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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45 845회 0건
"우리 집은 나에게 행복한 장소입니다."

이 것은 가족을 주제로 한 글짓기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장 이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보통은 이렇게 쓴다고 한 것을 별 생각없이 그대로 베껴내었다.
나중에는 우리 가족과 다른 가족의 차이을 부인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이미지를 위해 화목한 가정을 위장 한다.

집에 거의 안 들어오시는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을 적은들,
나에겐 엄하고 아들에겐 상냥한 어머니에 대한 서러움을 토로한들
나를 약올리고 괴롭히는 오빠에 대한 열등감을 드러낸들
어차피 아무것도 변하지도 않을꺼고 괜히 상 타기만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혹시라도 내용이 구설수에 올라서 내 얼굴에 침뱉는 건 더욱 사양이었다

"흐음... 이건 내신에 0.5점 들어간다던가..."
무난하게 계획된 내용 덕분일까.
이 번에도 손쉽게 교내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따올 수 있었다.
나는 어릴 적 부터 왠지 모르게 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집착이 강했다
그러한 사랑을 받기 위한 나의 노력이 보답받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도 말이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외모를 가꾸는 것은 커서 걸레가 되는 길이었고
오빠나 어머니에게 대드는 순간은 주어온 딸이었다.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만큼
오빠의 가치를 추락시키는 것에도 열을 올렸다.
그게 더 쉽고 효과도 강력했다.

오빠가 성적이 떨어졌거나 몰래 PC방을 간 게 들통나면
무심한 아버지도 가족에게 관심과 액션을 보이시고
냉정한 어머니는 울면서 나를 찾아 나에게 조언을 구하셨다
그 순간만큼은 이 집의 기대주는 나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빠의 뒷통수를 노리고
오빠는 나를 면전에서 까내리며
한 집에서 살지만 남보다도 더 미워하며 사는게
우리 가족의 진짜 모습인 것이었다.




"하아... 하아..."

도어락을 풀고 들어온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현관에는 오빠 신발과 정체불명의 여자 구두가 한 켤례 있었다.
나는 글짓기 상장 100만개로도 이룰 수 없을 대박을 직감했다.
오빠가 여자친구 문제로 부모님께 호되게 혼난게 고작 3달전이었다
벌써부터 어머니의 비명과 아버지의 고함이 자동재생되는 느낌이었다

다만 신음소리의 진원지는 불쾌하게도 내 방이었다.
꼴에 더럽게 지저분한 자기 방은 여자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내가 아침에 깨끗하게 정리한 이불 위에 꼭 붙어있는 두 남녀가 보였다.

"오빠 뭐해?"

의기양양한 내 목소리에 두 남녀의 동작은 일시정지 되었다.

"먼저 가."

오빠가 여자친구에게 말하자 그녀는 좀 주저한 듯 하다가,
바로 얼굴을 숙이고 내 옆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 버렸다.
같은 여자로서 창피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나도 고개를 돌리고 길을 비켜주었다.

흥이 깨진 오빠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사실 오빠가 나에게 싹싹 빌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나에게 저런 눈빛을 보내다니 가소로웠다.
나는 이 기회에 오빠에 대한 스트레스를 모조리 풀어 버리기로 결심했다.

"여자친구랑 안 헤어진거야? 엄마는 알고 있어?"
"이거 엄마가 알면 쓰러진다. 입 다물어.".

오빠에 대한 집착이 심각한 어머니의 성격상 확실히 있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이 가득한 나에게는 별로 의미없는 협박일 뿐이다.
오히려 오빠의 가여운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도 쓰러지는 편이 훨씬 나을것이다.
어머니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여자에게는 유치할정도로 가차없었다.

"그렇게 소리지르면 옆집에서 다듣겠다. 엄마가 그렇게 무서워?"

오빠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표정을 험하게 해도, 결국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있었다.

