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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1 23:50 1,208회 0건


93. 송경화 비서실장에게 설득당함




다음날은 목요일이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지혜와 해수가 오늘부터 시험이 시작된다. 나는 출근 준비를 끝내고, 최수희에게 전화해서 출근길에 같이 병원에 들르기로 했다.

나는 도로에 내려가서 지혜와 해수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해수 엄마 윤미진이 아이린의 차를 건물 입구에 대놓는다. 지혜와 해수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녀가 나를 보고 차에서 나온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밤 늦게 들어오셨는데, 일찍 일어나셨네요. 정말 엄청 피곤하시겠어요."

"아직은 젊으니까 버텨집니다. 하하."
"그 젊음이 진짜 부러워요."

"해수 어머님도 아직 한참때이신데요."




건물 입구에서 지혜가 푸석푸석한 얼굴을 하고 나오면서 나를 부른다.




"오빠!"


"그 상태로 오늘 잘 할 수 있겠니?
얼굴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써있네."

"해수가 어제 오빠 방에 가는 바람에 .."

"나랑 해수가 무슨 사고라도 칠까봐?"

"흥!"




나는 분위기 쇄신용 멘트를 날려야 했다.



"정신 상태를 확인하자. 서지혜. 오늘 시험 과목은?"
"수학2, 화학, 영어."

"그럼 지혜가 예상하는 점수는?"
"세 과목 다 일등급. 나, 정상이지? 헤헤."

"완전 정상으로 보기에는 쪼옴 그렇네.
어쨌든 제발 그렇게만 해라."

"꼭 그러지 말라고 하는 말로 들리네?"

"지혜 너 진짜 정상 아니네.
잠을 설쳐서 거꾸로 알아듣는거지?
아니면 일부러 청개구리짓을 하고 싶은 거니?
오늘은 한시면 집에 오겠네?"

"한시는 너무 빡빡해. 늦어도 두시."

"나보다 먼저 오면 내 방에서 공부하고 있으세요."

"언제는 안 그랬나? 뭘 또 그렇게 새삼스럽게.."



내가 지혜와 이야기하는 사이에 해수와 경식이도 내려왔다. 아이린도 뒤따라 나온다. 해수는 얼굴이 아예 핼쓱하다. 말짱한 애는 경식이 뿐이다.

그런데 지혜는 조해수를 본 척도 안 한다. 조해수도 지혜를 쳐다도 안 본다. 둘 사이에 이상한 복잡미묘한 기류가 감돈다. 지혜가 조해수에게 무슨 짓을 먼저 했을 리는 없다. 분명 조해수가 무슨 실없는 짓이나, 터무니 없는 말을 했을 것이다.

한동안 공부에서 손을 떼고 있다가, 오래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한 애들은, 매일 빡씨게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그러면 이상한 짓이나, 벼라별 소리를 다한다. 그것은 지혜도 처음에 마찬가지였다.

혹시 조해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이런 의미 없는 일들이 혹시라도 이번 시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지금까지 공부해오면서 지혜와 해수 사이가 꼬인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나이때 흔히 있는 일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겼다.


조해수는 지금까지 공부를 꾸준히 했다. 해수에게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시험 준비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했다. 그래서 해수는 복습을 위주로 하면서도, 조금씩은 빼먹지 않고 예습을 했다. 해수가 학교 수업에도 어려움이 없이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반복을 계속해서 기억에 남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혜도 학교에서나 집에서 해수가 공부하는 것을 많이 도왔다. 그러면서 지혜는 자신이 공부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혜와 해수는 둘이는 옆에서 보면 정말 친한 것 같다. 그런데 언제는 두 마리의 싸움닭처럼 앙숙같기도 하다. 해수는 경식이를 자기 연하남이라면서 둘이 사귄다고 한다. 경식이도 해수가 연상이고 이상형이라고 뒤를 받쳐준다. 그런데 지혜는 해수에게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하느냐고 응수한다. 또 해수가 공부하면서 나에게 스킨쉽을 해오면 지혜는 도끼눈을 뜬다. 이들은 나와 경식이가 보는 앞에서 이렇게 귀엽게 아옹다옹한다.

나는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을 풀어주려고 해수에게 한마디 했다.



"해수 화이팅!"
"오빠, 나는 마음을 비우고 해탈의 경지에 들어간 것 같아요."

"계집애가 꼴에 무슨 .."


