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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2 656회 0건
음애루주52-강호


설영과 유하가 걱정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설영과 유하의 외모로 인해 넋이 나가버린 문지기와 이름을 적어 넣는 접수처 담당은 꼭 필요한 절차조차 자신들이 임의로 처리해 버려 일행은 수월하게 무림맹에 들어올 수 있었다. 설영과 유하 덕에 다른 이들과 달리 한적한 방으로 안내된 일행은 가볍게 차를 마시며 호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흥~ 흥~ 입은 상관없지? 아까는 얼음댕이가 봉사했으니까 이번엔 나라고."
콧노래와 함께 몸을 숙여 탁자 안으로 기어들려는 유하의 모습에 설영은 한숨을 쉬며 유하의 뒷덜미를 잡았다.
"왜?"
"주인님이 아까 하신말 못 들었어? 될수 있으면 음란한 모습 보이지 말라고 하셨잖아."
"아무도 없잖아! 내 총관 만나려면 보통 한 시진은 족히 걸린다고.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나도좀 즐기자! 나 진짜 하고 싶다고."
확실히 무림맹에 드나드는 무인과 고관들은 상당한 편이고 그 외에도 처리할 일이 많은 무림맹의 내 총관을 만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설영은 유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탁자 밑으로 들어갈 마냥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너 혼자는 안 돼. 넌 아직 주인님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니까. 나랑 같이해."
"흥이다! 독차지 할 속셈을 누가 모를줄 알아!"
탁자 밑으로 서로 들어가고자 티격 거리는 두 여인을 말린 것은 유백이었다.
"벌써 누가 오는데요? 마침 시간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유백의 말에 둘은 안타까운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별일이네, 무림맹 내 총관이 한가 할 때가 다 있고."
"그러게 말이야."
언제 싸웠냐는 듯 죽이 맞아서 내 총관을 흉보는 둘의 모습에 유백은 피식 웃으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
"계시옵니까? 모시러 왔습니다."
"그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하녀의 목소리에 일어나 옷매무세를 가다듬어 유백에게 인사를 올리는 설영에게 대답한 것은 유하였다.
"주인은 내가 잘 대리고 있을게. 걱정 말고 오래, 오래~~ 있다가 와도 괜찮아."
"하아~, 제대로 봉사해드리고 있어. 금방 올 거니까."
설영이 문을 나서자 음탕한 미소로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 유백의 허리끈을 입에 물어가던 유하는 들려온 하녀의 목소리에 결국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저기...일행 분들 모두 모셔오라는 명이십니다."
"나는 왜 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한껏 내밀고 연신 삐죽 거리며 하녀의 안내를 따르는 유하를 고소하게 바라보던 설영은 고개를 돌려 유백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띄운 채 부드럽지만 당당한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뭔가 이상 합니다. 오래되어 바뀌었다면 모를까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층이 내 총관 집무실입니다만....-
-어이, 주인 뭔가 이상한데? 내 총관 집무실을 지나쳤어.-
-걱정 말세요. 공격하려고 했다면 아까 마신 차에 군자산이나 독이라도 넣었을 거예요. 더군다나 우리를 안내하는것은 하녀에요.-
조심스럽게 전음을 보네는 설영과 유하의 전음에 답하여 안심 시키며 유백은 앞서가는 하녀에게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맹주님의 집무실 입니다. 그곳으로 여러분을 안내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그렇군요."
조금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는 하녀에게 다시금 미소 지어준 유백은 설영과 유하에게 전음을 보냈다.
-일단 따라가 보죠. 무림맹에 왔으니 맹주 얼굴정도는 봐둬서 나쁠 것 없으니까요-
꼭대기 층에 도착한 하녀가 문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맹주님, 설영낭자와 그 일행 분들을 모셔왔습니다."
"오, 어서 들라 하시게."
중후하지만 힘이 넘치는 목소리에 살짝 희미한 웃음이 유백의 입가에 맺혔다 사라졌다. 하녀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간 일행은 도관을 걸친 노인과 중년남성이 앉아 있는 중년 남성을 일견하며 노인의 손짓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허허허, 만마옥주자리가 썩 좋았던 모양일세. 원래 뛰어나던 설영낭자의 미모가 한층 빛을 발하는구먼, 내 몇 년 만 젊었어도 아마 도관을 내팽겨 쳤을 거야, 허허허 안 그런가, 군사."
"그러게 말씀입니다. 맹주님, 설영낭자를 보니 제 어린 제자도 만마옥주로 보내 수련을 쌓게 할까 욕심이 들 지경입니다."