"그런거 아니야. 아빠도 요즘 회사때문에 힘들어하시고 엄마도 고혈압이잖아 집안 시끄럽게 하지말자"
"그걸 알면서 여자친구랑 동생 방에서 그 짓을 하고 있었어?"
"아놔 진짜!!! 내가 무슨 죽을 죄 졌냐."

오빠는 애꿎은 벽을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래나 저래나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한번 봐달라" 였다.
이런 유치한 발악에 넘어가줄 정도의 정도 의리도 우리사이에는 없다.
오빠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큰 소리를 쳐놓고도 식은땀만을 흘리며 내 눈치만 볼뿐이었다
그 어쩔줄 몰라하는 비굴한 모습에 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게 부탁하는 태도야? 좀더 공손하면 좋겠는데."
"너 우리집 걱정 안돼? 너 그렇게 이기적으로 사는거 아니다"

본래대로라면 엄마가 올때까지 잘근잘근 여유롭게 씹어줄 계획이었지만
이기적이라는 말을 오빠한테 듣자 내 몸의 모든 피는 거꾸로 솟아올랐다.

"하??? 이기적으로 사는 건 오빠지!"

평소에 정말 이기적인건 오빠였기 때문이다.
그간 오빠한테 어이없이 맞은 것들
오빠는 노는동안 나는 여자라서 떠맡은 집안일들
오빠때문에 얻을 수 없었던 애정과 관심을 생각하자
나는 울분이 터져 오빠에게 반말을 깠다.

"야 니야말로 남한테 하는만큼 니 동생한테도 좀 잘해봐라"
"이게 정신 나갔나. 오빠한테 야가 뭐야!"

흥분한 오빠가 내 멱살을 잡았다.
평소라면 무서워서 쫄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반발심만 더해질 뿐이었다.

"뭐 어쩔건데? 때려 때려봐 니처럼 맞는게 무서워서 비굴하게는 안 살아"

오빠는 겉으로는 밝고 자신만만하지만 나는 오빠의 본질을 알고 있다.
엄마가 무서워서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아버지가 무서워서 공부할 뿐인 비굴한 겁쟁이.
내 막말에 오빠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면서도 반박은 못했다.
어쩌면 본인도 그 점에 대해서는 자기혐오가 있을 지도 모른다.

나와 오빠는 한 동안 서로를 말없이 노려봤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놓고 경쟁하다
어느 순간에서는 계속 오빠의 압승으로 끝났던 남매전쟁이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내 승리이다.

그 과정에서 설사 어머니가 쓰러지더라도
아버지가 길길이 날뛰며 오빠를 두들겨패더라도
집안이 뒤집어지건 말았건 내 알 바 아니었다.
우선 내가 살고 싶었다.

온기라곤 전혀 없는 이 깝깝한 집구석에서
오빠를 장작으로 하여 불을 지른 후
나를 주목하게 하고 싶었다.
고작 새삼스러울 것 없는 오빠의 위협이
나의 이런 열망을 막을 수 없었다.



침묵끝에 먼저 입을 연건 오빠였다.

"...니가 잘못한거야."
"....!!!"

오빠의 구차한 변명을 비웃으려던 나의 입술은 곧 오빠의 입술로 막혔다.
오빠의 무거운 몸이 내 전신을 짓누르며 밀착되자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얼굴을 흔들며 날뛰면 더욱 강하게 안아버려 숨이 막혀왔다.
압박으로 인한 괴로움과 예측할 수 없었던 형태의 폭력에
머리가 혼란스러워 혀를 물어뜯는다는 발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나보다 큰 완력을 가지고 나를 제압하는 오빠가 밉고 분해서 눈물이 나왔다.
그것을 본 오빠는 왠지 여유를 찾은 듯 입술을 떼어내었다.
나는 바로 오빠를 밀쳐내고 온 힘을 다해 손바닥을 날렸다.

"이 변태새끼야!!"

