은 생각이 든, 노마법사 매튜가 켕기는 기분으로 침을 삼켰다.


"거기까지 매기아(마법)로 바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니?"

노마법사 매튜의 말리는 말을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재연이 테이블을 돌아보며 오만하게 물었다.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둥근 얼굴 가득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있답니다.
다만, 준비하는 데는, 서둘러도 하루, 이틀 정도는 걸린답니다.

장거리 이동 매기아(마법)는 최소한 6레벨 이상의 매기아러(마법사)들만이 - 그것도 가본 적 있는 장소에 대해서만 - 사용할 수 있는, 상당히 고급 매기아(마법)랍니다.

우선,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중에 멜리사의 왕국이나 그 근처에 가본 적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고.....
십중팔구, 제가 그 사람을 인형처럼 조종해서 장거리 이동 매기아(마법)로 거기에 먼저 가게 만들어야 할 거고.....
그 다음에는, 멜리사의 왕국과 여기를 잇는 매기아(마법) 진을 양쪽의 바닥에 똑같이 그려야 한답니다.

그 이후에는, 그 매기아 진을 사용해서 누구라도 멜리사의 왕국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게 되지만.....
꽤 복잡한 일이랍니다."


"준비해라!"

재연의 짧은 명령이 떨어지자, 교장 막심이 말석에 앉은 3명의 - 각각 정교수, 부교수, 학생 대표인 - 다크 매기아러들에게 지시했다.

"어서 가서 멜리사의 왕국에 살았거나, 가 본 적 있는 사람이 있나 찾아보게!"


"옛!"

이제껏 한 마디도 못하고 앉아만 있던 3명의 다크 매기아러들이 - 차라리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준비가 되는 동안에.....
쓸만한 매기아(마법)나 몇 개 더 가르쳐 다오!"

재연의 말에, 교장 막심이 기꺼운 표정으로 - 남들에 뒤질세라 서둘러 - 대답했다.

"교장인 제가 직접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퀴인(여왕)이시여!"


재연과 교장 막심을 따라, 거인 알렉스와 엘루시족 소니야까지 회의실을 나선 후에.....
노마법사 매튜와 안토니오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노마법사 매튜의 날카로운 시선이 동료인 안토니오를 향했다.
신경질적인 느낌의 얼굴 가득 인상을 쓰고 있었다.

"자네, 정말 제 정신인가?
첫 상대부터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라니!
퀴인(여왕)께서 돌아가시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얘기를 꺼낸 거야?"


사람좋은 인상의 뚱뚱한 둥근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대답했다.

"퀴인(여왕)께서, 정말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시라면.....
그리고, 세계 정복에 동참하라는 퀴인의 말씀이 정말로 보이스 데 다르크(어둠의 목소리)였다면.....
아마도 이기실 수 있겠지.
만약 그 정도도 무리라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세계 정복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그렇지 않나?"

안토티오가 포동포동한 손으로 매튜의 어깨를 정답게 두드리더니 먼저 회의실 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꿀꺽!"

침을 삼키며 노마법사 매튜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은 생긴 거나 말하는 건, 전혀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답지 않은 주제에.....
종종 은근히 섬뜩하다니까!"


그날 저녁.....

갈색 피부의 거인 알렉스 카플란은 꽤 넓고 욕실까지 딸린 자기 방에서, 거대한 몸을 침대 위에 누이고 있었다.
꽤 길고 넓은 큰 침대였지만 무릎 아래는 침대 밖으로 나오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얼마전까지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중 한 사람이 사용하던 방을 뺏어서 내준 듯, 작은 책장에는 마법서들로 보이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그란드 제너랄 리에(대장군님)!"

재연의 인상적인 소개 덕분에.....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은 모두들 그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교장인 막심과 그의 두 동료들은 "리에(님)"까지 넣어서 부르지는 않았지만.....

지극히 공손하고 정중한 태도들이었지만, 알렉스로서는 어쩐지 썩 신뢰가 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마치, 틈을 보이면 언제 등에 칼을 박을지 모르는, 그런 종류의 자들을 동료로 두게 된 듯한.....
물론, 배신한다면 아마 칼 대신 마법 주문을 등에 퍼붓겠지만.....

"하긴..... 믿었던 동료들도 등에 칼을 박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씁쓸한 표정으로 알렉스가 고개를 저었을 때였다.


"똑! 똑! 똑!"

"딸깍!"

노크 소리에 이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문이 열렸다.


"벌써 자니?"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의 여자가 조금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벌떡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알렉스가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퀴인(여왕)이시여!
잠깐 쉬고 있던 참입니다."


문을 좀더 열고 안에 들어선 재연이 문을 다시 닫았다.
늘 그렇듯 검은 반팔 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침대 위에 편히 앉아라, 알렉스!
얘기나 하러 온거니까."


"예, 퀴인(여왕)이시여!"

거인 알렉스가 공손히 대답하며 넓은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용병 출신인 알렉스였지만, 왕이나 여왕 앞에서는 허락없이는 앉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비록 다르키아 왕국은 아직 세워지지도 않았고.....
아까 낮의 회의실에서 회의를 할 때도 모두들 앉아 있도록 했던, 그의 여왕은 그런 예절에 크게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알렉스 옆의 침대 위에 나란히 붙어 앉으며, 재연이 늘 그렇듯 약간 차가운 느낌의 목소리로 말했다.

"30여 개쯤 매기아(마법)를 더 배웠다.
대부분은..... 교장 영감 막심이 생색내는 만큼 대단한 것 같진 않지만.....
안토니온가 하는 뚱뗑이 영감이 멜리사의 왕국으로 쳐들어갈 준비를 잘 하고 있나 모르겠군."


