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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02 744회 0건
음애루주 53 - 강호

집무실을 빠져 나오자 황급히 다가온 하녀를 부드럽게 물리친 유백은 설영과 유하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기실 평온한 겉모습과 달리 유백의 마음은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설영과 유하를 만나 아름다운 미모와 미소로 짜증을 풀고 싶은 유백이었다.
날카롭고 냉정하지만 언제나 헌신적인 설영이나, 선머슴에 대범하지만 은근히 순진한 유하가 보고 싶었다. 저들에 비하면 너무나 아름답고 착한 마음씨를 지닌 여인들, 저들에 비하면 너무나 단순하고 순진한 여인들.
맹주와의 만남은 유백의 신념을 더욱 굳게 만들기 충분했다. 기루의 여인들만큼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은 없는 것이다.
[역시 스승님들과 했던 이야기는 틀린 게 아니었어. 정파 놈들은 뒤로 호박씨 까는 놈들이라니까, 입맛까지 지저분해지는군. 그에 비하면 누님들은 얼마나 아름답고 착하냔 말이지. 더럽다고? 훗, 웃기는군. 너희들은 누님들의 발톱 때만큼도 깨끗하지 못해,]
권력욕에 쩌든 늙은이가 무림맹의 맹주라니, 하기사 저 자리에 올라가서 실권까지 쥐어 잡기 위해 얼마나 더러운 짓을 했을지, 필요해 의해 적당히 맞춰주기는 했지만 욕지거리가 올라오는 유백이었다. 유백의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마치 냄새나는 더러운 곳을 피해 도망가는 모양새였다.
[당분간 적당히 따라주는 척 해주겠어, 너희들과 역흑천홍교와 붙을 때 까지 말이야. 둘이 박터지게 싸워 보라고. 난 누님들의 엉덩이나 주무르며 즐겁게 구경해주지,]
그런 마음에 서둘러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긴 유백은 눈에 들어온 광경에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냥 자리나 비켜달라고 말한 것인데....진짜 비무를 벌이고 있을 줄이야...]
허탈한 마음으로 둘의 비무를 지켜보던 유백은 금세 흡족한 미소를 띄었다. 그 시작이야 어쨌든 너무나 볼만한 비무였다.
내공은 쓰지 않기로 했는지 검기나 흑운제왕투 특유의 흑기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눈에 들어와 버린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춤을 추어도 이렇게나 아름답고 유혹적이며 예술적이지 않을 것이다.
흐르는 물처럼 때로는 동정호에 피어난 안개처럼 부드럽고 여유 있으며 어딘지 몽환적인 느낌을 지닌 설영의 검이 뿌려지고 설영과 대비 되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정제되어 활기와 투기가 넘치는 유하의 권과 각이 허공을 가른다.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설영과 강렬하고 거침없는 유하의 움직임은 완전히 달랐지만 그렇기에 더욱 어울렸다. 더군다나 둘 다 천하에서도 다시없는 미녀들이다. 살포시 미소를 띄운 둘의 얼굴과 달리 어지럽게 춤을 추는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과 곱게 빛나는 비단결 같은 피부에 송글송글 맺여있는 땀방울, 격한 움직임에 남자를 유혹하듯 흔들리는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초식에 따라 휘날리는 치파오의 치맛자락 속에서 언뜻 언뜻 모습을 비추는 속옷, 그야말로 눈이 호강한다는 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리라,
[하지만...이것 참, 공짜로 보여주기엔 너무 아까운걸.]
몰려드는 인파가 조금 신경을 거슬렸지만 그렇다고 둘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유백은 자리에 앉아 술병을 꺼내 마시며 비무를 즐겼다. 둘의 비무는 유백의 마음에 남아있던 어두운 기분을 날려주기 충분했다.
"그거 술이라면 저도 좀 나눠 주시겠어요?"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에 유백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별다른 말 없이 술병을 건냈다. 지금은 둘의 비무에서 눈을 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순순히 술병을 건낸 것이다.
