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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7 727회 0건
서영은 통로 우측 1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중간에 민혁이 찾아와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지만, 서영은 입맛이 없었다. 당장의 배고픔보다는 정신적인 안정이 먼저였다. 다행히 첫 번째 게임에서 영수의 계획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자신의 도박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하더라도 아찔했다.

‘복수 할 거야... 반드시...’

2라운드 게임부터 영수에게 끊임없이 성적 유린을 당한 서영이었다. 그래서 이번 3라운드에서는 반드시 영수 부부를 탈락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총 다섯 부부가 남았는데... 우리와 3번 부부가 한 팀이고... 2번 영수 부부와 6번 부부가 또 한 팀인데... 5번 부부는 기권 팀이니...’

사실상 2대2 게임이 되고 있었다. 첫 번째 게임은 영수가 추행범으로 결정이 되면서, 거의 완벽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영은 기지를 발휘하며 위기를 벗어났고, 이제 두 번째 게임은 누가 유리할 것, 또 누가 불리할 것도 없는 게임이 되었다.

‘이번 게임도... 결국 어느 연합에서 추행범이 나오느냐 게임이 되어버리네... 피해자 쪽에서는 투표권이 없으니...’

세 번째 게임이 진행될지, 두 번째 게임에서 3라운드가 종료가 될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두 번째 게임이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추행범이 나오는 연합팀이 필승을 할 것이고, 피해자가 나오는 연합팀은 성적 유린과 더불어 루저 제도의 희생양이 될 것이었다.

‘5번 부부를 우리 팀에 데려와도... 이제 소용이 없어... 어차피 2번이나 6번 부부에서 추행범이 결정되어버리면... 2표를 우리에게 던질 테니...’

두 번째 게임의 표수는 총 4표, 그 중 2표를 받게 되면 탈락이 확정이 되었다.

‘하아... 방법이 없구나... 그나마 다행인 건, 상대도 마찬가지라는 건데...’

두 번째 게임은 살아남느냐, 죽느냐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게임이었지만, 복불복 게임이기도 했다. 최초 추행범을 결정하는 뽑기가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었다.

‘변수라면 5번 부부가 추행범으로 결정이 될 때인데... 누구를 피해자로 선택할지... 종잡을 수 없으니...’

서영이 5번 부부인 민석과 지민을 떠올렸다. 시종일관 기도만 하는 두 부부, 보는 사람들이 지치고 지겨울 정도로 하느님을 찾고 있었다.

‘휴우.....’

어차피 복불복 게임이 되어버린 이상, 더 이상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었다. 서영이 침대에 누워 한숨을 쉬고 있는데, 이때 1번 방문을 통해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서영이 물었고, 방문 밖에서 앳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예요. 이수영.”

서영은 수영이 자신을 찾아오자, 묘한 반가움이 들었다. 아직 100%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손을 잡고 함께 가야할 팀에는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수의 계획을 방해하지 않았던가. 물론, 수영 부부가 살아야 자신도 살 수 있었기에 한 행동이었지만...

“들어와요.”

방문이 열리고 수영이 들어왔다. 생각 이상으로 밝은 표정으로 들어온 수영은 침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영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괜찮으세요?”

수영의 물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서영이 대답을 했다. 서영은 그런 수영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쉬었더니... 한결 나아졌어요.”

“네... 다행이에요.”

수영은 서영을 걱정했다. 게임 성향 상 피해자가 되면 어떤 참혹한 짓을 당하는지 능이 알고 있는 수영이었기 이곳을 찾아 서영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 진심으로 걱정하던 그녀였다.

“고마워요. 이렇게 걱정해줘서...”

“아니에요. 저야말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서영과 수영은 20살의 차이가 났다. 서로를 잘 알지 못했지만, 마치 가족과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둘 다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서로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울었나 봐요?”

서영이 수영의 눈이 조금 부어 오른 것을 보며 물었다. 뜻밖의 서영의 질문을 받은 수영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서영은 수영의 앳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예의가 바른 수영이었지만, 결국 20살은 아직 애일 뿐이었다.

“힘들죠?”

서영이 다시 물었다. 그러자 수영이 고개를 들고 살짝 미소를 띠며 말을 한다.