"안토니오라는 자는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치고는 공격 매기아(마법)외에도 아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어제, 번개를 맞아 타버렸던 여행복과 안경을 매기아로 고쳐준 것도 그 자였지 않습니까.
하지만....."

말끝을 흐리는 알렉스를 보고, 재연이 차갑게 웃었다.

"전혀, 믿을 수 없단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알렉스가 대답했다.

"예! 멜리사라는 다크 매기아러가 다스린다는 왕국을 권한 것도 좋은 뜻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퀴인이시여!"


나란히 침대 위에 걸터 앉은 재연이, 오만한 표정으로, 이마 위에 늘어진 긴 검은 생머리카락 몇 가닥을 오른손으로 뒤로 넘겼다.

"믿을 수 있는..... 쓸모없는 자들보다는.....
믿을 수 없는..... 쓸만한 자들이 필요한 때다, 알렉스!


지금은 검은 색으로 빛나고 있는, 재연의 가느다란 눈동자를 알렉스의 갈색 눈동자가 한참 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의 퀴인(여왕)을.....

"씨이이이이이익!"

재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쳐다보고 있니?"


당황한 표정으로 알렉스가 시선을 돌렸다.

"아..... 아닙니다, 퀴인이시여!"


"쓰으윽!"

알렉스의 큰 덩치가 움찔했다.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 있던 재연이 자신에게 몸을 기대왔던 것이다.
약간 지나치게 날씬한 재연의 몸은 옷위로도 느껴질 정도로 놀랄 만큼 부드럽고 따스했다.

"결혼한 적은 있니, 알렉스?"


거인 알렉스가 입가에 쓴 웃음을 지었다.

"저는 머리에 황소뿔이 달린 괴물입니다.
할 수 있었을 리가 있습니까, 퀴인(여왕)이시여?


"나도..... 아직 안 했지만, 앞으로도 결혼같은 걸 할 생각은 없다.
나는 퀴인으로서..... 모두의 위에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유일한 지배자가 될 것이다."


긍정의 뜻으로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나의 지극히 강하신 퀴인이시여!"


"씨이이익!"

어깨를 조금 지나는, 긴 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린 머리를 알렉스의 옆구리에 기댄 채로, 재연이 알렉스를 올려다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를 안아보고 싶니?"


"꿀꺽!"

너무나 단도직입적인 말에 알렉스가 움찔 놀라며 침을 삼켰다.
문득 한 편으로는, 처음 만났을 때의 재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날씬한 알몸을 드러낸 채, 허벅지에는 하얀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온통 토막토막 나버려서 원래 몇 명이었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산적 부하들을 죽여 버리기 전에 그들과 한바탕 섹스를 즐겼던 것이 틀림없었다.

"남자를 꽤 좋아하는 편이신 건가?"


늘 그렇듯, 흔들림없는 오만한 눈동자가 은빛 안경테의 안경 속에서 빛나며 올려다 보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나의 아름다운 퀴인이시여!"

대답하면서, 알렉스는 키가 2미터 50에 달하는 큰 덩치가 안 어울리게도 쑥쓰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알렉스의 오른손이 재연의 가는 허리를 감으며, 기대앉아 있는 재연의 몸을 바짝 끌어 당겼다.
재연은 움직임 없이 순순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쓰윽 알렉스의 오른손이 재연의 긴 검은 생머리를 타고 등을 따라 쓰다듬어 내려왔다.
마치 실크처럼 부드러운 촉감이었다.
비교적 작은 편인 재연의 엉덩이께를 옷위로 가볍게 쓰다듬던 알렉스의 오른손이 검은 반바지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어 속옷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으음....."

엉덩이의 맨살을 쓰다듬는 느낌에 재연이 가벼운 신음소리를 내었다.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힌 채, 어느새 눈을 살짝 감고 있었다.


"쓰으윽! 쓰으으윽!"

옷속에 들어온 알렉스의 오른손이 엉덩이를 쓰다듬다가 성기 근처를 건드리자 재연의 몸이 움찔했다.
이어 손을 뺀 알렉스가 천천히..... 재연을 침대에 눕혔다.


"꿀꺽!"

문득 떠오른 생각에 침을 삼킨, 알렉스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 퀴인(여왕)이시여!
물론 퀴인을 안아보고 싶습니다만.....
실은..... 제 것이.....
그러니까..... 너무 커서.....
아무래도 무리이실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침대에 몸을 눕힌 채로, 재연이 - 사나운 인상에 약간 안 어울리게 -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걱정말고 해 봐!
내 몸이 다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스르륵....."

재연의 검정 반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벗겨 내리자, 특별히 피부가 하얗지는 않았지만, 날씬한 재연의 하반신이 알몸으로 드러났다.
알렉스의 양손이 약간 떨리면서 재연의 양무릎을 잡아 다리를 활짝 벌렸다.

성경험이 무척 많을 것이라는 알렉스의 짐작과는 달리, 의외로 그의 퀴인(여왕)의 성기는 아이처럼 깨끗해 보였고.....
다리를 M자 모양으로 만들어 벌려도 속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기가 꼬옥 아물려 있었다.

다소 성급하게, 자신의 옷들을 벗어 던진 알렉스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재연의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하반신만 발가벗겨진 상태인 재연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고 흥분한 자기의 성기를 재연의 중심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알렉스의 성기는 거의 어린애 팔뚝만한 크기로 굵고 길었다.
서투르게, 약간 성급한 동작으로 알렉스는 재연의 중심에 자신의 큰 성기를 문질러댔으나, 속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물려 있는 재연의 성기에는 전혀 들어갈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쓰윽....."

양손의 엄지 손가락으로 재연의 음순 양쪽을 활짝 벌리자 무척 깨끗해 보이는, 분홍에 가까운 선홍색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작은 - 알렉스의 대물은 고사하고 평범한 크기의 성기도 들어가기 힘들어 보이는 - 구멍이 선홍색 속살 가운데 모습을 드러냈다.
숫처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으으음......"