"헛헛! 자네 제자라면 충분히 아름다운데 거기서 무슨 욕심을 더 낸단 말인가. 설마 천하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상사병이라도 안겨주고 싶으신 겐가? 허허허"
한바탕 웃고 난 노인은 손수 차를 따라 세 명에게 건네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설영낭자, 그간 수고 많았네. 여인의 몸으로 만마옥주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잘 해주었네."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하도 같이 있었구나. 손 대협이 돌아가셨을 때는 미안했다. 자리라는 게 때로는 참 거추장스러워 손 대협 빈소에도 찾아뵙지 못했다."
"괜찮아. 뭐, 워낙 발이 넓은 사부라 제대로 빈소도 못보고 간사람 많으니까."
예의에 어긋난 유하의 말투에도 노인은 그저 미소로 받아주었다. 애초에 유하의 성격은 무림에서도 소문이 자자했고 또 노인도 익히 알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노인은 유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반갑군. 나는 무현라고 하네, 부족하나마 무림맹을 이끌고 있다네."
"무림맹의 군사를 맡고 있는 현기자. 곽현 일세.
"처음 뵙겠습니다. 유백이라고 합니다. 별호도 없는 초출에 시골 출신인지라 강호의 예의에는 어두우니 너무 탓하지 마시길."
노인 아니 무림맹주는 자신에게 포권을 짓는 유백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례는 비례라 했네. 더군다나 자네의 움직임에는 여유롭지만 당당함이 넘치네, 오히려 명가의 자제보다 더욱 군자 같군. 헛헛헛, 어째 자네 스승님들과는 많이 다르구먼, 자네 스승님들은 참 자유롭다 들었는데 말일세. 화혼마녀 그분도 참 여자답지 않으셨지."
너무나 평온하고 부드럽게 진행된 자리로 인해 충격은 다소 늦게 찾아왔다. 늦게나마 맹주의 말속에 들어있는 이름에 설영과 유하가 몸을 일으켰지만 유백과 맹주 그리고 군사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는 별로 놀라지 않은 모양이군."
"일행과 함께 타고 온 마차가 무림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하녀의 모습에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랬군."
맹주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미소를 띄운 모습은 장성한 손주를 보는 할아버지마냥 부드러웠지만 그 눈만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림맹에 들어왔단 말인가? 어쩌면 사지일지도 모르는 곳으로?"
유백은 맹주의 눈빛을 부드럽게 받아넘기며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여전히 몸을 긴장시키고 있는 설영과 유하에게 손짓하여 자리에 앉혔다.
"저를 해 하고자 하셨다면 벌써 손을 쓰셨겠죠. 다른 사람들의 눈이야 얼버무릴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신 분들 아니십니까? 예전에 제 스승님들에게도 한번 쓰셨던 방법도 있고...아니 그냥 십칠광천마의 제자라고 알리기만 해도 충분하겠군요. 그러니 다른 목적이 있으실걸 로 짐작됩니다만? 뭐.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유백의 말에 맹주는 곽현을 바라보았고 곽현은 맹주의 눈빛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십칠광천마 어르신들의 공동전인 답군. 자네가 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곽현의 질문에 유백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정도군요."
"그게 무엇인가. 답해 줄 수 있는 거라면 전부 답해줌세."
"첫 번째는... 여기 무림맹의 주인이라고 하실 수 있는 맹주분과 실세인 군사 분이 만마동에 대해 알고 있으신 데도 제 스승님들에게 약속하신 지원이 끊긴 이유입니다."
"이미 육십 년 전의 일일세, 당사자들은 대부분 고인이 되었고 천일만마전에 대해 사실을 아는 자는 매우 소수일세, 실제 무림맹에서도 그 사실을 아는 자들은 나와 맹주님을 포함해도 넷에 불과하지, 계속해서 만마동에 지원을 하기 위해선 그 만큼의 예산을 확보해야 하네, 한두 푼도 아닌 금액을 매년 보내고자 한다면 다른 문파나 사람들에게도 진실을 알려야 하지. 그러나 그 진실은 무림맹의 근간조차 흔들릴 만큼 추악한 것인지라... 차마 알릴 수 없는 것일세. 더욱이 만마동이 건설될 무렵부터 지원이 끊기기 전까지 만마동에 들어간 금액은 적지 않은 액수일세, 당시 무림맹의 오 년 예산에 가까운 금액이 만마동으로 들어갔어.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지. 덕분에 무림을 지탱하는 세 세력이 자금난으로 무너질 뻔 했네. 그정도 금액이면 삼대가 아니라 대대손손 놀고 먹을 수 있는 금액 아니던가.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분들이 더 이상 지원이 없어도 충분할 것이라 믿었네."