뺨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을정도로 강한 한방이었지만
오빠는 그저 우쭐거리는 듯한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남한테 하는 만큼 해줬는데 뭐가 불만이야."
"야. 정신나갔어? 지금 이게 무슨짓이야!!!"
"그렇게 소리지르면 옆집에서 다 듣겠다. 아예 동네방네 자랑을 하지?"

극도로 격노한 상태에서도 옆집이라는 키워드를 듣는순간 정신이 돌아왔다.
내 얼굴에 침뱉는 것만큼은 절대 사양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열받는 건 마찬가지 였다.

"그러고보니 너 키스해본적 없는거? 뭐 남자친구라도? 하긴 이것도 상대가 있어야 가능하지."

오빠는 항상 저런식이다. 오빠월드 속에서 오빠는 세계최고훈남이었고 나는 쫌생이촌년이었다.
이성교제가 훈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순간 그런걸로 퇴물취급받는건 너무 분했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넌 부끄럽지도 않냐."
"하긴. 내 눈높이가 의심당할 클라스긴 하다."

죄책감은커녕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태연히 낄낄거리는 오빠를 보자 당황스러웠다.

"아버지, 어머니한테 전부 말할꺼야. 다 말할꺼라고! 또라이자식아!"

나는 내가 가진 카드를 재차 꺼내들고 강조했다.
여자친구뿐만 아니라 친동생한테 성추행이라니!
집이 불에 좀 타고 마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오빠라는 장작에 기름이 더해져 집이 아주 잿더미가 될 판이었다.
그건 나조차도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오빠는 지금이라도 얼른 나한테 싹싹 빌어야했다.

"말하던가"

하지만 오빠의 반응은 비릿했다.
이성에서 본성의 단계로 돌입한게 아까라면,
지금은 그 단계도 넘어 싸이코패스에게서 날법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그 동안 한 집에서 살아오며 지금 같은 표정의 오빠를 본적이 없었다.
오빠는 웃는건지 화난건지 알 수 없는 기괴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보며 웃고 있었다.
소름이 쫙 오른 나는 야자타임을 자체종료했다.

"오빠... 왜 그래? 무섭게..."

심술궂고 거만하지만 그래도 한 집에서 자란 오빠였다.
그런 오빠의 얼굴에 생전 처음보는 남자의 얼굴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팬티바람으로 다녀도 아무 느낌이 없었던 오빠의 몸이
지금은 한 명의 성인 남성으로 똑똑히 인식되고 있었다.
오빠는 나랑 싸우는 내내 여태까지 달랑 러닝셔츠와 팬티만을 입고 있었다.
우리 둘 사이에 흐르던 얄팍한 긴장을 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오빠! 오빠!"

오빠의 몸에 짓눌린 하반신은 이 상황을 탈출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무리 버둥대어도 오빠를 때릴 수도 일어설 수도 없었다.
오빠에게 잡힌 손목은 피조차 통하지 않는 것 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이성을 잃은 듯한 눈으로 나를 훑는 오빠의 얼굴에서 안좋은 예감이 느껴졌다.
이대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오...오빠 그냥 오늘 일은 이야기 안 할께. 이제 그만하자."
"그게 부탁하는 태도야? 좀 더 공손하면 좋겠는데?"

오빠는 자신의 성기를 나에게 꽉 밀착시켰다. 이 행위가 전달하는 악의는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오빠는 나를 때리는 것 이상의 폭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협박하고 있었다.
고작 부모님께 점수 좀 따겠답시고 여기서 최악의 상황까지 가고 싶진 않았다.
오빠의 완력과 남성성 앞에서 나는 비굴하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며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오빠 제발 우... 우리 이러지 말자... 내가 잘못했어"
"왜 또 야야야 해보지?"

오빠는 내가 말 놓은게 어지간히 빡쳤던 모양인지 여전히 신경질적으로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오빠 다시는 안그럴께.. 응? 오빠..."

