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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44 836회 0건
저번에 받은 번호로 나는 전화를 건다.

띠리리리-

4~5번의 신호음이 흐르지만, 전화벨은 계속 울린다. 아무래도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닌가 보다.

수업이나, 뭐 다른 걸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전화를 끊었다.
까만 선불폰의 액정을 쳐다본다. 거기엔 그때 서윤이가 적어준 번호가 찍혀 있다.
이미 몇번을 확인했지만 나는 다시 메모를 꺼내서 비교한다.

같았다.

아이폰을 꺼내서 검색을 했다. 비소라고 저장했던 번호를 찾아 마저 비교해본다.
010 으로 시작하는 첫 번호부터 자릿수를 일일이 세어가며 두번 세번 확인했다.

완전히 같다.

거의 확실하다, 서윤이는 비소가 맞을 것이다.
혹시라도 번호를 잘못 알려줬을 경우가 있지만..
그 얄팍한 가시가 자꾸 쿡쿡 찔러대지만 꾹 눌러둔다.

그러니까 확인만 하면 된다구, 전화 한통으로 다 확인할 수 있으니까 좀...

초조해지는 것 까진 어쩔 수가 없다.

한번만 더 전화 걸어볼까? 전화온 걸 몰랐을 수도 있고, 스팸이라고 생각했다면?
조바심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하는 사이에 진동이 울렸다.

부르르르-

액정에 찍혀있는 번호는 서윤이가 알려준 번호였다. 나는 주춤거릴 새도 없이 바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여자 목소리다, 그치만 비소인지 서윤인지 구분할 순 없다. 그래서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밥 먹었어요?"

"네??"

"한 턱 쏜다고 했잖아요, 출출한데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

그녀가 어떻게 반응하든 지독한 마이페이스로 말을 넘긴다.

"저, 근데 누..구..?"

"누구긴요, 커피친구죠."

"아! 아, 안녕하세요."

다소 두루뭉실한 설명이었는데,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 듣는구나.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머쓱함을 감춘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 혼자 벤치에 앉아있으니 녹진녹진하다.
아무리 그래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수면욕이 식욕을 앞지르게 놔둘 순 없었다.

"으.. 저 진짜 배고파요. 지난번에 도움 준 것도 있고 진짜 진짜 맛있는걸로 한턱 쏜다니까요."

강공 또 강공이다.

" 아, 알겠어요. 저 지금 경영대 건물인데 금방 나갈께요."

혹시라도 시간이 안된다고 할까봐 초조했는데 다행이다. 오늘은 그 남자새끼랑 같이 밥을 먹진 않는 것 같다.

"그럼 정문에 시계탑 알죠? 거기서 만나요."

"네 네, 알았어요."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햇살이 따갑도록 내리쬐지만, 이 포근함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지갑을 꺼내서 지폐를 세어본다. 얼마 전에 밥값이며, 모텔비며 나름 큰 출혈이 있었기에
ATM에서 현금을 찾아둔 상태였다. 5만원권이 한장, 1만원짜리도 3장 정도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무의식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도 몰랐고 그녀도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내가 정말 아끼는 여동생 같은 비소다.
정말 한번도 못 만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서윤이에게 정말 맛있는 걸 잔뜩 사줘야겠다고 내심 마음 먹는다.


쭉 걸어 내려가면 금방 도착할 시계탑이지만 일부러 빙빙 돌아간다.
날씨가 좋은 탓도 있었지만 먼저 나가서 기다리는 것은 도무지 성미에 안맞는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서윤이가 보인다. 저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조금 발걸음을 빨리 옮겼지만 결코 뛰진 않는다.

"에이~ 진짜 금방 왔네요?"

먼저 온 걸 나무라듯 그녀에게 말을 건낸다.

"아, 오셨어요? 저도 방금 전에 왔는걸요."

말투만큼 차분한 그녀는 오늘도 꽤 꾸민 채로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여전히 꾸미고 다닌다는게 맞으리라.
얼굴 표정도 희미하게 좋은 걸 보니 그 남자 놈이랑 잘 되고 있나보다.

"지난번 그 친구랑은 다행히도 잘 화해했어요. 저번에 잘 풀리면 한턱 낸다고 했죠? 오늘 지갑 맡길테니까 먹고 싶은거 마음껏 골라봐요."

"아, 아니에요. 제가 뭘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학식으로도 충분한 걸요."