"후아~ 좋은 술이군요. 고마워요 , 좀 더 마셔도 되겠죠?"
"저도 마실 수 있다면 허락하죠."
"술병의 주인이 허락했으니 한 모금만 더 마신 후 드릴게요. 정말 아름다운 비무에요. 여자인 저도 술 한잔 생각이 간절할 만큼 말이죠."
"그럼 제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게 무례가 아닌 것도 알겠군요."
"아, 죄송해요, 방해였나요? 하지만 같은 여자로서 질투가 나서요."
건네받은 술병을 입에 가져가던 유백은 술병에서 풍기는 여인의 냄새에 고개를 끄덕이며 품을 뒤지는 척하며 잔을 꺼내 술을 따른 후 술잔을 여인에게 건넸다.
"태도가 좋으시네요, 하지만 이미 제가 입을 대었다고요? 그렇군요. 헤픈 여자로 보이면 안 좋으니, 마음 씀씀이가 고우시네요. 아! 하지만 공자도 입대고 마시는 건 좀 참아주세요. 부끄럽거든요."
[호강하는군. 이런 멋진 대무와 어울리는 목소리라니.]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또 영리하다. 자신의 한 말과 건네진 잔의 뜻을 금세 알아채고
또 조용히 술잔을 입에 머금는데 술이 목을 넘기는 소리를 죽이는 것을 보니 교육을 잘 받은 명가의 여식이 분명했다.
파앙!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설영과 유하가 거리를 벌린다. 부드럽게 몸을 돌리며 남아있는 힘의 여운을 지우는 설영과 유하의 모습은 춤을 끝내는 무희와 같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씨. 진짜 쌔졌네. 얼음댕이."
"너도 충분히 강해졌어. 그래도 아직은 부족해."
"쳇! 두고 봐, 나도 주인에게 배울 거니까."
투덜거리던 유하는 모여 있는 인파의 모습에 조금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술병을 들어 올리는 유백을 발견하고 빼액 소리를 질렀다.
"주인! 혼자 마시냐!! 나도 목말라!!"
유백에게 성큼 다가가는 유하의 모습에 뭐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을 마냥 그 고운 아미를 찌푸리는 설영이었지만 한숨과 함께 유백에게 걸음을 옮겼다. 한달음에 다가가 유백의 손에서 뺏다시피 술병을 낚아 챈 유하는 얼마 남아있지 않은 술에 울상을 지었다. 그래도 반만 마시고 남은 술을 떨리는 손으로 설영에게 건네며 아쉬운지 연신 입맛을 다시는 유하의 모습에 맹주실에서 부터 남아있던 감정의 찌꺼기가 사라져 크게 웃어 버리는 유백이었다.
"하하하. 역시 누님들은 최고에요. 정말 멋지다고요."
뜬금없는 유백의 웃음에 어리둥절했던 설영과 유하는 곧 자신들의 비무를 칭찬하는 것으로 받아 들였다. 설영이 싱긋 웃으며 유백에게 고개를 숙였다.
"볼만 하셨습니까? 다행입니다."
"그런데 주인, 술 남은 거 더 없어? 이거 목 축이는 것도 안 된다고."
"여기 옆에 분이랑 다 마셔서 남은 게 없어요."
그제야 설영과 유하는 유백의 곁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유백도 둘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로 봐서는 충분한 미인이겠다 싶었지만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술잔을 두 손으로 부여잡은 채 살포시 미소를 지으는 여인의 모습에
내심 감탄사를 내뱉었다. 고운 흑발을 단정하게 틀어 올린 머리와 설영과 유백과 달리 잔잔한 느낌을 주는 미소. 그리고 총명해 보이는 눈동자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미모를 빛나게 만든다. 그런 지적인 모습과 어울리는 몸매에 유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에 오기를 잘했군.]
"오랜만이에요, 설영언니, 그리고 유하도, 두분 다 무척 아름다워 지셨네요."