"해탈을 하건, 뭘 하건, 시험 끝나고 하세요.
오늘은 우선 시험이나 잘 보자. 알았죠?"

"알았어요. 오빠. 진짜 잘 해올께요."
"닭대가리 같은 게 알긴 뭘 알았다는거야?"

"요게 정말?"
"아오. 아침부터 진짜 왕재수다."


"지혜, 해수, 화이팅!"
"오빠도 화이팅!"
"화이팅이고 나발이고, 닥치고 빨리 타기나 해!"




조해수는 해빙 무드이지만, 지혜는 완전 독기를 품은 싸움닭이다. 그런데 조해수는 지혜에게 응해주지 않는다. 애들 세 명이 모두 아이린의 차에 탔다. 윤미진은 차를 출발시킨다. 나는 손을 흔든다. 차는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전능하신 신께 지혜와 해수를 위하여 기도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내 전화기로 카톡이 들어온다. 지혜다.


"이번에 일등급 못나와도 두 개야. 약속 지켜."



이것은 분명 협박이다.
쪼끄만게..



이제 도로에는 나와 아이린만 남았다. 출근길에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동네 사람들의 보는 눈이 있어서 우리는 손도 잡을 수 없다. 나는 지혜가 보낸 카톡을 아이린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린은 읽어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데 아이린은 거기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고 전혀 엉뚱한 얘기를 한다.



"자기, 커피 한 잔 안해?"

"누나도 참. 길거리에서 무슨 커피야?
병원에 들렀다가 갈꺼니까, 커피는 병원에서 마시든가 하려고요."

"병원? 그럼 나도 갈까?"
"좋아요. 같이 가요. 타세요."




아이린이 내 차에 같이 탔다. 우리는 최수희네 아파트 쪽으로 출발했다. 아이린은 창 밖을 보며 뭔가 생각에 잠겨있는 듯 하더니,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서 나를 보고 말한다.




"어제 물량이 없어서 10억을 못 채웠어. 오늘 시작하면서 어떻게 될지 걱정이야."
"10억을 꼭 채워야 해요?"

"그 일에 대해서 나는 자세한 내막은 몰라.
사모님이나 지혜 아빠 말로는 내 쪽에서 최소한 10억은 돼야 한다던데.."

"거기에 해수 엄마는 왜 안껴줘요?"

"미진이는 입이 워낙 싸서. ..
아직은 때가 아니야. 나중에 봐서 껴주든가 해야지.
지금은 일단 비밀이야."

"알았어요. 그런데 요새 PC방은 어때요?"
"당연히 엉망이겠지? 그거 이제 지겨워서 고만하려고."

"그럴줄 알았어. 어제 비서실에서는 누나를 이사로 추대한다는 말이 나오던데 .."

"사모님이 불안하니까 나보고 같이 하자고 했거든.
나는 생각해보자고 말만 하고, 아직 확답을 한 것은 아니야."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는 최수희를 차에 태우고 우리는 오성대학병원으로 갔다. 송실장은 벌써 나와있다. 구전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친척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아마도 밤샘을 한 것 같다.

우리는 임영선과 사모님께 인사를 했다. 임영선은 빈소를 지키고, 사모님은 우리를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송실장도 커피를 들고 따라 들어온다.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사모님과 송실장이 낮은 소리로 소근거린다. 그런데 내 귀에 다 들린다. 마치 나 들으라고 하는 얘기인 것 같다.




"구전무가 우리한테 너무 친절해. 회사에서는 어때?"
"회사에서도 전과는 달리 엄청 친절한 편입니다."

"이사회에서 표를 의식해서 그러나?
회장님한테는 사사건건 시비였다던데."

"이사회는 언제쯤 열립니까?"
"월요일 오전에 하기로 했어."

"사모님께서는 한상무님을 후보로 세우신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죠?"

"그런데 그것도 골치 아픈 것이 한상무가 아직도 안하겠다고 버티는 중이거든.
아직은 우리가 부실 기업이라나 뭐라나 .."

"그럼 빨리 영선씨라도 내세워야죠."

"저건 안돼. 저 천방지축한테 회사를 맡기자고 누가 표를 주겠어?
쟤 아니라도 여자는 무조건 안돼요. 나나 송실장도 안돼.
유통업에서는 여자가 치맛바람을 일으키면 재수없다는 말 못 들었어?"

"사모님. 그럼 김비서님은 밖에 없어요?"
"김비서님은 학교로 돌아가기 때문에 안된대."

