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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30 547회 0건
<열기>




"...........?"




어두운 곳. 어두운 곳이다. 그냥 어둡기만 한 곳이다. 그 외엔 딱히 "어떻다" 고 지칭할수 있을 만한 것이 존재치 않는다. 굳이 약간만 더 들먹이자면, "존재" 에 해당하는 것이 둘 정도가 더 있다.



하나는 자신. 사방이 어둠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자신" 과, 누워 있던 자신을 떠받치고 있는 "바닥면" 이 그것이다.



".....안...나의 자의식 안? 근데...왠지 기억이 있어?"



처음 보는 곳인줄 알았는데도 왠지 와본 느낌. 무엇으로 인해 기인받는 데자뷰 현상인가.



"....아아....그것이 없어....그것이 사라졌어..."



가장 큰 존재감을 내비치던 것. 그것이 없다.



새파란 것이 없다. 차가운 것이 없다.



"그래....그 애가.....내가...."



"자아의 이성" 이 없었다................




.................




찬찬히 생각하며 정리해가며 더듬다 보니, 완전히 파묻혀 버린 정도는 아니었다.



과거에, 친구로부터 크나큰 도움을 입었었다. 그 친구는, 도대체 어떤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가장 깊은 안쪽까지 고맙게도 찾아와줬고, 그녀를 그 따뜻하기 그지없는, 뜨거운 가슴으로 껴안아줬다.



그 때의 "열화" 와 같은 화기는 그녀의 의식을 부드러우면서도 화끈하게 인도해 냈었는데...



어쨌거나 "자아의 이성"을 물러가게 한 것은 그 애가 한 행동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사라져 버린걸까?"




문득 그런 궁금증을 느끼고 있는데.....




타박 타박

.
.
.
.
.



"?"


타박 타박 타박




".....? 걸음소리?....."




뭔가가 다가온다. 그것만은 확실하지만 그 이상은.....



쿠르르....



"....열기?..."



무엇인가가...뭔가가 있는데, 분명 있는데, 볼수가 없다. 보이지가 않는다.



존재의 생김을 알아내는 것은 고사하고, 어둠, 이놈의 어둠 때문에 자신이 지금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조차도 헛갈릴 지경이다. 그정도로 사방은 암흑 천지다. 그런데도, 그 칠흑 속에서도 "그것"의 존재를 깨달을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열기 때문이다. 녀석의 모습은 전혀 모르겠지만, 두가지만은 확실하다.



이녀석은 거칠다!! 그리고... 뜨겁기 그지없는 몸을 가지고 있다.



마치 활화산과도 같은 뜨거움을 발산해 내고 있는 녀석이다.



지저(地底)의 끝자락에서 잠든 척하고 있는 용암의 열기가 이러할까.



녀석이 재차 소리를 낸다.



크륵 크르륵....



맹수를, 사납고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맹수를 연상케 하는 아릉거림.



입을 움직여 질문을 던져보기로 한다.



"누구...뭐지? 모습을 보여..? ...."



크르르...



"모습을 보이라니까?! 제길...도대체가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처음부터 눈을 감고 있었던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이젠 못 참겠다. 이 열기를 내뿜는 녀석의 정체를 알아야만 하겠다. 더 이상 누운채로 있을 순 없다.



이젠 그만 누워 있으련다....고 마음을 정리한 후 몸을 일으켜보려 하는데...



"...어라? ..어라라?"



큰 大 자로 편히 누워 있을 땐 몰랐는데, 막상 일어서려 하니 그게 되지를 않는다. 천근만근 나가는 바위가 내리누르는것도 아닐진대, 어떻게 되먹은 일인지 자신의 상체는 당최 들려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고 있다.



설령 진짜 천근만근 바위가 내리누른다 하여도 스스로 일어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일으킬수 있는 몸인데..



"어떻게 된거지? 움직여라. 움직여!!"



최대한 움직여보려 하지만 요지부동 이었다. 움직여보긴 커녕 "움찔" 거리지도 못할 판이다.



"뭐...야 이건?!"