공포스럽기만 했던 오빠의 표정에 희미한 망설임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오빠로서도 내가 이 협박에 무서워 입을 다물어주는게 최고의 시나리오겠지만
여태까지도 그래왔듯, 부모님이 집에 오고 나면 이런 협박은 아무 것도 아니다
부모님께 당장 이르느나 나중에 이르느냐의 차이일뿐 오히려 그 기간 동안 갑은 나다

"...너 이를꺼지?"

그렇기에 오빠에게 가장 좋은 수는 지금 나에게 오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복을 미리 하는 것이다.
오빠도 비슷한 결론에 다다른건지 비장한 표정으로 아까 보다 내 팔을 한층 강하게 붙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교복위로 내 가슴을 깨물어 빨기 시작했다.
교복위로 느껴지는 입술과 이빨의 감촉이 끔찍했다.

"아앗. 아파.. 제발 그만..."
소름과 고통이 한데 뒤엉켜 허리가 뒤틀렸지만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다.
성폭행을 당하는 것과 성폭행 당하는 것을 들키는 것 중 후자가 더 싫었다.
내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아무리 밝게 웃으며 다가와도
모두가 나를 볼때마다 사건을 먼저 떠올린 다음 나를 평가할 것 이다.
나는 그저 최대한 저항하며 오빠에게 애처롭게 호소할수 밖에 없었다.

"가만 좀 있으라고"

하지만 오빠는 이미 단단히 각오를 한 듯 조금의 주저도 없이 나를 흠집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의 저항은 현상유지는 할 수 있지만 오빠에게 어떤 육체적 타격도 입히지 못하고 있다.
혹시 모를 가능성 때문인지 오빠는 아직도 자신의 두 손을 내 팔을 제압하는데 쓰고 있긴 하지만
사실 오빠가 내 손을 모두 놓는다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한대 맞기라도 하면 그때부터는 정말 일사천리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어 버릴 것이다.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아...알았어."

천천히 버둥거림을 포함한 모든 저항을 멈췄다.
오빠는 조금 놀라긴 헀지만 계속 경계를 멈추지 않으면서
이 기회를 노려 팔꿈치로 내 팔을 누르며 교복 단추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굴욕적이긴 했지만 일단 지금은 그냥 내가 가만히 있어줄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로 했다.

순순히 오빠에게 몸을 맡기는 나를 보자 오빠도 아까보다는
천천히 여유롭게 교복 속의 내 러닝 셔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내 속옷까지 드러나자 오빠의 욕설섞인 짧은 탄식이 들렸다.
오빠가 짓꿎게 브래지어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브래지어 예쁘네. 너 몇 컵이냐?"

분통이 터질지경이지만 지금은 오빠의 경계를 해제하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빠르게 대답했다.

"...한국평균 ...A컵"

순간 피식 입꼬리가 올라가는게 보였다.
개새끼.
씨발새끼.
좆같은새끼.

그리고는 내 등 뒤로 손을 비집어 넣어 브래지어 후크를 찾기 시작했다.
곧이내 흐트러진 교복사이로 내 가슴은 오빠의 시야에 완전히 노출되었다.
사춘기 이후로 누군가에게 내 벗은 몸을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었다. 부끄러웠다.
이번만큼은 오빠도 나를 경계하지 않고 내 가슴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대로 천천히 두 팔을 감아올려 오빠를 부드럽게 꼭 끌어안았다.

"어?...야"

오빠는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혹시와 설마가 한데 뒤섞인 얼굴과는 달리 오빠의 몸은 충실하게 나에게 안겨있었다.
내 손이 오빠의 머리와 등을 쓸자 오빠 역시 팔을 내 허리로 등뒤로 가져갔다.
이 순간만큼은 우리는 사랑하는 연인처럼 서로를 포옹하였다.



약간의 어색한 침묵 끝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빠 우리 이렇게 서로 안아본게 언제지?"
"...그...글쎄 ...유치원인가?"