성기를 벌려서 열어 속살이 드러나자, 눈을 감고 있는 재연이 작은 소리로 신음했다.
긴장한 눈꺼풀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할짝! 할짝!"

고개를 기울인 알렉스가 긴 혀를 빼어 재연의 벌려진 중심의 속살을 핥기 시작했다.
거인인 알렉스의 큰 혀가 거의 재연의 성기를 통째로 덮는 듯한 모습이었다.

"으음..... 으으..... 하으으....."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재연이 가볍게 도리질을 쳤다.
양볼이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었다.

"하악!"

재연이 경악한 표정으로 반짝 눈을 떴다.
입을 뗀 알렉스가 무릎 꿇은 자세로, 양손으로 재연의 중심을 벌려 구멍을 드러나게 한 채로, 자기의 팽창한 성기를 구멍에 밀어넣고 있었다.

"아욱..... 우우우우우....."

전혀 들어갈 것 같지 않았지만, 침으로 번들거리는 재연의 성기 구멍은 천천히 알렉스의 굵고 큰 대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으으으..... 하으으..... 우우우우....."

재연의 신음 소리가 커졌다.
3분의 1쯤 성기를 삽입한 채로, 알렉스가 천천히 허리에 힘을 주며 앞뒤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우우욱..... 으으으으음....."

재연의 양손이 침대 시트를 꽈악 움켜 쥐었다.

"찌지지지지직!"

마치 얇은 종이처럼, 두꺼운 침대 시트가 손쉽게 뜯어져 나가 버렸다.
하지만, 재연의 위에서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움직이는 알렉스도, 고개를 도리질치며 입을 크게 벌린 채 신음하고 있는 재연도 침대 따위에 신경쓸 정신이 없었다.

"하으으으으..... 으음..... 으으으으으으으음....."

하반신만 발가벗겨진 채로 규칙적으로 몸이 흔들리던 재연의 신음 소리가 점점 더 가빠졌다.

"하으으으으윽!"

재연이 길게 신음소리를 내며 상반신을 뒤로 젖혔다.
여전히 상반신에는 검정 반팔 셔츠가 입혀져 있는 채였지만, 스스로 두 손으로 옷위로 가슴을 쥐어뜯듯 애무하고 있었다.

"쩔꺽! 쩔컥! 쩔컥! 쩔컥!"

알렉스가 힘을 주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재연의 중심에서 음란한 소리가 새나왔다.
어느새 재연의 몸은 알렉스의 어린애 팔뚝 만큼 굵은 대물을 거의 끝까지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재연이 몸을 활처럼 뒤로 젖힌 채로 흥분에 겨워 몸을 떨었다.
알렉스의 성기가 너무 굵고 길어서 자궁속을 가득 메운 채 뱃속까지 파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규칙적으로 몸이 흔들릴 때마다 재연은 신음하며 몸서리치듯 쾌락으로 온몸을 떨었다.


"허어어억! 허어억! 허억!"

한참이나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흔들던 알렉스가 마침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음..... 으으으으음....."

질을 지나 자궁 안까지 가득 채우고 있는 것 같은 알렉스의 대물이 꿈틀거리면서 정액이 몸속을 채우는 느낌에 재연은 몸을 떨며 신음했다.


천천히 알렉스가 재연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알렉스의 거대한 대물이 빠져 나오자, 재연의 구멍 속 속살의 일부가 딸려 나오는 듯 하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며, 왈칵 하얀 물을 토해냈다.
잠깐 벌름거리듯 열렸다 닫혔다 하던 재연의 성기 구멍은 곧바로 다시 아물리며 줄어 들었으나, 애액이 섞인 하얀 정액이 계속 새나와 침대 시트를 적셨다.

"하아! 하아! 하아!"

침대에 누운 재연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알렉스도 거대한 몸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알렉스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을린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갈색 피부에, 가슴과 팔다리 등 곳곳이 갈색 털로 덮여 있었다.


"씨이이이익!"

여전히 하반신만 발가벗겨진 채로, 다리를 벌려 성기를 드러낸 자세로 재연이 미소를 지었다.

"너..... 섹스는 처음 해 보니?"


"두 번째입니다, 퀴인(여왕)이시여!"

고개를 저으며 어쩐지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알렉스가 대답했다.
왠지 처음 섹스에 대한 기억은 별로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듯 해보였다.


"어쩐지 무척 서툴더라!
웃옷은 안 벗겨줄거니?
퀴인(여왕)의 알몸을..... 보고 싶지 않니?"

누운 채인 재연이 웃는 얼굴로 다리를 더욱 벌려 성기를 활짝 드러냈다.

잠시 쳐졌던 알렉스의 대물이 다시 꿈틀하며 고개를 들었다.
천천히 재연의 몸을 일으켜 앉힌 알렉스가 재연의 반팔 셔츠의 단추들을 풀고 셔츠를 벗겼다.
재연은 웃는 얼굴로 순순히 팔을 올려 벗기는 것을 거들어 주었다.
이어, 브래지어까지 풀러 재연을 알몸으로 만든 알렉스가 재연을 품에 꼬옥 안으며 거칠게 입술을 문질렀다.

재연은 눈을 감고 양볼이 붉게 달아오른 채로, 날씬한 알몸을 흥분으로 떨었다.



다음날 아침.....

"똑! 똑! 똑!"

알렉스의 방문을 누군가가 노크했다.
알렉스에게 안긴 채로, 알몸으로 잠들어 있던 재연이 눈을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매기아(마법) 진이 준비되었답니다, 퀴인(여왕)이시여!
언제든 멜리사의 왕국으로 침공할 수 있답니다."