상황의 어처구니없음에 황당해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현실이 황당해 하는 감정에 변화를 갖는데 영향을 주었다.



황당 -> 혼란 으로 가게 해줬으니 틀림없이 변화는 변화였다. 전혀 도움과 연관되는 변화는 아니었지만.



할짝



"!! 왓?! 아핫!! 으키키키힉!! 야?! 너 누구야?! 크흐흣!!"



핥아졌다. 자신의 신체 한 부위가, 정확히 말하면 대자로 누운 탓에 훤히 드러나 있는 오른쪽의 겨드랑이가 핥아졌다.



겨드랑이가 핥아짐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해서 두가지의 정보를 획득할수 있었다.



첫번째로는, 이놈은 역시 사람이 아니었다. 녀석은 동물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거대한.



두번째는, 녀석의 혓바닥이 무지하게 크다는 것이다. 개과 동물들도 혀가 길고 크다지만, 이놈은 그보다도 더 큰것 같았다.



그 혓바닥 놀림 한두번에 겨드랑이 전체가 젖어버렸으니.


할짝 할짝 !!



녀석의 혓바닥은 그렇게 커다라면서도 크기에 맞지 않게 재빨리 움직이며 정신없이 자신의 양 겨드랑이를 농락해대고 있었다. 알수 없는 뭔가의 힘때문에 반항할수도 없었다. 어찌나 투박하고 거칠게 밀어붙이는지 얼이 다 빠질 지경으로 만들어가며 웃음소릴 "강탈" 해가듯 하고 있었다.



"꺄하학!! 으꺄하하하하하~~!! 그..그만!! 그만해에하하하하~!! 꺄하하하하!!~~!!"



크르릉....할짝 할짝


헐떡 헐떡



"크크큭!! 끄흐흣~!! 그...그만 안할래?!! 으히히히히힛!!~ 아...아흐흐흐흐흐~!!"



녀석은 자신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은지, 그렇게 생각한다고 여길만한 증거로 이따금, 비웃는 듯한 가릉거림 소리를 내었다.



단순히 가릉대는게 아니고, 이빨을 갈아댔는데, 그 거친 어금니와 송곳니. 특히 송곳니로 짐작될법한 이갈이가 심히 귀에 듣기 거슬렸다.



크르륵 크륵...크흐흐..



"이...이게? 지금 비웃은거지?! 그렇지?!!"



화가 나서 또한번 기를 쓰고 움직이려 하는데, 기어이 녀석이 또한번 혀놀림질을 해댔고, 두 겨드랑이가 죄다 젖을 대로 젖어버린 상황에서 별수 없이 또한번 웃음소릴 내뱉게끔 만들었다. 실로 화나는 일이었기에, 온 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크르륵...크흐흣


"이..이게 진짜..."


녀석의 머리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쪽을 바라보려 하면서 열띈 음성을 토하려 하는데, 뜻밖에도 상대가 먼저 행동했다.


"크흐흣~ 과연 그렇게 기분 나쁘기만 하셨을라나..."


"뭐...뭐?!"



"차가운것만이 다는 아니지. 냉이 있으면 열이 있는 법. 너는 욕심많은 여자야. 이기적인 여자지. 죄다 가지려 하는 여자. 크흐흐...안 그래?"


"무..무슨 소릴 하는거야?!"


"크흐흐~ 웃기는군. 발뺌은 정도껏 하시지. 가증스러우니까 말이야. 큭큭...하지만....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하던가? 넌 둘 다 가져도 될 자격이 있을지도...."


"이..이새끼!! 사람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눈만 보여봐!! 넌 곧바로 죽는다!!"


"크크크. 열불을 뻗을 대로 뻗는군. 이봐. 알고 있어? 지금의 네 몸상태말야.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랐다구. 젖었던 겨드랑이가 다 말라버렸다구? 크흐흐~"



"!! 이..이게..."



"아아. 부끄러워하는 "척" 할 필요 없어. 이건 그런 거니까 말야. 하긴.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걸지도 모르지. 니 앞에서 이 "희열"의 감정에 대해 논하려 하다니 말야. 미안하군. 사과의 뜻으로 한번 더 적셔주고 가지. 그 불길이 좀이라도 꺼지게. 크큭"


녀석의 커다란 대가리며 낼름거릴 혀가 다시 다가오는 듯이 느껴지자 악을 써봤다.