부드럽게 고개를 숙이는 여인과 면식이 있는 듯 설영과 유하는 여인의 인사를 받으며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이야. 반가워."
"웬일이야? 네가 방에서 나오다니?"
"두 분이 왔다는 소식을 들어서요. 그런데 조금 소란스럽기에 와보니 두 분이었어요.. 참 보기 좋아서 이쪽 분께 술을 좀 얻어 마셨어요."
"그랬구나."
"난 주인이 벌써 마수를 뻗은 줄 알았지"
유하의 말에 난처한 미소로 뺨을 긁적이던 유백은 이어진 여인의 말에 쓰게 웃고 말았다.
"어쩐지 여인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러우시더니 역시 바람둥이셨군요."

오랜만에 땀을 뺐더니 술도 고프고 배도 고프다며 난리를 피우는 유하에게 못 이겨 일행은 무림맹을 나와 주루로 향했다. 무림맹에서 마셔도 괜찮았지만 설영과 유하 그리고 여인의 미모에 슬금슬금 다가오는 무리들이 귀찮기도 해서 밖에서 마시기로 한 것이다.
"하남에 왔으니 하남 요리를 먹어야지. 에또...잉어탕에,귀화피사,파후두,하화련봉계,그리고...철과단과 락! 술! 술은.."
"적당히 해, 그거 다 먹을 거야?"
"없어서 못 먹지! 있는걸 왜 못 먹어!"
설영과 유하의 미모에 정신이 팔린 점소이와 티격거리는 둘로 인해 약간의 소요가 지난 후에야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여전하시네요, 두 분은"
"뭐, 그렇지..."
"너야 말로 여전하구나. 아직도 책에 묻혀 사니?"
"예전만큼은 아니에요. 그보다 소개는 안 시켜 주실 건가요? 이쪽의 잘생긴 공자님을 두 분이 주인님이라고 부르던데."
여인의 말에 설영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여인에게 유백을 소개했다.
"그래, 잘 보았네. 나와 설영의 주인님이셔. 주인님, 이 아이는 전에 말씀드린 제갈 세가의 여식으로 제갈 연이라고 합니다."
[역시...]
유백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여인에게 포권을 지으며 인사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백입니다. 별호는 없으니 너무 나무라지 말아주세요"
"좋은 이름이시네요. 저는 제갈 세가의 여식으로 제갈 연이라고 합니다. 부끄러운 별호나마 서일주향화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어요."
"글에서 피어나는 한줄기 꽃이라... 누군지 모르지만 제법 운치 있는 별호시군요. "
"부끄러운 별호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별호들 참 거시기하다니까? 투화란에 흑빙선녀, 서일주향화. 누가 지은거야? 그런 별호. 그나마 내가 제일 괜찮지 않아?"
불쑥 끼어든 유하의 말에 설영도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만마지옥 간수들은 나를 흑빙마녀라고 불렀어."
"우와? 그놈들 참 겁대가리 없었네? 보나마나 얼음댕이가 엄청 독하게 굴었을 거야. 하지만 진짜 어울려. 얼음댕이한테 딱 이야."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유하의 모습에 설영이 이를 갈자 그런 둘의 모습을 그립다는듯 바라보던 제갈 연은 탁자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리며 유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말 놀라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설영언니와 유하가 남자와 함께 다니다니. 불가능 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설영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유하가 먼저 나섰다.
"그거 욕이지!"
"누구라도 놀랄걸요? 설영언니와 유하를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더군다나 이렇게 잘생기신 공자분이라니, 그래서 더 불가사의하네요."