“누구나... 힘들죠.”

서영은 20살의 어린 수영이 왜 이런 게임에 참여를 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묻지는 못했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 또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을테니...

“그렇죠. 누구나... 힘들죠.”

“기뻤어요.”

“기뻤어요?”

“네... 그런데 또 슬펐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수영을 꼭 안아주었다. 수영은 서영보다 20사이나 어렸지만, 키도 작고 체구는 연약해 보일 정도로 여렸다. 그런 수영을 보자니 매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 서영이었다.

“괜찮아요.”

서영이 수영을 다독거렸다. 그리고 수영이 서영의 품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원망스런 부부가 떠나서... 너무나 기뻤어요. 그런데 나 때문에... 그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나 슬펐어요. 그렇게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수영이 말을 흐렸고, 서영이 그녀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을 했다.

“수영씨 잘못 없어요. 그건 수영씨 잘못이 아니에요.”

“그럴까요?”

“그럼요.”

서영의 말에 수영은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되가는 듯 했다.

“미안해요. 괜히 제가... 제가 힘을 드려야 하는데... 위로를 받네요.”

“이미 위로를 받았는걸요.”

서영이 수영의 몸과 떨어지며 말을 했다. 수영은 서영의 얼굴을 보며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지금 분위기에 이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편하게 해요. 여기에 앉아서...”

서영이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수영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옆에 앉을 것을 권유했다. 수영이 서영 옆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게임에 대한 이야기인데...”

“음....”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아... 앞으로 언니라고 해도 될까요?”

수영이 서영에게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었다. 20살의 차이에 언니라는 말을 듣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서영이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요... 아니... 앞으로 나도 동생으로 생각할게.”

“고마워요. 언니.”

두 사람은 한결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저에게 투표를 하기 전에 윙크를 했잖아요. 왜 그러셨어요? 이미 4번 부부에게 투표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었는데...”

수영은 서영이 자신에게 눈을 찡긋한 이유가 궁금했다. 수영의 질문을 들은 서영은 이제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영이 판단하기에는 수영은 믿을만한, 아니 믿어도 되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다음 게임을 준비하는 것이 둘 다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번 부부와 6번 부부가 서로 힘을 합친 것을 알지? 우리와 그랬던 것처럼...”

“네.”

“사실 첫 번째 게임의 추행범은 2번이었어.”

“정... 정말이요?”

수영은 서영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서영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응... 영수라는 남자... 그가 추행범이었어.”

“그런데 왜 언니는... 사람들에게 2번이 추행범이라고 말을 안 했어요? 추행범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결국 4번 같다고 말했잖아요.”

수영의 질문에 서영이 대답했다.

“내가 2번이 추행범이라고 확신에 가깝게 말했다면... 사람들이 2번에게 표를 던졌을까? 그리고 수영이도... 4번 말고 2번에 투표를 했겠어?”

“아... 그래서 언니는...”

“어차피 4번도 탈락시키긴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사실은...”

“네.”

“수영이 네가 위험했어.”

“제가 위험했다고요?”

수영은 서영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서영은 모든 것을 수영에게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2번 영수 부부는... 사실 우리와 2라운드에서 경쟁을 했어. 수영이가 4번 부부와 경쟁을 했듯이...”

“저... 정말이요.”

채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에 수영은 몇 번이나 놀라야 했다. 2번 부부가 서영과 2라운드에서 경쟁을 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응... 그래서 2번 영수 부부와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탈락시켜야 할지... 고민을 했는데... 마침 첫 번째 게임에서 2번 부부가 추행범으로 결정이 되었지. 그래서 나를 피해자로 선택한 거야... 그리고 2번 부부와 6번 부부는 우리가 서로 연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리고 피해자인 나는 투표권이 없었고... 이해 돼?”

서영의 말을 들으며 수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의문들이 풀렸다. 엉켜있던 머릿속은 퍼즐을 맞춰가는 것처럼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수영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저희를 먼저 노렸다는 건가요?”

“응. 사실상 피해자는 탈락이 면제가 되니까.”

“그래서 언니는 일부로... 추행범을 단정하지... 않았군요.”