"학교로 돌아가려면 아직 몇달 남았으니까 그 때까지 만이라도 .."

"할 수 없어. 내가 처음에 말 한 그대로야. 송실장이 김비서를 잘 설득하도록 해야 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고집통이 .. "




내 옆에 앉은 아이린이 내 허벅지를 쿡쿡 찌른다.



"어?"
"나 은행 때문에 가봐야 하는데 .."

"차 없으니까, 내 차로 가세요."
"그럼 수희씨나 태현씨는요?"

"우리는 송실장님 차로 가면 돼요."




아이린이 자리를 피해주자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수희와 송실장도 따라서 일어선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임영선에게로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린은 그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임영선은 영전에 자기 동생으로 보이는 여자랑 같이 있다. 임영선은 악수하는 것처럼 내 손을 잡는다. 동생인 듯한 여자가 나와 임영선을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자기야. 나랑 엄마를 도와줘."
"힘든 때니까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회사 일이나 걱정해."
"송실장님이 있는데, 내가 회사 일을 왜 걱정해?"

"실장 언니한테 너무 까칠하게 굴지 말고, .."
"내가 아무한테나 무조건 까칠한 줄 아니?"

"그럼 나한테만 그랬던거니?"




드디어 아이린이 사모님과 함께 우리에게로 왔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주차장으로 갔다. 나는 내 차의 키를 아이린에게 주고, 나와 최수희는 송실장의 차로 가기로 했다. 아이린은 손을 귀에 대고 나중에 전화하자는 말을 했다. 송실장과 최수희가 앞으로 탔다. 나도 뒷좌석으로 타려고 차의 뒷문을 열었다. 사모님이 나를 불렀다.



"김비서님."
"예?"

"학생들 시험 때문에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오늘 와주셔서 고마워요."
"당연히 와야죠."

"송실장과 얘기를 해주시고, 이번에 회사가 잘못되지 않게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사모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의 과제입니다."




우리는 회사에 도착해서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왔다. 최수희가 따라와서 커피를 준비한다. 송실장이 들어와서 신문을 펼쳐서 경제 페이지를 보여준다. 한강 유통에 관한 기사가 반페이지 정도 나왔다. 내가 기자회견을 하는 사진도 있다.



"오늘 오전에 기자들 인터뷰가 있을 예정입니다."
"실장님. 나는 점심 먹고 바로 퇴근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전무님 지금 병원에 도착하셨답니다."




송비서는 실수하나 하지 않고, 마치 깍두기를 담기 위해 무우를 썰듯이 도박또박 이야기를 하고 나갔다. 나는 최수희와 커피를 마셨다.



"믿을 수가 없어."
"뭐가?"

"우리 막내가 한강 유통의 회장이 된다니."
"하하하. 나는 하고 싶어도 못해요."

"자기야. 지금 이 분위기는 자기가 안한다고 해서 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거든요."
"왜?"

"이 회사가 구전무 손에 넘어가면, 마트 사업은 바로 끝이야.
우리는 그냥 짐이나 나르는 택배 회사가 돼버린다고."

"그 사람이 마트를 왜 싫어하지?"

"골치는 아프고, 적자는 피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그 사람은 마트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전혀 없어."

"이번에 분명 흑자로 돌아설텐데. .. 마트 일은 나도 모르거든요."

"구전무는 성질이 급해요. 마트 일로 쓸데없이 골치썩기 싫다 이거지."
"그 사람 혹시 고혈압 아니야?"

"술마시러 다니고 여자 여럿 거느리는 것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그 사람이 그런 짓도 해?"

"곰이 구르는 재주는 있다니까. 하하."

"한상무님은 어디 계셔요?"
"지금 주말 상품 때문에 정신이 없나봐."





커피를 마신 후에 최수희는 전산실로, 나는 디자인 작업실로 갔다. 나는 주은혜와 함께 의류 현황을 체크했다.



"내일 아침에 생산이 끝나. 오후에는 차에 싣고 나갈 수 있대."
"전부 밤샘을 하나보죠?"

"우리가 올빼미과거든. 하하."
"그럼 시판은 내일 늦게라도 시작할 수 있나요?"

"내일 저녁때라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어.
빠른 곳은 내일 저녁, 늦는 곳은 모레 아침."

"오케이."