제갈 연은 입매를 가리고 웃는다. 낮지만 부드러운 웃음소리에 유하가 입술을 삐죽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오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웃으며 환담을 나누며 술자리가 이어졌다. 끊임없이 티격태격 하는 설영과 유하와 그런 둘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는 제갈 연, 하지만 때때로 은근히 유하를 약 올리거나 설영을 부추겨 유하를 면박 주는 모습에
유백은 대충 세 명의 관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유하누님이나 연 누님은 설영누님을 자신들의 큰 언니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군. 하지만 유하누님은 그런 설영누님을 잘 따르면서도 호시탐탐 대들 기회를 노리고, 연 누님은 설영누님에게 대들거나 놀릴 생각은 안하지만 유하 누님을 놀리거나 설영 누님을 부추겨 유하누님이 설영누님에게 혼나는걸 즐기고, 유하누님은 또 그런 연 누님과 티격거리고...참 재미있는 관계야.]
마치 자매와 같은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유백은 갑작스런 소란에 고개를 돌렸다.
"이층은 우리가 예약하지 않았는가?"
"예약한 좌석은 저곳에 마련 해 놓았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그럼 어찌 이층에 사람이 있단 말이냐?"
"하, 하오나 예약은 아홉 분으로..."
"육룡 사봉이 예약했다고 한다면 응당 한 층 전부인것을 모른단 말인가? 지금 무림맹을 무시하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억지에 유백의 눈썹이 찡그려지자 제갈 연은 한숨을 쉬며 그 부드러운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태진이군요. 설마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요. 하아~ 참, 멍청한 사람이에요."
"아는 사람이니?"
설영의 질문에 제갈 연은 그 부드러운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입가를 가렸다. 마치 입에 담기도 싫다는 듯 했다.
"서안의 이태진이라고, 서안일군자 이혁진의 자식이죠. 부모의 위광으로 무림맹에 들어왔는데 육룡 사봉이 무림맹에 온 후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버러지에요."
미모와 그 부드러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혹독한 평가와 독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제갈 연이었다. 곧 이어 젊은 무리들이 모습을 보이고 점소이 대신 총관으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자 더욱 기고만장한 이태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팽 형, 이들이 무림맹을 우습게 보는 모양이오. 어찌 예약을 했는데 자리를 비워 두지 않았단 말인지."
그러자 한 인영이 나서며 총관을 향해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총관, 오늘은 오랜만에 친우들과 모임이 있어 그러니 아무래도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워주지 않겠는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모양인지 뺨치고 어르는 수순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내심 헛웃음이 나오는 유백이었다.
"저들 전부 명가와 이름 있는 문파들의 자제들 아니었나요?"
"예전에 봤을 때도 재수 없긴 했지만 저 정도로 싸가지 밥 말아 먹지는 않았는데?"
"저들은 자신들과 동급이나 위에 있는 자만이 예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참 부끄러운 일이에요."
"선민사상이구나..."
설영의 말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제갈 연의 모습에 유백은 인상을 찌푸렸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저렇듯 손님을 쫓아내면 이 주루의 평판이 어떻게 되겠는가. 저들이야 언제 또 모일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장사해야 할 주루가 입을 피해는 적지 않을 것이다. 쩔쩔매던 총관이 다가오는 모습에 설영이 유백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주인님."
"귀찮네요. 자리를 비켜주자니 우리도 막 술자리를 벌인 셈이고...저들을 눌러버리고 앉아 있자니, 주루에 피해가 갈 것이고 또 저들 옆에서 술 마시자니 모처럼 기분 좋게 마시던 술맛이 떨어질 거 같고...."
"그보다 자존심이 먼저야. 주인이 저딴 놈들 때문에 자리를 비켜주는 거 내가 못 참아! 안 그래, 얼음댕이?"
"모처럼 옳은 소리 하네. 내가 하겠어."
"아냐. 내가 할게, 저기 몇 놈은 나한테 지분거리다 맞은 놈들이거든. 주인도 기루에 피해 주는 거 싫은 모양이니까."
"좋아. 확실하게 해."
막 유백이 입을 때려는 찰나 설영의 허락이 떨어지자 유하는 매서운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너희들 지금 나더러 나가라는 거냐?"