느끼할 정도로 부드러운, 노마법사 안토니오의 목소리가 방문밖에서 들려왔다.

대장군과 공공연하게 동침하고 있는 여왕이라니..... 깜짝놀라 마땅할 상황이었으나....
힘이 곧 정의이자 법인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답게..... 노마법사 안토니오의 목소리는 태연했다.

물론, 재연도 다크 매기아러들의 눈치를 볼 생각 따위는 전혀 없이, 어젯밤 대여섯 차례나 연속으로 알렉스와의 정사를 즐긴 후, 알몸으로 알렉스의 품에 안겨 잠을 자기는 했지만.....

"나와 알렉스, 엘루시년, 그리고, 막심, 매튜, 너..... 이렇게 여섯 명만 간다.
준비하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퀴인이시여!"

부드러운 목소리의 대답이 방문밖에서 들려온 후, 다시 조용해졌다.


"654명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을 전부 다 데려가지 않으십니까, 퀴인이시여?"

잠이 깬 알렉스의 물음에 재연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겨우 모이기 시작한 병력을 축낼 수는 없지.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 놓아뒀던 안경을 쓰며 알몸을 일으키는 재연의 검은 눈동자가 오만한 빛으로 반짝였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얼마후.....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 내에 있는 작은 광장에 재연과 알렉스, 엘루시족 소니야, 그리고 50여 명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모여 있었다.
회색 빛 납작한 돌들로 포장되어 있는 광장 한 복판에는, 지름 2미터 정도 크기에 기하학적인 무늬와 글자들이 잔뜩 얽혀 있는 검은 색의 원이 그려져 있었다.

"퀴인이시여! 최소한 여기 모인 5레벨 이상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은 전부 데려가시는게 어떠시겠습니까?
이들은 꽤 강합니다."

노마법사 매튜 허스트가 긴 하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다시 한번 권했다.


"씨이이이익!"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은 재연이 잔인한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명령했다.

"말한 대로 여섯 명만 간다.
시작해라!"


"콘페시오 악티보!"

뚱뚱한 노마법사 안토니어 져글러가 수정구슬 지팡이로 바닥의 원을 가리키며 외치자, 검은 색의 원과 원 안의 글자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무늬들이 붉은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됐답니다."

안토니오가 둥근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차갑게 미소지은 재연이 가장 먼저 원 안으로 들어서자 붉은 빛이 더욱 강해지면서 재연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바로 뒤따라서 긴 금발을 늘어뜨린 엘루시족 소니야가.....
이어, 약간 불안한 표정인 거인 알렉스가 혀를 차면서 원 안으로 사라졌고.....
교장 막심, 노마법사 매튜, 안토니오도 차례로 뒤를 따라 원 안으로 들어가더니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뒤에는 다시 빛이 사라져 버린 검은 원만이 남았다.


환한 빛이 사방을 가득 메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재연은 자신이 어느 숲속의 작은 공터에 서 있는 걸 발견했다.
바닥에는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의 광장에 있던 것과 동일한 모양의 원이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재연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원 밖으로 나오자, 뒤 이어 다섯 명이 차례로 원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열 발자국쯤 떨어진 자리에, 미리 와서 마법진을 그린 걸로 보이는, 중년의 다크 매기아러 한 사람이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수고 했어요, 에릭!
디스페로 매기아!"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둥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마법을 풀어주자, 중년의 다크 매기아러는 갑자기 실이 끊긴 꼭두각시처럼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하루 이틀 지나면 정신을 차릴 거랍니다.
조종하는 것도 힘들지만, 조종당하는 건 더 힘들거든요."


"안내해라!"

그런 일에는 별 관심없다는 표정으로 재연이 명령하자,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웃는 얼굴로 앞장섰다.
들은 대로 꽤 추운 지방인지 온통 소나무와 잎이 뾰족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었다.

그렇게 숲속 깊은 곳은 아니었던 듯, 10여 분 정도 걷자 바로 숲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저 멀리..... 햇빛을 받아 투명한 빛으로 빛나고 있는 거대한 성의 모습이 보였다.

"저게 뭐지? 얼음으로 지은 거니?"

재연의 질문에, 안토니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캐츄 데 글레이셔(얼음의 성)랍니다.
멜리사가 매기아(마법)로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햇빛에도 녹지 않고, 차갑지도 않다고 들었답니다."


"꿀꺽!"

황소뿔의 거인 알렉스가 놀란 표정으로 침을 삼켰다.
40헥사(20미터) 높이의 성벽에 5, 6개의 탑들까지 갖춘 제대로 된 성이었다.
사방 지름이 적어도 2,000헥사(1키로) 이상 되어 보이는 거대한 성을.....
그것도 매기아(마법)를 써서 얼음으로 만들었다니.....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비교적 솔직하게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는 편인, 노마법사 매튜가 마법진이 있는 방향과 성쪽을 번갈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이제라도, 다른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을 데려오자고 권하는게 어떨까 망설이는 듯 했다.


"퍼어어어어어억!"

이미 등께가 두 줄로 찢어져 있던 검은 셔츠 밖으로 박쥐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날개가 펼쳐졌다.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라!
멜리사를 굴복시키고 부르마!"

돌아보는 재연의 눈동자가 어느새 검은 색 대신 새빨간 색으로 야수처럼 빛나고 있었다.


"퀴인(여왕)이시여!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알렉스가 급하게 소리쳤으나, 재연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거의 소리도 없이 공중으로 떠올라, 대낮에 나온 박쥐와 같은 모습으로 가볍게 얼음 성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저 멀리 투명하게 빛나고 있는 얼음 성을 향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3명의 다크 매기아러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 보았다.

"정말 압도적인 모습이시군."

