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피를 머금은 용병 생활이였다.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지 했다.
마수전쟁이후에 거의 사라져 깊은 숲속에서 볼까 말까한 마수사냥에서 ,
대규모로 나타났던 마수무리 때문에 일시적으로 중단되었었던 영지싸움에까지 .
돈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잔인하게 처리해버렸기에,"무자비의 거츠"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둘째와 막내는 그저 피빛으로 물들어 가는 거츠를 슬프게만 바라볼 뿐이였다.


돈을 들고 다시 유이을 찾으러 갔다.
예전에 유이를 데리러 갈 때는 갓 용병이 된 새끼용병이였고 거기에다가 부상까지 당한 상태였지만,
지금 거츠가 들고 있는 브로드소드에 묻힌 피만 해도 수십명의 피였다.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패거리들의 두목에게 돈을 던졌다.
돈을 보고 나선 히히낙낙거리면서

"어쩌나,이자가 붙었는 데.이돈이면 그년의 팔 한쪽은 들고 갈 수 있겠군.
내가 잘 포장해줄까?"

거츠는 분노했다.
두목의 한 쪽 팔을 짤랐다.
놀란 패거리의 졸개들이 달라 붙었지만,거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유이가 있던 집창촌의 가게는 박살나버렸다.



오래간만에 3명의 유이가 다 모였다.
어머니는 이미 고인이 된지 오래였다.
첫째 유이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몸이였지만,거츠를 보고선 그저 행복한 듯 웃었다.
둘째와 막내도 오래간만에 돌아온 행복에 가슴벅차할 뿐이였다.

집을 떠나기로 했다.
정든 집이지만 더 이상 미련은 없었다.

아예 이 트닌시를 떠나기로 했다.
거츠는 마차편을 알아보기 위해서 집을 나와 트닌시 중심지역으로 가고. 3명의 유이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


막내 유이의 원래 친부모는 트닌시의 사람이 아니였다.
뒷골목의 다른 버려진 아이들처럼 창녀들에게 태어나서 가난 때문에 버려진 경우가 아니였다.

막내 유이의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은 따듯한 집,부드러운 미소의 어머니,키가 컸던 아버지,화목한 느낌 이였다,
집안일을 해주던 사람이 따로 있었던 것으로 보면 잘 사는 집이였던 것 같았다.
아주 어릴 적 어쩌면 말도 제대로 못 깨우쳤을 때의 일을 이리 생생히 기억하는 걸 보면 남들과 다르긴 달랐다.

그 후의 기억은 점점 쇠약해져서 말라가는 어머니였다.
건강이 악화된 이후로는 어머니가 아니라 건장한 유모아주머니가 자신을 안아서 키웠던 것 같았다.
그 유모도 시름시름 쇠약해져 갔다.
자신을 안아서 달래주던 이는 그 후에 기운이 없어 하는 것이였다.
집안 분위기는 점점 어두워져 갔다.

하얀 색의 아름다운 옷을 입고 왔던 남자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였다.

자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남자,굳어지는 얼굴 표정,손에 하얀 빛이 어리더니,다시 자신을 살펴보던 남자가 말했다.
"저주받은 아이입니다.불행을 가져다 주는 아이입니다."

그 날 이후로는 어머니도 유모도 자신을 안아주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뒤 어느 날 밤,자신의 침대 머리맡에서 굳어진 표정으로 왔다갔다하는 아버지를 느꼈다.
아버지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져 있었다.
끝내 아버지는 자신를 찌르지 못했다.

다음 날 새벽 눈을 떠보니 트닌시의 뒷골목이였다.


춥고도 어두웠다.
막내 유이는 처음으로 마음 껏 서글프게 울었다.버림받았다.슬펐다.
대신 자신을 사랑해주던 이가 점점 약해져 가는 모습은 이제는 안 봐도 되는 것이였다.

