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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1 23:53 846회 0건
회한과 갈등속에 며칠을 보냈지만 지연은 여전히 긴장되는 생활을 반복했다. 식사를 끝낸 준태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를 듣고 안심하고 침실을 나왔다.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하던 그녀는 깜짝 놀랐다. 집을 나갔던 준태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들고 있던 그릇을 놓친 그녀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학원 책을 빠트리고 갔네.”
“음.......!?”

지연은 준태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그가 나가기를 기다리던 그녀는 당황했다. 그가 주방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는 더 이상 나이 어린 고등학생이 아니었다. 듬직한 체구와 수려한 외모의 그는 그녀 안에 있던 여자의 본능을 일깨워준 남자였다. 그녀가 지켜야할 벽을 무너트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형수 아직도 몸이 안 좋아! 얼굴 혈색이......”
“아니, 괜찮아.........”

준태가 주방 턱을 넘어 오는 모습에 지연은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두려움을 느낀 그녀는 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주방을 나가 침실로 향했다. 침실로 들어간 그녀는 방문을 잠그려다가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방문 앞에 서서 그녀의 아래위를 살피는 그의 눈빛이었다.

“형수! 며칠 밤을 형수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왜 이래! 이러지 마! 우리 사이에 이러면 안 돼.”

방안으로 들어온 준태가 지연을 껴안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지연은 그를 뿌리치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가슴에 안겨 침대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저주하고 싶었다. 다시는 휘말리지 않겠다는 그녀의 등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그녀는 순간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자신을 되돌아봤다.

“아, 안 돼........!”

이성과 본능의 공간 속에 허우적거리는 지연이었다. 블라우스 단추가 푸드득 풀어지고 브래지어가 밀려 내려갔다. 그를 밀어내려는 그녀의 몸부림은 어쩌면 예상된 행동이었다. 거부하는 몸짓이지만 그녀의 육체는 그의 가슴 아래 묻혀 있었다.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느새 자신의 옷을 벗은 상체를 들어내고 있었다.

“도, 도련님! 이, 이러면......!?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형수가 왜!? 나를 좋아하잖아. 외로워 보이는 형수를 항상 떠올리고 있었어. 형수가 좋아.”

“아, 아니......! 제발 이러지 마.”
“알아, 형수 마음.......! 어쩔 수 없이 나를 피한다는 걸.”

지연은 턱 밑에서 뜨거운 입김을 불어내던 그의 손에 젖가슴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입속으로 젖꼭지가 빨려 들어갔다. 그녀에게 남아있던 이성의 끄나풀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온 몸이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그녀의 예민한 피부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아찔한 회오리 속에 빠져 들었다.

“아~! 안 돼.......”

지연은 젖가슴을 파고드는 준태를 밀어내려고 팔을 뻗었다. 하지만 허공으로 떠오른 그녀의 손이 모포를 움켜쥐었다. 젖꼭지가 그의 입속에서 돌돌 말려지고 민감한 돌기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젖가슴을 침으로 적시던 그의 혀끝이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하복부로 향하는 그의 머리를 움켜쥐려고 했다.

“하지 마. 제발........이, 이러면 안 돼.....”
“형수 마음 알아. 그러니......아무 생각........하지 마.”

준태의 머리를 밀어 내려던 지연은 파르르 떨었다. 호크가 풀어진 스커트가 주르륵 그의 손에 의해 벗겨졌다. 그리고 팬티 위로 그의 더운 열기가 뿜어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둔부를 들썩였다. 그의 혀끝이 허벅지 사이를 오르내렸다. 아니 벗겨지는 팬티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팬티까지 벗겨진 하복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제발. 이러지 마......하음.”
“사, 사랑 해.........”

사랑한다고.....!? 지연은 남편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고백이었다. 그 사랑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면서도 기다렸던 말 같았다. 허벅지 사이를 오르내리는 그의 혀끝이 어딘가를 건드려 견딜 수 없었다. 차마 드러내 보일 수없는 음순이 그의 혀끝에 휘말리고 있었다. 눈을 뜨고 밑을 내려다보니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은 그의 균형 잡힌 근육이 꿈틀거렸다.