교장 막심의 감탄에, 노마법사 매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캐츄 데 글레이셔(얼음의 성)도 압도적이긴 마찬가지군.
얘기는 들은 적 있지만, 솔직하게..... 저렇게 큰 캐츄(성)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
아무래도, 이제라도, 다른 사람들을 더 데려와서 지원해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빵장수처럼 사람좋은 인상의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퀴인(여왕)께서 싫어하실 걸세."



"응?"

넓은 홀의 옥좌 위에 앉아있던 여자가 놀란 표정으로 수정구슬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허리까지 오는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에, 역시 티하나 없어 보이는 새하얀 피부, 새하얀 눈동자.....
나이는 2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붉은 입술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눈처럼 새하얀 여자는, 오똑한 코와 둥글고 큰 눈동자를 가진 놀랄만한 미인이었다.
입고 있는 드레스도, 걸치고 있는 망토도 눈처럼 새하얀 색이었고, 머리에는 수정으로 보이는 투명한 왕관을 쓰고 있었다.
아니, 그 여자만이 아니라 투명한 얼음으로 되어 있는 드넓은 홀 전체가 새하얗지 않으면 투명한 색을 띠고 있었다.
얼음으로 된 듯한 옥좌는 물론이고, 심지어 옥좌 옆의 작은 테이블 등 나무로 된 가구들 조차도 모두 새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여자 -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멜리사가 약간 높은 음성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침입자가 방금 캐츄(성) 안에 들어왔다!
찾아라!"

"옛! 퀴인(여왕)이시여!"

옥좌를 호위하듯 양쪽으로 나뉘어 도열해 서 있던 20명의 병사들이 창을 들고 홀의 문을 향해 줄지어 달려갔다.
병사들의 가죽갑옷과 투구도,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긴 창들도 - 은빛으로 빛나는 창날을 제외하고는 - 모두 새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그러나, 병사들이 하얗게 칠해진 홀의 큰 나무문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소리도 없이 넓은 나무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렸다.

검은 머리에 검은 반팔 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젊은 여자 한 사람이 문간에 서 있었다.

"비켜라!"

"예, 주인님!"

야수처럼 잔인한 느낌의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여자가 차갑게 외치자, 병사들이 일제히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벽쪽으로 붙어섰다.


그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인상을 쓰면서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멜리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최면술? 밤비르(흡혈귀)? 대낮에?"

하지만, 오만해 보일 정도로 오똑한 코를 가진 새하얀 얼굴은 전혀 겁먹거나 걱정스런 표정이 아니었다.

"엄청난 마나 량이 느껴진다.
드래곤이냐?"


"호오....."

검은 머리 여자 - 재연의 새빨간 눈동자가 흥미롭다는 듯 조금 커졌다.
어제 교장 막심 라클린에게 마법들을 배우면서 들은 바가 있었다.
전지전능한 신들에게서 이 세계의 수호자의 책무를 부여받은 드래곤이라는 존재들.....
초월적이고 거만한 그들을 부를 때는 "지극히 높으신 존재"라는 호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자신의 거대한 기운을 느끼고 드래곤이 아닌가 의심하면서도 반말로 드래곤이냐고 묻다니, 간이 부었거나 실력에 자신이 넘치는 게 틀림 없었다.

"아니!
내 이름은 클로디아 써어.....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다.
네 왕국을 뺏으러 왔다!"


"흥!"

차갑게 코웃음친 백색의 멜리사가 수정구슬 지팡이를 들이대며 외쳤다.

"글레이셔 란자!"

"퍼억!"

멜리사의 외침과 함께 -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 끝이 뾰족한 얼음의 창이 날아가, 재연이 서 있던 자리를 지나쳐 벽에 부딪쳤다.
이전에 노마법사 매튜 허스트가 보여줬던 것과 같은 마법이었으나 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날아가는 속도가 빨랐다.

몸을 피한 재연이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놀라운 속도로 움직여서, 어느새 멜리사의 오른쪽 정면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챠카카카카캉!"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 2미터 길이로 늘어난 재연의 오른손 손톱들을 막아 냈다.

"차카카캉! 차캉!"

두어 차례 더 오른손을 휘둘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멜리사의 사방 2미터 정도를 덮고 있는 듯한 투명한 막은 재연의 손톱에도 전혀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호오....."

재연이 다시 한번 감탄어린 소리를 냈다.

"바레라(방어막)가 뚫리지 않는다니 놀랍군!"


"바레라가 아니라 아크 바레라지!
설사 드래곤이 밟아도 깨지지 않는다.

비비앙 글레이셔 란자!"

여전히 옥좌에 앉은 채인 멜리사가 오른손에 든 수정구슬 지팡이로 재연을 가리키며 외치자, 또다시 엄청난 속도로 얼음 창이 날아왔다.
재연은 몸을 옆으로 틀어서 피했으나 날아서 지나쳐간 얼음 창은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다시 재연을 향해 날아왔다.

"휘이이이익! 휘이이익! 휘이이익!"

날쌔게 몸을 움직이며 재연은 두 번, 세 번 얼음 창을 피했다.
그러나, 고드름 덩어리처럼 생긴 얼음창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틀면서 계속 재연을 쫓아왔다.


게다가.....

"코피아!"

멜리사의 외침과 함께 얼음의 창이 한꺼번에 100여개로 늘어나며 사방에서 날아 들었다.
재연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몸을 움직여 피했으나 그것들 전부를 피할 수는 없었다.

"퍽썩! 퍽썩!"

주위의 마법 방어막들이 하나씩 깨져 나가는 소리에 재연이 사납게 보이는 얼굴에 인상을 썼다.

"체엣!"

"스르르르르륵!"