유하의 외침에 다가오던 총관이 걸음을 멈췄고 저들끼리 숙덕이며 웃고 떠들던 이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눈을 굴리던 무리는 불량해 보이는 자세와 매서운 미소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유하를 발견하고는 안색을 굳혔다.
"투화란...."
"투화란? 투화란이 저렇게 아름다웠어?"
"흥! 얼굴만 이쁘면 뭐해요?, 성격은 완전히 개차반인데."
"하, 하지만 저런 미모라면..."
일행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는 유하의 귀에도 똑똑히 들어왔다.
"정정!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하에게 정정이라고 불린 여인은 손을 내저으며 황급히 외쳤다.
"나, 난 아무 말도 안했어, 지, 진짜야."
"장난 하냐!! 이 거리에서 내가 못 들을 거 같아? "
육룡 일행에게 다가가는 유하를 보며 제갈 연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유하가 강하기는 하지만..."
"괜찮아. 저 중에서 유하와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전부 덤벼들면 위험하겠지만 그때는 나도 나설 거야."
"유하 누님과 붙어볼 만한 사람은 저들 중에서 둘 정도군요. 그것도 합공을 해야지만 유하누님과 어우러져 볼만 하겠어요. 나머지사람들은, 글쎄요... 일다경도 안걸 리겠는데요? 뭐, 제일 강한 둘이 붙으면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하누님이 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보아 하니 무위만 높았지 생사결 경험은 없어 보이니 처음엔 좀 고전 할지 모르지만
결국 쓰러지는 건 저들일걸요."
자신의 걱정과 달리 태평한 설영과 유백의 말에 제갈 연은 유백을 바라보며 이체를 띄었다. 본 것 만으로 상대의 무위를 짐작 할 수 있으려면 단순히 상대보다 강한 정도로는 부족하다. 몇 배의 차이가 나지 않고서야 상대의 무위를 짐작할 수 없는 법이다. 하물며 단순히 무위의 고저뿐 아니라 싸움이 벌어졌을 때 진행까지 짐작 할 수 있다면....
제갈 연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유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조금 가라앉은 눈빛은 살짝 위험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오랜만이오, 유하소저. 손 대협과 세가를 찾았을 때 이후로 본적이 없으니...그동안 무척...아름다워지셨구려"
성큼 성큼 다가오는 유하를 가로막으며 남자는 포권을 지어보이였다.
"오랜만! 그런대 일단 비켜주라. 한 년만 손봐주고 다시 이야기하자구"
"여기서 싸우면 주루에 피해가 갈 것이오. 비록 말단이기는 하나 우리 또한 정도 무림맹의 일원이오, 어찌 민간인에게 피해를 끼친단 말이오. "
"하하하! 걱정마, 걱정마, 금방 끝날 텐데 피해갈 일이나 있겠어?"
싱글 거리며 웃는 얼굴과 다르게 뿜어져 나오는 투기는 피부를 따끔거리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남자는 내심 일행의 섣부름에 짜증이 밀려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동료의 실언을 대신 사과하리다. 보아하니 일행도 있는거 같은데 즐거운 술자리를 망처야 되겠소."
"나가라며?"
"하하하! 그저 무림맹에서의 일을 논해야 하기에 외부인을 물리쳐 달라 총관에게 부탁한 것뿐이오. 유하 소저라면
무림맹의 일원 일진데 내 어찌 나가라고 하겠소. "
"말은 잘하네, 안 나가도 되는 거지?"
"물론이오."
"좋아, 정정, 네년 운 좋은 줄 알아."
유하의 으름장에 정정이라 불리는 여인이 찔끔하며 몸을 뺐다. 유하가 몸을 돌려 일행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유하에게 미소 짓는 설영과 제갈 연을 발견하고 얼굴을 굳혔다.
남자의 일행들도 그 사실을 눈치 챘는지 유백들이 앉아있는 자리에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허.. 저런 미인들이....
"제갈 세가의 제갈 연이군 , 하지만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무슨 바람이 불어서..
"다른 한명은...?"