"정사마연맹은 지원을 하고 스승님들은 죽을 때까지 만마동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당시 정사마연합과 스승님들과의 약속이었습니다. 스승님들이 살아계심에도 지원이 멈춘 이상 약속은 깨어진 것이죠. 더 이상 스승님들도 약속을 지킬 필요는 없어지신 겁니다. 동의하십니까?"
"설마 이번일은 자네 스승님들이 벌이신 일인가?"
갑작스런 맹주의 말에 유백은 눈썹을 찌푸렸다. 스승님들이 무슨 일을 꾸미신단 말인가. 스승님들은 만마동의 생활에 만족하고 계신다. 나간다 해도 막을 수 있는 사람도 없지만 애초에 나가실 생각조차 하지 않고 계신 스승들이다. 더군다나 음모라든지 하는 것을
병처럼 싫어하는 스승들이다. 스승들이 어떠한 단체를 무너뜨리고 싶다면 그저 힘으로 밀어버린 후 오랜만에 몸 풀었다 좋아하시며 다시 만마동에 들어갈 것이다. 사실상 지금 유백이 약속 운운 한 것은 그저 저들이 자신이 만마동에서 나온 것을 탓하기 전에 미리
못 박고자 했을 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스승님들은 자의나 타의로 만마동에서 나오실 분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이가 드셨으니 귀찮은 건 피하고 싶다고 하셨던 분들입니다. 그저 제가 만마동에서 나와도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님을 고하고자 했던 것뿐입니다. 더군다나 정사마연합 덕분에 음모나 그런것은 질색하시는 분들인지라 더욱 맹주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렵군요."
"크흠...."
나직하게 침음성을 내뱉던 맹주는 다시 곽혁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곽현은 말을 이어갔다.
"그 일에 대해선 좀 나중으로 미루지, 그리고 자네가 만마동에서 나온 것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겠네, 원한다면 무림맹에 자네의 자리도 만들어 줄 수 있네, 다만 만마동의 진실에 대해선 입 다물어 줄 것을 요청하네. 이미 당사자들은 대부분 고인이 되셨지 않은가. 그러니 만약 자네와 자네 스승들이 억울함을 풀고자 한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후손들이 그 분노를 감당해야 되겠지, 그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여러분들이 군자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입니다만....저 또한 스승님들의 울분을 풀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스승님들이 원치 않으시기에 그리 할 생각은 없습니다. 울분을 푸신다면 당신들 스스로의 힘으로 풀었을 것이라 말씀하셨으니 까요. 그러나 무림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유백의 말에 잠시 헛기침을 내뱉던 곽현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크흠.. 그럼 두 번째 질문은 무엇인가?"
"저에 대해 언제 알게 되셨습니까?"
"자네가 만마동에 들어가기 전에 알게 되었네, 정확하게는 맹 지부장에게 전서를 받은 후라고 하면 되겠군."
"과연,"
"화혼마녀의 제자가 만마지옥에 들어간다면 쉽사리 넘길 사안은 아니지, 그렇다고 소림이 나서는 중에 막을 수도 없었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네. 그렇기에 허락했지. 천고의 기재라고 하더라도 개개인이 하늘이라고 칭해졌을 정도로
강력한 무위와 능력을 가진 십칠광천마의 진전을 전부 익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으니까.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자네 스승들은 괴팍하기는 하나 무와 기술에 관해서는 철저해서 한 치의 모자람도 용납지 않는 분들이라고 들었으니 말 일세 "
곽현의 말에 유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자신의 스승님들은 다른 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대범했고 괴팍했지만 무와 기술, 그리고 능력에 관해서는 바늘 끝만큼의 양보도 없었다. 즐겁긴 했지만, 동시에 지옥 같은 수련의 연속이었다.
곽현이 목이 마른지 차로 입을 적신 후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맹 지부장과 새로 부임하는 임대협에게 어떠한 일이라도 변경이 있다면 전서구를 날리라고 부탁은 해 놓았네. 두달전 연락이 오더군, 설영소저의....변모와 설영소저가 모신다는 남자에 관해서 말일세."
곽현은 말을 멈추며 유백과 설영을 돌아보았다.
"그랬군요."
능청스럽게 찻잔을 들어 올리는 유백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앉아 있는 설영의 모습에 곽현은 헛기침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자네들을 추적하고자 했는데 도무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더군, 그래도 무림맹에는 한번 들리겠다 싶어 허창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사람을 좀 뿌려 두었네."
"그럼 그 마부는 무림맹 사람이었군요."