당황해하는 오빠의 표정만큼은 유치원시절 그대로이긴 했다. 덩치는 산 만해졌지만.
그 당시 처럼 체급만 동급이었다면 지금 이상태에서 바로 메쳐버렸을텐데 애석하게도 그건 어렵다.
이런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빠는 송아지같은 눈망울로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스킨쉽에 약하다는 게 이런건가 역사적으로 너랑 나사이에 무슨 정이 있다고 흥핏쳇.
나는 절대절대 이를마음까지는 없었으며 단지 걱정이 되었을뿐인 동생 역할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오빠 난... 그냥 무서웠어. 알잖아? 엄마 성격 보통아닌거... 도대체 왜 그런거야."
"나... 나는..."
"엄마가 오빠 여자친구한테 뭐라 할지 생각해봤어? 아빠는 또 어떻고"

아빠 이야기에서 오빠가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엄마가 저주에 가까운 욕설과 폭언으로 난리를 치는 편이라면
아빠는 물리적인 폭력으로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었다.
저번에도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학원도 몇번 빠지고 성적도 떨어진 오빠를
아빠는 손에 잡힌 마대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개패듯이 때려잡았다.
오빠는 순간 울컥한 것 같았다.

"너는 나 이해하지?"
"오빠..."
"난 그냥 좀 위로받고 싶었어..."

내 어깨에 걸린 오빠의 목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오빠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당연히 알지. 나라고 오빠 맞는거 보면 기분좋겠어?"

오빠의 몸에는 저번에 맞아서 남은 멍이 아직도 시퍼렇게 남아있었다.
그것에 손을 가져가자 오빠는 순간 움찔하면서도 내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를 믿어줘. 제발 나를 더이상 부끄럽게 하지마."

내 말은 들은 오빠는 아무 말 없었다.
이번만큼은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이른 타이밍에 본론을 꺼내 버린건가 바짝바짝 목이 말라왔다.

이윽고 오빠가 보인 반응은 자기 입술을 다시 한번 나에게 갖다대는 것이었다.
한번 잡은 컨셉을 깰 수가 없어서 받아들이기는 받아들이는데 왠지 망삘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키스를 하면서도 두 눈을 똑똑히 뜨며 내 반응을 확인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오빠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싶었지만 우선 눈을 감는 수 밖에 없었다.

어둠속에서 몸의 모든 감각은 훨씬 적나라하게 다가왔다.
내 혀를 감싸는 부드러운 이물질에서는 살짝 단 맛이 났다.
털이 난 거친 손은 나의 가슴을 꽉 쥐었다가 살짝 놓아주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고
성숙한 성기는 내 팬티를 쿡쿡 찌르며 나에게 남자를 알려주고 있었다.

친오빠에게 반응하다니... 오빠라는 걸 떠나서도 이런 남자는 질색이다.
좋아지도 않는 사람에게서 이런 게 느껴지다니 나는 정말 최저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항상 나를 무시하고 깔보던 오빠가 나를 원하고 사랑해주는 것 같았다.
의외로 생애 처음 내 몸에서 퍼져나가는 이 느낌이 나는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

오빠의 혀가 빠져나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렀다.
아차하는 순간 오빠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움이 퍼져나갔다.

"좋았냐?"

젠장.
오빠는 고개를 흔들며 극구부인하는 나를 보며
특유의 잘난척쟁이같은 표정을 짓고는 옆으로 굴러 내 몸에서 떨어졌다

나도 허겁지겁 일어나 방금 전까지 남자와 연결되었던 입술을 손으로 한번 닦아낸 뒤
선명하게 이빨자국이 남은 가슴을 러닝셔츠로 감추고 교복 단추를 채워나갔다.
오빠의 성기가 파고들었던 팬티 역시 갈아는 입고 싶었지만 아직 오빠가 방에 있었다.
오빠는 내심 아쉬운듯이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체념하고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에 만족했다.