“도, 도련님........거길.....! 하지마........정말, 나를 어쩌려고.......”
“형수가....! 형수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아, 아니. 이러면 나........읍~!”

지연은 온 몸의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준태가 보지 속으로 혀를 밀어 넣은 것이다. 그는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면서도 그녀가 진심으로 받아드리고 교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혀끝이 들어갔던 그녀의 몸속에서 맑은 진액이 흘러 나왔다. 여자의 성기를 눈으로 직접 접하는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발기된 페니스를 쥐고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 후~!”
“하 앗.........!”

급하게 지연이 숨을 들이마시는 동시에 준태의 신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녀는 저돌적으로 치밀고 들어오는 남성에 의해 숨겨진 피부들이 일그러지는 충격으로 파르르 떨었다. 뻐근하게 몸속을 헤집는 남성의 열기에 그녀는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그녀의 육체는 또 다시 그에게 소유 당하고 본능의 물 결속에 휘말렸다. 그녀는 거부하려는 생각조차도 잊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 읍~~~! 읍, 으 읍~~~”

지연의 육체는 준태에 이끌려 도달했던 희열을 기억해내고 있었다. 능선을 치달리는 그녀는 몸속 깊숙이 치밀고 들어오려는 남성을 받아드리고 있었다. 아니 그녀의 예민한 피부가 남성은 감싸며 꿈틀거렸다. 침실 안은 거친 숨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습한 신음으로 적셔졌다.

“헉....! 헉~! 헉.......”
“하 아~! 하 으~! 으 읍........”

무아지경의 회오리에 휘말린 그들은 단지 욕망에 충실한 남녀에 불과했다. 그의 페니스가 깊이 들어가면 그녀의 육체가 치솟았고 흔들리는 젖가슴은 그의 손아귀에서 일그러졌다. 젖꼭지를 빨리는 그녀의 육체는 경련을 일으켰다. 흘러가는 시간은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반복되는 동작, 그리고 급하게 율동하는 몸부림이 이어졌다.

“음, 하~! 하 우........”
“아! 난 몰라. 하~! 아~! 아~! 읍, 읍, 읍.......”

모든 것을 포기한 지연은 자신의 몸속에 남성을 채우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그는 가족이 아니라, 그녀를 소유한 남자에 불과했다. 그녀는 그의 완전한 여자였다. 자책감과 자멸감에 젖었던 그녀는 자신을 갈망하는 그의 열정을 탓할 수가 없었다. 보지속 깊숙이 들어왔던 남성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낀 그녀는 둔부를 들어 올렸다.

“하 읍, 조, 조금만.......”
“아름다워. 헉, 헉! 지금 형수 모습이......헉, 헉......”

끝없는 엑스터시의 동굴을 지나던 지연은 갑자기 머릿속에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치명적인 희열을 감당할수 없어 왈칵 그를 붙잡고 늘어졌다. 찬란한 은하수가 산산이 부서져 떨어져 내렸다. 그녀는 허리를 비틀며 허우적거렸다.

“아 으~! 아~! 하~! 읍.....! 주, 죽겠어.......”
“혀, 형수......! 헉~!”

뒤로 젖힌 머리를 침대에 묻은 지연을 내려다보던 준태는 부르르 떨었다. 페니스를 감싸고 있는 피부가 살아 움직였다. 아니 페니스를 옥죄면서 보지 속이 뜨거운 진액으로 흥건해졌다. 절정의 오르가즘에 빠져드는 형수의 격렬한 몸짓에 그는 치를 떨었다. 그는 저절로 온몸의 피가 역류하며 경직되었다.

“하 윽~!”
“으 읍~!”

동시에 절정의 늪 속으로 빠져드는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숨소리가 잦아지고 어디선가 날아든 들새가 푸드득 날갯짓을 하며 유리 창문에 부딪쳤다가 날아갔다. 새삼스럽게 준태는 자신의 페니스로 채워진 그녀의 보지 속이 끈적이는 진액으로 흥건한 것을 느꼈다.