여전히 소극적인 그녀지만 그래도 나름 친숙하게 대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휴대폰 번호가 일치하지 않았더라면 서윤이가 비소라는 걸 절대로 믿지 않았을 것이 틀림 없다.

"에이, 진짜 고마워서 그렇다니까요. 그럼 그냥 제가 고릅니다?"

한껏 빼는 그녀를 데리고는 발길을 옮겼다.
사실 학교 근처는 당연하게도 먹을게 많았다.
대학 자체가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어버리다보니 일식, 중식, 한식, 분식 가릴 것 없이 넘쳐난다.
게다가 맛만 괜찮고 가격만 나쁘지 않으면 언제라도 망하지 않는게 기본이었다.
평소라면 나도 저런 틈바구니에서 간단히 한끼 떼우고 말겠지만, 오늘은 서윤이에게 돈 좀 쓰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VIPS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어.. 이런데는 비싸지 않나요...?"

안절부절하는 서윤이의 모습은 당황할 만큼 당연해보여서 새삼 놀랍다.
나는 그녀가 한번도 VIPS에 와본 적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고,
그것은 약간의 놀라움을 담고 입 밖으로 나온다.

"어.. 꽤 어려운 질문인데 확실히 학식보다는 값 좀 나가겠죠? 그래도 지금은 런치 시간이기도 하고 식사도 나쁘지 않고 디저트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통통튀는 가벼운 말투지만 그녀를 안심시키기엔 조금 모자랐나보다, 서윤이는 여전히 잔뜩 눈치를 보고 있다.

"진짜 간단한거도 괜찮아요, 제가 뭐 한게 있다고.."

이쯤되니 오히려 내가 제발 먹어달라고 권하고 그녀가 한사코 사양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진다.
맛있는거 사주겠다는데 얘는 억지로 떠먹여야 먹을까 말까다.
내심 어이가 없었지만 저렇게까지 쩔쩔매고 있으니 화가 나기 보다는 진정 시켜주고픈 마음이 먼저 생긴다.
나는 잠깐 생각의 줄기를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많이 부담스러워요?"

"..."

무언은 가장 확실한 대답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예상했던 터라 나는 어렵지 않게 말을 마저 이어간다.

"그래요. 확실히 일반적인 식사보다는 값이 좀 나가요 여긴. 학생인 제가 걱정없이 오기에는 아직까진 쭈삣하죠. 혼자 먹거나 과 동기들과 함께라면 절대로 이런데 안왔을거에요."

"네에.."

"그치만 이건 제가 사주고 싶어서 그런거에요. 나한텐 큰 고민이었고 문제였어요, 그걸 해결해준건 어마어마한 도움이구요."

"전 정말 한 게 없는데요.."

"아니에요, 큰 도움이 됐어요. 설사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그걸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한걸요. 그런거에 비하면 이 한끼 식사는 오히려 값어치가 싼거에요."

"..."

여전히 그녀는 말이 없었지만 아까보다는 확실히 덜 긴장한 모습이다.

"서윤씨."

"아! 네, 네??"

갑작스런 호명에 그녀가 살짝 당황한다.

"서윤씨는 술 마실줄 알죠?"

그런 그녀의 당황을 무시하며 나는 질문을 던진다.

"네, 네. 신입생 환영회때도 마셨고 그때 소은이 있던 그날에도..."

서윤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내가 모를 리가 있나, 서윤이를 처음 본게 술집에서였는데 말이다.


"그럼 서윤씨는 언제 술 마신다고 생각해요?"

뜬금없는 얘기가 갑자기 자신에게 방향을 홱 돌렸지만 그녀는 잠깐 고민하고는 성실하게 답변을 해준다.

"음.. 기쁜 일 있을때..요?"

이쁘게도 그녀는 미끼를 곧잘 따라와 한입 소복하게 베어문다.

"맞아요. 저도 기쁜 날에는 종종 술을 먹죠. 혹은 친구가 기쁜 일이 있을 때도 마시구요. 제가 서윤씨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긴거에요. 술 한잔 정도는 살 수 있는거 아니겠어요? 사실 여기 우리 둘이서 술 마시는 것보다는 싼 곳이에요. 그러니까 부담가지지 말아요."

"..."

그녀가 전보다 훨씬 이완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돌직구가 잘 먹힌다고 하더라도 역시 모든 일에는 전희가 필요한 법이다, 그녀도 예외는 아니었으니까.