"정확하게는 무림맹 사람은 아니지, 그저 무림맹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지나치는 곳이니 그곳에 사는 마부를 고용했을뿐이네. 마차를 타든 안타든,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기로 되어있지."
고개를 끄덕이는 유백에게 곽현은 다음질문을 요구했다.
"이것 좀 봐 주시겠습니까?"
유백이 소매춤에서 약 한알 꺼내 건네자 곽현은 약냄새를 맡아보다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무엇인가? 냄새가 고약하군."
"약입니다."
"약? 약이라고? 세상 누가 있어 이런 약을 만든단 말인가? 아무리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이정도면 독 아닌가? 아니, 아니 독도 이렇게는 안 만들겠군, 누가 독을 이렇게 냄새나고 위험한 색으로 만들겠는가?"
유백은 설영과 건달들의 정사 부분을 각색하여 건달들이 약을 먹고 어떤 여인을 겁탈하는 도중 설영에게 퇴치 당했고 쓰러진 건달들이 목네이가 되자 의아하게 여긴 자신이 약을 챙겨 확인해 보았다는 식으로 탈바꿈 시켜 자신이 알아낸 바를 곽현에게 전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유백의 모습에 내심 혀를 내두르는 설영과 유하였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 여인에게 물어보니 정액을 소변만큼 싸더랍니다. 몸과 양물도 두 배로 부풀었다고 하더군요. 나름 의술에 조예가 있어 확인해봤습니다. 만드는데 들어가는 약초를 얼추 금액으로 환산해보니 일개 건달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더군요. 듣기로 그 건달들이 허창에서 구입했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 퍼져 있겠죠. 무림맹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으나... 두 분 반응을 보니 정말로 모르는 모양이시군요."
"허 그럴 리가? 그런 약이 있다면 이미 나에게 어떠한 소식이 왔을 걸세. 혹 곽현 자네 뭐 보고 받은 게 있는가?"
"없습니다. 만약 이런 약이 퍼져있다면 저에게 보고가 올라오지 않을 리 없습니다. 더군다나 허창에서 돈다면 더더욱 그렇죠. 이해할 수 없는 일이군요."
"그렇습니까?"
"일단 약은 내가 가짐세, 아무래도 사람을 풀어 뒷골목을 뒤져 봐야겠어."
"알겠습니다. 혹시 무언가 결과가 나온다면 약을 가져온 성의를 봐서라도 저에게도 좀 알려주시길."
"알겠네. 그러도록 함세. 어차피 우리도 자네에게 부탁할 일도 있고 물어볼 말도 있네, 그러니 괜찮겠지."
"물어보실 말씀이라면?"
유백의 반문에 곽현은 갑자기 헛기침을 내뱉고 맹주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런 둘의 모습에 유백은 다음에 나올 질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크, 크흠, 크흐흐흠, 그 자네의....자네의 그 꿈, 말일세....그 전서에는 그..."
"제 꿈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제 꿈은 기루를 차리는 것이 맞습니다."
한 치의 꿀림도 없이 당당하게 말하는 유백의 모습에 말문이 막히는 곽현이었지만 그래도 어렵사리 말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과연 무림맹의 군사자리는 놀음으로 얻은 것이 아닌 것이다.
"그....그렇구먼...그게...음...그렇다면...하아~ 솔직히 말해 주게. 설영낭자와 유하 낭자도....그런....음..... 그런....건가?"
대답한 것은 유백이 아니라 설영이었다.
"저는 주인님의 노예입니다."
당당하게 선포하는 설영과 달리 유하는 그런 설영을 눈을 커다랗게 뜨며 바라보다 곽현과 맹주의 시선이 자신으로 향하자 벌게진 얼굴로 고개를 돌린채 찻잔을 홀짝였다.
"아..뭐..나도..응...그렇기는 한데...그게..."
찻잔을 홀짝이며 무언가 웅얼거리던 유하는 설영이 자신을 노려보자 우물쭈물 거리며 들릴 듯 말듯 인정했다. 그런 설영의 모습을 아연질색하며 바라보던 곽현과 맹주는 오히려 자신들이 부끄러운지 헛기침을 하며 붉어진 얼굴을 숨기느라 급급해 했다.
"그, 그렇군, 그런 거였군, 커허험...."
"부, 부럽구먼. 헛헛헛..."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연신 헛기침을 하던 둘은 여전히 조용한 미소를 띄운 채 당당하게 앉아 있는 유백의 모습에 한숨을 내뱉었다. 헛웃음이 효과가 있었는지 평정심을 되찾은 맹주는 다시금 새로운 차를 끓였고 곽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가 원하는 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군. 이것만큼은 꼭 확인해야겠네. 약이나 섭혼 술을 쓴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 질문을 벌써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죠. 전 순수하게 제 가진바 능력만 사용합니다. 그 질문은 저로써는 상당히 불쾌한 질문이군요."