문득 지연은 꿈같은 결혼 초의 부부 관계가 떠올랐다. 지금에서 생각하니 남편은 여자들의 영혼까지 마비시키는 대단한 남자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적인 부모의 교육을 받고 자란 그녀는 남녀관계를 모르기에 부부 관계도 두려웠었다. 그런데 남편의 손길은 부드럽고 섬세했다.

보수적인 부모의 교육을 받고 자랐던 지연은 결혼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민감한 반응을 보였었다. 그리고 상상도 못했던 환희에 감동했다. 그러나 여자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저속하다고 알고 있기에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느 날인가부터 남편이 그녀를 감정 없는 돌부처라며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침대를 각각 쓰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녀를 미처 몰랐던 것이다. 단지 그녀가 자라온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녀도 몰랐던 그녀 자신 안에 열정과 격정이 숨어 있었다. 그녀를 소유했던 준태는 남편처럼 섬세한 애무도 없었고 남편같이 우람한 남성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육체에 숨겨졌던 성감을 저돌적으로 거칠게 자극하여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어쩌면 남편에 의해 단련된 그녀의 육체였다.

준태는 비로소 형수를 자신의 여자로 소유했다는 포만감에 젖었다. 그녀 또한 그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슬며시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내려다봤다. 외면하려던 그녀도 피하지 않고 올려다봤다. 정지된 시선으로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보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남성을 의식하고 눈을 감았다.

시청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체육관은 평소와 달리 조용한 편이었다. 토요일이었기에 훈련을 마친 선수와 코치들이 일찍 집으로 향한 오후 한나절이었다. 체육관 안으로 성민이 들어섰다. 그는 자주 근무하던 고교에 들려 사표를 제출하고 온 것이다. 일반 선수들을 지도하는 라고 어차피 결근하는 날이 많아지기에 미안하기도 하고 교사직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체육관 한쪽 매트에서 혼자 남아 연습을 하는 유미의 모습이 보였다. 성민은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매끄러운 몸매로 율동하는 그녀는 전혀 피곤한 가색이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밝은 표정으로 도약하는 그녀는 한 마리 은어 같았다. 성민을 발견한 그녀가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아! 아직 있었구나!”

“네. 집에 가서 할 일도 없고. 그런데, 퇴근 안하셨어요?”
“응. 볼일이 있어서. 식사는 했니?”
“........!”

유미는 대답 대신에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일찍 집으로 가려고 도시락도 준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집으로 가려다가 연습을 계속 한 것이었다. 성민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못 했구나! 나도 잊어버리고 돌아 다녔다. 같이 가자.”
“네. 히 힛~!”

유미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옷을 갈아 입으려고 한쪽 의자에 내려놓은 가방으로 향해서 갔다. 성민은 먼저 나가 있겠다고 말하고는 체육관을 나왔다.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은 유미가 체육관을 나와서 두리번거렸다. 계단 밑의 주차장에서 성민이 이은주 코치와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얘기인가 주고받던 성민이 유미를 힐끗 바라봤다. 유미는 까치발로 주차장으로 향해가면서 그들을 유심히 살폈다. 성민과 마주해 있던 이 은주가 손을 흔들며 공원을 빠져나갔다. 성민은 머뭇거리며 다가오는 유미에게 승용차에 타라고 손짓하고 운전석에 올라앉았다. 시동을 걸며 그가 혼잣말처럼 물었다.

“뭘 먹을가.......!? 뭐 좋아하니?”
“저는 아무거나 먹어요.”

“아무거나.....!? 그냥 간단히 양식할가........”
“.........”

승용차를 몰고 체육관 공원을 빠져나간 성민은 목적지를 정했는지 곧 바로 대로로 들어가 직진했다. 유미는 고급 승용차를 타보는 것이 처음이라 주눅이 들어 그의 옆모습을 훔쳐봤다. 신호등 앞에서 차를 멈춘 그가 뒷좌석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는 바로 코앞에서 어른거리는 그를 의식하여 들이마신 숨을 멈추었다. 그가 상자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사용해.”
“뭔데요.....!?”

유미는 물어보는 자신이 겸연쩍었다. 상자에는 휴대폰 이미지와 상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성민은 유미가 친구들과 하는 대화를 엿들었었다. 교사직으로 있던 학교에 사표를 제출하고 나오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구입했던 것이다.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자만, 성능은 괜찮을 거야.”
“어떡해요!? 저를 지원해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휴대폰까지........”