"안돼!! 오지마! 오지맛!!"


할짝. 할짝


"꺄하하하하하~~ 하!! 하지마아하하하~~!!"


"크흐흣. 역시 맛있군. 맛있어. 그럼 잘 있으라구. 크크큭!!"


"이....거기서!! 어디가 이새끼야!!~~~!"


보이지도 않는 그놈을 향해 힘껏 고함쳤지만, 그게 다였다. 녀석은 자신의 귓가에 기어이 한줄의 주절거림을 덧붙였다.


"자기 자신에게 어울릴 만한 "만끽"을 얻어야지. "열화"에 다다를 정도의 쾌락. 너만큼 불길이 잘 어울리는 년도 없어...."



"닥쳐!! 닥쳐어어어~!!"



점점 멀어져가면서도 또한차례 닥치는 소근거림.



"너는 원하고 있어...그런 화끈한.........을....."











"....지랄... 하지마....."



턱을 괸채 조는 듯이, 아니, 조는 것만이 아니라, 잠들어 있는 것임에 틀림없는 여학생은, 나직하게 깔린 목소리로 그리 말하였다.


그 여학생의 근처에 마침 서 있던 선생님은 멍~ 한 표정으로 그녀를 볼수밖에 없었다.



꿀꺽..



비록 자기 반의 학생이자, 그의 제자이긴 하지만 대하기가 어렵기 그지없는 이 여자애의 잠든 눈길을 보면서 그는 침을 한번 되알지게 삼킨 후에 작은 헛기침을 한번 일으키는 척한 후 그녀와 대화를 시도 했다.


"어..어흠...가...강희야?"


"지랄...하지 말라고...."


"...가...강희..야?"


"...지.....랄...."


"............"


그는 정말이지 입술을 깨물수밖에 없었다. 강희가 물론 저 대사를 자신에게 한게 아닌것임을 그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또한 이 신성한 수업시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그녀가 깊은 숙면을 이루고 있음도 잘 인지하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이 여학생이 자신에게 상소리를 내뱉어도~ 수업을 완전무시한채 잠을 자고 있는것까지는 눈감아줄수 있어도, 딱 하나!! 해결을 봐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안 되면 수업 자체가 진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속된 말로 "안습" 에 처한 상황인지라 울상이 다 되어 턱을 괸채 잠들어 있는 그의 애제자에게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왜....턱을 괴고 자는 거냐?...응? 선생님이 자는건 그냥 자도 좋다고 했거늘...."


눈꺼풀을 내려뜨린채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이 워낙에 같은 반 학생들의 시선을 받는 탓에, 당최 수업 분위기가 이루어지질 못하고 진행 또한 쉬이 이루어지질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성의 여학생들에게는 동경의 대상 그 자체이기에, 그녀가 책상에 고개를 숙이고 자지 않으면 이런 일이 꼭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그녀의 인기는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선생님이 수업 진행 중 한참을 안절부절하다 결국 강희를 깨울 요량으로 다가섰던 것이건만, 워낙에 깊이 잠든 듯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판이었다.


그런 그가 못내 안쓰러운지, 여학생 중의 한명이 결국 입을 열었다.


"선생님...그냥 냅두세요. 포기하시는게 ...."


"그..그럼 수업은?"


"...진행 불가일 경우는 하나밖에 더 있나요?"


.............


한참을 고심하다 선생은 결국 고개를 숙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절망어린 목소리로.


"....자습들 해라...."


다들 키득거렸지만 선생님이 있는지라 큰웃음은 짓지 못했다. 선생은 슬쩍 곁눈질로 강희의 옆얼굴 라인을 한번 훑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턱선 한번 참 예쁘군. 예술이다 예술....."


여학생은 또다시 나직하게 뇌었다.



"....좆 까지마...."








p.s: 고마운 분이 문득 떠올라서요. 그 분을 위해.. 감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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