여전히 당당하게 내뱉는 유백의 모습에 곽현과 맹주는 부러움마저 느꼈다. 그 꿈이야 어쨌든 무림 사화라 불리는 여인들과 함께 나란히 새워 놓으면 오히려 무림 사화가 빛이 바랠 만큼 아름다운 미녀가 당당하게 스스로 노예임을 선포할 정도의 능력이라면, 그 어떠한 남자가 배우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헛기침으로 속내를 숨기며 맹주가 입을 열었다.
"영웅은 호색이요 삼처 사첩을 가진다고 했으니, 내 더 이상 무어라 말하지는 않겠네, 자네가 기루를 차린 다고 했으니 그 또한 떠돌이 무인보다는 생산적인 일이겠지. 다만 이거하나는 확실시 해두어야 할 것이네, 자네가 힘이나 사이한 무공을 통해 여인을 꼭두각시로
만든다면 무림맹은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일세. 이것은 경고일세!"
유백은 맹주의 경고에 내심 고소를 지었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것이다. 하지 말란 소리는 절대로 안한다. 은근히 설영과 유하를 바라보는 맹주와 곽현의 눈가에 감도는 살짝 살짝 보이는 음심을 놓치지 않은 유백이었다. 더군다나...
"뭐. 그러도록 하죠. 저는 눈이 매우 높기에 웬만한 여인들은 눈에 차지 않으니 무분별하게 손을 뻗는 일도 없을 겁니다. 단! 눈에 차는 여인이 있다면 노려보겠습니다. 이것은 제가 제 스승님들에 대해 입을 다무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유백의 말에 곽현과 맹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자신들의 약한 부분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끄응...자네가 원하는 것은 기루에서 몸을 팔 여인들이 아닌가. 무림맹의 여식들은 대부분 명가의 자제들과 문파의 제자들이라네, 그리고 매우 아름답지, 그런 여식들이 기루에서 몸을 판다고 소문이라도 난다면 이름에 똥칠을 하게 되는 셈이지 않겠는가."
"설마 젊은이들의 애정행각을 말리실 정도로 고리타분하지는 않으시겠죠?"
"내 꼬장꼬장한 늙은이란 소리는 듣지만 고리타분하다는 소리는 들은 적 없네."
"그럼 됐군요. 재주껏 노려보겠습니다."
"크흠. 뭐 지아비가 하고자 한다면 따르는 게 아내의 도리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너무 무분별하게 손을 뻗지는 말아주시게."
특별히 무분별하게 라는 말에 힘을 주는 맹주에게 유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도록 하죠."
유백과 맹주의 대화가 끝난 듯하자 다시금 곽현이 입을 열었다.
"아까 미뤄뒀던 이야기 좀 하세. 광투 적도귀는 자네 스승일세,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적 자에 도귀 자를 써서 적도귀라고 불리셨죠. 광투라는 별호를 더 좋아 하십니다만."
"광투 적도귀의 비동에 대해서 아는바가 있는가?"
유백은 곽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혹 그에 대해 들은바가 전혀 없는가?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일세."
"광투 스승님이 도적이셨던 것도 사실이고 그 진전을 제가 어느 정도 이은 것도 사실 입니다만. 비동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습니다. 다만..."
"다만?"
유백이 말꼬리를 흐리자 곽현이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지나가는 식으로 말씀을 흘리신 적은 있군요. 천일만마전 당시 정사마 연합을 골려주기 위해 상당한 물건을 훔쳐 다른 곳에 감추어 두었다고, 다만 당신께서도 전쟁 중이라 다급했고 워낙 여기저기 숨겨놓았고 때로는 빈민촌에도 뿌려놓아 장소를 기억 못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랬군...그럼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가...."
골몰히 생각에 잠긴 곽현의 모습을 바라보던 유백에게 맹주가 입을 열었다.
"광투 도귀자 어르신은 의적이라 이름 높으신 분이었지. 자네도 알겠지만 실제로 워낙 신출귀몰하신 분이었고 마음먹으면 황제의 속옷도 훔쳐올 수 있는 솜씨를 지닌 분으로 유명했다네. 다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워낙 장난이 심하고 괴팍한 분이라 도적질 할때 그 집 일기라던가.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치부들도 훔쳐 공개해 버리셨기에 그 무위와 백성들의 지지에도 상관없이 정사마의 공분을 샀지. 그리고 천일만마전이 벌어지자 십칠광천마에 들어가셨고, 천일만마전 당시 광투 도귀자 어르신은 구대문파와 오대 세가는 물론이고 마교와 사파연합들의 문파들의 담도 넘으셨네. 그리고 각 문파에 내려오는 비전 무공서를 훔치셨지. 덤으로 그들이 간직하고 있던 금자나 보석들도 함께 말일세.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런 지도가 나돌고 있네."