“나중에 성공하면 값아. 공짜가 아니다.”
“너무 너무, 감사해요.”

유미는 그의 눈치를 살피지만 기쁨에 그의 얼굴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상자를 풀어 휴대폰을 꺼내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신호등이 바뀌고 가속페달을 밟은 그가 말했다.

“개통 시킨 건데, 번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서 바꿔.”
“아녀! 그렇지 않아도 쓸데없는 전화가 자꾸 와서 바꾸려고 했어요. 언니가 쓰던 전화거든요.”

“내 이름으로 등록했으니 요금 걱정 안 해도 되.”
“헤 헷~! 너무 좋아요.”

유미는 철부지처럼 헤픈 웃음을 흘리며 휴대폰을 이리저리 작동시켰다. 성민은 자신의 관심으로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집안 식구 중에 그가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고 그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식구도 없었다. 을지로를 지난 승용차가 장충체육관 옆의 음식점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차를 하고 돌아선 성민이 주춤거리고 서있는 유미의 팔을 잠아 음식점으로 이끌었다. 아담한 외관의 양식점이지만 실내는 넓고 아늑했다. 손님들은 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녀로서 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복장이었다.

유미는 성민이 몇몇 손님들과 눈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평소에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유미에게 묻지도 않고 종업원에게 식사를 주문했다. 식당 입구로 스포츠 백을 걸친 젊은 남녀들이 들어왔다. 대학교 운동선수들이었다. 실내를 살펴보던 그들이 성민에게 다가왔다.

“코치님! 안녕하세요!”
“아! 너희들 오래간만이다. 반갑구나!”

성민과 몇 마디 인사를 주고받은 그들이 한쪽의 식탁으로 갔다. 유미는 공연히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운동선수들에게 잘 알려진 지도자와 같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미는 성민의 팔을 붙잡고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와 친근하다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돌연한 그녀의 행동을 보고 그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자~! 배고픈데, 먹자.”

주문한 식사가 도착하고 성민이 포크를 집어 들었다. 식탁 위에는 비프스테이크와 스크램볼트, 채소, 그리고 샐러드 등이 놓여 있었다. 유미는 식사하는 모습이 성민에게 어떻게 보일지 몰라서 주춤거렸다. 그러나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열심히 스테이크를 집어서 입속으로 넣고 우물거렸다.

“맛있어요!”
“운동하려면 많이 먹어둬야 되.”

성민은 환한 표정으로 싱그러운 미소로 식사를 하는 유미를 빤히 쳐다봤다. 식사를 하면서 그는 간간이 유미의 평소 생활과 훈련 과정에 대해서 물었다.

“아버지는 뭐 하시니?”
“그냥...... 공사장에서 일하세요.”

“식구들은......!?”
“언니하고 아빠하고 엄마요.”

“힘들겠구나! 언니는?”
“헤 헷!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성민은 궁핍한 가정이면서도 밝고 활달한 유미를 애틋하게 생각했다. 그는 문득 엿들었던 유미와 친구들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녀와 친구들은 남녀관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음성적인 사회구조에 노출돼 있는 그녀를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요즘도 친구들 자주 만나니?”
“아녀! 별로......! 친구도 많지 않아요.”

“준태는.......!?”
“히 힛~! 요즘 가끔........”

유미는 왠지 매일같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준태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귀찮기도 하고 예전보다 집요하게 스킨십을 다음에 짜증이 났다. 그러나 준태는 그녀를 만나지 못하는 날은 수시로 전화를 했었다.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성민이 한마디 했다.

“내가 유미 사생활에 간섭할 일도 아니고 해줘도 될 말인지 모르지만, 남자 친구는 조금 더 커서 만나도 괜찮아. 지금 유미 나이에는 사회를 모르잖아.”
“네.”

“네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네 마음가짐에 따라서 행복할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저도 열심히 살려고 해요. 꼭 대표 선수가 돼서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요.”

“그래야지.”

