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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55 532회 0건
낭만을 꿈꾸는 늑대 25부

체육관 건물에서 절정파이터클럽 아이들과 공동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성철파의 감시 때문에 집에도 갈수 없다고 하여 일단은 체육관에서 생활을 하기로 했다. 체육관 건물 곳곳에 있던 빈 사무실을 정리하고 절정파이터클럽 아이들을 수용하니 기거할 공간은 충분한데 문제는 가구들이며 음식값등 돈이 문제였다. 일단 수혼이 가지고 있던 돈으로 필요한 가구며 가전들을 들었지만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더구나 아이들이 모두 부상당한 상태라 약값 또한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수혼의 통장에 제자들이 입금했던 돈들이 삽시간에 바닥이 났다.
당장 아이들의 음식값부터 문제였다. 수혼은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고심하다 강철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강철은 수혼의 부탁을 거절해 버렸다.

강철은 수혼이 밤의 세계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수혼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호식 일행을 용서하고 수혼에게 뒤처리를 맡겠지만 수혼이 녀석들을 거두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하나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건 당연한 일이고 수혼의 능력으로는 곳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수혼도 처음에는 호식일행에게 호감을 보이며 자신이 거두겠다고 했지만 한계 상황이 되면 포기할 것이다. 이것이 강철의 생각 이였다.
강철은 수혼이 딴 생각하지 않고 오직 공부만 열심히 해서 법관이 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수혼은 강철에게 거절당하고 체육관에서 호식일행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수지가 체육관에 들어서고 있었다.
“수지구나. 몸은 괜찮아.”
“아직은 아파.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수지는 수혼과 같이 앉아있는 호식을 보았다. 호식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이 녀석이야. 그때 내 가슴에 발바닥 자국을 남긴 녀석이.”
수지는 오늘에서야 호식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싸움이 있던 날은 기절해 있었고, 다음날은 정신이 없어 호식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호식은 수지가 찌려보자 모르는 척 딴 짓을 한다.

“인사해 이쪽은 김 호식이고 그리고 마수지”
호식은 수혼이 인사를 시키자 수지를 바라보더니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까딱하고 만다. 호식의 태도가 기분 나쁜지 수지는 호식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수혼 옆에 앉아버린다.
“두 사람 다 왜이래. 기분 풀어.”
“흥~ 저 녀석보고 먼저 사과하라고 해. 감히 내 가슴에 발자국을 남겨.”
“이봐~ 그때는 서로 적으로 만나 싸우다 그리 된 것을 사과까지 해야 된단 말이야. 나도 당신 때문에 두목에게 다리가 부러졌다고”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당신이 다치자 두목이 눈깔이 뒤집혀서 무지막지한 공격을 하더라고.”
“둘 다 지나간 이야기 계속 할게야. 지금 그게 중요하게 아니잖아. 그리고 말이야 제발 두목이라고 부르지 마라. 내가 뭐 산적 두목이냐.”
“그럼 뭐라고 불러”
“적당한 호칭 없어.”
“형님, 보스, 두목 이것 중에 골라.”
“야~ 우리가 무슨 조직이야. 그냥 수혼이라고 불려.”
“그건 안돼. 쫄따구가 어떻게 두목이름을 불려.”
“참내. 두목이니 쫄따구니 그런 말, 집어 치우고 우리 그냥 친구하자.”
“안돼. 우린 이제 모두 두목 쫄 다구가 됐어. 아이들에게도 물어봐. 모두 두목을 따른다고 하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수지는 체육관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둘려보았다. 모두들 한 덩치 하는 녀석들로 강철파 성북동지부 핵심사업장을 박살내 버린 실력자 들이다.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조직을 만들기 충분했다.

“수혼씨. 수혼씨가 정말 이들을 거두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무슨 소리야.”
“맞아. 두목도 생각해봐, 우린 이제 돌아갈 곳도 없어. 성철파 녀석들의 감시 때문에 집에도 돌아가지 못한다고, 성철파의 감시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린 한데 뭉쳐 있어야 해. 각자 떨어지면 성철파에게 배신자로 몰려 보복을 당하거나 아님 다시 성철파로 잡혀 갈 수밖에 없어. 그렇다고 우리들이 강철파에 들어갈 순 없어. 그건 우리 절정파이터클럽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 우린 한번 정한 주군을 배신하는 놈들을 가장 경멸하는 녀석들이야.”
“그래서 어쩌자는 이야기야.”
“한데 뭉쳐 있으려면 자연히 조직을 구성해야지.”
“조직(?), 그건...........”
“수혼씨. 조직이라고 다 나쁘게 생각하지 마. 요즘 예야 조직하면 조직폭력배가 떠오르지만 일제시대에 활약했던 야인들처럼 약자를 도와주고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혼내주는 조직도 많았어. 홍길동의 활빈당이나, 김두한의 종로패처럼 얼마든지 좋은 일을 많이 한 조직도 있었다고.”