"그..글쎄?"
"흑빙선녀. 검각의 한 설영 소저야. 육 년 전 무림맹에서 잠깐이나마 면식이 있어. 그, 그때도 아름다웠지만... 지, 지금은 뭐랄까...와, 완전 우물일세..."
"허어..완전히 고금의 미녀를 다 모아 놓은 것 같군.."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와 냉정해 보이는 분위기와 달리 묘하게 색정적인 느낌이 감돌며 저도 모르게 음심이 동하게 만드는 설영의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던 일행들을 일깨운 것은 일행과 함께 있던 여인이었다.
"흥! 언제까지 서있을 셈인가요?"
뾰족한 여인의 외침에 일행과 같이 설영을 바라보던 총관이 헛기침으로 슬쩍 고개를 돌리며 일행을 안내했다.
"이, 이쪽으로..."
"허,험! 그러지.."
총관의 안내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듯 헛기침으로 붉어진 얼굴을 무마하면서도 눈길은 설영들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흐,흠 . 총관. 크흠. 저들과 면식이 있어 합석하고 싶은데... 좀 큰 자리로 줄수 없겠는가?"
"예? 예... 그러도록 하지요."
얼마 되지 않는 공간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남자의 말은 설영의 귀에도 고스란히 들어왔다. 유백의 잔에 술을 따르던
설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유백에게 전음을 보냈다.
-자리를 옮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냥 합석하죠. 내키지 않지만 앞으로 며칠 후에는 같이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니 얼굴을
익혀둬서 나쁠 건 없죠.-
들려온 전음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던 제갈 연은 눈썹을 찌푸리던 설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상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유하가 자리에 앉는 모습에 고개를 돌려 유백을 바라보았다.
[남자보기를 벌레 보듯 하던 언니와 맹주에게도 반말하는 유하가 전음 한마디에 수긍하면서 얼굴을 피네요. 더군다나 세 명에게 동시에 전음을 보내다니...아무래도 제 짐작이 맞는 듯 하네요.]
유백을 바라보는 제갈 연의 눈동자가 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서로 설영과 유하, 그리고 제갈 연의 곁에 앉으려는 남자들로 인해 묘한 신경전이 벌어져 약간의 소요가 있었지만 어떻게 정리가 되어 시작된 주연은 조금 껄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묘한 침묵으로 시작 되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눈치 없는 사람은 있는 법이고, 참 도움이 안되는 재주고 때로는 따돌림까지 당하게 되는 재주지만 간혹 빛을 발할 때가 있는 법이다.
바로 지금과 같은 경우가 그랬다.
"핫핫핫, 저는 육룡 중 하나로 하북 일룡 팽 욱 이라고 합니다. 도왕 팽 자 부성 자를 쓰는 분이 제 백부 되십니다."
끝에 백부 이름만 안 붙였어도 나름 평가 해줄 만 했으련만, 유백은 팽 욱의 이름 대신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바보라고 기억하기로 했다. 설영과 유하와는 초면인듯 둘을 향해 포권을 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하는
팽 욱에게 설영과 유하는 고개만 까딱이며 인사를 받았다.
"흑빙선녀 한 설영입니다."
"난, 투화란 손 유하"
격식을 차린 팽 욱과 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이름과 별호만 밝히는 설영과 유하 였지만 팽욱은 그리 신경 쓰는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인사를 받아 준 것이 더 흡족한 듯 연신 벙글거리며 자리에 앉으면서도 둘의 얼굴에서 시선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예부터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란 아름다우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존재다.
참으로 슬픈 속성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팽 욱 덕분에 분위기는 살아났고 대부분 설영과 초면인 듯 자신의 앞 다투어 명호를 밝힌다.
"검각의 한 소저시군요. 사봉의 일원인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언가 일룡 언창휘 입니다."
"무척 아름다우시군요. 하하하. 저는 모용세가의 모용 원평이라고 합니다."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황보세가의 황 백전 입니다.