2미터 길이로 늘어나 있던 손톱들이 갑자기 4, 5미터 길이로 더욱 늘어났다.

"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피하는 대신, 재연은 늘어난 손톱으로 날아드는 얼음 창들을 후려쳐 토막토막내버리기 시작했다.

"퍽썩! 퍽썩!"

방어막 두 개가 더 깨졌으나, 어느새 얼음 창들 모두가 여러 토막으로 조각난 채 바닥에 수북히 쌓여 있었다.


"흥!"

여전히 얼음으로 된 투명한 옥좌에 앉아 일어나지도 않은 채로,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멜리사가 코웃음을 쳤다.

"글레이셔 토멘토!"

"끄아아아아악!"

재연의 최면술에 걸린 채, 홀 양옆으로 비켜서 있던 20명의 병사들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비명소리는 채 2, 3초도 이어지지 않았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보라가 갑자기 홀 안을 가득 메우며 순식간에 모든 것을 얼려 버렸던 것이다.

잠시후 눈보라가 멎었을 때, 넓은 홀 안은 온통 두께 2, 3센치의 투명한 얼음층으로 - 코팅이라도 한 듯 - 덮여 있었다.
멜리사가 앉아 있는 옥좌 주위 2미터 정도 동그란 범위를 제외하고는, 심지어는 벽과 천장까지도 전부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비명을 지르던 모습 그대로 얼음에 덮혀 죽어버린 자신의 병사들을 힐끗 쳐다본, 멜리사의 시선이 10여 미터 앞에서 역시 얼음에 덮힌 채 서 있는 재연을 향했다.

"다른 세계의 인간이라.....
상상이 안 갈 정도의 마나(에너지) 량에..... 놀랄 만한 움직임이긴 했지만, 별거 아니....."

멜리사의 말이 중간에 멎었다.
얼음 속에서 검은 머리 여자가 웃음을 짓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파사사사사사사사!"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재연의 몸을 덮고 있던 얇은 얼음층이 산산히 부서지며 사방으로 얼음 파편들이 날아 올랐다.


"파지지지지직! 퍽썩!"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멜리사의 새하얀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커졌다.
어느새 바로 앞에 선 재연의 오른손에서 뻗어나온 긴 손톱들이 자신의 새하얀 목 밑에 바짝 들이대어져 있었다.
조금 아까 늘어났을 때는 은빛으로 변했던 재연의 손톱들이..... 이번에는, 마치 루비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 아니, 마치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 새빨간 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아크 바레라가..... 뚫린 건가?
이런.....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멜리사의 목소리가 놀라움으로 떨렸다.



새빨간 눈동자를 야수처럼 잔인한 느낌으로 빛내면서, 검은 긴 머리에 온통 서리같은 얼음을 덮어쓴 채로, 재연이 대답했다.

"내가 아주 싫어하는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 년의 기술을 흉내내 봤지.
재수없게, 파란 색으로 빛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군."


눈처럼 새하얀 멜리사의 목에 들이대고 있는 - 새빨간 빛으로 빛나는 - 긴 오른손 손톱들이 줄어들면서 재연이 멜리사의 바로 앞까지 다가섰다.

"툭! 떼구르르르르!"

재연의 왼손이 멜리사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수정구슬 지팡이를 - 마치 어린애 손에서 막대사탕이라도 뺏 듯 - 손쉽게 뺏어서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붉은 입술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눈처럼 새하얀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멜리사는 여전히 패배한, 기죽은 표정이 아니었다.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붉은 입술이 조금 열리면서 상아처럼 새하얀 이빨들이 반짝 빛나는가 싶더니, 눈보라같은 거센 바람이 입에서 불어 나왔다.
조금전 눈보라 마법을 썼을 때보다도 더 끔찍한 냉기가 홀 전체를 덮어 버렸다.
투명한 얼음층이 또다시 바로 앞에 서있는 재연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코팅하듯 뒤덮었다.

"파사사사삭!"

재연의 몸을 덮고 있던 투명한 얼음층이 깨져 나갔다.

"터억!"

이어, 뻗어나온 재연의 왼손이 멜리사의 눈처럼 새하얀 가는 목을 움켜잡더니 한손만으로 멜리사를 번쩍 치켜 들었다.
끔찍한 냉기에 뿌옇게 된 채 온통 금이 가 버린 안경을 오른손으로 천천히 벗으며, 재연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죽고 싶지 않으면....."


"컥! 컥! 어서 죽여라!"

숨이 막혀 괴로와 하면서도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 멜리사는 앙칼진 목소리로 내뱉듯 외쳤다.
하지만, 목을 죄는 대신, 천천히 다시 멜리사를 옥좌 위에 내려놓은 재연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눈처럼 새하얗다고 해서 알비노(색소 결핍증)인 줄 알았는데, 눈동자까지 새하얗군.
알비노는 눈동자가 빨간 색이라던데.....
네 몸 전체가 이렇게 하얗니?"


"흥! 직접 확인해 보시지!"

"쫘아아아아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재연이 찢어 발기듯 멜리사의 새하얀 드레스를 벗겨내 던져 버렸다.
그리고 가슴을 감싼 가리개같은 모양의 속옷을 잡아 뜯었다.

삼각팬티같은 작은 속옷만을 걸친 멜리사는 몸 전체가 우유처럼 새하얗고 잡티 하나 없었다.
새하얀 어깨와 새하얀 가는 허리, 새하얀 허벅지와 엉덩이가 만들어내는 곡선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아마도 가슴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왔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때는 제법 풍만했을 듯한 멜리사의 새하얀 젖가슴에는 유두가 달려 있지 않았다.
잘려나간 걸로 보이는 - 유두가 달려 있었을 - 자리에는, 대신 화상 흉터같은 흉칙한 자국만이 역시 피부와 같은 하얀 색으로 올록볼록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너!"