수지까지 조직을 구성하자고 설치니 수혼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혼은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호식과 수지의 말을 들어보니 한데 뭉치기 위해서 체계적인 조직을 구성해야 하고, 조직이라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럼 조직을 구성하자고.”
“잘 생각했어. 일단 두목은 정해졌고 조직 명칭부터 정하자고.”
“잠깐만!!! 수혼씨는 아직 학생이야. 조직을 구성하더라도 수혼씨가 전면에 나서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해.”
“일단은 조직명칭부터 정하자. 지금처럼 절정파이터클럽이라고 하지 못하니 말이야.”

“저기 회장, 회장의 애칭이 미랑(美狼)이라까 미랑파라고 하면 어때.”
한쪽에서 듣고 있던 차두철의 말에 호식이 두철의 머리를 쥐어박는다.
“자식아. 아직도 회장이야. 우린 이제 두목이 있잖아. 이젠 절정화이터클럽은 없어. 그러니 회장이라고 부르지 마.”
“알았어. 씨~ ”
“좋은 생각이 있어. 저 녀석이 미랑이라고 불린다니까, 수혼씨를 천랑(天狼)이라고 하자. 그리고 조직 명칭을 천랑파라고 하면 어때.”
“천랑파 좋은데, 두목 아니지 천랑 어때.”
“맘대로 해. 난 상관없어.”
“내 말대로 하는 거야. 이거 작명비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호호호”

수지는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자 기쁜 듯이 웃는데 수혼은 쓴 웃음만 짓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남에게 억지로 떠밀려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수지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호식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수혼의 의사도 묻지 않고 자기들 끼리 이런저런 사항을 결정해 버린다. 처음 만나서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야단이더니 지금은 죽이 척척 맞는다.

조직은 천랑파라 부르기로 결정했고 보스는 공식적으로 김호식, 행동대장으로 차두철, 수혼은 뒤로 빠지고 천랑이라 부르고 실제적인 보스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수지가 자기도 들어오겠다고 하도 우거서 수지는 명예조직원이 되기로 했다. 처음은 이렇게 어린아이들 장난처럼 천랑파가 조직되었다.

“조직이란 걸 만들기는 했는데.........이십 명이 넘는 인원이 먹고살려면 돈이 문제데........”
“현재는 뾰쪽한 수가 없어. 형님에게 부탁해도 안 되고 말이야.”
“수혼씨. 일단은 나도 용돈이라도 털어서 보태도록 할께. 수혼씨나 호식씨도 방법을 생각해봐.”
“고마워. 나도 생각 좀 해 볼께”
대충 이야기가 끝나고 수지를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해 주었다.

수혼은 체육관을 나온 김에 영은이에게 전화를 했다. 몇 일간 시험보라 체육관 정리하라 정신이 없어 영은이에 대한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시험도 끝나 학교도 방학을 맞이하고 체육관도 정리도 대충 끝나자 이제야 영은에 대한 생각이 난 것이다.
전화벨이 한참을 울려도 영은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계속해서 음성메세지로 넘어가는 것이다. 수혼은 음성메시지 남기고 한참을 기다려도 영은의 전화는 없었다.
수혼은 답답한 마음에 영은의 집으로 찾아 갔다. 영은의 아파트 앞에서 다시 핸드폰을 해도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수혼은 영은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저 조수혼입니다. 영은이 있습니까?”
“아~ 수혼씨. 영은이 집에 없는데...........핸드폰 열락해 봤어요.”
“예, 핸드폰으로 열락해도 받질 않아서요.”
“왜 그러지...........제가 열락해 볼게요. 조금 후에 열락해 봐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지요. 조금 후에 다시 열락하겠습니다.”

수혼은 전화를 끊고 전번에 영은과 같이 갔던 아파트에 있는 공원으로 갔다. 10분정도 지나서 다시 영은의 집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예~ 조수혼 입니다.”
“예, 제가 영은이에게 전화를 해봤어요. 지금 친구만나고 늦게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근데 왜 수혼씨가 열락하면 안 봤지. 내가 열락하면 받는데 말이죠.”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만나보면 알겠지요. 감사합니다.”

