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퉁부은 얼굴로 병원에 나왔다.
밤새 그들로 부터 받은 모욕과 수치 때문에 잠을 잘수가 없었다.
은성에 대한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미운건 그들이 아니였다.
무너져 버린 내 육체와 이성이 더 더욱 미웠다.

"이젠 어떻해야 하지....난......"
"죽고 싶어...내 육체가 저주스러워......."

그들은 짐승이었다.
태환과 은성은 나와 조실장을 번갈아 가며 범했다.
또한 조실장 마저 나를 농락했다.
같은 여자로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수 있는지.....

후회스러웠다.......

"언니...나 시험 끝났어요....병원으로 갈까요? 아님 집으로? 연락 주세요...."

소연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난 그녀에게 전화를 할수가 없었다.

"지금 이상태론 도저히...."

한주를 전화도 받지 않고 집에서만 보냈다.
병원도 휴원하고 다들 휴가를 보냈다.
소연이 몇번 집으로 찾아 왔지만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지난 과거를 뒤돌아 보았다.
남편과의 생활 그리고 태환과 은성....소연이까지....
모든 발단은 나였다...

"정말...내가 이렇게 까지 음란한 여자였던가....그들은 내 본능을 일깨운것 밖에 없는가..."

답답하고 미칠것만 같은 심정에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그리곤 난......

"그래..난 내 스스로 무너진 거야...그들이 주는 색다른 쾌감에 여지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뜨거운 쾌락에..
내 몸은 준비가 되어있었던 거야...다만 내 스스로 깨닫지 못한것 뿐이였어 ..그들이 일깨워준 본능은 마치 솜이 물을 빨아들이 듯이 그들의 행위를 받아 들인거야......"

"그래..강수정.....개의치 말자....그들 말대로 난 즐기면 되는거야....이미 너 자신이 더 잘 알잔아...넌 이미 그들이 주는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난 내 자신을 합리화 하며 계속해서 머리에 암시를 주었다...

"그래..부끄러울것 없어 그들도 나와 같이 즐기는 거야..서로의 취향이 다를뿐...난 여지껏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육체의 쾌락을...그들은 무너진 내 육체와 정신을 보며....서로가 만족하는 거야....."

마침내 난 내 자신을 정당화 하며 실날같이 이어져 오던 작은 이성 마저 놓아 버리고 말았다.

휴대폰을 켜자 수많은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언니 무슨일 있어요? 집에도 없고.....연락도 안되고...."
"강수정 어떻게 된거지....? 아직 시작도 안한 그깟 플레이에 벌써 포기한 거야?"
"강수정 뭐가 그래? 호호호 쪽 팔렸나 봐?......칫 난 강선생 당신한테 흥미 많았는데....."
..............

지우고 또 지웠다....
제대로 읽어본 내용도 없었다...
그냥..삭제키만 누를뿐이였다....
하지만 마지막 메시지에서 멈출수 밖에 없었다.

"강수정...정말 끝난거야...후후...이번이 마지막 메시지야....그동안은 자신의 심경을 추스렸다고 보고....
오늘 저녁 10시까지 뉴욕으로 와.....가장 섹시한 옷차림으로.....오늘 오지 않으면 다신 연락 안하겠어...."

하루종일 시계만 쳐다 보았다.
벌써 아홉시가 넘어 가고 있었다.
아무리 마음을 다져먹고 내 자신을 합리화 했지만 망설여 지는건 매한가지였다.

"강수정.....침착해......서두르지 말고...침착해....."

하지만 심장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쿵..쿵...쿵...

"이..떨림..망설임때문이 아니야.....난...난......그들이 그리운 거야......아니..그들이 아니고 그들이 주는 쾌락이
그리운 거야....가는 거야..그들이 기다리는 곳으로......더 이상 망설이지마.....하고 싶어 그들과 미치듯이......"

뜨거운 욕망과 욕정이 가슴 속 저 밑에서 부터 구쳐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