"아, 혹시 저랑은 술마시기 어색한가요? 나 혼자 친구로 알고 있는건 아니죠?"

빙글거리며 놀리듯 건네는 농담에 그녀가 소스라치듯 놀란다.

"아, 아뇨! 괜찮아요. 친구 맞아요!"

참새같은 그녀는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나는 꽤 만족스런 식사를 했다.
서윤이 역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듯 샐러드바에서 이것저것 집어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비록 말로 표현한 건 단 하나도 없었지만 말이다.
서윤이는 다음 수업 시간이 있었기에 우리는 적당한 시간에 VIPS를 나왔다.
잘 먹었다며 몇번이나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잘 달래고는 학교로 바래다줬다.
나는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좀 남았기에 벤치에 앉아 담배 한대를 입에 문다.

근 몇년을 알아온 비소는 서윤이와 너무 달랐다.
비소는 매우 활달하고 선머슴 같을 정도로 스스럼 없었는데,
그걸 서윤이에게 씌워보면 아무래도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 두 모습 중 하나는 그녀가 겉으로 내세운 가면이 틀림없을 것이다.

소심한 연기를 한다는 건 쉽지 않으니 아마 비소 쪽이 과장된 부분이겠지, 사실 어느정도 눈치챈 부분도 있었고.
적어도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생각보다 엄한 가정교육을 받았거나 아니면 타고난 성격이 매우 A형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무렴 어떠냐, 실제로 비소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긴 시간동안 내 친구로 남아준 그 녀석이 실제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기뻤다.
어찌보면 그녀는 외형이나 배경에 얽매이지 않고 나의 오롯한 내면만으로도 살갑게 대해준 것과 다름 없었으니까.

식후에 즐기는 끽연은 언제나 맛있지만, 오늘은 유독 더 달게 느껴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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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허리를 흔들고 놀았더니 사정감이 극에 달한다. 귀두 끝에서 몽골몽골하게 정액이 솟아오르며
솟구치듯 쏘아져나온다. 엎드린 그녀의 허벅지와 허리를 움켜쥐며 이제서야 사정을 마쳤다.

"아..~ 좋다!"

"..."

멍하게 있는 그녀는 내가 사정을 하던 허리를 더 흔들던 아무 반응이 없다.
사정을 했다지만 아직도 강직한 자지는 한번 정도 더 쓸 수 있지만 깔끔하게 끄집어낸다.
비가 와서 그런지 서늘한 느낌이 얇은 콘돔 너머로까지 전해진다.

으, 더럽게 춥네.

본성이라는 녀석이 같이 배출되기라도 한듯, 사정 후에 느끼는 현실감은 극도에 가깝다.
나는 멋대로 벗어 던진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입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엉덩이를 치켜든 채 고개를 처박고 있는 그녀가 걱정이다.
뻥 뚫린 매마른 구멍이 그대로 보이는데 부끄럽지도 않나?
내가 일일이 지적하기도 좀 그런데 알아서 좀 해주지.
아까 민증을 보니까 이름이 박..뭐였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아가씨, 이제 끝났어요. 처리 좀 해요."

나는 대충 얼무어 버리며 그녀를 불렀다.
어차피 여기엔 우리 둘 밖에 없으니까, 설마 내가 아가씨겠어? 어련히 알아서 듣겠지 싶었다.

"..."

"아가씨, 아가씨!"

몇번 더 불러보지만 그녀는 미동도 없다.
바쁜데 시간 허비하는 건 질색이라 싫은티 팍팍 내며 그녀 옆으로 다가간다.


어, 죽었네.

자세히 본 그녀는 섹스의 여운을 즐기는게 아니라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채였다.
생각해보니 사정 직전에 목을 너무 졸랐던거 같기도 하고...

에이 씨, 그냥 좋아서 버둥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좀 이따가 한번만 더 할려고 했는데...

급속도로 성욕이 사그라드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런 착찹한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빠르게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벗겨놓은 그녀의 옷을 챙긴다. 다행히도 얇은 차림이라, 조금 더러워지긴 했지만 찢어진 곳은 없다.
속옷부터 찬찬히 역방향으로 옷을 입혀나간다.

짧은 치마에 그저 그런 후드티, 매번 이런 옷이면 참 좋겠다. 입히기도 쉽고.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머니클립 목걸이는 내가 따로 챙긴다.
머니클립 안에는 간단한 카드 몇장과 신분증, 그리고 5만원권 지폐 두장이 다였다.
아까 한번 스치듯 확인했던 그녀의 민증을 꺼내어 살펴본다.