식사를 하고 식당을 나오니 부슬부슬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성민은 승용차를 몰고 시청 앞을 지나 남대문 시장 입구에 차를 세웠다. 그는 그녀가 내려서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그녀는 비가 쏟아지는 차창 박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집이 이 근처 아니니?”
“맞아요.”

“자! 이 우산 갖고 가라.”

성민이 뒷좌석에 꽂힌 우산을 그녀에게 주었다. 우산을 받아든 그녀가 우물쭈물했다. 무엇인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더니 그를 향해 눈빛을 반짝였다.

“감독님! 바쁘세요.”
“왜.......!?”

“드라이브 시켜 주시면 안 돼요? 비가 오니까 문득.......”
“.........!?”

성민은 유미가 이따금 당돌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비오는 차창 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우울한 그늘이 드리워져 보였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던 그녀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는 왠지 감성적인 소녀의 표정을 지은 그녀의 요구를 물리칠 수가 없었다.

“그럼, 내가 사는 집 구경시켜 줄까. 별로 재미는 없지만........”
“네. 정말요......!? 좋아요. 히 힛~!”

그는 다시 승용차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드라이브를 시켜줄 생각으로 용산으로 갔다가 강변도로로 들어갔다. 맑은 날씨 같으면 한강변을 거니는 젊은이들이 있었지만 빗방울에 나이테를 일구며 흘러가는 강물이 썰렁하게 보였다.

남산 길을 돌아 한남동에 도착했다. 유미는 승용차를 세운 높은 담장 안에 드러난 성민의 저택을 보고 동그랗게 눈동자를 뜨고 두리번거렸다. 집 앞에 주차를 하고 내려선 성민이 승용차 뒷문을 열어 주었다. 우산 속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끌어들인 그는 쇠창살 사이로 정원이 들여다보이는 철문 앞에서 번호키를 눌렀다.

육즁한 철문이 열리고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유미는 넓은 정원을 보고 위축감이 들었다. 정원을 지나 보이는 저택은 마치 작은 성처럼 보인다. 정원과 집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카메라가 보이고, 그녀가 모르는 보안 장비가 달려 있었다. 저택 앞의 정원은 식물원처럼 잘 가꿔진 상태였다.

성민의 팔에 어깨를 안긴 우산 속에서 유미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쇠사슬이 철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 옆의 개장에서 갑자기 표범 감은 개가 뛰쳐나왔다. 혼비백산한 유미는 성민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엄마 얏~!”
“하하하........! 괜찮아. 산초는 가족과 같이 들어가는 사람은 안 물어.”

온몸을 웅크린 유미는 성민의 가슴에 안긴 상태에서 옆걸음으로 현관 앞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높은 천장에 샹들리에가 걸려있는 거실이 운동장만 하게 보였다. 거실은 그녀에게 낯선 보지 못하던 조각품과 미술품의 액자들이 있었다. 성민이 거실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 음료수 줄까!?”
“........!”

유미는 자문자답하듯이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성민의 뒷모습을 멀거니 쳐다봤다.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성민이 음료수 캔을 들고 나와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캔 뚜껑을 따서 유미 앞에 놓았다.

“마셔 봐.”
“.........네.”

마주보고 앉은 성민이 들고 있는 캔을 유미에게 들어 올려 보이고 마셨다. 그녀가 캔을 만지작거리는데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여인이 나왔다. 가슴이 푹 파인 원피스를 걸친 미란이었다. 주눅이 들어있던 유미가 불쑥 일어섰다. 그러나 성민은 미란의 모습에 무관심한 표정이었다. 미란이 조금 지나쳐 보이는 웃음을 흘렸다.

“호호호......! 왔구나. 이 학생은 누구야?”
“안녕하세요. 성 유미예요.”

어정쩡하게 일어서서 얼굴을 불히던 유미가 꾸벅 고개를 숙여 미란에게 인사를 했다. 그때서야 성민이 그녀를 소개하듯이 보충해서 말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그러니! 예쁘고 귀엽구나.”

담담한 표정의 성민이 관심없는 태도를 보이자, 머뭇거리던 미란이 사라졌다. 앉으려던 유미가 다시 일어섰다. 정숙하고 단정한 자태가 요조숙녀를 넘어서서 마치 수녀같은 지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유미가 다시 지연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송 유미에요.”
“.........!?”