재연의 새빨간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약간 커졌다.


멜리사의 조그만 붉은 입술이 비웃듯 약간 일그러졌다.

"아래쪽은 더 징그럽지!"


"쫘아악!"

멜리사의 하얀 삼각팬티가 뜯어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드러난 멜리사의 성기는..... 성기라기 보다는 그저 타고 문드러진 흔적이라고 불러야 할 모습이었다.
세로로 갈라진 성기 대신 심하게 뒤틀리고 문드러진 흉칙한 하얀 화상자국과 흉터들이 다리 사이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


"수백 명의 남자들이 일주일 동안 나를 윤간했지.
뭐 어차피 창녀 짓거리도 하며 먹고 살았던 더러운 년이니까 별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에는 젖꼭지를 가위로 잘라내고, 젖가슴과 성기와 항문을 불인두로 지져버린 후에.....
얼어죽거나 이리 밥이 되도록 발가벗긴 채로 숲속에 던져 버렸어.

징그럽고..... 추하지?"

남의 일이라도 얘기하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로 멜리사가 입을 열었다.


바로 눈앞에서 마주 보고 있는 재연의 새빨간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하지만, 냉담하게까지 들리는,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확실히..... 내가 당했던 것보다는 좀더 심했군."


"뭐?"

눈앞에서, 새하얀 동그란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더욱 커졌다.


재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첫 성경험을 윤간으로 당했지.
이 세계에 오기 전에 당했던 일이지만.....

울면서 애원하는, 처녀였던 나를..... 열 명이 돌아가며 계속 강간한 후.....
마지막에는 내 보지에 팔뚝만한 굵은 막대를 쑤셔박아서 아예 찢어버렸지.
항문에도 막대를 박아넣겠다는 걸..... 제발 그것만은 용서해 달라고, 울면서 빌고 또 빌었어.
다행히 그건 봐주더군.
그 대신, 알몸으로 무릎꿇은 채, 입을 벌리고 열 명이 차례로 입 안에 싸대는 오줌을 받아먹어야 했지."
("강제로 길들이기" 12부 내용 참조)


멜리사의 새하얀 알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게..... 원하는 게 뭐지?"


재연의 오른손이, 허리까지 늘어져 있는 멜리사의 길고 새하얀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추웁!"

재연의 입술이 멜리사의 붉고 조그만 입술을 덮으며 진하게 키스했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따뜻한 느낌의 키스였다.
눈을 감고 조용히 키스를 받아들인 멜리사가 다시 눈을 떴다.
바로 앞에서 흔들림없는,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눈동자가 새빨간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네 모든 것.....

네 왕국, 네 능력.....
네 아름다운 몸과 네 마음.....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원한다!

상처입은 몸은 걱정하지 마라!
셍뜨레(성녀)라는 것들을 잡아다 반드시 다시 멀쩡하게 치료해 줄 테니까."


붉은 입술을 떨며 멜리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친절한 척 하지 마!
나는 날 때부터 저주받은 년이야!
이제까지 내게 친절한 척 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어!
아니, 사람들만이 아니라 심지어 괴물들조차도 모두..... 모두 다 죽어버렸다구!"


고개를 저으며 재연이 오만하게 대답했다.

"나는..... 죽지 않아!
나는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다!
아무도..... 내가 죽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멜리사..... 성은 뭐니?"


멜리사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성 따위는 없어.
눈의 요정이 버린 아이라고..... 재수없는 괴물이라고.....
심지어 고아들이면 다들 받는 고아원 원장의 성조차도 받지 못했어."


"깔깔깔깔낄깔!"

재연의 머리를 뒤로 젖히고 웃음을 터뜨렸다.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재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듯 얘기했다.

"받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고아원 원장 따위의 성은 네게 맞지 않았던 거지.

네가 가져야 할 성은 처음부터 따로 있었다.
내 성을 네게 주마!

멜리사 써어!

오늘부터, 내 동생이 되어라!
이 언니와 함께 이 세상을 정복하고.....
갖고 싶은 모든 것,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마음껏 갖고 누리면서 언제까지나 함께 행복하게 살자!

멜리사 써어!

처음부터..... 그것이 너의 운명이었다!"


재연보다는 두어 살 어려보이는 외모의 멜리사가 작은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운명?

하지만..... 행복이라니?
그런 걸 나같은 게 가질 수 있을 리가....."


멜리사의 새하얀 알몸을 재연이 품에 꼬옥 안아 주었다.
체온이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낮은 듯,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들 정도였지만, 멜리사의 알몸은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아니.....
너는 누구보다도 행복해질 수 있다, 멜리사 써어!

이 언니를 믿고.....

네 모든 걸 내게 바쳐라!

그 대신..... 이 언니가 너를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마!"

확신에 찬,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였다.


아무 말 없이,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멜리사는 눈처럼 새하얀 알몸을 조용히 재연의 가슴에 기댔다.
새하얀 두 눈동자에서는 두 줄기 눈물이, 역시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얀 볼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백마를 타고 새하얀 갑옷을 입은 10명의 병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노마법사 매튜가 인상을 썼다.

"저 놈들..... 우릴 잡으러 오는 거 아닌가?"


뚱뚱한 노마법사 안토니오 쟈글러가 통통한 손으로 매튜의 수정구슬 지팡이를 살짝 밑으로 눌렀다.

"퀴인(여왕)께서 보내신 것 같네만....."


노마법사 매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퀴인이냐가 문제겠지."


어느새 다가온 10명의 병사들이 말을 멈춰 세웠다.
그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께서 여러분들을 모셔 오라고 분부 하셨습니다.
저희의 말을 타고 가십시오."