“우리가 졌던 게임이었어. 2번 부부가 추행범이 되고... 내가 피해자가 되면서... 영수라는 사람이 자신 있게 자신의 계획을 알려줬지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 계획을 아는데 막지 못하니까... 너무 힘들었어. 머리는 복잡했고... 내가 2번이 추행범이라고 말을 하더라도 누가 믿어주겠어? 그래서 차라리... 도박을 걸어봤어. 그 계획을 막기 위해서는 영수라는 사람을 잡아야 하는 게 아니라... 그와 협력한 사람을 헷갈리게 하자... 참여자들에게 확신을 주지 말자... 그리고 수영이 너를 구하고 4번을 탈락시키자... 하지만, 나 역시 마지막까지 확신하지 못했어. 이 방법이 통할까는 둘째 치고... 솔직히 수영이 너를 믿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

“왜 눈을 찡그렸냐고? 내가 마지막까지 고심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제일 마지막에 등장할 때... 난 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했어. 내가 피해자라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유독 너만... 수영이 너만... 날 걱정해주는 표정을 지어줬어... 그래서 난 그때 너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솔직히 그 전까지는 긴가민가했고... 물론, 지금도 1%는 믿지 않아... 훗.”

솔직했지만, 비교적 심각한 이야기를 서영이 미소를 끝으로 말을 끝냈다. 서영의 말을 듣고 있던 수영은 어느새 눈물을 조금씩 흘리기 시작했다. 감격이었다. 그 고통을 겪으면서도 서영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언니...”

“왜 울어? 울 일이 아니야.”

“고... 고마워요.”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수영이 네가 죽으면... 나도 죽을 운명이었으니까.”

“그... 그래도...”

수영의 눈에는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그리고 서영은 그런 수영의 눈가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제가... 제가 그 은혜... 꼭 갚을게요.”

수영이 더듬으며 말을 했다. 어떻게 은혜를 갚을지, 구체적인 방법은 없었지만, 서영은 말이라도 너무나 고맙다고 생각했다.

“은혜는 무슨... 은혜를 갚고 싶으면.... 울음을 그치고... 당당하게... 살아가자. 알았지?”

서영의 마에 수영이 억지로 미소를 띠며 활기차게 대답했다.

“네. 언니!”

***

“하하하. 뭐... 다 알고 있었지.”

“정말? 그런데 왜?”

통로의 좌측 6번방의 침대에는 영호와 효진이 누워 있었다. 휴식을 취하며 다음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효진이 첫 번째 게임에 대해 질문을 하다 보니, 영호의 진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1번 부부와 2번 부부는 2라운드에서 만났어... 그래서 영수라는 사람이 그렇게 1번 부부에 집착을 하는 것이겠지. 집착만해서 될 문제가 아닌데 말이야... 그리고 1번 부부의 여자... 서영이라고 했지? 연기도 멋졌어. 사실 영수의 계획대로 했다면, 1번과 3번 부부... 탈락 시키는 것도 일이 아니었지.”

“계획대로 왜 하지 않았는데?”

“그냥 싫으니까? 영수라는 사람이 싫어. 사실 서영이라는 여자가 연기를 할 때, 이미 눈치를 챘어. 남들은 속일 수 있었겠지만, 날 속일 수는 없어. 머리가 비상한 여자야. 그러니까 영수라는 놈이 그렇게 탈락시키려고 하겠지만... 내가 놀랐던 점은 투표 직전에 치킨 박이 30분의 시간을 줬잖아?”

“응.”

“그런데 마지막 몇 분 전까지 서영이라는 여자는 침묵을 했거든. 고심한 척 한 거야. 추행범이라고 생각하는 두 팀을 머릿속에서 저울질하는 척... 다른 참여자들에게 보여주기를 한 거지. 사실은 2번이 추행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야.”

“아... 그래야 3번 부부를 살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 영수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으니, 그와 협력한 나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어. 사실 반은 성공한 셈이지. 정말 헷갈렸으니까. 그런데 서영이라는 여자는 실수를 했지.”

“무슨 실수?”

“왜 마지막까지 침묵했을까? 처음에는 정말 고심하는 줄 알았어. 2번이 추행범인지, 4번이 추행범인지... 그런데 그게 아니야. 대답을 할 수 없기에 침묵을 한 거야.”