"당가의 당 일명입니다. 언제 한번 꼭 세가로 찾아오시면 제 후하게 대접하겠습니다."
"어쩌다보니 육 룡의 수장을 맡게 된 남궁 천입니다."
역시나 유백이 느꼈던 대로 가장 강한 인물들이 마지막에 포권을 쥐며 자신들을 각인시키듯 나름대로 기세를 흘리며 인사하는 모습에 유백은 한숨이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을 수 있었다.
[맹주가 구대문파를 위협한다고 제거하려는 인물들이 고작 이정도 수준인가? 후기지수라고는 하지만 고작 이 정도에 위협을 느꼈다니. 무림맹도 다됐군.]
흘러나오는 기세나 무위를 짐작해 보면 설영이 힘을 빼고 붙어보아도 백초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물론 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그 또한 설영이나 유하와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이들이 정말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기연이라도 얻지 않는 이상 설영과 유하를 이길 수 있는 날은 요원할 것이다. 유백의 이런 속내와 달리 아직도 자기소개는 계속 되고 있었다.
"이렇게 위명 높은 육룡 사봉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 서한일군자 이혁진의 소생 이태진이라고 합니다. 무림맹 주작단 소속이지요."
남자들의 소개가 끝나자 함께 있던 여인들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뾰족하고 날선 목소리가 그녀들의 심사를 짐작케 했지만 모두들 설영과 유하 그리고 제갈 연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탓에 달리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나마 그들의 수장이라는 남궁 천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지만 스스로의 위치에 대한 자부심인지 아니면 여성들의 질투심을 감안했는지 입을 열지는 않았다.
"서문세가의 이봉 서문 정정이에요."
"산동의 악 교임 입니다. 일봉이라고 칭하시면 됩니다."
유백은 서문 정정과 악 교임을 바라보았다. 나름 빼어난 외모이긴 하나 그렇다고 길에서 마주치면 돌아볼 정도의 미모는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매력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돋보일 텐데...
[저들과 누님을 묶어 사봉이라고 이름 지은 사람이 이 자리에 오면 땅을 치고 후회 하겠어. 어지간히 차이가 나야 저들도 덕을 볼 텐데, 저래서야 욕만 먹을 테지.]
물론 설영도 미녀화심법의 덕은 안 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녀화심법이 최고의 미녀로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원판불멸이란 말이다. 그 증거로 이제 막 미녀화심법을 익히기 시작한 유하나, 익히지도 않은 제갈 연은 오히려 설영의 외모에도 그리 꿀리지 않고 어우러지며 오히려 서로를 보안하고 때로는 장점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유백은 이봉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강호 초출이라 별호도 없고 위명도 없는 무림 말학이 이름 높은 육룡 사봉 소협들과 소저들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백입니다."
유백이 자리에 일어나 포권을 지으며 부드러운 미소로 인사하자 설영들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육룡 사봉이 아니, 육룡 이봉이 유백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아까와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여인들은 유백의 외모에 살짝 얼굴을 붉히고 외모에 대해 나름 자부심을 가진 남궁 천을 제외한 남자들은 인상을 찌푸린다. 그 모습이 흡족했을까? 만족스런 미소로 콧대를 세우며 이봉을 바라보던 유하가 문득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주인, 얼굴에 그 주술인가 머시기 안 걸었어?-
-누님들 덕에 주목 받는 것은 언제나 마찬가지고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았는데 굳이 숨길필요 있나요.-
유백의 전음에 유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난 주인이니 알아서 할 터이다. 그런 생각에 유하가 술잔을 들어 올리는데 언 창휘라고 자신을 소개 했던 남자가 유백에게 말을 걸었다.
"유 소협이셨군요. 실례되지만 사문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사문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군요. 그저 몇몇 명사 분들에게 배움을 받은 것이 전부입니다."
"호오, 그럼 그 명사 분들의 존함은 어떻게 되시는지...."