유백은 맹주로부터 지도를 건네받아 펼쳐 보았다. 눈썹을 찡그리는 유백의 모습에 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가. 광투 어르신의 필체가 맞는가?"
"필체는 맞습니다. 지도 자체도 제법 오래되어 보이긴 합니다만...이상하군요. 제 스승님의 신념에 반하는 일인지라."
광투 스승은 훔치는 일, 즉 도적질 그 자체에 매료되었던 스승이었다. 그렇기에 훔쳐낸 재물은 모아두지 않고 언제나 빈민촌에 뿌려버리거나 흥청망청 써버리거나 지나가던 걸인에게 넘겨주어 새 삶을 살아보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덕분에 의적이라고 불리게 됐지만....
"끙... 어쨌든 허투루 지나칠 일은 아닌 모양이군.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말일세."
"이틀 후에 후기지수들이 그곳으로 향하게 될 걸세. 그때 자네들도 함께 해 주었으면 하네. 유백 자네도 스승님의 물건을 타인이 만지는 건 싫지 않겠는가. 나름 육룡 사봉이라 불리우는 아이들이니 발목 잡는 일은 없을게야."
맹주와 곽현이 번갈아 가며 입을 열자 유백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설영과 유하에게 손짓했다.
"누님들 잠깐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아까 보니 연무장도 널찍하던데 굳은 몸도 푸실 겸 가볍게 운동이라도 하고 있으세요."
-나중에 전부 말씀드릴게요. -
유백의 말에 거부의 뜻을 밝히려던 설영과 유하는 이어지는 전음에 수긍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밑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빨리 오라고 주인."
둘이 자리를 비우자 유백은 단정했던 자세를 풀며 맹주와 곽현을 바라보았다.
"원하시는 게 뭡니까?"
갑작스런 유백의 변화에 곽현은 당황했지만 맹주는 오히려 웃는다.
"훗! 과연 십칠광천마의 공동전인 답군.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거 같나?"
"어르신에 대해선 어머니께 들은바가 있죠. 권력과 명성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과연! 화혼마녀가 그리 말하더냐? 틀린 말은 아니지. 정확하게 보았다. 그렇다면 내가 요구한 할 것도 알겠지?"
"구파 일방은 제 스승님들과 싸우다 상당한 피해를 보았죠. 하지만 오대 세가는 그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었고. 덕분에 지금 무림맹에서 구파보다 오대 세가의 발언이 더 힘을 얻고 있을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까 유하누님이 말해주신대로라면 이화와 사봉엔 구대문파 사람이 없더군요. 아까 제 꿈을 말하실 때 못 이긴 척 수락하신 것도 그렇고... 유난히 힘주어 말씀하신 무분별하게란 말씀도 그렇고...원하시는 게 오대세가의 몰락입니까?"
웃고 있는 입과는 달리 삐딱하게 고개를 꼬는 유백의 모습에 맹주는 웃으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헛헛헛, 어찌 정도 무림의 수장인 내가 오대 세가의 몰락을 바랄까."
"귀찮군요. 제대로 말씀해 주시길, 전 오로지 제 꿈을 위해 움직입니다. 그 꿈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배제할 뿐입니다."
"그 꿈을 내가 훼방 놓으면 조금 골치를 썩일 텐데? 이래봬도 정도 무림의 수장일세, 더군다나 자네에겐 마두의 제자란 약점도 있지 않겠나."
맹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안은 날카로운 살기로 가득 찼다. 너무나 차갑고 날카로운 살기에 곽현은 황급히 검을 들어 올렸지만 결코 뽑지는 못했다. 검을 뽑는 순간 목이 날아가는 환상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유백은 날카롭게 웃었다.
"나를 협박할 생각이라면 그만 두는 게 좋아. 당신들 말대로 난 육십 년 전 천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도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정사마연합의 세력 칠 할을 날려버린 십칠광천마의 공동전인 이지, 그분들이 나를 강호에 나가도록 허락했다면 내 능력쯤 짐작 했어야지.
무림맹쯤 지워 버리는 건 나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물며 내가 사파연합이나 마교에 투신하면 어떻게 될까? 일 년도 안 돼 천하는 그들의 손에 쥐어질걸? 나에겐 그만한 힘과 능력이 있어, 협박이라는 건,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만 쓰는 거야."