수혼은 아파트 입구에서 영은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니 영은이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영은아.”
영은은도 수혼은 보았다.
“오빠...........웬일이야. 늦은 시간에”
영은의 얼굴은 서늘하게 굳어 있었고 목소리 또한 차갑기 그지없었다. 사늘한 영은의 반응에 수혼은 당황했다.
“화난 일이라도 있어.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무슨 일이야.”
“몰라서 물어. 정말 몰라서 뭇는 거야.”
“............설명 좀 해죠. 화났어. 무슨 일 있는 거야................몇 칠 열락 안했다고 삐진 거야.”
“오빠는........................오빠 나도 여자야..............오빠를 이해 할 수가 없어.”
“.........무슨 말이야.........뭘 이해 못 해.”
“됐어.............오빠 사랑하기 너무 힘들어.........구차하게 설명하기도 싶고........돌아가”
“영은아.............내가 잘못했어...........내가 설명할게. 처음에는 학교 전통이라고 시험기간에 선배들에게 잡혀 있었고, 다음에는”
“그만해!! 듣고 싶지도 않아. 오빠에게 나라는 존재는 심심할 때 한번씩 찔려보는.......그런 존재지.”
“아니야. 영은아. 내가 영은이 사랑하는 영은이도 알잖아.”
“사랑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마. 오빠가 사랑이 뭐지나 알아...............오빠는 몰라. 사랑이 뭐지.”
“도대체 이유가 뭐야.”
“오빠가 생각해봐. 잘 가?”
영은은 수혼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수혼은 머리가 복잡했다. (무엇 때문일까? 왜 화가 난 것일까?) 영은을 이대로 보낼 순 없었다. 멀어지는 영은에게 달려가 손을 잡았다.
“잠깐만 얘기 좀 해.”
“싫어. 오빠에게 할 말 없어.”
“따라와.”
“놔~ 싫어.”
수혼은 영은을 잡고 걸었다. 영은은 손을 뿌리치려 해도 수혼이 단단히 잡고 있어 될 질 않는다.
“왜 이래. 싫어.”
영은은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이유가 뭐야.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일단 손부터 놔. 아프단 말이야.”
영은의 잡은 손을 놓아주자 영은은 팔목을 주무르며 일어났다.
“..........그 여자 누구야.”
“어떤 여자.”
“오빠 집에서 속옷차림으로 자고 있던 여자 말이야. 또 체육관에 있는 그 녀석들은 또 뭐야. 내가 잘못보지 않았다면 파이터클럽 애들이야. 맞지. 왜 그들이 체육관이 있어.”
“그........그건............”
“설명해봐. 오빠 다른 여자 만나. 그런 거야. 어떻게 나와 사랑을 나누던 침대에 다른 여자가 누워있어. 그것도 속옷 차림으로.......그것부터 설명해봐”
“오해하지 마. 그 여자는 선배애인이야. 나하고 상관없는 여자라고.”
“선배 애인.......허~~ 선배애인이 왜 오빠 침대에서 자고 있어. 그것도 오빠도 없는 집에서”
“알았어. 설명할게........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자.”
“여기서 해.”
“휴~~ 그게 어찌된 사연이냐 하면 말이야.~~~~~~~”
수혼은 그날 있었던 사건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은은 수혼의 설명을 말없이 듣고 있었다.

“그래서..........그날 수지가 우리 집에 있었던 거야. 그리고 체육관에 그 녀석들이 있고.”
“그 여자하고 한방에서 밤을 보냈다고........그냥 잠만 잤다고.......그 말을 날보고 믿으라고.......그런 말이야.”
“사실이야.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 잠만 잤어.”
“팔팔한 이십대 남녀가 같은 방에서 밤을 보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기가 막혀. 오빤 내가 바보로 보여.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영은아. 왜 이래. 나 못 믿어. 내가 언제 네가 거짓말 했니. 그런 적 있어.”
“몰라. 못 믿겠어. 나도 오빠 믿고 싶은데...........자꾸만 흔들려.......일단 돌아가.......생각할 시간을 조.”

영은은 혼란스러웠다. 수혼을 믿고 싶지만 자꾸만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처음엔 바라만 보는 사랑이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사랑할 수 있다만 그것만으로 만족했다. 수혼이란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에게 자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비록 해바라기처럼 바라면 보는 사랑이라도 말이다.
그런 것이 수혼의 사랑을 확인하고 영은은 한 없이 행복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을 만나고, 그의 숨결을 느끼고, 그와 통화하는 시간까지 모든 것이 행복이란 이름이 새겨졌다. 꿀같이 달콤하고 꿈길을 걷는 것 마냥 행복했다.
그 사랑에 갑자기 금이 간 것이다. 사랑만 가득했던 가슴 속에 틈이 벌어진 것이다. 사랑이 컸던 만큼, 행복이 컸던 만큼 그 틈은 쉽게 아물어지지 않는다. 수혼의 사랑을 믿고 싶지만, 수혼의 말을 믿고 싶지만 자꾸만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배신”이란 낱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감돌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타일러 보지만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을 설명했다............단 하나의 거짓도 없이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영은은 이해심이 많은 여인 이였다..........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작은 것에도 감동하는 그런 여인 이였다...........자신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어주던 여인 이였다.........그 여인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답답하다.........변한 것인가............내가 잘못한 것인가...........모르겠다.........혼란스럽다.

“들어가. 늦었다.”
“잘 가.”
영은은 한마디 말만 남기고 돌아서 버린다. 수혼도 잡지 않는다. 지금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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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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