거지들과 같이 지냈다.추위에 벌벌 떠는 아이들은 다 쓰러져가는 움막에 모여서 서로 부듬켜 안고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서 잠을 자곤 했다.
다른 몇몇 아이를 쇠약하게 하는 일이 생기고 나서야,남을 쇠약하게 하는 능력는 조절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막내 유이에게는 그 것은 능력이 아니라 단지 저주였을 뿐이였지만.
주로 의식이 없을 때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정이든지 사랑이든지 자신이 상대를 원하면 원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날,초취해보이는 아주머니의 손이 이끌려 집으로 왔었다.
춥고 배고픔에 무서움에 벌벌 떠는 자기에게 따듯한 스프와 그보다 더 따듯한 미소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유이라고 부르면서 자기가 엄마다 라고 하는 것이였다.그리곤 밤새 꼭 안아주는 것이였다.
아주머니의 품은 너무 따뜻했다.
그 따뜻함에 굳어졌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저주"가 발동되지 않도록 의식을 가다듬었다.
이 좋아보이는 아주머니를 상하게 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이였다.아주머니는 기운이 상하지 않은 것 같았다.
기뻤다.이젠 자신도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으리라.

두명의 언니는 자상했다.따뜻하게 씻겨주고 손을 꼭 잡아주었다.
거츠오빠도 겉은 무뚝뚝한 척했지만,거칠어진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 느껴지는 행복함이 마냥 좋았다.


모든 것이 좋아진 것만은 아니였다.
그 "저주"를 억제하면 할 수록,주기적으로 그 욕망은 커지고,마치 심한 몸살을 앓는 것처럼 온 몸이 불떵이처럼 열이 나는 것이였다.
그런 몸살을 앓으면서도 혹시나 간호하주던 언니들의 기운을 빨아드릴까봐 조심에 또 조심하는 막내유이였다.

심한 몸살을 앓고난 다음 날이였다.
이상하게도 몸이 차가웠다.혹시 언니나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무서웠다.

그리고 화장실을 갈려고 집밖으로 나갔을 때 다리를 져는 늙은 남자유령을 보고 놀랐다.
푸른 멍이 온몸에 가득한 유령이였다.
비명을 질렸다.
자다가 울음소리에 깜짝 놀란 언니와 오빠의 품에 안겨서 서럽게 울었다.
유령이 때문에 놀라기는 놀랐지만,유령이 무서워서 운 것이 아니였다.
평범하지 않은 자기자신이 너무 밉고 또 서러웠다.

"불행을 가져다 주는 아이"라고 말하던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거츠오빠가 용병일을 시작했다.
그 이유중에 하나가 자기가 고열에 시달리기 때문에 열내리는 약을 사기위해서 라는 걸 알기에 막내유이는 약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오빠가 다리를 다쳤다
자기 때문인 것같았다.
자신은 불행을 몰고 오는 아이였다.
막내유이는 결심했다.
언니와 오빠가 안좋게 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
자기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였다.이곳은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저주받은 자신은 저 더러운 뒷골목에서 싸늘한 시체로 썩어가는 것이 어울렸다.

집을 나왔다.
뒷골목에서 쪼그려 앉아 울었다.

첫째 유이,큰 언니가 자신을 찾았다.
산발이 된 머리로 걱정에 초췌해진 얼굴이였다.
첫째 유이는 손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꼭 잡고서는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무섭고 매섭게 막내 유이를 야단을 치는 것이 였다.
볼기짝이 퉁퉁 부어오르도록 뚜드려 맞았다.
"우린 가족이라고,아무도 막내가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때리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첫째 유이가 말했다.

그 날은 첫째와 막내는 서로 꼭 부듬켜 안고서는 잠에 들었다.

며칠 뒤에 "첫째 유이는 멀리갔다.돈 벌러갔다."라고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둘째 유이가 막내유이에게 말해주었다.

거츠 오빠는 미친 듯이 일했다.
거츠 오빠에게서 죽음의 냄새가 점점 심해졌다.
막내유이는 오빠에게 나는 죽음의 냄새보다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자신이 더 싫었다.




어느 날 거츠 오빠가 온 몸에 피를 가득 묻힌 체로 첫째 유이를 데리고 왔다.
오래간만에 3명의 유이가 모두 모였었다.
아예,트닌시를 떠나기로 했다.
거츠 오빠는 옷을 갈아입고서는 마차편을 알아보기 위해서 다시 나갔다.
3명의 유이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