"하지만 자네에겐 다른 꿈이 있지."
유백의 살기를 부드럽게 넘겨받으며 맹주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과연 천하제일인 이라고 불리 울만 했다. 유백도 눈에 이채를 띄운다.
[어머니와 싸울 때보다 조금은 진보했나?]
"말했을 텐데, 내 꿈을 방해하는 자들은 배제 하겠다고."
"물론, 방해할 생각은 없네. 그 꿈이 타인의 눈을 속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 뱉은 것인지 궁금해서 확인한 것뿐이지, 진정 자네 꿈이라면 서로 상부상조하며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자 말일세, 이십 팔년전 나를 떡으로 만들었던 화혼마녀의 아들이자 제자의 무위도 견식할겸."
어두운 미소를 띄운 맹주의 얼굴에 유백의 눈썹이 다시금 꿈틀거렸다.
"늙은 생강이 맵다고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었군."
"이왕이면 노련하다고 해주게, 이 자리까지 오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
유백은 피식 웃으며 살기를 거두었다. 그제야 곽현은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유백은 삐딱한 자세와 어투로 맹주를 바라볼 뿐 곽현에게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래 맹주 어르신, 원하는 바가 뭐야? 그게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가?"
"내가 바라는 것은 오대 세가의 몰락이지 , 동시에 내가 어려울 때 네 힘과 능력을 좀 빌리는 정도? 그 외엔 네가 차릴 기루의 특별손님 대접 정도군"
"손님이라면 언제든 환영하지, 하지만 내 힘과 능력은 비싸, 그만한 대가가 없다면 빌려줄 생각 없어."
"물론 그만한 대가는 줘야지. 그게 거래의 기본 아닌가, 이를테면 이번에 광투의 비동에 따라갈 이화와 이봉을 낚아도 무마해준다거나 하는 건 어때? 원한다면 금자도 추가하지"
"난 눈이 높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설영누님과 유하누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고 하더군. 그 정도론 욕심조차 들지 않아. 맹주 어르신도 설영누님과 유하누님을 보았으니 알 텐데? 그리고 별로 맹주 어르신 도움을 받을 이유도 없어, 내 능력으로도 충분하니까. "
"흠...확실히 설영과 유하에 비하면 그년들은 햇빛 아래 반딧불만도 못하지, 이건 곤란하군. 하지만 설영이나 유하 같은 계집은 이 자리에 앉아있는 나도 본적이 없어, 눈을 좀 낮추는 게 어때?"
".... 확실히 설영누님과 유하누님 덕에 눈이 너무 높아졌군. 각 문파의 내노라 하는 후기지수들은 전부 만나봤을 맹주어르신이 그런 말을 할 정도니. 알아서 할 테니 정파의 여인들을 건드려도 귀찮게 하지 말아, 주는 만큼 받는다지? 이번일 에 대한 요구는 훗날 하지, 그리 어려운 부탁을 하지는 않을 거야. 기루를 세우기 위한 자금정도 지원 받을까하니까. 비동에 찾아가서 내가 할 일은?"
유백의 질문에 맹주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유백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
"후에 큰 손님으로 대해준다면야. 일단은 비동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확인한후 진짜라면 무공비급을 찾아주게, 아마 가짜겠지만 혹 모르지 않는가."
"스승님의 명예가 걸린 만큼 그건 내가 알아서 해, 맹주어르신 말대로 가짜겠지. 하지만 그 일을 꾸민 배후를 알아내는 것은 사양하겠어. 난 하루라도 빨리 기루를 세우고 싶을 뿐이니까."
"안심이 되는군. 하지만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선 이쪽에도 알려주길 바라네, 혹 무공 비급이 진정 있다면 우리에게 건네주고. 대신 아까 건넨 약에 대해선 자네가 떠나기 전까지 알아내어 전해주지."
"정말 그 약에 대해선 모르는 모양이군?"
"처음 보는 약일세. 뭐 군사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저거 정말로 효과가 있는 약인가?"
"삼푼정도만 먹는다면 엔간한 정력제보다는 낳을 거야, 효과도 한 시진 정도로 쓸 만해, 확인해 보고 싶다면 오늘저녁에라도 먹어봐. 그 외에 내가 비동에서 처리 해줘야 할 인물이라도 있나?"
유백의 말에 자리에 돌아간 맹주가 비죽 웃었다.
"역시 말이 통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좋군. 갑갑한 가면을 쓸 필요도 없고 말이야."
"괜히 설영누님들 내보낸 게 아니야, 몇 명이나 처리해 줘야하지?"