“대답이라니?”

“처음부터 두 팀 중에 헷갈린다고 말했다면, 나 같은 사람이 가만히 있었을까? 근거를 대라고 했을 것 아니야. 그리고 많은 질문을 했을 거야. 1시간동안 추행을 당하면서 느꼈던 것들... 그것들을 바탕으로 추행범을 추측하려 할 테니까.”

“아하...”

“그건 대답하기가 쉽지 않지. 그래서 아예 시간을 다 써버린 거야. 애초에 질문을 할 수 없도록... 겨우 내가 질문을 딱 하나 했을 뿐이잖아.”

비교적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지만, 영호는 3라운드 참여자 그 누구보다 관찰력과 추측 능력이 뛰어났다.

“자기는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난 모르겠던데...”

“가만히 지켜보면 돼. 서영이라는 여자가 왜 그랬을까? 영수라는 남자가 왜 그랬을까? 그 이유를 생각하다보면 답은 보이지. 만약에 서영이라는 여자가 대답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면, 나 역시 속았을 거야. 그러나 그렇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지.”

“그런데 왜 4번에게 투표했어. 그냥 영수라는 남자 말대로 3번과 1번을 차례대로 탈락시키면 되잖아.”

효진은 그 부분이 이상했다. 남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서영에게 속아주었다. 그리고 완벽한 영수의 계획을 망가뜨렸다.

“사실 후회가 되긴 해. 왜냐하면, 두 번째 게임은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운빨 이거든.”

“운빨?”

“응. 사실상 2대2 게임이 되어버리니까. 피해자 팀이 나오는 연합은 반드시 탈락하게 될 거야. 피해자는 투표를 못하니까.”

“맞아. 맞아.”

“그런데 추행범을 뽑는 건 단순 운이거든. 계획 자체를 세울 수 없으니, 운에 맡겨야 되는데, 그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탈락 위험이 생겨버렸지. 그 점은 좀 후회가 되네... 하하.”

“그게 웃을 일이야? 심각한 거 아니야?”

효진은 영호가 왜 웃는지 알 수 없었다. 탈락 위험이 있다면서 왜 웃는 것일까?

“솔직히 심각하지. 그런데 재밌기도 하잖아. 사실 난 참 많이 안타까워.”

“영수라는 남자의 계획을 망가뜨린 걸?”

“아니. 애초에 영수가 아니라 서영이라는 여자와 한 팀이 되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는데... 사실 첫 번째 게임에서 추행범인 영수에게 표를 던지고 싶었거든. 추행범인 걸 알면서도 표를 던질 수가 없었어. 다른 부부들이 영수를 선택하지 않을 테니까. 실제로 그랬잖아? 만약 서영과 한 팀이었다면 첫 번째 게임에서 추행범인 영수를 잡고 4라운드에 진출하는 건데... 그러면 상금도 칩이 5개나 되는데... 하지만... 그럴 수 없었지.

“... 그래서 방법이 있어?”

“아직은 없지. 운에 맡겨야 하니까... 그러나 기회는 있을 거야. 나 승부사잖아?”

“믿어도 되지?”

효진의 걱정스런 질문에 마냥 웃음을 보이는 영호였다.

‘영수의 계획을 따르지 않았던 것... 후회는 되지만... 그때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영수의 계획... 그리고 서영의 반격... 지켜보는 게 참 재밌었거든... 그래서 한 번 속아준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영수... 참 마음에 안 들어... 그냥 싫어... 언젠가 내 뒤통수를 칠 것 같으니까...’

효진 옆에서 영호는 홀로 생각을 했다.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지만, 기회가 닿으면 영수 부부를 탈락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똑똑.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렸다. 영호와 효진은 대화를 멈추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영호가 방문을 향해 말을 했다.

“누구세요?”

“접니다. 김영수.”

방문으로 걸어간 영호가 문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서 영수를 맞이했다.

“대화 좀 합시다.”

서로의 속마음을 보여줄 수 없었지만, 어찌됐든 지금까지는 두 사람이 연합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수의 제안을 영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럽시다. 들어오시죠.”



@ 35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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