"안 이를꺼지?"
"으..응."
"너 대답이 영 찝찝하다?"
오빠가 내 허벅지 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 손은 나를 시험하듯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확인사살을 하듯 그 손위에 내 손을 겹쳐 끼우고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나는 이제 더이상 그럴 이유가 없는걸."
오빠는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며 안심했는지 곧 이내 손을 빼고 자신도 옷을 주워입기 시작하였다.



오빠의 옷들 틈사이로 처음보는 여자지갑이 툭 떨어졌다. 오빠는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나는 슬그머니 그것을 주어 살펴보았다. 역시나 오빠 여자친구 꺼였다. 오빠도 어느 새 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거 내 여친꺼야. 이리 내."
"안 돼"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지갑을 꼭 쥐는 나를 보며 오빠는 미묘하게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오빠 이거 들키면 어쩌려구 그래?"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이리 내."
"오빠 이걸 어디다 숨기려고 그래? 가방? 신발주머니? 외투? 그거 어머니 보물상자 BEST3인거 알아?"

우리 엄마는 유독 아들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본인 입으로도 다시 연애하는 기분같다나 뭐라나.
원래는 이런 사생활 검열같은 건 초등학생 졸업과 동시에 졸업하는 게 옳을 것 이다.
하지만 하필 그 시기에 오빠의 담뱃갑이 서랍에서 등장하며 어머니는 평생의 명분을 얻은 것이다.
사실 그 담뱃갑은 내 몇 안되는 걸작이지만 말이다.

"내가 내일 바로 전해줄께. 오빠 여자친구는 무슨 죄야?"
"...고맙다."

나는 기분좋게 오빠 여자친구의 지갑을 내 가방 안에 넣었다.
오빠는 학원에 지금이라도 가려는 모양인지 부산하게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내 쪽을 힐끔힐끔보며 뭔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오빠 할말있어?"
"...너 뭐 먹고 싶은거 없냐? 학원에서 돌아올때 사올께"
"갑자기 왜?"

내 말을 끝으로 오빠의 얼굴이 우거지상으로 변했다.

"사실 오늘도 내가 잘못한 건데... 적반하장으로 굴고... 나는 진짜 짐승새끼야. 미안해"

의외였다.
이건 오빠가 정말 오랜만에 엄마아빠가 없을 때 자신이 스스로 한 사과였다.
나는 흥미가 조금 생겼다.

"갑자기 답지 않게 왜 그래?"
"너는 그래도 나랑 내 여친 생각해주고... 그런데 나는 끝까지 내 생각밖에 안 했어"

오빠는 내 앞에서 무릎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오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오늘 일은 진짜 평생 갚으면서 살께."

나는 엷은 미소를 띄우며 자책중인 오빠를 서서히 일으켜 세웠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다고 그래?"

그 말에 오빠는 마치 구원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감동한 것 같았다.




그 날은 마침 아버지도 집에 일찍 들어오셨다.
어머니도 곧 들어와서 오늘 학부모 모임에서 있었던 일을 아버지와 공유하고 있었다.

"어머니, 이거 혹시 어머니꺼에요?"
"뭐니. 이 촌스러운 지갑은. 내껀아닌데 어디 한 번 보자."

위기와 치욕을 극복한 나의 불꽃쇼는 그렇게 화려하게 개막하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 오빠의 육체와 사죄가 내 머리속을 스치긴 했다.
그 때의 포옹과 대화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쾌락 후에 찾아오는 더러운 후회와 용서보다도 강한 복수심과 경쟁심이었다.

오늘 우리 남매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우선 주민등록증을 통해 지갑주인의 정체가 파악되는 것으로 첫번째 신호탄이 울렸다.
어머니는 이 괘씸한 딴따라년 지갑을 왜 니가 가지고 있냐며
이런 애비없는 애와는 친구할 생각도 말으라며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역시 주연 여배우다운 거침없는 성량에 주인공인 아버지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사실대로 내 방 침대에서 우연히 주웠다고 고했다.
어머니의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분노의 탄식도 적절히 섞여 불꽃쇼의 열기는 더욱 충만해져갔다.
하지만 겨우 이정도로 오늘 내가 당한 수모를 끝마칠 수 없었다.