"셋, 제갈 세가의 제갈 연, 남궁세가의 남궁 천, 그리고 당가의 당 일명, 나머진 부모의 위명만 믿고 날뛰는 쓰레기들이지. 설영이나 유하와 붙여놓으면 십초나 버틸까? 손쓸 필요조차 없지, 그런 연놈들과 육룡 사봉이라고 묶어 놓다니, 설영과 유하에겐 미안한 일일세,"
맹주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들 중 제갈 연이라는 이름에 유백은 고개를 저었다.
"좋아 처리해 주지. 제갈 연은 안 돼."
"으음? 문제라도 있는가?"
눈썹을 찌푸리는 맹주에게 유백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누님들과 친하더군, 설영누님과 유하누님 둘과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했지만 말이야."
"흐음... 그렇군, 하지만 나는 제갈 연 그 계집에게 신경이 쓰이는데 말이지... 지금은 거의 몰락해 아무런 힘도 없는 제갈 세가이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년은 간다고 하지, 제갈 연 그 계집은 어쩐지 신경 쓰이는 구석이 많아, 제갈 세가는 그 무위보다는 머리로 더 유명한 가문이야. 아직까지 특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개중에서 설영과 유하와 비견할 만한 미모를 지닌 것은 그 년 정도니, 어떤가? 자네가 세울 기루의 기녀 삼는 것은, 자네가 기루를 차리면 후에 내가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길 테고,"
"그건 내가 정해. 말했을 텐데? 난 눈이 높아."
유백의 거절에 인상을 찌푸리던 맹주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네, 어차피 껍데기만 남은 제갈 세가니 그년이 천고의 머리를 가졌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 자네가 제갈 세가에 힘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약속만 해준다면 넘어가지. 또 그 계집을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 그래도 남궁 천과 당일명은 처리해 줘야해. 그 둘은 앞으로 구파에게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게야."
"맹주 어르신이 신경 쓸 정도로 강한가?"
"자네나 설영, 유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가장 강하네, 강할 뿐 아니라 받쳐주는 세력도 그렇고. 야심 또한 크지, 자네들처럼 야심이라도 없으면 눈감아 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벌써부터 이빨을 드러내니 어쩔 수 없어. 위험한 싹은 자라기전에 뿌리를 뽑아야 하지 않겠나."
"알겠어, 난 이만 일어나지, 맹주어르신, 출발은 이틀 후라고 했던가?"
"일단은 이틀 후로 잡아뒀네, 아마 마교와 사파쪽에서도 나설 테지."
"그렇군, 하지만 맹주어르신이 말한 사람 외에는 죽일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둬."
"그건 자네에게 맡길 수밖에, 그런데. 유하는 술을 좋아 하지 않나. 오늘밤 유하와 술을 마시고 싶군,"
"미안하지만 아직은 기루를 열지 않았어. 더군다나 지금 몸이 안 좋아 치료받아야 해, 나도 못 건들고 있지."
"헛헛, 거 참 아쉽구먼. 그 선머슴아가 내 밑에 깔려 몸부림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보고 싶다면 내가 기루를 만드는데 회방 놓지나 말라고."
"걱정 마시게나, 내 꼭 가보고 싶으니. 그런데 설영이라도 안 되겠나?"
입맛을 다시는 맹주에게 유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손님으로 찾아와 지명하라고."
유백이 나가자 여태까지 숨을 몰아쉬던 곽현이 맹주의 곁에 다가왔다.
"괜찮겠습니까. 그는 너무 위험합니다."
곽현의 말에 맹주는 여태 쥐고 있던 왼손을 펼쳐 보았다.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손을 잠시 바라보던 맹주는 수건으로 손을 닦아 내었다.
"힘이 있지만 야심은 없지, 쟤 스승들하고 같아. 그런 능력으로 기루를 세우는 게 지상과제인거 같으니, 스승들과 같은 괴짜이기도 하고, 걱정 마라. 그는 쟤 스승들과 달리 유연한데다 머리도 좋지. 탐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위험하지 않는 것도 아니나 주는 만큼 받을 수는 있을 게다. 섣불리 손을 썼다가 그 노괴들이 강호에 나오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이용할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하면 돼, 계집이라는 약점도 찾았고, 흠, 채찍을 사용할 수 없는 맹수를 길들이는 셈인가. 허허허"
아무리 노련한 맹수 조련사도 자칫 실수하면 맹수에게 먹힐 수 있다. 곽현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유백이 나간 방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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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에로가 등장할려면 몇편은 더 걸리겠습니다. 하하하
어쩌겠습니까. 무협을 표방하는 이상 기본 스토리는 끌고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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