"박소현... 나보다 누나였네?"

"어디 박씨일까?" 같은 뜬금 없는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상황을 정리한다.
이 녀석은 내가 챙긴다. 돈 몇 만원이 아쉬운건 아니지만, 도둑질처럼 보이는게 나중을 생각하면 훨씬 남는 장사다.
그 다음으론 그녀를 등에 업었다. 항상 느끼지만 죽은 사람은 정말 믿을 수 없을만큼 무겁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골목을 오른다. 세차게 내리는 비가 더해진 경사길은 미칠듯이 미끄러웠다.
그나마 업혀있는 사람이 여자라 다행이지, 남자였다면 이미 뒹굴어도 몇번은 뒹굴었음이 틀림 없다.
한걸음씩 옮길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등에 닿는다.
뭉클거리는 감촉이 느껴질때마다 흥분과 구역질이 수시로 교차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 전에 실컷 주물러 놨을텐데 아깝다는 생각도 슬쩍 들지만,
힘든 상황 앞에서는 빨리 그녀를 버려 버리고 싶은 마음 만이 머릿 속에서 감수분열한다.

결국 그렇게 옮긴 발걸음은 가장 높은 곳에서 멈춘다. 그 곳엔 반쯤 열린 맨홀 뚜껑이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에 빠루를 들고와서 열어놨었는데 다행히도 그대로였다.

하긴, 이젠 사람도 몇 없는 이런 곳에 누가 여기까지 올라와보겠어.

힘들게 업고온 그녀를 한쪽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뚜껑을 마저 연다.
으, 이것도 정말 무겁다. 오늘따라 왜이리 힘쓸 일이 많나 모르겠다.
몇번 힘을 준 덕분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그녀를 질질 끌고 온다.

예상대로 맨홀 안은 거센 물살로 난리도 아니다. 무언가를 버리기엔 지금이 딱이었다.
여러번 생각 않고 나는 그녀를 맨홀에 흘려보낸다.
변기의 물을 내리듯, 그녀가 사라진다.

생각보다 잘 내려가네, 잘됐다.

마치 큰 볼일을 보고난 후에 물이 안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이 말끔하게 해소된 기분이다.
속이 정말 시원했다.
나는 맨홀 뚜껑을 마저 닫는다.
눈 앞에서 사라진 그녀가 영원한 상태가 아님을 안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발견될 것이고,
그것은 늦든 빠르든 확실하게 이루어지는 사실이다.
단지 나는 그걸 좀 늦추고 싶을 뿐, 그 뿐이다.

뭐, 이왕이면 발견 안되는 것도 좋고.


흠뻑 젖은 머리가 시야를 가린다. 나는 손을 써서 치덕치덕한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넘긴다.
홀딱 젖은 티셔츠 역시 몸에 달라붙어 있지만, 오히려 열감을 식혀주는 감촉이 기분 좋다.

아마도 나는 구멍난 물풍선일 것이다. 언젠가는 그렇게 찔끔찔끔 물이 새어나가버릴게 틀림없다.
그러니 지금 던져서 터트려 버리자. 나도 적시고 남도 적시고 그렇게 시원해지자.
그렇게하면 분명히 아무도 내가 하자 있는 불량품인줄 모를 것이다.

매번하는 다짐은 확실하게 나의 길을 다져준다, 그거면 됐다. 그거면 된거야.
나는 천천히 길을 따라 내려온다.


까톡- 까톡-

휴대폰이 울린다, 까만 녀석이다.
그러고보니 몇시간 전만 하더라도 한창 문자를 주고 받고 있었는데..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한명 뿐이고, 그것은 역시 그녀였다.
카톡창에는 이미 서윤이와 주고받던 문자가 한뭉치만큼 있었다.
밥을 먹을땐 한마디도 안하더니 문자는 왜이리 발랄한지, 온통 맛있었다는 얘기 밖에 없다.
조잘거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광대가 당겨진다.
그런 작은 새 같은 그녀를 더 기다리게 하고싶지 않아 빠르게 답장을 해준다.

< 서윤씨, 그렇게 맛있었어요? 다음에 또 가요 그럼 ㅎㅎ >

유쾌한 마음에 내려오는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깔끔하게 처리해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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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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