지휘관이 가볍게 손짓하자, 10명중 5명이 말에서 내리며 공손한 태도로 고삐를 내밀었다.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갈색 피부에 황소뿔의 거인 알렉스가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후, 말을 탄 채로, 온통 투명한 얼음으로 된 멜리사의 성에 들어선 다섯 명은 밖에서 본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성의 규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도열하듯 성문 바로 앞 광장에 모여 있는 흰 갑옷의 병사들이 넓은 광장을 빽빽하게 메운 채로, 가운데를 열어 일행들이 지나가도록 해주었다.

"어마어마하군!"

기습이라도 당할까 우려하듯 수정구슬 지팡이를 오른손에 꼭 쥔 채로 천천히 말을 몰며, 노마법사 매튜가 감탄했다.


"성 안에 상주병력이 500여 명, 가까운 두 곳의 요새에 나누어 주둔중인 예비병력을 합쳐서 약 5,000여 명 정도 됩니다."

앞장서서 말을 탄 채 안내하던 지휘관이 자랑스런 말투로 설명했다.


"왕국의 총 인구가 8만 명 정도라고 했던가?
이런 전란의 시대치고는 많은 병력은 아니로군."

교장 막심의 혼잣말에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끼어들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걸 수도 있네.
퀴인 데 글레이셔(얼음의 여왕)의 왕국에 누가 감히 쳐들어 오겠나."


들은 대로, 성을 이루고 있는 얼음은 투명하고 단단했지만 차갑지 않았고, 심지어 바닥조차도 미끄럽지 않았다.
몇 개나 되는 넓은 홀과 복도들을 지나, 마침내 고급스런 하얀 나무문을 열자, 그들의 여왕 재연이 오만한 표정으로 옥좌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알렉스와 세 명의 다크 매기아러들이 옥좌 정면으로 다가가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꿇어 앉아 공손히, 그리고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노예인 엘루시족 소니야는 재연에게 다가가 그 발치에 바짝 몸을 엎드렸다.

"축하 드립니다, 퀴인(여왕)이시여!"

간사한 느낌으로 웃으며 교장 막심이 축하의 말씀을 올렸다.


"씨이이익!"

재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오만하게 웃었다.
왼편에 서 있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새하얀 미인을 손으로 가리켰다.

"인사들 해라!
나의 새로운 신하이자, 오늘부터 내 동생이 된 멜리사 써어다!"


"써어? 동생으로 삼고, 성을 줘서, 왕족의 지위를 부여했단 말인가?"

퀴인인 재연을 제외하고는 자기가 가장 윗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교장 막심은 입맛이 썼다.
하지만 공손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매기아러들은 내 왼편에, 장군들은 내 오른편에 서도록 해라!"

사실 장군이라야 지금은 알렉스 한 사람뿐이었지만.....
재연의 지시대로, 옥좌의 재연을 보고.....
오른편(재연의 왼편)에는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멜리사 써어,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의 교장이었던 막심 라클린, 그의 동료들인 노마법사 매튜 허스트, 안토니오 쟈글러의 순서로.....
왼편(재연의 오른편)에는 갈색 피부에 황소뿔을 가진 거인 알렉스 카플란이.....
양쪽으로 나누어 섰다.


옥좌 위에 오만하게 앉아 있는 재연의 지시가 계속 이어졌다.

"머릿수만 채울 일반 병력들을 끌어 모으기 전에 쓸만한 자들을 먼저 모은다!

위스토아 전체에서..... 끌어 들일 만한, 실력있는 자들의 명단을 작성하라.

그대들이 불러 들일 수 있는 자들과, 내가 직접 나설만한 가치가 있는 자들을 분류하고,
매기아(마법) 진을 곳곳에 열어서 그들을 끌어 들여라!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에 남아 있는 자들도 이리로 부르도록 하라!"


"예, 퀴인(여왕)이시여!"

세 명의 노마법사들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


"밤비르(흡혈귀)라고?
밤비르라는 것들은 밤에만 다닐 수 있는 데다가, 재수없는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 년한테는 고양이 앞의 쥐던데....."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투덜거리듯 입을 연 재연에게, 둥근 얼굴의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카를로스 반 피제프 백작은 단순한 밤비르가 아니랍니다.
무려 500여 년전 고대 왕국들의 시대부터 살아온 자랍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은 밤비르들은..... 햇빛을 직접 쐬지만 않으면, 심지어 낮에도 움직일 수 있다고 들었답니다."


온통 안개가 낀, 가시나무 투성이인 어두운 숲속 길을 재연과 안토니오는 걷고 있었다.
잠시후, 상당한 크기이긴 했지만, 낡아 보이는 잿빛 돌로 된 성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기다려라!"

"예, 퀴인(여왕)이시여!"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스르르륵!"

박쥐의 날개같은 거대한 날개가 접히는가 싶더니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열린 창문을 통해 성안 이층의 어느 복도로 날아 들어온 재연은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주위를 돌아 보았다.
저녁 무렵의 시간에, 불조차 없어 깜깜했지만, 재연의 눈에는 낮처럼 환히, 어두운 복도의 모습이 보였다.

"낡아빠진 별볼일 없는 성이군!"


"누구신가요?"

긴 금발머리에 회색 눈동자를 가진 새하얀 피부의 여자가 소리도 없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긴 녹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카를로스 놈을 보러 왔다!"

재연의 오만한 말투에 가볍게 인상을 쓴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

"좋은 뜻으로 오신게 아닌 것 같군요.
돌아가십시오!
당신같은 인간 따위가 상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십니다."


여자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오만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재연의 모습에 여자가 다시 한번 인상을 썼다.
눈에서 회색 눈동자가 사라지더니 눈동자 없는 눈이 붉은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갑자기 눈앞에서 여자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커어어어어억!"

오른쪽 옆에 나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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