나는 미리 이 지갑에 고급휘발유를 부어두었다.
바로 최근 우리학교에서 진행되었던 성교육 시간에 나눠준 콘돔이었다.
보수적인 두 분에게 있어 이것은 핵폭탄급 충격이었다.
어머니는 벌써부터 아들을 뺏아간 나쁜 여시년에 대한 원한을 토로할 상대를 찾았고
아버지 역시 이런 음탕한 계집아이와는 다른, 자신의 착한 딸에 대해 감사해하고 계셨다.
내가 겸손하게 어깨를 으쓱하고 있을 즈음 그 절정의 시간에 오빠는 학원에서 돌아왔다.

오빠는 처음에는 내가 뒤통수를 쳤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 날 오빠는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과 진로문제에 대해 부모님과 맞섰다.
다시 한번 여자친구 집에 전화해서 이 동네 발을 못붙이게 하겠다는 엄마에게는
사람을 집안이랑 성적가지고 차별하거나 유치하게 보복하지말라고 소리 쳤고
학원비가 얼만데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하찮은 밴드질이나 하고다니냐는 아빠에게는
차라리 더러워서 독학하겠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하게 해달라고 외쳤다.

그 동안 나는 흥얼거리면서 이 이 불꽃쇼의 최후에 가장 어울릴만한 아이템을 찾아보았다.
안타깝게도 아버지가 아끼던 마댓자루는 저번에 부러져 버렸고
그로인해 화가 난 아버지께서 아무거나 집어던지는 걸 보면 딸로서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정성껏 고른 것은 바로 예전에 오빠의 일렉기타도 한 큐에 작살내버린 골프채였다.
조심스럽게 감아쥔 뒤 허공을 향해 스윙을 날려보자 바람을 가르는 산뜻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쥐고 거실로 향할때 나와 오빠의 눈은 순간적으로 마주쳤다.
오빠는 1:2 토론으로 한창 달아오른 와중에도 내가 쥔 골프채에 간담이 서늘해보였다.
오빠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흔들며 제발 방으로 들어가달라는 애원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여자친구껀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그래줄 의리가 없었다.
오빠의 시선을 따라 아버지도 곧 이내 뒤를 돌아보셨다.
오빠가 매를 맞을 때 그 매를 가져다 주는 것은 언제나 나였다.

오빠는 갑자기 태도가 상냥하게 돌변해버린 나에게서
자신이 느꼈던 본능적인 의심을 거두어서는 안 되었다.
오빠는 내가 여친이 이 집에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를 주웠을때
자신이 직감했던 최초의 불안함을 신뢰해야 했었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라는 생각에 나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1:2 토론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빠는 자신의 꿈과 사랑이 얼마나 쓰레기같은건지를 부모님의 지독한 논리를 통해 재확인했을뿐이었다.
하지만 논리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었고 오빠는 나름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걸 감정으로 지켜보려 했다.

불꽃쇼는 이제 화려한 투우로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두 명의 투우사는 뛰어난 실력자로 특히 이번 경기에서는 격렬한 투지에 불타있었다.
투우 역시 자신이 이 콜로세움에서 이겨서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해체 의지가 충만한 투우사와 더이상 무기력하게 죽는 것을 거부하는 투우는 그 자체로 관객을 열광시킨다.

하지만 감정에 의존하는 보호막은 바람을 날카롭게 가르는 강철의 골프채를 버티기에 역부족이었다.
두 명의 투우사 앞에서 투우는 금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나는 1등석에서 그것을 감상하며 최고의 만족감과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생애 최초로 맞아왔던 입장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때리는 입장에 서볼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단발마를 내지르기 전 투우는 관객석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 눈망울과 마주친 순간만큼은 나도 모르게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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