송실장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인터뷰하러 내려오라고 했다. 나는 내 방에서 송실장이 주는 보도자료를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주 내용은 임회장의 사망에 대한 내용과, 임시 이사회, 임시 주주총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회장의 장례식은 회사를 생각해서 하루 늦춰서 토요일에 한다는 말이 있었으나, 구전무가 개입서서, 원래대로 내일, 금요일로 확정했다. 인터뷰에는 다행스럽게도 나나 구전무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기자들이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갈 것 같지않다.



송실장이 내 방으로 와서 인터뷰 시간이 됐다면서 나를 회장실로 데리고 갔다. 기자들 네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수희가 우리에게 커피를 들여왔다. 우리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인터뷰를 했다. 예상했던대로 기자들은 신임 회장에 대해서 물었다. 이 대답은 송실장이 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송실장은 기자들과 함께 회장실을 나가면서 나를 회장실에 남게 했다. 나는 송실장이 나를 설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비서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회장 선거에 출마해주십시오."

"상황은 저도 파악하고 있는데,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말씀해주십시오."

"우선 저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가 그런 점을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김비서님께서 회장직을 수락하시는 문제는 경영을 맡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이번에 구전무님께서 회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알고 계시지만 이 회사가 구전무님 손에 들어가면 회사는 끝입니다."

"그럼 경영은 누가 합니까?"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비서실에서 회장님을 도울 것입니다.
김비서님께서 회장직을 수락하시면, 한상무님께서 전무직을 맡으시고, 지금 구전무님은 물라나시게 됩니다.
그러면 경영 문제는 걱정하실 일이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두번째 문제는 제가 학교에 계속 다녀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 문제도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김비서님께서 학교에 다니시도록 저희 모두 최선을 대해서 회장님을 도울 것입니다.
한상무님도 이 점은 확실하게 약속하셨습니다."

"제가 학교에 있으면, 회장실에 있을 수 없는 것이 문제인데, 어떻게 돕는다는 말씀이죠?"

"지금은 화상 전화나 메신저를 이용한 화상회의가 가능한 시대입니다.
또, 재택 근무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제가 회사와 학교를 오고 가면서 학업이나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한상무님이 이상한데요?
왜 회장직을 거절하시는 거죠?
한상무님께서 거절하시는 회장직을 제가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한상무님께는 자금을 끌어들일 능력이 전혀 없으십니다.
그런데 김비서님께서 회장이 되시면, 제일 그룹의 서전무님께서 우리가 필요한 자금 문제를 해결해주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그럼 나는 회장의 직함을 갖고 한강유통과 제일그룹을 연결시키는 역할만 하면 되나요?"

"가장 중요한 업무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사회에 제출할 실적이 있어야 하니까, 다른 업무도 몇 가지는 하셔야죠.
그런 업무는 대부분 전무님이나 비서실에서 해결할 것입니다."


"송실장님. 저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요."

"김비서님.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모님께서는 장례식에 참석하시는 이사님들을 설득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설득이라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까?"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김비서님은 지금 현재 회장님의 기획비서관이고, 또 구전무님의 편에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트사업이 지금 전례 없이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회장님께서도 살아계실 때 이미 몇 분의 이사님들에게 김비서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두셨습니다."


"그러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예"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그렇습니다."

"공산주의보다 더 지독하네."
"김비서님. 지금 여기는 자본주의입니다."

"누나. 나 지금 완전 돌아버리겠다."

"김비서님. 지금 저에게 누나라고 하셨습니까?"
"예. 내 머리랑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나도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자칫하면 회사가 공중분해될 위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김비서님만 쳐다보는 중입니다.
김비서님.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고 회장직을 수락하십시오.
이 누나도 많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도와준다는 그 말 믿어도 돼?"
"믿으십시오."

"좋아. 그럼 누나만 믿고 한다."

"정말 ..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발 나중에 번복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럼 사모님과 한상무님께 김비서님께서 승락하셨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결국 나는 송경화 실장에게 설득당했다.







=*=*=*=*=*=*=*=*=*=*



** 지적해주신 번호 수정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지금 계획으로는 제3부가 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2부로 막을 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 남주 태현은 회사일로 골치아프고,
지혜는 시험 공부하느라고 바빠서 ...


** 처음 쓸때의 생각보다 판이 너무 커져서, 제가 과연 끝까지 해 낼 수 있을지 저도 걱정입니다.
그렇지만 독자님들께서 사랑해주신다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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