"하하핫, 죄송합니다. 명성이 없으신 것은 아니나 여러분들이 아실만한 분들은 아니군요."
유백의 대답에 육룡들은 의시 대는 눈빛으로 유백을 바라보았다. 격이 다르다고 생각한 것일까? 유백에게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언창휘였다.
"천하는 넓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 두 분과는 어떤 사이인가?"
언창휘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유하였다. 이미 이들의 눈빛에서 주인을 깔보는 빛을 알아챈 유하가 유백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살기를 띄우며 입을 연다.
"언창휘. 네가 말 놓는 사람은 내 주인이거든? 뒤질래?"
"다시한번 내 주인님께 하대한다면, 용서 하지 않겠어."
설영 또한 유하와 마찬가지로 화가 났는지 안 그래도 냉정하게 울리는 목소리를 더욱 가라앉히며 언창휘를 노려보았다. 두 미녀가 진심으로 발하는 살기에 언창휘는 심장마저 옥죄어 오는 느낌을 받으며 식은땀을 흘러내렸다. 그런 언창휘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유백이었다.
"하하하, 누님들, 보아하니 다들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 데다 이름 높은 육룡 이봉 분들이다 보니 몸에 밴 습관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걸 거예요. 아마 저를 가깝게 느껴서 그런 모양이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유백의 부드러운 만류에 설영과 유하가 살기를 거두자 언창휘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헐떡거렸다. 유백은 그런 언창휘에게 부드럽게 술을 건네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언 대협. 누님들이 언 대협의 내심을 짐작치 못해 결례를 범했습니다. 제 잔을 받으시고. 부디 노여움을 푸시길."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던 언창휘는 유백이 건네는 사과에 벌컥 화를 내려다 싸늘한 설영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유백의 잔을 받았다.
"아닙니..아, 허험! 아니네, 유하소저와 설영소저가 자네를 그리 생각하는지 몰랐을 뿐...이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존칭을 황급히 얼버무리며 유백의 잔을 받던 언창휘는 유하의 시선에 말꼬리를 흐렸다.
"사과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 높은 육룡 사봉을 만나 뵙게 되었으니 제가 한잔씩들 올리지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육룡 사봉에게 잔을 채워 주며 자리를 주도하는 유백의 미소와 부드러운 분위기에 술자리는 조금씩 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외쳤지. 이 패악한 도적무리들아! 나 황 백전이 정도 무림을 위해 너희들을
용서치 않으리라. 하고 말이야. 그랬더니 꽁지 빠져라 도망가더군. 하하하하"
"황 대협의 위명은 산적들에게도 널리 퍼져있는 모양입니다. 이것 참, 부러운 일입니다."
"허! 그 정도 가지고, 나는 말일세...."
"오~ 모용 대협은 또 어떤 협행을..."
제갈 연은 유백이 따라주는 잔을 홀짝이며 한창 흥이 오른 술자리를 바라보았다. 호들갑을 떤다는 느낌은 없지만 귀한 존재에게 술을 따르게 되어 영광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이봉에게 술을 따르는 유백의 모습에 제갈 연은 눈을 빛냈다. 설영과 유하 그리고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육룡들이 떠드는 경험담을 경청하여 맞장구치거나 추켜세워 주며 동시에 이봉을 챙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도 챙기며 은근하게 육룡 사봉과 어울리게 만드는 한편 벽을 세워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려는 육룡 이봉을 막는다. 너무나 부드럽게 술자리를 주도하며 흥을 돋우면서 설령들과의 관계를 물어오거나 조금 딱딱한 이야기를 꺼내려 들면
자연스럽게 관심사를 돌려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게 만든다. 일초지적도 안 돼는 상대에게 스스로를 낮출 수 있고
또한 저렇게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으며 술자리를 주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충분한 경험과 눈치와 두뇌,성격 그리고 폭 넓은 지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힘들겠네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여전히 웃고 떠드는 일행을 바라보는 제갈 연의 눈이 침중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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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 야설이 맞습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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