남편에게 시선을 옮겼던 지연이 인사를 하는 유미를 쳐다봤다. 지연은 말없이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유미의 아래위를 살폈다. 남편이 외부 사람을 집안으로 들인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지연은 남편이 가르치는 학생이려니 무심하게 여겼다. 그녀는 집에 들어온 남편을 의무적으로 맞이하는 것이었다.

지연은 남편이 시선을 주지 않지만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남편의 의식 자체가 두려웠다. 남편을 의식할수록 그녀는 준태의 남성이 몸속을 채웠던 순간을 떠올려졌다. 준태가 없기에 대행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주춤거리다가 주방을 향해 갔다. 그때 성민이 한마디 던졌다.

“우리, 캔 마셨어.”
“........!”

그렇지 않아도 지연은 남편의 손님이라는 생각에 의무적으로 음료수를 대접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마치 남편에게 속마음을 드러내 보인 것만 같은 무안함에 빠른 걸음으로 침실로 향해갔다. 지연이 사라지자 성민이 멍하니 서있는 유미에게 말했다.

“앉아! 상관 말고 음료수 마셔!”
“네........!”

“우리 집 사람!”
“......!?”

“그냥, 돌부처님이야........!”

평상시 나애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성민이 쓴 웃음을 지었다. 유미는 굳어진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음료수가 담긴 캔을 집어 들었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그녀는 왜 그런지 집안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룬 집안 같았다. 그리고 잠간 모습을 드러냈던 그의 아내는 마치 유령 같았다.

유미는 밖에서 느끼던 성민의 카리스마와 이지적인 모습과 달리 무척 쓸쓸하고 외롭게 보였다. 그 원인은 가족에게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먼저 나타났던 여인이 준태의 어머니일 것이라는 짐작을 했다. 우아한 분위기의 준태 어머니를 상상하던 유미는 왠지 실망스러웠다. 모든 가족이 신 감독을 외롭게 만드는 원인인 것은 느낌이 들었다.

유미가 음료수를 모두 마시고 빈 캔을 내려놓는 것을 바라본 성민이 성큼 일어섰다. 그녀는 엄숙해 보이는 거실과 고급 소파에 앉아있는 것조차 거북하고 불편했다. 방으로 들어간 그가 간편한 셔츠를 걸치고 나왔다. 올려다보는 그녀를 향해 그는 엷은 미소를 띠었다.

“이제 가야지!”
“네!”

유미는 성민의 말을 가다렸다는 듯이 발딱 일어났다. 그리고 현관을 나서는 성민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녀는 복도 끝의 방문을 조금 열리고 신 감독의 아내가 내다보는 눈빛을 의식했다. 현관 옆에 있는 개장에서 다시 집채만 한 개가 어슬렁거리고 나와서 꼬리를 흔들기에 그녀는 겁먹은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정원을 지나 철문 앞에서 성민은 유미를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승용차 운전석에 올라 앉았다. 조수석으로 올라앉는 유미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을지로를 지날 때까지 그들은 침묵을 지켰다. 유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망설이다가 불쑥 그에게 물었다.

“사모님은 어디 아프세요?”
“왜.......!?”

“그냥요. 분위기가......”
“후후....! 원래 그런 사람이야. 내가 돌부처라고 했잖아.”

성민은 아내가 돌부처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동감 없는 아내를 외면했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서 그런 감정조차 없었다. 결혼 전에 교제했던 수빈과 비교가 되었다. 수빈은 외면상으로 감정을 들어내 보이지 않지만 내면에는 예민한 감성으로 가득한 여자였다. 대부분 성민의 외면적인 모습만으로 차가운 카리스마를 느낀다고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역동적이고 섬세한 열정이 타오른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치 생활을 하면서도 명예만을 바란다든지 예술적인 생명력이 없는 선수는 외면을 했다. 아버지의 사업에 관여하여 틀에 박힌 생활보다는 자유로운 영혼 속에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하는 선수를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신선한 이미지와 재능, 그리고 가능성이 높게 보였던 유미를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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